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화 무슨 검절
#69화.
— 누가 나의 영역에서 요기를 이토록 부풀리라 했느냐?
【 ······. 】
정체불명의 묘인이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낸 이후, 남쪽의 어머니는 추격을 멈추었다. 묘인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근방을 지배하던 요기는 온데간데없이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분명 수백의 시체들이 이곳에 포진해 있었는데, 장내의 모두가 인식도 하지 못한 사이 전부 무(無)로 돌아갔다. 지면에 처박힌 비공정 앞에는 그 묘인과 남쪽의 어머니, 단 둘 뿐이었다.
레반의 귀로, 엘프 마법사의 음성이 울렸다.
[ 막내, 성공했네. 묘왕께서 행차하셨어. ]
알 헤임달 시티의 수인들은 딱히 강력한 구심점이 없이 인간들과 섞여 살아갔으나, 수인왕이라 불리는 초월의 강자를 배출한 세 수인족은 달랐다.
묘인(卯人),서인(鼠人),계인(鷄人).
토끼와 쥐, 그리고 닭 수인.
그들은 알 헤임달 내에 수인들만의 영역을 단단히 구축하고 여느 대기업에도 밀리지 않는 세력을 성공적으로 형성해냈다.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한 것이 무력으로는 알 헤임달에서 대적할 이가 없다는 수인왕들의 존재였다.
수백만의 수인들을 규합해 군림하는 왕.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뻥 뚫려있는 저 묘인은, 세 수인왕 중 하나인 묘왕이었다.
오연한 묘왕의 시선이 밑으로 내리깔렸다. 두 눈이 없는 묘왕은 남쪽의 어머니가 들어있는 고치를 정확히 직시하고 있었다.
그 묘왕 주위에 모인 마나가 너무도 농밀해, 푸르른 마나의 결정들이 하늘에 생겨난 것처럼 보였다. 높은 경지의 마법사도 아닐진대, 수인들의 왕이라면 육체의 위력으로 싸우는 무투파에 가까울 텐데도 그러했다.
후우···.
한숨을 돌린 레반이 피섞인 가래를 뱉으며 말했다.
“생각보다도 빨리 오셨군. 얼마나 걸렸지?”
여유를 되찾은 엘프 마법사가 답했다.
“4분.”
남쪽의 어머니가 내보이는 요기를 부풀리게 만들어 근방의 강자. 정확히는 다른 개척도시의 흡혈귀나 묘왕에게 신호를 보낸다. 7레벨 묘인들과 상의 끝에 내린 그 결정이 맞아들어갔다.
저 묘왕은 흥분한 남쪽의 어머니가 한껏 부풀린 요기를 느끼고 적어도 20km를 주파해 이곳에 이른 것이다.
단 오 분도 걸리지 않아서.
레반과 함께 도망치던 묘인들은 남쪽의 어머니를 오연히 막아선 묘왕의 뒷모습을 확인하고는, 경외감 가득한 눈빛으로 연신 탄성을 질러댔다.
— 아아아아!
곧, 7레벨의 묘인을 필두로 모든 묘인 개척자들이 꿇어앉아 부복했다. 묘인들은 귀가 땅에 닿을만큼 엎드려 고개를 숙였다. 피가 스며든 더러운 땅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윽고, 묘왕이 하얀 고치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남쪽의 어머니가 부리던 흉흉한 촉수들은 이미 멈춘지 오래였다. 놈은 자신의 촉수들이 어째서 멈추었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기색이었다. 허나 뒤늦게 실수를 깨닫더라도, 이미 늦었을 것이다.
찰나였다.
‘연방은 어떻게 150년을 버텼나’라는 이전의 물음에 조금은 대답이 될법한 일이 레반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 벌레 주제에. 대답도 안하고.
뿌직!
묘왕이 짧게 주먹을 휘두른 순간, 남쪽의 어머니를 둘러싸고 있던 고치가 꾸덕한 점액을 흩날리며 찌그러진다. 계란 모양의 거대한 고치에 주먹만한 구멍이 뻥 뚫렸다.
멍하니 얼어있던 남쪽의 어머니가 그제야 괴성을 질렀다.
【 끼아아아악—!!! 】
고치 안에 들어있던 정체불명의 액체들이 터진 수도꼭지처럼 콸콸 흘러나왔다. 남쪽의 어머니가 꾸물거리며 다시금 고치를 기워붙이려 노력했으나 묘왕의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뿌지직—
거대한 고치가 전부 부서지는데에 눈 몇번 깜빡할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고치를 찢어버린 묘왕이 그 안에서 4미터쯤 되는 좀비의 몸뚱이를 잡아 질질 끄집어냈다.
고치 속에 자리한 좀비의 본체는, 그간 양분을 가득 저장해두어 뚱뚱하게 부풀어 있는 상태였다. 마치 우화해 성충이 되기 전의 곤충 애벌레처럼.
쿵.
절대적일 것만 같던 8레벨 중반의 네임드, 남쪽의 어머니가 도망갈 생각조차 못 한 채 무기력하게 끌려나와 흙바닥에 내팽겨 쳐진다. 레반은 저게 이전의 그 대단한 위력을 가진 괴물이 맞나 싶었다.
【 자, 잠! 】
묘왕은 즉시 끌어낸 그 애벌레, 남쪽의 어머니를 양손으로 눌러잡더니 무슨 젖은 걸레를 짜듯 비틀어 쥐어짜버렸다.
꾸지지지직.
분명 검기를 극한까지 압축해서 한땀한땀 잘라내야 할 정도로 강성한 육체였는데, 묘왕의 힘 앞에서는 그저 말랑하고 하얀 살덩이즙이 되었다.
그리도 강력한 언데드의 마지막 유언은 ‘자 잠’ 이었다.
그것으로 끝.
심히 정신없고, 비현실적이었다.
압도적인 무력과 위압감이 사위를 짓눌렀다.
끔찍한 힘을 마음껏 뽐내며 묘인들을 잡아먹던 남쪽의 어머니는 그렇게 벌레처럼 쥐어짜이며 죽었다. 그 애벌레의 절반 크기도 되지 않는 묘인에게.
곧.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혈액과 체액들 사이로 하얗고 농밀한 에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그것은 눈처럼 걸쭉한 흰색의 에센스였는데, 멀리서 느끼기에도 진한 기운이 농축되어 있었다.
꾸직. 꾸지직.
묘왕은 그 에센스에 별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죽은 애벌레를 몇 번 더 비틀어 쥐어짜더니, 애벌레의 껍데기를 쓰레기 던지듯 휙 던져버리고는 레반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묘왕의 손에 잔뜩 묻은 혈액이 뚝뚝 떨어졌다.
레반이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 서있자.
땅에 엎드려 부복하고 있던 7레벨의 묘인이 조용히 설명했다.
“묘왕 우륵바갈께서는 앞을 보지 못하세요. 그렇더라도 예를 갖추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너도 엎드려 예를 갖추란 얘기였다.
적당히 예를 갖춰 고개를 숙인 레반이 슬쩍 물었다.
“사이버웨어 눈알을 이식받으면 되지 않나?”
“앞을 보지 못하신대도, 여전히 수인왕이세요. 다른 감각들로 세상을 누구보다 정확히 읽고 계십니다.”
알 헤임달의 남쪽을 지배하는 묘왕은 눈이 없었다.
그러나 육체 오감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각을 잃은 대신, 다른 감각들이 월등히 예민하게 진화한 듯 했다. 강한 요기가 퍼졌다곤 해도 무려 20km 밖에서 단숨에 그것을 느끼고 쏜살같이 도착한 점이 묘인의 말을 증명했다.
묘왕은 레반과 엘프 마법사의 발치 앞에 정확히 멈춰섰다.
공포스럽게 뻥 뚫린 두 눈에서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허나 극한까지 단련한 듯 아름다울 정도로 완벽한 묘왕의 육체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백색으로 빛나는 털 사이로는 수많은 흉터들이 드러나 있었다.
다가온 묘왕이 대뜸 입을 열었다.
“토퀸타이아의 딸. 슬레모킨.”
레반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엘프 마법사의 이름을 부르며.
엘프 마법사는 싱글 웃으며 답했다.
“헤헤, 저인지 알고 계셨네요?”
“발할라의 마탑에 들어갔다지.”
“그건 벌써 오래전의 일인걸요.”
“언제나 몸가짐을 바로 해라. 인간들에게 우리는 생김새가 다른 이족일 뿐이다.”
엘프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레반이 기억을 더듬었다.
···저거 어디서 많이 들었던 대화 방식인데?
떠올려보니 이전의 다르간트와 엘프 마법사의 대화 흐름과 비슷하지 않은가. 토퀸타이아가 누군진 모르겠으나, 다르간트에 이어 수인왕까지 그 존재를 언급하는 걸 보면 엘프 마법사 슬레모킨의 부모는 알 헤임달에서도 상당한 거물인듯 했다.
사실 며칠간 동행하며 그녀의 출신을 대강 추측하고 있었으니, 레반은 별 궁금증이 들지 않았다. 이미 본신만으로 8레벨의 마법사인데 무엇이 더 놀랍겠나. 엘프계의 유명한 장로 딸내미 뭐 그런 거겠지.
레반이 그리 생각하던 때였다.
“인간, 너는 어째서 도망가지 않았나.”
인사치레 같은 것도 없었다.
엘프 마법사와의 짧은 대화를 끝내고 고개를 돌린 묘왕은, 뻥 뚫린 눈으로 레반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
고개를 밑으로 숙이고 있는 레반의 눈에, 기둥처럼 세상을 딛고있는 묘왕의 뒷발이 보였다. 큰 상처와 흉터투성이에 굳은살이 알알이 박힌, 수백만 묘인들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왕의 고목같은 발이었다.
잠시 대답을 고민하던 레반은, 상념을 지우고 곧장 입을 열어 답했다.
“그저······마음이 동했을 뿐입니다. 묘인도 저와 같은 인(人)이지 않습니까.”
거짓말이었다.
* * *
몇 시간 뒤.
나는 롬진을 떠나 알 헤임달 시티로 복귀했다.
시티의 장벽 구멍 안으로 복귀하자마자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 나비넥타이를 한 경비소 직원으로부터였다.
그는 경비소 안의 화면들을 무료하게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무얄라바 개척도시가 크게 당했습니다. 남쪽의 어머니가 흉수고요.”
롬진 이전에, 남쪽 다른 개척도시인 무얄라바가 먼저 남쪽의 어머니에게 습격당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였다.
그쪽의 개척자들은 대부분 몰살당했고, 무얄라바를 지키던 강력한 흡혈귀 하나도 큰 부상을 입고 도망쳤단다. 묘왕이 먼저 도착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남쪽의 어머니는 이미 옆 개척도시에서 수십의 ‘양분’ 을 잡아먹고도 부족해 롬진까지 습격한 것이다.
경비소 직원은 넥타이를 매만지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개척 도시 롬진에서도, 기관사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무얄라바의 상황과 비슷하겠군요. 정부 지원을 요청할 정도입니까?”
나는 ‘롬진에서 오는 기관차와 철로, 개척도시 롬진의 장벽이 무너졌다. 묘인 개척자들이 힘겹게 수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충 그렇게만 말해주곤 장벽 구멍의 경비소를 지나쳤다.
한시라도 빨리 숙소를 찾아 쉬고 싶었다.
검을 길들이러 갔다가 그대로 사장당할 뻔했다. 수인왕까지 끌어들여 해결하긴 했다지만, 조금이라도 상황이 틀어졌다면 크게 위험했으리라.
그렇게 장벽 구멍을 통과하자 엘프 마법사, 슬레모킨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수인왕 앞에서도 거짓말은 당당히 하는구나. 마탑주님도 그렇게 꼬셨어?”
“진심이었다. 그때만큼은.”
“풋.”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엘프 마법사는 저혼자 내내 흡족해했다. 돌발 상황에 아주 잘 대처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이제 정말 일레힌 마탑의 일원으로 인정한다나 하는 말들을 싱글 거리며 해댔다.
나는 대꾸할 기운도 없었다.
우리는 곧, 장벽 근방의 숙소에 도착했다.
“안녕, 내일 보자.”
숙소의 앞에서, 엘프 마법사는 한번 윙크를 하고는 쌩하니 떠나버렸다. 하루 사이 재수 없는 일을 시원하게 겪어 휴식이 절실했던 나는, 방에 이르자마자 기절하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잠시 뒤.
침대에 누워 ‘내 몫’ 으로 받은 에센스 병을 꺼내보았다.
우르드의 에센스를 담은 병 말고도, 하얗고 걸쭉한 에센스를 담은 또 하나의 커다란 병이 나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
8레벨의 좀비, 남쪽의 어머니에게서 뽑아낸 에센스였다. 그 에센스를 담은 병은 우르드의 에센스를 담은 병보다 적어도 몇 배는 컸다.
“······.”
묘왕은, 그 위압감만큼이나 손이 컸던 것이다.
* * *
하루의 시간이 금방 지났다.
숙소에서의 휴식은 아쉽게도 얼마 가지 못했다.
오늘로 다르간트가 약속한 사흘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손에 개조되었을 아힘사를 찾으러 갈 시점이었다. 언제까지고 알 헤임달 시티에 머무를 수는 없다.
나는 다르간트와의 약속대로 칼드락 스미스로 향했다. 길거리에서 석탄에 구운 빵과 버터를 사 대강 배를 채웠다.
그런데,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내가 찌뿌둥한 몸으로 칼드락 스미스의 부근에 도착했을 때였다.
큰 고함이 들려왔다.
— 헛소리 하지 마라!
“?”
고함은 칼드락 스미스쪽에서 들려왔다.
대장간의 입구 주변으로 칼드락 스미스의 대장장이들이 몰려있었고, 그 앞에서 웬 무인 하나가 열을 내고 있었다. 기백으로 보아 절정의 경지를 밟은 7레벨 무인이다.
그리고 태산같은 기세의 대장간 주인장인 칼드락이 직접 바깥으로 나와, 그 무인의 앞에서 무섭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무인과 칼드락간에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절정의 무인이 칼드락을 향해 말했다.
“칼드락님. 그 금속재료로 매화검을 제작해주기로 약조하셨기에 흔쾌히 내어드린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이리 약조를 쉽게 어기실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매화검?
나는 안력을 돋구어 무인의 행색을 살폈다.
말끔한 의복에는 자색빛의 매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남쪽 장벽 근처에서 지나가는 소리로 화···무슨 검절이 알 헤임달에 와있다는 애기를 듣긴 했던 것 같은데.
칼드락의 쩌렁한 목소리가 상념을 깨고 들어왔다.
“약조? 이것 봐. 우리 대장간에서 크레딧을 주고 충분한 값을 치뤄 가져온 재료인데, 거기에 매화검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는 약조가 대체 어디있어?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하게 만드는 거냐!”
“당연히 화산 그룹에서 구해다 드린 귀물이니, 화산에 우선권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헌데 이렇게 급작스레 소식을 전해 들으니 그저 황당할 따름입니다. 그것을 이미 다른 이에게 내주었다니요.”
그러자, 칼드락이 못참겠다는 듯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성질을 냈다.
“우선권 같은 소리. 우선권은 화산에서 새로 만든 권법인가? 그게 무슨 개풀뜯는 소리인지. 계속 소란 피우지 말고 썩 물러가라!”
허나, 칼드락의 태산같은 기세에도 무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무인은 되려 더 사납게 따지고 들었다. 저자가 대화의 내용대로 화산의 무인이 맞다면, 그리 이상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아니지요. 이럴줄 알았다면 화산에서 칼드락 스미스의 수중에 그 귀한 물건을 넘겼겠습니까? 같은 무게의 만년한철보다 비쌉니다. 정말 명인께서는 발뺌하실 작정이십니까?”
“······.”
아.
조용히 듣자 하니, 내 광선 이야기가 확실하군.
화산 그룹에서 구해 칼드락 스미스로 가져온 귀한 금속을, 다르간트가 임의로 용광로에 집어넣어 내게 검을 만들어 준 듯했다.
물론, 칼드락은 그런 약조따위 절대 없었다며 부정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는 화산의 무인과 엮이기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칼드락님. 뭐라 말씀을 해주시지요.”
다만, 화산의 무인은 쉽게 돌아갈 기색이 아니었다.
저걸 계속 기다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엮이리라 생각한 나는, 곧바로 얼굴의 근육과 뼈를 움직이는 역용술을 사용했다. 절정에 이른 공력이 세밀하게 뻗어져 근육의 위치를 틀어놓았다. 근처 대장간의 창에 얼굴을 비춰보자, 아예 다른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좋군.
나는 곧 칼드락 대장간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 도착한 내게, 칼드락의 시선이 꽂혀들었다. 곧장 그 시선을 따라와 나를 확인한 화산의 무인이 칼드락에게 물었다.
“혹시 저자입니까.”
“그래, 알아서 해결하고 들어와라!”
칼드락은 저 열정적인 화산의 무인을 더 상대하기가 귀찮은지 알아서 하란 듯한 표정을 하더니, 짧은 다리를 뽈뽈대며 대장간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그 짧뚱한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대장간은 애프터 서비스가 별로라고.
이윽고.
그 화산의 무인은 내게 다가와 정중히 포권했다. 그리고 포권 뒤에 나온 말은 실로 당당했다.
“그 검, 우리 화산에 넘겨주십시오. 본래 화산의 물건이 서로간의 오해로 인해 흘러간 듯합니다. 다른 명검을 고르신다면 값을 대신 지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