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백리뇌부 종후표 2
#98화.
백리뇌부 종후표의 혓바닥이 잘렸다.
푸왁!
그래서 이제 다시는 혓바닥을 놀릴 수 없을 줄 알았건만, 잘린 혀의 단면에서 새 혓바닥이 뱀처럼 솟아났다.
종후표는 혓바닥을 쓰는데에 능숙한 인간이었다. 달변가의 기질이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살 길을 모색하는, 변절한 시체이기 전에 위정자(爲政者)의 기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목을 대롱대롱 매달고도 달변을 펼치던 남자 답다.
후웅!
도주에 실패하자, 곧장 종후표와의 전투가 벌어졌다.
“나는 잘못이 없단 말이다! 억울해, 전혀 몰랐다고! 꼬리자르기 모르나? 억지로 시체가 된 것이고, 내가 다 책임지고 탈당(脫黨)하면 되지 않는가!”
백리뇌부는 초절정의 무인답게 강했다.
힘은 강한데, 말은 또 많아서 정신이 사납다.
그렇기에 그는 꽤 성가신 상대였다. 억울하다며 내뱉는 괴상한 변명과 함께 번쩍이는 손도끼가 어딘가를 가르면, 반드시 선혈이나 신음이 쏟아졌다.
게다가 장애물이 많고 비좁은 주점 안, 길이가 짧은 만큼이나 공격과 회수가 신속한 손도끼만큼 효과적인 무기가 없었다.
주점 안이 상당히 어두운 것도 한몫했다. 나중에는 마력으로 빛을 밝혀두고 전투에 집중했다. 종후표는 다섯의 격한 협공에 혓바닥이 세 번쯤 잘렸고 팔도 몇 번 날아갔다. 금방 다시 솟아나긴 했지만.
퍼억!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크헉!”
전투를 벌이던 와중에 처맞을대로 처맞은 루돌프놈이, 드디어 완벽한 짐승 부스러기의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종후표의 도끼질에 목이 날아가지 않은 것만해도 대단했는데, 이제는 칠흑같은 몸체에 코가 있어야할 부분이 살짝 불그스름한 괴물로 완전히 변한 것이다.
— 그르륵.
그것이 매우 흡족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전투를 미뤄두고 잠시 놈의 자태를 감상했다.
2미터쯤 되는 거체에 질겨보이는 근육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며, 눈과 코 없이 큼지막한 입만 존재한다. 아주 위압감이 충만한 외형이다.
“역시나 우리 돌프로구나. 루돌프 루돌프 하니까 진짜 루돌프가 되었어!”
— 그아아악!
루돌프놈은 괴성을 지르며 종후표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하는 거라고는 도끼에 처맞아 뒹구는 것 밖에 없지만, 그래도 힘을 빼놓기에 딱 좋았다.
나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루돌프놈을 타고 박차를 가해 하늘 위를 날고 싶었으나, 등판에서 팔 두 개가 솟아나 총 네 개의 팔을 쓰는 종후표가 주점의 분위기를 장악한 관계로 그럴 수가 없었다.
“이놈! 전투중에 어딜 보느냐!”
지금이 전투의 분수령이었다.
뿌직!
주점이라 그런지 손에 잡을만한 무기가 많았다. 종후표는 술병과 식탁 다리를 분질러 손에 잡고 휘둘렀다. 술병 흘리고 식탁 다리 막고, 이번엔 손도끼. 손도끼는 막지말고 피해주고.
쾅!
“!”
내가 슬쩍 피하자, 종후표의 도끼가 바닥을 나무장작처럼 쪼개며 박혔다.
그러자 슬레모킨과 대검을 든 루베르겐이 합심해 헛손질한 종후표를 번갈아가며 두들겼다. 둘은 평소에는 으르렁대도 전투때는 무섭게 집중하여 사람을 개떡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크윽!”
제 아무리 시체가 되어 기운을 막 끌어다쓰는 종후표라도 8레벨 셋의 협공과 아힘사, 잘 죽지도 않는 루돌프까지 있으니 꼼짝없이 밀리는 형세.
그래도 눈먼 도끼에 맞아 뒈지는 것 만큼 한심한 일이 없기에 우리는 천천히 종후표를 몰아가며 사냥했다. 중간에 죽어있던 수인들이 감염되어 비척비척 깨어나는 불상사가 잠깐 있긴 했으나, 안광을 빛낸 아힘사의 초진동 블레이드가 일어나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수인들을 영원한 안식으로 이끌었다.
잠시 뒤.
털썩.
마침내 괴물이 된 종후표가 무릎을 꿇었다.
백리 밖까지 울렸을 도끼의 뇌성도 멈추었다. 종후표는 그다지 무릎을 꿇고 싶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양쪽 종아리가 잘렸으니 강제로 무릎을 꿇게 된 셈이지.
막강했던 재생력도 힘을 다했는지, 종후표는 더이상 잘린 신체를 재생시키지 못했다. 사실 전투중에 저만큼을 재생 시킨것도 충분히 사기적이다.
“실로 억울해서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이동을 제한당한 종후표는 다시금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어디 오지에 던져놓더라도 입을 멈추지 않을 사내다. 베테랑 시체 사냥꾼 출신이니 오지에서도 실제로 잘 살아가겠지.
쿵.
종후표는 부러진 손도끼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 종후표를 백리뇌부로 불리게 한 궁극의 부법이다. 과거 남궁의 가주도 절학으로 인정했을 만큼 훌륭한 부법이지. 맞서보니 어떠한가?”
가벼운 종후표의 물음에 나는 소신있게 느낀 점을 말했다.
“병신같더군. 그따위 것이 궁극의 부법인가?”
실제로 그리 대단하지는 못했다.
종후표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야 당연하다. 십 년간 수련하지 못했으니까. 이리저리 불려가 친목하며 물 빼러 다녀야 하는 정치인의 비애지.”
“그게 자랑인가?”
종후표는 대답을 슬그머니 피하곤 말을 길게 늘렸다.
“······내 자리까지 올라와보면 생각보다 많은걸 알게 돼. 죽지도 않는 시체들의 피나 뽑아서 팔아먹던 백정이 꽤나 성공했고, 정말 많은 걸 알게 되었지. 흥함이 있으면 쇠락이 있기 마련이고, 그 쇠락의 끝은 정해져 있다는 것도. 대단한 지위에 있는 자도, 앞으로 권세를 누려봐야 20년이라는 것도. 이 종후표의 인생에 흥망성쇠가 있다면 고점은 지금이었어야 했다.”
종후표는 슬슬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한 듯, 두서없는 얘기들을 섞어 내뱉기 시작했다.
“나는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멀지 않은 세상에 큰 격류가 몰아칠 터인데, 이까짓 코딱지만한 땅에서 정치좀 한다하여 뭐를 변화시킬 수 있다던가? 이 종후표는 변화의 격류 위에 올라탄 놈이야. 허섭스레기들의 피가 아니라 고귀하신 존재의 피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너희들이 다 망쳤다는 말이다!”
“고귀하신 존재의 피?”
루베르겐 집행관이 전에 없이 놀라며 되물었다.
종후표가 하는 말들은 대체로 흥미로워서 일단 경청하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장벽 밖의 지옥과 연방 정치계라는 마경을 모두 깊숙히 경험해본 자에게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다. 지금 인간의 길을 버릴 용기만 있다면 이십 년. 이백 년. 아니! 족히 천 년도 군림하며 살아갈 것이다. 시체의 기원은 신인류의 탄생. 연방은 보기좋게 패배했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도태될 터!”
종후표가 침을 튀겨가며 격렬히 소리쳤다.
“라그나로크의 네임드 시체들? 그놈들은 생전의 경지가 만만찮아 매우 강하지만, 열화된 피를 이어받은 놈들이야. 큰 원에서 볼 때 주변부로 밀려난 놈들이고 가진 한계가 있지. 고귀한 피를 이어받은 것은 개중 자굴라뿐.”
어디가서 쉬이 듣기 힘든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혹은 거짓에 약간의 진실만을 섞은 것인지는 종후표만이 알 것이었다.
“천지 위에 삼존(三尊)이 있고 각 도시마다 칠좌(七座)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삼존칠좌라도, 종국에 죽어 나자빠지면 이룩해둔 경지와 힘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조용히 순응하며 죽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나 종후표가 장담하건대, 그들은 필시 새로운 세상에 욕심을 내고있을 것이다. 이미 종의 규격을 극한까지 초월한 이들이, 연방 주민들의 시선을 신경이나 쓸 것 같은가!”
삼존칠좌가 배반한다는 말로, 이제는 갈라치기까지 시도하는군.
“생각해봐라. 150년 전에 9레벨이면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는 절대강자였다. 지금은 어떻지? 시체에서 뽑아내는 영약으로 천하에 다시는 없을 절세의 고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9레벨! 10레벨! 11레벨! 허나 이제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네놈들이 손바닥만한 도시 일곱 개로 과연 얼마나 버틸것 같은가!”
종후표의 이야기는 점점 혼탁하고 음울해졌다. 아까는 여기 욕했다가 이번에는 저쪽을 욕하고, 저주와 원망을 오가며 말을 내뱉었다.
“이 알 헤임달도 그렇지, 대개척같은 소리. 그깟 땅 면적좀 늘린다고 하여 세상이 바뀐다던가? 멸망이 늦춰진다던가? 에센스를 복용하고 강해져서 싸운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어도 세상의 기운을 받아 축적하는 그들은 얼마나 강하겠나. 구름 위를 나는 이동수단으로도 진입조차 불가한 미지의 땅에······어떤 신인류가 존재할 줄 알고?”
대답을 요구하는 건 아닌듯 하나 잠시 침묵이 있었다.
지금까지 종후표를 마주한 뒤 가장 긴 침묵이었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키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150년, 자그마치 150년 전에 첫 시체가 나타났다. 놈은 그 긴 시간을 먹지도, 자지도, 일하지도 않고 세상의 기운을 따박따박 받아 챙겼겠지. 제 아무리 지금 시대의 절대고수들이 뛰어나다 한들, 과연 비견이 되겠는가? 이족들? 혈마고 수인왕이고 철혈의 엘프고 죄다······인류에게도 밀려 변방에서 석탄이나 캐는 놈들이지. 그들의 수명이 조금 길다고 하여 시체의 강함에 비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종후표는 벌써 시체들의 편에 선채, 연방의 강자들을 거론하며 한껏 거드름을 피웠다. 나는 진심으로 궁금한 점이 생겨 종후표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시체가 되면 뭘 할 수 있지?”
“응?”
“개박살난 도시에서 천 년동안 용두질이나 하며 살 생각인가?”
그 말에 종후표가 너무도 답답하다는 듯.
“지금까지 무얼 들었나. 연방은 필시 망한다니까!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다른 길을 선택하는게 현명하다! 비록 진보한 인간의 기술들은 원시로 돌아갈지 몰라도, 필요한 기술 몇 개만 있으면 그만이다. 의복이야 입지 않으면 그만이고, 잠도 배설도 필요 없다. 식량이야 인간을 무한정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이 연방에 있는데 무엇이 문제지? 그리고 무엇보다 너희들은 이 충족감을 모를 테지. 아니, 몰라도 된다. 하하하하!”
흥분한 종후표는 느닷없이 광소하더니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는 회한에 잠겨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종후표도 문득 저런 사실들을 깨닫고 나니, 일이 손에 잡히질 않더군. 몇 년간 세상이 회백색으로 보이면서 어떠한 것에도 흥미롭지 못하고 공허했네. 어느날 길을 걷다가 차에 치어 죽었으면 했어. 해서 오늘은 그냥 죽어버릴까 하고 목을 매보았지.”
“흔한 우울증 증상이로군. 그러면 고쳐줄 정신과 의사를 찾았어야지. 피를 줄 시체가 아니라.”
아무래도, 종후표는 우울증 환자였던 듯하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희망차게 말했다.
“그런데 비슷한 처지의 인간들끼리 신인류가 되기로 결정한뒤, 다시 세상이 밝아지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네. 밑의 것들의 감시를 피해 수복전의 정보를 넘겨주었지. 아쉽게도 갑자기 사성짜리 연방 대장군이 계획과 다르게 전술핵을 투발해버리는 바람에 대부분 수포가 되었지만 말일세.”
“뭘 넘겨줬다는 말이지?”
“이 종후표가 하나 묻겠네. 확고한 목표나 신념이 있나? 설마 연방의 남은 도시나마 지켜보겠다는 허황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자가 있나?”
나는 뜨끔했으나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여기서 입을 열면 지는거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그런 시시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놈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런 것은 목표가 될 수 없다. 명성을 높이거나 인정을 받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될 수는 있겠지. 그게 전부다. 알아 들었다면 선택해라.”
와득.
종후표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낸 뒤에 손바닥에 모으고 우릴 바라봤다. 아무래도 자신의 피를 마시라는 뜻 같았는데, 이 상황에서 병신이 아니고서야 저걸 마실리가 없었다.
“싫은가? 다들 아직 젊구만. 젊음이 좋아. 대단한 소신이군.”
“몇 살인데 지 혼자 세상다 산 척이야? 얘, 너 몇 살이니?”
“······.”
엘프인 슬레모킨은 백 살 내외고 레반은 생을 다합쳐 백을 넘겼기에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종후표는 자신의 달변이 먹히지 않는 듯 하자, 자포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숨을 몇 번 길게 내쉬고는 집행관을 불렀다.
“이제 정말 끝인가보군. 루베르겐 집행관.”
“······.”
“한 대 주시게. 입아프게 떠들어댄 백리뇌부 종후표는 패배를 인정하고 이만 삼도천을 건너려하네.”
“그러시죠.”
집행관은 이번에도 궐련을 꺼냈고.
“이놈! 또 속았구.”
아니나 다를까, 궐련을 요구한 종후표는 마지막까지 숨겨두었던 요기를 단번에 해방해 도주를 하려했다. 넘실대는 요기가 주점 내부를 순식간에 잡아먹었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후드드드드득—
종후표가 발을 움직였을 때는, 이미 수십 조각이 나있는 상태였다. 종후표의 몸통 조각들이 모판으로 자른 두부처럼 후드득 떨어졌다.
오형검의 이 초식, 섬(纖). 종후표의 몸통을 수십조각낸 나는 뒤틀어진 어깨를 털어 맞추었다.
섬은 오형의 하나. 섬은 가늘게 뽑아낸 검이다.
실보다도 가늘고 단단한 검기가 꽃을 피워낸다. 가늘게 뽑아낸 줄의 형태라면 무엇이든 구현이 가능하다. 그것은 가는 검기의 실타래일수도 있고, 가는 검기의 꽃일 수도 있으며, 가는 검기의 공일수도 있다.
마치 촉수 줄기처럼.
가늘다는 것은 많은 이점이 있다. 극성에 이른 일 초식 출(出)과 이 초식 섬(纖)을 자연스럽게 연계하면 가늘어서 보이지도 않는 선의 날로 사람을 다진고기로 만들어버리는, 방금 전과 같은 기예를 부릴 수도 있으니.
우두둑-
물론 일 초식과 다른 초식을 연계하는 것은 그만큼 과부하가 심한 탓에 어깨가 박살나니 자주 쓸 수야 없지만, 여기서는 기운이나 마력의 소모없이 알아서 고쳐주는 나노 로봇이 있으니 괜찮다.
바만차의 에센스 절반을 소모한 로라 마르티네즈의 재구축이후 이 6세대 나노 로봇의 일처리도 더욱 빨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육체 자체의 회복력이 더 좋아진 것이겠지.
우득.
그리 생각하는 새 빠져 돌아갔던 어깨가 붙었다.
* * *
‘황당하군.’
루베르겐 집행관은 레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신이 백리뇌부 종후표의 자리에 서있었다면 저 기이한 검격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
루베르겐은 그리 생각하며 종후표의 몸을 수습했다.
시신의 수습이 끝나자 의문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었다. 모르고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날로 출수된 검이 칼등을 뒤집어 가는 기의 실을 꼬아낼 때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의 찰나. 모르면 일단 당할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하고 살기짙은 검.
“역겹고 추악하네. 저게 사람이야?”
슬레모킨이 조각조각 잘린 종후표를 보며 입을 열 때까지 집행관의 상념은 이어졌다.
“흠···.”
슬레모킨의 말에 레반은 축 늘어진 종후표를 바라봤다.
맞다. 그녀의 말대로 역겹고 추악하다.
허나.
시체 백정인 사냥꾼부터 연방의 정치인까지 꾸득꾸득 올라온 사내. 권력으로는 더 올라갈 길이 보이지 않고, 연방의 어두운 미래를 보고는 노선을 틀어 누구보다 먼저 강력한 네임드의 피를 받고자했다.
잔머리를 굴리며 자기 이득만을 생각했다.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끝까지 영악하다.
아힘사, 슬레모킨, 루돌프, 집행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까지 둘러본 레반은 실실 웃다가 말했다.
“뭐, 저 정도면 굉장히 평범한편 아닌가.”
잔머리도 굴리고, 영악하고, 약삭빠르고 치사한.
백리뇌부 종후표는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이게 뭐지? 내가 살아 있는건가?”
굉장히 끈질긴 인간이었다.
다른 놈들은 죄다 붙잡혀서 술술 실토할때, 알 헤임달까지 도망와서 가장 늦게 잡힐 만큼.
몸은 잘려 사라지고, 머리통만 떡하니 남은 종후표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조심히 입을 열었다.
“장벽 밖으로 내보내준다고 약속하면, 나는 세 명을 밀고하지. 어떤가? 거래하겠나?”
“······.”
이윽고.
그 광경을 목도한 레반이 피식 웃었다.
“저거봐, 끝까지 평범한 인간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