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군벌 도시, 로키 3
#124화.
탓!
로키 시티 외곽, 습기찬 뒷골목.
하수구 바깥으로 스멀대며 나오는 역한 증기.
매립도 하지 못해, 중구난방으로 뻗쳐있는 전선.
술과 약에 취해서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쓰레기들.
멀리서도 눈에 띄는 형광옷을 입고, 흉흉한 기세까지 풍겨대며 순찰을 도는 군벌 자경단.
시티의 전체적인 배경은 붉고 어둡다. 좋다. 외관이 형편없고 법도 없어 뵈는 게, 딱 웨스트 정크타운이 생각나는 곳이다. 정크타운을 크게 부풀려 놓으면 이런 꼴이겠어.
나는 고아하고 위세높은 발할라 마탑, 선한 도기가 느껴지는 기암괴석 지대의 화산, 극도로 호화로운 카산드라 교수의 저택보다 이런 뒷골목의 음산한 공기가 더 반가웠다.
로키는 사내에게 퍽 어울리는 도시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지금 로키 시티에 내리자마자, 종후표놈만 들고 뛰쳐나와 뒷골목을 정글처럼 헤쳐나가고 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골목을 쾌속하게 내달린다. 싸구려 간판과 슬레이트 지붕을 번갈아 밟아가며 시티의 중심지로 향한다. 몸을 가볍게 유지하니 작은 소음도 없었다.
[ 누, 누구······컥! ]
생각해 보니 총이 없기에 내친김에 권총도 빼앗아 찼다. 뒷골목을 배회하던 양아치 한 놈을 기절시키고는 다시 내달렸다.
로키는 군벌들이 사방에서 옹립한 막장도시. 외견으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총은 필수다. 검집에 귀중히 모셔진 칼보다야 시각적인 자극이 확 와닿는 무기이지 않겠나.
“음.”
나는 권총을 조금 만져보다가, 돌연 손목을 틀어 격발했다.
탕—!
- 악······!
그러자 저 먼 곳에서 들리는 신음.
근처 빌딩 옥상에서 엄폐중이던 파수꾼이었다. 놈은 골목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나를 운좋게 발견했는지, 막 총구를 돌려 조준하던 참이었다.
아마도 타 세력에서 파견한 끄나풀인 줄 알았으리라. 놈은 어깻죽지에 총탄을 맞고서 황급히 몸을 숨겼다. 거리가 점점 멀어지니 신음조차 희미했다. 무시하고 계속 이동했다.
잠시 뒤, 시끄러운 사이렌이 울리더니 동네가 삽시간에 분주해졌다. 나는 사방팔방으로 기감을 넓게 펼치고 있었으므로 곧장 알 수 있다. 내가 있던 뒷골목 방향으로 쓸만한 고수들이 몰려들었다. 놈들은 훈련이 잘 되었는지, 멀리서부터 포위망을 형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간 뒤였다. 이런 변방에서 의미없이 투닥댈 이유가 없다. 이곳이 어느 군벌세력이 다스리는 동네인지도 관심 없다. 나는 신동경까지 조용히 지나만 갈 테니, 모두 무시하고 속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로키의 대로변을 피해 골목을 주파하던 중, 뺨을 스쳐가는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순간 다리에 힘을 주어 공중으로 도약했다. 빌딩의 옥상 높이까지 솟구쳐 오르자, 근방의 도심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멀리 떨어져 있는 신동경의 랜드마크, 황금빛의 거대한 플라자 빌딩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나의 목적지다.
···이쪽 방향으로 가면 되겠군.
쾅!
그런데 허공에 체공하는 시간이 조금 길었던지, 주먹만한 총탄이 어디선가 쏘아져 마나 보호막을 때렸다. 그럼에도 마력의 수발은 아직 건재했다. 멀쩡히 내려서서 뒷골목을 주파하자, 총탄은 더 날아오지 않았다.
공권력이 포기한 도시. 총탄도 맞으면서, 멋대로 도심의 뒷골목을 활보하는 쾌감이 있다. 이제 그럴만한 힘도 차고 넘친다.
타앙! 타앙!
날파리가 꼬여, 중간에 발포를 몇 번 더 했다.
내가 총기를 안 쓴게 언제부터더라. 손에 부드럽게 감기는 방아쇠의 감각. 확실히 총처럼 효율적인 무기는 많지 않다. 나는 현재 계속 뭔가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 잡념 따위가 나의 굳은 심지에 침범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후욱!
연이어 밀려나는 뒷골목의 광경. 경공으로 쏘아지는 나를 보고 놀라 몸을 움츠리는 주민들. 정확히는 평범한 주민들이 아니라 군벌 소속으로 보이는 실력자들. 그들은 느려서 덤벼들 생각조차 못했다. 한 5레벨급은 되어 뵈는데, 저리도 느린가.
나는 이후에도 가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로키 시티의 분위기나 주변의 지리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 라그나로크 수복전때 박살난 군벌의 점령지가 아닌, 진짜 로키라는 도시. 그래서 나는 지나치는 도시의 풍경을 눈에 담아두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그렇게 여러 정보를 담으며 경공을 펼친지도 30분이 지났다. 이제는 슬슬 로키라는 도시의 분위기가 읽혀간다. 로키는 지금, 많이 분주하다.
혹, 연방이 벌써 군벌세력 토벌을 천명했는가?
역시 상관없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 걸음의 목적지는 오로지 신동경이니.
신동경은 로키 시티의 중심지가 되는 구역. 허공에서 본 그곳을 향해 나는 불켜진 상가의 간판들을 계속 밟으며 내달렸다. 큰 길이 있거나 벽이 가로막고 있다면 뛰어넘거나 부쉈다. 세상모르고 지나다니는 주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의 안색은 어둡다.
마피아와 온갖 군벌들이 세력 다툼을 하는 도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군벌세력을 별다른 대안없이 때려잡을 수 있었던, 하레니오 갱단같은 동네 양아치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건 힘들 거다. 무리겠지. 마피아의 보스인 카스트라 뷔에탕은 9레벨 상위권. 모두가 껄끄러워하는 인형사. 사실 뷔에탕은 로키 상공에 캐리어가 떴을 때부터, 이미 나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그것 조차도 상관없다. 곧 보게 될 테—
“미친 자식! 이제 그만 좀 멈춰봐라!”
“······.”
순간, 종후표가 꽥꽥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정신이 번뜩 뜨였다. 나는 꽉 쥐고 있던 한쪽 손을 내려다봤다.
“음.”
우직-
그간 앵무새 법기를 얼마나 꽉 쥐었는지, 진한 손자국이 남아 있다. 심후한 법력이 서서히 흘러나오는 앵무새 부리를 보자, 억지로 이어내던 생각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아까부터 계속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집중력 하나는 대단한데, 뭐 주화입마에라도 들 생각이었나? 이 백리뇌부 종후표는 누가 돌봐주고!”
청력이 워낙 좋은 탓에 귀가 웅웅 울린다.
생각이 끊어지고 조금은 침착한 시간이 찾아왔다.
아마도, 언평 선생이 법기에 담아둔 법력이 나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특효약인듯 하다. 아니면 종후표의 이성이 나의 발목을 붙잡는지도. 아무튼 나는 감성에 잠겨 간판 위를 내달리다가, 발걸음이 조금은 무거워졌다.
속도를 조금 늦추어 서며 말했다.
“왜.”
“아까부터 말했잖나. 대가리가 깨진 거냐고. 카스트라 뷔에탕은 오래도록 살아 로키에 군림하고 있는 여인이다. 홀몸으로 죽이러 가겠다고? 무리다. 캐리어에 타있던 마탑 놈들은 이런 황당한 일을 왜 안 말리는 거지? 정 뭣하면 몇 명이라도 더 데려오는 건 어떠한가!”
“필요없다.”
마탑의 인원들을 뷔에탕을 잡으러 가는데 뺄 수는 없다. 연방의 계획에 마탑이 들어있을 테니. 빼서도 안 되고, 애초에 뺄 생각도 없었다.
그들은 그들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나 좋자고 마탑 전체를 개인적인 일에 끌고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 빠지는 건 나 혼자로 충분하다.
음···이러니까 괜히 죽으러 가는 것만 같군. 살리러 가는 건데 말이다.
“마탑주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이 종후표는 자그마치 2주간 그 구렁이 같은 사내와 대화했어. 이런 걸 용납할 성격이 아니었다. 지금 돌아가면 감정 폭발로 인한 급발진을 주장할 수 있다. 사고도 아직 안 났잖아! 네가 죽으면 이 종후표의 모가지도······.”
“봐라.”
“······.”
화르륵—
나는 종후표의 격한 조언을 듣다못해 청록빛 마력을 일으켰다. 일레힌 포이체카가 나를 막을 생각이 있었다면 이미 막았겠지.
이윽고 마탑주의 마력까지 확인한 종후표는, 목소리를 팍 깔더니 진중하게 설득했다. 작은 앵무새의 부리가 아기자기하게 흔들렸다.
“······무릇 사내라면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알고 직시해야 한다. 진정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봐.”
끼익-
나는 종후표의 그 말에 완벽하게 멈춰섰다.
어느 작은 도심. 고고하게 얇은 간판을 딛고 서있던 나는 그 위에 풀썩 앉아버렸다. 간판은 내 무게를 버티면서도 용케 구부러지지 않았다.
종후표 이 눈치 빠르고 영특한 놈.
그새 내가 사내다움에 집착하는 사실을 파악했나?
허나.
“종후표, 네 달변이 오늘만큼은 틀렸구나.”
“?”
“하지 않아야 할 때보다, 해야 할 때를 아는 놈이 사내다.”
“그게 뭐가 달라! 지랄같은 말장난이 아니던가!”
“주둥이 하나만 남은 너 백리뇌부 종후표가 죽지도 않고 여즉 살아있는 이유다. 나는 사람을 쳐죽이는데 이골이 난 놈이거든. 넌 운이 좋았다.”
“······그렇다면 지랄이 아니군. 그 부분은 내가 틀렸다. 하지만 너는 무공이나 마법쪽으로는 천재일지 몰라도, 죽을 짓만 골라서 하는 정신병자로군. 확실하다.”
완전히 설득을 포기한 듯한 말투.
사내의 다짐은 곧바로 종후표에게 전해졌다.
종후표는 나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했는지, 약간 급해져서는 부리를 놀렸다.
“그 이유가 뭔지라도 알려줘라. 죽어도 알고 죽자. 아니. 죽는다고 말하면 재수가 없으니 알고 살자. 무얼 해야 하길래?”
나는 캐묻는 종후표가 귀찮았으나, 끌고온 건 나라서 답해주었다.
“뷔에탕이 주변까지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하게 묵은 악연이라, 슬슬 담판을 지으러 가기로 했다. 정신을 파먹는 저주마법을 사용하는 인형사라, 괜한 아군은 성가셔서 상관없는 네놈만 말동무로 끌고 왔다.”
이제 뷔에탕은 레나의 근처까지 마수를 뻗쳤고, 나는 뷔에탕이 장담했던 대로 로키 시티까지 기어와 뷔에탕을 애타게 찾아가게 되었다.
그 말에 종후표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렸다.
“그렇군. 이해했다. 하지만 뷔에탕이 약해졌대도 혼자는 무모한 짓이야. 로키출신 중에 뷔에탕을 싫어하면서도 잘 아는 놈이 있다. 이 종후표가 보증한다. 가면 뭐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동네 방네 소문내자고?”
“아이고, 싫어할 줄 알았다.”
“하오문주가 단언했다. 뷔에탕은 앞으로 몇 년이나 처박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그는 이유없는 헛소리를 할 사내가 아니다.”
청풍이도 발견하지 못했던 뷔에탕의 인형을, 7레벨인 루벤카가 기척을 느끼고 불태워 죽였을 정도. 뷔에탕은 확실히 약화된 상태일 것이다.
후우우—
나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항상 기감을 더 잘게 흩어 멀리 퍼뜨렸다. 혹여 시티의 다른 강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얇고 세밀하게. 다만 기이하고도 특이한 뷔에탕의 마력은 집어낼 수 있게.
높은 곳에 서서 기감을 펼치자, 수많은 정보들이 밀려온다. 관청의 힘이 없고, 군벌세력들이 통제하는 도시답게 주변으로 건물이 마구 난립해있고 질서가 없다. 변방일수록 행정력이 모자라 그럴 것이다. 난립한 군벌들은 영역을 그어놓고,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관계.
로키는 누가 잡아먹혀도 이상하지 않은 도시다.
“좋아. 좋다고. 이건 돌덩이에 대가리 처박기다. 대가리가 깨지면 우리만 손해야. 네가 죽고 나만 남으면 이 백리뇌부 종후표도 죽겠지. 그러니 잠깐 기다려봐라.”
종후표가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잔머리 굴리는 데는 최적화인 놈이라 조금은 기다려주었다. 끙끙대나 싶던 종후표는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
“자!”
“뭐냐.”
“다른 방법 없다. 그냥 신동경까지 직진으로 가야겠군.”
“좋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마침내, 신동경과 이어진 도로경계가 보인다.
내가 있는 이곳은 신동경과 인접한 소도시였다. 그리고 이곳과 신동경은, 수르트 남북경의 경계처럼 확실하게 갈라져 있었으며 큰 도로 하나만 건너면 거대한 도심이 섬처럼 존재한다.
웨스트 정크타운의 확장판같던 이전과는 달리, 극히 화려한 신동경의 풍경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눈부시게 아름답고 호화로운 빌딩숲. 로키의 군벌들이 어째서 신동경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동경.
마피아의 근거지이자, 로키 시티에서 제일가는 번화도심.
수많은 유흥가가 다닥다닥 밀집되어 있으며, 연방에서 가장 화려하고 거대한 카지노가 존재하는 곳. 고객들을 유치해야하니 수많은 호텔 역시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군벌이 무력으로 다스리는 도시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동네.
우우웅—
그렇게 신동경의 경계선 근처에 이른 나는, 언평 선생의 상계 법부적을 하나 꺼내어 기운을 주입했다. 도로 주변에 경비들이 포진해있으니 이목을 속일 필요가 있었다.
곧, 종후표와 나의 기척이 감추어지며 경비가 삼엄한 신동경의 경계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동경의 도로경계를 통과하자마자, 어떤 행인에게 시선이 갔다. 훤칠하게 잘생긴 사내. 도저히 못 본척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 그에게서 기이하고 끈적한 마력이 느껴진다.
훤칠한 사내의 눈은 차가운 생선처럼 죽었다.
대놓고 뷔에탕의 인형이나 노예가 확실했다.
느껴지는 기운은 6레벨급이 안 되는 수준.
저건, 넉넉잡아 한 합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나는 법부적으로 기척을 숨기고 있는 상태.
지금은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게 맞겠으나, 갑자기 앙굴리마라 6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모든 것은 번뇌이고 인연과 이어진다.
그렇다면 저 인형과의 만남이 번뇌인가?
갑자기 베어버리고 싶은 번뇌가 극렬히 찾아왔다. 그래. 번뇌를 자르면 인연이라 했으니, 당장 잘라버리자.
스각—!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뽑혀나온 광선이 공간을 절단했다. 오색빛 검기가 무지개처럼 폭사했고, 실같은 검기가 공간을 자르고 나눈다. 사내의 인형은 잘리는 소리조차 없이 후두둑 무너져 내렸다.
잠시간의 통쾌한 손맛이 지나가고, 무너져 내린 사내의 등판 조각에서는 역시나 일전에 보았던 그 마나문신이 타올랐다.
인연이 맞군. 악연도 인연의 한 종류이니.
스아아악—
곧, 그 기이하고 끈적한 마력은 지금만을 기다렸다는 듯, 스멀스멀 공중으로 기어올라 어떤 형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기이하면서도 실로 강대한 마력. 하지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그 역한 마력은 허공에서 조금씩 뭉쳐 사람의 형체를 만들더니···
【 왔구나? 거봐. 내가 올 거라고 했잖아. 】
어느새 고혹적인 미소를 짓는 카스트라 뷔에탕의 형체가, 잘린 시체 위에 요염하게 앉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째서 공격하지 않는가.
나의 방문을 이미 예상하였는가.
뷔에탕의 마나 형체를 마주 본 내가 그리 생각하던 순간.
【 저기. 】
뷔에탕의 형상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마력으로 만들어내 간드러운 목소리에 귀에 곰팡이가 앉은듯 가려웠다. 나는 귀를 벅벅 긁었다.
【 저 황금색으로 빛나는 플라자 꼭대기 층으로 와. 깨끗하게 목욕하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꼭 사지 멀쩡히 살아서 올라오렴. 】
“······.”
스아악—
그리고 제 말을 마친 뷔에탕의 마력은 자연스레 흩어졌다. 강대한 마력이 모두 사라지자 사내의 시체도 녹아 사라졌다. 나의 품속에서 바짝 굳어있던 종후표가 두렵다는 듯 부리를 딱딱거렸다.
— ······망측한 미친년.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망설임없이 걸음을 옮겼다.
로키 신동경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황금빛의 플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