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낙오
#137화.
그것은 돈오(頓悟)였다.
나는 한순간 문득, 또는 홀연히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는 실마리를 붙잡아 갈무리해 심득을 얻었다. 그 끔찍한 존재를 목도한 뒤, 능광객의 발치에서 말을 쏟아내는 것만으로 어떠한 이치를 깨달은 것이다.
육체의 토대를 이루는 피와 살. 정(精).
심신을 움직이는 힘과 생명. 기(氣).
인간의 정신이자 의식. 신(神).
세 요소는 상호 합일해야 정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경지가 무르익기도 전에 활짝 열려버린 상단전을 의식적으로 닫아버렸다.
정기를 갈고닦아 신을 따라가려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완숙한 화경의 경지까지 급히 가있던 신을 끌어내려버린 것이다.
그랬더니 본래 그곳에 길이 있었다는 것처럼 무형의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길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가본적이 없는 길이라 막막한 줄로만 알았더니, 단계를 밟지 않고 무작정 앞서간 탓에 다른 두 요소를 어떤 길에 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높은 구름 위에서는 지상의 길이 보이지 않듯.
상단전을 닫자, 육체라는 토대에 자리잡은 충만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나의 흐름 또한 어째서인지 원활해졌다. 아니. 높아진 눈이 낮아지니 이제야 원활하고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것인가.
편히 내려놓으니 안정감이 생겼다.
몸에 맞지 않는 무거운 옷을 입고 있다가, 이제야 맞는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한결 편해지고 수월해졌다. 육체의 협응력이 나의 의지를 즉시 반영했다.
다만, 상단전을 억지로 닫은 터라 확장되어 있던 기묘한 감각들이 다시금 닫혀 원래 느껴지던 것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또렷하게 인식되던 세상이 허전하게 희미해졌다. 굳건했던 정신력도 약간 깎여나가는 듯한 느낌. 이전보다 명경지수의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을 듯했다.
대신 정기신이 들어맞는 지금의 상태에서 올곧게 쌓아 나간다면 화후가 순식간에 깊어져 완전한 9레벨의 경지에 오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잡힐듯 말듯 간질거리는 느낌이 단전에 연신 와닿았다.
이를테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비록 정기신은 본래보다 밑쪽에서 합일하였으나, 뜻과 의지를 더 잘 발하는 육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일 보 후퇴라고는 하나, 시시각각 상황이 틀어지는 전장에 조금 더 적합한 몸은 이쪽일지도 몰랐다.
이 상태에서 딜런과 다시 한번 전투를 벌인다면 양상은 아예 달라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벨 수 있을 것이다. 정기신이 합일하였으니 검과도 혼연일체되어 검이 곧 나의 수발과 다름 없을 터.
꽈과과과광—!!!!
그때, 귓전으로 들려오는 거대한 굉음.
“······.”
나는 지난 상념을 갈무리하고 밖을 내다보았다.
현재, 라그나로크 시티 방향으로 이어지는 로키의 길목.
태산마저 오시할 거대한 자연재해가 일대를 뒤집어 엎고 간 듯, 백 미터는 될법한 폭으로 새로운 길이 생겨났다.
그리고 아직도 생겨나고 있다.
단 ‘한 명’ 의 전율스러운 무위에 의해.
어마어마한 귀기를 풍기는 도(刀) 한 자루를 찬, 경지조차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백색 장포의 절대고수.
“능광객.”
쿠르르르르릉—
신동경부터 로키의 외곽 장벽까지의 거리가 죄다 뒤흔들린다.
식인을 일삼으며 제집 안방처럼 로키를 휘젓고 다니던 수천 수만의 시체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와 함께 말 그대로 분쇄된 탓에,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다.
저것이 한 도시를 맡은 칠좌의 진정한 힘.
실력을 내보인 능광객은 신동경의 경계에서 로키 장벽 앞까지 가로막는 모든 것을 일직선으로 쓸어버려 길을 낸 뒤, 허공을 강하게 박차고는 장벽 바깥으로 쏘아졌다.
떨어지는 혜성과도 같이 잔상만을 남기며 쏘아진 능광객. 그의 거대히 부풀어오른 기운이 삽시간에 공간을 뛰어넘어 로키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능광객은 ‘무언가’ 를 막기 위해, 심후한 공력이 담긴 육합전성만을 남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 가거라. 막을 터이니.
이윽고.
카스트라 뷔에탕이 조종하는 인형들이 전방을 새카맣게 수놓으며 뛰어올랐다.
그 순간 나는 몸을 돌려, 로키 전역에서 끌어모은 결사의 전력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안면에 초조한 긴장의 빛이 어려있었다.
인간을 상대하는 것과 시체를 상대하는 건 다르다. 직전 딜런과의 싸움에서, 팔 하나 내주고 목을 벤다···같은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무엇 하나도 내주면 안된다.
곧장 감염이 일어나 시체로 변할 테니.
장벽 밖에서는, 녹슨 못 하나 잘못 밟았다가 순식간에 감염이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4~5레벨쯤 되면 고작 못 따위에 상처입지 않고, 총탄마저도 버텨내는 내구성을 지닌 이들이라지만 대비는 철저할수록 좋았다.
대비가 철저한 이들만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고.
대단한 초인들이나 7, 8레벨급의 수준 높은 정예들이라고 해도 그런 상황은 다르지 않다. 각자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총기들이나 화기류를 챙겼고,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피륙을 가리는 각종 보호구를 부족하지 않게 둘렀다.
그리고······눈대중으로도 셀 수 없는 로키의 주민들.
신동경까지 생존해 모여든 시티 주민들의 행렬이 결사의 준비를 마친 그들의 뒤편으로 끝도 없이 늘어나 있다.
코딱지만한 도시에 지하며 쪽방이며 억 단위씩 모여사는 세상이다.
돈 있는놈. 돈 없는놈.
총이라도 있는 놈. 날붙이도 하나 없는 놈.
세세하게는 자영업자, 카지노 호텔 직원, 사채꾼, 고급 콜걸······그들이 부리는 휴머노이드와 안드로이드등등.
그들의 행렬을 보며, 내가 대체 얼마나 많은 군중을 라그나로크로 옮기자고 제안한 것인지 당최 실감이 나질 않았다.
저 끝도없이 늘어선 이들의 목숨이 나의 손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 나는 못 간다고오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여, 로키에 남겠다는 주민들도 꽤 있었다.
모두가 필히 떠나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나···
극히 부정적인 개소리만을 지껄이는 인간들.
마약과 술에 진하게 절어 방해만 되는 이들.
이미 좌절하여 심신이 폭삭 무너져내린 이들.
공포에 질려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는 놈들.
괜한 객기를 부리며 난동을 피우는 범죄자 양아치들, 어차피 죽을거 미리 변절하겠답시고 강짜를 놓는 구제 불능들, 혼란을 틈타 마구 칼부림을 벌이는 놈들.
— 우리는 편안하게 가고 싶습니다.
또, 로키에서 태어나 로키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이들까지.
이해한다.
각자 다른 경험과 삶을 산 객체.
모두가 같은 생각일 수 없는 노릇이고, 모험심과 기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위험을 수용하는 범위도 방법도 다르다.
무조건 같이 떠나자며 강요할 여유와 시간도 없다.
— 다른쪽 경계도 얼마 못버텨! 10분 내로 출발해야 해!
당장 신동경으로 괴물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그렇다면.
지금 낼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 * *
“······저들로 이제 끝인가?”
에센스를 들이켜고는 마나를 잔뜩 흡수한 딜런이 로키에 끝까지 로키에 남아 죽겠다고 선택한 군중들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젠장, 전대미문의 대참사에 나도 손을 거들게 됐군.”
이번에는 자리에 있는 누구도 딜런의 행사를 막지 않았고, 나도 그를 막지 않았다.
콰아앙!
이윽고 남겠다고 선언한 주민들 쪽에서 굉장히 강대한 파동이 일어나더니, 태양처럼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후욱 불어왔다.
화르르르륵—!
곧, 살이 불타는 향과 연기가 주변을 메웠다.
끔찍한 비명이나 울음소리는 일절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상단전을 미리 닫아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세계를 인식하는 감각이 무뎌지니, 저런 불쾌한 감각들에서도 약간은 벗어날 수 있었다.
“······좆같은 애송이, 이게 전부 너 때문이다.”
붉은 실핏줄이 선 사내의 눈.
파리해진 안색의 딜런이 입을 푸들푸들 떨며 돌아오자, 남아있던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발했다.
끝없이 늘어선 생존자들의 행렬 뒤에서, 칠좌라는 거인이 낸 길을 따라 저 어둡고 광활하며 척박한 장벽 바깥으로.
···
그때, 어깨 위에 붙어있던 종후표가 재잘거렸다.
“괜찮다. 어차피 저들은 자기가 죽는 순간을 인지조차 제대로 못 했을 거다. 만약 내버려두고 떠났으면 금세 산채로 잡아먹힌 뒤에 시체꼴이 되어 주민들의 피냄새를 쫓아왔겠지. 탈출 가능성은 더 낮아질 테고. 아! 그리고 정치란 걸 하다보면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손에 피와 오물이 좀 묻어야 하는 상황들이 꽤 있어. 선역인 영웅이 있으면 악역을 자처하는 칼잡이도 꼭 필요하거든. 그래야 극이 완성되는 거다.”
치이이익—
재잘대는 종후표의 말을 듣던 내가 돌연 광선에 공력을 밀어넣자, 양쪽 검면에 진득하게 들러붙은 ‘사람 핏자국’ 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후두둑-
종후표가 말을 이었다.
“······물론, 네가 마지막까지 남아서 그 둘을 전부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욕심이 많은 편이군. 나중에라도 정치계에 발을 들여봐. 필시 큰 거목이 될 거다.”
발걸음을 재촉해 떠나는 나의 뒤로, 목이 잘린 시신들의 산더미에서 싯푸른 마력의 불길이 높게 치솟아 올랐다.
화르르륵—!
지독한 살 탄내가 진동했다.
* * *
장벽 밖은 칠흑처럼 어둡고 습했다.
로키 탈출 행렬의 선두이자 나침반은 카스트라 뷔에탕이 부리는 인형들과 마피아 세력, 무당의 진천진인, 종남의 천려일을 비롯한 무림계 고수들이었다.
근방의 지도를 머릿속에 박아놓고 라그나로크 시티까지 방향을 곧게 잡은 그들은 묵묵하게 행렬의 맨 앞에서 일점을 돌파해 나갔다.
무당 특유의 면면부절한 태극검이 현묘한 검광을 발하며 유려하게 시체들의 머리를 베어넘기고, 종남의 검은 무겁고 단단하게 떨어져 일대 전체를 거센 광풍으로 물들였다.
양쪽 측면 대열은 점창의 육장도와 검주 로저 슈베른, 다섯 번째 마탑주가 각각 맡아 지휘하며 주민들을 보호했다.
육장도의 검이 번뜩이면 반드시 스무 마리 이상의 시체가 전신에 구멍이 뚫려 쓰러졌으며, 검주인 로저 슈베른이 검을 한번 휘두르면 수십 미터 크기의 마력 다발이 분분히 뻗어나가 시체들의 허리를 통째로 갈라냈다.
꽈르르르릉—
다섯 번째 마탑주는 마력으로 뇌운을 형성했는데, 괜히 마탑주의 지위에 오른 게 아닌지 단숨에 천 마리는 될법한 시체 무리가 전류에 튀겨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익어갔다.
그리고 내가 있는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과 군벌 딜런의 세력은 행렬의 가장 후방을 맡았다.
어딜가나 살육의 향연. 우리는 고작 수십 미터 전진하는데 적어도 수천 마리의 저레벨 시체를 죽여 작은 동산을 쌓았다.
아무래도 한 도시의 실력자들이 전부 모인 이쪽도 보통의 무력이 아니었다. 안드로이드와 휴머노이드를 바깥에 내세운 덕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죽음의 땅인 장벽 밖을 희생자도 내지 않고 주파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잠시였다.
콰과광—!
로키 장벽 밖으로 탈출했을 때부터, 시체들은 정말 끝도 없는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결국에는 행렬의 바로 근처까지 밀려난 방어선에서 숱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중 바닥을 뚫고 튀어나온 두더지의 손아귀에 붙잡혀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간 주민들도 많았다.
설상가상.
“······.”
먼 지평선 너머에 자리하던 까만 구릉의 정체가 산이나 언덕이 아니라 시체들이 뭉쳐 형성한 ‘살덩이의 파도’ 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행렬의 긴 끝이 로키 장벽을 한참 지나온 상태였다.
······그 후로는 정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로키로 되돌아가는 길도 방법도 없었다. 시티의 병원과 의원들을 전부 털어 구해온, 효과좋은 각성제를 최대치로 복용했음에도 다리와 전신에 힘이 풀려 행렬에서 낙오되는 주민들이 점점 늘어갔다.
탕—! 타앙—!
으아아악-
심지어 총을 든 주민 몇이 극도로 겁에 질려 마구잡이로 방아쇠를 당겼다. 눈먼 총탄에 무고한 희생자가 나왔다. 그들을 신경써줄 여력이 없어서 일단 마법으로 총을 부숴버렸다.
푹!
그런데 총을 산산조각냄과 동시에, 총을 난사하던 주민의 다리에 웬 갈고리가 푹 찍히더니, 순식간에 땅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내버려 두었어야 했나.
나는 어찌 했어야 했는가.
“······.”
이제는 지능도 없는, 자잘한 시체들이 무리를 지어 밀려오다 어느 순간부터 강력한 5~6레벨급 놈들이 때때로 끼어들어 주민들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한 번은 8레벨 끝에 육박하는 시체가 기척도 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꽤 멀쩡하게 유지되던 중간에서 행렬에 사상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허리가 뚝 끊어먹히듯. 전력들이 나서 그 공간을 즉시 메웠으나 눈앞의 공포에 잠식된 주민들의 사기가 지하까지 떨어졌다.
길고도 긴 주민들의 행렬. 대단한 초인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해도, 그 긴 전선을 완전히 방어해낼 수는 없는 탓에.
그리고.
···거기까지가 약 10km 가량을 이동했을 시점.
말하자면 앞으로 이런 일을 최소 열 번 이상. 혹은 이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상황을 직면하고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와중에 하필 내가 있는 후방의 상황이 가장 좋지 못했다.
비교적 앞서있다가 체력이 없어 처진 주민들이 후방의 행렬로 밀려나기 바빴고, 선두에서 죽어나간 끔찍한 시신들을 눈에 담아가면서 걸어야 했으니.
서거걱—
목이 세 개인 놈을 베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까마득해 보이지도 않는 로키의 장벽.
탈출 행렬이 점점 로키 시티에서 멀어질수록, 생전 처음보는 이형의 괴생명체들이 인간의 피륙을 탐하며 달려들었다. 공포에 질려 미쳐버리는 주민들이 기하급수로 늘어갔고, 온갖 능력과 힘을 지닌 시체들의 등장은 출발한 지 40km쯤부터 그야말로 절정에 이르렀으며······
어찌어찌 통과해 70km를 지나던 어느 순간.
9레벨급의 강대한 시체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 기습을 해왔다. 9레벨급만 따져도 적어도 다섯은 되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우리 행렬을 따라오고 있었을 것이다.
— 도, 도망쳐라!!!!!
그에, 생존한 인류의 행렬은 끝끝내 갈기갈기 찢어져버렸다.
단 몇 분만에 천지사방이 피바다로 변했다.
격렬한 전투의 광풍이 몰아쳤으며, 아군의 모든 9레벨이 각자의 전심전력을 끄집어내 기습한 놈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정예로 여겨지던 병력들도 부상을 입고 뿔뿔이 흩어지거나 죽어나갔다.
후방을 지키던 마탑 역시도 커다란 전투에 휘말렸고, 나도 인간을 사탕처럼 녹여먹는 시체를 상대로 검을 출수했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시체들을 베어간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전투를 끝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로키에서 70km 떨어진 어느 폐허에.
“······.”
낙오되었다.
“으으······아파라.”
“형님, 얼마나 남았습니까?”
“······.”
내상을 크게 입은 슬레모킨과 눈빛으로 배터리 부족을 호소하는 아힘사.
입에 피를 묻히고 시끄럽게 헉헉대는 루돌프놈.
잔뜩 지친 채, 머리가 헝클어진 루베르겐 집행관.
전투에서는 별 도움도 안 되는 앵무새 종후표.
— ······.
더해서 겁에 잔뜩 질린 소수의 주민과 함께.
자그마한 불빛 하나 없는 장벽 벽의 폐허.
사위가 지독한 어둠에 잠겨들었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로키 시티가 공격받고 있다는 뒤늦은 특보가, 개방의 백만방도 포털을 통해 전 연방으로 신속하게 전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