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퓨전펑크의 전생자-89화 (89/157)

#89화. 라그나로크 시티 수복전 끝

#89화.

꺄하핫-

아이처럼 명랑한 웃음소리.

“받아.”

탁!

로라 마르티네즈는 뭔가를 턱 꺼내놓았다.

영롱한 빛깔을 내는 최상급, 그 이상의 영약.

그간 그녀가 보관하고 있었을 바만차의 에센스다.

뭘 해줄 수 있냐 묻자마자, 별 지체없이 내 수중에 넘겨준 것이다.

너무도 간단하게.

“절반은 작살난 네 몸 새로 ‘구축’ 해주는데 썼고, 나머지는 전부 다 네 거.”

“······.”

목울대가 꿀꺽이며 너울친다.

가치를 측정할 수조차 없는 바만차의 에센스. 우르드의 에센스를 담았던 작은 병보다 적어도 다섯 배는 크다.

“내 몫은 일절 없어. 참고로 너 살려서 여기까지 배송해온 것도 나란다?”

내가 앉아있던 슬레모킨을 바라보니, 이런 분배라면 당연히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고는 엉성한 자세로 뜨개질을 이어갔다.

네임드 토벌전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후에 에센스를 분배하려면 피가 쭉쭉 말린다던데···

로라 마르티네즈가 나의 편의를 꽤 봐줌과 동시에, 많이 양보해 주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욕심이 냈다면 충분히 자신의 몫을 떼어갈 수도 있었다.

만약 이 양에서 마탑주에게 절반을 더 떼어준다 하더라도, 이번 수복전에서 사용한 에센스의 몇 곱절은 넉넉히 벌었겠군.

그래도.

최대한으로 질척거려서 더 얻어보자.

“이건 원래 제 거였고, 다른 건 더 없습니까?”

내가 당당한 태도로 그리 묻자, 로라 마르티네즈가 하! 헛숨을 뱉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껏 치켜올린 그녀의 안경테가 뾰족하게 빛을 반사한다.

“······아니, 네 몸을 새로 만들어줬다니까. 이 로라 마르티네즈님께서 직접? 그게 뭘 뜻하는지 몰라?”

자신감이 한가득 담겨있는 말투.

망가진 내 육체에, 바만차의 에센스를 부어가며 새롭게 구축했다고 한다.

내가 기절한 새, 벌모세수라도 해주었다는 말인가.

물론 십이제나 되는 인물이 남 보는 앞에서 헛소리를 늘어놓진 않을 터. 게다가 저리 자신만만하게 장담하니 보통 사안은 아닐 거다.

당장은 몸이 박살나서 정확히 알 수 없겠으나, 차차 알게 되겠지.

일단 그딴 거 모르는 척, 더 질척거려보자.

“그것으로도 조금 부족합니다.”

“흥, 부족한지 아닌지는 나중에 보면 알 일이고.”

아쉽게도, 그녀의 어조에는 더 반박할 수 없는 위압이 담겨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질척여보고 그만두기로 했다.

“무려 연방 정부를 적으로 돌리는 일 아닙니까.”

“···적으로 돌리긴? 고여서 썩은 놈들만 끌어내가지고 조질 건데? 그리고 이번에 언데드 새끼들한테 미리······아니다. 이것까지는 몰라도 돼. 암튼 7레벨 영웅이신 너는 방아쇠만 당기는 역할이고 총알은 진공 그 늙은이야. 이번에 그 늙은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꽤 성이 나셨거든.”

무당의 진공진인.

십이제의 수좌이자 다음 칠좌의 지위에 반드시 오를 것으로 평가받는 고강한 무인. 공력을 무한에 가깝게 수발하는 공령지체(空靈之體)를 이루어 무력으로는 이미 칠좌의 말석에 준한다는 무림계의 거목.

이번 수복전에서 진통을 겪는 와중에, 그 진공진인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생긴 듯하다.

과거 앙굴리마라의 일로 무당과 소림을 좋게 봐주지는 못하겠으나, 그자도 본질적으로는 도인(道人)일 테니까.

“또, 나는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있잖아.”

로라 마르티네즈가 갑자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가 뭐 하는 놈인지, 아니면 이전에 뭐 했던 놈인지. 내가 캐물은 적 있어? 봐봐, 7레벨짜리가 9레벨 네임드인 바만차를 두들겨 패서 죽여버렸다고! 근데 난 네 실체가 무어냐~하면서 묻지 않잖아 지금.”

만면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채로.

“그것도 내가 오늘부로 싹 묻어줄게. 누가 귀찮게 굴면 내 이름 팔아서 퉁쳐. 내가 뒷구멍으로 키운 제자라거나? 그럼 어지간한 놈들은 넘어갈 거야.”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덮어버린 다음 그 위에 그럴듯한 줄거리까지 든든하게 실어주겠다는 얘기.

생각보다 괜찮은 조건이긴 한데.

“흐흐, 그리고 나중에는 진짜 내 제자 시켜줄게.”

왜인지 저게 본심 같군.

바만차를 잡을 때 마력은 거의 사용하지 못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카리스마 있는 마법사는 정신을 잃기 전의 내게서 뭔가를 본 듯했다.

하지만 나는 적당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죄송한데, 그건 됐습니다.”

“왜? 나 죽고나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거, 다 네 거가 되는 거야. 안 솔깃해?”

“그러면 마나의 맹약을 해주십시오.”

“흥, 일레힌 그 애가 그렇게 잘해주니?”

딴소리는 그냥 한 귀로 흘려주고······.

로라 마르티네즈의 제안을 깊게 고민해본다.

거대한 고래들이 서로 박치기를 하겠다고 한다.

그녀의 말대로 실행되면, 쿠데타까지는 아니어도 파장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연방 내부에서 소리 없는 전쟁이 터지지 않을까.

아무리 적게 잡아도 몇 달간은 활활 타오를 건수.

다만, 그건 저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나는 그사이에 낑겨 터지기 전에 적당히 먹고 빠져주는 게 역할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일레힌 마탑주도 허락한 일이고, 받을 것도 이미 받았다. 생각해 보자면 연방 새끼들의 괴상한 지휘 때문에 나까지 휘말려 뒈질 뻔했던 거다.

“하겠습니다.”

해서 나는, 로라 마르티네즈의 제안을 승낙했고.

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안경을 벗어 접었다.

그러자 바보같이 큰 뿔테 안경에 가려져 있었던, 기세만으로 사람을 찢어버릴 수 있을듯한 위압감이 그녀의 주변을 진동시키며 피어올랐다.

“좋아, 시원하게 폭로 한 번 하고 몇 달 숨어서 푹 쉬어. 그동안 세상이 싹 뒤집혀 있을 거니까. 그리고 에센스는 만능 엘릭서가 아니다? 재구축 했다고 해도 네 몸은 한 번 개작살이 났었단 말야. 편하게 회복하고 재정비할 시간도 필요해. 박살난 사고차를 싹 수리했다고 해서 신차로 변하는 건 아니니까.”

틀린 말이 딱히 없다.

네 번째 마나 회로를 통쾌하게 날려먹었지.

지금 나는 마법의 경지만 따지면 고작해야 5레벨.

그래도 단전마저 어떻게 된 것은 아니니, 푹 쉬면 언젠가 다시 회복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바만차의 남은 에센스도 내 손에 그대로 들어왔다. 이 정도 양이면 몸을 다 회복하고도 8레벨의 경지까지 노려볼 수도 있는 정도.

더해서 정기신의 합일.

한 번 제대로 느껴보았으니···.

다시 붙잡기도 수월할 것이다.

수복전 참여의 목적은 과하게 잘 이룬 셈.

그렇게 내가 생각을 완벽히 굳힌 듯 보이자, 로라 마르티네즈는 웃으며 말했다.

“맞다. 발할라 시티로는 가지 마. 마탑 소속으로 참여한 게 알려졌으니까 분명히 마탑 전체가 귀찮아진다. 대신 지낼 만한 곳이 없으면 내······.”

꼼지락-

로라 마르티네즈는 엉성하게 뜨개질중인 슬레모킨을 슬쩍 쳐다봤다가, 의약당의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더 고급스러운 내쪽 비단 가림막을 보고는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다. 너 원하는 곳은 이미 많아 보이네?”

* * *

하하하—

호쾌한 웃음소리.

로라 마르티네즈가 확답을 받고 떠난 뒤, 당가의 의약당에서 치료받고 있던 화령검절 청풍과 천무연을 만났다.

어떤 놈들은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우리는 우선 따뜻한 덕담부터 주고받았다.

“본대는 거의 몰살이라던데, 넌 잘도 살아남았구나.”

“하하하! 술 약속을 잡아놓고 아까워서 죽을 수는 없지 않겠소? 그래서 죽기 살기로 싸웠더니, 원시천존께서 특별히 굽어 살펴주셨나 봅니다.”

“자기 자랑을 너무 길게 하는군.”

“그나저나 당가의 큰 어르신도 돌아가셨다는데, 형장이야말로 어찌 살아계시오?”

이미 저 천무연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을 테지만, 웃는 낯의 청풍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곧장 만들어냈다.

“매일 붙어 다니던 청궁이는 어디갔냐.”

“형장. 사람 복장 터지게 그런놈 얘기는 말고, 다른 건설적인 얘기나 나눕시다.”

듣자 하니 화산의 선운자 장로가 큰 중상을 입었단다.

선발대에 포함된 화산의 검수들은 당연히 쓸려 나갔고, 천무연같이 걸출한 무인도 팔을 잃었다.

그래서 화산 그룹은 현재 초상집과 다름없다.

청풍은 그럼에도, 웃는 낯을 잃지 않았다.

“사실 형장이 9레벨 시체와 단신으로 붙어 우위를 점했다 천 사숙께 들었는데, 언론에 대서특필 되기 전에는 사숙이 미쳤나 싶었지 뭐요.”

“운이 좋았지. 원시천존이 나도 굽어살펴줬나.”

“실로 대단하시오. 내 한목숨 부지하기에 급급하여 동문을 내친, 나같은 범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요.”

자신감 넘치던 청풍은 빙긋 웃으며 자신의 신세를 가볍게 비웃었다. 우렁우렁하던 목소리에는 어느덧 진한 자책이 깃들어 있었다.

미래에는 화산이 자기 거라더니 사실이겠군.

해봐야 이제 약관을 갓 넘긴 후기지수가······.

벌써 문파의 중역처럼 굴지 않는가.

“형장, 참 우습지 않소? 자랑스러운 화산의 검수들이, 그 괴물놈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더란 말이오. 우리가 피워낸 매화가 부질없이 스러지더란 말이오. 나는 그게 이상토록 우스웠소.”

“그랬군.”

“그래서 말이오 형장.”

진중해진 얼굴의 청풍이 잠시 말을 끊었다. 조금 망설이나 싶던 녀석은 이내 다음 말을 이어붙였다.

“나와 같이 화산으로 가시지 않겠소?”

“왜.”

“넓은 세상을 보았으니, 넓은 세상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야지. 허니 형장께서 나를 좀 도와주면 좋겠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가 다듬지 않아도 이미 다듬어져 있는 보석.

다음 대의 무림제일인을 노려볼 만한 놈이 맞다.

더욱이 며칠 새, 정광이 더욱 깊어지지 않았는가.

대단한 천재라도,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보면 범인과 똑같이 좌절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놈은 아니다.

세상이 자기 뜻대로 돌아가던 대문파 아래에서 일생을 천재로 살았기에 이리 좌절해본 기억은 없을 터인데도, 청풍은 이미 단단했다.

그래서.

“내가 도와줄 것이 없다.”

“형장이 보기에 그렇소?”

“그래.”

“하면 형장의 눈이 맞겠지. 이제 구석에 가서 술이나 한잔합시다. 당가놈들, 얼마나 독한지 술을 한 잔도 못 마시게 해서 살짝 꿍쳐뒀소.”

하하하—

내 말에 미련이 없다는 듯 호탕하게 웃어젖힌 청풍은 털레털레 걸어가더니, 침상 밑바닥에서 술병을 꺼냈다.

물론 유령처럼 나타난 당가 의원에게 제지당해 금세 빼앗기긴 했지만, 이미 서로 몇 모금씩 나누어 마셨으니 취기가 오른 이들처럼 터울 없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에는 충분했다.

— 대체 어떻게 잡은 거요?

— 마탑주께서 성령을 내려주셨다.

— 그 성령, 나도 한 번 받아보고 싶소.

— 지금 받아서 뭐 하게.

— 모르겠소. 하기야 그런다고 해서 터져나간 선 장로님 하단전이 돌아오진 않겠지. 그런데 형장, 검은 어디다 두셨소. 설마 이번 전투에서 해먹었소?

—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기에 거기 걸어두고 왔다.

— 그럴 거면 나를 주지. 자굴라인지 하는 놈을 내 손으로 썰어버렸을 것인데.

의약당 구석에서 청풍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잠시 뒤, 나타난 당가의 의원이 전해온 말을 듣기 전까지.

“당가의 소가주께서 지금 뵙고싶어 하십니다.”

* * *

무려, 사천당가의 소가주.

그러니까 현 당가주의 첫째 아들이 가주 대리의 자격을 가지고, 수르트 시티에서 라그나로크까지 한달음에 날아와 의약당을 차려버린 당가의 소가주.

호로록-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를 기다리고 있던 당가의 진정한 직계는, 생각보다 부드러운 태도로 날 맞이했다. 찾았구나 반 바이오 컴퍼니의 도망자! 라면서 비수를 던지는 일은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다.

“령이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당문이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아, 예.”

“검부터 돌려드리겠습니다. 대단한 명검이더군요.”

당문의 수뇌를 만난 것 치고는, 아주 평이한 전개.

나는 그로부터 비단 보자기로 보관해둔 광선을 곧바로 돌려받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필요한 게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하시지요.”

백지수표까지 건네받았다.

당가의 소가주는 일견 마흔은 되어 보였다.

그는 내게 존대할 배분이 아님에도, 깍듯이 예의를 지키며 저자세로 굴었다. 그 졸렬한 당가 놈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늘따라 극진하게.

사실 당신은 이미 녹량백량의 귀한 에센스를 당명 원로로부터 받았지 않느냐고, 평소처럼 뻔뻔한 태도를 견지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런 것은 전혀 없었고.

“가능하다면 무엇이든 내어드리겠습니다.”

뭔가를 더 해주고 싶어 안달이었다고 할까.

아마도 가문의 어른을 존경하는 마음이 저 태도에 담겨 있겠지. 당씨들끼리는 껌딱지보다도 똘똘 잘 뭉치는 놈들이니.

심지어 죽은 당명이 원로원에서도 입지가 두터웠던 원로인지라, 나는 당가에게 제대로 보답을 받아야할 사람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런데 당가의 젊은 소가주는 내가 어딘가 마뜩찮아 하는 듯 보이자, 이게 아닌가? 하며 한 술씩 더 뜨기 시작했다.

“이럴 게 아니라, 본문에 한 번 들러주시겠습니까.”

“아···사천당가 본문이요.”

솔직히 말해서, 매우 부담스러웠다.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그래도 나는 괜히 찔리는 바람에 부담스러웠다. 어찌 보면 로라 마르티네즈와 마주했을 때보다도 더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당가한테 받기는 뭘 받아? 독 들어있으면 어떡해.

그렇기에 나는 괜찮다며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허허, 이런 것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어찌하여 당문의 성의를 거절하시는지. 혹시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것까지는 아쉽게도 말을 해드릴 수가······.”

“당가는 은원(恩怨)을 절대 잊지 않습니다.”

“절대 잊지 않으시는구나······.”

하지만 결국

길고 긴 실랑이 끝에 내가 당가의 소가주로부터 받은 것은, 네온 홀로그램으로 멋들어지게 양각된 하나의 카드였다.

“우리 당가에서 보증하는 패(牌)입니다. 언제든 한 번, 당가는 대협을 당문의 원로급과 동등하게 대우할 것입니다.”

* * *

그로부터 이틀이 더 지났다.

내게 조금 특별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감히 추측하기에, 연방 정부는 최대한 빠르게 수복전의 젊은 영웅을 매스컴에 띄우고, 이 수복전의 열기를 더 가열차게 끌어올려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받고 싶었던 게 틀림없었다.

로라 마르티네즈와의 대화가 있고 나서, 단 이틀 만에 시체가 산처럼 널려있는 라그나로크 시티를 배경으로 폭로의 장을 직접 제작해 주었으니.

그리고 이것은, 그녀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

수많은 마이크와 라이브 송출용 디스플레이.

내가 해야 할 말이 적혀있는 화면도 있었다.

대충, 연방의 아낌없는 지원 덕에 어쩌고저쩌고 하는 내용이다.

큼큼.

불시에 끌려나와 그 앞에 선 내가, 목을 다듬었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이 전자기기들을 통해 수르트와 발할라를 비롯한 모든 시티의 미디어로 내 모습이 실시간 송출된단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따로 열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 나는, 어느 때보다 힘차게 입을 열었다.

“나다.”

엄숙히 수복전의 시작을 공표하던 그 날을 떠올리며.

“좆같은 연방군 땅개 새끼들아.”

연방이 밀어주는 젊은 영웅의 입으로, 라그나로크 시티 수복전의 끝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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