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퓨전펑크의 전생자-16화 (16/157)

#16화. 굉장히 무서운 놈들이군

#16화.

나흘이 지났다.

구역의 패자인 하레니오를 지워버린 뒤 삼호문주와의 계약으로 주머니도 두둑해진 나는, 아지트인 술집에 틀어박혀 수행과 정양에 전념했다.

기맥과 근골이 단단히 자리 잡아야 할 시기를 시종 생활로 놓쳤으니, 지금부터라도 곱절로 노력해야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공과 신체 수련을 번갈아가며 쉬지 않고 병행한다.

강도 높은 수련으로 전신의 근육을 잘게 찢어둬도 조금 쉬고 나면 탈력감과 고통은 금세 사라졌다. 아마도 2세대 나노 로봇이 신체 회복을 보조하는 것이겠지. 구 세대임에도 효과는 만족스럽다. 아직 타운 입구 잡종지에 묻혀있을 6세대 프로토타입 나노로봇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후우.

육체를 진이 빠질 때까지 몰아붙이고 나면 운공을 시작한다. 무선대지신공(舞仙大地神功)의 공능이 쥐톨만한 단전을 채워간다. 정신이 맑아지며 한 줄기 희미한 내력이 단전으로 흘러들어와 제 자리를 잡는다.

마나 회로의 단련도 빼놓지 않았다.

늦은 새벽이 되면 마나회로를 담금질하기 위해 회로가 뜨거워질 때까지 마법을 구사한다.

—스각!

일전에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썼던 마법이 다시 한번 재현된다. 쏘아진 마나탄환들은 벽지를 길쭉하게 긁고는 흩어졌다.

일전보다 위력은 강해지고 소모하는 마나와 집중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십 분쯤 마력의 방출과 흡수를 반복하자 슬슬 심장 부근이 뜨겁고 답답해졌다.

아직은 여기까지인가.

과한 운용으로 인한 회로 과열.

두 개의 마나회로가 마력에 적응해 안정화되는 날에는 세 번째 마나회로 제작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 경지의 화산파 늙은이와도 검을 섞던 무인의 몸이 아닌 잡일이나 하던 시종의 육체는 그렇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내가 머리도 식힐 겸 2층으로 올라가자, 수십 개의 차트가 요동치는 디스플레이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산발의 귀신이 보였다.

윤기가 흐르던 머리칼은 푸석해 보이고눈 밑 그늘이 내려와 얼굴은 퀭해 보인다. 5세대 나노로봇 시술을 받았어도 정신적인 피로는 피해갈 수 없군.

나는 레나가 주시하는 화면을 슬쩍 구경했다.

[ 종목명 : 알 헤임달 시티 100 선물 인버스 3X ]

《 매입 금액 : 36,640C 》

《 평가 금액 : 22,196C 》

《 손익률 : - 39.42% 》

[ 종목명 : 알 헤임달 시티 비공정 조선산업 인버스 2X ]

《 매입 금액 : 7,000C 》

《 평가 금액 : 2,597C 》

《 손익률 : - 62.9% 》

그러다 그만 오-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망망대해처럼 파랗게 질려있는 차트들.

저 종목 때문에 정신을 놓은 거로군. 반 바이오 컴퍼니에서 자산을 굴릴 땐, 수백만 크레딧의 손실이 생겨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녀석인데···

무언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레나.”

“미안해. 하필 오늘 알 헤임달 시티에 큰 개척 이슈가 터져버려서······.”

묻지도 않았는데 레나가 먼저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한탄했다.

“이번에 대규모 개척 사업을 하려나봐. 잃어버린 옛 도시들까지 밀고 나가서 수복할 계획이라는데···소식이 퍼지자마자 천연자원 관련 채굴 중장비나 비공정 제작소들의 주가가 다같이 폭등해버렸어.”

《 알 헤임달 시티 》

연방을 이루는 7개의 거대도시 중 하나.

다수의 이종족과 인간이 뒤섞여 살아가며, 연방 도시 중 유일하게 증기기관과 화석연료의 사용을 기조로 택해 발전해온 증기와 기계장치의 도시.

어두운 하늘을 천천히 떠다니는 증기선, 갤리온을 닮은 토목 비공정(飛空艇)들의 증기뿜는 굉음이 끊이지 않는 곳.

지하에 막대한 양의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땅이자, 연방도시 중 가장 적극적으로 장벽 밖의 자원개발과 영토 개척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개척가들의 도시.

알 헤임달을 포함해 다른 연방도시에 공급되는 천연자원. 그러니까 질 좋은 석탄부터 시작해 원유, 가스, 금, 철, 희토류, 필수 광물, 뱀파이어 적십자사의 질좋은 수혈팩에 이르기까지.

전부 알 헤임달 시티에서 나온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내 소중한 주머니를 털어간 악마 놈들이군.

도로록- 도로록-

레나는 의자를 끌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를 시무룩한 눈망울로 올려다봤다.

“레반, 솔직히 돈 더 가지고 있지? 어디서 백만 크레딧을 벌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더는 못 준다.”

소중한 거금을 증권시장이라는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는 없는 일.

내 대답에 실망한 그녀가 조용히 꿍시렁댔다.

“시드머니를 더 태우면 금방 복구할 수 있을 텐데······.”

회사와 가문이 망해버린 상황에, 수백억 크레딧이 오가는 증권시장에 뛰어들어 종일 머리 쓰는 것도 꽤 고역일 테지.

자본금 수혈에 실패한 레나는 결국 구석의 침대로 터덜터덜 향했다. 잠시 내 쪽을 돌아보더니, 한껏 불만스럽다는 식의 표정을 보여주고는 이불을 덮는다.

격하게 들썩이던 이불이 이내 조용해지고 고롱대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며칠간 깨어 있더니, 불면증마저 피로를 이기지 못한 모양이다.

마법이나 한번 가르쳐 볼까?

반 바이오 컴퍼니는 마법계 기업이었던 만큼, 레나도 마법에 대한 기본 소양은 가지고 있다.

레나가 시종 따위였던 내게 마법을 배우는 것을···집착 심한 루벤카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 나중에 알게되면 날 불태워 죽이려 들겠지.

루벤카 그 악독한 여자를 떠올리니 기분이 더러워졌다. 당가의 추적을 피하려면 반드시 접점을 만들어 둬야할 인물이지만···일단 쓸데없는 생각은 접어두기로 한다.

1층으로 내려오자, 바 테이블에 앉아 멀뚱멀뚱 아무것도 안 하고있는 루돌프놈이 시선에 들어왔다. 놈을 대충 옆으로 걷어차 치우곤 휴머노이드 바텐더를 향해 말했다.

“칩 꺼내봐.”

- 알겠습니다.

『 300,000 Credit / 연방 은행 』

『 100,000 Credit / 연방 은행 』

30만 크레딧 칩 세 개.

10만 크레딧 칩 세 개.

등평위에게 무공을 내어주고 얻은 120만 크레딧이다. 총포상에서 판매 대금으로 받은 크레딧까지 합하면 140만 크레딧에 육박하는 거금.

삼호루에서 난동을 피울때만 해도 별 탈 없이 이만한 돈이 생길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덤벼오면 때려죽이고 돈을 강탈할 생각만 했었지.

강제력을 가진 계약서의 공증을 선 륭이 약간 마음에 걸리긴 하나, 돈의 맛은 확실히 달콤했다. 그저 가끔 꺼내어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나는 우선 이 돈으로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묻어둔 프로토타입 나노로봇을 꺼내와 시술해줄 닥터를 찾을지, 아니면 에센스를 구해볼지였다.

며칠간 고민 끝에, 에센스쪽을 택했다.

시판도 되지 않은 거액의 프로토타입 의료기기. 그런걸 신원도 확실하지 않은 사내가 들고 다닌다는 소문이라도 났다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신고 당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내가 그런 생각에 빠져들며 과열된 마나회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던 때였다.

별안간 걷어차였던 루돌프놈이 뜻밖의 소리를 꺼냈다.

“그런데 형님. 수련하시는 동안 친씨아한테 연락이 왔었습니다.”

“왜.”

“딱히 대단한건 아니고요. 공장에서 나온 놈들이 정크타운을 돌아다니고 있답니다.”

루돌프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한다. 하지만 저 빌어먹을 놈의 표정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기에 즉시 강압적인 취조에 들어갔다.

“무슨 공장? 똑바로 말 안 하면 죽여버린다.”

“······하레니오랑 같이 짝짝꿍해서 사람 장사하는 그 공장이요. 저번에 그 삼호문의 은소라는 녀석이 말했던 그곳입니다.”

“놈들이 여길 뭐하러 돌아다니냐.”

“지금 하레니오가 다 죽어버렸잖습니까? 그놈들 입장에서는 거래처가 갑자기 빵꾸난거죠. 아마 소문이 놈들 귀에도 들어간 모양입니다.”

삼호문 돌대가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사람을 납치해 토막내고 여기저기 갖다 팔았다는 얘기. 사실 이런 밑바닥 슬럼가라면 그런 막장놈들이 왕왕 있는 법이다. 바이오 장기 시술이 비싸다보니 그냥 슬럼가에서 아무나 잡아다가 배 가르고 장기를 꺼내 팔아치우는 범죄수법은 과거부터도 유명했다.

“그 등신같은 공장은 어디에 박혀있는데.”

“여기서 멀지 않은 동네에 있는 공업단지입니다. 무스코가 선금까지 받아놓고 뒈졌으니까 그쪽도 똥줄이 타겠죠.”

대체 몇 푼이나 벌겠다고 그딴 일을 벌여 놓은건지. 죽어서까지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놈들같으니.

“하여튼 그래서, 그 새끼들이 나 찾으려고 여길 쑤시고 다닌다는 거냐?”

“······.”

내 말에 루돌프가 몸을 떨며 흠칫한다.

반응을 보아하니 정확히 맞췄군.

“너도 차라리 가담하지 그랬냐. 후련하게 패 죽여버리고 싹 잊게.”

“어어, 이러지 마십쇼.”

좀이 쑤시던 차에 마침 잘 되었다.

나는 내력까지 끌어올려 루돌프의 전신을 흠씬 두들겨 패버렸다. 이제야 주변이 조금 조용해지나 했는데, 이미 저승으로 가버린 양아치들의 뒤처리까지 떠맡아야 하다니.

“다음부터는 그런 일 있으면 꼭 가담하렴.”

“아이오, 젖때 아입니다!”

“턱 끼우고.”

잠도 못 잔 몸으로 한바탕 격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노곤함이 밀려왔다. 공장이고 뭐고 모르겠고 마음같아선 이대로 누워 쉬고싶군.

나는 턱을 막 끼워 맞춘 루돌프놈에게 물었다.

“놈들이 이 술집도 알고있냐?”

“아마 모를 겁니다. 거래할때는 무스코랑 뱀눈이 그놈들 공장으로 직접 갔거든요.”

“그럼, 당분간 여기 숨어있으련다. 한숨 잘 테니까 밖에서 경비나 서라.”

“저······형님.”

루돌프의 말꼬리가 길게 늘어진다.

어딘가 불안한 얼굴을 보아하니 또 무슨 개소리를 지껄일까 궁금해졌다.

“왜.”

“제 코에 문신 있잖습니까. 이거 문제없겠죠? 주민들이 안 그래 보여도 은근히 또 입이 무겁긴 합니다.”

“······.”

과연 문제가 없을까 생각해보았다.

콧잔등에 새빨간 장미 문신.

저건 눈에 띄는 정도가 아니다. 굳이 보지 않으려고 해도 눈이 갈 수밖에 없는 혁명적인 디자인이다.

사람 토막쳐서 장사한다는 놈들이 정크타운을 찾아와선 주민들에게 하레니오에 관한 얘기나 장미문신을 한 놈을 봤느냐고 물어보는 날에는, 유일한 생존자인 저 루돌프놈 얘기가 주민들 입에서 자동반사로 튀어나올 거다.

50크레딧만 던져줘도 어디로 가면 이놈 얼굴을 볼 수 있는지 알려주고도 남겠지. 그만한 돈이면 친절히 동행까지 해줄지도 모른다.

솔직한 말로 나라도 그러겠군.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못생긴 얼굴에 색칠은 뭐하러 해가지고.

“갑자기 화가 막 나네.”

쿵!

알아서 후다닥 머리를 박는 루돌프놈.

문득 드는 불안감에 마력을 최대한 넓게 펼쳐본다. 지금 내 수준으로 탐지할 수 있는 범위는 근방 10미터 내. 딱히 수상한 기척은 없다.

나는 일단 주먹을 거두었다.

친씨아 그 의문스런 여자가 괜한 소리를 하진 않았을 것같고, 괜히 이딴 놈을 두들기다가 힘이라도 빠지면 공연히 내 손해 아니겠나.

“그 문신부터 지워줄 걸 그랬다. 사포로 갈아서.”

“······.”

수련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심법으로 깨끗하게 다스려놓은 정신머리가 순식간에 혼탁해지며,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이럴 때는 자칫하면 정신병이 도지곤 한다.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등평위한테 연락해서 문도 몇 명 보내달라 해. 경비 세울 거니까 진중하고 입 무거운 놈들로.”

“예!”

슬럼가의 갱스터 집단과 그런 거래를 튼 걸 보면, 공장의 배후는 블랙기업이나 전문적인 범죄 집단일 확률이 높다. 아무리 부패한 밑바닥 동네라도 납치와 장기 밀매 따위가 용인될 리 없으니까.

나는 긴 겉옷을 하나 찾아와 걸치고는, 창고에 있는 방진 마스크를 빼와 착용했다.

마스크 위로 두 눈만 드러난 얼굴을 이리저리 찌푸려가며 눈을 뱀처럼 만드는 연습도 해본다. 눈이 그 놈보다 똘망똘망해서 그런가, 쉽지는 않았다.

한 30분쯤 기다리자, 애꾸눈 응곽을 필두로 헐레벌떡 달려온 삼호문도들이 내 앞에 도열해 섰다.

“응곽아, 안대가 멋지구나.”

“감사합니다.”

“어디를 좀 다녀올테니, 그동안 여기 잘 지키고 있어라.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방진마스크를 올려쓰며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하자 루돌프가 불안한 얼굴로 묻는다.

“그건 왜 쓰세요? 다음 모래폭풍 오려면 좀 남았는데요.”

“너 이리 가까이 와봐.”

다가온 놈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부터 넌 밖에 나가면 눈에 띄도록 절뚝이면서 걸어라. 문신 잘 보이게 고개도 빳빳이 들고.”

“···형님 이거 혹시.”

루돌프놈의 못난 얼굴에서 설마설마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무리 눈치 없는 놈이래도, 생각하는 그 설마가 맞을 것이다.

“제가 미끼가 되는겁니까?”

“그래. 그 공돌이놈들 죽여버리게.”

“혀, 형님, 그 미친 싸이코 살인마 새끼들이 대뜸 총부터 쏴갈기면 저는 어떻게 합-”

“아이 씨.”

철컥.

내가 인상을 구기며 칼집을 쥐자, 예전보다 조금은 눈치가 빨라진 루돌프가 가슴을 펴며 호언장담했다.

“한번 잘 절뚝여 보겠습니다.”

*

여느 때처럼 한가한 총포상.

딸랑-

파리만 날리던 총포상의 문이 열리고, 무료한 표정으로 카운터를 보고 있던 친씨아가 눈웃음을 흘리며 손님을 맞이했다.

“안녕 레반?”

“산책하다가 잠깐 들렸다. 전해 들은 얘기가 맞나 하고.”

오랜만에 온 손님, 레반이 총포상 밖에서 열심히 절뚝대는 밴스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그가 답답한 듯 방진 마스크를 벗어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친씨아는 서글서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응, 귀찮은 놈들이랑 엮였더라? 당분간은 몸조심해. 잠깐 타운을 떠나있는 것도 괜찮고.”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럴 이유도 없고.”

“아, 그러셔?”

단호한 대답에 적잖이 당황한 친씨아.

보통은 이렇게까지 걱정해주면 고맙다는 대답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닐까? 정말 별난 남자라고 생각한 친씨아의 입매가 슬쩍 틀어졌다.

“우리 고객님이 정말 괜찮을까 모르겠네. 걔들, 마피아랑 엮여 있는데?”

—마피아.

슬럼가의 갱 따위와는 궤를 달리하는 대규모 폭력조직.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로키 시티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단어이자, 합법 불법을 가리지 않고 년간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지간한 대기업과 맞먹는다는 거대 집단.

이미 조직의 보스부터가 십이제(十二帝)에도 이름을 올렸었던 9레벨의 거물이고, 조직의 간부도 모두 악명을 떨치는 강자들이다.

마법계 기업들의 메카이자 본진인 발할라 시티, 무협계 본사와 가문들이 몰려있는 수르트 시티의 남, 북경을 제외한 다섯 도시에 암세포처럼 퍼져있는 조직원들은 추산하기조차 힘들다.

주 수익원인 보호세금, 대부업, 카지노업, 유흥업을 제외하고도 몇몇 건실한 기업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을만큼 자금력이 탄탄하다.

20여년 전 연방과 일부 메가콥이 손잡고 진행한 대규모 토벌에도 뿌리뽑히지 않은 마피아 조직은 현재, 로키 시티에 군림하며 신동경을 중심으로 각 시티 지하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친씨아가 방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괜찮겠어? 걔들이 그 공장에서 뭘 하는거냐면······”

살아있는 시체는 신선한 인간의 부속물 냄새를 좋아하기에 공장에서 갓 나온 시체 부속물은 곧바로 시티의 서쪽 장벽으로 배달된다.

그리고 그 ‘물건’ 들을 받아 사용하는 곳이 마피아의 직속 에센스 수급팀. 녀석들을 자극하는 것은 아주 무모한 짓이다.

······라며 성심껏 설명해 주었는데도.

그는 그저 시큰둥한 반응만을 보였다.

왜인지 오늘따라 정신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언뜻보면 신경질이 난듯 보이기도 했다.

“문피아라, 굉장히 무서운 놈들이군.”

심지어 이름마저 제대로 안 들었어?

조금은 쫄아서 도와달라 할 줄 알았더니···

원래 저렇게 태연자약한 성격인 건지, 아니면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건지.

“난 분명히 경고했다?”

결국 조언을 포기한 친씨아가 한숨 쉬며 턱을 괸다. 오랜만에 타운에서 얻은 재미가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것이 무기중개상의 미덕이다.

“친씨아.”

“왜?”

“시체 사냥꾼과 거래를 텄으면 에센스도 취급하나?”

당장 닥쳐온 마피아 얘기는 관심도 없더니? 에센스를 취급하냐는 그의 질문에 친씨아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돈은 있고? 낮은 품질의 에센스라도 아무한테나 팔지는 않아. 못해도 백만 크레딧은 가져가야 대화가 통할텐데···.”

친씨아가 재미있다는 듯 말을 잇는다.

“아, 마침 가지고 있네?”

“모르는 일이 없다더니 정말이군.”

“소문이 빠른게 이 동네 매력이야. 정 궁금하면 여기로 가봐.”

친씨아가 명함 하나를 꺼내 던진다. 받은 명함을 확인한 레반이 눈을 가늘게 뜬다.

이번에도 이 사내인가.

《 정크타운 8번가 빨간골목 / 륭 사무소 》

“누군진 알지? 가서 내 소개로 왔다고 해.”

“소개비라도 줘야 하나?”

“괜찮아. 곧 죽을지도 모르는 단골이잖아. 에센스좀 마신다고 갑자기 엄청 강해지진 않겠지만, 내가 응원하고 있을게.”

“다음에 또 오지.”

딸랑-

바람처럼 급하게 사라져버린 레반.

그가 나가고도 계속 턱을 괴고 있던 친씨아가 돌연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이상, 다음이 있으려나?”

대답은 아무것도 없던 천장에서 들려왔다.

“진심이십니까.”

“당연히 아니지. 칼스가 가만히 있겠어? 안그래도 주식에서 본 손해 때문에 화가 잔뜩 나있잖아.”

“그렇다면 개인적인 호기심이십니까? 저자에게만 유독 친절하신 것 같습니다.”

“뭐 비슷하지. 내가 알아보라고 했던 건?”

“1만 크레딧을 즉시 송금하면 일주일 내로 저 레반이라는 자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세 배로 송금해주고 바로 넘겨받아와.”

“예.”

“대체 뭐하다 온 인간이길래 마피아란 얘기를 듣고도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나, 어디 한 번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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