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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왜국의 무인들 (73/79)

제5장 왜국의 무인들

오살이 돌아온 것은 반 시진이 지나서였다.

“잘 봐뒀냐?”

“예,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그놈들 사해파인지 거기로 간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생긴 배로 가던데요.”

“이상하게 생긴 배? 어떻게 생겨야 이상하게 생긴 거냐? 배가 마차같이 생겼든?”

유성탄이 또 이상한 데에 관심을 보이자 철패가 끼어들었다.

“대형, 배가 이상하게 생겼다는 말은 배는 밴데 모양이 좀 이상하다는 얘기지요. 배가 마차같이 생겼으면 어떻게 물 위를 다닙니까?”

“철패, 너 팔뚝 굵은 거 아니까 잘난 체하지 마라. 내가 몰라서 물은 줄 알아? 니들이 아나 모르나 보려고 물은 거야.”

“이상하게 생겼다는 말은 중원의 배가 아니라는 말일 터이니 분명 왜국의 배일 것입니다.”

강태웅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당히 큰 배였는데 아까 본 그런 조그만 놈들이 수십 명이나 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빼꼭히 서 있는지 안으로는 들어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야! 살수가 되어가지고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하고 그러면 사람을 어떻게 죽일래? 빼꼭하면 빼꼭한 대로 어떻게든 들어가서 춘약이 있는지 알아봤어야 할 거 아냐!”

“방주님은 그깟 춘약 때문에 우리가 죽어도 좋다는 말이에요?”

보고하는 지정우의 말을 막으며 고화월이 발끈해서 나섰다.

“얘가 또 왜이래? 내가 언제 죽어도 좋다고 했냐? 살수라면 그 정도는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고화월이 나서자 유성탄이 슬쩍 꼬리를 말았다.

“아까 그 노인의 말대로 춘약을 그 왜놈들한테 인계받아서 옮기는 중이었다면 그 배가 바로 춘약을 실어 온 배일 확률이 높습니다. 대형, 생각보다는 쉽게 꼬리를 잡은 것 같은데 이제 어떡할까요?”

강태웅이 뭔가 감이 잡힌다는 듯이 유성탄에게 물었다.

“뭘 어떡해? 쳐들어가야지.”

귀찮은 것은 딱 싫어하는 유성탄이 자진해서 쳐들어가자고 하자 모두 얼굴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탄이 앞장을 서고 뒤로 유성방도들이 죽 늘어서서 대로를 걸어가자 사람들이 급히 좌우로 피했다.

“대형.”

마동파가 불렀다.

“왜?”

“뽀다구 나시죠?”

“마동파, 도대체 넌 언제 철이 들래? 지금 춘약이 사방을 돌아다니는 중차대한 이때에 뽀다구나 찾아서야 되겠냐!”

핀잔을 준 유성탄은 뽀다구 난다는 표정으로 어깨에 힘을 팍 주고는 걸어갔다.

“저겁니다.”

“나도 알아!”

사해파와 같이 있던 죽립인들과 똑같은 복장을 한 작은 자들 수십이 경계를 서고 있는 배는 단 하나였으니 누구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저리 가라!”

유성탄 일행이 가까이 다가서자 그들 중 지휘자인 듯한 자가 도에 손을 갖다 대며 어눌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얘가 지금 뭐라고 그런 거냐? 왜 내 귀에는 말하다 만 것같이 들리냐?”

“말하다 만 것이 아니라 겁대가리 없이 엄청 짧게 말했습니다.”

장우왕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앞으로 나서며 개길 준비를 하자 유성탄이 손을 들어 막았다.

“이놈은 네가 개기기에는 너무 센 것 같다. 다른 놈들이나 맡아라.”

유성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을 막았던 자의 도가 유성탄을 향하여 날아왔다. 왜도의 특징 중 하나가 속도였다. 검날이 좁고 무게중심이 앞에 있는 왜도는 변화보다는 순간적인 속도로 상대의 목을 쳐버리는 특징이 있었다. 이자 역시 정통 왜도법을 제대로 익혔는지 발도에서 유성탄의 목에 도가 도착할 때까지의 속도가 거의 찰나라 할 만했다.

“봐! 빠르지? 너 개겼으면 죽었어.”

도가 목에 다가오는데도 유성탄은 장우왕을 쳐다보며 잘난 체를 먼저 했다. 그리고 도는 그대로 유성탄의 목을 스쳐갔다.

“이상하지?”

분명 목을 도가 스쳤는데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우뚝 서 있는 유성탄을 보며 죽립인이 멈칫하자 유성탄이 씩 웃으며 한마디 하더니 그대로 머리를 몽둥이로 후려쳤다.

“자식아, 아무리 이상해도 싸우다가 멈추는 바보가 어디 있냐? 쯧쯧. 하여간에 맞으려고 기를 써요. 그런데 뭐 이렇게 생겼냐? 이놈들은.”

몸이 가벼워진 후 나름대로 몸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유성탄은 도가 목을 스치기 전에 살짝 목을 안으로 구부렸었다. 보통 사람으로는 할 수 없는 방법이었으니 당연히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유성탄에게 머리를 맞고 쓰러진 자는 유성탄의 몽둥이에 죽립이 날아갔다. 그러자 머리의 반을 면도하고 뒤로 머리를 묶어 높이 올린 왜인 특유의 머리 모양이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꼭 원숭이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딴 놈들도 다 그런가 벗겨봐야겠다. 전부 제압해!”

유성탄에 맞아 쓰러진 자는 어이없이 당하기는 했지만 대단히 강한 자였다. 그리고 유성탄이 먼저 나서서 그자부터 제압한 이유도 아우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그자만 없으면 나머지는 그럭저럭 수련 상대로 쓸 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 이제부터 우리는 건설적인 대화를 나눠보자.”

왜인은 몽둥이에 머리를 맞고는 순간 기절하기는 했지만 수련을 많이 받은 자인지 일각이 안 되어 정신을 차리고는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일어서자마자 터진 유성탄의 주먹에 얼굴을 맞고는 다시 푹 쓰러졌다.

“무슨 말!”

왜인은 고개를 들며 유성탄의 말에 대답을 했다.

“어쭈! 아직도 말이 짧아?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배에 있는 왜인들을 모두 제압한 후 모두는 싸움이 끝났는데도 아직까지 맞고 있는 왜인을 보고는 놀라 눈이 커졌다. 유성탄의 주먹을 아직까지 맞고 있다는 말은 뭔가 아는 것을 불지 않았다는 말인데 그들로서는 왜인이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그때 표도행이 뭔가 이상한지 유성탄을 불렀다.

“대형!”

“왜!”

“왜 묻지도 않고 계속 때리기만 하십니까?”

“야, 이놈 독종이다. 그렇게 터지면서도 끝까지 반말이다.”

“왜 때려!”

왜 때리느냐고 외치는 왜인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그래, 언제까지 말을 짧게 하는지 어디 두고 보자!”

“대형!”

“왜 자꾸 불러!”

“제가 보기에 이자가 버티느라고 반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말밖에 모르는 것 같습니다.”

“뭐? 가만있자, 너 반말밖에 모르냐?”

“몰라! 으흐흐…….”

“에이 씨! 그런 걸 괜히 힘만 뺐네. 자식아, 존댓말을 모르면 모른다고 그래야지 하여간에 미련한 놈은 스스로 매를 번다니까.”

모두는 유성탄의 말을 들으며 왜인이 무척 가엾게 느껴졌다. 한두 대만 맞아도 술술 부는 유성탄의 주먹에 수십 대를 터졌으니 이유를 알고 나면 왜인은 억울해서 복장이 터질 것이었다.

“안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들어갔던 강태웅과 황대산이 방도들과 함께 나오더니 유성탄에게 보고했다.

“뭐? 없어! 어, 그러면 안 되는데. 너! 춘약 어떻게 했어?”

춘약이 배 안에 없다는 말에 인상을 찌푸린 유성탄의 화살이 다시 끙끙거리고 있는 왜인에게 향했다. 왜인은 유성탄이 자기를 가리키며 소리치자 공포에 젖은 눈으로 움찔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 자식, 왜 이렇게 버티는 거야? 더 맞아야겠구나.”

유성탄이 아예 팔뚝을 걷어올리자 왜인은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손까지 저어가며 소리쳤다.

“몰라! 몰라!”

“그래! 그러니까 알 때까지 맞자.”

“대형! 아무래도 이자가 모른다는 것이 춘약의 행방이 아니라 대형이 묻는 말의 뜻을 모른다는 것 같습니다.”

올라갔던 유성탄의 주먹이 슬그머니 내려왔다. 듣고 보니 딴은 그럴듯했던 것이다.

“그럼 어떡하지?”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강태웅은 왜인의 앞에 앉더니 땅에다가 뭐라고 썼다. 그러자 왜인이 살았다는 표정으로 자신도 땅에다가 뭔가를 적었다.

“다행히 글을 압니다. 후후, 대형의 주먹이 무섭기는 한 모양입니다. 묻는 대로 다 대답할 테니 더 이상 때리지만 말게 해달라고 사정하는군요.”

유성탄에게 설명을 한 강태웅이 다시 글을 썼다. 한참을 쓰며 필화(筆話)를 나누던 강태웅이 일어서더니 말했다.

“이자들이 춘약을 가져온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왜국에 전쟁이 한창인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군자금이 필요했는데 중원인이 춘약을 만드는 약초들을 재배해 주면 돈을 준다고 해서 왜국에 밭을 만들었답니다. 춘약은 중원인이 직접 와서 조제를 했고요.”

“그럼 춘약은 다 가지고 온 거라냐?”

“벌써 배로 세 번이나 실어 날랐답니다. 이번이 마지막 배라는 것을 보니 모두 싣고 온 것 같습니다.”

“그럼 그것들이 다 어디 갔다는 거냐?”

“왜관의 흑도들에게는 자신들이 직접 팔았답니다. 하지만 그것은 소량이고 나머지는 모두 청담이 가져갔다는군요.”

“청담! 금자 삼천 냥! 그런데 이놈은 어떻게 내가 가는 곳마다 있는 거야? 안 끼는 데가 없네. 몸이 몇 개라도 되나? 하여간에 잘됐다. 이번 기회에 돈도 벌고 춘약도 가져와야겠다. 청담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내라.”

“이미 알아냈습니다. 왜관의 중앙통에 미루관이라는 객관이 있는데 청담이 직접 왔는지는 모르지만 거기다 춘약을 배달해 주었답니다.”

“당장 거기로 간다. 잠깐! 이놈들 몸을 뒤져봐라. 분명 가지고 있는 춘약이 있을 거다.”

당장 달려갈 듯하던 유성탄이 갑자기 멈추더니 왜인들의 몸을 뒤지라고 명했다. 그리고 유성탄의 말대로 그들의 품에서 나온 춘약이 전낭 하나에 꽉 찰 정도였다.

“대형, 그 자식들 몸에 춘약이 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진짜 이제 천리안이 되신 겁니까?”

미루관으로 달려가며 마동파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유성탄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아우들의 귀가 모두 쫑긋해진다.

“야, 내가 만약 저놈들이라면 춘약을 보고 절대로 그냥 안 있는다. 눈치 못 채게 스리슬쩍하지. 저놈들도 남자인데 춘약을 보고 그냥 있을 리 없잖냐!”

놀라운 유성탄의 추리에 모두의 눈에 감탄의 빛이 나타났다.

“아하! 역시 잔머리는 잔머리로 잡는다더니… 대형, 존경합니다.”

‘이 자식, 또 말을 이상하게 하네. 에이 씨! 존경한다는데 때려줄 수도 없고.’

* * *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춘약을 하잘것없는 흑도에게 뿌리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태성기와 함께 새로운 계획을 의논하고 있던 청담은 태성기의 물음에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춘약이란 것이 흑도 같은 무뢰배들에게 뿌려져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지위가 높은 놈들은 춘약을 사용하는 데도 조심을 한다. 무림인들도 꼭 사용해야 할 곳에만 사용하지. 하지만 흑도 놈들은 반반한 여자나 돈이 좀 있어 보여서 뜯을 만한 여자만 보이면 사용한다. 춘약은 흑도 놈들에게 뿌려져야 사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 것입니까? 역시 형님은 하나를 해도 저보다 더 멀리 보십니다.”

“경험이라고 할 수 있지.”

“사자님!”

청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지공이 들이닥쳤다.

“뭔데 호들갑이냐?”

“사자님, 포천망쾌가 왜관에 들어왔습니다.”

“뭐라고! 아니, 그놈이 또? 어디 있다더냐?”

“방금 전 춘약을 나르던 사해파와 시비가 붙었던 모양입니다.”

“어허! 적이기는 하지만 정말 대단한 놈이야.”

청담은 손으로 이마의 정수리를 누르며 탄식을 했다. 아무리 은밀하게 일을 추진해도 어떻게 알았는지 순식간에 나타나는 포천망쾌에게 공포를 떠나 존경심까지 들 정도였다.

“형님, 오는 동안 포천망쾌에 대해 듣기는 했습니다만 도대체 일개 포쾌가 왜 그렇게 유명한 겁니까? 거기다 그놈이 나타났다는 말에 놀라는 형님의 모습에 제가 더 놀랍습니다.”

청담에 대해 잘 아는 태성기로서는 포천망쾌가 나타났다는 말에 보이는 청담의 반응이 더욱 놀랍게 느껴진 것이다.

“설명은 다음에 하고 우선 이곳을 떠나야겠다. 채지공, 모두에게 떠날 준비를 하라고 해라. 그놈이 나타났다면 이곳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그런데 춘약이 지금 한 마차가 남아 있습니다. 그 정도면 적어도 오천 명에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인데 그냥 놔두고 가기는…….”

청담은 채지공의 말을 듣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춘약 한 마차면 엄청난 돈과 시간이 투자된 것이었다. 그것을 그냥 포기한다는 것은 청담으로서도 가슴이 쓰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채지공, 네 생각에는 그것까지 가지고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사자님과 영주님께서는 먼저 피하십시오. 제가 부하들과 함께 어떻게든 춘약을 옮겨보겠습니다.”

채지공은 청담에게는 무척 중요한 수하였다.

“이미 많은 양의 춘약이 중원에 퍼져나갔다. 아깝기는 하지만 너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포기한다.”

그때였다.

우당탕! 쾅!

갑작스레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에 채지공이 급히 나갔다. 그러고는 일각도 안 되어 뛰어 들어왔다.

“사자님, 피하셔야겠습니다! 포천망쾌입니다!”

“벌써? 도대체 이놈에게는 어떤 정보망이 있기에…….”

순전히 우연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청담이었다.

“형님, 도대체 그놈이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보고만 있던 태성기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네가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하하하! 예전의 저로 보시면 안 됩니다. 천주님께서 저보고 이제 무림 십대고수와도 자웅을 겨루어볼 만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일개 포쾌가 무림 십대고수와 맞먹는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태성기의 자신 있는 말에 청담이 잠시 갈등하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한번 상대해 봐라. 그러나 조금이라도 못 당할 것 같으면 그냥 피해라. 절대로 자존심으로 버티는 우는 범하지 마라.”

“걱정 마십시오. 천주님의 대업이 끝나기 전에는 전 안 죽습니다.”

“이 자식들이 왜 이렇게 버티는 거야?”

사방에 이십여 명의 장한들이 유성탄의 몽둥이를 맞고는 자빠져 있었다. 그런데도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막아선 무사들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훈련이 잘된 자들이에요. 우리랑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누군가가 피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겁니다.”

고화월이 곧 그들의 속셈을 알아챈 듯이 말했다.

“뭐! 그런 거였어? 이것들이 감히 나를 물 먹이려고! 청담, 이 자식! 내가 그동안은 여러 가지로 바쁜 일이 많아서 그냥 놔뒀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안 놓친다. 뭐 해! 다 때려잡아!”

유성탄은 그런 와중에도 위협이 될 만한 자들을 먼저 때려잡아 놓고는 아우들과 방도들이 실전을 쌓을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유성방의 방도들이 비록 낭인 출신들로 싸움에는 일가견이 있고 오살이 제법 강한 무공들을 알고 있어 여러 가지를 전수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제대로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과 본격적인 싸움을 하기에는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내공이 일천하고 잘하는 무공은 삼류무공이고 새로 배운 무공들은 아직 몸에 익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유성탄은 방도들에게 제대로 무공을 익힐 기회를 자꾸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방도들과 청담의 호위무사들 간의 본격적인 패싸움이 시작되자 유성탄은 계단 위를 쳐다보며 갈등하고 있었다. 몸에 익은 청담의 기운과 더불어 대단한 고수들의 기운이 같이 잡혔기 때문이었다.

‘뭔 고수가 이렇게 많은 거야? 느껴지는 기운만 해도 열 명은 넘는 것 같은데… 막무가내로 싸우다가는 방도들 다 죽이겠다.’

금자 삼천 냥도 중하고 춘약도 중하지만 자신을 방주라고 따르는 방도들이나 자신의 생명 같은 아우들이 죽거나 다치는 것은 유성탄으로서는 원치 않았다.

“멈춰!”

한참 열심히 싸우던 방도들은 유성탄의 외침에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이미 몸에 피칠을 한 방도들도 여럿이 있었다.

“쯧쯧쯧, 니들 데리고 내가 뭘 하겠냐. 에이! 강태웅!”

“예, 대형!”

“돌아간다.”

유성탄의 돌아간다는 결정에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현 상황만 보면 그들이 유리한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형, 조금만 지나면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마동파의 말에 유성탄이 인상을 콱 썼다.

“잔말 말고 전부 다 돌아가자.”

“뭐라고? 그냥 다 돌아가?”

“싸우다 말고는 갑자기 그냥 돌아가 버렸습니다.”

피신할 준비를 하고 있던 청담은 보고를 받자 어리둥절해졌다.

“하여튼 이놈은 하는 짓을 짐작할 수가 없으니… 정말 강적이다, 강적이야.”

“형님, 그놈이 겁을 먹고 돌아간 것은 아닐까요?”

태성기의 말에 청담은 잠시 기룡왕부에서 보았던 유성탄의 모습을 생각해 보더니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놈이 겁을 먹었다는 것은 상상이 안 간다. 넌 모른다. 그놈이 얼마나 미친놈인지. 하여간 이곳을 떠난다. 어차피 춘약도 전부 다 인계받았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도 없다.”

“지금 왜국의 인자들이 사방에서 무림인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할까요?”

청담은 채지공의 말을 듣자 그것은 잠깐 잊었었는지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포천망쾌 그놈 때문에 내가 정신이 없구나. 윤장도를 불러라. 윤장도에게 지시를 하고 가야겠다.”

* * *

미루관을 나온 유성탄은 그리 멀리 가지 않은 곳에 서더니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청담을 잡으러 갈 거니까 니들은 숨어서 주위를 감시해라. 만약 도망치는 놈들이 있으면 오살 니들이 추격하고 혹시 이상한 상자 같은 것이 나오면 무조건 빼앗아라. 그리고 강태웅, 여기서도 하후 그 계집애하고 연락을 할 수 있냐?”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연락해서 흑도들에게 춘약이 많이 퍼졌으니까 전부 조사해서 회수하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이 말은 잊지 말고 전해라. 회수한 춘약은 먹지 말고 나한테 줘야 한다고. 알았지!”

“대형도 참! 춘약을 하후 소저가 왜 먹어요?”

표도행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아니야, 걔는 조금 이상해서 먹을 수도 있어.”

“그런데 아까 그냥 다 때려잡으면 되는 걸 뭐 하러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만드십니까?”

황대산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니들 때문에 그렇잖아! 위에 엄청 강한 놈들이 열 명도 넘게 있는 것 같더라. 그놈들을 내가 다 막을 수도 없고 그냥 싸우다가는 니들 중 한두 놈은 다시는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그랬다. 왜!”

유성탄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감탄의 빛이 나타났다. 말은 본데없이 하지만 속마음은 짐작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청담에게 말해라. 포천망쾌께서 다시 왔다고!”

미루관의 북밀천의 무사들은 유성방의 공격으로 여러 명의 부상자가 생긴 상황에서 청담의 떠난다는 명으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유성탄의 외침에 놀라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가는 급히 무기를 빼어 들며 대오를 정리했다.

“뭐야! 포천망쾌 그놈이 다시 와?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청담은 유성탄이 다시 나타났다는 말에 얼굴 전체에 살기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정말 짜증나게 하는 자가 아닌가.

“형님,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청담의 얼굴에 살기가 돌자 태성기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조심해라. 그리고 윤장도와 오대근은 북밀영주를 도와 포천망쾌를 막아라.”

“존명!”

유성탄이 나타났다는 말에 청담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왔던 윤장도와 오대근은 대답을 하고는 태성기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저자인가?”

태성기는 난간에 서서 아래를 쳐다보고는 포쾌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몽둥이를 건들거리며 서 있는 유성탄을 보고는 윤장도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성탄이 고개를 들더니 태성기를 쳐다보고 씨익 웃는 것이었다.

‘호오! 나의 존재를 당장에 눈치 챈다?’

태성기는 이미 자신의 기를 숨길 수 있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그런 그의 존재를 유성탄이 당장 알았다는 것은 유성탄의 무공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대가 포천망쾌인가?”

삼층에서 가볍게 일층까지 뛰어내린 태성기가 유성탄에게 물었다.

‘이 자식, 고순데…….’

속으로 중얼거린 유성탄이 삐딱한 양아치 목소리로 답했다.

“그대가 춘약을 사방에 퍼뜨린 그 못된 약장사인가?”

“하하하! 특이한 친구라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

“하하하! 웃기는 약을 팔기에 이상할 줄은 알았지만 정말 수상한 놈이로군.”

태성기는 유성탄의 대꾸가 점점 가관이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약간 모자란 놈인 것 같은데 그런 고수라니 이해가 안 가는구나.”

“뭐! 약간 모자란 놈? 나 유성탄이 언제나 천재라는 말만 듣다가 생전 처음 이상한 말을 들었더니 아주 신선하구나! 내 네놈도 신선하게 만들어주지.”

유성탄은 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미련하다, 무식하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어도 모자라다는 말은 처음 듣는 유성탄은 이상하게 그 말이 무척 기분에 거슬렸다.

쾅!

전각이 울릴 정도로 큰 굉음이 울리며 한 번 격돌을 한 유성탄과 태성기의 몸이 뒤로 일 장씩 밀렸다. 주위의 탁자들이 다 부서졌고 상당한 고수라고 자부하는 윤장도와 오대근까지 싸움의 여파에 얼굴이 핼쑥해질 정도였다.

“어쭈! 제법인데? 그럼 이것도 받아봐라.”

어느새 검을 뽑아 유성탄의 몽둥이를 받아친 태성기는 다시 이어지는 유성탄의 공격에 깜짝 놀랐다. 단 한 번의 격돌에 자신의 가슴이 진탕하고 손이 저려 당장 유성탄의 몽둥이를 받아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쭈구리. 피한다 이거지? 그런데 나도 요새 좀 배운 게 있거든.”

태성기가 급히 자신의 절기인 추혼보를 이용하여 몸을 피하고는 공격을 하느라 허점이 나타난 유성탄의 허리를 검으로 찔러갔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유성탄은 웃긴다는 말투로 한마디 내뱉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무영존이 사용하던 육지비행법은 보통은 신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보법으로도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했다. 다만 다른 보법처럼 뛰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진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용이 완벽해지면 어느 보법보다도 그 효과가 뛰어난 수법이었다.

다만 내공이 최소한 이 갑자는 넘어야 사용이 가능하고 삼 갑자는 돼야 싸움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신법으로 사용 시는 그냥 앞으로만 가면 되기 때문에 한번 속도가 붙으면 실로 바람을 타고 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힘들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지만 보법으로 사용할 때는 내공의 소모가 너무 심해서 상대가 자신과 비슷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경우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무공이기도 했다.

그런데 유성탄이 아무렇지도 않게 육지비행법을 보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육지비행법은 기를 운용하며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기의 운용만 잘되면 무엇보다도 익히기가 쉬었다. 그러나 그 기를 마음대로 운용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육지비행법을 전설의 신법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유성탄은 기룡왕부에서 무영존이 펼치는 것을 한번 보고는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성탄을 무공의 천재라고 감탄할 일이었지만 선천지기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면서부터 유성탄은 형을 외워야 하는 삼류검법보다 육지비행법이 따라 하기가 더 쉬웠다.

‘이런! 설마 이자가 삼 갑자가 넘는 내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태성기는 유성탄의 움직임과, 자신의 검과 부딪치는 방망이에서 느껴지는 힘에서 유성탄의 내공이 삼 갑자가 넘는다고 느껴지자 자신에게 승산이 없다고 여기고는 윤장도와 오대근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천장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유성탄을 향해 그물이 떨어져 내렸다.

“어쭈구리! 이런 거 나한테 안 통하거든!”

유성탄은 그물이 떨어져 내리는데도 전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 산적들과 싸우다가 한번 당했던 수법이었다. 그 당시 잠시 맞기는 했지만 간단하게 그물을 찢고 나온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준비한 그물은 산적들이 사용하던 것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산적들은 철망을 사용했기에 유성탄이 쉽게 찢을 수 있었지만 이들의 그물은 천잠사를 여러 겹 꼬아 만든 것으로 힘으로는 찢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아이 씨! 이거 뭐야?”

손으로 잡고 간단히 찢어버리려고 하던 유성탄은 생각 외로 그물이 안 찢어지자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물을 잡고 있던 자들이 유성탄을 가운데에 두고 원을 그리며 돌자 순식간에 그물에 둘둘 말린 유성탄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죽여라!”

태성기는 유성탄에게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이 그대로 죽이라고 명했고 동시에 십여 개의 검이 쓰러진 유성탄의 몸을 그대로 찔러갔다.

“이 자식들이 비겁하게! 씨!”

유성탄은 검들이 자신의 급소를 향해 날아들자 커다랗게 소리쳤다. 눈을 찔러오는 검, 목을 찔러오는 검, 심장을 찔러오는 검, 배를 찔러오는 검, 다 상관없었다. 하지만.

검 하나가 유성탄의 고추를 찔러오는 것이 아닌가. 유성탄으로서는 엄청나게 상관 있는 검이 아닐 수 없었다.

‘안 돼! 거기는!”

유성탄의 입에서 커다란 외침이 떨어지며 갑자기 유성탄의 몸에서 엄청난 괴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 질긴 천잠사가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졌고 검을 찔러오던 자들이 모두 피를 뿜으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태성기는 그제야 청담이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

“모두 피한다!”

태성기는 부하들에게 피하라는 명을 내리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이 씨! 이 자식들 다 어디 갔어? 죽었어. 씨!”

천잠사에서 해방되자 곧장 자신의 고추를 두 손으로 감싸쥐고는 부스스 몸을 일으킨 유성탄은 사방을 둘러보더니 어느새 모두 도망을 친 것을 알고는 고추에서 손을 떼며 중얼거렸다.

“이 씨! 큰일 날 뻔했네. 여기에 일 생기면 천하의 여인들이 다 슬픔에 잠겨 난리가 났을 거야…….”

착각이 도를 넘어 자신의 고추를 세상 여인들의 우상으로 생각하는 유성탄이었다.

“그런데 이놈들은 도망치는 데는 하여간에 기가 막히는군.”

“대형, 괜찮으십니까?”

유성탄이 목이 뻐근한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움직이다가는 아우들이 급히 뛰어들자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니들은 밖을 포위하고 나오는 놈들 있으면 감시하라고 했는데 왜 들어와?”

“그게요, 튀어나오는 놈들이 어찌나 고수들인지 태웅 형님께서 그냥 놔두라고 했습니다. 우리들이 다치는 것을 대형이 원치 않으실 거라고…….”

“누구 맘대로! 나는 너희들이 엄청 다치기를 무지 원하는 사람이야!”

“괜히 그러지 마시고요. 어쨌든 괜찮으시지요?”

“당연하지! 그놈들 도망가는 것 봤지? 그건 그렇고 춘약은 어떻게 됐냐?”

“춘약까지는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양이 엄청납니다.”

“양이 많아? 양이 적은 것이 문제지, 많은 게 뭐가 문제냐?”

“마차 가득입니다. 그걸 어떻게 가지고 다니겠습니까?”

“마차 가득?”

‘히히히, 땡잡았다.’

“대형! 삼층 누각의 창문으로 가마 하나가 나갔습니다. 아무래도 청담 같은데 추적 안 하십니까?”

“춘약을 한 마차나 얻었는데 쫓아가서 잡기까지 하면 그건 양심 없는 짓 아니겠냐?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청담을 빨리 잡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건 또 무슨……?”

“봐라, 이상하게 청담 그놈만 잡으러 가면 뭔가 생긴단 말이야. 그 말인즉슨 잡지 않고 계속 잡는 척만 하다 보면 엄청 신기한 것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이 말이지. 다음에는 또 어떤 것을 가지고 나타날지 벌써 흥분된다, 야!”

춘약이 자신이 없는 동안 어떻게 될까 봐 쫓아가지 않는 것이면서 입으로는 딴소리를 하는 유성탄이었다.

“참 이상해?”

유성탄과 유성방도들은 숙소로 돌아와 있었다. 춘약을 실은 마차를 잘 지키라는 유성탄의 명에 방도들은 춘약의 둘레를 빙 돌며 경계를 했고 나머지는 다음 일을 의논하기 위해 유성탄의 방에 모였다.

“뭐가 이상하신데요?”

유성탄이 앉자마자 철학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모두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니, 왜 이렇게 세상에 나쁜 놈들이 많은 거야?”

“드디어 대형께서도 협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하시는군요.”

마동파가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유성탄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너,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알면서 내게 협이라는 말을 하고 싶냐? 니들도 날 봐서 알겠지만 나야말로 협을 아는 착한 사람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잖냐?”

“그거야…….”

모두 대답을 못 하고 서로 눈치를 보는데도 유성탄은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니들도 봐서 알지만 내가 남들 물건에 손대는 거 봤냐? 못 봤지? 거기다 사람들도 귀찮게 한 적 없지, 돈 보기를 돌 보듯 하지, 거기다 여자한테도 얼마나 일편단심이냐? 하여간에 나 같은 사람만 세상에 있으면 법이 필요 없는데 말이야. 그래서 나같이 착하게 사는 선량한 사람에게 사람들이 그러잖냐, 무법자(無法者)라고!”

“무법자는 법을 아주 우습게 여기는 나쁜 놈들을 지칭하는 말인데요.”

철패가 또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나섰다.

“하여간에 넌 왜 그렇게 무식하냐? 법이 없어도 사는 사람! 무법자! 맞잖아?”

“그 무법자가 그런 뜻이 아닌데요?”

이번에는 마동파가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정확한 뜻을 말해 줘야지, 그냥 놔뒀다가 아무 데서나 자신이 무법자라고 큰소리치면 오해받을 수도 있다 싶었다.

“아니, 어떤 놈이 언제 글 뜻까지 바꿔버린 거야! 내가 배울 때는 무법자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을 뜻했는데… 어쨌든 내가 안 이상 다시 뜻을 예전으로 바꾼다. 너희들도 무법자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을 뜻한다는 것을 사방에 알리고 다녀라.”

“대형, 존경합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장우왕이 처음으로 가장 먼저 꼬리를 흔들었다.

“넌 뭘 존경한다는 거냐?”

“세상 사람이 다 아는 글까지 대형의 똥고집으로 바꾸시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세상에 어떤 무식한 자도 글 뜻까지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못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형께서 그것을 하시려고 하시니 대형이야말로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 아니겠습니까?”

‘뭐야, 이 자식! 진짜 존경한다는 거야? 아니면 나에게 물 먹이려고 하는 거야? 씨! 존경한다고 하니 때리지도 못하고…….’

“대형, 다 썼습니다.”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종이에 한참 글을 쓰던 강태웅이 유성탄에게 말했다.

“다 됐어? 어디 보자, 음… 좋아. 아주 잘 썼어.”

읽지도 못하면서 한마디 한 유성탄은 강태웅이 뭔가를 쓴 종이들을 주섬주섬 주워 들더니 품에 넣고는 모두에게 말했다.

“니들도 이제 그만 가서 자라. 귀찮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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