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군벌 도시, 로키 5
#126화.
예상치 못한 정적이 흐른다.
최상층에는 요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도 않는 레반.
스르륵-
그를 바라보던 여인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인의 몸을 가리던 붉은 얇은 가운이 흘러내렸다.
눈처럼 흰 피부의 나신이 베일을 벗은 것이다.
실로 육감적이고 고혹적인 미인.
거기에 더해 끈적하면서도 기묘히 사람을 홀리는 분위기에, 사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혹할법한 광경이었다.
허나, 레반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는 물색있는 사내임을 자처하는지라, 저런 ‘가짜’ 나신에 욕정이 일지는 않는 것이다. 아무리 한창때인 청년의 몸이라도 그간 살아온 세월이 있었다.
후우우—
깨진 유리창 안쪽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침대와 거울, 소파등의 편안한 가구만 놓여있는 플라자 빌딩의 최상층.
“본신?”
괴상한 레반의 반응에 헐벗은 여인은 입술을 가볍게 짓씹었다.
이상하다.
어떤 누구도 자기 본신과 인형을 쉬이 구분할 수는 없을 텐데.
“무슨, 본신은 네 앞에 서 있잖아?”
“그게 본신이라면 아줌마라는 말에 화를 낼 리 없다.”
“······.”
여인은 즉시 인상을 구기면서도 입을 조개처럼 다물었다.
할 말을 찾아봤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저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 ······흐음. 】
깜빡-
황금빛 플라자 빌딩 어디선가, 카스트라 뷔에탕의 본신이 눈을 떴다.
실제로 최상층에서 레반을 기다리고 있던 고혹적인 여인의 육체는, 카스트라 뷔에탕이 공들여 꾸며놓고 마력을 이어놓은 ‘교접 인형’ 에 불과했다.
남자와의 성행위만을 위한 인형. 그저 아름다운 여인의 육체가 한심한 수컷들을 홀리고 다루기 좋아 사용하고 있을 뿐, 뷔에탕의 본신은 플라자 최상층에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저 남자는 백 기가 넘는 인형과 전투를 벌였다. 신동경의 길거리에는 뷔에탕이 소중히 모아온 인형들의 사체가 가득 널려 있었다. 그들의 피는, 신동경 거리에 깔린 카펫에 스며들고 있다.
그래도 뷔에탕은 상관 없었다. 이미 몇 번 가지고 놀다 질린 사내들이고, 대신에 매우 흥미로운 먹잇감이 제 발로 나타났으니까. 그것도 아주 맛있게 잘 익은 먹잇감이다.
교접 후에는 마음에 들면 곧장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어 여생을 함께할 것이었으며, 마음에 들지 못하면 처참하게 가지고 놀다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카스트라 뷔에탕은 교접 인형과의 정신적인 교감을 높이기 위해 근처에 특별한 방을 준비해놓고는 즐길 준비까지 마쳐둔 상태였다.
그런데······.
이토록 잔뜩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서는 막상 재미없이 나온다 이거야? 가만히 누워있을 테니 죽이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아니.
그따위 무기력한 반응을 보려고 기다려준 게 아니야. 그렇게 시시하게 끝낼 일이라면 수르트 시티에도 가지 않았어.
툭···툭···
카스트라 뷔에탕은 손가락을 툭툭 두들겼다.
【 게다가 몸을 섞고 싶다면, 본신을 드러내라? 】
처음에는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바닥에 뻗어버리니, 아무래도 정신을 공격하고 있는 자신의 마력이 효과를 보았다고 여겼다.
강대한 자신의 마력이 지금도 저 남자의 정신력을 시험하고 있다. 그렇기에 본래 지금쯤이라면 지칠 대로 지쳐 마력의 뜻대로 움직여야만 했는데······.
그랬는데······.
저 남자는, 어째서 아직까지 멀쩡한 것일까.
이전에는 저주마법도 제 힘으로 흩어내지 못하는 수준이라 발할라 마탑까지 가서야 겨우 풀어냈던 자가, 이제는 그 몇 배나 되는 마력을 혼자서 버텨내고 있다고?
그새 9레벨의 벽이라도 훌쩍 뛰어넘은 걸까 아니면.
【 그래, 나의 힘이 예전같지 않아 그렇겠구나. 】
화산 근방에서 하오문주에게 당한 후유증이 아직도 뷔에탕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때는 정말로 위험했다. 그러니 뷔에탕 그녀로서는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할 시기였다.
하지만.
현재 나신으로 변한 인형의 목덜미는 익은 복숭아처럼 붉다. 인형과 마력으로 이어진 뷔에탕의 몸도 흥분으로 달아올라 있다는 얘기.
저 남자가 뷔에탕의 인형들을 무참히 죽인 것과는 관계없이, 그녀의 강력한 성욕은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다. 현재 뷔에탕에겐 저 남자의 전투를 보며 쌓인 욕구를 풀어줄 도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도구는, 저 남자여야만 하는데······.
방금의 전투를 보고부터 너무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순순히 넘어오질 않는다. 정신력도 생각보다 강하고.
뷔에탕은 머릿속이 점점 흐려지는 듯해 초조하고 애가 탔다.
도구가 눈 앞에 있는데, 쓸모없이 지체되는 시간이 아깝다. 저 남자를 눕혀 몸을 섞어보고 싶은 욕망은 들불처럼 일어나 머릿속을 괴롭혔다. 주체하기 힘든 그 욕구를 겨우 억누르는 중인 뷔에탕은, 점점 탁상을 치는 속도가 빨라졌다.
툭···툭···
카스트라 뷔에탕은 신동경을 벗어나지 않는 한, 함부로 본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수르트 남경으로의 원정은 특별한 경우에 해당했다. 수많은 인형을 효과적으로 조종하려면 본신이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조종하는 인형들을 통해 세상과 교감하고 움직인다. 마력을 눌러 담아둔 인형은 곧 뷔에탕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인형은 싫고 본신을 꺼내 놓으라니. 저런 말은 ‘마피아 토벌전’ 때나 들어봤던 말인데······
정말로, 버릇이 없는 남자다.
“네 말대로 로키 시티의 카스트라 뷔에탕을 찾아왔다. 사지 멀쩡히 올라오라기에, 다 붙여서 올라왔다. 헌데 환영인사는 발가벗고 유혹하는 인형이 끝인가.”
“이름이······레나였나?”
남자가 다시금 말문을 열자, 이번에는 뷔에탕도 인형의 입을 빌려 맞받아쳤다. 그녀가 조종하는 인형의 혀가 뱀처럼 움직였다.
레나라는 이름이 나오자, 남자의 얼굴이 찰나간 굳었다.
“······.”
“얼굴 보니까 맞구나. 그 꼬맹이가 그렇게나 소중해?”
이윽고.
“여기까지 직접 올라온 것도 기특하고, 하오문주가 신경쓰여 심하게 굴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는데······상당히 주제넘게 행동하네.”
스아아악—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뷔에탕은 기세좋게 마력을 조종해 레반의 정신을 본격적으로 침범했다. 성욕이 들끓어 어서 굴복시킨 다음 색정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남자, 레반은 역시나 요지부동이었다.
정기신의 균형도 틀어지고 정신적인 경지도 뷔에탕보다 아래에 머무르던 예전이라면 당연히 버티지 못했겠으나, 지금의 레반은 넉넉히 버텨내고 있었다. 이룬 경지가 그때와는 격이 달랐다.
피투성이인 외형에 비해서 크게 다치지도 않았다. 그저 피를 많이 본 탓에 진이 빠졌을 뿐.
그 뒤로도, 뷔에탕의 정신공격을 레반은 버텨냈다. 정신을 침범하려는 뷔에탕의 마력을 여유롭게 막아내는 레반. 고요한 둘의 대결은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기를 무려 십분여.
【 ······계속 버텨? 】
부득-
뷔에탕은 진해져만 가는 농밀한 욕정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굉장히 신경질적으로 이를 갈았다.
남자는 플라자 최상층까지 올라오는 동안 이미 자기 노예가 되었어야 했다. 분명 그랬어야 했다고.
어째서인지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카스트라 뷔에탕은 점점 더 몸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츄릅-
자신이 조종하던 여인의 통제조차 버거워 침을 흘릴 정도였다. 이제는 머릿속에 해무가 낀듯 너무도 흐려졌다.
적어도 몇십 년간 욕정을 이리 오래 참아본 적이 없다. 원하면 취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딴 고민을 하고있어야 하지?
오로지 남자를 탐하고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변절까지 마다하고 로키의 군벌로 남아있는 뷔에탕이다.
······터져나온다.
계속 이러다간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올 거다.
아니나 다를까.
【 하······. 】
누워있는 남자의 혈관 하나하나가 뷔에탕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흐르는 땀과 피, 최상층의 시원한 공기마저도. 모든 것이 뷔에탕의 본신을 부르는 듯했다.
“레나란 년, 죽여줄까? 그냥 일어나.”
결국 뷔에탕은 더 늦어지기 전에 여인을 조종해, 스스럼없이 레반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남자를 게걸스레 탐해버리—
서걱.
무언가, 순식간에 목이 잘려 허공을 날았다. 정신 침식을 버티던 레반이 바닥에 꽂아둔 검집에서 광선을 뽑아 여인의 목을 그어버린 것이다.
뷔에탕도 당황스러워할 정도로 쾌속한 검이었다. 이전까지는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
여태까지 숨겨두고 있었던 건가?
콰과과광!
목이 날아가고 나서야 방 안을 휩쓸어 버리는 패도적 기파.
그의 전신에서 일어난 그 거대한 기운은, 방 안을 엉망진창으로 뒤집어 놓고서야 사라졌다.
레반은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뷔에탕, 내게 와라.”
“······.”
“또 인형을 보낸다면 가차없이 베고 나가겠다. 하지만 본신으로 온다면 얼마든지 밤을 보내줄 수 있다. 그리고.”
“?”
“그 대가로 레나는 내버려 둬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하지.”
“······!”
인형들의 목도 서슴없이 베고 올라온 남자였다.
방금 같은 검법을 쓴다면, 인형만으로도 어쩔 수 없다. 더해서 마력을 통한 정신 침식도 통하지 않는다. 도망치려 한다면 분명 까다로울 것이었다.
그런데, 의지가 굳어보이던 저 남자가 처음으로 간절히 청한다.
“그 꼬맹이만 내버려두라고?”
뷔에탕의 뇌리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지는 듯했다.
그녀의 이성이 억지로 눌러놓았던 욕정이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려 한다.
뒷목을 시작으로 그녀의 전신이 뜨겁게 물들었다.
쉽게 겪기 힘든, 특정하고 자극적인 이 상황이 뷔에탕의 이상적인 욕구를 더없이 부추겼다.
콰곽!
와중에, 레반은 바닥에 꽂힌 검집에 다시 광선을 납검했다. 인형을 보내면 얼마든지 더 베어주겠다는 듯. 꼭 서약을 하는 기사처럼.
【 아아······진짜로? 고작 그걸 위해서? 】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어 버리자, 뷔에탕은 더 이상 인내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고작 저 말 한마디에 쾌감의 절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로키 신동경의 지배자인 뷔에탕은, 색욕이라는 인간의 본능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자리를 지키던 이성도, 점차 본능에 밀려 문드러진다.
아끼던 인형들이 대거 죽었음에도, 저 남자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이제 뷔에탕의 정신은 오직 한 곳에만 쏠려있었다.
보고싶다.
저토록 단단한 남자가 침대위에서 제발 그 여자만큼은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꼴을 보고싶다. 욕구에 몸부림치다 결국 좌절하고 절망하는 꼴을 눈으로 보고싶다. 처절하게 가지고 놀고 싶다. 무참히 꺾어버리고 싶다.
세상에 그렇게 사랑스러운 꼴이 또 있을까?
······지금의 상황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이상향이다.
뱃속 깊은 곳부터 울컥거리며 솟구친 역한 욕망이, 뷔에탕의 뺨을 불그레하게 달구었다.
뷔에탕에겐 마약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적 쾌락.
세상의 모든 것이 환하게 다가왔고, 더 이상 흥분을 감추지 못한 뷔에탕이 수분 가득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 그러면, 다 벗어봐. 】
그 말에, 남자는 실제로 입고있던 옷을 망설임없이 벗어 깨진 창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총기는 물론이고 그 어떤 것도 없는 완벽한 나신.
목이 사라진 여인의 몸처럼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나신이 되었다. 주변에는 이제 남아있는 옷가지가 없었다.
뷔에탕은 입에 한가득 고인 침을 삼키며 이어 말했다. 설마 이것도?
【 ······바닥에 박힌 검도 던져버려야지? 】
콰득!
남자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검집을 뽑았다.
로키 신동경의 지배자인 뷔에탕을 몇 번이나 당황시킨 남자가, 무장해제까지 해가며 제 여자를 지키기 위해 몸을 기꺼이 바치겠다는······그 식상하면서도 결연한 의지와 기개.
이제는 가치가 있다.
본신을 보이고도 남을 가치가.
저 남자는 감히, 본신과 직접 몸을 섞을 가치가 있다.
휙!
남자가 마침내 검집까지 창밖으로 던져버리자, 마력을 통해 그것을 느낀 카스트라 뷔에탕의 입은 찢어질듯 벌어졌고.
【 ······. 】
이제 뷔에탕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뚜벅.
뚜벅···.
흥분을 숨기지 못하고 달아오른 여인.
카스트라 뷔에탕이, 플라자 최상층의 방 안으로 날아 들어간다.
뷔에탕은 자신이 지극히 아끼는 8레벨의 인형 여럿을 사방면에 세우고, 얼굴과 몸은 성녀처럼 천으로 가린 채 레반의 앞에 나타났다.
최상층의 방 안으로 서서히 발을 들이자—
아까전 기파에 뒤집어진 침대는 세워져 있다. 거기에는 조금의 수치스러움도 없는 표정의 레반이 뷔에탕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무기도 무엇도 없다. 창밖으로 전부 던져버렸으니. 검을 귀신같이 쓰는 남자가 검을 던졌다. 말인 즉, 이제 어떠한 대응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 아름답고도 결연한 광경에, 끝까지 경계하던 뷔에탕의 이성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 ······하아. 】
뷔에탕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했다.
인형들을 뒤에 세워둔 채로,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그녀의 역한 본능이, 녹아 사라진 이성 위에 자라났다.
뷔에탕은 끔찍하리만치 붉게 달아오른 육신에 본능을 내던졌다.
콰곽!
우선 뷔에탕은 그 남자의 목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참을 수 없는 욕정이 일어 뜨겁게 입을 맞추기 위해서. 이 멍청하면서도 기개있는 남자를 철저하게 유린하고 싶어서. 달아오른 숨이 후욱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스걱-
입을 맞추기도 전에.
뷔에탕의 앞에서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사람의 살갗이 주욱 갈라지는 듯한 이상한 소리.
분명, 그녀의 몸에서 난 소리는 아니었다.
첫 교접을 방해받아 눈가를 살짝 찌푸린 뷔에탕이 천천히 고개를 내리자, 그 이유가 눈에 들어왔다.
줄줄 흘러나오는 피.
【 ······자해? 】
레반이 어떤 기미도 없이, 갑작스레 복부를 할복하듯 가른 것이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모여 있었는데, 이미 복부의 상처가 벌어져 피가 새어나왔다. 찰나간이라 말릴 수도 없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푸욱.
레반은 실실 웃으며 복부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푸화악!
갈라진 상처 안쪽에서, 핏덩이와 함께 웬 종이들을 한움큼 잡아 꺼냈다. 욕정에 녹아 문드러진 뷔에탕은 이 상황을 상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옷도 칼도 전부 버렸잖아. 그런데 이제와서 왜?
【 너. 지금. 뭐해? 】
뷔에탕이 대체 무얼 하냐는 듯, 실실대는 레반과 눈을 맞추자.
“아줌마.”
【 ······. 】
다르다.
이건 뷔에탕이 고대했던 그 기개있는 모습이 아니다.
결연했던 의지는 모두 연기였다는 듯, 한 순간에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단단하면서도 간절했던 남자는 여기에 없었고, 이제는 삼류 갱단원처럼 껄렁거리는 남자가 침대 위에 있었다.
“입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 너— 】
그렇게.
뷔에탕이 뜨거운 본능 속에서 헤어나와 이성을 되찾기도 전에, 뱃속에 숨겨두었던 법부적을 꺼낸 레반이 한발 먼저 움직였다.
텁!
한 손으로는 목을 조르는 뷔에탕의 팔을 도리어 우악스럽게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언평 선생이 쥐여준 법부적 뭉치에 기운을 흘려넣었다.
“급해도, 이는 닦고 왔어야지.”
이윽고.
콰아아아앙—
부적 뭉치에서 법력의 파동이 천둥처럼 터져나오더니, 뷔에탕이 끌고온 인형들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을 밀어내고 어떤 공간을 만들어냈다.
서로 몸을 뜨겁게 붙잡은 둘 밖에 들어올 수 없는 세상.
언가의 ‘진법’ 이 신동경의 꼭대기에 생겨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