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진주언가 3
#115화.
언 선생은 아까 적었던 회백색 법부적을 꺼내 쥐었다.
화르륵!
그 회백색 법부적에 불이 붙자, 잿가루가 무수히 일어나더니 그때부터 수백이나 되는 거지 무리의 모습이 건물의 유리창에 비쳐보이지 않았다. 잿가루가 이 많은 이들의 기척조차 숨겨주는지 행인들은 우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언 선생이 뒤따라오는 개방도들을 향해 말했다.
“진주언가는 생강시도 다루니, 죽어도 사람으로 죽지 못할 것이다. 이마빡에 부적 붙은 강시로 태어날 것이야. 풍령개는 내게 빚이 있어 도와주는 것 뿐이다. 의협심을 보일 생각이걸랑 지금이라도 떠나라.”
반응은 잠잠했다.
배가 잔뜩 부른 개방도들은 귀나 코를 후비는 등 더 바라는게 없어보였다. 불쌍한 거지라는 관념을 꼭 지켜야하는지 평소 많이는 처먹을 수가 없는 탓에, 얼굴은 수척한데 배만 볼록한 놈들이 많았다. 음식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경계선의 전각에서 많이도 집어먹은 듯했는데, 언 선생의 주머니가 꽤 가벼워졌을 것이다.
“언 선생과 풍령개 선배를 도와 언가 도모에 성공하면 수도계가 봉문을 풀고, 속세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까?”
거지들이 잠잠하니 나는 언 선생에게 가감없이 물었고, 언 선생은 걸으며 즉답했다.
“그렇다. 아마도 그리되겠지. 이제는 그리 되어야겠지.”
대답이 퍽 마음에 들었다.
이제 우리는, 북경의 어떤 길을 지나고 있다. 주변의 경관이 평범한 도시와는 조금 달라 눈에 금세 들어왔다.
도로경계를 따라 양옆으로 솟구친 높은 고층빌딩 옥상에는 조경용으로 푸릇한 대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각자 다른 회사인데 누가 대나무를 더 곧게 키우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해가 없고 공기가 혼탁해 저런 걸 키우기 힘든 세상인데, 칼 대신 대나무에 크레딧을 처바르고 있군. 여러모로 대단한 놈들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그곳을 지나 반나절이 조금 안되게 더 걸었고, 북경의 어느 골목 담벼락에 이르러 묵묵히 걷기만 하던 언 선생이 걸음을 멈추었다.
딱히 부유한 동네도 아니고 평범한 이들이 모여사는 구역 같았다. 눈이 아릴 정도의 조명이 휘황찬란히 펼쳐진 도시가 아닌, 네온 가로등이나 겨우 켜져있는 주택가 담벼락.
그리고.
“?”
그곳에, 작은 목문과 대나무 숲이 있었다.
헌데 그 대나무종은 높고 커다란 왕대였다.
조명과 생육환경이 충분한 고층빌딩의 옥상정원도 아니고, 그저 길거리에 있는 담벼락 옆에 커다란 대나무들이 쑥쑥 커서 조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다. 누가봐도 참 수상한데, 가끔 지나다니는 행인 누구도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나무들과 저 작은 목문은, 수도계의 종주 가문인 진주언가의 손길이 닿아 있는 곳이다.
언 선생이 작은 목문을 가리켰다.
“작지?”
“예. 작습니다.”
“진주언가의 문은 작아도, 포부는 클 것이다.”
“그래 보입니다. 제 포부도 생각보다 큽니다.”
진주언가의 출입구인 목문은 실로 작았다.
대부분의 잘난 놈들은 산문을 더 거대하고 웅장하게 만들지 못해서 안달인데, 언가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몸을 구겨 들어가야할 만큼 작았다. 그리고 목문 옆으로 난 대숲 사이에는, 생기가 전혀 없는 이가 떡하니 서있었다.
사지에 부적이 붙은 피풍의 차림의 사람. 전신이 사람 피처럼 붉은게, 어찌보면 불길한 외형이었다.
‘생강시.’
나는 생강시라는 생소한 존재를 여기서 처음 보았다.
이마와 사지에 붙어있는 부적에 그려진 그림은 어딘가 모르게 고매했으며, 신묘한 법력을 줄기차게 흘리고 있었다. 나는 법력의 특수함을 잘 모르지만, 간단하게 뷔에탕의 인형과 비슷한 개념일 것이라 생각했다.
툭.
무거운 두루마기통을 바닥에 끌러놓고 뻐근하다는 듯 뒷짐을 진 언 선생은, 빙글 돌아서더니 언뜻 조소하며 말했다.
“봉문한 언가의 입구를 지키는 혈시다. 어지간한 초절정 고수를 상대로도 감히 동수를 이루는 괴물. 저걸 무력으로 건드리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다. 자,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죽음은 면할 것이다.”
개방도 수백은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기세좋은 거지들은 오히려 용맹하게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젊은 모습의 기인, 풍령개도 걸어나와 언 선생 옆을 차지했다. 언가의 정문을 지키는 혈시는 수준이 당연히도 높을 것이나 기세등등한 거지들의 앞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또, 저 나무문만이 입구이며 출구이다. 안쪽에는 기문진(奇門陣)중에서도 강력한 대라금몽진(大羅金夢陳)이 팔방으로 쳐져있는데, 저 문이 아니라면 본문의 누구도 진법이 작동하는 한은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들어가면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약 안에서 내가 죽는다면 그것을 풀 사람이 없어 너희들도 같이 죽는다.”
아무도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거지들한테 밥을 잘 먹여 줬나보다.
또한,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돌아가라 몇 번이나 이르는 걸 보면 언 선생은 필시 본성이 여린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락가락할 수도 있지.
아무튼, 나도 거지들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언 선생은 거지들을 보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닥에 둔 두루마기 원통을 집어들었고, 원통 겉을 감싸고있던 천 두루마기를 둘둘 풀러나가기 시작했다.
“언가놈아, 이 세상이 대라금몽진이고 천라지망이다. 이미 도시의 장벽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그깟 골목 기문진을 두려워하랴!”
동시에 개방 원로 풍령개가 기다렸다는 듯, 기다란 타구봉(打狗棒)을 들고 달려들었다. 동상처럼 굳어있던 생강시는 전의를 느끼자마자 벼락처럼 움직여 풍령개와 박투를 벌였다.
쾅! 쾅!
언가의 목문을 지키는 생강시는 실로 강력했다.
나는 생강시와 풍령개가 담벼락 앞에서 펼치는 육박전을 눈에 담아두었다. 생강시는 몸이 수인처럼 단단하며 피해를 입어도 고통이 없어보였다. 게다가 진주언가의 진법에서 법력을 계속 받는지, 몸을 완전히 부수는 게 아니면 쉽게 처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지지직—
‘화경급의 고수로군. 젊어 보였던 것은 반로환동을 마쳤기 때문인가. 아니면 실제로 젊은 것인가.’
풍령개는 개방 내에서 무위로는 방주를 제하고 따라올 자가 없는 고수였다. 적어도 삼십 합은 넘기지 않았을 때, 마침내 걸개의 타구봉 앞에서 생강시의 부적이 다 녹아 떨어져 힘을 잃었다.
투기를 흩어낸 풍령개가 돌아서 말했다.
“언가 이 파렴치한 놈. 내 위험한 혈시를 때려잡아 주었으니 이만 네 법기(法器)를 꺼내라. 아끼지 말고 가장 좋은 것으로 꺼내라.”
“알았다. 그러고 있는 참이니 재촉하지 말아라.”
그러자 언 선생은 원통에서 괴상하게 생긴 나팔모양 법기를 꺼내어 목문 앞으로 가더니, 자신의 법력을 불어넣어 구동했다. 생강시 말고도 목문에 복잡한 무언가가 또 걸려있는 모양이라 억지로 열 듯했다.
걱정은 들지 않았다.
언 선생은 결단경 끝자락. 어지간한 진법 따위는 눈 감고도 해제하는 수준인데다, 원영경에 이른 수도자들이 부모라면 언 선생도 수도계에서 지위가 높아 각종 진법에 해박할 것이라. 게다가 언 선생은 오랜 기간에 거쳐 본문을 뒤집어엎을 준비를 단단히 해왔기에 진전이 빨랐다.
덜컥—
나팔 법기에서 빛이 나더니 목문이 금방 덜커덕거렸다.
나는 생강시에 신묘한 진법들까지 구경하니, 눈이 호강해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내가 수도자들의 법력을 배워봐야 세상이 망하기 전까지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없을 터. 언 선생이 하려는 일은 연방의 멸절을 늦춰보려는 내게도 긍정적인 일이로구나.
화아악—
이윽고, 작은 목문이 활짝 열렸다.
나는 그 목문 안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가 냉랭한 한기가 뿜어져 나오는 길목에 섰다. 저 멀리 언가가 보이는데 이상하게 멀어지다 가까워지다를 반복했다. 언가로 가는 길목은 백 개쯤 됐다. 뭐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술을 거나하게 마셔 어지럽게 만취한 듯, 세상이 빙빙 돌았고 복잡한 길을 통해 가야하는 진주언가의 본문은 계속 멀어졌다. 마치 닿고 싶어도 닿지 못하는 신기루처럼.
어이구 정신없어라.
나는 정신이 나간 놈인데 정신이 없을 리는 없으니, 이건 고수조차 몽롱하게 만드는 진법이구나. 아주 개같은 진법이야.
나는 이것이 침입자로부터 언가를 방어하는 진법임을 느끼고는, 공력을 북돋아가며 기다렸다.
“갈!”
그 순간, 뒤에서 법부적 수십 장이 하늘을 날았다.
언 선생의 것이었다.
심후한 법력의 줄기들이 우르르 일어나 법부적에 힘을 더하니, 길목으로만 가득했던 온사방이 꽃가루로 물들었다. 그 꽃가루들은 빙글빙글 도는 주변을 덮으며 진실을 가려내고 거짓된 길을 막았다.
이어서 상계 법부적보다도 고묘한 법력이 담겨있는 법부적 수십장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진법에 강제로 틈을 냈다.
“들어가자!”
그 틈으로 풍령개와 개방 거지들이 우르르 몰려들어갔다.
나와 언 선생도 그리로 따라 들어가자.
“!”
커다란 대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펼쳐졌다. 매우 넓고 크지는 않아도 몇백 명 정도는 넉넉히 살아갈 수 있을 법한 세상이었다. 푸른 하늘과 구름이 있고 샘과 천도 있었으며 적당한 암자와 전각도 있었다.
높고 곧은 대나무 위에 아름다운 전각들이 지어져 있기도 했다. 저런 곳에 살면 수도자라고 부를 만도 하지.
다만, 진법으로 만들어낸 허상일 것이다.
촤륵-
언 선생은 숨돌릴 새도 없이 품속에서 법부적을 꺼내어 입구를 틀어막았다. 오묘한 법력이 먹물처럼 흘러나와 언가의 입구가 다시 봉해졌다.
바로 그때.
‘얼씨구. 근두운?’
누군가 하늘 위로부터 구름을 타고 아래로 훌쩍 날아왔다.
높은 대나무를 밟고 내려선 그 중장년의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언 선생은 그 중장년의 사내를 이미 아는 눈치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대나무 꼭대기에 내려선 그 중년의 사내가 말했다. 법력의 수준이 꽤나 깊어보여 언 선생과 비슷한 결단경의 수도자로 보였다.
“놈! 왜 진법을 건드렸느냐!”
“숙부.”
진주언가는 하나의 가문이고 같은 언가라 피로 엮여있다. 허면 저 중년의 사내가 언 선생의 숙부인 모양이다. 아직까지는 내가 나설 상황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있었다.
“봉문 중에 어쩌자고 외부의 이들을 우르르 끌고와 해괴한 짓을 벌이느냐! 어리광도 정도껏이지! 당장 돌아가라!”
“숙부, 잘 안 들리니 이리 내려와서 말씀하시오.”
언 선생은 중년의 사내를 숙부라 불렀으나 오고가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언 선생의 숙부는 내려오기는 싫다는 듯, 계속 대나무 꼭대기 위에 서서 되물었다.
“무어라? 너 다시 말해봐라.”
“아니면 나의 부모를 이리로 불러주시오.”
“이런 버릇없는 놈을 보았나! 오래전 출가했다 하여도 부모는 여전한 하늘인 것을 모르느냐!”
“하늘! 숙부는 지금 하늘이라 그러셨소!”
숙부의 말에 언 선생의 목소리에 점점 살기가 어려 흘러나오더니, 무시무시한 음성으로 숙부라는 작자를 크게 다그치기 시작했다.
“부모는 자식의 하늘이 맞으나, 나는 부모를 죽이기로 결단했으니 하늘을 버린 것과 다름없다! 그리했더니 이제야 진짜 세상의 하늘이 보이더구나. 하늘은 어둡다. 세상이 어두워. 그리도 칠흑같은데 수도자들은 이 작은 세상에 처박혀 다들 무얼 하는가!!!”
언 선생이 쩌렁쩌렁하게 호통을 치자, 진주언가 진법 내의 공간이 우르릉거리며 무너질 듯 울렸다.
심후한 법력이 담긴 호통에 더는 가만히 앉아 견딜 수 없었는지, 하늘과 대나무 숲, 여기저기서 수도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튀어나왔다. 거기에는 언 선생을 알아보는 수도자도, 알아보지 못하는 수도자도 더러 있었다. 언 선생이 출가한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는 뜻이다.
그들을 휘휘 둘러보던 언 선생은 소리를 더욱 높였다.
— 어머니! 불효막심한 아들이 왔습니다!
— 아버지! 집 나간 자식이 돌아왔습니다!
다음 순간.
공중을 밝히던 푸른 하늘이 양 옆으로 드르륵 열리더니, 바깥으로 작은 발이 빠져나왔다.
언 선생의 부모.
원영경의 수도자 둘은 마치 잉꼬부부처럼 사이좋게 걸어나왔다. 그들은 다행히도 아직 사람이었다. 평범한 의복을 걸치고 있는 것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노인들이었다. 법기를 타고 허공에 둥둥 떠있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언 선생이 기다리던 늙은 부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좋아보이는 노인들의 인상과는 다르게, 언 선생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승냥이처럼 날카로웠다.
뚝···.
뚝···.
그런데 부모 나오라며 호통을 친 언 선생은 막상 부모가 나오자마자 돌변하여 눈물을 줄줄 흘렸다. 턱밑으로 그의 눈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나는 본래도 오락가락하는 그가 늙은 부모를 보고는, 갑자기 후회막심하여 행로를 틀까 본능적으로 검을 쥐었다.
텁.
헌데 그때, 언 선생이 공손히 두 손을 합장했다.
마지막 예를 갖춘다는 듯, 눈물을 그렇게 줄줄 흘리는데도 두 눈을 부릅뜨고 부모를 응시하며 눈에 담아두었다. 언 선생은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했다.
아까 하나밖에 없는 언가의 문마저 단단히 틀어막았으니, 오늘 누가 죽어도 죽을 것이다. 집안싸움에는 끼는 게 아니라지만, 은인인 언 선생을 살리러 왔다. 나는 오로지 그 사실만 떠올리면 될 일이었다.
털썩!
곧, 언 선생이 그들의 앞에 납작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자신을 고깝게 보는 부모 앞에서도 언 선생은 진심으로 절을 올리고 있었다. 언 선생이 허리를 끝까지 굽혔을 때, 하늘을 가르고 나온 노인중 하나가 말했다.
그는 언 선생의 부친으로 보였다.
“우리는 너를 자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결단경으로 우리를 어찌 해볼 수 있으리라 여기고 왔더냐.”
스르륵—
언 선생 부친의 말과 함께.
아까 목문에서 보았던 생강시 수십이 나타났다.
부모가 뻗은 칼날은 엎어져있던 자식에게 향했다. 그것은 대나무를 깎아만든 죽창처럼, 가슴을 꿰뚫는 비수가 되어 떨어질 것이었다.
허나 절을 마친 언 선생은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이 언가가 천운과 새로운 인연을 이끌고 왔으니, 오래된 연은 잘라내겠습니다. 나를 한 번 봐주십시오!”
“······.”
“— — ———지 — —— 어라.”
절을 마친 언 선생은 즉시 꿇어앉아 두루마기 원통을 소중히 붙잡고는, 뜻모를 괴상한 문장을 줄줄 읊었다.
탓!
찰나간, 나는 밝아진 얼굴로 괴언을 읊는 언 선생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방금의 행동은 내 뜻으로 행한 게 아니라, 육신과 정신이 본능적으로 그와 떨어지기를 바란 것이었다.
“······.”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악의가 그의 혀와 입을 타고 설설 넘쳐흐른다. 그것을 읊는 인간이 언 선생이 아니었다면 내가 나서 죽였을 정도였다.
언 선생의 부친과 모친은 진즉 무언가를 느낀 듯 가만히 있었으나 숙부 되는 사람은 나보다 그걸 늦게 느꼈는지, 그에 질세라 어떤 법기를 꺼내 들고는 입을 달싹이려했다.
그리고.
펑!
대나무 꼭대기에 한 마리 학처럼 서있던, 언 선생 숙부의 머리가 예고도 없이 펑 터져나간 것이 그때였다. 숙부의 머리가 터져나가자, 머리통만 남은 종후표는 괜히 움찔했고.
잠시 괴언을 읊는것을 멈춘 언 선생은, 저 하늘을 가르고 나온 부모와 눈을 마주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거대하고 살의 짙으며 깊고도 깊은 법력이 언 선생의 전신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언 선생의 눈물은 아직도 멈출줄을 몰랐다.
“자랑스러운 나의 부모여! 비록 나와는 도리가 맞지 않아 이리되었으나, 당신들은 나를 세상에 들임으로 수도자의 도리를 행하게 해준 선각자들입니다. 그러니 오늘 벌어질 일로 불효막심한 자식을 비정타 책망하지 마시고, 다음 생에서는 우리 행복하게 삽시다. 먼저가셔서 부디 이 언가를 기다리고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