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퓨전펑크의 전생자-55화 (55/157)

#55화. 당절

#55화.

루벤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 마탑에 이런 곳도 있었어?”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장소.

이곳은 마탑 내의 전송진을 통해 올 수 있는 외부 장소였다. 루벤카도 몇 달간 마탑에 머물며 처음 와본 곳이었으니, 아마도 팔찌 네 개의 소유자나 그 동행자에게만 입장이 허락된 듯했다.

온 사방이 하얀 눈밭이었고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는데, 딱 이 근방만 눈이 쌓여있지 않고 깨끗했다. 누군가 저리 많은 눈을 다 퍼먹기라도 한 건 아닐테니, 마탑주와 마탑의 힘이 닿는 특별하고 고귀한 장소가 분명하겠지.

“여기는 마나가 무슨······.”

루벤카는 전송진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장소는 극한으로 춥고 숨쉬기조차 버거웠지만, 대기를 이루는 마나만큼은 세상 어느 곳보다 충만했다. 그녀의 마나 회로가 허락하는 한, 어떤 고위 마법이든 자유자재로 사용해 최대한의 실력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철벅.

발걸음이 멈추는 소리.

루벤카는 앞서가다 걸음을 멈춘 레반을 바라봤다.

“······.”

아까도 확인한 거지만, 몇 달 만에 본 레반의 육체는 겨울의 나뭇가지처럼 말라 있었다. 근육의 결은 쩍쩍 드러나 있었으나, 차마 잔근육이라며 듣기좋은 빈말도 건네줄 수 없을만큼 앙상하기만 한 근육이었다. 마치 동굴에서 사는 야인이나 마약에 중독된 길거리 부랑자와도 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찝찝한 기색으로 인상을 구기고 있는 저 레반은, 마탑에 들어왔을 때와는 또 다른 존재이기도 했다. 발할라 선적장 근처의 객점에서 보았을 때만 해도, 자신에게 감히 비벼보지도 못할 애송이에 불과했는데······.

지금 풀풀 풍겨대는 기운으로만 보자면, 아직 자신보다는 못하다 해도 절대 무시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한 6레벨 끝자락? 아니. 어쩌면 7레벨급.’

몇 달간 아예 정신이 나간채로 있더니, 어느새 또 이렇게 몰라볼 정도로 강해져서 나타났다. 몸은 저따위로 망가졌는데도 말이다.

어이가 없었다. 무인이든 마법사든 7레벨의 벽은 드높아서 절대 저렇게 쉽게 돌파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하, 그 밴스라는 못생긴놈 말이 맞았네.’

문득, 루벤카는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이해하지 못할 현상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발악을 했으니, 가슴이 이렇게나 답답했던 거지.

레반 저놈과 발두르 시티에서 지내온 일행들이 너무도 태평하기에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지금와서 보니 그들의 반응이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저 레반은, 루벤카의 경험이나 상식선에서 생각해 재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대단한 기연을 얻었든지와는 관계없이, 어지간해서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진부한 천재나 수재의 범주에서 벗어난 돌연변이가 저기 있었다.

루벤카는 문득, 자기가 지금 저 레반이라는 종놈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발할라 시립 아카데미에서 다른 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과 상당히 흡사하다고 느꼈다. 괴물을 보는 듯한. 뭐 그렇다고 해서 레반이 괴물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질감, 위화감. 말하자면 그런 종류였다.

레나의 첫 시종이자 친구인 레반은, 분명 시종일 뿐이었으나 처음 반 바이오에 왔을을 때부터 늘 꺼림칙한 느낌을 풍기는 놈이었다. 감이 좋은 편인 루벤카만이 느끼는 무언가였다. 저택이나 사내, 다른 기업의 하인에게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떤 이질감과 위화감.

그리고 사특하면서, 거칠면서도, 어딘가 괴상하게 올곧은 저 눈.

시종이되 시종이 아닌 것 같은 레반의 태도.

‘그래, 예전부터 이상했어.’

다 죽어가는 일레힌 포이체카 마탑주가 레반을 불러들인 것도, 이제는 구태여 이해하고 납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로 했다. 애시당초 이상했던 놈인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연방에서 기업에 심어놓은 사람이든, 어디 우주에서 떨어진 놈이든, 다른 세상에서 날아온 놈이든. 루벤카는 지금부터 레반을 레나의 전 시종놈이 아닌 하나의 돌연변이로 보기로 했다.

그러자 심란했던 마음이 한결 더 편해지며 막혀있던 속이 쑥 내려갔다.

후우!

곧 루벤카가 커피를 후후 불며 입을 열었다. 커피는 몰아치는 눈보라에 차게 식어 얼어버린지 오래였으나, 루벤카의 숨결이 닿자 다시 온천수처럼 펄펄 끓어올랐다.

“강해졌네 레반. 근데 뭐. 그래서 자랑하려고 불렀어?”

마음을 놓은 루벤카는 부글부글 끓는 커피를 호로록 마시며 대기의 마나를 빨아들였다. 완전히 자리를 잡은 다섯 개의 마나 회로가 순식간에 정순한 마나를 머금으며 주변환경과 동화되기 시작했다.

루벤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그런데 솔직히 되게 궁금하긴 하다. 어느 쪽이 뒈질까? 나? 아님······너?”

“몰라 이 년아. 궁금한 것도 참 많다.”

“······.”

레반의 대수롭지 않은 발언에 루벤카의 미간이 꿈틀거리며 퍼런 핏줄이 솟았다.

하지만 도발을 한 레반은 정작 루벤카와 벌어질 전투에 큰 신경을 쏟고 있지 않았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내내 한 가지의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정말 절정에 오른 것이 맞는가?’

질 좋은 중급에센스를 스무 병이나 마셨다. 그 훌륭한 기운들은 더 훌륭한 심공으로 다스려져 다른 길로 새지 않고 단전에 고스란히 흡수되었다.

그러나 레반의 마음에는 차지 않는다.

어떠한 찝찝함이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루벤카를 여기까지 부른 이유도 그 이유에서다.

오로지 이 찝찝함의 실체를 확인해보기 위해서.

생각을 끝낸 레반이 고개를 들자,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입을 열어가며 떠들어댈 필요가 없었다.

스륵!

눈보라 속에서 레반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곧이어 흔들리는 검날이 예고없이 커피를 마시던 루벤카의 목을 찔러왔다.

탱!

그순간 루벤카가 잡고 있던 커피잔을 들어올려 검로에 갖다 대니, 커피잔이 진흙처럼 녹아 흘러내리며 검을 뒤덮었다. 레반의 검이 순식간에 불판처럼 벌겋게 달궈지며 아지랑이를 피워내려던 검기마저 사그라들었다.

“이거······네가 먼저 시작한 거다? 응?”

루벤카는 쯧- 혀를 차는 레반을 바라보며,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빌어먹을 대가리를 어떻게 뭉개버릴지, 상상의 나래에 빠지며.

레반이 단시간에 굉장한 경지를 이룬 것은 맞다. 하지만, 루벤카와 레반 사이에는 쉽게 메꿀 수 없는 큰 간격이 존재했다.

한 3, 4레벨이면 몰라도 7레벨쯤 되면 그 7레벨의 카테고리 안에서도 격차가 크게 나뉘기 마련. 이미 완숙하게 기운을 다스리는 루반카에 비해, 레반은 정말 잘 쳐줘도 7레벨을 막 달성한 초입중 초입 수준이었다.

‘마탑주랑 친하니까, 다쳐도 어떻게든 해주겠지?’

그리 생각을 마친 루벤카의 몸에서, 웅혼한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쾅!

허공에 붕 뜬 레반의 몸은 수십 미터를 날아가 절벽에 처박혔다. 절벽 사이에 자라있던 수백 개의 고드름들이 레반의 위로 떨어졌다. 허나 그것들은 곧장 직각으로 경로를 틀더니, 루벤카를 향해 빛살처럼 쏘아졌다.

화르륵—

홍염의 장막이 허공에서 일어나며 쏘아진 고드름을 증발시켰다. 그 공격은 루벤카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했으나, 루벤카는 놀라며 눈을 치켜떴다.

‘단전과 회로의 기운이 혼잡하게 뒤섞일텐데?’

무공과 마법을 저렇게 자연스레 섞어 쓰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아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또 그게 효율적이고 쉽다면 다들 그렇게 했겠지.

쐐액!

쏟아지는 고드름의 비 사이로 레반의 신형이 쇄도했다. 루벤카의 앞까지 순식간에 당도한 레반이 재차 검을 뿌리자, 홍염의 장막이 다시 시뻘겋게 일어나며 레반의 시야를 가리곤 화염을 뱉어냈다.

그런데.

콰드드득!

고속으로 쇄도하던 레반이 찰나간 루벤카의 앞에 멈춰서며 발끝을 가로로 비틀었다. 레반의 발끝부터 다리와 허리를 타고 전해진 반동이 막대한 공력과 어우러지며 검면에 실렸다. 단순히 찌르고 베는 것이 아니라 날아오는 공을 후려치는 듯한 그 둔중한 검격이, 전방을 통째로 우그러뜨리는 광풍을 만들어냈다.

“!”

넓은 검면이 일으킨 광풍에 근방의 대기와 화염이 밀려나며 루벤카의 마력으로 빚어낸 장막마저 꺼뜨렸다. 그것도 모자라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마저 밀려나며 일대가 적막에 휩싸였다.

팅!

다만, 레반의 검은 그 막대한 파동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났다. 그간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전투 시작 전부터 이가 나가 부러지기 직전이던 폐물이었다.

그래도 당장은 훌쩍 물러나며 회로를 재정비한 루벤카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주시했다.

“에라이, 거 얼마나 썼다고 벌써 부러져.”

검이 부러졌음에도 레반은 전투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게 무슨······.’

그는 패배하더라도 싸우기만 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듯, 적당한 크기의 고드름을 찾아 쥐더니 그대로 내공을 흘려 주입하곤 다시 땅을 박찼다.

스걱.

“······하하.”

루벤카는 기의 아지랑이를 피워내는 고드름이 자신의 몸에 생채기를 내자, 마침내 실소를 터뜨렸다. 마치 장벽 밖에서 십 년은 넘게 구르고 굴러 악만 남은 사냥꾼을 상대하는 것만 같았다.

하하하—

그런데 고드름에 검기를 두르고 미친듯 휘둘러오던 레반이 돌연, 앙천광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알겠다. 내가 절정에 오른 것이 맞긴 맞군.”

그와 동시에 레반의 움직임이 이전보다도 더욱 정교해지며, 복잡한 검초들이 루벤카의 전신 급소를 노리고 쏟아졌다. 수준 높은 무림계 무인들과도 여러번 싸워보았던 루벤카조차 생전 처음 보는 검법과 보법이었다.

이제 아까처럼 여유를 부릴 수는 없어졌다.

그렇다면.

‘이런 싸움을 굳이 길게 가져갈 필요는 없지.’

루벤카의 마나 회로가 오랜만에 제힘을 냈다.

순식간에 과하게 마나를 빨아들인 회로들이 한꺼번에 마력을 토해내니, 찝찔한 비린맛과 함께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윽고, 루벤카의 근방 수십 미터 공간이 새빨간 홍염으로 불타올랐다.

콰르르륵!

대기를 매개로 폭발한 마력 홍염이 근방의 공간을 단숨에 잠식해버렸다. 세찬 눈보라에 곧 사그라들긴 했으나, 그 홍염은 사그라들 때까지 루벤카를 제외한 근방의 모든 것을 불사르며 타올랐다. 홍염이 지배하는 공간에 있던 것은 쇄도하던 레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전신이 장작처럼 새카맣게 타버린 레반은, 흡족하다는 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미친년, 진짜 드래곤이 여기 있었군.”

“······웃어?”

인간이라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작열통이 일 텐데도.

살과 장기가 불에 익어 뇌에 경고를 보내고 있을텐데도, 레반은 그저 실실대며 웃었다.

‘뭐지?’

그리고 그런 루벤카의 눈에, 레반의 불타올랐던 살갗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그 재생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레나가 떼를 써 시술해주었다던 2세대 나노 로봇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

결국 루벤카는 가장 높은 가능성을 떠올렸다.

“······프로토타입이잖아. 너 그건 또 어디서 구했어?”

“반 바이오에서 10년간 개처럼 구른 삯으로 받았다. 퇴직금인 셈이지.”

맞구나. 본사에 남겨두었던 그 시제품이야.

그렇다면 싸움이 예상보다도 길어질 것 같았다. 루벤카는 곧장 회로를 혹사해가며 마나를 빨아들였다. 조금 전의 5위계 마법이 다시 한번 발현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이상하군. 왜 이리 배가 고프지?”

털썩.

레반은 뜬금없이도, 배고프다는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잠시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그 꼴을 바라보던 루벤카는, 억지로 괜찮은 듯 참고있던 호흡을 토해냈다.

주르륵—

전신의 상처에서 피가 홍수처럼 터져 흘러내렸다.

“후우, 씨발. 이런 새끼가 1년 전만 해도 그냥 시종이었다 이거지······?”

루벤카는 전력을 다해 찢어질 것만 같은 마나 회로를 갈무리하며 호흡을 골랐다.

호흡을 고르던 루벤카는 불현듯, 방금 레반의 검을 보고 불현듯 수르트 시티 남경 무학관과의 모의 대련에서 견식했던, 무림계를 이끌 후기지수이자 남경 무학관 최고의 기재라는 그 괴물을 떠올렸다.

분명, 그도 레반과 비슷한 나이대일 텐데.

하아. 아니다.

루벤카는 마구 떠오르는 상념을 지우곤 고개를 훌훌 털며 레반을 바라봤다. 쓰러진 레반은 저렇게 두면 얼어죽기 딱 좋았다. 그리고 애초에 저 마나 팔찌가 없으면 자신도 여기서 나갈 수도 없겠지.

그녀는 결국 엎어진 레반을 들어 올렸다. 뼈와 살가죽밖에 없는 레반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이런 상태로?’

진짜 또라이 같은 놈이네.

루벤카는 연신 흘러나오는 코피를 닦아내며 힘겹게 전송진으로 향했다. 전송진 위에 선 그녀는 레반의 마나 팔찌에서만 흘러나오는 마력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여우같은 새끼.

“누가 뒈지든은 무슨. 어차피 자기 못죽일 거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 * *

그렇게, 루벤카가 레반을 침실에 던져두고 마탑의 건물로 돌아오자.

“?”

아까는 없었던 마탑의 마법사들이 대부분 큰 홀에 나와있었다.

루벤카는 이리도 많은 마법사들이 마탑에 있는 줄 몰랐다. 대부분이 팔찌 세 개를 차고 있는 마법사였고 정말 간간히 네 개를 차고 있는 마법사들이 있었다.

‘왜 다들 나와있지?’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도.

그들은 모두 한곳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들도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이윽고, 루벤카가 마법사들의 시선을 따라가자.

그녀도 그들이 바깥으로 나와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발할라 시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천 무복.

세상이 바뀌어도 무복 차림을 고집하는 사천당가의 사람이, 일단의 무리와 함께 마탑 본 건물 안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허전한 손목을 보면 확실히, 마탑의 초대를 받은 손님들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들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의 오만하면서도 끈적한 시선은, 곧장 루반카에게 와서 꽂혔다. 그의 장난기 가득한 눈매가 금세 휘어지더니 붉은 입이 열렸다.

“아~이것봐 이것봐. 맞다니까?”

말투가 어딘가 능글맞으며, 중성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남자. 그는 사천당가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어지간하면 알 수밖에 없는 당문의 인사였다. 당씨 성을 받은 진짜 당문, 그것도 진짜 직계였으니까.

현 당가주의 넷째 아들, 당절(當截).

사천당가의 직계중에서도 서열이 꽤 높은 직계가 왜 여기 일레힌 포이체카의 마탑까지 들어와 있는지, 루벤카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루벤카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자, 그녀를 발견한 당절이 반가운 기색을 하곤 재빨리 달려왔다. 흡사 오래전 친구라도 만난 것 같은 그 태도에, 루벤카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둡게 물들었다.

“정말 여기에 계셨군요···! 저희가 반년도 넘게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몰라요. 정말!”

“······.”

와락.

당절은 홍홍 웃으며 루벤카를 자연스레 껴안았다.

곧, 뱀처럼 소름돋게 미끄러진 당절의 두 팔이 루벤카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그간······안전한 마탑에서 행복하게 지내셨어요? 루벤카씨?”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