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퓨전펑크의 전생자-87화 (87/157)

#87화. 라그나로크 시티 수복전 9

#87화.

십이제(十二帝)

라그나로크 시티 남부 수복군 수장.

마녀, 로라 마르티네즈.

그녀가 가녀린 손을 빙글 돌리자, 사후감염으로 발작하던 사체들이 무형의 마력에 짓눌려 바닥을 뚫고 들어가 매장되었다. 으스러지는 그것들의 서로 다른 뼛소리가 오케스트라 합주처럼 울려퍼졌다.

우두둑— 우지직—

손짓만으로 전율적인 위력을 보인 난입자.

성인보다 조금 작달막한 키에 귀엽고 똘망똘망한 눈.

얼굴에 비해 커다랗고 네모난 뿔테 안경을 쓴, 로라 마르티네즈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진공보다 빠를 줄 알았는데, 이미 도착해있지 뭐야? 그래서 나는 이쪽으로 왔어.”

9레벨의 네임드, 바만차는 죽었다.

레반과 로라 마르티네즈의 합공에 의해.

그리고 지금.

기절한 레반을 제외한 모두의 눈은, 수십 조각으로 도륙난 바만차의 사체에서 흘러나오는 에센스에 고정 되어 있었다.

9레벨급의 정순한 에센스가 발할라 산맥의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약수처럼 졸졸졸 흘렀다. 전장을 밝히던 레반의 오색 광채처럼, 영롱한 빛깔을 뽐내는 액체.

요기는 사라지고 순수한 기운의 농축액만이 남았다.

로라 마르티네즈가 혀로 윗입술을 핥았다.

그런데 그때.

“잠시만요.”

“?”

슬레모킨이 한 발짝 앞으로 나오더니, 로라 마르티네즈의 앞을 슬쩍 막아섰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이런 전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사를 올리며.

“저는 여섯 번째 봉우리 마탑의 슬레모킨이라고 합니다.”

“응. 근데?”

로라 마르티네즈는 귀엽다는 듯 싱긋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녀는 체구가 작은 탓에 슬레모킨을 올려다봐야 했지만, 아기자기한 느낌은 없었다.

왜냐하면, 로라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강대한 기도를 통제하거나 숨길 생각 자체가 전혀 없었기에.

그 마력은 목줄을 풀어놓은 맹견과도 같았다.

콜록- 콜록-

그렇다 보니, 그녀를 내려다보던 슬레모킨은 거대한 위압감을 흩어내려 사레들린 사람처럼 연신 헛기침을 해야 했다.

크흠!

곧 애써 목을 가다듬은 슬레모킨이 말했다.

“설마 이 에센스, 가져가시려고요?”

로라 마르티네즈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땅에 칼을 깊숙이 박아넣고선 의식을 잃어버린 남자가 있었다.

방금 전까지, 숫제 광인처럼 검을 휘두르던 남자.

9레벨의 바만차를 수십 토막으로 잘라버린 미친 개백정.

로라 마르티네즈가 레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응, 저거 죽기 직전이네. 내가 목숨은 붙여줄게.”

“그냥 이 에센스를 전부 먹여주면 말짱히 털고 일어날 것 같은데요?”

로라 마르티네즈는 여유로운 태도로 대답했다.

“그렇게 개인의 공적을 과하게 주장하면 곤란해. 분명 내 지분도 한······’절반’ 정도는 있잖니. 안 그래?”

“!”

슬레모킨이 입술을 짓씹었다.

뭐라고? 절반?

······누가 목숨 바쳐가면서 겨우 죽인 건데, 숟가락을 이렇게 크게 얹어?

절반이라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슬레모킨이 기가 찬 얼굴로 따박따박 따지고 들었다.

“아니, 아무래도 이 에센스의 ‘값’ 은 여섯 번째 봉우리 마탑주께 정식으로 공적 정산을 요청한 뒤 분배를 논하는게 좋을 것 같네요. 한 100으로 잡으면 그중 레반 지분이 95쯤은 되겠지만.”

“값?”

“일단 먹이고 나중에 크레딧으로 배분해 드릴게요. 사람 목숨부터 살려야죠.”

꽤 당당한 태도로 일관하는 슬레모킨.

실은, 십이제의 위압감이 보통이 아닌지라 표정 관리가 안 되고 있는거지만, 그녀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냉철함을 연기했다.

‘오호.’

그러자 로라 마르티네즈가 눈썹을 들썩, 들어올렸다.

사실······이것은 그녀의 여흥에 가까운 일이다.

애당초 에센스의 절반을 가져갈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냥 저 앙칼진 반응이 어쩐지 재미있기에 한번 놀려보고 싶었던 것뿐.

남부 수복군의 수장이, 치사하게 에센스를 빼앗으려 아웅다웅했다는 개소리가 나돌면 곤란하니까.

“으흠. 못 주겠다고?”

상태가 좋지 못한 청록빛 괴물과 슬레모킨을 번갈아보던 그녀는 안경테를 매만졌다.

자신은 연방의 라그나로크 수복전 공표에 직접 나선 몸이다. 팔이 덜렁대는 눈앞의 엘프가 아무리 우둔하다 쳐도 못 알아보았을 리는 없을 터.

로라 마르티네즈가 기운을 슬쩍 쏘아내며, 짓궃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재미있네. 내가 막지 않았으면 너희 중에 절반은 뒈졌을걸.”

장난의 연장선상.

그녀의 말투는 뒷골목의 양아치처럼 거칠어졌다.

슬레모킨은 기세에서 밀리지 않으려 눈을 부릅떴다.

부릅!

“풋.”

그다지 의미는 없었지만.

이윽고, 로라 마르티네즈는 차례대로 천무연과 당령, 저 멀리 날아가있는 밴스를 콕콕 짚었다.

“나 아니면 저 셋은 죽었을 거야. 저 괴물이 공멸하려고 했거든. 근데 너랑 너는 살았겠다.”

“······?”

로라 마르티네즈의 입에서 사실인지, 아니면 장난인지 모를 말이 튀어나왔다.

“저 미친놈이 보호할 생각으로 뛰어들더라. 좋겠네?”

만약 바만차가 공멸하려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레반의 도움으로 아힘사와 슬레모킨 둘만 살아남았으리라는 얘기.

그것은 이상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퍽 적당했다.

“······.”

방금 전의 전투를 상기한 슬레모킨은, 당명의 유해 위에서 용사처럼 선채로 기절한 레반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봤다. 9레벨 네임드 개체를 상대로도 거침없이 달려들던 레반을 선명히 기억한다.

그 불가능에 가까운 신위를.

막내는 분명 혼자서라도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꺄하핫! 미친, 표정 봐.’

꽤 진심인가보네. 이제 그만 해야겠다.

그렇게 혼자만의 아련한 감상에 빠져있는 슬레모킨을 흘긴 로라 마르티네즈는, 속으로 깔깔 웃으며 짧은 보폭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숨은 붙여줄게. 일단 얘 좀 눕히자.”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린 선혈이 전신을 축축히 적시고 있는 반송장. 레반의 앞에 선 그녀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꽈드드득!

거대한 마력의 편린이 그녀의 팔에 휘감겼다.

용의 비늘처럼 오소소 일어나는 마력 조각들.

로라 마르티네즈가 그대로 레반을 들어 올리려했다.

“응?”

헌데.

그 십이제 로라 마르티네즈가 당겨도 레반은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검을 붙잡고 있는 암석덩이같았다.

“오, 나랑 한 번 해보자 이거지?”

갑자기 승부욕이 일어난 로라 마르티네즈가 팔을 두른 용린에 마력을 더 불어넣었다. 까만 뿔테안경 뒤로, 형형히 빛나는 눈동자에 싯푸른 전광이 스쳤다.

그리고 그 순간, 당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원로님께서 녹아 스러진 자리에 검을 꽂아두면, 사천당가에서 후에 수습하기로 했습니다.”

“뭔 소리야 그건 또?”

황당함으로 바뀌는 로라 마르티네즈의 얼굴.

머리가 산발이 된 당령이 레반을 지그시 바라봤다.

비록 당명 원로는 한줌의 독수가 되었으나, 대 사천당가의 무인으로서 충분히 명예로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원로께서 남기고 떠난 것은 한 줌의 녹아내린 유해와 더불어 저 레반이라는 남자와의 약조뿐.

즉, 돌아가신 고인과 당가의 명예가 달려있는 일.

그러니 레반과 ‘당가’ 의 약속은 지켜져야한다.

“저 레반은, 당명 원로님과 일전에 약조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무의식 속에서도 저렇게 붙잡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7레벨 수준으로 많이 무리했으니, 일단 바만차의 에센스를 조금이라도······.”

“응? 잠깐만.”

로라 마르티네즈가 눈살을 찌푸리며 천무연의 말을 끊었다.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조금 전에 뭐라고 그랬어?”

“돌아가신 당명 원로님과 일전에 약조를—.”

“아냐, 그거 말고.”

“7레벨 수준으로 많이 무리했습니다.”

“누가 7레벨인데?”

“그야···.”

당령이 레반을 가리키자.

로라 마르티네즈의 긴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어?”

그녀는 기절한 레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굉장히 젊은, 미성년과 청년 사이쯤 되는 얼굴.

지금은 많이 상했으나 꽤 단단해 보이는 몸.

하지만, 로라 마르티네즈가 아는 무인들에 비하자면 어딘가 한참 부족하다.

‘···환골탈태한 게 아니었어?’

세상에.

당연히 세력의 수장급은 될 줄 알았는데.

아니 상식적으로, 어떻게 7레벨일 수가 있지?

아무리 온갖 조력과 지원을 받았대도, 십이제의 앞에 떡하니 배정되었던 9레벨 네임드를 몰아붙여 공멸까지 유도한 녀석이······

고작해야 7레벨?

그렇게 거대한 강기를 마구 쓰던 녀석이?

로라 마르티즈네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확실해? 나랑 장난치는 거 아니고?”

“누구 면전에서 감히 장난을 치겠어요.”

번쩍!

쳐져있던 슬레모킨의 귀가 자신감으로 다시 뾰족해졌다.

슬레모킨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아픈 어깨를 으쓱였다.

“으흠.”

누굴 상대로 그런 재미없는 장난을 치겠냐는 슬레모킨의 말에 로라 마르티네즈가 공감을 표했다.

근 5년 사이에 감히 자신을 상대로 재미없는 농담을 했던 놈들은 전부 모가지를 비틀어 버렸으니—

잠시 뒤.

로라 마르티네즈는 어떠한 생각에 빠지나 싶더니, 곧 심각해진 얼굴로 뇌까렸다.

“요즘 7레벨은 원래 이렇게 다 강한가?”

당연히 그럴 리는 없었으나.

반송장이 되어 지면에 내리꽂은 검을 붙잡고 당당히 서있는 레반, 당명의 유언과 마지막 의지가 녹아내린 자리에 검을 박아넣은 그 사내를 보며.

“여튼 일레힌가의 마탑주가······이런 좋은 물건을 몰래 혼자서 독차지하고 있었다는 소리구나?”

로라 마르티네즈는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마치 명품관의 물건을 쳐다보듯 레반을 샅샅이 둘러보다 씨익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탐나는데?”

* * *

무당의 진공진인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너무 늦었구나.”

서쪽에 있던 진공이 끔찍한 요기를 느끼고 이곳에 도착했을 때.

북부 편제는 이미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뒤였다.

특이한 재주가 있거나 경지가 높은 자들만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편제에 소속된 대부분이 이 전장에서 명을 달리했다.

인간의 힘을 아득히 초월한 시체, 자굴라의 군단 앞에 인류 연방을 대표한다던 강자들이 속절없이 쓸려나갔다.

— 으으으, 으으으으.

와중에 자굴라가 내보인 위세가 얼마나 충격이었던지, 닳고 닳은 연방의 장교들조차 자굴라를 신이라며 추종하는,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진공진인이 폐허가 된 전장에 뛰어들었을 때, 이미 자굴라는 모습을 감춘 뒤였다.

전장의 중심.

도심의 땅바닥에는 자굴라의 도주로로 보이는 깊고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놈의 화신체로 보이는 언데드들과 시체 군세들만이 남아 북부 편제의 생존자들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잔당은, 진공진인의 손에 빠르게 정리되었다.

강한 시체들부터 하나 둘 고혼이 되어 쓰러졌다.

케헥-

도르륵-

마지막으로 땅바닥에 처박힌 8레벨급 시체의 턱이 쩌억 벌어지자, 루 막슨 컴퍼니 소속 마법사의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떨어지며 수복군의 승전을 알렸다.

그러나.

전장에 멀쩡히 서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잘린 팔다리와 처참한 시신들이 모래 알갱이처럼 사방에 널려있다.

화산의 헌앙하고 젊은 검수가 단전이 찢어진 늙은 검수를 돌보고 있었으며, 강력한 힘을 가진 마법사들도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 뒹굴었다.

상처뿐인 반쪽짜리 승리였다.

그리고.

북부 편제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으나,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피해가 극심하다.

연방군의 병력은 물론, 각 기업과 세력들이 입은 피해는 감히 추산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연방군에서 확인해둔 9레벨과 8레벨의 네임드를 제외하고도, 확인되지 않았던 시체들이—이 도시 안에는 무수히도 많았으니.

휘이이이잉——

전장 중심에 거대하게 뚫린 원형의 구멍으로, 비릿한 혈향과 함께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네임드, 자굴라가 파고 들어간 도주로.

그 앞에서 진공진인은 희게 센 수염을 쓸어내렸다.

“허허, 새로운 세상이 열릴 줄 알았더니.”

곧.

진공진인의 두 발이 허공으로 둥둥 떠올랐다.

“수많은 동도의 피를 흩뿌려, 이제 작은 도시 하나를 수복했을 뿐이구나.”

자조적인 어조와 동시에, 천지사방으로 해일처럼 일어나는 유유하고 심후한 공력.

다음 순간.

검을 뽑아 든 진공진인이 한 줄기 섬전처럼 쏘아졌다.

그 거대하고 축축한 구멍 속으로.

* * *

나흘 뒤.

발할라 시티, 시립 아카데미.

생도들 모두가 조용히 숨을 죽이고 집중했다.

홀의 중앙에 떠있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그곳에 선 누군가가 눈앞의 서류를 무뚝뚝한 음성으로 읊고 있었다.

[ 시티 내의 모든 네임드를 토벌했고. ]

[ 아군의 피해는 지극히 적었으며. ]

[ 연방의 라그나로크 시티 수복은······. ]

[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

그렇게.

연방의장의 입에서 라그나로크 수복에 성공했다는 확정적인 말이 나오자,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제가 한 일인 양 흥분하며 이리저리 날뛰었다.

오랜기간 줄어오기만 하다, 결국 일곱 곳으로 고정되어 있던 연방의 거대도시가 한 곳 늘어났다.

인류 연방이 처음으로 영토를 되찾은 것이다.

— 키야아!

— 그러면 이제 연방도시가 8개가 되는 건가?

— 부동산 기업들은 아주 난리가 났겠네.

— 근데 라그나로크가 뭘로 유명했던 도시냐.

— 여행도 갈 수 있는 건가?

덕분에 아카데미의 중앙홀이 떠나갈 듯 소란스러워졌다.

중간에 한 교수가 나와서 크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산맥 밑둥의 시장판처럼 변했을거다.

그 중앙홀에는 레나도 자리하고 있었다.

시티넷, 포털, 미디어 언론, 각종 기자들과 팟 캐스트의 진행자까지.

그들은 연방의 작전 성공이 공표되자마자, 온갖 방식을 통해 찬양과도 가까운 기사를 마구 내보냈다.

하지만, 레나는 연방 정부의 시티 수복전 결과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카데미 밖으로 나와 카산드라 교수의 저택으로 온 레나가 시무룩한 얼굴로 침대에 누웠다.

‘······정말 괜찮은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레반과 연락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고 마탑에 직접 연락을 해볼 수도 없고···.

레나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레반만을 걱정하던, 바로 그때였다.

콰앙-!

“레나!”

“?”

흔들흔들-

누군가 방문을 쾅 밀치고 들어와 레나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그 정체는 엄청나게 흥분한 기색의 반 루벤카였다.

곧, 백금의 머리칼이 산발이 된 루벤카가 침을 꿀꺽 넘기며 말을 이었다.

“그거 봤어?”

삐빅-

루벤카가 레나의 침실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켰다.

재생되고 있는 것은 발할라에서 가장 큰 언론사의 뉴스였는데, 그 디스플레이 화면 속에서는, 이번 연방 수복전에서 큰 전공을 세운 영웅들의 면면을 띄우고 있었다.

발할라의 뉴스인지라 무인은 거의 없고 마법사가 주를 이루었지만, 그리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 이르자.

레나가 루벤카처럼 눈을 확 치뜨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레반?”

그 위대한 십이제 로라 마르티네즈의 바로 옆으로.

레나가 평생을 보아온 얼굴이 지나가고 있었으니까.

8억의 발할라 주민들이 다 보는 언론사의 메인 뉴스에.

그것도, 아주 대문짝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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