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그만해요
#145화.
능광객과 군주 아이작의 합류.
처절한 로키 탈출 행렬은 그제야 종막을 고했다.
“······.”
먼 지평선을 넘어온 능광객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나 능광객이 로키 시티의 지척까지 접근했던 ‘무언가’ 를 저지했기에 우리가 이렇게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능광객의 백색 장포는 거대한 힘에 찢겨나간 듯 넝마주이가 따로 없었다. 인지한 것만으로도 나를 압도했던 존재 ‘무언가’ 는 칠좌(七座)마저 저런 꼴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무심히 세상을 깔아보는 그의 삼백안은 여전했다. 어떤 계기로 인해 무언가를 깔아보게 되어, 여기있는 모두를 구해낸 셈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를 향해, 극진한 예를 갖추어 올렸다.
난데없이 절을 하자 나를 제외한 이들은 ‘저거 또 왜 저래?’ 하는 눈으로 쳐다보았으나, 능광객은 이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인사를 받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나는 곧 절을 마치고 일어나 캐리어에 올랐고.
그렇게, 연방의 아픈 손가락인 로키 시티는 끝장났다.
발두르보다 큰 도시인 로키가 단 며칠도 걸리지 않아서 처참히 무너졌다. 지금은 수복한 라그나로크 시티 이후, 수십 년 만에 거대 도시를 잃은 대참사로 역사에 기록될 거다.
그 참사의 중심에 휘말렸던 나는 결국 살아남았다.
네임드 파루무치가 흙먼지 너머로 완전히 사라진 이후, 우리는 로키의 주민들과 함께 라그나로크 시티로 귀환했다.
그리고 라그나로크 시티로 가는 길에 시체들을 보았다.
···어둠만이 자욱하게 내려앉은 지상.
꽤 멀끔한 옷가지나 보호구를 걸치고 있는 시체들이, 황량한 장벽 밖을 어슬렁거리며 배회하고 있다. 하늘을 비행하는 캐리어를 올려다보는 시체들도 있었다. 그들의 초점없는 눈은 어떠한 빛도 비치지 않았다.
— 그어억!
그때, 지상을 배회하던 몇 마리의 시체가 캐리어를 무작정 쫓아 미친듯이 뛰어왔다. 당연히 저 느려터진 뜀박질로 캐리어를 잡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은 괴음을 뱉으며 계속 내달렸다.
저들은 살고 싶어 저러는 것인가.
아니면 죽고 싶어 저러는 것인가.
옷가지를 입고 있는 시체들은 라그나로크와 로키의 장벽 사이에 유독 많았고, 캐리어는 그 시체들의 초첨없는 눈을 애써 무시하며 머리 위를 날았다.
30km쯤 되는 거리가 내게는 참 길고 멀게도 느껴졌다.
* * *
라그나로크에 도착한 뒤,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희미한 온기가 감도는 신식 호텔 방.
푸우—
나는 두 팔을 베고 침대에 누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베짱이처럼 누워있는 내 입에는 담배가 물려있었다. 딱히 연초를 태우지는 않으나, 주둥이에 뭘 꽂고 있으면 기분 전환이라도 될까 싶어서.
오늘 아침, 로키 생존자들의 행렬에서 끝내 살아남아 라그나로크까지 무사히 도착한 주민들이 처음의 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러니까, 백명 중 아흔 다섯이 죽은 셈.
대습격 이후 숨 가쁘게 벌어진 일련의 과정들에서 속도를 끌어올린 초인들을 따라오지 못한 주민들은 그대로 죽어나갔다.
중간에 강력한 시체 무리에게 습격당한 뒤 뿔뿔이 흩어진 인류의 9레벨들이 그나마 분전했지만, 장벽 바깥 세상의 주인은 시체다. 대단한 무위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한계는 있었다.
라그나로크 시티에는 종남의 천려일과 무당의 진천진인이 가장 먼저 살아 돌아왔다고 한다. 카스트라 뷔에탕이 부리는 인형들도, 두 고수와 비슷한 시기에 모두 라그나로크 시티의 장벽을 넘었다.
그들은 생존자 행렬의 선두를 맡은 조. 수준 높은 9레벨 셋에 휘하에도 비범한 실력자들이 잔뜩 모여있었으니, 당연히도 가장 빠르게 장벽 밖이라는 지옥을 돌파해 도착한 것이다.
절대다수의 생존자가, 그 선두 행렬에서 나왔다.
그들 다음으로 라그나로크 장벽에 도착한 이는, 생존자 행렬의 측면을 지키던 점창의 육장도였다.
검을 귀신같이 쓰던 9레벨 검수 육장도는 장벽 바깥에서 한쪽 눈과 발목을 잃은 채 ‘홀로’ 라그나로크 시티까지 걸어왔다. 장벽 앞까지 비척대며 걸어와 쓰러졌다던가.
육장도는 대체 얼마나 강력한 시체와 전투를 벌였는지, 내상이 극심해 죽기 직전이었다고 들었다. 지금도 수술대에 올라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다.
육장도의 다음이 우리 일행과 따로 떨어졌던 마탑주, 일레힌 포이체카는 9레벨의 기사인 검주(劍主) 로저 슈베른과 우연히 조우하여 삼백 명의 주민들을 라그나로크까지 이끌고 돌아왔다.
나를 포함한 마탑의 마법사들은 일레힌 포이체카가 어디선가 생존해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음을 파악하고 있었다. 청록빛의 마력을 끌어다 쓰지 못한 이유도 그것이니.
아무튼 이로써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의 사상자는 없었다.
그 뒤로는 발할라 다섯 번째 봉우리의 주인, 무뇨즈 투르쿤은 전투중 외따로 떨어졌음에도 수십 명의 주민들을 살려 라그나로크까지 주파하는 기염을 토해냈고.
가장 마지막으로는 딜런, 그리고 내 일행은 무려 오백명이 넘는 주민들을 살려 라그나로크 시티 스테이션의 문턱을 밟았다.
그리고, 우리가 살려낸 주민들이 로키 시티의 ‘마지막 생존자’ 로 기록되었다.
······그러니까 선두를 제외하면, 끝도 없이 늘어섰던 측면과 후방의 생존자들을 전부 합해봐야 천 명도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나 죽어도···
지금, 이 세상은 어떻게든 돌아가고 있다.
로키 시티에서 라그나로크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건너온 피난민들은 따뜻한 환대는 커녕 급하게 지어놓은 임시 격리구역에 강제로 격리되었다.
로키의 주민들 대부분이 무일푼에 뒷배가 없는 평범한 이들이었으므로, 특별한 대우같은 건 바랄 수 없으리라.
그래도 주민들을 살려 라그나로크까지 온 강자들은 연방에서도 대우를 해주어, 열악한 격리구역에 처박히는 수모를 당하진 않았다.
나와 일행들은 얼마 전 중심가에 지어올린 신축 호텔에 방을 배정받아 각자의 공간에서 머물게 되었다.
질겅질겅—퉤!
입에 문 담배의 필터를 조금 씹다가 뱉었다. 맛은 없다.
나는 어제 라그나로크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다 이제야 조금 한가해진 참이었다.
화산 그룹, 사천당가 코퍼레이션, 진주언가, 시립 아카데미, 독고웅백······여기저기서 얽히고설킨 나의 인연.
그들은 목숨까지 내걸고는 나를 아수라장에서 끄집어 내주었다. 그래서 하루종일 분주했다. 그 과분함에 고개를 몇 번이나 숙여도 부족하지 않았으니.
[ 형장, 그거 아시오? ]
[ 모르겠다. ]
[ 화산이 가장 먼저 뛰어내렸소. 나중에라도 잊어버리지 마시오. 하하하! ]
[ 알았다. ]
청풍이는 라그나로크 시티 수복전과 화산 본문, 독고웅백의 심득이 담긴 메모리칩까지 나와 많은 사건들을 지나왔다. 그렇기에 매화검수들까지 이끌고 출전한 것이다. 굉장히 놀랐던 점은 초절정 경지에서 폐관에 들었던 놈이, 그새 깨달음을 소화시키고 화경의 고수가 되어 나왔다는 것.
나날이 발전하는 속도가 실로 어마어마했다.
청풍에게 칩을 내어준 독고웅백도 녀석과 마찬가지로 불세출의 천재였을 터. 필시 그 고절한 깨달음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인데······.
그 재능이야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새삼 놀라웠다. 화산에서는 별호를 화령검절 대신 검신(劍神)으로 바꿔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접을 떨었다던가. 쪽팔린다며 진저리를 치니, 그것이 또 어린 청년의 모습같아 괜히 우스웠다.
[ 그런데 형장, 내가 저번에 말했던 여인 기억하시오? ]
[ ······발할라 시립 아카데미에 있다던 천재 마법사? ]
[ 전장에서 그 여인의 목소리를 설핏 들었던 것 같소. ]
[ ······. ]
대뜸 튀어나온 그것은 루벤카의 얘기였다. 사실 나도 현장에서 보고 들었다. 미친년이 욕지거리를 해가며 시체들을 바싹 구워버리던 것을.
[ 청풍아, 너무 급박해서 잘못 들은거 아니냐. ]
[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경지에 오른 내가 잘못 들었을리가 없으니 확실하오. 나는 그 여인을 찾으러 서둘러 가봐야겠소. ]
청풍과 해후를 나누는 시간은 참으로 짧았다.
실제로 청풍은 루벤카를 찾겠다며 바람처럼 사라졌다. 아마 지금쯤 라그나로크 시티 전체를 이잡듯이 뒤지고 있지 않을까.
론 카산드라 교수가 왜 그년까지 데리고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슬프기가 그지없었다.
“청풍아, 말리지 못해서 이 형장이 미안하다.”
그렇게 청풍이 떠나가자, 다음으로는 사천당가의 당령이 찾아와 이전 당명의 일로 소가주를 보내 건네주었던 보은패를 회수해갔다.
헌데 당령은 보은패 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연신 당가로의 동행을 권했다. 품속에 묵혀만 두었던 당가의 패가 생각보다도 굉장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동행은 거절했다.
[ 패는 회수해 가지만, 당가는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기다릴게요. ]
[ 아냐, 괜찮다. 그러지 말고 나를 그냥 잊어줘. ]
[ 당가는 잊지 않아요. 그럼 이만. ]
사천당가의 당령은 날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있을 테니, 좋은 말로 할때 당가 본문으로 와달라는 협박만을 남기고 당가의 무인들과 함께 떠나갔다.
당가의 힘으로 큰 피해없이 저레벨 시체들을 쓸어버린 것은 사실이나, 왜인지 아직도 당가는 조금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 후훗. ]
카산드라 교수는 별 말이 없었다.
그저 내 앞에서 자랑스러운 얼굴로 한번 후훗— 웃고는 같이 온 사냥꾼, 아카데미 교수들과 발할라 시티행 캐리어에 몸을 실었다. 대체 아카데미의 교수들을 어찌 구슬려 여기까지 끌고 왔는지는 모르겠다. 수완이 기이할 만큼 대단한 여자다.
카산드라 교수 다음으로 스테이션에서 마주한 독고웅백도 수련은 끝이 없다는 말과 함께, 숭무교의 교인들을 이끌고 수르트로 돌아갔다. 독고웅백과 한 번의 비무가 남았는데, 그게 언제가 될런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을 떠나보낸 뒤, 호텔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대가리에서 전뇌칩을 빼고 탈출한지 이제 2년을 겨우 넘긴 내가, 멸망으로 달려가는 세상의 끝을 조금이나마 늦추어 보겠다며 한 다짐이 떠오른다.
그 대담한 다짐을 시험해보겠다는 듯 나타난 파루무치는 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확신하게 된 것이 있었다.
“강하다.”
“응? 뭐가?”
침대 옆에 걸터앉아 꼼지락대던 슬레모킨이 되물었다.
“시체들은 일반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몇 단계는 위다. 이름있는 놈들일수록 그 정도가 더한 것 같은데.”
“그야 뭐, 어쩔 수 없지. 괴물의 발구름 한 번에 지진이 일어난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주민들이 좋아라 하겠어? 그냥 기괴하고 공포스럽기만 할걸. 모르는 게 약이지.”
나는 그녀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했다.
압도적인 거체가 주는 위용.
격이 다른 요기에 실로 불합리한 재생력, 살갗이 열리거나 눈과 입의 위치가 뒤집히는 등의 기괴한 전투 방식.
무식한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게 지능도 높아서, 다가오는 능광객과 아이작의 기운을 느끼자마자 일찌감치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 파루무치라는 놈을 한 번 마주하고 오니, 살아남은 인류의 마지막 도피처인 시티 장벽이 요즘따라 낮게만 보인다.
한 번 시체들에게 빼앗긴 전적이 있는 라그나로크의 장벽이라 괜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가.
뭐 그래도 목적 없이 살다 세상이 생지옥이 되는 꼴을 지켜보는 것보다야, 미리 알고 다음을 대비하는 게 훨씬 낫겠지.
“큼큼.”
좋다. 대비 끝.
덜컥!
내가 급히 목청을 가다듬는 사이, 아이작이 호텔방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고.
나는 어젯밤 이 작은 호텔방에 나와 슬레모킨을 반강제로 집어넣은 아이작을 향해, 사내다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제가 앞으로 할 일이 많아, 혼인은 힘들 것 같습니다.”
“내 딸아이와 하룻밤을 보냈지 않나.”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어째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설마 약혼하겠다는 말이, 그저 가볍고 철없는 장난에 불과했던 건가. 인간들은 요즘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나 보군.”
“······.”
냉담한 아이작의 반응에 나는 슬레모킨을 흘긋 바라봤다. 간밤에 자기가 생각해도 호텔방에 욱여넣은 것은 아버지가 좀 너무하셨다며 따끔하게 말해주겠다던 그녀였다.
곧, 귀를 쫑긋 세운 슬레모킨이 아이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그만해요.”
“······.”
그만해요? 설마 저게 끝이란 말인가.
아.
이거, 엘프들과는 쉽게 엮이지 말았어야 했군.
* * *
칙칙한 적안을 가진 인형.
와인으로 목을 축인 뷔에탕이 입을 열었다.
“오백명 넘게 살렸다고? 제일 후위에 있었으면서?”
선두 행렬에 포함된 덕에 살아남은 수많은 주민들에 비하면 오백명은 아주 적은 수였으나, 동행한 주민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살려왔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카스트라 뷔에탕의 기준에서는 무가치한 이들을 살리기 위해, 가치있는 실력자들이 목숨을 배팅해 무모한 여정을 한 것과 다름없었으니.
생존률이 가장 높던, 로키 행렬의 가장 선두에 있던 뷔에탕도 라그나로크까지 주파하는 과정에서 그간 모아온 정예 인형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뼈가 시린 손실. 대형 세력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수도 있는 대전력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그들을 습격한 시체들이 굉장히 강했다는 것.
“그런데 여차저차 구원이 왔다고 해도 오백명. 게다가 그 녀석 한 명 살리자고 뛰쳐온 면면들도 정말 하나같이······화려하네.”
하지만 무슨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얘기를 전해듣자, 뷔에탕은 연신 터져나오는 실소를 참지 못했다.
“심지어 딜런, 당신도 그 사이에 끼어서 싸웠다고?”
“······.”
“풋, 진짜 말도 안 돼.”
게다가 로키 시티를 주름잡던 대군벌인 딜런도 그들의 영웅행에 포함되어 있었다. 저 인간, 장벽 밖이라 잠시 미쳐버린 게 틀림없지 않을까?
뷔에탕은 약간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조용한 음성으로 읊조렸다.
“그래도 스토리는 좋네.”
지금의 연방정부는 로키 시티의 멸망이라는 엄청난 대악재를, 온갖 영웅적인 스토리들로 덮어보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미디어들이 기적과도 같은 그 이야기를 칭송하며 연일 특보를 때렸다. 연방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연방군을 좆, 개새끼 등으로 지칭했던 ‘젊은 영웅’ 사건 마저 이번의 활약으로 인해 온데간데 없이 가볍게 묻혀버릴 정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잠시 뒤, 와인을 비운 뷔에탕은 흥미롭다는 기색으로 물었다.
“그래서 그 아이랑 뭘 해보겠다고?”
흥미로워하는 뷔에탕의 물음에.
딜런이 흉터 가득한 얼굴을 긁으며 답했다.
“로키 시티는 옛날부터 군벌들의 세상이었으니 마음대로 활개쳤지만, 여기서는 쉽지 않을 거다. 특히 지금은 더 그렇지. 밑에 있는 놈들은 죄다 뒈져나갔고, 쌓아온 기반도 로키에 모조리 두고 왔으니까.”
“아쉽게도 난 그렇지 않은데. 아무튼 그래서~?”
“그 레반이라는 놈한테 회사 하나 차리자고 제안해볼 생각이다. 여기 라그나로크는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도시다. 일찍 자리 잡아서 나쁠 게 없지.”
“······.”
회사를 차리겠다는 말은 곧.
라그나로크 시티에 하나의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겠다는 뜻.
고상하게 팔짱을 낀 뷔에탕이 눈앞의 딜런을 지그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