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여섯 번째 봉우리의 마탑주, 일레힌 포이체카
#57화.
자정을 넘긴 시각.
“그 당가놈, 상당히 좆됐군.”
청록빛 괴물을 침실 밖에 세워두고 들어온 마법사를 향해, 루벤카와의 전투에서 입은 내상을 며칠에 걸쳐 모두 회복한 내가 한 말이었다.
사흘 전.
당가주의 넷째 아들이 제 발로 마탑에 기어들어와 오만하게 구는 바람에 마탑주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했다.
때마침 마나회로의 재건을 거의 마친 뒤 몸이 근질근질했을, 몇 년간 강제적으로 성정을 죽이고 살아야 했던 일레힌 포이체카의 심기를.
마탑주가 당연히 오늘내일하는 줄 알았겠지. 일레힌 포이체카가 마나 회로 재건에 성공한 것은, 이 마탑의 마법사들조차 까맣게 모르는 내용이니까.
“응. 근데 걔는 들어올 때부터 너무 까불길래 큰일 치를 것 같더라.”
좆됐다는 내 말에 마법사는 대수롭지 않게 호응했다.
나는 틀었던 가부좌를 풀고 그를 슬쩍 바라보았다.
청록빛의 괴물을 다루는 이 마법사는, 내가 일레힌 포이체카에게 심법을 전수한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이로, 일레힌 포이체카에게 심법을 전수하기 시작한 그날부터 내게 나름의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루베르겐과 함께 마탑에 당도했던 날, 대놓고 핀잔을 주던 그때와 지금은 아예 딴판이었다. 성격이 더러운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면 그냥 툴툴대기를 좋아하는 마법사였다.
그는 몇 없는 팔찌 네 개의 구성원 중에서도 마탑주와 상당히 가까웠다. 그때 마공학 병사들을 칼로 때려 부순 일만 아니었다면, 더 가까워진 뒤 콩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참 아쉽게 되었군.
아무튼 그에게 지금의 상황을 듣고 내뱉은 감상이 바로 저것이었다.
그 당가주의 넷째 아들이라는 놈은 좆된것이 틀림없다. 태어나자마자 대가리에 강제로 전뇌 컨트롤칩이 박혀서 반 바이오에 유배됐던 과거의 나처럼.
연방법원의 서류와 다른 이것저것을 들고 루벤카와 레나를 찾아왔다고 해도, 또한 마탑주가 힘을 잃고 시름시름 앓는 중이라고 해도, 더해서 그런 마탑주를 고칠 방법까지 가지고 왔다고 치더라도—
대체 무슨 깡인지 모르겠군.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나와 레나, 루벤카가 조용히 마탑에서 지낸 지도 어언 넉 달이 넘게 지났으니, 언제까지고 당가가 우리를 찾아내지 못한채 가만히 시간만 보낼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찾기도 힘든 이 발할라의 산꼭대기 마탑까지 직접 걸음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그로 인해 벌어진 지금의 결과와는 별개로, 참 끔찍하고도 집요한 놈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로키 시티의 ‘신동경’ 같은 군벌 세력들의 전쟁터나 시티 장벽 밖에 있었다고 해도 쫓아왔을 것만 같았다.
마법사는 재미있다는 듯, 침대에 털썩 눕더니 말했다.
“대단한 뒷배경을 지고 태어나 여태까지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었을 놈이 얼마나 밑도끝도 없이 오만해질 수 있는지 놈을 보면서 깨달았다. 당가의 무인들은 경지가 높아질수록 골수까지 독이 치밀어서 회까닥 돌아버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던데, 사실일지도 모르겠네.”
나는 그의 말을 듣고는 생각했다.
그거, 사실 맞는데.
인간들이 괜히 사천당가와 엮이기 싫어하겠는가.
애시당초 독공을 익힐 마음을 먹었다면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독공으로 상승의 경지를 밟을수록 골수와 뇌수까지 독기가 치밀어, 지닌 성질이 공격적이고 날카롭게 바뀌며 매사 예민하게 굴어대는 것이 독공을 익힌 무인들의 특징이니까.
당씨들의 성격이 무작정 더럽고 독한 것이 아니라 마땅한 이유가 있다. 괜히 중원무림에서도 정파, 사파, 마도 할 것 없이 꺼리고 피했던 놈들이 아니지.
대강 절정쯤의 경지에 오른 당가인이라면 한 달에 스무날은 가시 돋친듯 예민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독공으로 화경의 경지에 오른다면 또 모를까.
그래도 당가의 독공은 마공이나 허술한 사파 무공들처럼 아예 정신이 미쳐버리진 않으니, 정사지간의 취급이라도 받았던 것이다. 위험한 독을 다루는 만큼 의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놈들이라, 제 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챙겼던 이유도 있었고.
만약 기맥과 전신 골수로 스며드는 독기를 정말 완벽하게 다스린다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천하제일독인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예민하고 괴팍하며 종잡기가 힘든, 히스테릭한 ‘평범한 당가의 무인’ 이 되는 것이지.
그러나 그렇기에 당가가 그만한 위치에 오를 수 있던 거다. 당가만의 독특한 독기(毒氣)와 집념이 어우러지면 상대하는 입장에서 당가만큼 무섭고 괴이하며 어려운 놈들이 또 없다.
게다가 독이 발달했으니 암기까지 곧잘 쓴다.
막강한 극독과 암기, 그리고 독기와 집요함.
듣기만 해도 꺼려지는 단어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놈은, 때가 안 좋았군.’
사천당가의 재가를 받았는지, 아니면 당절이라는 놈의 독단인지는 몰라도 당가의 심공으로 거래를 트려던 선택만큼은 괜찮았다.
내가 처음 마탑에 발을 들였을 때 마탑주의 상태라면, 놈이 조금 오만하게 굴었더라도 거래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순한 마력 구체에 의지해 하루하루 연명하는 상태였고, 루벤카와 레나는 실상 루베르겐이 홱 던져놓고간 짐덩이나 다름없으니까.
다만 나라는 변수로 인해 한 박자가 늦어, 당절이라는 놈에겐 일이 풀 수 없을만큼 꼬였을 뿐.
그런 의미에서 당절이라는 당가주의 넷째 놈은, 재수가 더럽게도 없었다. 몇 년간 두문불출하던 일레힌 마탑주가 힘을 되찾았을 줄 놈이 어찌 알았겠나.
누울 자리를 정확히 보고 다리를 뻗었는데, 설마 침상이 무너져버릴 줄은 몰랐겠지.
아무튼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것,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주가 원래의 불같은 성정을 열심히 내주기를 바라야겠군.
“당가에서 어떻게 나올까? 진짜 재미있겠다.”
내가 상념에 빠져있자, 침대에 자빠져있던 마법사가 기대하는 기색으로 물었다. 그는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이 정말로 재미있어 못 견디겠다는 눈치였다. 그 당절이라는 놈도 그렇지만, 이 마법사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뭐 어떻게 하긴. 실수좀 했답시고 혈육을 내버리지는 않겠지.’
특히 가문의 정으로 똘똘 뭉친 당가라면 더욱.
그리고 놈이 당가주의 아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당가쪽에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당절이라는 놈은 비교적 몸 성하게 마탑을 빠져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당가의 입장에서는 속이 심히 쓰리고 상하겠으나, 적정선에서 타협해 그들의 표면적인 자존심이나마 지키려 하겠지. 무림계 명문가의 아들이 무슨 볼모마냥 마탑에 계속 붙잡혀있는 것이 알려진다면, 그것만큼 수치스러운 일이 또 없을 테니까.
그래도 골치는 좀 썩겠군.
자금력이 만만찮은 일레힌 그룹 출신의 마탑주가 크레딧좀 던져준다고 해서 넘어갈 인간도 아니고, 마탑 역시도 자존심 문제가 끼어있다. 허락없이 마탑에 멋대로 출입했다는 것은, 마탑주의 권위에 도전한 것과도 다름없기에.
어쩌면 당절이라는 놈의 헛발질은 여섯 번째 봉우리의 마탑주, 일레힌 포이체카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마탑주가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듯했다. 아마도, 나와는 관계 없겠지만.
“근데 그 당가놈, 조금 미친 자식같아. 자기애가 심하게 강한 것 같기도하고. 계속 넋이 나가있다가 갑자기 오르가즘? 뭐 그런 거를 느끼던데. 약에 취한 사람처럼 혼자 갑자기 황홀경에 빠진다고 해야하나. 목소리도 괜히 좀···.”
“실제로도 반쯤 미쳐있는 놈이라 그렇겠지.”
“그래도 당가주 아들이라는 놈이 뭐 저래?”
“그야, 사천당가니까.”
내 말에 그는 잠시간 말이 없더니, 얼마 가지 않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가, 마법의 단어네. 분명 무림계인데도 마법의 단어야. 세계에 마약을 팔아먹는 놈들이라 그런가. 무당이나 소림 출신이 저랬으면 연방 토픽 1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았어.”
그는 그리 말하다가 돌연,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루벤카와 레나라는 여자와는 별개로 너를 강력하게 원하는 사람이 있다던데. 당가 말고도 누가 더 엮여있나봐.”
날 찾는다면 당장 생각나는 놈들이······.
나를 혼내주고야 말겠다던 카스트라 뷔에탕.
영약도 잃고 친씨아마저 잃은 상선의 임원 칼스.
그리고 내가 죽여버린 루 막슨 출신의 정치인을 호위하던 7레벨 마법사와 6레벨 기사들.
대충 추리면 그 셋 정도가 유력한가.
정크타운에 있을 등평위가 달마다 몇 만 크레딧을 떼어먹겠답시고, 당가주의 아들에게 청탁을 넣어 마탑까지 보냈을 리는 없을 테니까.
어찌 되었건.
“전혀 모르겠군. 누가 나를 찾는다는 거지?”
나는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저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겠지.
* * *
마탑의 중앙 홀.
루벤카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일찌감치 나와서 자신을 마탑 밖으로 끌고 나갔어야 할 당가의 당절이라는 사내가 며칠째 마탑주의 서재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니까.
마탑은 고요했고, 사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와 함께 온 일행들도 아는 것이 없어보였다.
저 서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 빌어먹을 당가의 자식이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주를 살릴 방법을······정말 가지고 온 걸까?
그렇게 루벤카가 하염없이 닫혀있는 마탑주의 서재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응?”
저 멀리서 레반이 말짱한 얼굴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곧바로 닫혀있던 마탑주의 서재를 자연스레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 아, 아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마탑주의 서재에 출입하는 레반의 뒷모습에, 루벤카가 뭔가를 말하려다 어버버 헛숨을 뱉고는 말을 꺼내길 포기했다. 저걸 섣불리 이해하려고 달려들었다간 괜히 머릿속만 더 복잡해지겠지.
.
쿵—
마탑주의 서재에 들어온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침실에서 그 마법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작스럽게 일레힌 마탑주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마탑주님, 부르셨습니까?”
서재로 들어온 나의 시선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듬성듬성 비어있는 책장으로 삼면이 막힌 방에 갇혀 넋을 놓고 히히덕대는 사내였다.
저놈이 아마 당가의 당절이라는 놈일 테지.
— 히히.
당가의 무인임을 뜻하는 비단 무복을 입고 있는 사내. 놈은 침실에서 마법사에게 들었던 것처럼 제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실실 웃을 수 있는 놈은 세상에 몇 없을 테니.
내가 놈에게서 눈을 떼고 고개를 다시 돌리자.
그간 들렀던 마탑주의 서재와는 또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몸이 마치 높은 천공에 붕 떠 있는듯했다.
눈과 구름으로 뒤덮인 만년설산의 장엄한 절경과 별무리가 박힌 남색빛의 하늘이 서재의 뒤로 대비를 이루어 실로 장관이었다. 저 풍경을 가리고 있던 거대한 책장이 빠진탓에 저리 보이는 듯했다.
산맥의 봉우리 위에 세워진 이 마탑주의 서재는 사실, 천장과 바닥뿐만 아니라 사방면의 벽이 유리처럼 투명하여 발할라의 모든 것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삼면의 거대한 책장에 가려져있던 진짜 마탑주만의 공간. 거기에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스스슷—
그리고, 이 공간의 중심에서 자유로이 떠있는 마탑주는 화려한 깃펜을 든 채 집중하여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웬 글씨가 빼곡히 써져있는 종이들이 별의 위성처럼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때, 마탑주의 주위를 맴돌던 하나의 종이가 내 발치에 팔랑팔랑 떨어졌다. 종이를 메운 진지한 필체들을 보면 무언가 중요한 내용일 듯했는데도, 마탑주는 그것을 딱히 숨기고픈 마음이 없어보였다.
“?”
나는 그 종이를 집어 들고 자세히 확인했다.
흑색과 녹색의 필체가 어우러져 있는 메모지.
그것의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니, 무려 사흘 내리 이어진 일레힌 포이체카와 어떤 이들의 필담 내용이었다.
그 양이 너무나 방대하여 단 몇 장만 보고는 그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간단한 안부 인사만이 적혀있는 메모지도 있었고, 영문 모를 외계어들이 적혀있는 것도 있었다. 와중에 당가의 원로원이니 장로니 하는 말들이 간간이 보였다.
그리고 몇 장의 종이를 더 보자, 그 어떤 이들이 사천당가의 '원로' 라 불리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종이는 마탑주와 당가 원로들간의 소통 방식인 듯했는데, 대체로 마탑주가 우위의 입장에 있는 듯 했다. 나는 마탑주의 가장 외곽을 떠도는 종이들을 몇 개와 안쪽을 맴도는 종이들을 몇 장씩 훑어 보았다.
그러다 보게된 하나의 종이에는 ‘반 바이오의 자매와 크레딧은 포기할 터이니, 레반이라는 시종은 내어달라.’ 라는 식의 흑색 글씨가 있었는데, 일레힌 포이체카의 ‘불가’라는 녹색 필체가 그 밑에 똑똑히 박혀있었다.
“······.”
마탑주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나는 그때부터 종이 엿보기를 멈춘채로 말없이 그의 행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어느 순간이었다.
사각사각.
일레힌 포이체카가 들고있던 깃펜을 휘두르자, 텅 비어있던 커다란 종이 한장이 어디선가 떠오르더니, 마력이 깃든 녹색의 글씨체가 또박또박 적히기 시작했다.
— 그럼 이것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 협의의 모든 내용은 여섯 번째 봉우리,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에 봉인되어 마탑의 주인이 바뀌기 전까지 유효합니다. 누구든 이 협의를 파기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나의 마탑에 정식으로 방문하십시오.
그러더니 그 투명한 종이는 책장 속에 갇혀있던 당절에게로 팔랑팔랑 날아갔다.
우득.
넋이 나가있던 당절이라는 놈은 그 투명한 종이를 보자마자, 곧장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를 내고는 지장을 찍었다. 우거진 녹음과도 같은 일레힌의 마력이 놈의 검붉은 피와 섞여 딱딱하게 굳었다.
일레힌 포이체카는 그즉시 자신의 주위를 맴돌던 모든 종이를 거둬들이더니, 혈지장이 찍힌 그 종이와 함께 차곡차곡 쌓아 정리한 뒤 강대한 마력을 담아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눈부신 빛과 함께 서재가 거꾸로 뒤집어지며, 방금 전과는 또 다른 풍경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설산목이 우거진 숲같은 장소에, 빌딩만큼 거대한 설산목들이 차례대로 서있었다. 마을 어귀를 지키는 정승처럼 고고히 선 거대한 설산목들은 각자가 무시못할 기이한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그저 추측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수십 수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아마도 전대의 여섯 번째 봉우리 마탑주들이 설산목에 저장해두었을 마력이 아닐까 싶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농후하고 강대한 마력의 편린들이 그곳에서 흘러나와 이 정체모를 설산목의 숲을 메우고 있었다.
비대하게 자란 설산목들은 하나의 대열을 이루고 있었는데,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주는 그중에서 가장 작고 초라한 바깥쪽 설산목의 앞에 섰다.
그는 방금의 그 종이들을 깨끗하게 정리해 설산목의 표면에 꽂아 넣고 자신의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작았던 설산목의 크기가 조금 자람과 동시에 꽂아넣은 종이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나는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주는 묵묵한 태도로 일련의 과정을 전부 끝내고 나서야, 빙긋 웃으며 나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