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퓨전펑크의 전생자-43화 (43/157)

#43화. 줄 때 받아

#43화.

쾅!

총포상 출입문이 덜컥 열렸다.

“······어?”

그것이 나를 본 친씨아의 첫마디였다.

‘어?’ 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져있군.

친씨아는 여느 때처럼 카운터에 앉아 지루한 얼굴로 턱을 괴고 있었는데, 내가 문을 거세게 열고 들어오자 죽은 사람이라도 본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굴에 지루함이 사라지고 의아함이 그 자리를 메웠다.

“그 의원놈, 죽였다.”

“······어어? 지금 뭐라고?”

내 갑작스러운 고백에 친씨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친씨아가 놀라거나 말거나, 총포상 2층으로 올라간 뒤 전시되어 있던 통감 조절기를 꺼내어 허벅지에 박았다.

푹!

뷔에탕의 마력이 전신에 암처럼 퍼져있었다. 그간 내 경지가 높아져 저번보다는 더 괜찮게 버텨내고 있지만, 버티고만 있다 뿐이지 절대 만만하지 않은 격통이었다. 매 초마다 수명이 갉아 먹히는 기분이었다.

허벅지에 꽂은 조절기를 뺄 틈도 없이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기운을 다스려야 하는 통에 뭔가를 구구절절 읊을 여유도 없었다. 그저 호흡을 몇 번 고른 뒤 ‘그 의원놈 죽였다고’ 라는 말만 덧붙이고는 곧장 운공에 집중했다.

내가 그렇게 가부좌를 틀고 운공할 때까지도 줄곧 멍청히 앉아있던 친씨아는, 갑자기 카운터에서 벌떡 일어나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 뭐라고 했어?

— 지금 죽였다고 했어? 그 케아드로 의원을?

— 장난치지 마. 케아드로 옆에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마법사랑 기사들이 있었을 텐데? 그것도 루 막슨의 7레벨 마법사. 그런데 죽였다고? 암살했다고?

— 아~그래 알겠다. 죽이긴 죽였겠지. 그런데 레반, 그거 알아? 장담하는데 네가 죽였다는 그 의원은 그냥 분신일 거야. 본체는 따로 빼뒀을 거거든.

— 레반, 레반? 우리 단골 손님. 대답을 해봐. 응?

친씨아가 이토록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사안이 사안인지라 당황스러운 감정을 숨길 마음도 없어보였다.

의구심으로 가득찬 친씨아의 질문 세례에 나는 잠시 눈을 떴다. 도대체 입을 쉬질 않으니 운공 중에 귓구멍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죽였으니까 확인해봐라.”

“레반, 나한테 아무 소식이 들어온 게 없는데 확인하긴 어떻게 뭘 확인하라고?”

“그야 방금 막 죽이고 도망쳐 온 참이니까.”

“······.”

무슨 말을 해줘도 도무지 믿지 못하는 얼굴.

아니,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믿기 싫어하는 건가?

꼴을 보아하니 내가 성공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눈치다.

하기야 그 강력한 기사들과 괴물같은 마법사의 호위까지 뚫고 의원을 죽여버리다니. 믿지 못하는 것도 납득이 간다. 나라도 당연히 그랬겠어.

하지만.

‘이거 보통 아닌 년이군. 왕초삼이 선녀로 느껴지는 날이 올 줄이야.’

납득이 간다고 하여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친씨아가 흥분해서 내뱉은 말들은 이미 더러웠던 내 기분을 더욱 더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총포상 바닥에 피 섞인 가래침을 퉤 뱉고는, 몹시 언짢은 얼굴로 말했다.

“다른 놈들처럼 그 자리에서 뒈졌으면 깔끔하고 좋았을 텐데, 죽이고 살아오는 바람에 많이 놀랐나? 7레벨 마법사와 기사들이 놈을 지키고 있다는 얘기를 이제 처음들은 나도 많이 놀랐다.”

“!”

친씨아는 자신이 실언했음을 이제야 알아채고는, 기겁하며 손을 저었다.

“잠깐만. 방금 그건······.”

“그렇게 모르는 정보가 없는데 뭐하러 나를 보냈지? 륭한테도 팔이 잘렸던 놈이 7레벨 일 리는 없고.”

“······.”

륭과의 전투에서 오른팔이 잘렸으니, 친씨아의 계산으로는 내가 륭보다 몇 수는 아래라고 생각했을터.

의원쪽의 전력이 6레벨 둘에 7레벨 하나였으니—

절대 죽이지 못할 것으로 확신하고 보낸 차에 내가 뜬금없이 일을 성공시켜 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다시 생각하니 부아가 마구 치밀어 올랐다.

“내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알고는 있나?”

이번 암살행에 언 선생이 내어준 중, 상계 법부적 세 장이 모두 쓰였고 몸뚱이는 수명이 실시간으로 갉아먹히는 중이다.

이런 시발, 그 법부적이 얼마나 귀한 물건인데.

상계 환영법부적, 중계 운신, 귀식법부적.

경지 높은 수도자가 연성한 하계 법부적만해도 내겐 상당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데 그것들은 자그마치 중계 법부적과 상계 법부적이었다.

그런데 그 귀한 법부적 세 장을 한꺼번에 다 사용해버렸다. 덕분에 사지 멀쩡히 살아 나오긴 했으나 내 가슴은 아주 미어지다 못해 찢어질 것 같았다.

친씨아가 발할라행 밀항에 꼭 필요한 여자가 아니었다면, 상선을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죽여버렸을지 모른다. 사실 지금도 친씨아의 목을 쳐버리고 싶은 심정을 사내의 인내심으로 꾸역꾸역 누르고 있는 참이다.

“······하하.”

그때쯤, 혼란스러운 얼굴을 한 친씨아는 내 옆을 조용히 지키고있던 아힘사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좋아, 운송선 이륙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다행히 시간은 제대로 맞췄네. 나는 잠시 다녀올 곳이 있으니까 여기서 잠깐 기다려. 아니 기다리는 게 아니라······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얼마든지 갖다 써. 효과좋은 진통제도 있고 뭐 이것저것······.”

말의 갈피를 못잡고 횡설수설하는 친씨아.

실패했어야 할 의뢰를 완수해버리고 생환했으니, 저렇게 정신 없는 반응을 보일 만도 했다. 애초부터 성공할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니었기에 그렇다.

여하튼, 저들의 정치싸움에 휘말려 뒈질뻔한 건 이제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발할라행 화물선에 무탈히 오르는 게 더 중요했다. 탈출의 키를 쥐고있는 친씨아의 심기를 굳이 거스르는 것은 실로 미련한 짓이었다.

발할라행 화물 수송선의 이륙이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

“내가 다른 말은 하지 않을테니, 처음에 요구했던 조건만 반드시 지켜라.”

나는 요구했던 조건들을 지킬 것을 재차 강조한 뒤 다시 운공을 하려 눈을 감았다. 사색이 된 친씨아가 직원들을 모아 어디론가 뛰어가는 장면이 내 시선에 들어온 마지막 장면이었다.

운공에 정신을 집중하자 시간은 쏜살처럼 흘러갔다.

다섯 시간 가까이 총포상에 앉아서 운공을 마치고 눈을 뜨자, 뷔에탕의 마력이 어느 정도는 중화되어 호흡이 한결 편해졌다.

내가 일어났을 때, 친씨아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힘사는 아까의 흉흉한 모습과는 달리 조용히 옆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아힘사에게 물었다.

“고생했다. 사람 죽이는데 뭐 힘든 점은 없었고?”

내 옆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길을 찾아보라고 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의 일.

그런데 오늘 내가 아힘사의 손으로 사람을 해치게 만들어 버렸으니 과연 이게 진정한 열반으로 가는 길인가 의심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힘사는 고저 없는 음성으로 답했다.

“만약 그들을 해하기 망설이다 도리어 레반이 그곳에서 죽었다면, 그것이 진정한 열반으로 가는 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대답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크게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힘사 네 말이 실로 옳다.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는구나.”

“아힘사라는 이름의 의미는 불살생이라는 뜻이지만, 불살생이 내게는 또 다른 번뇌입니다.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불살생을 이루었으나, 그 대신 다른 이의 손에 피가 묻어있다면 그것 역시 불살생이 되는 것입니까? 다른 이의 손을 빌려 살생을 도모한다면, 그 업보(業報)는 어느 쪽이 지게 되는 것입니까? 손을 빌린 이 입니까 아니면 손을 빌려준 이 입니까?”

“······지금은 내가 머리가 좀 아파가지고. 우리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알겠습니다.”

복잡한 대답을 일단 회피한 나는, 녀석과 함께 투레 더 타운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거처였던 투레 더 타운은 매우 초라했다.

발할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크레딧을 마련하기 위해 집기와 돈 될만한 것 중 팔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건물을 덮고 있던 두꺼운 천막, 그리고 홀로그램 상영기 정도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레반!”

“아니, 형님!”

타운 최상층에 이르자, 레나와 루돌프가 튀어나왔다. 레나는 혈액과 먼지들이 엉겨 붙은 내 코트를 보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코트를 열심히 털었다.

“······레반, 얼굴색이 많이 안 좋아보여. 다친 곳은 없어?”

“괜찮다. 우선 루벤카랑 연락을 좀 해야겠는데.”

“언니랑? 지금 당장?”

“그래. 마지막 연락일 거다.”

발할라 시티로의 비행은 친씨아가 한 말대로 멀고 험한 길이었다.

시간당 250km가량 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느려터진 화물 운송용 대형 캐리어로는 정해진 항로를 따라 일주일 이상 비행해야 발할라 시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직선으로 비행한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공중 기동을 하는 캐리어조차도 지나서는 안 되는 위험 지역들이 곳곳에 퍼져있었다.

강대한 요기를 지녀 이름까지 붙은 좀비들의 영역도 존재했고, 수시로 발두르 시티만한 허리케인이 발생해 몰아치는 와류지대도 있었으며, 근방에 진입만 해도 전자기가 먹통이 되는 지역, 막대한 방사능이 뿜어져나오는 오염구역등이 수없이 산재해 있었다.

심지어 특이사항이 생겨 운송 항로를 변경이라도 했다간, 일주일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었다.

나는 그 전에 루벤카에게 얻을 만한 정보나 조언이 있다면 얻어낼 생각이었다.

상영기를 켜자 이전처럼 홀로그램 레이저가 루벤카의 전신을 그려냈다. 루벤카는 이전과 다른 장소에 있었는데, 내가 방금 있었던 일을 대략적으로 설명하자 대뜸 고함부터 질렀다.

[ 뭐? 누굴 죽여? 대체 어떻게 죽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러면 그 상선 놈들이 얼씨구나 죽여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널 멀쩡히 밀항시켜 줄 것 같아? 씨발 절대로 그냥 안 놔주지. 당가한테 쫓기고 있는 것도 걔들이 다 알고 있다며? 완전 약점 투성이네? ]

[ 아니 그러니까 그냥 잠자코 숨만 쉬면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지금까지도 잘 숨어있었잖아. 그럼 여태까지 했던 만큼만 더 숨죽이고 있으면 내가 안전하게 빼줄 수 있는데 도대체 왜! 날 왜 못 믿는 건데? ]

저 루벤카년이 내 속사정을 알 리가 없었다.

뷔에탕의 저주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기 어려운 내 상황을 모르니, 도무지 내 대가리 속에 든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며 더럽게 빽빽거렸다. 그런 루벤카년과 평행선을 그리는 대화를 계속 나누고 있자니, 극한의 피로감이 몰려왔다.

“다 필요없다. 그냥 발할라 화물 선적항에서 환영 피켓이나 들고 있어라.”

[ 뭐? 이— ]

나는 루벤카와의 대화를 대충 마무리 짓고 홀로그램 상영기의 기록들을 산산이 부숴 불태워버린 뒤 투레 더 타운을 빠져나왔다.

*

“왔어? 타.”

1번가 총포상 앞에 도착하자, 친씨아는 아까와 다르게 웃는 낯으로 우리 넷을 맞이했다. 친씨아의 앞에는 기다란 밴이 있었는데, 시티중심구역 호텔에서나 쓸 법한 고급 차량으로, 측면 유리창들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없게 가려져 있었다.

우리를 태운 밴은 빠르게 미끄러졌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타고 한 시간쯤 이동하자, 경비가 삼엄한 발두르 시티 스테이션의 풍경이 보였다. 나와 레나가 절대로 이용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그곳을 매끄럽게 지나친 밴이 10분쯤 더 들어가니, 화물 운송용 캐리어들과 컨테이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거대한 선적항이 광활한 대지 위로 넓게 펼쳐졌다.

화물 운송용 대형 캐리어들은 거의 웬만한 빌딩보다 큰 크기였는데, 대형급 항공모함을 눈 앞에서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저런 거체가 시속 수백키로미터 속도로 하늘을 부유한다니, 그야말로 천공의 성이 따로 없으리라.

쿠웅-

저 멀리 발할라행 운송을 떠날 대형 캐리어들의 화물칸에는 집채만한 컨테이너들이 차곡차곡 선적되고 있었다. 이제 반나절쯤 뒤에 출발하니 그것도 거의 막바지 작업이었다.

곧, 밴은 어떤 건물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중심업무지구를 이루는 빌딩이나 호텔들에 밀리지 않을 만큼 규모가 큰 건물 앞이었는데, 사람들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상선이 소유한 건물인 듯했다.

그때, 친씨아가 멋쩍게 입을 열었다.

“우리 단골 고객님이 이렇게 잘해줄 줄 알았으면, 케아드로 말고 다른 정치인을 말할걸 그랬네.”

“?”

친씨아는 뜬금없고 뻔뻔한 개소리를 하며 희게 웃었으나, 그리 편치는 못한 얼굴이었다. 초승달같이 휘어지는 평소의 눈웃음은 어디 가고 입만 겨우 벙긋대며 웃음을 지어내고 있었다. 그저 심심해서 하는 농담은 아닌 듯했다.

내가 잠자코 다음 말을 기다리자, 친씨아는 손가락질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이번 케아드로 의원 일로 레반을 꼭 좀 보고 싶어 하는데, 잠깐 같이 올라가줄 수 있지?”

“그러지.”

물론 내키지 않았으나, 여기까지 온 이상 어차피 되돌아갈 길은 없었다.

나는 친씨아의 뒤를 따라 건물 안쪽으로 향했다.

반 바이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고급스러운 건물 내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크레딧이 아주 썩어 난다더니, 아예 없는 말은 아니었군.

“레반만 따라오고 다른 일행분들은 여기에 잠깐 있어줄래?”

친씨아가 레나와 루돌프, 아힘사를 1층 로비의 접객실로 안내하고 돌아와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나는 그녀와 가장 큰 중앙 승강기를 타고 건물의 최상층으로 향했다.

우웅—

승강기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어디 황궁에서나 볼 수 있는 웅장하고 커다란 대문이었다. 그 육중한 문이 양쪽으로 열리자, 커다란 사무실 안에서 바쁘게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한 사내와 비서 한 명이 보였다.

산처럼 쌓여있는 서류를 훑고있는 사내는 깔끔한 와이셔츠 차림에 테가 얇은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눈빛이 날카로운 것이 평범한 서류쟁이는 아닌 듯했다.

“칼스?”

친씨아가 칼스라는 이름을 부른 뒤에 헛기침을 한 번 하자, 그제야 고개를 슬쩍 들어올린 사내가 펜대를 잠시 내려놓고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짧은 시간 장내에 적막이 흐르고.

곧, 피곤에 절은 사내의 음성이 나지막이 내리깔렸다.

“상선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어떤 미사여구도 없는 담백한 말이었다.

그 한마디 말만 딸랑 마친 사내는 다시 서류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의 비서가 웬 사과 크기의 목함을 하나 가져오더니 곧바로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청량한 향이 사방으로 무섭게 뻗어나왔다. 뭔지는 몰라도 보통 대단한 영약이 아닌 듯 했다. 적어도 이 세계에서 눈으로 본 영약과 에센스들 중 가장 뛰어난 품질의 물건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상선에서 일 할 생각이라.

내가 그 의도를 짐작하려 머리를 굴리고 있는 와중이었다.

딸각- 딸각- 딸각-

어느새 사내의 비서가 목함 세 개를 더 가져오더니 차례대로 함을 열었다. 이번엔 직전의 사과만한 목함보다 조금 더 큰 목함들이었는데, 그 안에 든 영약들도 이전 영약보다 기운이 좋으면 좋았지 절대 덜한 영약들은 아니었다. 청량한 향에 코끝이 아려올 정도였다.

이윽고, 칼스라는 사내는 무뚝뚝한 말투로 영약을 받을 것을 종용했다.

“줄 때 받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