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퓨전펑크의 전생자-53화 (53/157)

#53화. 발할라 산맥의 마탑 6

#53화.

—쩌저적!

무언가 깨지고 찢어지는 소음이 귓전을 울렸다.

현재 나의 기맥을 타고 들어온 마탑주의 정순한 마력은, 뷔에탕의 마력을 찾아내자마자 강공을 펼치고 있었다.

쿨럭!

초월자들의 마력이 몸속에서 한바탕 푸닥거리를 벌이니, 매초마다 끔찍한 격통이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입과 코에서는 연신 진득한 피가 흘러나왔다. 거의 한 바가지는 될 듯했다. 하지만 환청 환시에 종일 시달릴 때보다야 몸이 더럽게 아픈 쪽이 차라리 나아서 그나마 참아낼 수 있었다. 피가 부족해 어지러움이 몰려오는 것만 뺀다면 말이다.

폭행에 이골이 난 스승으로부터 물리적인 고통쯤은 충분히 단련해 왔기에, 사실 이것보다 조금 더 심해도 웃으며 참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부르르-

목을 뚫고 들어온 지팡이의 끝이 떨렸다.

“······.”

나는 일레힌 포이체카의 말대로 계속 고통을 버텨내고 있었고, 두 눈을 지그시 감은 그는 말없이 마력 운용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언 선생이 수술칼을 다루는 솜씨보다도 더욱 정교하게, 지팡이를 통해 건너온 일레힌 포이체카의 마력은 전신 구석 구석에 암처럼 퍼져있는 뷔에탕의 기운을 자르고 토막내며 몸의 한쪽 구석으로 몰아갔다. 줄행랑을 치던 뷔에탕의 마력은 기맥을 타고 내 뒷목 부근에 몰려들었다.

쿨럭-

그러자, 잠시간 기침과 잡생각이 극히 심해지며 어떠한 어지럼증이 나를 덮쳐왔다. 혼이 머리 위로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며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뭐지? 이거 이러다가 잘못되는 거 아니야?

이제 정말로 생각을 잘 해봐야한다.

‘마탑주, 진짜 믿을 수 있는 건가.’

고통이 생각보다 크다. 이러다간 자칫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데. 회로가 훼손된 마탑주가 내 몸을 차지하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진기를 뽑아 절초를 사용하면 마탑주라도 벨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전례없이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형검의 절초는 8위계 대마법사조차 고전하게 만든 검이다. 마탑주를 베고. 청록빛 괴물을 다루는 놈만 따돌리면 무서울게 무에 있나!

아포칼립스에서, 중원 무림에서, 또 제국과의 국경선에서 칼을 곁에 두고 몇십 년을 살아왔던가! 어차피 뒈진 다음에는 또 어떤 세상이든 기다리고—

푸우욱!

“음.”

질린다. 질려.

나는 걸레짝이 된 허벅지에서 빼냈던 칼을 이제 다른쪽 허벅지에도 천천히 찔러 넣고 발골하듯 이리저리 쑤셨다. 격통과 함께 근맥이 잘려 나가며 방금까지 힘이 빳빳이 들어가있던 팔다리가 부질없이 풀썩 주저앉았다.

그래도 내가 본래 정신머리가 반쯤 나가있는 사내라 적응을 빠르게 했기에 망정이지, 애초부터 정신이 멀쩡하고 건강한 사내였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겠군. 이건 정말로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만 같지 않은가?

내가 주저앉은 사이, 일레힌 포이체카의 서재를 채운 장대한 마력들은 내 기맥 속 어느 한 점으로 몰려들어 끝장을 볼 기세였다. 초원의 양 떼처럼 한 곳으로 몰이를 당한 뷔에탕의 마력이 발악을 해보았으나, 오래는 가지 못할 것 같았다.

헌데, 바로 그 순간.

등판과 뒤통수가 열기에 녹아내리는 느낌과 함께, 내장이 모두 입 밖으로 딸려나오는 듯한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그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꺼풀이 스르륵 감겼다.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번뜩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일이 상당히 진행되어 어떤 여인의 요염한 음성이 서재 안에 울려퍼지는 중이었다. 일레힌 포이체카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 최근에 바뀌었다던 여섯 번째 마탑의 새 주인이구나. 일레힌 가문이라지? 】

나는 음성이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일레힌 포이체카가 들고있던 지팡이의 끝에는, 뷔에탕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력의 구체가 피와 살덩이를 갑옷처럼 두른채, 심지어 검은 불길까지 사방으로 내뱉으며 아른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그 마력의 구체는 포탄처럼 지팡이 끝에서 튀어나오며 서재의 허공을 차지했다.

그것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피와 살덩이를 징그럽게 꿈틀거리며 변환을 거듭하더니, 어느덧 여인의 신체를 본딴 형상으로 바뀌었다. 그 형상이 완성되자, 거기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기운이 곱절이 되었다.

아마도 카스트라 뷔에탕이 주입해둔 마력이 내 몸에서 피와 살점을 뜯어 빠져나온 뒤, 형체를 이루어 이 자리에 현현한 듯 했다. 뷔에탕이 만들어낸 형상은 내가 억지로 증폭시켰을 때와 비슷한 힘을, 그 살기등등한 존재감을 사방팔방에 풍기는 중이었다.

‘저런 것도 가능했나? 고작 마력 조금으로?’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거부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곳은 발할라의 마탑. 오로지 마탑주만이 지배할 수 있는 공간이자 마탑주의 절대권역이었다.

제아무리 십이제였던 강자라도 일레힌 포이체카를 마력의 편린만으로 어찌해볼 수는 없으리라. 단순한 힘의 편린만으로 마탑의 주인을, 그것도 마탑에서 도모한다는 것은 삼존 칠좌급의 격외 초월자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레힌 가문. 맞습니다.”

일레힌 포이체카는 역시 덤덤한 기색이었다.

그는 피, 살덩이와 마력으로 결합되어 이루어진 뷔에탕의 형상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다 재차 입을 열었다.

“나는 발할라의 여섯 번째 산봉우리를 지키고 있는, 일레힌 포이체카라고 합니다.”

적당한 존대.

그의 연녹빛 머리칼은, 여인의 형상이 내뿜는 기운의 파동에 반응하며 이지러이 흔들렸다.

【 일레힌 포이체카, 그 젊은 마법사가 벌써 많이 자랐구나. 】

너무도 평이한 말투.

여인의 형상은 마탑주를 신경도 쓰지 않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어딘가로 날아가더니 높은 책장 위에 발을 딛고 섰다. 일레힌 포이체카가 그 광경을 보고 미간을 크게 찌푸렸다.

【 그런데 일레힌의 핏줄이 어째서 나를 신경 쓰이게 할까. 재미있네? 일레힌 그룹. 】

“······.”

조금이라도 말을 높이던 일레힌 포이체카는, 그때부터 말을 낮춰 차갑게 평대하기 시작했다.

“일레힌 그룹과 여섯 번째 마탑은 연관이 없다. 강제로 소멸시키기 전에 마력을 흩어내고 사라져라. 마지막 예의다.”

【 멀쩡한. 상태도. 아니면서. 누굴 소멸시켜? 】

일레힌의 일갈에 진노한 음성이 마력을 내뿜었다.

스아아아—

점점 더 흉폭한 살기를 풍기는 여인의 형상.

강대한 마력에 서재 안의 공기가 일그러진다.

일레힌 포이체카의 공간에서도 사나운 기세를 가감없이 내뿜는 저 기괴한 존재를 보아하니, 저주 마법에 통달한 마법사를 찾았다고 하여 저걸 풀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괜히 십이제까지 해먹었던 9레벨의 인형사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촤아아악!

여인의 형상에서 길쭉하게 살덩이가 뽑혀 나왔다.

단단한 밧줄같이 꼬아진 살덩이들은 서재 허공에 떠있던 빛의 구체들에 순식간에 달라붙으며 마력을 쭉쭉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서재 안의 공기가 일렁이며 뷔에탕의 존재감이 급격하게 거대해졌다.

‘······.’

어째서 일레힌 포이체카는 저것을 저지하지 않는가 생각하던 내가, 그 역겨운 광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응.”

저 뒤쪽에서 빠져있던,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마법사가 이제 되었다는 듯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가 내내 끌고 다니던 상어 아가리의 괴물을 향해서였다.

“이제 먹어도 돼. 아주 잘 익었다.”

그자의 말과 동시에.

콰아아아아—!

마치 총알처럼 쏘아진 청록빛 거체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꼬리를 사용해 풍선처럼 부풀던 여인의 형상을 찢어버리더니, 그대로 한움큼을 잡아 입으로 가져갔다.

콰자작.

상어같이 촘촘한 이빨들이 그것을 순식간에 입에 넣고 씹어 삼켜버리자, 찢겨나간 여인의 형상이 질색하며 흉험한 기운을 뿜어냈다.

【 알 헤임달의 짐승 부스러기 주제에······. 】

그러나 흉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이 끝이었다.

청록빛의 괴물은 아무렇지 않은듯 식사를 즐겼다.

짐승처럼 뷔에탕의 마력을 탐하고 살덩이를 갈가리 찢어 입에 넣는다. 오직 그뿐. 덕분에 뷔에탕의 마력이 살기 등등하게 흘려내던 기운은 점점 줄어만갔다.

곧이어.

풍선처럼 덩치를 키우던 여인의 형상은 결국 펑! 터지며 쪼그라들고 쭈글거리는 가죽처럼 바뀌어 사방팔방 떨어졌다. 기이한 마력과 살덩이의 결합체는 서재 바닥에 떨어져 여름철 아이스크림처럼 질퍽하게 녹아내렸다.

두 다리가 병신이 되어 앉은뱅이처럼 서재 바닥에 앉아있던 내 앞에도, 한 조각의 살덩이가 철퍽! 하고 떨어졌다.

살기짙은 뷔에탕의 음성이 그 살덩이에서 흘러나왔다.

【 아~인형이 너무 많아서 신경 쓰지 못했는데······문신이 정신을 파먹기 전에 찾아오라고 일러주었던 아이구나. 이미 나의 아이가 되었어야 했는데 어째서······. 】

나른하면서도 귀를 간지럽히는, 소름돋는 말투.

나는 뷔에탕의 마력을 담은 살덩이를 앞에 둔 채 허벅지에서 검을 뽑았다. 이미 다른 살덩이와 마력은 저 청록빛의 괴물이 잡아먹은 상태였고, 서재에는 오직 이 살덩이만이 남아있었다.

【 말을 듣지 않았으니······너는 혼나야겠네. 】

와중에도 그 경직된 살덩이는 뷔에탕의 음성을 전하고 있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검을 힘겹게, 높이 들어 올리고는 한 마디만을 내뱉었다.

“좆이나 까시고, 앞으로는 나잇값을 좀 하세요 아줌마. 예?”

【 아······줌마? 】

콰앙!

허벅지에서 빼낸 검은 망치처럼 떨어져 살덩이를 으깨버렸다.

통쾌하게 수백 갈래로 터져 나가는 살덩이.

나는 그 더러운 살덩이를 툭툭 털어내곤 납검했다.

아, 내 몸에서 나왔을 테니 더러운 것은 아닌가.

아무튼 못해도 일백 살은 넘게 먹었을 노괴가, 그래도 여인이랍시고 아줌마라는 말에는 극렬하게 반응하는군.

— 크르륵!

어느새 내가 부순 살덩이 앞까지 다가온 괴물은 바닥에 흩어진 살점들을 꼬리로 훑어내 삼켜버렸다. 청록빛 괴물의 배가 미친듯이 불룩불룩 거리더니 금세 조용해졌다.

마침내 카스트라 뷔에탕의 빌어먹을 마력이 소멸한 것이다.

그렇게 고요해진 일레힌 포이체카의 서재 안에서.

청록빛의 상어입 괴물을 다루던 마법사가 한껏 심퉁난 목소리로 툴툴댔다. 그는 일을 마친 괴물을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고 있었다.

“대충 만든 마공학 병사라도 핵이 들어있어서 꽤 비싼 건데, 그때 네 칼질 때문에 몇 기나 망가졌는지 알아? 망할 정신병자놈.”

아.

마공학 병사들이 먼저 나를 공격한 게 아니었던 건가.

언제부터 정신이 오락가락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그래도 진정한 사내라면 사과도 할 줄 알아야 하는 법.

“내가 정신력이 약한 편이 아닌데, 피곤해서 그랬나 보군.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힘겨운 기색의 일레힌 포이체카가 그 마법사 대신 입을 열었다.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 두세 달이면 진즉 죽어 몸이 녹아내려야 할 저주를 넉 달이나 버텨냈으니.”

“어쩐지 많이 아프더군요.”

나의 여상스런 대답에, 일레힌 포이체카는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살아오면서 본 돌연변이 중 네가 첫 번째로 특이하다. 둘둘 말고 있는 악연들만 없었다면, 본가에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로군. 설마하니 카스트라 뷔에탕이 제약까지 감수하고 꼭두각시의 살덩이를 뜯어 현현할 줄이야.”

그것이 무슨 제약인지는 몰라도······.

이제 뷔에탕의 저주는 감쪽같이 사라져 기하학적인 문신이 자취를 감췄고, 빼빼 마르고 여기저기 박살이 난 몸뚱이만이 남았다. 잘린 팔도 붙여버리는 6세대 나노로봇이 열심히 수복하고 있겠으나, 이번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꽤 걸릴 듯했다.

아까부터 피곤한 기색을 보이던 일레힌 포이체카는 내 박살난 허벅지에 마력의 구체 두 개를 붙여주고는, 지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로 재건이 전부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맹약에 따라 저주를 지웠으니, 한시름 덜었군. 이제 마지막 회로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서재를 폐할 것이다. 이만 나가 봐라.”

간단한 축객령.

나는 그 말과 함께 서재에서 밀려나 땅을 딛고 섰다.

허벅지는 분명 병신이 되어있는 상태였는데, 빛나는 마력의 구체들이 마력을 조금씩 주입해주자 꽤 걸을만은 해졌다.

그렇게 안전한 서재 밖으로 밀려나니, 침실 구석에 봉해놓은 에센스가 어렴풋이 기억났다.

곧 침실로 돌아온 내 눈에, 끔찍한 광경이 들어왔다.

여기저기 피가 낭자해있고, 딱딱하게 굳은 핏덩이들이 바닥 곳곳에 있었다. 고약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으며 털갈이라도 한 듯 검은 머리칼들이 뭉텅이씩 빠져있었다. 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바닥과 침실 사이에는 오래된 발바닥 자국이 있었는데, 발가락이 한 개나 두 개씩 없었다.

내가 몇 달간 이런 곳에서 살았던가.

그래도 깨끗이 치운줄 알았는데 나는.

레나마저 찾아오지 않는 이유가 있었군.

“흐음······.”

나는 침음을 흘리며 곧장 에센스를 찾았다.

에센스는 침실 구석 서랍장에 정말 꼭꼭 숨겨져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꽤 강력한 마력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내가 무슨 힘이 남았다고 이리 봉해두었던가?

서랍장에는 긁힌 자국들이 가득했으며 근처 바닥에는 무언가 하얀게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갈라지고 깨진 누군가의 손톱들이었다. 그 광경에 내 손바닥을 뒤집어 펴보자, 손가락들은 상처없이 멀쩡했는데 손톱이 모두 갈려나가 하나도 없었다.

음.

아무리 대단한 나노 로봇이라도, 빠진 손톱까지는 재생해주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그것이 괜히 웃겨 크게 웃었다.

하하하—

하지만 몸이 욱씬거려 박수까지 치며 웃을 수는 없었다. 나는 웃기를 그만두고 서랍장을 잡아 당겼다. 이상하게도 서랍장은 굳게 닫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의문을 가지자마자, 차고있던 네 개의 마나 팔찌에서 마력이 빠져나오며 그 서랍장의 문을 열어젖혔다.

다행히도, 에센스들은 넣어둔 그대로 잘 있었다.

그리고 에센스가 들어있는 유리병에는 피딱지들이 굳어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 손가락의 지문과 일치했다. 아무래도 언젠가, 저 유리병을 꽉 쥐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마탑주에게 받은 그 에센스들을 모두 꺼내어 늘어놓았다.

9레벨의 좀비 우르드에서 뽑아냈다는 에센스를 비롯해 정크타운에선 그림자조차 구경하지 못한, 중급 이상의 에센스가 들어있는 유리병이 스무 개가 넘었다. 전부 한곳에 모으면 몇 리터는 될 듯했다.

에센스를 꺼내 주욱 늘어놓은 나는, 침실의 유리창에 비치는 몰골을 바라봤다.

비쩍 마른 몸에 다 죽어가는, 곧 송장을 치를듯한 얼굴.

그렇기에 고민은 길지 않았다.

퐁!

나는 힘겨운 숨을 한번 크게 내신 뒤, 우르드의 에센스를 제외한 에센스병의 뚜껑을 모두 따놓고는 하나씩 빠르게 입에 들이부었다.

스무 병이나 되는 중급의 에센스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파도처럼 목구멍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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