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퓨전펑크의 전생자-18화 (18/157)

#18화. 엎질러진 물

#18화.

꿀꺽.

목구멍까지 올라온 피를 억지로 삼켜낸다.

고농도 마나액의 도움도 없이 강력한 총탄을 막아내느라 회로가 무리한 것이다. 불타는 듯한 통증이 심장을 강하게 옥죈다.

“괜찮으십니까 형님? 제가 한 놈 개박살내는거 보셨죠? 캬, 저 이런거 처음 해봐요.”

이놈이 조금만 더 간을 봤다면 꽤 위험했을 수도 있겠군.

“돌프야.”

촤악-

주먹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낸다.

새빨간 피가 후두둑 흩어지자 루돌프놈이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쳤다.

“괜찮으니까 터놓고 말해봐라.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냐?”

내 물음에 루돌프놈이 마른침을 삼켰다.

만약 이번에도 거짓말이나 헛소리를 지껄인다면 사파식 고문을 듬뿍 해준 다음, 하레니오 갱단놈들의 곁으로 보내버릴 셈이다.

“조금요.”

“그래도 거짓말은 안 하는구나.”

“하, 하하핫. 그렇죠?”

“웃지 마. 사람이 죽었잖아.”

“그냥 추임새였습니다.”

사람이 셋이나 죽었는데 실실 웃다니.

예상대로 빌어먹을 놈이로군.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넌 안되겠다.”

“······네?”

나는 곧바로 구타할 준비를 마쳤다. 이런 인성이 덜 된 몹쓸 놈 같으니. 5년 정도는 꾸준히 두들겨 맞아야 사람이 될 놈이다.

그렇게, 주먹을 들어 올리던 그때.

“?”

내가 들어왔던 골목 입구 쪽에서 불쾌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두운 그림자 밑에 우두커니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시야를 방해하는 치렁치렁한 전선들. 공력을 끌어올려 두 눈에 집중하자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 흐흐.

실루엣의 정체는 타운 길거리에서 횡설수설하며 섹스를 구걸하고 다니던 그 부랑자 거지놈이었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듯해서 대충 내버려 두었는데······.

이상하게 자주 마주치는 것 같군.

타운이 그리 좁지도 않은데 말이다.

어찌 되었건 살해현장의 목격자가 생겨버렸다. 나는 주변에 처참하게 널려있는 세 명의 시체를 둘러보곤 놀라 소리쳤다. 저승에 있어야할 뱀눈의 목소리가 이제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세상에! 사람들이 죽어있잖아. 이거 대체 누가 그런거야.”

“흐흐, 당신이 한 거 내가 다 봤는데?”

전부 들켜버렸나.

소스라치게 놀라는 연기가 조금 부자연스러웠던 모양이군. 아무래도 연기 연습을 해둬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보기에 잔인하고 그렇지는 않던가.”

“엄청나게 잔인했지.”

나는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던 방진 마스크를 툭툭치며 물었다.

“그런데 나 알아?”

“흐흐, 10크레딧 주기로 한 사람. 그거 언제 줄거야?”

거지놈이 이쪽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나는 못이기는 척 꼬깃꼬깃한 백 크레딧짜리 현물지폐 세 장을 꺼내 던졌다. 우두커니 서 있던 거지놈은 흩날리는 돈을 보자마자 헐레벌떡 달려왔다.

거지놈이 가까워지자 형용할 수 없이 역한 냄새가 났다. 방진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라니. 다음부터는 방독면을 쓰고 다녀야겠군.

“으헤헤! 돈이다!”

놈은 지폐를 줍기 위해 몸을 숙였다. 머릿기름에 떡진 뒤통수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나는 거기에다 대고 슬쩍 총구를 겨누어 보았다.

“어이쿠! 웬 돌부리가!”

그런데 놈은 총구를 겨누기 무섭게 털퍼덕 넘어지더니, 뜬금없이 바닥을 굴러대며 지랄발광을 선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뒤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뻘쭘하게 일어난 거지놈이 떡진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잔뜩 기가 찬 내가 물었다.

“여기 개방도들은 다 네놈같이 뻔뻔하고 어색한가?”

“······.”

개방(丐幇).

구파일방의 그 일방.

거지의 탈을 쓴 방도들을 정보원으로 운영하는 무림세력이다.

3회차 중원무림에서 정보수집 능력에 있어선 하오문을 제외하고는 개방을 따라올 곳이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별다르지 않다.

이 세계의 개방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정보에 각자의 등급을 매겨 나눠놓고, 크레딧으로 정보를 사고팔 수 있는 대형 플랫폼을 운영한다.

놈의 쓸데없이 추레한 행동거지. 내 주변을 재수 없게 맴도는 듯한 행동. 그리고 이런 쓰레기 동네에서 하루하루 막장처럼 사는데도 몸 건강히 살아있는 것을 종합해보면······.

“누가 내 뒷조사 해오라고 시키더냐.”

“나는 17번가 뉴펍의 섹스토이를 좋아해.”

“그런가?”

“으흐흐···300 크레딧! 300크레딧이면! 흐흐~”

“내가 오해했군. 어서 가봐라.”

나는 신나게 떠나가는 거지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대답도 제대로 못하는 정신병자일 뿐인데, 괜한 것에 신경을 쏟은 모양이다.

“하기야, 멀쩡한 개방도가 저리 등신같이 일한다는게 말이 안 돼. ”

“······.”

“뭐야. 들려버렸나?”

“나~는 섹스토이랑 한 판 하러 가야지!”

“들리는 김에 말해두는데, 귀찮은 일이 생기면 이 동네 거지들 쪽박부터 다 깰거다.”

그 말에 내내 헤실대며 동문서답하던 거지놈이 걸음을 멈추더니, 처음으로 정상적인 대답을 했다.

“그래? 어디 해 봐! 으하하!”

이윽고 골목이 떠나가라 웃으며 휘적휘적 걸어나간 거지는 순식간에 동네바보가 되어 골목 밖 인파에 녹아들었다.

범행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를 정답게 떠나보낸 나는, 루돌프를 부려 크레딧이 될법한 것들을 전부 주워 챙겼다.

놈들에게서 노획한 물건들 중, 파괴력을 강화한 테크리볼버 세 정과 전용 탄환은 말 그대로 ‘물건’이었다. 고장이 없기로 유명한 마법계 무기 제조기업의 각인이 보였는데, 신제품으로 구한다면 리볼버 값만 5만 크레딧을 넘어간다.

참고로 이런 테크무기의 전용 탄환은 ‘한 발’ 당 1천 크레딧쯤이다. 내 보호막으로 허공에 날려버린 탄환들만 해도 수만 크레딧이군.

역시 이런 잔챙이들이 사용하기에는 과분한 무기 아닌가? 다행히 값비싼 전용 탄환까지 넉넉하니, 상태가 좋은 한 개는 내가 쓰고 나머지는 팔아넘기면 벌이가 짭짤할 것이다.

“형님. 근데 이제 어쩌실 겁니까?”

“뭐를 말이냐.”

“세 명이나 죽였으니 그놈들 진짜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저희 진짜 어떡하죠?”

“쯧, 한숨 자고 일어났을때 와서 말했으면 유하게 넘어갔을 것을. 때를 맞추지 못한 네 잘못이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았다며 좋아하던 루돌프는,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는 더없이 착잡해졌다.

나는 별수 없다는 듯 가볍게 답했다.

“어쩔 수 없지. 마피아인지 하는 놈들 귀에 소식이 들어가기전에 다 죽여버리는 수밖에.”

이미 엎질러진 물.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불현듯 상단전이 활짝 열렸으니 이전 생보다 영리하고 총명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으나, 그만큼 살인멸구(殺人滅口)의 수가 확실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캬,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역시 형님이세요.”

삶을 포기한 얼굴의 루돌프가 옆에서 물개박수를 치며 아첨했다.

“총포상에 들렀다가 륭 사무소로 와라.”

“예, 형님.”

나는 놈에게 노획한 물건들을 팔아 돈으로 바꿔오라 명령한 뒤 먼저 8번가로 걸음을 옮겼다.

*

정크타운 8번가.

유흥가에서 멀리 떨어져 비교적 한산한 구역.

8번가 가장자리의 빨간 골목을 돌면, 흔한 해결사 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다.

담배 쩌든 내가 가득한 사무소 내부에서는 어떤 남자가 눈앞에 재생되는 영상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 내가 저런 괴물도 잡아보는군. 저놈 에센스를 다 뽑아마시면 7레벨도 가능할 것 같은데, 돈이 없어서 그러질 못하는게 한이다.

— 7레벨? 그래도 무인이라는 놈이 절정 경지를 좆으로 봐? 지금 경지도 겨우 올라온 새끼가···내공만 많으면 검기(劍氣)가 막 엿가락처럼 뽑히고 그런다냐? 륭 너는 저거 마셔도 안 돼. 재능있는 놈들이야 대마초 피우다가도 깨달음을 얻어서 경지가 상승한다더라.

— 그게 말이 되냐?

— 아무튼, 나 담배 한 까치만 빌려줘.

— 클로에 때문에 담배 끊었다.

— 뭐? 돌아버리겠네. 지금 안피우면 사냥할때 집중 못 하는데.

— 다들 꾸물대지 말고 일어나! 이제 한 놈만 더 잡고 돌아간다.

홀로그램 영상 속, 마지막 말을 끝으로 영상이 종료된다.

[ 영상 - 2시간 17분 / 재생 횟수 - 638회 ]

남자, 륭이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난다.

콜록-

그는 버릇처럼 태우던 담배를 거꾸로 세워 향초처럼 꽂았다. 수백 개의 꽁초가 꽂혀있는 재떨이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나 사무실로 퍼져나간다.

“진짜 싫어.”

사무소의 유일한 직원인 클로에는 륭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녀는 너무 낡아 작동하지 않는 환풍구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 낡아 빠지고 연기 자욱한 골초사무실에 누가 일을 믿고 맡기고 싶을까요? 돈 날려도 괜찮은 사람? 담배 냄새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

“······.”

“맨날 봤던거 또 볼 시간에 직접 나가셔서 일거리를 구해오시는 게 어때요? 아니면 길에 사무소 명함이라도 뿌리고 오세요!”

“클로에, 오늘 휴무날 아니었나?”

“휴일에도 저처럼 정시 출근하는 부지런한 직원이 흔한 줄 아세요?”

귀에 익은 잔소리에 륭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귀는 막을수 없었기에, 총알만큼 따가운 클로에의 잔소리가 고막을 연신 때리고 있었다.

륭이 주섬주섬 귀마개를 찾던 때였다.

끼이익-

소음을 내며 열리는 사무소의 낡은 철문.

하던 잔소리를 곧바로 때려치운 뒤, 종종거리며 앞으로 달려간 클로에가 오늘의 첫 손님을 상냥하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친씨아 소개받고 왔습니다.”

“네? 친씨아 씨가 소개를요···?”

“레반입니다.”

처음 보는 얼굴의 의뢰인이 자신을 레반이라 소개했다. 그리곤 곧 연방은행에서 발행한 고액의 크레딧 칩들을 떡하니 꺼내보였다.

“에센스를 구해다 줬으면 합니다.”

“!”

그 말을 들은 클로에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아직도 가만히 앉아있는 륭에게 종종대며 다가가 귓속말로 닦달했다.

-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눈을 감고 있으시면 어떡해요? 빨리 눈 떠요!

결국 클로에의 닦달에 륭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 레반을 바라봤다. 세 사람간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한동안 이어지던 정적을 깬 사람은 의뢰는 안 받고 의뢰인과 눈싸움을 벌이는 사장에게 성이 난 클로에였다.

“소장님이 하루에 다섯 갑씩 태우는 담배가 한 갑에 95크레딧. 오늘 저 의뢰인 놓치면 앞으로 싸구려 담배만 피우세요. 그리고 미리 말하는데, 의뢰인 앞에서 담배 피울 생각 하지마세요.”

“······.”

사무 보조의 뼈아픈 일갈에 륭이 레반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혹시 담배 태우십니까.”

“기관지가 약해서.”

“그렇군요.”

치익-

레반의 대답에 아쉽다는 듯 담배 끝을 비벼 끄는 륭. 검은 담뱃재가 휘날린다.

담배 대신 탁상 서랍에서 니코틴 사탕 몇 개를 한주먹 집어 꺼낸 그는, 사탕을 입에 던져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카득. 카드득.

륭이 사탕을 씹어먹는 동안 레반은 속으로 그의 첫인상을 평가했다.

‘여태껏 본 놈중에 가장 깡패같이 생겼군.’

의뢰인이 갑의 입장이라지만, 6레벨의 강자가 은연중에 풍기는 기도는 상대를 주눅들게 하기 충분하다. 특히나 이런 근육질의 구릿빛 덩치라면 더욱 그렇다.

걷어 올린 소매 밑으로 드러난, 과할 정도로 발달한 팔근육과 단단한 굳은살이 박힌 손은 사내가 숙련된 칼잡이임을 알려준다.

아마 6레벨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겠지.

그런데 의문인 것은, 경험 많은 6레벨의 강자라면 이런 슬럼가에서 낡아빠진 사무실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시티 중심가에 사무소를 차려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더해서 륭이 가진 기운도 어딘가 모르게 혼탁했다. 정리되지 않은 내공을 무작정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느낌이었는데 무언가 아귀가 들어맞지 않았다.

전생의 경지였다면 대충 보고도 그 내용을 알아냈겠지만, 현재의 낮은 수준으로는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했다. 레반은 한 가지 추측을 떠올리긴 했으나 당장 중요한것은 아니기에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리 생각을 갈무리하는 사이, 사탕을 다 씹어먹은 륭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삼호문에서 받은 돈을 쓰러 온 겁니까.”

삼호문주와 레반의 계약에서 공증을 맡은 륭은 삼호문주 등평위가 전송한 레반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어긴다면 직접 찾아가서 칼춤을 춰야 하니까.

레반은 륭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만 크레딧이면 최하급 에센스 정도는 충분히 구할 수 있을것 같은데. 맞습니까?”

“음······찌꺼기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몸에 독이 될 겁니다.”

“그건 상관없습니다.”

찌꺼기.

에센스는 블러디 에센스, 블랙 에센스처럼 색깔로 구분 짓는 소수의 극상품을 제외하면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누어진다.

상급 - 중급 - 하급.

그런 하(下)급 중에서도 하급으로 취급되는 상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찌꺼기’ 라고도 불리는 최하급의 에센스다.

최하급의 에센스는 좀비의 불순물 덕에 무작정 복용할 시 위험한 독약이나 다름없고, 어찌어찌 불순물을 걸러내고 흡수한다 해도 에센스 자체의 농도가 매우 옅어 들이는 품에 비해 효율이 낮다.

하지만 그렇기에 비교적 구하기가 쉽다.

그리고 레반 자신이라면 제 아무리 불순물이 가득 섞인 에센스라도 최대 효율로 뽑아먹을 자신이 있었다.

[ 입에 맞으냐? ]

[ 누, 누가 만두에 독을 넣었······. ]

[ 극음초(極陰草)다. 대단한 천년설삼도 원래는 음의 기운이 가득한 독약일 뿐이지. 허나 공력을 끌어올려 양기를 불어넣어 주면 음양(陰陽)이 조화되어 천고의 영약이 되는 것이다. ]

[ 해독! 해독제좀! 커, 커허억! ]

[ 이 극음초는 범인이 먹으면 금세 몸이 식어 죽는 독초이지만 양의 기운을 다스릴 줄 아는 이에게는 영약이나 다름없다. 다스리지 못하면 입마에 들 터이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 ]

독약도 많이 먹어본 놈이 잘 먹는 법.

중원에서 레반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들어갔던 독약, 독초가 수십 뿌리는 된다. 방법은 과격했지만 이제와서 보면 스승은 레반에게 천연 해독능력을 잔뜩 길러준 것이다.

[ 무선대지신공(舞仙大地神功)을 익힌 네 놈이 고작 극음초 따위에 패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

절세심법인 무선대지신공에 왕국 마탑의 해독마법까지 익히고 있는 자신이라면 찌꺼기든 뭐든 상관없다. 그렇기에 다른 옵션을 제쳐두고 에센스에 돈을 태우는 거다.

“음······”

대부분의 해결사가 으레 그렇듯.

마치 이건 어렵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연신 침음을 흘리는 륭. 난색을 표하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던 레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수료는 물건의 10퍼센트로 합시다.”

“······!”

그 반가운 말에 뒤에서 대접할 차를 준비하던 클로에가 흠칫했다. 최소 백만 크레딧 이상을 쓰러온 의뢰인이다. 10퍼센트면 못해도 10만 크레딧이 사무소 몫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클로에의 따가운 눈빛이 륭이 뒤통수에 꽂혔다. 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 구해오면 되겠습니까.”

레반이 즉시 답했다.

“오늘 저녁까지.”

물이 엎질러진 이제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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