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원래 반전으로 승리하는 게 더 짜릿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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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원래 반전으로 승리하는 게 더 짜릿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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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원래 반전으로 승리하는 게 더 짜릿한 법
2023.01.06.
사실 교육원장의 전갈은 단순했다.
시엔 미르모드가 미르모드 가문의 아이가 되기에 적합한지 ‘테스트’를 거치겠다는 것이었다.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빠른 전개였다. 나는 내심 당황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예상하고 있었잖아. 너무 놀라지 말자.’
나는 곧장 콩알만 한 눈을 깜빡이면서 힘차게 대답했다.
“알았어!”
“네?”
“테스트 가겠다는 뜻!”
살수들이 나를 바라보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잘난 척을 하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들은 이미 나를 테스트하기로 결정했다. 무슨 핑계를 대서든 테스트를 거치게 할 테니, 아빠가 없을 때 기를 죽여 줄 생각이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되느니. 그것도 모르느냐!”
시녀들은 이제 내 말이라면 알아서 박수를 짝짝 쳤다.
“크으, 정말이지 명석하십니다!”
“역시 우리의 근육 지주님.”
교육원장이 보낸 살수들은 바닥에 여전히 엎어진 채로 엉성한 표정으로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아, 그리고.”
“네?”
“저넘들 처리해!”
진행시켜!
터프한 내 말에 시녀 언니들은 복면을 쓴 남자들을 몇 대 더 패서 내쫓았다. 물론 그 뒤에서 삽으로 뒤에 구덩이 파라는 말도 했으니 아마 하루 이틀 생매장을 시킬지도 모르겠다.
‘시녀 언니들, 저렇게 막살아도 괜찮은 건가.’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걸까 의심스러웠다.
우린 그저 북쪽 첨탑에서 소외된 세력 없는 사람들일 뿐인데 말이다. 이곳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미르모드 세계관이니까 뒷배 없이 막살면 위험할 텐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교육원장과 맞붙어야 하니까.’
나는 아빠가 사 준 토끼 모양 가방 안에 몇 가지 준비물을 챙겨 넣었다.
어깨에 가방을 딱 부러지게 맨 나, 시엔 미르모드!
시녀 언니들을 구슬려 미리 구해 두었던 거울 아티팩트도 야무지게 챙겼다. 이 하급 아티팩트가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드디어 나는 힘차게 교육원 안으로 입성했다.
커다란 방 안에 들어서자 나를 싫어하는 교육관 릴미 선생님과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나는 릴미를 가자미눈을 뜨고 바라 보았다.
나같이 좁쌀만 한 어린애를 저렇게 경계할 줄은 몰랐다.
뜨거운 맛을 보여 주고 말 거라는 생각이 단전에서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왔군.”
“안녕하세요!”
나는 꾸벅, 인사한 뒤 그들의 앞에 섰다.
문이 완전히 닫히자마자, 그는 정말 악당같이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네 건방진 추방자 아버지에게 작별 인사는 제대로 하고 왔나.”
건방진 추방자 아버지라는 말에, 나는 잘 깎은 알감자같이 토실한 주먹을 꾸욱 쥐었다.
어떻게 감히 우리 아빠한테 건방진 추방자 아버지라는 말을 해?!
선량한 우리 아빠가 들었다면 험악한 표현에 졸도했을 거다.
내가 들어서 다행이었다. 마음을 차갑고 단단히 먹고 복수해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차갑고 단단한 옥수수 아이스크림처럼 마음을 싸늘하게 얼린 다음 입을 열었다.
“우리 아빠 추방자 안니에요. 함미가 아니라구 해써요.”
공작 부인에 대해 언급하자 교육원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맹랑한 녀석이군. 그래서, 내 수하들을 모조리 죽이라고 시켰나?”
이 말은 조금 억울하다.
‘아니, 세작을 팬 건 내가 아니라 시녀 언니들인데…….’
“건방지게 내가 보낸 세작들을 전부 죽여 놨을 줄이야.”
그가 씨근덕댔다.
아무리 봐도 오해가 시나브로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굳이 그의 착각을 풀어낼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이젠 오해 풀기도 귀찮다.’
내가 대답하지 않고 입술만 꾹 물고 있자, 그는 손에 쥔 마력석을 대충 책상 위에 올려 두고 거만하게 말했다.
“난 네게 <환영 미로> 테스트를 할 생각이다.”
“그게 뭐예요?”
예상했던 대로 <환영 미로>였다.
모른 척 물었지만, 나는 레온하르트 덕분에 이미 알고 있었다.
교육원장은 나를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넌 어리석구나.”
“추방자의 딸이니까요. 시골 촌뜨기일 뿐이죠.”
옆에서 교육관 릴미가 거들었다. 그는 출세를 위해 연신 아첨하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레온하르트와 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어. 날 죽이려는 거겠지. 여기선 모두 죽고 죽이니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간단히 말하지. 미로를 탈출하는 테스트다.”
“미로? 어떻게 탈출하는 거예요?”
“이 유리판 위에 서라. 방법은 네가 알아서 찾는 거지. 쓸데없는 말이 많구나, 꼬마야.”
내가 겁을 먹기를 바라는 싸늘한 눈빛.
더없이 불친절한 선생인 교육원장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시에니가 안 하고 싶어도 해야 하는 거지요?”
“그래.”
“……하께요, 그럼.”
릴미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마력석을 건네주었다.
내 손 위에 따뜻한 마력석이 올라왔다.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애들은 다 멍청하다니까.”
나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한쪽 입꼬리를 삐죽이며 비웃었다.
벌써부터 승리를 확신하는 그 표정에 시엔은 고개를 숙이곤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들키지 않게, 입꼬리가 너무 올라가지 않도록!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인데, 저렇게 설레발치면 안 되지.
설레발은 필패라는 말도 못 들어 본 모양이었다.
나는 볼을 땡그랗게 부풀렸다. 말랑말랑한 볼을 살포시 찌그러트리자, 푸우우, 입 밖으로 긴 숨이 새어 나왔다.
게임이 시작됐다.
어쩌면 나도 이들이 괴롭혀 왔던 ‘그 아이들’처럼 고통받을지도 모르지만…….
‘해내야 해.’
그리고 난 할 수 있다.
유리판 위에 올라서서, 마력석을 손에 꼭 쥐었을 때.
교육원장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가문에서 약한 자는 잡아먹히는 법이다, 어리석은 꼬마야.”
하지만 진짜 약한 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는 법이잖아.
안 그래?
***
몇 초나 지났을까.
서늘한 바람이 잠깐 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내가 서 있는 곳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꼈다.
‘미로 안에 도착했어.’
슬며시 눈을 뜬 나는 내 키보다 서너 배는 큰 커다란 벽을 보며 생각보다 거대한 환영 미로에 꿀꺽 침을 삼켰다.
음산한 분위기, 한숨을 내쉬면 새하얀 입김이 눈앞을 가리는 추운 곳.
긴장한 나는 시험 삼아 한 걸음, 두 걸음 걸어 보았다.
내가 걸을수록 미로의 폭이 점점 좁아졌다. 조금만 더 보폭을 넓혀 걸으면 몸이 찌부되게 생겼다. 아무리 봐도 운신의 폭에 제한이 있는 것이다. 뛸 수도 없고, 빠르게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란 것이지.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저 멀리에 탈출구가 보였지만, 탈출이 쉬울 리 없었다.
‘예상대로라면 분명히 지금 환영이 시작되어야 해.’
<환영 미로>는 환영술 중에서도 악질인 환술이었다.
이 미로는 인간의 가장 공포스러운 내면을 샅샅이 긁어 내,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는 장소이니까.
내가 상황을 인지한 순간 내 눈앞에 악의로 가득한 데다 익숙하기까지 한,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멍청한 X.”
“너 같은 건 평생 사랑받지 못해.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라.”
“하나부터 열까지 어설프구나.”
나를 향한 폭언들이 내 귓가에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한 마디 한 마디에 심장이 쿵쿵 뛰어 댔다. 잊고 있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그 말들은 모두 전생에서 들었던 말들이었다.
어느새 내 눈앞에 영사기에서 나오는 오래된 필름처럼 지난 생에서의 기억들이 천천히 재생되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물을 먹는 여덟 살의 내 모습이 보였다.
거실에서 부모님이 싸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혼을 하겠다고 말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잔뜩 주눅이 들어 고개를 푹 숙인 채 컵을 가만히 쥐고 숨죽였다.
내 귓가로 증오에 가득 찬 음성들이 파고들었다.
‘합의 이혼으로 하고 쟨 당신이 데려가.’
‘난 쟤 눈빛이 음침해서 싫어. 말도 없고 멍청하고. 내 배로 낳은 애가 아닌 것 같아.’
‘그럼 어쩌자고? 고아원에라도 보내?’
‘너 닮은 애니까 네가 어떻게 해 보든가, 좀.’
나는 아무도 미용을 해 주지 않아 눈을 덮을 듯 말 듯 덥수룩한 앞머리를 가진 음침한 꼬마애였다. 그래도 눈치 하나만큼은 빨랐다.
엄마, 아빠는 진심이었다.
그들은 사랑 없는 관계에서 태어난 나를 귀찮아하고 싫어했다.
‘당신이 안 맡을 거면 보내, 그럼!’
결국 나는 버려지는구나.
쓸모없고 멍청해서…….
순간적으로 손에 힘이 풀려 버렸다.
그리고, 쨍그랑!
손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 마음처럼 산산조각이 난 유리의 잔해를 보며 나는 얼어붙었다. 저 산산조각 난 게 내 마음 같기도 하고 부모님이 나를 싫어하는 마음 같기도 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어붙은 나를 향해 거실에서 엄마가 달려 나왔다.
나는 엄마를 바라보며 엉거주춤 게걸음을 걸었다. 파삭, 하고 발에 유리가 밟혀 피가 났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잘못을 비는 게 중요했다.
‘자, 자모해써요.’
그래도 유리가 깨졌으니까. 바, 발바닥에 피가 나니까.
괜찮을 거야. 이해해 주실 거야. 어쩌면, 어쩌면 걱정해 주실지도 몰라.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나는 엄마를 향해 빌었다. 유리잔을 깨서 죄송하다고, 눈을 내리깔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 아빠. 한 번만 다친 거 봐 주면 안 될까요…….
저 아파요.
발바닥에서 피도 나고 막 쓰라려서 힘들어요.
눈물도 막 나서…….
안아 주면 안 돼요?
그렇지만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기대를 배반했다.
‘너는 어쩜 그렇게 끔찍한 짓만 골라 하니? 지금 시위해?’
‘……아, 아니에요.’
나는 몸을 벌벌 떨면서 엄마를 바라보았다.
‘너 이게 얼마짜린진 알아?’
나는 내 잘못을 눈치챘다.
내가 물을 먹겠답시고 꺼내 든 컵은, 엄마가 애지중지하며 아끼는 컵이었다.
나 따위가 감히 그런 물컵을 써서는 안 됐는데.
너무 당황해서, 그만…….
‘죄송…….’
내가 사과를 하기도 전에 엄마는 내 바로 앞까지 득달같이 달려왔다.
물론 엄마는 실내용 슬리퍼를 신은 덕분에 유리 따위는 밟지 않았다. 그녀는 치미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내 이마를 검지로 꾹, 꾹 누르면서 히스테릭하게 소리 질렀다.
‘네가 자꾸 귀찮게 굴면 엄마는 죽어 버리고 싶어. 같이 죽을까? 어?’
이마를 꾹꾹 밀자 발에 유리 조각이 다시 밟혀 아팠다.
하지만 엄마가 죽는다고 하는 게 더 두렵고 아팠다.
엄마가 주, 죽으면 안 돼. 나보다 훨씬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걸.
조금씩 작아지는 목소리로 나는 꾸역꾸역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엄…….’
‘누가 네 엄마야. 누가!’
엄마의 등 뒤에서 뒷짐 진 아빠가 만류했다.
차가운 시선과 무표정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너, 쓸모있게 행동해라.’
‘……네, 죄송…….’
‘컵은 네가 알아서 치우고 나와.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니. 이 집에서 먹여 주고 재워 주는 값은 해야지.’
아빠를 향해서 나는 주눅 든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저, 아, 아빠. 피가 나서…….’
‘아빠라고 부르지도 마라. 덜떨어진 것이 뭘 잘했다고 울어, 울기는.’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부엌에서 사라지는 부모를 보면서. 나는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마음이 아파서 우는 게 아니야.
엄마 아빠는 좋은 분들이시고 나한테 그렇게 대해도 돼. 먹여 주고 재워 주시니까.
그냥, 그냥 내가 마음이 약해서.
유리 조각에 찔려서 피가 나는 조그만 발이 아파서 그래. 그래서 그런 거야…….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나는 바닥에 산산조각이 나 깨진 컵을 맨손으로 치웠다.
고무장갑 같은 걸 이용해야 하는 줄도 몰랐다.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서투른 손으로 유리를 치우니, 손에서는 피가 났다. 나는 조용히 손을 내려다보다가 생각했다.
손이 서걱서걱 베인 것 따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마음이 찔려서 아플 뿐이다.
유리를 다 치우고 절뚝거리며 방으로 들어온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처음부터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정말로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던 걸까.
동시에, 내 귓가에 다시 시끄럽게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태어나지 말질 그랬어?’
‘여기서 같이 죽어 버리자.’
‘죽으면 편해져.’
‘영원히 사라지는 거야.’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새 부르튼 입술에서 피 맛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손등으로 급하게 입술 언저리를 닦아 냈다.
정말로, 나는 쓸모없는 어린애가 맞는 걸까.
나는 안 그래도 조그만 어깨를 더 조그맣게 움츠렸다.
***
환영 미로는 외부에서 내부를 마력석으로 볼 수 있었다. 시엔의 고개가 숙어지는 걸 본 교육원장과 릴미는 씩 웃었다.
“결국 고개를 숙였군.”
“저러면 백이면 백 다 죽죠.”
“생각보다 쉬워. 그 악마 놈의 딸이라 걱정했는데 말이야.”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한참을 낄낄대며 웃었다. 럼주까지도 한 잔 걸친 채였다.
교육원장은 한참 고개 숙이고, 결국 바닥에 무릎까지 꿇은 시엔을 보며 흡족하게 생각했다.
시엔 역시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저렇게 죽거나. 과거의 잔상에 내내 시달리며 껍데기만도 못하게 살거나.
어쨌든 둘 다 미르모드 가문의 아이로서는 사망 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법.
“마티어스 공자, 열 좀 받겠군.”
“열 받으면 어쩌겠습니까? 끈 떨어진 연 주제에.”
릴미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마티어스는 꽤 대단한 놈이긴 하지만.
어쩌랴. 명분을 챙겨 곧 싹을 틔울 것 같은 어린애를 죽이는 게 제 전문인 것을.
교육원장은 턱을 괸 채로 비꼬듯이 픽픽 웃었다.
뭐랄까……. 고개 숙인 시엔의 뒤통수가, 흙먼지가 묻은 채로 아무렇게나 꿇고 있는 무릎을 보니 마치 마티어스 미르모드가 제 앞에 무릎을 꿇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단 말이지.
시엔을 한참 비웃은 교육원장은 럼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강 삼십여 분 정도 지나면 저 어린애의 정신은 완전히 분해되리라.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자, 잠깐만요.”
“뭔데.”
릴미의 당황스런 표정에, 교육원장은 럼주를 입가에 가져다 대다가 멈칫했다.
“저기 쟤, 다시 고개, 드, 들고 있는데요?”
환영 미로를 내려다보던 교육원장의 낯이 와락 구겨졌다.
지금까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애들 중 대부분은 텅 빈 눈을 한 채로 바닥에 무릎을 꿇다가 맥없이 울고, 미로에 갇혀 버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엔은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것도 조금 운 것 같기는 했지만, 여전히 반짝이는 눈빛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