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3장 운하현에 부는 바람 (52/79)

제3장 운하현에 부는 바람

“지금 루주님은 출타 중이시라니까요!”

청화루의 총관 송삼구는 갑자기 들이닥친 유성탄에게 당황하여 말했다.

“그러니까 어디 갔냐구?”

“그거야 저도 모르지요. 그리고 주루를 낮부터 찾아오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 일 하는데 밤낮이 어디 있어? 송 총관은 늙어서 모르나본데 밤일을 낮에 하면 그것대로 묘미가 있는 법이야.”

‘진짜 징그러운 놈일세! 돈도 한 푼 안 내면서… 세상에 그것까지 공짜 바라는 놈은 니가 처음이다 이놈아!’

“송 총관!”

“예!”

“혹시 지금 속으로 내 욕했어?”

“아니요! 제가 어찌 감히…….”

‘이 새끼! 눈치도 엄청 빠르네.’

“이상하네. 계속 욕하는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이분은 어찌 이리 눈치가 빠를꼬?’

송삼구는 속으로도 분 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얘는 여자애가 어디를 이렇게 쏘다니는 거야? 에이!”

송삼구는 유성탄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다시 욕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루주님께서는 나이가 꽤 되십니다.”

“송 총관이 뭘 모르나본데 남녀 사이에는 나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 교련이하고 나하고는 나이를 초월한 사이라니까.”

유성탄의 말에 송삼구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언제 오나?”

“그게… 며칠 걸릴지도 모릅니다.”

“에이! 재수가 좋은 날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 씨! 교련이가 날 봤으면 기뻐서 눈물까지 흘렸을 텐데… 오면 나 왔다 갔다고 그래.”

“갔습니다. 징그러운 놈 어찌나 끈질기게 찌질대는지 혼났습니다.”

송삼구는 유성탄이 떠나자 곧장 반교련에게 보고를 했다.

“뭐래요?”

“교련이 교련이 그러면서 루주님과 자기는 나이를 초월한 사이라나 뭐라나… 그러면서 신이 왔다 간 걸 알면 루주님께서 너무 반가워서 눈물을 흘리셨을 거라고…….”

“미친놈! 가봐요!”

반교련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신경질적으로 말하고는 몸을 돌려 앉았다.

처음에는 반교련도 유성탄이 오기를 기다렸었다.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비밀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청담에게서 더 이상 만나지 말라는 명이 내려왔다. 정확한 정체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꾸 만나는 것은 그들의 행적을 들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유성탄이 말하는 비밀이라는 것도 너무 허술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청담의 추측이었다.

‘청담님 말씀이 그 비밀이라는 것도 나한테서 뭔가를 알기 위해 내민 미끼일 거라고 했단 말이야. 아무래도 그 정도로 머리가 있는 자는 아니었는데…….’

송삼구가 나가자 홀로 생각에 잠긴 반교련은 자꾸 코를 실룩거렸다. 이상하게 유성탄에게서 풍기던 달콤한 냄새가 잊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미쳤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런 양아치를…….”

반교련은 자꾸 떠오르는 유성탄의 얼굴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 * *

“에이 씨! 오늘이 진짜 좋은 기횐데… 요러다가 고화월 고게 나타나면 또 방해할 거고…….”

방망이를 건들거리며 저잣거리를 걸어가며 혼자 중얼거리는 유성탄의 머리를 탁 치는 몽둥이가 있었다.

“이씨! 누구야!”

맞은 곳을 매만지며 유성탄이 고개를 돌리자 궁상개가 누런 이빨을 보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이거 오늘 재수가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아까 고 계집애 알몸을 보고 뽀뽀를 할 때까지는 분명 재수가 좋은 날 같았는데… 에이 씨!’

그러나 삼대를 포쾌를 한 뼈대 있는 가문의 장자인 유성탄으로서는 호래자식이 될 수는 없었다.

“또 뭡니까?”

“너 지금 나한테 신경질 내는 거냐?”

“내가 언제 신경질을 내요!”

버럭 언성이 커지는 유성탄을 보며 궁상개가 다시 누런 이빨을 내보이며 말했다.

“신경질 내는구먼 뭘!”

“아니라니까 왜 자꾸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겁니까? 그리고 침 튀니까 좀 떨어져서 얘기해요!”

“아 그놈의 자식 성질하고는……. 이놈아! 내가 이래봬도 침을 흘리기는 해도 침을 튀기며 말하는 사람은 아니다.”

“에이 씨! 지금 여기 옷에 묻은 것은 뭡니까? 누런 게 노인장 침이 맞구먼.”

“이놈아! 그건 니가 칠칠맞게 오줌을 잘못 털어서 묻은 거다.”

유성탄이 바지에 점점이 묻은 누런 자국을 핑계로 궁상개에게서 피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유성탄을 칠칠이로 만드는 궁상개였다.

‘이 영감이 쪽팔리게 그런 소리를 뭐 이렇게 크게 말하는 거야. 그냥 미친 척하고 몽둥이로 한 대 쳐?’

유성탄이 혼자 속으로 생각하자 궁상개가 다시 말했다.

“너 포쾌가 돼가지고 불쌍한 거지 노인을 때리면 니 조상이 삼대까지 욕먹을 거다.”

“내가 언제 불쌍한 거지노인을 때렸단 말이오?”

“지금 때리려고 했잖아?”

“나는 아주 얄미운 거지영감을 때릴까 생각했을 뿐이오.”

“아무래도 그건 됐고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같이 밥이나 먹으면서 술이나 한잔 하자.”

‘되긴 뭐가 됐다는 거야! 거기다 내가 모양 구기게 왜 거지하고 밥을 먹어. 하여간에 조금만 잘해주면 빈대를 붙으려고 들어서… 하여간에 인간은 잘해주면 안 된다니까.’

“난 밥 먹었수. 그리고 어제 봤는데 뭐가 오랜만이오? 난 일 없으니까 노인장 혼자 드시오.”

말을 마친 유성탄이 몸을 돌리자 궁상개가 품에서 누런 금덩이를 하나 꺼내더니 말했다.

“사실은 내가 길을 가다가 금덩이를 하나 주워 현청에 주인 찾아 주라고 가져가는 중이었는데, 마침 네가 보이기에 네게 주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뭐!”

몸을 돌리던 유성탄의 몸이 딱 멈췄다.

“노인장! 길에서 무단으로 취득한 물건은 무조건 포쾌한테 가져다줘야지 그냥 먹어치우면 반역에 준하는 죄로 다스리게 되는 거 아시오?”

“길가다 물건을 주웠는데 반역에 준하는 죄? 낄낄낄! 이 거지보다 무식한 놈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줄은 몰랐구나.”

궁상개의 낄낄대는 소리에 유성탄은 이상한 모멸감을 느꼈다. 자신이 무식한 거는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억지로 모든 것을 덮어왔는데 거지한테까지 무식하다는 말을 듣자 이상하게 창피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영감을 그냥! 아니야, 우성 금덩이부터 뺏고…….’

“우선 금덩이나 주시오.”

“왜?”

“노인장이 주웠다고 했지 않소? 그러니 포쾌인 내가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당연하 거 아니오.”

“그거야 그런데… 왜 나는 니가 먹어치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까?”

“이 영감이 나 유성탄을 어떻게 보고!”

“니 이름이 유성탄이냐?”

궁상개의 반문에 유성탄이 놀라 입을 닫았다. 그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영감! 내 이름이 유성탄이라는 사실은 황제와 나만 아는 비밀이오. 누구에게 이 사실을 흘렸다가 걸리면 반역에…….”

“알았다. 반역에 준하는 죄? 너 솔직히 말해봐라! 너 죄목이라고는 그것밖에 모르지?”

“이 영감이 미쳤나? 내가 포쾌요 포쾌! 내가 아는 죄목을 읊으면 한 달이 걸려요!”

“그래? 그럼 한 달까지 말할 필요는 없고 그냥 다섯 가지만 말해봐라.”

“나는 내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함부로 입을 여는 사람이 아니오.”

“알 만하다. 알았으니까 우선 먹으면서 얘기하자.”

‘이 영감 이상하게 말을 끊네. 씨… 왜 이렇게 찝찝한 거야!’

“뭘 이렇게 많이 시켜요?”

“나 같은 거지는 공짜다 싶으면 왕창 먹어두는 게 특기인 법이다.”

“공짜요? 누가 또 와요?”

유성탄은 궁상개가 음식을 잔뜩 주문하자 타박을 하다가는 공짜라는 말에 희색을 띠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냐? 농담하는 거지?”

“내가 왜 영감하고 농담을 해요?”

“그럼 당연히 이런 만남에는 네가 돈을 내고 나는 공짜로 먹는 게 순리 아니냐?”

“이 영감이 미쳤나? 내가 왜 영감 음식 값을 내요!”

“그럼 거지인 내가 내랴?”

“그럼 포쾌인 내가 내요?”

“당연하지! 거지보다는 포쾌인 네가 내야지.”

‘씨! 얘기가 그렇게 되나? 이 영감이 궁상맞게 생겨가지고 말은 무지 잘하네. 그래 내 금덩이를 보고 한번 내준다 씨!’

“알았소! 대신 그만 시키시오. 그리고 몇 개는 취소시킬 거요.”

“쪼잔한 놈! 온몸에서 돈냄새가 나는구먼. 몇 푼 가지고 치사하긴…….”

음식이 나오자 부리나케 손을 움직이던 궁상개와 유성탄은 어느 정도 배가 찼는지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궁상개가 은근하게 물었다.

“한 가지만 묻자. 이 거지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는데, 도대체 너 왜 갑자기 여기에 나타나서 이렇게 사방을 쑤시고 다니는 거냐?”

“영감, 나라의 비밀을 알려고 하면 다쳐요. 거지 짓이라도 오래 하고 싶으면 내 일에는 관심 끊으슈.”

그리고 유성탄이 은근하게 대답했다.

“나도 처음에는 니 말을 믿었는데, 아무리 봐도 나라의 일을 하는데 너를 쓴다는 것이 영 아니더라 이 말이야.”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아하! 이런 일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고급인력이라 이 말인가 본데 나도 그런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하지만 내 집안을 위해서 이 한 몸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맡은 것 아니겠소.”

“너는 정말 네가 고급인력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면 농담이냐?”

“내가 겸손하기는 하오. 하지만 아무리 겸손하다 해도 저절로 나타나는 그 특이한 능력이 어디로 가겠소. 내 겸손하게 다시 말하지만 나만큼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마 세상에 다시 나기 힘들 거요.”

“너 겸손이라는 말의 뜻은 아냐?”

* * *

“이놈의 영감 다시 또 만나기만 해봐라! 그때는… 에이 씨! 오늘을 내 평생 잊지 않으리.”

궁상개는 유성탄에게 뭔가를 알기 위해 다시 접근했지만 유성탄이 분명 무식하다는 것과 엄청 쪼잔한 놈이라는 것 이외에는 결국 알아낸 게 없었다. 그러자 궁상개는 ‘진짜 말 안 통하는 놈이군!’ 이라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사라져버렸다.

물론 금덩이는 남기고 갔다. 그런데 금덩이를 든 유성탄은 그 무게가 너무 가벼워 놀라 입으로 가져갔고, 금덩이는 유성탄의 입에서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가짜 금덩이였다.

유성탄이 급히 궁상개를 쫓아나가려 했지만 끈질기게 소매를 잡고 늘어지는 점소이 때문에 결국 음식 값을 물어주고는 나왔다. 물론 궁상개는 이미 사라져버린 후였다.

그리고 그날은 유성탄이 최초로 사기를 당한 치욕의 날로 그의 뇌리에 기억되어졌다.

* * *

“유성탄이 낭인칠웅의 맏형이라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유성탄을 떠나온 궁상개는 곧장 개방의 분타에 와서는 유성탄이란 이름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시켰다. 그러나 이미 유성탄이라는 이름을 분타주가 알고 있었다.

“마룡방에 상납하는 흑도의 도박장을 뒤집어 놓고 마룡방의 이 개 무력집단을 작살내고 그러면서 곳곳에 이재민들을 위해 금자 누천 냥을 기부했단 말이야. 칭찬받을 만한 행동이긴 한데 어찌 하는 행동은 완전 개차반인 거야?”

궁상개는 유성탄에 대한 정보를 읽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만나본 유성탄은 정말 쪼잔해서 누구에게 돈을 기부했다는 자체가 믿어지지 않았다.

“이놈이 정말 그놈이 맞는지 먼저 알아야 하는데 뭔 말이 통해야지. 하여간에 고놈이 뭔가 있긴 한데… 자식이 엄청 강하단 말이야…….”

궁상개가 운하현에 온 것은 독고표종의 짐작대로 마룡방과 구룡회의 전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그동안도 두 세력 간의 다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룡회의 순찰영주 임기만이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마룡방의 황룡대를 죽인 것이 드러나면서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싸움에 뜻하지 않게 개방이 끼어들게 되었다. 개방의 장로 중 하나인 부운신개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물론 사파 간의 싸움에 정파인 개방이 끼어들 이유가 없으니 그것으로 묻혀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상관세가의 상관무웅의 꼬임에 넘어가 그 일을 발설한 것이다.

문제는 꼬드긴 상관세가는 빠져나갔는데 그 덤터기는 개방이 쓰게 되었다. 구룡회에서 왜 있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서 자신들을 곤란하게 하느냐고 항의를 한 것이다.

궁상개는 부운신개를 믿었다. 하지만 목격을 한 것 이외에는 증거가 없었다.

당연히 마룡방은 부운신개의 말을 더 믿었고, 두 세력 간의 설전이 벌어질 때면 부운신개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었다.

개방에서는 이러다가는 괜한 사파 간의 싸움에 얽혀들 것을 염려하여 궁상개에게 직접 움직여주기를 바랐고, 궁상개는 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차에 놀 겸해서 운하현에 온 것이다.

운하현을 고른 것은 두 세력이 가장 첨예하게 다툼을 벌여온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갑자기 나타난 포천망쾌라는 포교에 의해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고 만 것이다.

신기하게 두 세력 간에 싸움이 일어날 만하면 어디선가 나타나 양쪽 세력을 따로따로 때려잡아 가지고는 현청의 옥에 가두었다. 궁상개의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 *

“용대철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반역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기 위해 사망회에 갔던 용대철이 돌아왔다는 말에 주소연이 반갑게 대답했다.

이미 동창이 나섰으니 그들이 사건의 꼬리를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주소연으로서는 그 전에 빨리 사건의 전모를 밝혀 황제에게 보고를 해야 했다.

“그러니까… 사망회는 반역사건과는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요?”

“예, 생각보다 열성적으로 조사에 응해주었습니다. 말로는 마약인지 모르고 돈을 받고 운반만 했다는데, 마약인 줄 몰랐다는 것은 거짓이 분명하지만 돈을 받고 운반만 했다는 것은 사실인 듯 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모든 열쇠는 그 낭인대장이라는 청담이란 자에게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낭인이라는 그자의 무공이 대단히 높았다고 합니다.”

“무공이 엄청 높은데 낭인을 하고 있고 일개 낭인이 무림 오대사파를 자신의 심부름꾼으로 사용했다! 이 말인데… 확실히 수상하군요. 그럼 그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셨어요?”

“오대사파답게 정보망이 대단했습니다. 운반만 하는 척하면서도 청담의 뒤를 나름대로 캤던 모양입니다. 사망회에서는 청담의 본거지가 절강일 거라고 하더군요.”

“절강이요? 가만있자… 황 장군! 신타가 말하기를 유성탄이 절강으로 갔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뭐야 그럼… 동창의 이목을 끌게 하기 위해 보냈는데 실지로는 우리보다 더 빨리 반역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거잖아요?”

“우연히 그쪽으로 갔겠지요.”

“아니에요. 유성탄은 청담을 쫓고 있었어요. 물론 그가 반역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쫓은 것은 아니겠지만 마약과는 관련이 있다고 알고 있더군요. 제 실수였어요. 낭인대장이라고 해서 그저 하수인에 불과한 줄 알았더니 핵심인물일 줄은 생각을 못 했네요.”

“그럼 어찌 하시렵니까?”

“절강으로 우리도 떠나야겠지요. 대신 저와 용 부장이 먼저 떠날 테니 황 장군께서는 서로군(西櫓軍)의 경혼 장군에게 감숙지방에서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곧장 군사를 이동시키라고 얘기만 하고 따라오세요.”

“알겠습니다. 신타께는 당장 전서를 날려 공주마마께서 그쪽으로 간다고 전하겠습니다.”

* * *

“도대체 니들은 할 줄 아는 게 뭐냐?”

사방을 돌아다녔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오살이 돌아오자 유성탄은 건수라도 잡은 듯이 타박을 했다.

“우리는 살수였지 정탐군이 아니에요. 우리가 살수행을 할 때면 청부 상대는 전부다 혈문에서 찾아준다구요.”

고화월이 반박을 했다. 혈점사가 나타난 후로 유성탄에게 계속 타박을 당했지만 이제 그 문제도 해결되었으니 더 이상 눈치 볼 이유도 없었다.

“뭐? 혈문에서 다 알아준다고? 혈문은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지?”

“그건 청부자가 죽이고 싶은 자의 행동양식을 다 알려주니까요.”

“별것도 아니네. 난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 줄 알았지. 청담 이놈만 잡으면 금자 삼천 냥에 집에 가서 성화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데 이놈을 어떻게 잡지. 아이… 씨!”

“걱정도 안 되세요?”

“뭘?”

“혈점사요! 그놈이 얼마나 지독하고 완벽한지 아세요? 분명 완벽한 순간을 찾아서 살수행을 할 텐데…….”

“별걸 다 걱정한다 넌! 나 유성탄에게는 약점이란 것이 없어. 나만큼 완벽한 인간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잘난 체는……!’

* * *

“아가씨, 오셨습니까?”

“그래요. 무슨 일 없지요?”

“일이야 전부 다 유 대형께서 만들고 계십니다. 오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운하현을 온통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 사람 특기가 그거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구요. 은밀하게 돕고는 있지요?”

“그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다음에 뭘 할지를 알아야 은밀히 돕든지 말든지 할 텐데 도대체 어디로 튈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하후란은 보고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유성탄에 대해서 그녀만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대책이 없으신 분이시던데 어떻게 같이 행동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사심은 없으니 다른 어떤 사람보다 믿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또 여자들 따라다니고 하지는 않던가요?”

“또… 요?”

* * *

“아 씨! 왜 자꾸 고 계집애 옷 벗은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지?”

유성탄은 주루의 식탁에 앉아 턱을 팔에 괴고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화설군의 벗은 모습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하여간에 여자 복이 너무 많으면 고뇌라고 하더니 내가 완전 그 꼴이구나.”

“또 무슨 짓을 했는데 고뇌까지 하고 그러는 거예요?”

‘얜 또 왜 나타난 거야?”

유성탄은 하후란이 눈앞에 보이자 억지로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

“웬일이냐?”

“아주 한가하시네요?”

“내가 뭐 바쁠 거 있나? 나는 언제나 느긋한 사람이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지 않나요?”

“내가 할 일? 나만큼 완벽하게 일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나보고 사람들이 포쾌 중의 포쾌라고 한다.”

“유 대형께서 청담을 잡으러 오신 거 아니에요?”

“아! 그 일? 내가 이미 사방에 그물을 쳐놨으니까 곧 잡힐 거야.”

“무슨 그물을 쳐놨는데요?”

“내가 일부러 사방을 들쑤셔놨거든. 조만간에 곧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거야.”

하후란은 유성탄의 말에 뜻밖이라는 눈으로 쳐다보며 반문했다.

“정말 그런 계획이었단 말인가요?”

“하하하! 그런 걸 사람들은 심모원려(深謀遠慮)라고 하지. 내 천재적인 머리로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지. 하하하!”

“정말 놀랍군요. 유 대형이 그런 생각까지 하시다니… 그런데 심모원려가 무슨 말인지는 아세요?”

“마음을 모나게 사용하면 먼 게 여기로 온다 이 말이잖아!”

“그걸 지금 맞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아니죠?”

“그러니까… 청담이 지금 청화루에 거점을 둔 게 분명하다 이 말이지?”

“그래요. 제가 가진 정보에 의하면 분명 청화루와 청담 간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어요.”

“내가 이미 그럴 다 알고 청화루에 심어둔 정보원이 있지.”

“그래요? 누군데요?”

“반교련이라고 가슴이 엄청 큰 여자 있어.”

“가슴이 큰지는 어떻게 알아요?”

“내가 만져봤지.”

말하던 유성탄은 하후란의 눈초리가 이상하자 급히 부언했다.

“확실하게 서로를 믿기 위해서는 육체 간의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거든. 내가 완전히 죽여놨으니까 이제 내 말이라면 깜빡해.”

“어떻게 죽여놨는데요?”

“그게 처녀가 듣기에는 좀 야한데… 그래도 말해줘?”

“됐네요. 그리고 아우들 걱정은 안 돼요?”

“걔들 걱정을 내가 왜 해?”

“아우잖아요?”

“걔들 호랑이굴에 던져놔도 살아올 아이들이야. 난 걱정 안 해.”

“잘났어요 정말!”

* * *

“분명 포천망쾌란 놈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이 약을 먹여라. 그럼 아마 묻는 말은 전부다 술술 불 것이다.”

청담은 약봉지를 하나 꺼내더니 반교련에게 주면서 말했다.

“상대하지 말라고…….”

“아직 그놈의 정체가 확실치 않아서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그놈의 정체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이상하게 사방을 조여오는 손길이 있는데 그놈이 가운데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그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내가 계획을 짜기가 어렵다. 너의 임무가 중요하니 잘해라.”

“알겠습니다.”

반교련과 청담이 밀담을 나누는데 송삼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주님! 그 자식이 또 왔습니다.”

“그 자식? 누구요? 설마 그 포쾌 놈인가요?”

“그렇습니다.”

“알았어요. 내가 간다고 그러고 밀실로 안내하세요.”

“알겠습니다.”

“호랑이도 지 말 하면 온다더니 그놈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송삼구가 사라지자 반교련이 청담을 보며 말했다.

“흠… 아무래도 양반은 못 되는 놈이군. 어쨌든 잘해라. 난 갔다가 내일 이맘때쯤 다시 오겠다.”

“이 약만 먹이면 술술 다 분다 이 말이지…….”

청담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혼자 남은 반교련은 약봉지를 들어서 냄새를 한번 맡아보며 중얼거리더니 치장을 시작했다.

* * *

“포천망쾌 그놈이 청화루로 향했다고…….”

삼대주 조은이 심하게 당했다는 말에 급히 운하현으로 온 화안태감 홍수동은 일대주 노진명의 보고를 들으며 수염 하나 없는 밋밋한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감숙에서 연락이 왔다. 엄청난 양의 마약을 유통시키던 놈들을 잡았다고 하는데 황궁에서 온 검찰관이 대단한 활약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단한 권한을 지닌 자인 듯 하다는데… 동창에서도 누가 감숙으로 검찰을 갔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서 감히 동창을 거슬리고 이렇게 비밀리에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노진명도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현재 동창도 모르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곳은 세 군데밖에 없다. 하지만 어디도 그런 간 큰 짓을 하지는 못한다. 사례감님께서는 아무래도 이곳의 명령을 받은 자가 아닐까 하고 있었다.”

화안태감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동창이 신임을 잃은 겁니까?”

“그럴 리야 없지. 하지만 뭔가 황상의 비위를 동창에서 건드린 것만은 분명하다. 그 포천망쾌란 놈이 황상의 어명을 전하는 황룡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강소성 위지휘첨사에 의해 밝혀졌다. 황룡패는 황상께서 직접 하사하는 엄청난 권한을 가진 패다.”

“그래서 조 대주가 당했는데도 손을 쓰지 말라고 하신 거였군요.”

“곳곳에서 뇌물을 받고 지방의 토호들을 괴롭힌다는 말에 위지휘첨사가 직접 군을 이끌고 잡으러 갔는데 그놈이 황룡패를 보여주었다. 조금만 일찍 알았어도 조 대주가 그런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인데… 좀 늦었다.”

“그 패가 가짜일 확률은……?”

“황룡패는 가짜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그자가 그것을 어떻게 가지고 있느냐인데… 현재로서는 그자가 감숙에서 왔다고 했다 하니 감숙에 나타났다는 검찰관에게서 받아냈다고 짐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리 우리 동창이라 해도 건드릴 수가 없지 않습니까?”

“직접적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조은이 그렇게 당한 것을 봐도 일개 포쾌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거기다 그자가 하는 짓도 이해가 안 가고… 무림인들을 왜 때려잡아 현청옥에 가두는지 알 수가 없어.”

“저희가 감시한 결과도 이상합니다. 뭔가 찾는 것 같기는 하다는데 찾아다니는 곳도 이상하게 여자 옷집이나 기웃거리고, 걷다가도 조금 예뻐 보이는 여자가 보이면 갑자기 그 뒤를 쫓아가고, 목적이 뭔지 뭘 하고 있는지 전혀 두서도 계획도 없는 것 같답니다.”

“분명한 것은 조은이 십여 명의 동창무사들과 같이 그자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백대고수의 중간 자리는 차지하는 자의 실력과 맞먹는다고 봐야 한다. 바보나 좀 모자른 자가 그런 무공을 익힐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보이기 위한 연극을 하고 있다고 봐야겠군요?”

“그렇지! 문제는 그래서 그들이 얻는 것이 무엇이냐? 그걸 모른단 말이다.”

노진명은 화안태감 홍수동의 말에 잠시 대답을 못 했다. 그들에게 혼선을 일으키려면 굳이 지금 유성탄이 하는 식 말고도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

“예전에 사례감님께서 말하시기를 알 수 없으면 지워버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셨다.”

노진명이 대답을 하지 않자 홍수동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황룡패를 가졌다면 그자를 건드리는 것은 반역이 됩니다.”

“관인이 건드리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무림인들이라면 황룡패에 대해 모르니 반역이 아니다.”

“그렇다면 청부를……?”

“이미 청부를 넣었다. 아마 이삼 일 내에 그놈의 목을 가지러 사람들이 올 것이다. 우리는 그놈의 행동만 잘 감시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이미 위에서 결정한 일이라면 그냥 따르는 것이 동창이었다.

* * *

“송 총관, 이 방은 어째 좀 음침하네?”

송삼구가 유성탄을 밀실로 안내하자 유성탄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바꿔드릴까요?”

“아니! 아니! 난 음침한 게 좋아. 이 방 내 취향인데 뭐!”

유성탄이 뭔가 기대에 찬 음침한 얼굴로 말하자 송삼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밝히기는… 하여간에 혼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건 아주…….’

유성탄은 자리에 앉자 먼저 포쾌 모자를 벗어 옆에 걸었다. 그리고는 느끼한 웃음을 머금고는 비스듬히 누웠다. 반교련을 한 번에 뻑 가게 만들기 위한 자세였다.

‘뭐야? 이 자식 미쳤나? 어디서 저런 미친놈 같은 자세를…….’

약봉지를 품에 간직한 반교련은 밀실로 들어오다가는 유성탄의 모습을 보자 속에서 뭔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얼굴에 저 징그러운 미소는 또 뭐야? 하여간에 별 짓을 다한다니까.’

반교련은 속으로는 짜증스럽게 중얼거렸지만 이상하게 진짜 마음은 유성탄이 밉지 않았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반교련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유성탄 옆에 앉더니 유성탄의 가슴에 손을 살짝 집어넣고는 쓰다듬으며 말했다.

‘히히히! 기다렸다고? 거기다 지금 이 행동에 이 음침한 방… 무슨 뜻인지 알겠다.’

유성탄은 희색이 만면해 가지고 다짜고짜 손을 반교련의 가슴에 집어넣으려 했다.

“아이~ 잠깐만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급해요? 먼저 한잔 하구요.”

반교련은 유성탄의 손을 살짝 밀치고는 술잔에 술을 한잔 가득 따랐다.

“자, 한잔 드시고!”

유성탄은 반교련이 주는 잔을 받고는 홀짝 마셔버리고는 다시 손을 가슴으로 가져갔다.

“아이 참! 무슨 술을 그렇게 냉수 마시듯 마셔요? 한잔 더 하세요.”

반교련은 두 번째 잔을 채우면서 약봉지의 약을 살짝 털어 넣었다. 예전부터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기 위해 많이 했던 실력인지라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약을 술에 넣을 수 있었다.

유성탄은 두 번째 잔도 홀짝 마시더니 물었다.

“그런데 여기에 집어넣은 게 뭐야?”

‘어머! 내가 그렇게 많이 약을 타도 아무도 눈치 챈 자가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호호호!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눈이 엄청 좋아서 사방을 한 번에 다 볼 수 있거든.”

‘미련한 거야, 모자른 거야? 봤으면 마시기 전에 물어야지. 마시고 묻는 거는 또 뭐야?’

“특별한 손님한테만 술에 타주는 보약이에요.”

“보약! 하나 더 타주라.”

술이 몇 잔 더 가고 유성탄이 약을 마신 지 이 각 정도가 지났다.

‘이제 약효가 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지?’

“정신이 없지요?”

“응! 정말 정신이 없네. 왜 이러지?”

“지금부터 내가 당신의 주인이에요.”

‘나의 주인? 얘가 오늘 뭔가를 확실히 보여주려고 하는 모양이구나. 히히히!”

“응. 교련이 당신이 나의 주인이야.”

‘됐다! 확실하게 제어가 된 것 같구나. 약효가 대단하다더니 정말 빠르구나.’

“그럼 이제부터 제가 묻는 말에 다 대답하셔야 돼요?”

‘드디어! 비밀이구나.’

“뭐든지 묻기만 해. 다 말해줄게.”

유성탄의 대답에 반교련은 약의 효력에 감탄했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포천망쾌라니까.”

“그거 말고 진짜 이름이요?”

“포천망쾌!”

반교련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청담의 말대로 술술 답한 것은 맞지만 원하는 대답이 아닌 것 같았다.

“여기에는 왜 오셨어요?”

“교련이 만나러 왔지!”

‘대답이 뭐 이래…….’

“그거 말고요, 이곳 절강 운하현에 온 이유 말이에요?”

“그건 극빈데…….”

“제가 지금 당신의 주인인 거 알지요? 그러니 지금은 어떤 극비라도 다 말해야 돼요.”

“가슴 한 번 만지게 해주면 얘기해 주지.”

반교련은 분명 약에 취한 자가 말하는 게 전과 비슷하자 이상하다는 듯이 유성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원체 미련해서 약효까지도 미련하게 받아들이나?’

“좋아요. 만지세요.”

반교련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청담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우선 가슴을 만지게는 해주기로 한다.

“자, 이제 말해보세요.”

“뭘?”

반교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이 자식은 약을 먹여도 약을 올리네?’

“극비 말이에요.”

“무슨 극비?”

“여기에 온 극비 말이에요!”

‘이크! 열 받았구나. 조심해야지.’

“이상하게 정신이 없어서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전처럼 밑에도 좀 만지면 안 될까?”

‘이 자식이 정말!’

반교련은 살기가 확 일어나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어차피 비밀을 다 알고 나면 약에 취해 정신이 없는 틈에 목까지 쳐버릴 예정이었다.

“알았어요. 만지세요. 하지만 이번에도 또 정신이 없다는 핑계로 딴 소리 하면 정말 국물도 없어요!”

“자, 이제 말해봐요.”

유성탄의 손이 위아래를 주무르자 반교련이 유성탄의 귀에 대고 다시 물었다.

“이게 황제하고 나밖에 모르는 극비거든. 그러니까 확실하게 비밀은 지켜줘야 해.”

“걱정 마세요. 오로지 저만 알고 있을 거니까… 읍!”

반교련은 말하다 말고 숨을 훅 들이마셨다. 유성탄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덮은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유성탄의 몸에서 달콤한 냄새가 그녀의 코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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