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역시 우리 돌프 답구나!
#93화.
석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또 긴 시간이다.
어제부로 레반은 박살났던 몸의 회복을 얼추 끝냈다.
무리했던 몸으로 휴식기를 가지며 성취를 갈고 닦았다.
짐작하기로, 라그나로크 수복전에 돌입했을 시점보다는 월등히 강해졌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강해질 것이고. 오늘을 기점삼아 전생의 경지조차 곧 뛰어넘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몇 마디로 짧게 끊어 설명할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레반에게는 있었다.
이 메카 세계수는 슬레모킨의 말대로 꽤 숨어 살기 좋은 곳이었다. 걱정했던 엘프들의 인간 배척도 없고, 감히 공주님을 빼앗아가려 하냐며 귀찮게 구는 엘프도 없었다. 당연히 슬레모킨이 신경쓴 덕이겠지만.
“준비는 됐나?”
“예.”
누군가의 물음에 레반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육신의 회복이 얼추 끝난 것을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찾아온 건지 모를 아이작이 그의 앞에 서있었다.
회복과 정양이 끝난 뒤, 레반의 첫 스케줄이었다.
“사냥에 나서는 사내의 패기가 이리도 없어서야.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
은근히 타박하는 듯한 아이작의 어조.
패기가 없다라···레반은 시발 뭐 어쩌라는거지? 같은 불순한 속내를 숨기며 어정쩡하게나마 몸에 힘을 넣었다. 특히 광배근에 힘을 꽉 주어 등판을 부풀리고 눈을 사내답게 부라리니, 그제서야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도 조금 낫나보다.
이 엘프도 어지간히 미친놈이라고 생각한 레반은, 광배근에 준 힘을 계속 유지했다.
괜히 성깔대로 지랄했다간 이 거물과 맞대매를 벌이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겠지.
앞뒤 안재고 달려드는 게 특기인 레반이라지만, 아무리 봐도 눈앞의 아이작이 죽은 바만차보다 밑줄에 있을것 같지는 않았다. 뒤에 일레힌 포이체카라도 버티고 있다면 또 모를까.
“더 늦기 전에 출발하지.”
아무튼 아이작은 정확히 석 달째가 되는 날, 이렇듯 레반의 침실에 쳐들어왔다.
거대한 사냥활을 메고 나타난 근육질의 엘프.
우선 침실의 손잡이부터 가볍게 우그러뜨리며 압도적인 박력을 보인 아이작은, 레반에게 즉각 ‘사냥’을 같이 떠날 것을 종용했다.
— 아니, 지금 뭐하시는 거죠? 왜 이래!
옆에서 극구 말리는 슬레모킨도 빼놓고, 사내끼리 말이다.
“그러시죠.”
레반은 갑작스러운 사냥행에 황당해하면서도, 이 덩치와 슬레모킨을 사이에 두고 치고박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낫겠다고 여기고 있었다.
마침 몸을 슬슬 풀어봐도 좋겠다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으니.
쐐애액—
현재 둘은 엘프들의 메카 세계수를 벗어나, 계속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먼지 돌풍을 일으키며 질주하던 아이작이 입을 열었다.
“까마득한 고대, 원시 사회에서 수컷이 맡은 일은 단순했지. 모두를 배불리 먹일 짐승을 사냥해오고, 다른 부족들의 습격을 무력으로 막아냈다. 그것은 현재도 다르지 않다. 싸워 이겨 쟁취하고, 책임을 다한다. 수컷은 그뿐이다.”
아이작은 사내라면 책임져야할 것들을 레반의 앞에 늘어놓았다.
“······.”
그에 레반의 미간이 가볍게 구겨졌다.
따라 나오라길래 나오긴 했는데, 나한테 왜 저런 얘기를 할까. 듣자하니 장벽 밖에서 네가 얼마나 사나이스러운지 확인해 봐야겠다. 대충 뭐 그렇게 흘러갈 듯한데.
수컷임을 증명하려면 장벽 밖에서 시체와 춤을?
레반은 진정한 사내를 표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돌대가리는 아니었다.
‘그냥 엎어?’
레반의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아이작은 대가리 속에 짱돌과 남성호르몬만 가득찬 엘프같은데, 지금이라도 약혼은 거짓말이었다고 털어 놓아야 하나···진지하게 고찰할 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차마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저거, 계속 보니까 나도 가지고 싶은데.’
슬레모킨이 부리는 청록빛 상어입 괴물.
일명, 알 헤임달의 짐승 부스러기은 한 마리가 아니다.
지금 아이작 모드릭이 제 몸처럼 부리는 저 괴물은 슬레모킨의 그 녀석과는 약간 다른 생김새이나, 더 강해보였다.
레반이 당장 거짓 약혼이라고 털어 놓지 않는 이유였다.
‘가지고 싶다. 한 마리 달라하면 주려나.’
저것이 아까부터 계속 눈에 밟혔다.
분명한 생물체다. 기계 따위가 아니다.
그런데 그 자체로도 굉장한 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시체를 뜯어먹더라도 감염 걱정 없이 멀쩡하다. 심지어 발할라의 산맥 봉우리 해발고도 1만미터에서 사람을 태우고 뛰어내려도 문제없는 기동성까지.
전 십이제인 카스트라 뷔에탕같은 거물도 저것을 알고 있고, 어딘가 껄끄러워하는 이질적인 존재이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보물.
서부극이든 분노의 질주든 저것만 있으면 한 편 뚝딱이잖아. 진정한 사내를 칭하는 자라면 탐이 안 나기가 힘들지 않을까.
일전에 슬레모킨에게 한 번 넌지시 물어봤던 적이 있긴 했는데, 이족이 아니면 어림 없으니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될 일이라는 말만 들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물어봐야할까.
솔직히 이 양반은 좀 껄끄러운데.
레반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점점 가까워지는 장벽에 고개를 들었다. 알 헤임달의 높은 북부 장벽이 레반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별 힘도 들이지 않고 따라 오는군.’
앞서가던 아이작은 따라오는 레반을 보며 꽤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애마가 최대 속력으로 내달리고 있다. 쏘아진 총탄만큼 빠르지는 못해도, 상대가 7레벨급 정도라면 이미 진작에 따돌렸어야 했다.
하지만 쉽게 뒤를 쫓아온다.
재미있는 점은, 저 녀석은 이 사실을 별 대단치 않다고 여긴다는 것.
내공을 그리 과하게 운용하는 것도 아니며, 억지로 따라붙느라 기를 쓰는 느낌도 전혀 없다. 경공이 몸놀림에 자연스레 배어 녹아있는 것뿐이다.
‘흠.’
아이작은 과거 오로지 경공술(輕功術)만 한평생 익혔다는 무림계의 기인이사들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무림계 기업 전문 우체부라던가. 한 발로 절벽을 오르고, 도약 한 번으로 산을 뛰어 넘는다는 그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레반을 바라보던 아이작은 곧, 애마의 등 위에 섰다.
그리고 한 번의 도약.
쐐애애액!
그러자 한순간에 점이 된 아이작의 거신은 근방에서 가장 높은 빌딩보다도 높게 솟았다. 빌딩의 꼭대기를 밟고 솟구친 아이작은, 증기를 내뿜으며 창공을 헤치며 비행하던 어느 비공정의 돛대 위에 내려섰다.
무거운 몸으로 털썩 앉은 아이작. 그는 알 헤임달 시티의 정경을 한 눈에 내려다보았다. 정겨운 석탄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리는지라 아주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가끔 경치를 즐기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그래도 시원하고 좋군.”
“그렇군요.”
어느새 따라와 아이작의 옆에 내려선 레반의 목소리였다.
“······흠.”
사실 따라오지 못할 줄 알았다.
그는 레반을 식사 자리에서 처음 보았을 때부터, 육체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7레벨 주제에 겁도 없이 9레벨 네임드 개체와 일기토를 벌여 초주검이 되었다고 들었다. 분명 무리에 무리를 극한까지 거듭하였을 터.
아이작이 확인한 레반은 1, 2년 이상은 꼼짝없이 요양을 해야하는 지경이었다.
헌데 그 자리에서 자신의 투기를 버텨보이는 것도 모자라서, 정말 석 달만에 저리 완전히 회복했다는 얘기인가?
석달이면 일부는 몰라도 다 회복하지는 못했을 터.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면, 주제도 모르고 감히 자신의 딸을 탐낸 불청객의 심지를 꺾어버릴 생각으로 왔다.
그런데, 아이작의 생각보다 확실히 뛰어나다.
조금만 힘들어도 헥헥대며 강자의 투기에 숨부터 죽는 놈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사내는 상대가 누구든, 지키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조금은 봐줄만한 예비 사윗감이라고 할까.
“흠.”
레반도 모르게 엘프들의 군주, 철혈의 사냥꾼 아이작 모드릭의 품평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콧김을 한번 내뿜은 아이작은 곧바로 돛대를 박차고 다시 지상으로 떨어져내렸다.
어느덧 그들은 장벽 밖에 이르렀다.
현재 알 헤임달은 석 달째 대개척을 벌이며 시티 주변의 시체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금껏 얻어둔 개척지와 알 헤임달의 본토를 이을 장벽을 대폭 늘리는 대수술.
남, 동, 서부에서 대약진하며 시체들을 북부로 밀어 올리고 있다.
그래서 이곳 북부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끊이지 않고 사방에서 밀려드는 불명의 시체들뿐. 천지사방에 움직이는 모든 것이 끔찍한 적의를 가지고 달려든다. 역겨운 종자들을 퍼뜨리고 살을 탐하기 위해.
“아휴.”
이곳이 마경과도 같은 장소임을 금세 알아챈 레반이 미간을 와락 구겼다.
그를 본 아이작이 그러면 그렇지-하며 웃었다.
몸이 굳었군.
역시나 연방에 의해 부풀려진 소문이었던가.
‘딸아이가 평생 독수공방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수컷은, 살 가치가 없다.’
7레벨급이 단신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력의 한계는 명확하다. 한 시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줄행랑을 치겠지.
아이작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끝낸 레반은 몰려드는 시체들을 앞에 두고 섰다. 지난 석 달의 성과를 확인해볼 차례라고 생각한 그는 곧바로 공력을 끌어올렸다.
— 부웨엑!
더럽고 역한 액체를 전방으로 토하는 시체.
펑!
···의 머리통이 단숨에 증발한다.
사내들의 사냥은, 레반의 손가락에서 뻗어나간 지풍(指風)이 시체의 대가리를 폭죽처럼 펑 터뜨리며 시작되었다.
“?”
활을 집어들던 아이작이 눈을 비볐다.
* * *
우지지직!
지면을 뚫고 발목을 공격하는 놈을 즈려밟아 터뜨리고, 뻗어오는 좀비의 팔을 잡아 분질러버린다.
동시에 공중으로 도약한 내가 한 곳으로 쏘아졌다.
— 갸아아악!
6레벨급은 족히 될 좀비가 놀라 소리를 지른다.
지능이 꽤 높은지 한참 뒤에 빠져있던 놈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놈의 팔을 뽑아 비명지르는 입구멍에 박는다. 놈의 뒤통수에 긴 팔이 자라났다.
텅!
탄지공(彈指功). 뭉쳐진 기운을 손가락 끝으로 쏘아낸다. 원거리에서 달려들던 좀비의 대가리들이 두부처럼 꿰뚫린다.
묘기에 가까운 공력의 수발.
기운과 정신력을 쓸데없이 소모하는 개 미친짓거리였지만, 지금의 나는 가능하다.
8레벨의 경지를 이루었으니까.
그간 바만차의 에센스를 전부 마셔버렸다.
멍청한 새끼. 나는 굉장히 멍청한 새끼다.
몇 년간 천천히 회복하고 마셨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에센스였다. 나중에 위급해졌을 때 목숨을 살리는 데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끼고 아끼다 결국 뒈질뻔했던 기억이 잘 지워지지 않았다. 또한 로라 마르티네즈의, 에센스는 상상속 엘릭서가 아니라는 말도 뇌리를 맴돌았다.
나는 본래, 가끔 생각없이 질러대며 살아온 사내. 화산에서 매화 가지도 그냥 꺾는 사내. 열 받으면 사람도 죽이는 사내. 운석과 박치기도 해본 사내.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질렀다.
스거걱!
광선을 뽑아 통쾌하게 한바퀴 돌렸다. 기운을 압축한 발검이 주위를 포위해오던 좀비들의 허리를 일시에 뎅겅 잘라낸다.
나는 그간의 한을 풀어내듯 좀비들을 썰어댔다.
한바탕 살풀이가 벌어졌다.
으지직!
마지막으로 수십 마리의 척추가 단숨에 분리되며 좀비들의 육벽에 막혀있던 아이작의 모습이 드러났다. 더 이상 덤벼들 좀비가 없었다. 지능이 낮은 놈은 다 뒈졌고, 좀 높은 놈은 진즉 도망쳤다.
촤악!
나는 상쾌한 얼굴로 피를 씻어냈다.
이제야 혈액이 빠릿하게 도는듯하다.
내가 묻은 피를 털어내고 있자니, 지켜만 보던 아이작의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요즘 대개척때문에 대외적으로도 정신이 없었네. 자네와의 식사 자리는 돌아가서 따로 마련하도록 하지.”
몇 시간만에, 네가에서 자네로 승격했다.
역시, 대가리에 근육밖에 없는 사내로군.
나는 피도 잔뜩 본 김에 시원하게 입을 열었다.
“약혼, 거짓말이었습니다. 따님은 제게 안 주셔도 됩니다. 실은 그저 한솥밥 먹던 동료일 뿐인지라.”
“자네가 딸아이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네.”
“그렇습니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괜찮네.”
갑자기 태도가 변한 아이작은 대인배와 군주의 면모를 동시에 뽐냈다.
“하지만······인연이야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 아니겠나. 이제 스물을 갓 넘겼다고 했나? 그 어린 나이에 8레벨이라는 경지에 올랐다면, 나약한 인간처럼 빨리 늙을리도 없겠군.”
“······.”
후우-
나는 진득한 피웅덩이를 내려다보았다.
시종이던 시절의 얼굴과는 어딘가 많이 다르다.
총평하자면 평범했던 외모가 조금 볼만하게 바뀌었고, 골격도 달라졌다. 내가 그리 느끼고 있다.
아마 육체를 재구축했다는 로라 마르티네즈의 취향이 약간은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르륵-
그때, 아이작이 흙갈빛 괴물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자네도 하나 가지고 싶은가?”
대가리에 근육만 꽉 들어찬 줄 알았더니, 이래서 엘프는 겉으로만 보면 안 된다.
눈치는 거의 여우 이상 아니던가.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 * *
‘짐승’ 은 흡혈귀들의 금지(禁地)에 있다.
과거 초월적으로 강력한 경지를 달성했던 흡혈귀.
혈교주, 혈마(血魔).
강력했던 시체들을 흡수해 자신의 육신과 섞어버린 혈마는, 거대한 힘과 요기를 지닌 ‘짐승’ 을 세상에 남겼다.
시체에 시전자의 피를 뿌려 그 ‘짐승’ 의 안에 넣으면 마치 수인의 육체처럼 강성해지고, 대단한 회복력을 갖고있는 짐승의 부스러기를 뱉어낸다.
짐승 부스러기는 피를 뿌린 주인의 명령을 맹목적으로 따른다. 피로 맺어진 고위 흡혈귀의 혈술(血術)이 짐승의 내부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과거 악명높던 흡혈귀가 탄생시킨 끔찍한 산물은 쓸모가 있다는 이유로 현시대까지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전설속의 키메라와도 같은 원리. 하나의 생물안에 형질이 다른 것들을 뭉쳐놓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체와 인류 사이의 무언가로 변한다.
수혈팩을 병원에 팔아먹고 사는 흡혈귀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쉬쉬한다. 연방에서 그닥 반기지 않으니까. 혈마가 떨친 악명은 아직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짐승’ 의 위치와 사용은 철저하게 혈교의 고위 흡혈귀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그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아이작쯤 되는 인물이니 딸인 슬레모킨에게도 하나 장만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까지가, 아이작에게 들었던 ‘짐승’ 에 대한 설명이었다.
척 봐도 일반적인 인간은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엘프들의 군주인 아이작은 꽤 자신감을 내비쳤다.
[ 강력한 시체를 넣는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
[ 만약 시체가 아닌 사람에 피를 섞어 ‘짐승’ 에 넣으면 어떻게 됩니까? ]
[ 정확히는 나도 모른다. 다만 끔찍한 고통을 수반하며, 인간도 시체도 아닌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 ]
[ 지금껏 그랬던 적이 있습니까? ]
[ 없지는 않다고 들었다. 만약 살아남는다면 강한 힘을 얻겠지만, 평생 죽지도 살지도 못한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겠지. 정신이 과연 온전할지도 모를 일이다. ]
‘흐음, 그럼 혹시 이 새끼를 넣으면······?’
꽈악.
나는 루돌프의 이두근을 주물렀다.
“이야···.”
“어떻습니까?”
칭찬 비슷한거라도 받는 게 오랜만인지, 괜히 우쭐해진 루돌프놈이 몸에 힘을 주며 물었다. 나는 짐짓 감탄하며 칭찬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돌프야, 너 근질이 좋구나.”
“아 뭐 이 정도로 놀라고 그러십니까? 제가 그간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루돌프놈은 석 달간 아주 잘 챙겨먹었는지, 이전의 멸치였던 육신에서 꽤 탄탄한 몸으로 탈바꿈했다.
마침 시기도 딱 좋군.
“그런데 살짝 아쉽네.”
내가 뜬금없이 그리 말하자, 바뀐 몸에 꽤 자신이 있었는지 루돌프놈은 버럭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지금 뭐가 아쉽단 말입니까 형님?”
“조금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너한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아직 외공의 성취가 부족해.”
“형님, 이거 핏줄 솟은거 안 보입니까? 다시 만져보셔야겠는데.”
“됐다. 외공이나 잘 갈고 닦아라.”
루돌프놈의 형형한 눈빛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사람한테 할 짓은 아니지하며 몸을 돌리려고 했다. 나는 분명 포기하려 했다.
덥썩!
헌데 그 순간, 루돌프놈이 내 팔목을 잡고는 당당히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뭔데 그럽니까!”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참 좋은 기회가 있는데, 네가 견딜 수 있나 모르겠다. 꽤 아플지도 모른다.”
“아이고 형님, 팔다리 다꺾여도 웃으면서 버티는게 접니다. 아시겠어요? 이미 고통 따위에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다 이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바만차와의 결투에서······.”
“그래? 정말 뭐든 견딜 수 있겠니?”
“예, 걍 좆밥이죠!”
“역시 우리 돌프 답구나!”
“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