소설리스트

25화. 테드의 가족을 찾아 주자! (25/77)


25화. 테드의 가족을 찾아 주자!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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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별처럼 초롱초롱 빛내면서 벤치, 데드리 언니들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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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나 이제 자야게써!”

이미 계획은 다 짜 둔 상태였다.

성기사 테드의 동생을 멋지게 구출해 내서 그의 품에 안겨 주며 그의 신뢰를 살 것이다. 원작 여주가 등장해 테드를 채 가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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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는 신성력이 빼어나. 악셀이 가진 악한 힘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니까 잡아야만 해.’

소설 속에는 악셀과 테드가 겨루는 장면이 등장했다. 모든 사람들이 악셀에게 쉽게 목이 꺾여 나갔지만 테드는 달랐다. 그들의 승부는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개입 때문에 결말이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하지만 모든 독자들은 확신했다.

만약 악셀과 테드의 승부가 끝까지 갔다면, 테드가 악셀을 이겼을 거라고.

그러니까 나는 테드를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테드의 동생을 구해서 그에게 건네줘야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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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의 동생은 납치당한 아이라고 했지…… 어떻게 생겼더라.’

신성력이 있는 원작 여자 주인공은, 펠로드 거리에서 테드의 동생을 마주치고 그 아이의 특별함을 눈치챈다.

그렇지만 나는 테드의 동생을 바로 알아차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폭 한숨을 내쉬면서 그 아이의 생김새를 떠올려 보았다.

꼬질꼬질한 옷에, 축 처져 비루한 눈매, 온몸에 가득한 흉터. 그 아이에게서 반짝이는 건 오직 보석을 닮은 푸른 눈밖에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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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고 했으니까, 빈민 거리의 유아원에 있지 않을까?’

어린 시절의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돼서 기억이 나는 아이.

그래, 소설 속에 묘사된 그 아이는 누가 봐도 고통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테드를 불러 함께 그 거리로 갈 생각이었던 나는 순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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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테드는 가족이 고통받으며 사는 모습을 보면 폭주할지도 몰라.’

신성력의 폭주는 좋지 않다.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우리 아빠를 잃어버렸는데 아빠가 나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 모습을 내가 직접 보게 된다면.

그 모습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저씨들이 건네준 기괴한 토끼 인형을 꼭 끌어안고 한숨을 내쉬었다.

***

다음 날 아침, 세노아 신전의 성기사를 만나기 전 나는 할머니에게 찾아가 당당하게 휴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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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작을 시녀 언니들이 잡아 줘써요!’

사냥 대회 날의 이야기에 대해 간략히 말하자 할머니가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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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네가 잡은 거겠지. 꿀빵이 넌 정말 꼬마 악당 같구나!’

난 알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그 말이 최고의 칭찬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환히 웃으며, 할머니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려 했는데.

할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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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세작을 보낸 게 누군지 짐작은 간다만……. 알아서 처리될 게다.”

알쏭달쏭, 아리송하게 말한 할머니였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레온하르트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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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작을 잡다니 역시, 천재다워.’

그들의 기대에 찬 시선을 받은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꾸벅 할머니에게 고개를 숙이고, 방 바깥으로 나와 시녀 언니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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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드 거리에 가서 먼저 테드 성기사의 남동생을 구하러 간다!’

어제 세웠던 계획을 곱씹으며 두 시녀와 함께 평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전형적인 평민 아이처럼 보이게끔 위장하기 위해 새파란 베레모를 머리에 쓰고, 멜빵 바지를 입었다. 얼굴에는 가벼운 검댕을 묻혀 새하얀 피부를 가렸다.

시녀 언니들은 조금 더 긴 변장 과정이 필요했다.

그들의 우락부락한 몸과 얼굴은 어디를 가나 눈에 띄어서 데려갈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얼굴과 몸을 전체적으로 확 다르게 변형하는 건 아주 위험한 마법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이거였다.

커다란 베일 모자로 얼굴을 가린 뒤 평민들이 입는 커다랗고 결이 거친 망토를 살갗 하나 드러나지 않게 온몸에 두르는 것.

그렇게 하고 나니 그들의 얼굴도, 몸도 보이질 않았다.

키나 몸집이 조금 커 보이는 걸 마도구로 조절하고 나니, 만족스러운 변장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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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딱 평범한 평민 같아.’

그렇게 변장을 마무리하고 펠로드 거리로 출발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우리는 가문의 인장이 박히지 않은, 까만 공용마차처럼 보이는 평범한 이두 마차를 타고 굽이굽이 갈림길을 지나, 드디어 펠로드 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내렸다.

나와 언니들은 손을 잡고 조용히 걷다가, 펠로드 거리의 앞에 있는 죽은 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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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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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기서 어디로 가실 예정이신가요?”

커다란 베일 모자 안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원작 속 내용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 아이가 지금 이 시점에서 정확히 펠로드 거리 어디쯤에 있을지는 알지 못했다.

펠로드 거리 안의 유아원일까, 아니면 벌써 일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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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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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돌아다녀 보까?”

유아원이 어디 있는지는 대충 알 것 같으니까, 그곳부터 가 봐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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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신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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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하는 기분입니다.”

시녀 언니들에게는 오늘 펠로드 거리에 방문한 목적을 제대로 말해 주지 않았던 탓일까. 그들은 어쩐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곳에 발을 들이는 것 같았다.

우리는 펠로드 거리 안으로 들어서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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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더러워.’

펠로드 거리 앞은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았다. 네 발이 모두 새까매진 고양이가 쓰레기를 핥아먹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쓰레기 냄새와 주변의 더러운 환경을 외면하고 즐겁게 떠들면서 거리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나와 시녀 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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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사람들이다.’

나는 앞을 보면서 눈을 크게 떴다.

위험해 보이는 얼굴의 깡패들과 노숙자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머리를 오래 안 감은 듯 그들의 몸에서 온통 악취가 났다.

한 블록 떨어진 청결한 거리와는 확실히 다른 듯 보이는 분위기였다. 나는 힐끗 거리에 있는 낡은 표지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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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원을 가려면 이 길을 지나가야 할 텐데. 피할 수도 없고.’

……그냥 가야겠다.

나는 언니들의 양손을 꼭 잡고 좁은 거리를 걸었다.

그냥 조용히 걸어가자는 일종의 신호였다. 내 마음을 아는 듯 언니들 역시 내 걸음에 맞춰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내가 짐작했던 것처럼 역시, 거리에 앉아 있던 노숙인들이 우리를 보고 한 마디씩 얹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키며 우리의 바로 앞까지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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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린 것들 셋이 여길 돌아다녀?”

우리의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대는 자의 입에서는 지독한 술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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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기어 다니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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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스꽝스러운 모자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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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번 보게.”

노숙인 중 하나는 누런 가래침을 탁 뱉으면서 우리를 조롱했다.

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지만, 시녀 언니들이 먼저 나서 내 시야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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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하겠습니다.”

그들은 완력을 행사할 생각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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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무시해.”

소란을 피우기는 싫었다. 저 사람들을 처분하는 건 다음 문제다.

나는 언니들의 손을 꾹 잡고 다른 쪽으로 이끌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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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목적을 이루는 게 먼저시죠!”

그러나 언니들이 모자를 고쳐 쓴 뒤 강철 같은 몸을 움직이자 머리가 하얗게 센 노숙인이 기세등등하게 우리 쪽으로 다가와 깨진 유리병을 흔들었다. 깨진 유리병에서 바닥으로 주룩, 탁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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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싶은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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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찢기기 싫으면 통행료를 내라.”

사내가 흉포하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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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들의 위협적인 손놀림을 본 벤치 언니가 코웃음을 한 번 치고 장갑을 벗었다.

우드득!

그녀의 손목에서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노숙인들은 다가올 미래를 모른 채로 낄낄대며 우리를 비웃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그들의 대치에 정신이 팔린 사이.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팻말 뒤에 빼꼼 보이는 밤송이만 한 머리통을 하나 볼 수 있었다.

화상을 입었는지 심각하게 쪼그라든 두 손으로, 아이는 아주 작은 바스켓을 힘겹게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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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상대가 누구든 최선을 다하지.”

벤치가 말하자, 데드리가 싸늘하게 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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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노숙인일지라도 말이야.”

언니들이 눈을 부릅뜨고 감히 내 앞에 다가서려 했던 노숙인의 멱살을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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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릴- 으억!”

언니들은 역시나 강했다.

소리소문없이 빠르게 병이 부서지고, 노숙인들의 코가 깨졌다. 언니들은 한 손으로 대여섯 명을 간단히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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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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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고 사과하면 다야?”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지만, 나는 더 이상 언니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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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보다도, 저기 있는 애가 자꾸 신경 쓰여.’

시녀 언니들이 철저하게 날 보호한 덕분에, 바로 앞에서 과격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나는 마음 편히 다른 곳에 한눈을 팔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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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유아원에 사는 아이인가?’

나는 우리 근처에서 대략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나를 보고 있는 아이를 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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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말 밑에서 빼꼼히 눈만 내민 자그마한 꼬마 아이.

손에 든 바스켓에는 ‘루크리 유아원’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성기사의 남동생이 몸을 의탁하고 있는 유아원의 이름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이 가난한 거리에 유아원이 여러 개일 리는 없다는 것.

고로, 저 아이는 성기사의 남동생과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닿아 있을 게 확실했다.

나는 꼬마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조그만 바스켓을 달랑달랑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주눅 든 듯한 푸르스름한 눈동자.

어느새 아이의 시선도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나이는 일곱 살에서 여덟 살 정도 됐을까?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머리칼이 유독 새하얀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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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엔 님. 다 처리했습니다!”

나와 그 아이가 오래 눈을 마주치고 있던 사이, 싸움이 전부 끝난 모양이었다.

나는 급하게 시선을 거리로 돌렸다. 거리에 널브러진 사람들이 눈앞에 보였다. 코를 킁, 해 보자 피비린내가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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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저씨들 살아는 있는 거겠지?’

어두운 거리에 있던 깡패들은 당연히 언니들에게 대적할 형편이 되지 않을 터다.

나는 깡패들에게서 관심을 끄고 다시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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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고마어. 나 쟤랑 얘기해 보구 싶어.”

제법 의아한 얼굴이었지만, 시녀 언니들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팻말 뒤에 숨어, 눈앞의 광경이 무서운 듯 제 눈을 한 손으로 꼭 가리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

처음 우리가 다가가자 아이는 깜짝 놀란 듯 몸을 웅크렸다. 시녀 언니들이 노숙인들을 때리고 난 직후였으니까 경계심이 더 강하겠지.

나는 내가 이곳에 오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대신, ‘나는 이 거리에서 찾을 게 있다.’ 정도로만 상황을 압축해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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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원으로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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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유아원에 살고 있어요. 음식을 조금 구하러 나오긴 했는데…….”

조그만 소형견이 낑낑대는 소리를 내듯이 아이가 고개를 수그리며 중얼거렸다. 복실복실한 머리카락이 보였다.

온몸에 새까만 검댕이 묻었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한 작달막한 소년을 보던 나는 힘껏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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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야, 나를 도와줄 수 이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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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요?”

제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느냐, 고 묻는 듯한 어조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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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유아원에 데려다조. 사례는 꼭 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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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따라오세요.”

순하게 생긴 꼬마가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걸음을 옮겼다.

나는 발걸음을 힘차게 앞으로 내디뎠다.

노숙인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곳의 치안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시녀 언니들이 험악한 기세를 뿜으며 우리의 앞뒤를 경호하듯 지켰다.

내 옆에서 길을 안내하던 아이는 버려진 강아지처럼 순수한 눈망울로 나를 보다 조그맣게 색색거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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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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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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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에요. 유아원이 조금 더러워서…… 그래도 여기서 가까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와 함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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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원래 요기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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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가족이 처음부터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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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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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아예요.”

순한 목소리에 강단이 섞였다.

명백히 가족을 원망하는 목소리여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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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내…….”

나는 그를 위로하면서 소년의 눈동자가 파란색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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