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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미래 악당의 목줄을 잡은 것 같다 (7/77)


7화. 미래 악당의 목줄을 잡은 것 같다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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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상급에 그 자리에서 놀란 건 시종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도 마티어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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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엔이 좋아하겠군요. 바로 첨탑에 가서 알려 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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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는 데에는 시일이 좀 걸릴 테니, 비밀로 해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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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면 그렇게 하죠.”

둘 사이에 또다시 스파크가 튀었다. 중간에 낀 시종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을 즈음, 마티어스가 차갑게 다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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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상급보다 시엔에게 입을 잘못 놀린 자의 목록을 뽑아 두는 게 먼접니다.”

시종은 조만간 그 가신 가문 전부가 날아갈 거라는 촉을 느꼈다.

그러나 그가 전달할 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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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놀라운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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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시종의 말이 쭉 이어졌다.

그 말을 듣던 마티어스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런 마티어스를 바라보던 공작부인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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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엄청나게 똑똑한 것 같은데, 안 그런가?”

시종을 힐끗 바라보던 공작부인은 이내 마티어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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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은 원래 똑똑합니다.”

날렵한 선을 지닌 아름다운 얼굴이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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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지만, 너무 연약하고 어리고 사랑스럽지요.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섬세하고, 마음씨도 너무나도 여려서……. 상처를 쉽게 받는 아이입니다. 이 가문과는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시종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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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연약하다기보다는 명석하고 딱 부러지시는 것 같은데. 누가 뭐라고 해도 눈을 부릅뜨고 삿대질을 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시종은 증언하러 끼어들 틈이 없었다. 루켈라 공작부인이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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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불출 같은 놈. 그건 알고 있느냐. 원로원에서 너를 공작으로 추대할 움직임을 보인다.”

원로원의 추대는 양날의 검이었다.

후계자는 심판대에 올라야 한다.

그들이 후계로 추대하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후계자 후보는 심판대에서 죽게 될 것이다. 원로원 역시 그걸 노리고 있는 거겠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마티어스가 픽 웃으며 권태로운 낯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찔한 턱선과 섬세한 이목구비는 시종이 눈을 데굴 굴릴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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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제대로 끝장내고 싶은가 보군요.”

그의 입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말 역시도 묘하게 치명적인 데가 있기는 했다.

물론 루켈라 공작부인은 한결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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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같더군.”

원로원장의 태도는 이미 예상한 범위 내에 있었다.

그는 과거, 제 분수를 모르는 도둑 길드장의 멱을 땄을 때처럼 냉소적이게 웃은 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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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 봐야겠군요.”

공작부인이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반어적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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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자리에 한 걸음 다가간 날인데, 샴페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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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날입니다만, 시엔을 만나야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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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파티라도 할 작정인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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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좋은 날이니 파티를 해 볼까 싶군요.”

루켈라 공작부인의 ‘그 선물’에 대해 알려 주면 시엔이 기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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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알려 주는 게 좋으려나.’

내내 차갑기만 하던 그의 표정에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흘렀다.

***

수업을 모두 끝낸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교육 담당관과 훈육 담당자, 둘이 나를 상반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면을 쓴 여전히 이름 모를 소년이 아장아장 걷는 내 발걸음을 맞춰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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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 왜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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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재밌는 거 하자. 줄 거 있다니까.”

나는 주변을 슬쩍 바라보았다. 인상을 찌푸린 근육 시녀들이 우리 주변을 에둘러 싸고 있었다. 내 표정을 힐끔 확인한 그들이 근엄하게 입을 열어 복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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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됩니다. 시엔 님은 곧장 북쪽 첨탑으로 가셔야 합니다.”

두 시녀의 진득하게 내리깐 목소리, 우락부락 근육이 가득 찬 팔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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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서워.’

……분명 프로테인으로 유혹해서 완전히 내 수족이 된 시녀들인데. 왜인지 모르게 저들에게 당장에라도 끌려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나만 이렇게 졸아붙은 것 같았다. 가면 소년은 역시 흑막 가문의 자제답게 하나도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들을 응시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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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잠깐 소꿉장난하러 가는 건 되잖아? 수업 후에 곧장 첨탑으로 끌려가야 한다고, 가법에 적혀 있는 거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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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인데? 무적의 창 같아!’

그러나 근육 시녀들에게는 무패의 방패가 있는 듯했다. 그들은 하나도 놀라지 않은 채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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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님의 아버지 되시는 마티어스 대공자께서 명하신 것입니다.”

저렇게 말하고 신이 났다는 듯 턱을 치켜세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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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빠가 명하면 뭐 해. 여기선 다들 우리 아빠 착하다고 무시할 텐데.’

특히 저 흑막 가문 자제다운 소년도 그러겠지. 나는 힐끔 소년을 바라보다가 멈칫했다.

다행히 소년은 생각보다 유교 보이인 듯했다.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입매가 단단하게 굳어진 게 약간 난감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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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타격감이 있는 모양이네!’

소년은 잠깐 머뭇거리다 다시 시녀에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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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 뒤로 물러서. 선물 하나만 주게.”

내가 그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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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내 의사는?’

악역 가문의 선물이란 대체로 폭탄과 비슷한 것일 테지.

나는 그를 보며 진지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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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받아두 돼.”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그의 말은, 나를 솔깃하게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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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너 살고 싶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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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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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받으면 살 수 있어.”

나는 동그란 눈을 더 둥그렇게 떴다.

‘살고 싶다’라는 주제만 나오면 반짝반짝 아기별처럼 눈을 초롱초롱 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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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옆에 시녀들도 있고…… 여기서 날 괴롭힐 것 같지도 않고…… 얘한테도 쫄면, 악당 가문을 접수할 수도 없을 테니까! 당당하게 굴어야지!’

고민하는 내 마음을 알아본 걸까. 근육 시녀들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조그마한 아기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한 정도의 거리였다.

만족스럽게 상황을 주시하던 소년이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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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그러면서 내 손 위에 조그마한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나는 그가 내 손에 올려 주는 조그마한 목걸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목걸이의 펜던트에 날개 달린 형상을 한 작은 요정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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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건…….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며 동시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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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요정의 목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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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님 목걸이!”

소년이 건넨 건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싶었던 ‘요정의 목걸이’였다.

진짜 요정의 목걸이는 펜던트에 붉은 빗금이 칠해져 있었다. 햇빛에 비치면 드물게 보이는 붉디붉은 빗금 말이다.

잠깐 목걸이를 꼼꼼하게 보던 나는 작게 찬탄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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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인 줄 알았는데, 이 목걸이는 진짜야.’

물론 요정의 목걸이가 희귀한 물건은 아니었다.

고대의 요정을 소환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는 해도, 요즘 요정체를 소환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으므로 비싼 값에 매매되지는 않았다.

가문의 어린아이가 선물할 수도 있을 정도이니, 그리 고가의 물건도 아니었고…….

소년도 그 사실을 아는 듯 멋쩍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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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소환은 못 해도, 그 안에 담긴 치유의 힘은 제한적으로 쓸 수 있어.”

나는 그가 건네준 선물을 보면서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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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요정의 목걸이구나, 다른 사람들한텐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아티팩트겠지만, 아기인 나한테는 소중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그의 말을 제지하지 않자 근육 시녀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쑥덕였다.

일반적으로 볼 때는 평범한 선물처럼 보이겠지. 게다가 제 주인이 제지하지 않는 상황이니까, 시녀들이 감히 나설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잔뜩 얼어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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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예상 밖의 수확이잖아?’

나는 놀란 토끼 눈을 뜨며 그가 건네준 목걸이를 손에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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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에 깃든 치유의 힘이라면, 아빠를 임시로라도 지키고 보호할 수 있을 거야.’

요정의 목걸이 아티팩트.

흔해 보이지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제대로만 다룬다면 훨씬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나는 대가 없는 호의는 믿지 않는다는 주의였다.

우리 아빠 빼고, 나한테 아무 대가 없이 호의를 주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고맙긴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랬다.

나는 입술을 뾰족한 새 부리처럼 모으고 새침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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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나한테 왜 주는 거야?”

내 질문에 소년은 살짝 말을 머뭇거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발로 땅에 박힌 돌부리를 콱 차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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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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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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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일 당장 시체로 발견되면 재미없을 거 같거든. 넌 아주 위험한 상황인데, 난 네가 안 죽었으면 하니까.”

……내가 그렇게까지 위험한 상황인 줄은 몰랐다.

역시 위험천만한 악역 가문 미르모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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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손이 살짝 떨렸다.

나를 힐끔 본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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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요정 소환도 못 하는 치유의 목걸이 따위는 나한테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야. 필요도 없고.”

그는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도 말을 에둘러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나는 그가 건네준 목걸이를 만지작대며 해사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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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요정님 목걸이, 내 목에 걸어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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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내 손이 닿아도 돼?”

그는 지금까지 당당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손을 억지로 움켜쥐었다가 다시 펴면서 부산하게 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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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런 말을 하지? 그리고 왜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거람?’

무슨 일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나는 눈매를 고이 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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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레온하르트의 덜덜 떨리는 손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의아한 표정을 짓던 찰나, 레온하르트가 결연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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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안 돼. 저주받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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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내가 괜찮다는 듯 고갯짓해도 레온하르트는 단호했다. 그는 시녀를 불러내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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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시녀. 이 목걸이를 걸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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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네. 알겠습니다.”

시녀 언니가 목걸이를 받아 든 다음 내 목에 걸어 주었다. 요정 목걸이는 찰칵 소리를 내며 목에 착 감겼다.

나는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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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힘이 조금이나마 생겼으니까, 이걸로 살아남을 확률, 1% 증가!’

그리고 미뤄 두었던 감사 인사를 진지하게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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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어! 나 진짜 진짜 행복해!”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내 머리칼을 보던 그가 어색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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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냐. 그…….”

칭찬이 민망한 듯 돌부리를 톡톡 차는 그를 보며 나는 한 가지 위화감을 발견했다.

고마워, 누구 오빠. 라고 말해야 하는데, 아직 그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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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궁금한 거 있어. 이름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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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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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 칭구니까!”

얼굴은 가면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입매에 달 꽃 같은 미소가 번진 걸 보니 내 아첨이 제대로 먹힌 듯싶었다.

흡족하게 웃던 나는 곧 악역 가문에서 비교적 괜찮은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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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이었나?’

그 사람이 비록 지명수배범이지만, 사람 하나만큼은 꽤 괜찮았던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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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하르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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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하르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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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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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귓불이 붉어진 채로 고개를 숙이며 제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겨우 떨림이 멎은 손을.

하지만…….

레온하르트라니!

내 손이 다 떨릴 것 같았다. 다리에 힘은 벌써 풀린 지 오래다.

나는 레온하르트를 알고 있었으니까.

<멜로디아의 생애>에서 아주 유명한, 아주, 아주아주 유명한 악당의 이름을 어떻게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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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군부대 하나를 궤멸시켰다는 전설의 그 악당?’

하늘색 눈에 까만 머리를 가진 소년. 얼굴에 스크래치가 막 나 있는, 사람 죽이고 타투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의, 공작가의 미친 개X끼라는 별명이 있는 그, 레온하르트가 눈앞의 가면 소년이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머리가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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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으로는, 떡잎부터 남다른 악당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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