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그럼, 다 같이 한 번 죽어보자
#74화.
알 헤임달 행과 카산드라 교수와의 만남 이후, 마탑에서 십여 일이 빠르게 흘렀다.
즉, 마탑주가 예언했던 보름이 목전에 다가왔다.
지금 일레힌 마탑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장내를 달구고 있었다.
— 연방의 공표가 오늘이죠?
— 그런 것 같군요. 다들 확신하고 있어요.
— 마찬가지로 우리 가문도 금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나는 마탑의 거대한 홀에 비치된 벤치에 앉아 있었고, 카페 주변과 홀로 마탑의 마법사들이 점점 나타나 모여들고 있었다.
늘 피곤한 기색으로 기어나와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던 마법사 역시, 오늘만큼은 상태가 멀쩡했다.
연방의 공표가 있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소식이 시티넷에 쫘악 퍼졌기에.
지금, 내 옆에는 아힘사가 당당히 서있었고···.
“보내주십쇼. 형님!”
루돌프 이 새끼는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늘 이렇다.
놈은 무릎을 꿇고 앉아 거의 바닥에 드러눕기 직전이었다. 건조한 눈을 짜내며 억지 눈물을 만들어 보인 루돌프놈은, 이제 정크타운으로라도 가겠다며 땡깡을 피웠다.
나는 최대한 자애롭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돌프야, 너 혼자 자꾸 어딜 가겠다는 얘기니.”
“시종 체질이라 마탑 생활이 아무래도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다른 마법사들이 침실까지 가서 괴롭혔니?”
“아뇨.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놈은 무려 보름간이나 마탑의 침실에 갇혀있었다.
이제는 정신이 반쯤 나갔는지 제발 레나에게 보내달라고 들러붙는 걸 꾸준히 두들겨 진정시켜 놓았는데, 외공의 성취로 맷집이 좋아져서 그런가. 포기가 상당히 더딘 모습이다.
하여간 루돌프의 그 한심한 모습에.
“······흉하네요.”
이 군상을 구경하던 팔찌 세 개의 마법사가 못 보겠다는 듯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는, 품위있게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았다.
“세상에, 어쩜 저렇게도 흉할 수가.”
그 마법사의 어조는 기품있고 단정했다.
나는 마탑에서도 드레스 차림을 고집하는 의문의 마법사를 천천히 바라보다가, 일단 눈물 콧물을 짜대는 루돌프놈의 뒤통수를 후렸다.
억-
헌데 경지가 이전보다 높아져 그런 걸까.
힘 조절을 꽤 했는데도 북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지랄을 떨던 루돌프놈은 그대로 엎어져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쩜 저렇게 흉한 놈’ 이 엎어지자 고아하게 후후- 웃어 보인 드레스 차림의 마법사가 조신히 내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이것이.
“다음에 또 보자는 게, 마탑에서였습니까.”
“레반은 예상하고 있었나요? 그리 놀라는 기색은 아니네요.”
“저번에 저택에서 입었던 드레스잖습니까.”
“그랬나요?”
“관심이 필요하십니까?”
시립 아카데미, 카산드라 교수와의 두번째 만남이었다.
저명한 마법사인 론 카산드라 교수는, 놀랍게도 여섯 번째 봉우리 마탑의 구성원중 하나였다.
드레스에 관해서는 시치미를 뚝 뗀 그녀는, 벤치에 다소곳이 앉아 침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번과는 정반대가 되었네요. 혹시 팔찌 세 개라고 무시하는 건 아니겠죠?”
와득.
나는 과자를 까먹으며 고개를 돌렸다.
설산목 껍데기를 갈아 만든 발할라 유명 메이커 과자였는데, 질겅이는 맛이 일품이었다. 카산드라의 저택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보다 이게 더 나았다.
“이름있는 교수니까 여기저기 듣는 귀가 많은 줄로만 알았지. 알아도 너무 잘 안다 싶었습니다. 우리 그때가 첫 만남은 맞습니까?”
내가 돌연 그리 묻자.
카산드라 교수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반가워야 할 만남이 조금 아름답지 못했죠? 레반도 알고 있겠지만, 팔찌 세 개와 네 개의 구성원 사이에는 크나큰 벽이 있답니다. 쉽게 다가가기가 힘들죠.”
우리는 다른 마법사들의 눈과 귀를 피해 조용히 대화했다.
내가 팔찌 네 개를 차고 있는지라 호기심 많은 마법사들의 은근한 시선들이 계속 따라붙었기에,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없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중앙 홀에 마법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시립 아카데미 교수들 사이에 내 소문을 흘린 것도 교수님이십니까.”
“마탑주께 미리 허락을 받은 일이랍니다. 발할라 시티의 상징적인 자리에 있는 거물이 몇 년간이나 칩거하다가 기별도 없이 완전한 상태로 나타난다면, 그간 괜찮았으면서 고의적으로 마탑을 방치했다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일레힌 포이체카와 입을 맞춰서 일부러 풀었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레반이라는 인물을 통해 소문을 흘려 마탑주의 회복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모나지 않게 마탑주 지위에 복귀함을 예고한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아카데미 근처에서 우리를 불시에 검문한 창잡이 경비병의 재잘거리는 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 아카데미 교수들님 중에서는, 마탑에 소속되어있는 교수들이 많답니다. 다들 절대 비밀에 부치시지만요. ]
사실이었군.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물었다.
“그런데 아스파로프 얘기, 마탑주께서도 압니까?”
나의 질문에.
카산드라 교수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가리며 속닥거렸다.
“······둘 이상이 알고 있는 비밀은 언젠가 바깥으로 흘러나가기 마련이라서요. 나만 알고 있고 싶기도 하고. 앞으로도 나만이 알았으면 좋겠고······.”
“······.”
어차피 마력의 운무 때문에 얼굴의 형태가 잘 보이지도 않지만, 어쩐지 소녀처럼 쑥쓰러워 하는 듯한 기색의 교수를 본 나는 조금 질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집착과도 비슷한 행동이 전부 진심인 듯해서.
곧이어 내가 일레힌 마탑에서 나간 루벤카와 레나가 교수의 저택에 식객으로 들어가 있는 것도 연관되어 있냐 묻자.
“그건 정말 신기하게도 우연이었답니다.”
“그러면 레나좀 잘 봐주십시오.”
“시립 아카데미에서 특별 대우는 따로 없는걸요.”
“그래도 각별하게 대우를 좀 해주십시오.”
“왜죠?”
“돈을 잘 법니다. 착하고.”
“······?”
“수복에는 일레힌 마탑 소속으로 참여하십니까.”
“아쉽게도 시립 아카데미 소속으로 참가한답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과자를 까먹었다.
그럼 앞으로 더 볼 일은 없는 여자겠군.
“······그나저나 아스파로프께서는 저번과는 또 달라지셨네요.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요?”
아스파로프.
카산드라 교수는 이제 멋대로 내 이름까지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그녀의 머릿속에선 정답이 정해져 있는 듯하니, 나는 이제 대응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레나를 돌봐주시는 건 감사하나, 이만 가십시—”
헌데, 교수를 저 멀리 쫓아내려던 순간이었다.
“하면, 이 물건은 필요 없겠네요? 아쉬워라.”
카산드라 교수는 희미하게 웃으며 뭔가를 꺼내놓았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것은 웬 작은 나무 지팡이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겉면에 새겨져 있는 걸 보면, 아마 교수의 저택 유리관에 전시되어 있던 골동품. 그 물건들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뭡니까?”
“현자 체슈탈 아스파로프께서 사용하시던 신병이랍니다.”
내 물음에 당황스러운 교수의 대답이 돌아왔다.
갑작스러웠다.
“······.”
저 낡은 나뭇대가, 칠좌가 쓰던 무기라고?
내가 그 나뭇대를 뚫어져라 바라보자, 카산드라 교수가 보란 듯이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낡은 나뭇는 순식간에 변화를 거듭하며 작은 권총과도 비슷한 외형으로 바뀌었다. 유크 루베르겐 집행관이 쓰던 것처럼 거대하지는 않았으나, 그 나뭇대는 어찌 설명할 수 없는 현기를 풍겨대고 있었다.
나는 그 나뭇대에서 풍기는 기운을 느낀 즉시.
“결국······.”
뭔가 있는 척하며 고개를 가로로 절레 저었다.
장단을 좀 맞춰 달라하시니, 내가 맞춰드려야지.
속정이 깊기로 유명한 사내가 바로 나니까.
“예술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라 그런가 눈썰미가 대단하십니다. 사실 제가 아스파로프입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후훗.”
카산드라 교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뱉었다.
“그 나뭇대 이름, 막 기억이 났습니다. 슈파로프 2세던가.”
“그런 유치한 이름은 아니랍니다.”
“아무튼 그것이 왜 교수님 손에 있습니까?”
“저택에서 보셨다시피 제가 돈이 좀 많아요. 하나뿐인 취미로 예술품이나 골동품을 모으는데, 이건 그중에서도 굉장히 힘들게 구한 물건이랍니다.”
“그렇군요. 많이 고생하셨겠습니다.”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의 팔찌 네 개.
나를 해코지할 마법사는 여기에 없다.
아카데미 교수고 뭐고, 뭐 될 대로 되라지.
손을 슬며시 내밀었다.
“이제,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셔야겠습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스파로프는 절대 아니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사인해드립니까?”
카산드라 교수는 곧장 쓰던 손수건을 내밀었다.
“······여기다가 해주시겠어요?”
“그럽시다.”
카산드라 교수는 실제로 대충 끄적인 내 사인을 받아 갔다.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무공 구결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내 흡족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마법사라 한들 분명 모르지는 않을 텐데.
나는 어찌 되었든 뻔뻔한 태도를 유지했다.
“잘 쓰겠습니다. 옛날처럼.”
“네.”
“······.”
사실 카산드라 교수는 내가 아스파로프든 아니든 별 상관이 없거나, 아주 크게 확신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마도 둘 중에는 후자의 경우에 극히 가까우리라. 대단한 아스파로프의 신병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게 넘겨주는 걸 보면.
그렇게, 그 유물을 소중히 받아 챙긴 그때였다.
“막내, 그새 애인이 생겼어?”
슬레모킨이 청록빛 괴물과 함께 다가왔다. 그녀는 카산드라 교수의 손목을 한 번 흘깃 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
카산드라 교수는 밖에서 보았을 때 기품이 넘치고 우아했으나, 저 세 개의 팔찌가 그 기품을 깎아 먹는 듯했다. 슬레모킨이 당당하게 걸어와 옆자리를 차지하자, 벤치 가장자리로 밀려난 카산드라 교수는 결국,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그럼, 이만.”
저 기품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 걸음걸이.
나의 훌륭한 보물 상자가 멀리 떠나가고 있다.
그때, 교수의 음성이 머릿속을 고요히 울렸다.
— 아스파로프님의 물건은 이제 더 없답니다. 아쉽게도.
그나마 다행이로군.
적당히 기분이 좋아진 나는, 설산목 과자를 까먹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카산드라 교수는 나를 이미 아스파로프로 확정 지어두었다. 별 지랄을 하며 아니라 부정해도 뜻과 고집을 굽히지 않았으니, 앞으로 일이 틀어질 염려도 없을 듯했다.
나는 자못 당당하게 전음을 보냈다.
— 또 있으면 구해다주십시오.
— ······네.
뜻밖의 수확으로 손끝이 떨려 당장이라도 나뭇대를 사용해보고 싶었으나,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곧, 뒷춤에 나뭇대를 조용히 찔러넣으며 입을 열었다.
“착하고 순한 마법사를 왜 쫓아내십니까?”
“반말.”
“왜 쫓아내.”
“내가 쫓아낸 거 아닌데. 자기가 알아서 가고 있잖아. 안 보여?”
“······.”
그거야 팔찌 네 개를 차고 청록빛 괴물을 앞세워 위압적으로 걸어오니,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닌 이상 누가 멀쩡히 남아있을 수 있겠나. 그것도 이 마탑에서.
“그런데 저 마법사랑 왜 둘이 속닥거려?”
“제 팬이랍니다.”
“나중에 돈 빌려달라 그러겠다.”
“돈이 꽤 많은 마법사입니다. 집도 넓고.”
“그래?”
이내, 카산드라 교수는 다른 마법사 무리에 끼어들었고.
나는 슬레모킨과 신변잡기를 나누며 마탑의 홀을 둘러보았다.
마탑의 구성원들은 삼삼오오 홀에 모여, 역사적인 연방의 수복 공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시티 대항 크리켓 결승 경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들은 기대감을 쉬이 가라앉히지 못하고 어떻게든 오디오를 채워댔다.
이윽고.
탁!
마탑을 우주선처럼 밝히던 모든 조명이 일시에 꺼지며 하나의 큰 화면이 마탑 천장에 나타났다. 연방이 모든 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띄우는 라이브 영상이었다.
화면이 점차 밝아지자, 마법사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만이 고요해진 마탑의 홀을 메웠다.
모든 넷, 모든 포털의 메인을 장식할 연방 정부의 실시간 라이브 화면.
이름만 대도 알만한 거물들이 연단의 뒤에 엄숙히 앉아 있었고, 한 명의 사내와 또 한 명의 여인이 연단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저만한 자리에 당당히 섰다면, 현 연방을 지탱하는 초월자들이 확실했다.
슬레모킨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법계는 카시오페아 파냐탈루가 아니라 로라 마르티네즈네? 무림계는 무당의 도사가 나왔구나.”
십이제의 일 인. 마법계 발의 공동대표.
『 로라 마르티네즈 』
십이제의 수좌. 무림계 발의 공동대표.
『 진공진인(震工眞人) 』
그리고.
그들의 사이로 걸어나온 늙은 안경잡이, 연방의회 의장의 긴 인사말과 서두가 있었다. 인사말이 끝나자, 그는 연단의 마이크를 툭툭 치며 목을 가다듬었다.
[ 톡톡. ]
“벌써 지겹군.”
“막내, 조용.”
[ 사랑하고 친애하는 연방의 주민 여러분. ]
‘나다.’
[ 우리 위대한 연방은, 지금까지 장벽 밖의 존재들에 의해 너무도 큰 위협을 받아 웅크려있었습니다. 지난 시간 연방 정부는 이 사태를 타개하고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유지하는 데에 전념했으나, 당초 기대했던 효과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끝끝내 위기와 악순환만이 거듭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지금이라도 실감하여 전열을 가다듬고 도약하지 않는다면,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입니다. 절박히 그 필요성을 강조할 때입니다. ]
‘내가 쭉 보니까, 더 늦으면 슬슬 좆될것 같더라.’
[ 우리 연방은, 오늘 자정을 기하여 과거 연방의 8번째 도시였던 ‘라그나로크 시티’를 수복할 것임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
‘그래서 라그나로크 수복하려 한다.’
[ 이제는 온 총력을 기울여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연방의 주민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거대한 연방을 떠받치고 이루는 모든 세력과 집단,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자체적인 대개척을 준비하는 알 헤임달을 제외한 연방의 모든 도시는 강역 수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입니다. 만약 연방과 공고히 협력하여 책임을 성실히 다해야 할 자들이 그것을 감히 등한시하고 불응한다면,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
‘내 밑으로 네 위로 전부 필참. 열외 없다.’
[ 존경하는 연방의 주민 여러분. 우리를 둘러싼 여건은 냉엄하며 극히 차갑습니다. 하나 그렇다고 하여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현상만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당당히 나아가 주민들의 터전을 수복하는 것이 역사적인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많은 아픔이 따를 것입니다. 심한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그에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계획의 중추이자 핵심이 될 연방군은 라그나로크 수복에 어떤 방식으로든 중점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모두의 고통을 분담해 반드시 끌어안을 것임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전하는 바입니다. ]
‘연방군 세다. 빵빵하게 지원해줄게.’
[ 마치며, 우리는 전력을 다해 라그나로크를 수복해낼 것입니다. 악한 존재들의 마수 앞에 소모적인 계파간의 갈등을 잠시 멈추고, 터전을 되찾고, 강역을 수복해 넓혀나가야 할 것입니다. 희망과 용기를 가집시다. 위대한 연방의 강토 수호를 위하여, 분골쇄신해 먼저 흙으로 스러져간 과거 전사들의 영령(英靈)들이 우리를 든든히 지켜줄 것입니다. 현재 연방은 역사의 틀을 만들어가는 새시대의 출발점에 서있습니다. 오늘이 숭고한 역사를 지켜온 연방이 재도약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그럼, 다 같이 한 번 죽어보자.’
[ 누구에게나 첫걸음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연방을 이끌어갈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과거가 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혼신의 노력을 다합시다. 이상으로 우리 연방은 주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리며, 이 사실을 엄숙히 선포합니다. ]
‘다들 뺑이 까라.’
그 장황한 수복 연설이 드디어 끝나자.
내가 설산목 과자를 까먹으며 입을 열었다.
우적 우적-
“요약하니까 별말도 아니구만, 뭐 저리 길게 해.”
“그러게나 말입니다. 형님.”
어느새 일어난 루돌프가 맞장구를 쳤고.
홀에 모인 마탑의 마법사들은 저들끼리 격렬한 토론을 나누었다. 꽤 역사적인 수복 공표였기에, 분위기는 한층 더 열기를 더해갔다.
연방 정부의 라그나로크 수복 연설은, 그날로 모든 시티넷과 포털을 장악하며 대대적으로 공표되었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연방 정부는, 그다음 날까지 연방 집행관이라는 전령을 이용해 연방의 정식 공문을 각 기업과 세력들의 본거지에 차례대로 송달했다.
다음 날.
일레힌 마탑에도 유크 루베르겐 집행관이 봉인된 연방의 공문서를 가지고 직접 방문했다.
일레힌 포이체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크 루베르겐 집행관은 봉인된 공문을 천천히 열더니,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 여섯 번째 봉우리의 마탑이 과거 연방에 보여준 모범적인 정성과 지원을 잊지 않으며, 장래에도 길이 변함없기를 기대하는 바. 연방의 행사에 현명한 판단과 아낌없는 협조가 있을 것을 확신해 마지않습니다. 명예로운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의 건투와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
— 강제성이 없으므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참여 거부의 뜻을 넉넉히 밝힐 수 있으며, 표기된 시일 내에 참여 혹은 정확한 대안과 함께 불참 의사를 밝힐 것을 알립니다.
— 라그나로크 시티 수복전 편제.
— 라그나로크 북부 원자력 발전소 탈환 및 9레벨급 네임드 ‘녹량백량’ 책임 궤멸조.
연방군 제3 기계화보병사단.
연방군 특수작전항공여단 예하 4대대.
수르트 시티. 사천당가 코퍼레이션.
발할라 시티.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
오딘 시티. 루 막슨 컴퍼니.
수르트 시티. 화산 그룹.
— 추신.
— 불참 의사를 밝힐 시 타당한 이유, 구체적인 대안과 함께 표기된 다섯 개의 임의 이메일로 하루 속히 연락주십시오. 참여시 해당 없음.
— 무각대사. Sorim88931
— 로라 마르티네즈. Fukx you4444
— 슈나우젠 하비에르. poHub
— 진공진인. Mudangsambong
— 카시오페아 파냐탈루. Yuryungsang A
“연방 집행관. 유크 루베르겐 대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