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황음삼마
“틀림없이 이쪽으로 향했다고 했단 말이지?”
“인상착의가 그자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라고 했습니다.”
화설군의 호위를 맡은 여인들은 천요궁에서도 알아주는 정예들이었다. 밖으로 나간 그녀들은 생각 외로 쉽게 유성탄의 행적을 찾아냈다.
원체 설치고 다니는 유성탄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곧 맹반규와 함께 운호의 송림으로 향한 유성탄 일행의 종적을 알아냈다.
당연히 화설군은 보고를 받자마자 당장 마차를 타고는 뒤를 쫓았다. 그리고 송림의 앞에 도착한 화설군이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물은 것이다.
“궁주님, 여기서부터는 마차가 들어가기가 힘듭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여기서 기다릴까요, 아니면…….”
교미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화설군이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기다리긴 뭘 기다려요! 감히 내 가슴을 만진 그놈을 하루라도 빨리 찢어죽일 거예요.”
이제 겨우 점심때가 지나가는 시간이었지만 송림 안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왜? 길 잃었어?”
“그게… 생각보다 송림이라는 곳이 굉장히 크네요.”
“그래서? 그게 길 잃었다는 말이잖아?”
“궁주님, 이 아이들은 추적에는 약합니다. 거기다 지금 이곳이 생각보다 어둡고요.”
화설군이 추적을 해 나가던 여인들을 혼낼 것 같자 교미향이 두둔해주었다.
“그럼 어떡하자는 거예요?”
“우선 밖으로 나가서 그놈이 다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송림이 이렇게 넓은데 어느 방향으로 나올 줄 어떻게 알고 기다려요?”
“하하하! 그래 우리가 여기에 있는데 나갈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
화설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교미향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더니 즉시 검을 빼들며 소리쳤다. 호위여인들도 화설군의 주위를 빙 둘러싸며 검을 빼들었다.
“하하하! 확실히 우리가 염복(艶福)은 있구먼. 오랜만에 나오자마자 이런 미인들을 무더기로 만나다니 말이야. 하하하!”
화설군 일행 앞에 나타나 자들은 모두 셋이었다. 모두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옷 색깔이 달랐다.
“황음삼마(荒淫三魔)!”
교미향이 그들의 옷 색깔을 보더니 놀라 소리쳤다.
황음삼마는 형제였다. 누구에게 무공을 익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두 백대고수에 들어 있을 정도로 무공이 강했다. 평상시에 그렇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명호에서 보여주듯이 너무 여자를 좋아해서 마인으로 분류된 자들이었다.
여러 차례 음행을 저질렀지만 원체 무공이 강해서 아무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는데 약 십 년 전 재수 없게 청성파의 여제자를 겁탈한 것이 걸리면서 무림공적이 되고 말았다. 이후 무림에서 그들의 이름이 사라졌었는데 갑자기 지금 나타난 것이다.
“크하하하! 역시 우리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십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우리를 기억하는 계집들이 있다니 말이야!”
황음삼마 중 대형인 계동국이 음침한 눈으로 모두의 몸매를 훑어보며 소리치자,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갑자기 우리를 이곳으로 보내서 약간은 기대를 하고 왔는데 봉을 잡은 것 같습니다.”
둘째인 계판국이 맞장구를 쳤다. 그들 말대로 그들에게는 아주 재수가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중원이 넓고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다고는 하지만 지금같이 미인들을 무더기로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만나기란 그리 자주 생기는 기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천요궁의 수석 당주 교미향이라고 합니다. 선배님들의 위명은 이미 들어 알고는 있습니다만, 여기에 계신 분은 천요궁의 궁주님이십니다. 선배님들께서 함부로 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저희도 선배님들과 시비 붙는 것을 원치 않으니 그냥 모른 체하고 돌아가시지요.”
교미향이 포권을 하며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원래의 그녀 성격이라면 당장 달려들어 목을 자르려 들었겠지만 황음삼마는 현재의 그녀들의 전력으로는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웠고, 그녀들의 장기인 옷을 벗고 유혹하는 방법은 궁주인 화설군이 질색하고 있어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천요궁? 하하하! 형님들 진짜 운이 좋군요. 천요궁이라면 우리가 어떤 짓을 해도 뒤탈은 없을 것 아닙니까?”
막내인 계성국이 아주 잘 되었다는 듯이 말하자 천요궁의 궁도들의 얼굴에는 살기가 나타났다.
요녀들의 집단으로 찍힌 거야 그녀들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말은 그녀들에게는 아주 듣기 싫은 말이었다.
하지만 교미향은 손을 들어 모두의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다시 말했다.
“그래도 무림의 대선배라는 분들이 후배들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군요.”
“우리는 너희들과 선후배가 되고 싶지 않다. 그냥 서로 껴안고 밤을 새우는 그런 사이였으면 싶은데… 너희들은 어떠냐?”
“둘째! 얘들이 천요궁의 아이들이라는데 뭘 그런 걸 물어? 잠시 후면 지들이 알아서 옷을 벗고 덤벼들 텐데!”
“맞습니다, 형님! 잠시 후면 모두 옷을 벗고 드러누울 것입니다.”
계동국의 말에 계성국이 크게 웃으며 맞장구를 치더니 야릇한 눈으로 모두를 아래위로 쳐다보았다.
화설군은 벌써 몇 번을 나서려고 했지만 교미향이 전음으로 말리는 바람에 계속 참고 있었다.
하지만 계동국의 말에 드디어 참지 못하고 성질이 폭발하고 말았다.
“다 늙어빠진 놈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우리를 전부 다 상대하겠다는 건지 한 번 보자!”
당돌하게 약간 쉰 듯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호위여인들의 사이를 빠져나오는 화설군을 보자 황음삼마의 눈이 둥그레졌다.
“형님! 세상에 이렇게 예쁜 계집이 있네요?”
“글쎄 말이다. 하늘이 우리가 그동안 너무 자숙했다고 이런 선물을 줄 줄은 정말 몰랐구나.”
말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아까와 같은 조롱기나 웃음기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입에 침까지 흘리며 화설군을 쳐다보는 그들의 이글거리는 눈에는 광적인 욕정이 보이고 있었다.
‘이럴까봐 궁주님께 나서지 말라고 한 건데… 결국 한판 싸움을 피하기는 어렵겠구나.’
화설군의 목소리는 신기해서 듣는 남자들마다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곤 했다. 그리고는 거의 다가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을 교미향은 벌써 여러 번 경험한 바였다.
“환상극락무를 펼쳐라!”
교미향은 그대로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는 시작부터 천요궁 최고의 절기인 환상극락무(幻想極樂舞)를 펼치기로 한다.
환상극락무는 화설군이 대단히 싫어하는 무공이었다. 그녀는 천요궁에서 자라오면서 여인으로서는 하기 힘든 야한 말이나 심지어는 남녀 간의 성을 묘사하는 말까지도 자유자재로 구사했지만 실지로는 굉장히 결벽한 데가 있었다.
환상극락무는 춤을 가장한 무공진으로 여자들에게는 별로 소용이 없었지만 남자들에게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진이었다.
상대를 가운데 넣고 그 주위를 돌며 옷을 하나씩 벗어버리는 여인들의 모습에 어우러진 진의 묘용을 합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지를 잃고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거기다 진의 위력 자체도 대단해서 여간한 문파의 검진의 위력에 절대 뒤지지 않는 진으로 약 백여 년 전에 당시 천요궁의 궁주였던 항아색녀가 진법의 대가였던 기륭자에게 무려 백 일간을 봉사하여 얻어낸 것이었다.
화설군의 눈이 쌜쭉해졌다. 천요궁이 새로 나려면 천한 무공이나 남들에게 요녀 소리를 들을 무공은 되도록 사용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녀 역시 황음삼마가 얼마나 고수인지 알 수 있었으니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 * *
“내가 졌소. 그만 때리시오!”
신나게 때리던 유성탄은 정일호의 목소리에 휘두르던 주먹을 딱 멈췄다. 때리지 말라고 때릴 것을 안 때리는 그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그만 때리고 싶어진 것이다.
“왜?”
“그대와 나는 아무런 원한이 없지 않소? 그런데 왜 그대가 이러는지 알 수가 없소이다.”
“오살이 내 부하들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오살은 그대의 부하이기 전에 혈문의 제자였소. 당신은 만약 당신의 부하가 문을 배신한다면 그냥 놔두시겠소?”
“응, 난 그냥 놔둬. 지들이 싫어서 나간다는데 그런 것까지 쫓아다니면서 말릴 시간이 없는 바쁜 사람이 나거든.”
보통 사람과는 다른 대답을 하는 유성탄을 보며 정일호는 그렇게 맞아 아픔을 느끼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끼고는 다 말을 이었다.
“형제 같은 문도를 죽이고 배신해도 말이오?”
“나한테는 안 그래!”
“그래도 만약 그런다면……?”
“그런 일 없다니까!”
“그래서 만약이라고 하지 않소!”
“나 유성탄의 인생에서 만약이라는 말은 없다!”
떳떳하게 말하는 유성탄을 보며 고화월이 자신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툭하면 만약 그러면 어쩔 건데 하면서 따지는 유성탄이 아니었던가.
‘조게… 씨! 혈점사인지 뭔지 그냥 풀어줄까? 저 고화월 좀 잡아가게.’
아주 작게 친 코웃음이었지만 유성탄의 귀를 피할 수는 없었다.
“좋소. 어쨌든 당신과 나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소? 그렇다면 이쯤해서 그냥 나를 풀어주든가 아니면 그냥 죽이는 것이 사나이다운 행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오!”
“참고 맞는 게 더 사나이다운 행동이 아닐까?”
유성탄의 질문에 정일호는 무심한 눈으로 유성탄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더니 다시 말했다.
“당신의 주먹은 어떤 고문기구보다도 더 아프오. 내가 참을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의 주먹에 결국 비명을 지르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치욕이 아니겠소!”
지금 유성탄의 손짓 한 번이면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정일호를 본 유성탄이 손으로 턱을 잡고는 잠시 생각하는 시늉을 하더니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
“우리가 대등하게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말해보시오.”
정일호는 유성탄이 자신에게 의견을 물을 상황이 아닌데도 유성탄이 묻자 역시 당당하게 답한다.
“십사란 놈들은 이미 죽었는데 굳이 너까지 죽을 이유는 없지 않냐? 너 역시 어린 시절 납치되어서 어쩔 수 없이 혈문의 살수가 된 처지이니 만약 네가 오살을 더 이상 노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그냥 보내주마.”
유성탄답지 않은 제의에 뒤에 서 있던 오살의 눈이 커졌다.
정일호의 성격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약속을 하면 지킬 것이니 지정우를 빼고는 정일호가 그러마 하고 약속만 해준다면 그들도 굳이 정일호를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들이 놀란 것은 평상시와 너무 다른 유성탄의 모습이었다.
“내가 약속하면 믿을 수 있겠소?”
‘아 그놈의 자식… 진짜 말 많네. 살려주겠다면 거짓말로라도 그러겠다고 하면 되지. 짜증나게 살려준다는데 뭘 따지는 거야? 에이……!’
“이거 하나 알아둬라! 네가 약속하면 내가 믿고 안 믿고 간에 너는 산다. 하지만 그렇게 못 한다고 하면 나는 너를 반쯤 죽여서 오살에게 그 처리를 맡길 거다. 당연히 죽겠지…….”
유성탄의 말에 정일호는 다시 한 번 유성탄을 쳐다보더니 한숨을 크게 내쉬면 대답했다.
“오살은 더 이상 노리지 않겠소! 하지만 이제부터는 당신을 노릴 것이오. 내가 세 번을 더 시도해서 역시 실패한다면 더 이상은 당신은 물론 오살 역시 더 이상 노리지 않을 것이오.”
“그럼 됐어! 가봐!”
분명 자신을 죽일 거라고 했는데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하는 유성탄에게 오히려 어리둥절해진 것은 정일호였다.
“방주! 혈점사는 엄청 위험한 자입니다. 지금 죽여버리면 간단한 것을 굳이 위험을 자초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지정우 역시 정일호에게 그냥 가라는 유성탄의 대답에 깜짝 놀라 끼어들었다.
“그럼 니가 죽여. 난 포쾌야 포쾌! 사람을 살려야 하는 게 내 직업인데 내가 어떻게 죽이냐?”
“진짜 포쾌는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은 진짜 포쾌야.”
상황에 따라 가짜 포쾌도 되고 진짜 포쾌도 되는 유성탄의 대답에 더 이상 혈점사를 죽이기는 틀렸다는 것을 느낀 지정우는 입을 닫았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소?”
정일호는 몸을 일으키며 유성탄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아이, 그 자식 진짜 말 많네! 그냥 죽여줄까!”
정일호는 유성탄의 말에 씨익 미소를 짓더니 몸을 날렸다.
지정우를 제외한 나머지 오살들은 정일호와 사이가 나쁠 이유도 없었다. 당연히 더 이상 자신들을 노리지 않는다면 정일호를 죽이자고 할 이유는 없었다.
“이제 니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놈을 치워줬으니까 더 이상 나 따라다니지 말고 빨리 청담이란 놈부터 찾아라. 내 생각에 저번에 갔던 그 이상한 골목에 그놈이 있었어. 그러니까 다시 한 번 가봐.”
“방주님은요?”
“내 천재적인 육감에 뭔가가 탁 떠오른 것이 있어. 나는 거기를 조사해볼 거야.”
“우리도 같이 가서 같이 조사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고화월 이거는 왜 자꾸 이렇게 따라다니려고 그러는 거야? 에이……!’
“지금 내가 가려는 곳은 무지 중요한 곳이야. 너희들은 못 따라와. 빨리 가봐.”
유성탄의 재촉에 마지못해 몸을 날리는 오살을 보며 유성탄은 급히 송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흐흐흐! 드디어 자유구나. 반교련, 기다려라! 며칠간 내가 모아 놓은 것이 있으니 오늘은 이백번을 채워주마.”
유성탄은 드디어 청화루에 갈 기회를 잡자 신나서 걸음을 옮겼지만 일 각도 안 되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씨! 실수다. 같이 밖으로 나간 후에 헤어졌어야 하는 건데…….”
마음은 급한데 길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유성탄은 길을 잃는 것을 무척 두려워했다.
유성탄은 땅에다 귀를 갖다 댔다.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은 상황에서 어디든 소리가 나면 그쪽으로 달려갈 생각이었다.
‘이 소리는 벌레 기어 다니는 소리고… 요건 동물 같은데… 응? 이건 뭔 소리지? 어디서 싸우나……?’
유성탄은 뭔가 어수선한 소리를 들리자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는 달려갔다.
* * *
황음삼마의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화설군을 제외한 천요궁의 모든 여인들이 자신들의 주위를 돌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옷을 하나씩 벗고 있었다.
그들의 실력이라면 천요궁의 여인들이 진을 형성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하여 진을 펼칠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고난 색마들인 그들은 말로만 듣던 환상극락무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그녀들의 춤은 그들을 황홀한 환상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물론 그들로서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황음삼마의 주위를 돌던 천요궁의 여인들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벗어든 겉옷이 춤을 추듯이 황음삼마를 감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형님, 드디어 시작인 모양입니다.”
완전히 넋이 나간 것 같았던 황음삼마였지만 운이 좋아 백대고수에 든 자들이 아니었다. 공격이 시작되자 곧 정신을 차린 듯 그들의 무기를 꺼내들며 받아쳐 나가기 시작했다.
‘역시 보통인 자들이 아니다. 이 정도면 여간한 정파인들도 넘어가거늘 색을 밝히는 자들이 넘어가지 않는다.’
황음삼마의 가벼운 손짓에 공격이 간단하게 무산되자 교미향은 그들이 완벽하게 환상에 빠져들지 않은 것을 알고는 다시 전음을 날렸다.
[이단계로 들어간다!]
교미향의 전음이 떨어지자 주위를 돌던 여인들은 휘두르던 겉옷을 날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들의 가슴을 두르고 있던 가리개를 떼어냈다.
겉옷이 자신들의 시야를 가리고 그 사이사이로 갑자기 여인들의 풍만한 가슴이 보이기 시작하자 황음삼마는 갑자기 흥분되는 자신들을 느꼈다.
“형님, 안 되겠습니다. 빨리 제압하고 시작합시다. 나는 흥분이 되어서리…….”
계성국의 외침에 계동국이 말했다.
“그렇다고 저 예쁜 몸에 상처를 낼 수는 없지 않느냐! 살살 다뤄라.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깨끗한 게 좋다.”
그녀들의 가슴가리개는 놀랍게도 아주 가느다란 철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들의 손에 잡히자 그대로 무기가 되었다. 거기다 출렁이는 가슴과 보일 듯 말 듯하는 유두는 그들의 정신을 빼 놓기에 충분한 무기였다.
“조심해라. 보통 천이 아니다!”
계동국은 자신의 가슴을 스쳐 지나간 가슴가리개가 옷을 간단하게 자른 것을 보고는 아우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생각보다 제법인데요.”
계판국이 자신의 도를 꺼내들고는 가슴가리개를 쳐 나갔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잘라버릴 생각이었는데 막상 도가 닿자 오히려 도를 휘감아 버리는 것이었다.
공력이 약한 상대가 자신보다 공력이 강한 상대의 무기를 잡는 것은 아주 위험한 짓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을 펼친 상황이었다.
계판국은 당장에 자신의 도를 휘감은 여인을 끌어당겨 제압하고 싶었지만 계속적으로 가슴가리개를 날리는 다른 여인들의 공격에 쉽게 상대하지를 못했다.
‘소문대로 대단한 고수들이다. 분명 우리에게 살수를 쓰고 있지도 않는데…….’
교미향은 아무래도 자신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일이 흐를 것 같지 않자 화설군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황음삼마가 그녀들에게 살수를 쓰지 않는 이유가 그들을 아껴서가 아님은 그녀도 알고 있었고, 만약 그들에게 제압당한다면 죽는 것보다도 더 못한 치욕적인 일을 당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궁주님, 우리가 이들을 상대할 동안 우선 몸을 피하십시오!]
[뭐야? 교 당주까지 합세했는데도 못 당해?]
[이들은 무림 백대고수에 다 든 자들입니다. 현재 우리 전력으로는 이기기 힘듭니다.]
교미향의 말에 화설군의 얼굴이 확 변했다. 너무 예쁨만 받아 철이 좀 없기는 하지만 그녀는 궁주였다. 궁도를 버리고 자신만 살겠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저놈들 꼭 죽일 수 있겠어?]
화설군의 물음에 교미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궁주님께서 도와주시면 이길 수 있습니다.]
[이기는 걸로는 안 돼. 꼭 죽여야 돼.]
화설군의 이어지는 전음에 교미향은 당장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천요궁의 제일 고수는 화설군이었다. 당연히 화설군이 돕는다면 이길 수는 있었지만 반드시 죽일 수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그게…….]
[알았어! 하지만 최대한 죽여야 돼!]
말을 마친 화설군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절 보세요.”
천요궁의 절기 중 하나인 교색음(嬌色音)이었다.
황음삼마는 화설군의 짤막한 소리에 순간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고는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화설군의 옷을 잡아당기자 순식간에 나체로 변하는 그녀였다. 옷이 아니라 긴 천을 옷처럼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황음삼마의 눈이 몽롱해졌다. 손짓 발짓 하나로도 상대를 혼몽에 빠뜨린다는 천요궁 제일의 색공인 색묘환희공(色妙幻嬉功)이 펼쳐진 것이다.
화설군이 꼭 죽여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아직 어떤 남자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그녀의 몸이었고, 자신의 낭군이 될 사람이 아니면 누구라도 자신의 몸을 보고 세상을 활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었다.
겨우 일 각도 안 되어 황음삼마의 몸에 수십 군데의 상처가 생겼다. 그들이 화설군에게 잠깐 넋을 잃은 사이 사방을 돌던 여인들의 가리개가 그들의 몸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치명적인 급소는 다 피하고 있었다.
* * *
‘우와! 이게 웬 떡이냐? 흐흐흐, 역시 하늘은 나 유성탄을 무지 예뻐한단 말이야.’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왔던 유성탄은 너무나도 자신이 좋아하는 광경을 보고는 숨이 콱 막히는 것을 느꼈다.
가운데에 볼품없는 늙은이 셋을 두고 너무나도 예쁜 여자들이 발가벗고는 팔딱팔딱 뛰며 돌고 있는 게 아닌가!
거기다 그가 그렇게 예쁘게 보았던 화설군이 완전 알몸으로 하늘을 뛰어다니고 있으니 그로서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떡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다.
“형님, 안 되겠습니다. 이 계집들은 좀 아깝지만 다 죽이고 저 계집만 데리고 놀지요?”
계판국이 그 와중에도 정신이 들었는지 커다랗게 소리쳤다.
화설군에게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계속적으로 천요궁 여인들의 공격은 그들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다.
“호호호! 저를 보라니까요!”
계판국의 외침이 나오자 화설군이 급히 교색음을 더욱 강하게 터트리며 온몸을 활짝 펼치고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색묘환희공의 최후의 단계로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어떤 남자도 여기에 걸리면 순간 넋을 잃고 쳐다보게 된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왔다갔다하던 유성탄의 눈에 정말 중요한 장면이 보인 것이다.
“우와! 다 보인다.”
한창 중요한 시기였다. 화설군이 색묘환희공의 마지막을 펼치는 중이었고 천요궁의 여인들도 전력을 다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때 들린 유성탄의 목소리에 화설군이 깜짝 놀라 정면을 보다가는 유성탄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그리고 순간 창피해진 화설군이 활짝 벌렸던 다리를 오므리면서 색묘환희공이 깨져버렸다.
동시에 황음삼마는 자신들을 괴롭히던 환상에서 깨어나며 화설군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우선 제일 예쁜 화설군부터 제압하고 볼 생각을 한 것이다.
“그건 안 되지! 다 늙은 것들이 욕심은 많아가지고.”
정일호와 싸우면서 익힌 몸놀림은 굉장히 유용했다. 황음삼마보다 두 배 이상 떨어져 있던 유성탄의 몸이 어느새 그들보다 먼저 화설군의 몸을 안은 것이다.
그런데 유성탄의 얼굴이 화설군의 가슴 사이에 껴버렸다. 그리고 두 손은 그녀의 엉덩이 양쪽을 잡았다.
“아악! 이 자식이 어디를……!”
유성탄에게 안긴 화설군은 잠시 멍했지만 곧 정신이 든 듯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실수야! 정말 실수야! 니가 갑자기 안기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라고!”
화설군의 비명에 유성탄이 그녀의 몸을 내려놓고는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잠깐만 기다려! 우선 풍기를 문란 시킨 이 늙은이들부터 처리하고 얘기하자.”
아무래도 화설군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유성탄은 황음삼마를 잡는 걸로 분위기를 바꿀 생각을 했다.
“니놈들은 지금 반역에 준하는 죄를 지었다. 그래서 본 포쾌로서는 아쉽지만 재미있는 구경을 이만 하고 죄인을 잡기로 결정했다.”
“이놈은 뭐야! 감히 우리 황음삼마를 일개 포쾌 놈이 잡겠다는 거야?”
“하하하! 몇 년 숨어살았더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놈들도 많이 생겼군요. 윽!”
빠악!
계동국의 말에 맞장구를 치던 계성국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갑자기 유성탄의 방망이가 그의 머리를 친 것이다.
“이놈이! 으윽!”
계성국은 머리를 만진 손에 피가 묻어나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자신의 손을 쳐다보다가는 살기를 확 일으키며 고개를 들었다. 남자들에게는 전혀 용서가 없는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고개를 드는 순간 다시 비명을 지른다. 다시 유성탄의 방망이가 그의 머리를 친 것이다. 그리고 이번은 상당히 아팠는지 비명소리가 달랐다.
빠악!
“이놈이!”
옆에 서 있던 계판국이 자신의 날겸(捺鎌)을 들더니 그대로 유성탄의 목으로 찍어갔다. 백대고수 중의 하나인 계성국이 전혀 낌새도 치지 못하고 머리를 두 번이나 얻어맞자 보통 포쾌가 아니라고 느낀 것이다.
“이 자식들은 이놈하고 무슨 원한이 있나? 왜 자꾸 이놈이 이놈이 그러는 거야!”
유성탄은 계판국의 날겸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데도 전혀 상관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드는 계성국의 머리를 다시 한 번 몽둥이로 내리쳤다.
빠악!
“꽥!”
그리고 계성국은 이름에 맞지 않게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너무 어이없는 일이었고 누가 들어도 믿지 못할 사건이었다.
“저놈! 그 포쾌 놈 맞지!”
어느새 화설군의 주위를 둘러싼 천요궁의 여인들 사이에서 화설군이 후다닥 천을 몸에 두르며 소리쳤다. 입에 약간의 피가 흐르는 것이 색공이 깨지면서 약간의 내상까지 입은 것 같았다.
‘아이 씨! 고 계집애 아직도 안 잊어먹었네.’
날겸이 자신의 목을 찌르는데도 여전히 딴 생각만 하는 유성탄이었다.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가슴을 잡힌 것이 겨우 반나절 전인데 벌써 잊어먹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놈이? 으윽!”
계판국은 자신의 날겸이 유성탄의 목을 정확히 찌르자 끝났다고 생각하고는 겸을 잡아당겼다. 이제 유성탄의 목은 반은 잘라져 덜렁거리게 될 판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겸이 움직이지 않자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다가는 겸을 놓고는 머리를 감싸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목으로 겸을 잡은 유성탄이 다시 몽둥이로 계판국의 머리를 때린 것이다.
“거참? 이상하게 대갈통들이 엄청 단단한 놈들이네? 세게 쳤는데 한 번에 안 쓰러진단 말이야.”
중얼거린 유성탄의 몸이 그대로 계판국의 몸 근처로 미끄러지더니 다시 또 몽둥이가 작렬하자 머리가 터졌는지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더니 계판국도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웬 놈이냐!”
계동국은 놀라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동생들이 누구인가. 비록 백대고수의 하위를 차지한다고는 하지만 그 많은 무림인 중에 백대고수에 든다는 자체가 엄청난 것이었고 그들이 그 많은 죄를 짓고도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 바로 그들이 자랑하는 그 무공 덕이었다.
“나? 방금 말했잖아! 백주대낮에 여자 옷을 벗게 만드는 이상한 재주를 가진 네놈들 같은 반역에 준하는 풍기문란죄를 짓는 놈들을 잡아들이는 포쾌라고. 하여간에 말을 못 알아들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유성탄의 말은 누가 들어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해력이 없는 놈들은 맞아야 돼!”
계동국의 반문이 끝나기도 전에 유성탄의 방망이가 다시 계동국의 머리에 떨어졌다.
하지만 전혀 준비가 안 된 사이에 당한 아우들과는 달리 계동국은 강적을 맞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어! 이놈은 또 다른 움직임을 보이네. 거참 무공이란 것이 어떻게 하나같이 공통점이 없는 거야?’
계동국이 자신의 절기를 펼치자 지금까지 상대한 자들과 또 다르다는 것을 느낀 유성탄은 계동국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며 상대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막무가내로 싸우지 않고 상대로부터 새로운 움직임을 배우는데 재미가 들린 유성탄이었다.
“짜식 변화만 되게 많지 척지경보다도 훨씬 약하네.”
어느 정도 움직임을 알자 더 이상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유성탄은 방망이로 계동국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십여 대를 머리에 맞은 계동국은 피를 철철 흘리며 다른 동생들과 마찬가지로 쓰러지고 말았다.
“너 이 자식 이리 와!”
다 때려눕힌 유성탄은 몸을 돌리다가는 화설군이 채대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그녀의 채대가 그의 목을 감은 것이다.
“으윽! 나 숨 못 쉬어!”
목을 감은 채대를 잡은 유성탄이 못 참겠다는듯이 힘껏 잡아당기자 얼마나 그 힘이 센지 채대를 잡아당기던 화설군의 몸이 그대로 유성탄의 몸으로 끌려왔다. 그리고 순간 유성탄의 입이 화설군의 입술을 덮었다.
잠깐 이상한 장면을 연출한 유성탄과 화설군은 입을 맞춘 자세로 서로 눈을 깜빡거리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악! 이 자식!”
유성탄은 화설군이 급히 입을 떼며 소리치자 급히 채대를 목에서 빼더니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내 잘못 아니야! 네가 달려들어서 입 맞춘 거야! 그리고 아까 거기 본 것도 나는 그냥 걸어오고 있었는데 니가 벌리고 덤벼든 거야! 나 잘못 없어!”
유성탄의 말은 변명이 아니라 그녀의 약을 더 올리는 말이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저놈 잡아!”
화설군이 독이 오른 목소리로 소리치며 교미향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교미향으로서는 지금 유성탄에게 덤빌 자신이 없었다. 황음삼마를 간단히 처리한 그에게 그녀들이 다 덤빈다고 이길 리 만무였던 것이다.
거기다 유성탄의 말대로 그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보기에도 모든 것이 우연이었다.
“벌써 튀는데요?”
“뭐! 이놈 거기 안 서!”
화설군이 수하들에게 유성탄을 잡으라고 소리치느라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에 유성탄은 이미 도망치고 있었다. 그런데 신법도 사용하지 않는 그의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으악! 저놈이 다 봤단 말이야! 거기다 이……!”
화설군의 악 쓰는 소리를 좋은 귀로 다 들은 유성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계집애가 예쁘기는 한데 성깔이 뭐 저래. 히히! 그래도 볼 거 다 봤다. 거기다 뽀뽀까지… 히히히! 오늘 재수가 엄청 좋은 날인가 본데…….”
* * *
“뭐라고? 우리를 돕기 위해 오던 황음삼마가 송림에서 시체로 발견됐단 말이냐?”
마룡방의 운하현 지부의 지부장인 동철마(銅鐵魔) 독고표종은 총단에서 큰 맘먹고 포천망쾌를 처리하라고 보내준 봉공인 황음삼마가 만나보기도 전에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말에 놀라 소리치며 일어섰다.
유성탄이 기절시키고 떠난 후 교미향은 황음삼마의 목을 잘라버렸다. 여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자들이 그들이었으니 살려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누구 짓인지는 알아냈느냐?”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 운하현에 황음삼마님을 이길 만한 고수는 개방의 태상장로인 궁상개밖에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궁상개와 싸울 일이 전혀 없습니다. 개방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송림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었고 그 시간에 궁상개는 다른 곳에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궁상개는 아니다. 그는 지금 의례적으로 마룡방과 구룡회의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온 것이지 누구와 싸우려고 들어온 것이 아니다. 먼저 시비를 걸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는 싸울 자가 아니다. 그리고 황음삼마 역시 궁상개를 만났다면 도망부터 쳤을 것이다.”
“그 당시 포천망쾌가 송림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포천망쾌! 그놈이 왜?”
“아직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합니다. 문제는 포천망쾌는 검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황음삼마는 검에 의해 목이 잘렸습니다.”
“이제부터 포천망쾌 그놈을 전담해서 감시할 자를 정해 하루 종일 따르도록 해라.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빠짐없이 감시하라고 일러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참 송림에서 기녀로 보이는 여인들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는 정보도 있었습니다.”
“지금 그런 것까지 보고할 정신이 있냐! 당장 꺼져라!”
동철마 독고표종은 계속적으로 생기는 안 좋은 소식에 화가 나서 소리쳤다.
“총단에 뭐라고 보고한단 말인가?”
독고표종은 수하가 나가자마자 걱정에 싸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