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몸의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92화.
레반이 알 헤임달에 머무르는 동안.
연방은 대 혼돈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라그나로크 수복전에서 큰 전공을 세운 마탑의 7레벨 마법사 ‘레반’ 의 폭로로 시작된 불길은 언론의 손을 거쳐 모든 도시에 옮겨붙었다.
일이 터졌을 때는 상대가 연방 정부군이니만큼 노선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애송이 하나가 분수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는 거 아니냐며 부정적으로 보던 언론사.
그들은 수복전에 참가한 세력들과 십이제인 진공진인, 로라 마르티네즈까지 적극적으로 논란에 가세할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기름을 퍼부어가며 불길 키우기에 나섰다.
정확히는 연방 자체를 공격하려는 게 아님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너죽고 나죽자 하는 치킨게임도 아니란다. 그들이 하려는 것은 ‘색출’ 에 가까웠다.
다시 오기 힘든 대목에 언론사들은 펜칼을 휘두르며 연일 특종 타이틀을 걸었다.
출처가 분명한 고급 소스들도 시중에 풀렸고, 놀랄만한 대형 속보들이 잇달아 터졌다.
중간에 언론들이 내린 결론은 이랬다.
[ 라크나로크 수복전에서 연방군의 이해 못할 여러 작전 지휘들은, 인류를 배반한 변절자가 연방의 고위직에 뿌리내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
그렇게,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필연적으로 수복군 세력들의 피해 상황이 언론을 통해 낱낱이 보도 되었고, 그에 따라 원래는 잔치 분위기였던 증권가도 난리통을 피해갈 수 없었다.
수복전이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공로를 인정받은 우량 기업들이 라그나로크 시티 내의 부동산과 인프라 사업등을 갈라먹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들의 정예들이 많이 죽어나갔단다.
심각한 사안이었다.
수복전에서 중요한 편제에 들어갈만한 기업들은 대부분 독자적인 에센스 수급 부서를 갖고 있기 마련.
에센스 수급량은 기업이 보유한 무력과 상관관계가 크다.
세계에서 크레딧만큼, 아니 크레딧보다 더 귀한 것이 바로 에센스.
금이 곧 돈이듯, 에센스는 곧 돈이다.
연방이 망하면 크레딧은 휴지조각이 되어도, 에센스는 최후의 화폐로 통용될 거라는 소리가 있을 만큼. 에센스는 확정적인 수입원이자 든든한 자금줄이 되어주니까.
게다가 언제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로 벌이는 사업이 없더라도, 강력한 무력만 있다면 수준 높은 에센스를 팔아먹어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할 수 있고,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른 신사업에도 진출한다.
에센스의 존재가 확인된 초기부터 무림계 구파일방과 마법계 대가문들을 비롯한 상당수의 메가콥은 그렇게 몸집을 불려나갔기에.
그런데 에센스를 벌어와야할 정예들이 죽었어?
7레벨급 정예 한명 한명이 기업 입장에선 심혈을 기울여 키운 보물이자 훌륭한 일꾼이나 다름없는데, 한 두 명도 아니고 우르르 죽어나갔으니 말 다했다.
피해가 극심한 편이라고 알려진 사천당가나 화산 그룹의 경우, 무려 9레벨과 8레벨등의 중요 자원들까지 줄줄이 사망했다. 메가콥이라 해도 주가와 기업 가치에 타격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수복전에 참가한 기업들의 주가가 미친듯이 위아래로 요동쳤다. 천문학적인 자금들이 증권시장에 우르르 쏟아져나와 차트 위에서 대난투극을 벌인다.
그리고 그 아비규환속에서.
“헉, 얘는 벌써 이렇게나 떨어졌어?”
“이건 지금이 최대 저점 같은데······.”
“당가는 이 와중에도 잘 버티네. 확 망했으면 좋겠는데······나쁜 놈들.”
개인투자자, 레나는 눈 코 뜰 새가 없었다.
레반이 정크타운에서 건네준 소액부터 시작된 레나의 투자는, 자그마치 6백만 크레딧이라는 거액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레반이 자신에게 처음으로 믿고 맡겨준 크레딧이다. 그녀는 반드시 더 잔뜩 불려서 레반에게 자랑하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변화하는 차트들을 뚫러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레나는 아카데미에서 마법을 배우고 마법사들의 세계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하루하루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 아흠.
수업이 너무 지루한 덕에 매일 꿀잠을 잤으니까.
몇몇 재미있는 과목을 빼면, 언니인 루벤카의 족집게 과외가 차라리 나았다.
시립 아카데미 수업은 만성적인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레나에게는 최적의 수면제였다. 어떤 약도 불면증을 낫게하지 못했는데, 아카데미의 교수진들이 그걸 해내버린 것이다.
아카데미 일 학년 생도 레나의 일과는 간단했다.
수업 시간에 부족한 잠을 보충한 뒤, 야간에 열리는 증권시장을 종횡무진 휘젓는다.
레나는 현재 시립 아카데미에 다니며 성공한 개인 투자자로의 삶을 꿈꾸고 있었다.
삶을 괴롭히던 불면증이 사라지자, 공격적인 개인 투자가의 기질이 개화하고 있던 것이다.
“괜히 고강한 마법사들이 아니야······음성에 수면 마법을 실어서 날리는 게 분명하다구.”
오늘도 강의실에 생도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레나는 수업 시작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늘은 또 얼마나 꿀같은 잠을 잘 수 있을까. 빨리 수업 시작했으면 좋겠다.
스윽.
‘좋아, 준비 해야겠다.’
레나는 몰래 반입해온 목배게를 품에서 꺼내며 레반을 떠올렸다. 연방 전체를 상대로 당당하게 욕설을 뱉던 그 남자다운 모습을. 이래야 자면서 레반의 꿈을 꿀 수 있었다.
‘하지만 발할라 시티에도 들리지 않고······.’
아니, 아무렴 어때.
레반은 원래 특이했으니까 뭔가 계획이 있겠지.
단단하게 목배게를 장착한 레나는 자신의 증권계좌에 찍힌 금액을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 정도 크레딧이면······.
“헤헤.”
레반 오면 꼭 자랑해야지.
“그런데······언제 오는 걸까? 분명 금방 보러 오겠지?”
* * *
항간에 신기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
무려 수십 년 가까이, 부모의 결혼 압박으로부터 도망만 다니기 바빴던 슬레모킨에게 진정으로 사랑하는 인간이 생겼다는 소문.
심지어 이미 그 인간과 약혼까지 한 상태이고, 약혼자를 직접 데리고 와 일명 [ 혼약의 승강기 ] 까지 같이 올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정으로 혼인할 마음이 없다면 타지 않았을 테니, 당사자인 둘은 마음을 어느정도 굳혔다는 얘기일 터.
다만 모든 엘프들에게 두려운 존재이자 존경받아 마땅한, 위대한 엘프. 아이작 모드릭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였다. 그가 슬레모킨의 혼인에 관해서는 유독 더 깐깐하게 군다는게 정론이었기에.
오랜 기간 아이작의 눈에 들지못해 퇴짜맞은 사윗감만 대체 몇 명인가! 이미 엘프들 사이에선 도저히 사윗감을 찾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아이작의 눈에 잘못 들었다가 혼인은 커녕 오줌을 질질 지리면서 내쫓긴 수치를 당한 엘프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니 부모 자식간에 서먹해졌던 건 당연지사.
결정적으로.
“감싸고만 돌다가 너무 늦어버리지 않았나?”
슬레모킨의 나이는 혼기를 훌쩍 지난 상태였다.
딸에게는 어서 혼인을 하라며 극성으로 굴었으나, 아이작의 요구치가 사실상 너무나도 높은 탓에 결국 적정 혼기를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그 사실로 인해 충격받은 슬레모킨이 더 이상의 압박은 지겹다며 발할라 시티의 마탑으로 도망친 것이 옛날에 벌어졌던 도주 사건의 전말이다.
“그래도 인간이라면 비슷하게 늙어가긴 하겠군·····.”
“천생연분일지도······.”
다행인 것은, 슬레모킨이 8레벨의 강력한 마법사라는 사실.
그러니 일반적인 엘프보다도 노화가 훨씬 늦다.
지금이라도 혼인을 올리면 막차는 탈 수 있다.
더해서, 슬레모킨이 별장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그 약혼자의 수발을 든다는 얘기가 엘프 고위층 사이에서 알음알음 돌았다. 그 대단한 아이작 모드릭의 딸이 아픈 인간의 수발을 들어?
“진짜 대단한 일인데. 제대로 꽂혔나봐?”
“그런데 아이작께서는 그게 또 마음에 안드시나 보던데. 그 인간과의 만남을 차일피일 미루신다는 얘기가 돌더군. 오늘이 세 달째야.”
“아무리 그래도, 설마 또 방해한단 말야?”
“설마가 아니라—?”
그때.
갑자기 곰처럼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 속닥대는 엘프들의 뒤로 졌다.
“흠······재미있는 얘기로군.”
“어?”
털썩.
그리고 야외 하늘공원에서 과자를 까먹으며 떠들던 엘프들은, 뒤 돌아보고 경악할 틈도 없이 아이작의 전신에서 발산된 투기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그 광경을 본 아이작의 시름이 한층 더 깊어졌다.
알 헤임달의 대개척과 관련된 일정이 급작스레 바빠졌다는 이유를 구실삼아, 첫 만남 이후로 그 인간을 피한다는 얘기가 일반적인 주민들 사이에서도 돌고 있다.
일정 부분은 그도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정 바빠도 식사 한끼 할 시간이 없을리가 없지.
물론 부인인 토퀸타이아는 절대로 딸아이의 혼사에 관여하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했지만, 아비가 되어서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눈에는 아직도 아이였던 시절의 해맑던 모습이 선명하거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를, 그런 비실비실한 놈의 곁에 쉬이 딸려 보낼 수는 없었다.
“으음, 그러고 보니 벌써 세 달 전이던가.”
놈이 사내라면 몸이 달아올라 애가 탈 것이라 여겼다.
해서 성급히 자신을 찾아오리라 여겼건만, 지금까지 조용한 걸 보면 아주 인내심이 없는 놈은 아닌 듯 싶다.
뭐, 다 죽어가는 놈을 붙잡고 드잡이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아무런 재미가 없을 테니까.
그래도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다.
허약한 놈.
슬슬 찾아가서 사내끼리 몸의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지.
“크흠······.”
아이작은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 * *
레반이 도착한 뒤, 이곳에서······.
세 달이란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흘렀다.
촤락!
슬레모킨은 자신이 가볍게 썼던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 첫째날 ]
막내···아니, 레반과의 약혼 작전이 틀어졌다.
괜찮다. 아버지가 뭐 하루이틀 그랬던 것도 아니고.
일단, 레반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듯 보였고 내가 내준 침실에서 몸을 회복하는 데에만 매진하겠다고 했다.
무인들이 하는 운공을 시도할 때마다 식은땀을 뻘뻘 흘려 안쓰러웠지만,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질거라던가.
첫 날은 운공을 조금 하고 곧바로 잠에 들었다.
근데, 너무 신경 안쓰는 거 아냐?
여기 내 집인데······.
[ 둘째날 ]
이틀이 지났다.
레반은 변함없이 회복에 전념하는 중이다.
워낙 무리한 탓에 기혈이 틀어져있어야 정상인데, 이틀만에 제자리를 찾는 걸 보면 로라 마르티네즈가 정말 무언가를 잡아두긴 한 모양이라며 기뻐했다.
십이제 로라 마르티네즈······.
예쁘지는 않던데······.
[ 일주일 ]
내가 벌써 약혼자를 데려왔다고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
아마 그 승강기를 이용한 탓인가? 너무 오래되는 바람에 까먹었는데 별명이 혼약의 승강기인가 아마 그랬을 거다.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뜨던 목도리나 마저 떠야겠다.
[ 이주일 ]
다행이다.
레반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혈색도 돌고 가끔 검을 집어 짧게 짧게 휘둘렀다.
내가 보더라도 레반의 몸은 괴상하게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었다. 도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 이것저것 갖다줘 봤지만, 그리 반기는 기색은 아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해 보였달까.
난 이때를 기점으로 레반의 방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레반도 침실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고, 가끔 열린 문틈 사이로 슬쩍슬쩍 보기만 했다.
어쩌다 부모님이 식사 자리에 부르진 않냐고 물어보길래 ‘아직’ 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 날, 어머니 토퀸타이아가 레반을 나름 마음에 들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아버지가 또 무슨 얕은 수를 쓰는지, 자꾸 만남이 미뤄질 일이 하나둘 생기는 중이다.
······흐음, 계속 이러면 안 되는데.
[ 한 달 ]
한 달이 지났다.
레반은 벌써 회복을 완벽하게 끝냈다.
이전보다 골격이 좋아보이는 것 같기도?
그리곤 하루종일 돌처럼 굳어 가부좌만 틀고 있다. 무인들의 훈련인가? 무슨 훈련을 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또, 아힘사가 대장간에서 수리를 마치고 돌아왔다. 레반의 침실에서 무슨 대화를 주고 받는데 몰래 엿들으려다가 실패했다.
그런데 맛있는 간식을 주러 들어간 저녁 시간에, 꼭 부모님을 뵈러 가야하나? 계속 이렇게 조용히 흘러가도 좋을 것 같은데···라는 말이 레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차피 가짜 약혼이니 이대로 은근슬쩍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곳으로 가자는 말로 들렸다.
나는, 그러면 안 돼! 이미 약혼자라고 소개해버려서 소문까지 다 났는데, 이제와서 우물쭈물 발 빼면 진짜 큰일날 수도 있어! 라고 설득했다. 다행이 레반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
부모님들이 한가한 이들은 아니라, 원하고 싶을때 딱딱 만날 수는 없어. 급한 일이 생기면 다음 만남이 미뤄질 수도 있지. 라고 했어야 더 자연스러웠을까?
에잇, 잘 모르겠다.
PS - 레반에 관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놈을 잡았다. 끓는 호수 밑바닥에 5분 주기로 처박았다가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주고 있다.
[ 두 달 ]
두 달이 지났다.
레반은 여전히 자신만의 수련에 집중하고 있고,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기운이 조금 달라졌다.
설마 벌써 그 에센스를 복용하고 소화중인 건가?
바만차와의 전투 이후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정말 알 수 없다니까.
아무튼 아버지는 오늘도 일 때문에 바쁘다며 식사 자리를 마련할 수 없다고 한다. 진짜 치사하다. 다음에 오라며?
계속 요청을 해봐도 요지부동이다. 빨리 약혼을 허락받아서 레반을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줘야 할텐데······.
그냥 어머니를 설득하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결정을 일임하셨지만, 아양을 떨어서라도 어떻게든······.
아, 그리고 오늘 뜨던 양말과 팬티 셋트를 드디어 완성했다! 구멍이 좀 뚫려있긴 해도 작은 구멍이라 신지 못할 정도는 아니겠지?
요즘따라 뜨개질 실력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 두달 하고도 2주 ]
80일 가까이 지났다.
쟤는 자기가 무슨 도인이라도 된 줄 아나?
레반은 침실에 틀어박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도만 닦는다. 밥만 가끔 먹고 외부와는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아! 아힘사랑 딸기코는 가끔 만나는 것 같다. 딸기코놈은 레반의 침실에 들어가면 팔 다리가 막 이상하게 꺾여서 나오는데···나올 때마다 히죽이는 게 영 정상이 아니다.
어쨌든 은둔생활 덕분에 레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사그라들긴 했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 잊혀가는 중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직도 올라오라는 말 없이 조용하다.
와, 이제는 두달이 넘었는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으으, 싫다 진짜.
[ 세 달 ]
“음, 그리고 오늘이 딱 세 달째네.”
레반의 침실 앞.
촤락!
슬레모킨은 펼쳐둔 일기장을 다시 덮고는 닫혀있는 문고리를 잡았다. 2주 전에 마지막으로 얼굴 본 게 다라서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오늘은 레반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고 이렇게 찾아왔다. 내가 데려왔는데, 아픈데는 없는지 확인이라도 해 봐야지.
철컥.
그렇게 슬레모킨이 문고리를 잡던 그때.
“응?”
그녀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슬레모킨이 슬며시 고개를 돌리자.
레반을 탐탁치 않아하는 슬레모킨의 아버지, 아이작 모드릭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슬레모킨의 뒤에 서있었다.
자기 키보다 커다란 사냥활을 들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