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귀엽고 멋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봐
(8/77)
8화. 귀엽고 멋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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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귀엽고 멋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봐
2022.12.27.
레온하르트가 어린 시절부터 살인을 포함한 악행에 능숙했다는 이야기를 『멜로디아의 생애』에서 본 것 같았다. 그 어린 시절이 정확히 언제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일 수도 있지 않나. 그 사실에 몸이 두려움으로 덜덜 떨렸다.
그런데 ‘무섭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때, 내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가 살짝 빛이 났다가 사라졌다.
목걸이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만지작거리려 했는데, 레온하르트가 먼저 말을 이었다.
“뭐야? 왜 그래?”
“아, 응. 아니야. 아무것도…….”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은 착할 수도 있으니까. 아까 그 이상한 애들처럼 날 무시하지도 않았고, 아직 인성이 남아 있는 것 같으니까.’
벌써부터 지나치게 쫄 필요는 없었다. 잘하면, 흑화하기 전에 친해져서 내 편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빠르게 다짐한 나는 급하게 헛기침을 하며 레온하르트를 향해 물었다.
“지, 지짜? 이름 지짜루, 레오니야?”
“응. 레온하르트야.”
“머, 머싯는 이름이다아…… 우와아…….”
당황한 탓에 혀가 마구 꼬여서 발음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다행히 레온하르트는 눈치채지 못한 듯, 그의 입가에 볼우물이 팼다.
‘이렇게 영혼 없는 칭찬에도 빙구처럼 웃고 있는 애가 진짜 그 무서운 악당이라고? 그냥 동명이인 아닐까?’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가면에 가려져 있는 얼굴에 아주 악독한 모습이 숨겨져 있는 건가?’
내가 혼란과 공포 속에 잠겨 있는데도 레온하르트는 눈치채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멋있다니, 흠.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봐.”
수줍게 웃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가면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입매만 보면 강아지처럼 웃고 있는 게 확실했다.
나는 그 귀엽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헤 벌렸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볼살이 말랑말랑, 찹쌀떡 같은데.
“레온, 멋지구 기여운 거 같은데, 왜…….”
……악당이지?
“내가…… 귀엽다고?”
헙.
귓가에 들려오는 레온하르트의 목소리에, 나는 햅쌀처럼 새하얗고 조그만 두 손으로 입을 급하게 막았다.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입 바깥으로 나와 버렸어!
당황한 채로, 나는 턱, 호빵맨 같은 둥근 발을 멈춰 세웠다.
‘귀엽다고 해서 레온하르트가 시, 싫어하면 어떡하지?’
그러나 여기, 나보다 더 당황한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귀엽다고?”
바로 레온하르트였다.
가죽처럼 보이는 가면을 꾹 쥔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음 들어.”
……얘 악당 맞아?
‘순수하다 못해 바보 같은데?’
그는 부끄러운 듯 가면을 연신 고쳐 쓰고 이마를 슬쩍 닦았다.
살짝 땀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저게 사기일까, 고민도 해 봤다.
그렇지만 어린이들은 비언어적 표현을 숨길 수 없는 법이다. 나는 그를 보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 어린이 악당, 의외로 난이도 하(下) 임무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꼬시면, 나중에 내가 가문 정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물론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아 놓은 다음에!’
미래의 악당 한 명이라도 더 내 편으로 삼아 놓으면 가문 정복에 도움이 되겠지!
‘쫄지 말자, 시엔 미르모드!’
그런 나를 보면서 그가 입매를 씨익, 올렸다.
“너도 귀여워, 밤톨 같은 천재.”
……레온하르트가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아, 진짜 꽤 귀엽기도 한데!
나는 사심을 반 스푼 정도 섞어 손을 척, 내밀었다.
“그럼 우리 진짜로 칭구 하자!”
“……으응.”
그런데, 그의 손이 내 손에 닿을 듯 말듯, 조금씩 다가왔을 때였다.
모든 걸 지켜본 것처럼, 어느새 빠르게 달려온 아빠가 내 몸을 덥석 안아 들었다.
“시엔!”
그래서 기껏 내민 레온하르트의 손은 내 손에 닿지도 못했다.
허공에 달랑달랑 매달린 나는 놀란 눈으로 레온하르트를 쳐다봤다.
“아빠, 시엔이한테 줄 상 받아 왔는데.”
“으응?”
“안 궁금해?”
“으음, 궁금한데. 아빠, 여기 내 칭구!”
“아.”
아빠는 내가 레온하르트를 보지 못하게 나를 마주 보고 꼭 껴안았다.
그래서 난 아빠 뒤에 있는 근육 시녀 언니들만 볼 수 있었다.
언니들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마치 무언가 두렵다는 듯한 표정이기도 했다.
아빠의 따스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넌 누구지?”
“레온하르트라고 합니다.”
나는 아빠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아빠, 내 칭구 레온하르트야.”
“친구?”
“웅! 첫 벙째 칭구야!”
“첫 번째……. 그래, 가자.”
낮게 읊조린 아빠가 몸을 돌리자, 그제야 나는 레온하르트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온하르트는 표정이 없었다. 마치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도 같았다.
‘뭐지? 일단 인사하고 가야겠다!’
레온하르트에게 인사하기 위해, 손을 들어 환히 웃으려던 나는 잠깐 멈칫했다.
‘레온하르트는 입양안데……. 내가 여기서 아빠랑 너무 친한 척하면 안 되겠지?’
나는 애써 표정을 식어 버린 찐빵처럼 차갑게 바꾸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이- 모양을 하고 웃어 보였다.
“칭구 안녕!”
아빠의 품 안에 이송되어 가는 나를 보던 레온하르트가 소리 없이 입만 크게 벙긋거렸다. 그 입 모양을 읽어 보니…….
[……한테 죽을 것 같으면 목걸이를 꼭 눌러!]
레온하르트의 조언에 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집, 아니, 첨탑 가다가 나쁜 놈들이 우리 아빠 습격하면 목걸이를 꼭 눌러야지!’
나는 곧바로 목걸이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목걸이가 반짝, 푸르스름한 빛을 냈다. 나는 그걸 보고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푸른 빛……. 아티팩트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나네. 왜지?’
그렇지만 나를 꼭 껴안은 아빠의 포근하고 달짝지근한 냄새 때문에 더 생각할 틈이 없었다. 레온하르트가 멀어지자, 나는 아빠의 품에 얼굴을 꼭 파묻고 히죽 웃었다.
직접 만나고 보니 원작 속 악당이었던 레온하르트도 참 귀여웠다.
눈동자만 보이게 눈가를 가린 까만 가죽 같은 가면도, 커다란 가면 아래로 가끔 보이는 시원한 입매도, 어린아이임을 증명하는 살짝 오른 볼살도!
꽤 매력 있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제일 좋은 건 역시 아빠뿐이야!’
나는 아빠를 꼭 끌어안았다.
‘반드시 아빠랑 오래오래, 살아남고 말 거야.’
이 마음을 가득가득 눌러 담아 아빠에게 작게 속삭이기로 했다.
“아빠, 사라해! 아니, 사랑해!”
“시엔.”
“웅!”
한참 말이 없던 아빠가 망설이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친구 생겼는데……. 아직도 아빠가 제일 좋아?”
나는 아빠의 어깨에 얼굴을 꼭 부비부비하며 자그맣게 속삭였다.
“그거는……. 비밀. 힛.”
말하기 부끄러우니까!
그 순간, 내 몸을 붙든 아빠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이상하게 아빠가 이를 으득, 가는 것 같기도 했다. 날파리가 자꾸 꼬이네, 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우리 아빠가 그런 말을 할 리 없지! 날파리도 생명이라면서 못 죽이는 아빠인걸!
***
수업이 끝나고, 제일 중요한 낮잠 시간!
낮잠을 코 자고, 햄을 듬뿍 넣은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으면서 나는 미래 계획을 설계했다.
“휴우우.”
내 곁에서 야자나무 열매를 열심히 씹어 삼키던 근육 시녀들이 헐레벌떡 말했다.
“왜 한숨을 쉬시나요? 하긴, 우리 시엔님은 너무 몸이 약하시죠. 허약하셔서-.”
“오호, 그런 거라면! 저희가 지금 바로 근육 단련하는 법을 알려 드릴 수 있어요!”
시녀치고 지나치게 강력한 그들의 말에 왠지 심장이 서늘해졌다.
“아차, 걱정하지 마세요.”
“뭘……?”
“수상한 경비병들이 자꾸 북쪽 탑을 기웃거리길래, 제가 삽 들고 두들겨 패 버렸어요!”
그 공포스러운 말에 그녀의 반의반의반 토막 정도 크기인 나는 살짝 얼어붙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물개 박수를 쳤다.
“우와, 멋있느니라…….”
내 영혼 없는 반응에 신난 시녀들을 등 뒤에 두고 나는 빵을 우물우물 씹었다.
휴우…….
그간 미르모드 공작가에서 있던 일을 생각하니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다.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어.’
우리 엄마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아이들도 응징했고, 나쁜 선생님도 잔뜩 괴롭혀 줬으며, 레온하르트와 살짝 친해진 데다가……. 무엇보다 신기한 힘이 담긴 목걸이도 얻게 됐다.
이만큼이나 좋은 일들이 있었으니 곧 나쁜 일도 찾아올 법하다.
나는 한숨을 포르르 내쉬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방심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슬슬 큰 그림을 그릴 때가 왔어.’
원작 <멜로디아의 생애>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인 듯 보였지만, 그 안에는 정치적 암투가 난무했다.
[혜성같이 등장한 아름다운 성녀님과 평민들을 자애롭게 사랑하고 아끼는 황태자의 신분을 넘어선 사랑 이야기, <멜로디아의 생애>.]
나는 소설을 딱 반절밖에 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황태자와 성녀의 사랑은 항상 위기에 빠지곤 했다. 바로 미르모드 공작가의 악행 때문이었다.
미르모드 공작가는 온갖 암수 살인과 악행의 중심지로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존재감 큰 조연이었다.
그리고 소설 속에는 미르모드 공작을 정하기 위한 ‘혈족의 난’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다행히도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 가문의 후계자가 결정되지 않았어. 다시 말해, <혈족의 난>이 발생하는 시기가 아니란 뜻이지. 그럼……. 분명 당분간은 평화롭겠지?’
하지만 곧 미르모드 가문의 후계 위를 차지하기 위한, 죽고 죽이는 치열한 경합이 이어질 게 분명했다.
루켈라 공작부인의 친자인 아빠는 경합에서 기권할 수도 없었다.
‘아빠가 희생당하지 않게 가문을 어떻게든 장악해야 해!’
그렇게 진지하게 결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나 깨나, 미르모드 악역 세 명은 조심해야지.’
미르모드 가문에는 수많은 핏줄이 있었다. 그러나 공석인 공작자리를 두고 다투는 건 총 세 명의 최종 악역이었다.
한 명은 루켈라 공작부인의 양녀이자 현재는 북부에서 수행 중인 델피아 미르모드.
다른 한 명은 원로원 의장의 아들인 셀포드 미르모드.
마지막으로는…….
나는 원작 내용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절로 오싹해지는 몸을 슬쩍 떨었다.
‘그중에서 특히 위험한 사람은, 악셀 미르모드. 어둠의 물질을 지배하는 최고의 흑마법사!’
악셀은 미르모드 가문의 입양아 출신이었다. 그러나 전쟁에서 흑마법과 관련된 기연을 얻고 승승장구하며 온갖 악행을 자행한다.
그리고 ‘혈족의 난’에서 승리한 뒤 악당 미르모드 가문의 공작이 될 예정이었다.
조만간 철혈의 공작이 되어 제국을 싸늘한 지옥으로 몰아넣겠지.
다행히 악셀 미르모드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마주칠 그를 대적하려면 힘을 길러 둘 필요가 있었다.
‘평화로운 잠깐의 시간 동안 내 존재감을 부각하자. 공작가의 실세를 꼬시거나, 굴복시키는 방법으로!’
공작가에 후계 삼인방이 있다면, 현재 시점에서 실세들도 있다.
나는 공작가의 실세 목록을 떠올리고 또박또박 작게 입안으로 중얼거렸다.
“함모니, 원로원장, 교육원장…….”
삼인방, 그중 최약체가 바로 할머니였다.
이미 뒷방 늙은이라는 말이 파다하니 말 다 했지.
지금은 그저 예전의 영광 아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사교계와 가문 내부 일에만 관여하며 살아가는 중.
다행히 그런 할머니는 나를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할머니한테는 애교 작전을 더 펼쳐 보자!’
원로원장은…….
글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책으로 읽은 바 있긴 하지만…….
‘원로원장은 왠지 찜찜하니까 일단 보류.’
그리고 마지막, 원로원장의 하수인 격인 교육원장이 남았다.
‘교육원장은 확실히 나랑 아빠를 싫어해. 교육원장 휘하에 있는 선생님이 날 아주 싫어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아마 조만간 함정을 팔 게 뻔해.’
악셀이 오기 전까지 잔챙이들은 다 처리해 둬야겠다!
‘함정을 역이용하려면 힘이 필요하겠지?’
나는 요정의 목걸이를 손에 꼭 쥐었다.
이걸 다룰 방법이 분명 있을 테다.
정보의 창고, 도서관에 가 봐야겠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아기이기 때문에 혼자 도서관에 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금서(禁書)를 보게 될 수도 있으니, 더더욱 혼자는 안 됐다.
‘아빠를 꼬셔서 같이 도서관에 가자. 가서 요정 목걸이의 사용 방법과 고급 아티팩트들의 위치 정보를 확실하게 파악해야 해!’
나는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폴짝 소파 아래로 뛰어내렸다.
“시엔, 아빠 보러 간다! 아니, 가겠느니라!”
그렇게 근엄하게 말한 나는 폴짝폴짝 토끼뜀을 뛰어 아빠를 보러 갔다.
그런데…….
아빠가 또 호구처럼 당하고만 있을 줄이야…….
***
그때 마티어스는 제 수하인 마탑의 흑마법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는 원로원의 목을 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원로원이 자신을 심판대에 올려 죽이려고 추대했으니, 바로 그날, 그의 아들 셀포드부터 처리할 계획이었다.
“일단 원로원의 몸통부터 칠 거다. 기존의 마법사는 전부 포섭해 뒀어.”
한동안 가문을 비웠던 사람답지 않게 치밀한 낯이었다. 나른한 마티어스의 표정을 보던 흑마법사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몸통부터……. 어렵겠지만, 알겠습니다. 마티어스 님의 계략은 언제나 맞아떨어졌으니 이번에도 옳을 거라 예상합니다.”
흑마법사의 아첨에도 그는 별 반응이 없었다. 마티어스는 고갯짓하며 잔혹하게 속삭였다.
“시엔에게 해를 끼치려는 성가신 자들은 전부 다 죽여 버리면 그만이니까.”
모든 게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존재하는 법이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그러했다.
마티어스는 제 감각에 느껴지는 기이한 기운에 미간을 좁혔다.
“결계 안으로 들어선 자가 있군.”
흑마법사 역시 눈을 가늘게 뜨고 문밖을 투시했다.
그런데…….
조그맣고 동그란 머리가 복도 바깥으로 빼꼼,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그걸 본 마티어스의 마음이 물안개처럼 흐릿하게 평온해졌다.
시엔이 왔다.
시엔은 특별한 아이였다.
그 누구도 넘지 못한, 마티어스가 쳐 둔 결계를 단번에 넘어설 수 있는…….
‘아, 시엔이 나쁜 걸 보면 안 되지.’
마티어스는 자세를 바로 하고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았다. 그림자처럼 마티어스를 수행하던 흑마법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모자 벗어.”
“네?”
그가 사나운 표정으로 턱짓하자, 지레 놀란 흑마법사는 새까맣고 뾰족한 모자를 순순히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무슨…….”
“농사에 관해 얘기하죠.”
“예? 갑자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