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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311화 (311/326)

311_FWX all along

궁극기가 일찌감치 소진된 두 팀의 싸움은 생각보다 꽤 길게 진행됐다.

“얘들아, 내가 잭쓰 잡아두다가..”

먼저 죽은 최은호를 뺀 나머지 FWX 선수들은 적을 추격한다.

바론 주도권이 없었던 스톰이 권건을 노렸고, 그 과정 중에 다수의 궁극기가 빠졌지만.

아슬아슬하게 잡아내지 못하면서 상황은 반대로 뒤집혔다.

카사딤.

혼자서 궁극기를 무한으로 즐기는 김예성이 적의 뒤를 매섭게 쫓고 있었다.

“라온, 라온, 라온, 라온!”

스톰에서 살아남은 것은 뒤늦게 합류한 탑과 궁극기 없는 정글, 그리고 미드와 서폿이었다.

“부왁! 찢! 애시 바로 밟아 죽이고! 계속 점프합니다!”

아니, 서폿도 방금 죽었다.

“왜 이렇게 잔인한가요, 라온! 이거 청불 걸리나요!”

그리고 대각선 벽 너머에서 다시 작아진 이유찬의 냐르가 부메랑으로 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 애들 진짜 빠르네. 내가 졔리를 했어야 됐나.”

딩거와 케틀, 지역 장악 조합으로 안정감을 만들었던 건 FWX의 바텀이었지만.

이제 힘의 균형은 상체에 넘어갔다.

자연스러운 턴 변경이다.

“정글아.”

할당된 바텀을 정리하고 빅 웨이브를 밀어 넣고 온 곽지운은 여전히 전장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넓은 강둑을 따라 뛰던 스톰 선수들은 정글로 산개한다.

이때쯤 권건이 하는 게 있다.

목표 핑.

“왜요.”

하지만 지금은 찍지 않았다.

그냥 합류를 위해 다시 뛰고 있을 뿐이다.

“삐졌냐?”

“아뇨.”

권건은 그냥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아까 예성이가 했던 말 있잖아. 너, 다르다고.”

전투는 단순해졌다.

이유찬과 김예성이 쫓고, 다른 선수들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빠지고 있다.

살아난 최은호는 달각거리며 우물을 벗어나고 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야. 달라.”

권건이 처음 FWX에 왔을 때.

인게임에서 가장 말을 못 하던 곽지운이 편안하게 말했다.

“왜 다를까?”

곽지운이 천천히 목표 핑을 찍었다.

권건은 군말 없이 같은 방향으로 간다.

지금 FWX에게 중요한 건 남은 적을 추격하며 소리를 높이는 게 아니다.

승리를 목전에 둔 감각이 짜릿하게 등을 훑고 있었고.

선수들은 시즌 최고의 승리를 앞둔 이 묘한 기분 앞에서 더욱 가라앉아있었다.

적이 멀어진 두 사람의 귓가에는 고요한 협곡의 소리와 나머지 선수들의 얕은 숨소리만 들린다.

“그래도 굳이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요.”

권건이 까칠하게 대답했다.

“이기고 싶지?”

주장도 단호하게 말한다.

“당연하죠.”

“나도 그래.”

곽지운 옆으로 합류한 권건이 묵묵하게 타워를 깎는다.

애석하지만 아무런 오더 없이도 모든 게 완벽한 상황이다.

이기고 싶어서 다르다.

권건은 평소보다 더 빡빡하고, 평소보다 더 세밀하며.

평소보다 훨씬 날카롭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게 오늘의 그였고, 다른 선수들이 본 요즘의 권건이었다.

“요는 이거야. 완벽한 거 좋아. 근데.”

권건이 위기에 처할 무렵 곽지운이 밀고 있었던 사이드로도 미니언들이 밀려들어 간다.

“너‘만’ 이기고 싶은 사람처럼 군다는 거.”

두 사람이 치던 미드 내각 타워가 소리 없이 무너진다.

정글러는 생각지도 못한 지적에 잠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박 감독의 감정 피드백 원칙.

불편한 기분이 든다면 그 감정이 앙금만 남기고 휘발되기 전에 바로 알려줘라.

곽지운은 정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눈치 빠른 선수들이 어디에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이상, 권건도 자기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권건이 생각하기에 그건 중요도 때문이다.

이제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진 FWX라는 팀.

LKL의 명예, 부흥, 팬들의 기대, 사랑.

무엇보다도 그에겐 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

어쩌면 악마의 말대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올해.

그리고 욕심, 두려움, 불안, 열망.

여러 가지가 뒤섞인 광기.

이게 절대 다른 선수들과 같을 리가 없다.

최소한 권건은 그렇게 생각했다.

“ㅡㅡㅡ ㅡ ㅡ ㅡㅡ! FㅡWㅡX!”

헤드폰 밖으로 작게 울리는 진동이 느껴진다.

“우리 지금까지 엄청 잘 따라오지 않았음?”

퇴각 신호를 울리지 않았지만 ‘알아서’ 합류한 이유찬이 주절거린다.

“다들 손목 빠지게 열심히 해왔잖아.”

큰 머리를 흔들며 뒤뚱뒤뚱 ‘알아서’ 뒤따르는 최은호도 거들었다.

권건은 숨을 참았다.

당장 어떤 대답을 해주기가 어렵다.

회귀자의 마음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낯설다.

이렇게 말하는 팀원들이 낯설다.

그냥 월챔 결승까지 졸졸 따라올 줄 알았던 말 잘 듣는 ‘친구’들이 낯설다.

다만, 그가 게임 속에서 이렇게 온전하게 다른 생각만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 나머지 선수들이 그렇게 만들어주고 있다.

“ㅡㅡㅡ ㅡ 하고! ㅡㅡ게 되면! 정말로! 코앞까지! 와있습니다!”

미드 억제기가, 사이드 억제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부서진다.

진동이 점점 커진다.

“같이 이기자.”

곽지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짊어지자고.”

최은호가 박은 와드 위로 눈부시게 텔이 꽂힌다.

끝까지 ‘스스로’ 스펠을 아낀 김예성이다.

“니가 여기까지 데려왔잖아?”

미드의 목소리는 조금 늘어지는 듯했지만 또렷했다.

부활한 적들이 애타게 달려온다.

아무도 핑을 찍지 않았고.

아무도 거기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같은 적을 노린다.

“이기고 싶은 거 똑같아.”

번쩍, 점멸이 몇 번 교차되면서 빛이 터진다.

하나, 둘.

셋.

“ㅡㅡㅡ ㅡ ㅡ짜 다, 왔어요!”

완벽한 호흡.

“FWXㅡ! ㅡㅡ를!”

솜털이 곤두설 만큼 확실한 예감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절대 다르지 않아.”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 우리는 이길 거야. 항상 이길 거야. 모든 순간이 완벽하지 않아도 결국엔 이길 거야.”

“이제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게 더 좋아.”

누가 말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마음을 열고.”

“시원하게 지랄 한번하고 가자.”

수도 없이 밀려온 미니언들이 시야에 가득한 탓일까.

“ㅡㅡㅡ ㅡ ㅡㅡ ㅡㅡㅡ!”

천천히 헤드폰 밖으로 묵직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우리 못 믿어?”

믿으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이 믿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못 믿느냐고 물어본다면.

이미 믿고 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 팀을.

잠깐 잊었을 뿐이다.

이 친구들을 믿었다는 사실을, 잠깐 잊었다.

닥쳐온 중압감과 급한 마음 때문에.

그리고 아직 깨닫지 못한 또 다른 이유 때문에.

그에게 이것보다 나은 선택은 없었고, 이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권건이 긴 침묵을 깬다.

“항상 이기고 싶다고..”

시야 안에 보이는 적은 없다.

바로 다음 말을 던진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헤드폰 너머 윙윙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등이 오싹해지는 함성의 진동이 사방을 울린다.

책상이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권건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제 이 선수들은.

그에게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

“탑.”

FWX의 정글러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진지하게 말했다.

“원코인 남았다고 게임 대충 할 거야? 놀러 왔어?”

“억. 인생은 언제나 즐겁..”

“바텀.”

한쪽 쌍둥이 타워가 무너진다.

쿵, 쿵, 쿵.

어디선가 아련한 진동이 퍼진다.

“퍼블 줬는데 게임 이따위로 할래? 평생 라인전만 하고 싶어?”

“아니, 이런 지랄을 하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내 감동 돌려줘요..”

나머지 쌍둥이 타워가 하나 더 무너진다.

공기의 떨림은 점점 더 강해진다.

“그리고 미드.”

에이스를 띄우고 돌아온 김예성이 넥서스에 붙는다.

“너 때문에 뒤질 뻔했잖아.”

“...”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의 감각이 극에 달한다.

정전기가 튀는 것처럼 피부가 오소소, 솟아오른다.

이건 인제야 무언가 통했다는 데에서 오는 감정인 건지.

승리에 대한 감각인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구분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남 탓을 배운 정글러?”

김예성은 참을 수 없어서 웃었다.

“좋은 거 알려줘서 고맙다. 앞으로 잘 써먹을게.”

권건도 참을 수 없어서 웃었다.

“우리 정글 다됐네.”

나머지도 참을 수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흐.”

다른 누구와의 싸움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쌓아온 FWX와, 앞으로 쌓아나갈 FWX의 싸움이었다.

“빨리.”

머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끈거린다.

핑 돌 만큼 짜릿한 감각이 목뒤를, 어깨를, 팔꿈치를, 손끝을 지나.

“깨?”

“..깨.”

넥서스를 두드린다.

“ㅡㅡ ㅡㅡ FWX!”

점점 바깥소리가 선명해진다.

아무도 전처럼 벌벌 떨지 않았다.

하지만 고요한 떨림은 있었다.

“결국에, 결국에! FWX가!”

그리고 닫혀있던 무언가가 깨지는 것처럼.

시야가 느려지고, 느려지고, 또 느려져서.

“넥서스르으으으으으으을!”

광기에 짓눌리던 정글러의 마음 어딘가도.

두드리고 두드린 사람들 덕에.

함께 금이 간다.

“파괴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끝내 산산이 조각나는 그 순간.

“하.”

숨이 터지고.

“새로운 왕조의 탄생!”

선수들은 헤드폰을 벗어던지자마자 천둥 같은 소리에 휩싸였다.

“올해의 마지막 LKL의 경기!”

대전의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함성과.

“지난 스프링 스플릿에 이어 또다시 돌아오고만 이날!”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내리는 애정 담긴 글귀.

“LKL 챔피언으으으으으은!”

“처음부터, 처음부터 모두 FWX였습니다!”

그 속에서 이제서야 서로의 진짜 눈을 마주 본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다.

“LKL all along, FWX all along! 이번 시즌의 주인공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그리고 이름이 호명됐지만,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FㅡWㅡX!”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FWX! FWX! FWX!”

이들의 우승을 예감이라도 한 것처럼 눈 앞을 가릴 정도로 많은 꽃가루가 쏟아져 내린다.

FWX의 색으로 허공이 물든다.

“봤지?”

누군가 권건의 등을 때리면서 외쳤다.

“봤잖아?”

다른 누군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오잖아!”

꽃가루가 얼굴에 닿는 순간, 협곡 안에서의 감정은 모두 잃어버리고.

“우리도! 할 수 있는 거 맞잖아! 너랑 같이 가려고! 여태까지!”

“계속, 계속, 너 혼자! 혼자 하려고! 혼자아아아악!”

“나쁜 새끼야! 우리도 사람이야, 사람! 으.. 으아아아!”

남았을지 모를 앙금은 기쁨 속에서 사라진다.

서로를 몰래 때리고, 기꺼이 맞는다.

“지난 스플릿의 왕이, 드디어, 한 해의 왕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앉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악!”

소란 속에서 권건이 작게 말했다.

“그만 울어.”

그는 불안하면서도 뭔가를 얻은 표정이었다.

“앞으로 매번 이렇게 울 거야?”

“건이 말 들었지! 다들 존나 챔피언처럼 행동.. 해!”

“닥쳐, 죄은호. 니가 지금 제일 심하게 우는 중이야.”

꽃가루가 몇 명의 콧물을 가려준다.

“얘들아!”

“감독님!”

하지만 이 자리에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만나는 순간.

“경기하다가 싸우면 어떡해!”

“안 싸웠어요!”

“김예성이 저 암살하려고 그랬습니다.”

“권건..!”

“이제 이르기까지?”

“바보같은 내 새끼들.. 그걸 변명이라고.. 이 철없는 것들.. 수고 했다.. 수고 했어. 진짜, 수고, 진짜로, 진짜.. 수고.. 많았다.. 진짜..”

“으, 감독님, 울지, 으.. 말.. 으.. 우리, 이제, 처음도 아닌, 으..”

“나는우리정글이탈주할까봐너무무서워서도저히보이스를들을수가없었다고미친놈들아!”

“상준아.. 끄흡.. 너도 바나나 처먹느라.. 고생했다.. 형이.. 너 많이 아낀다..”

“아, 진짜 최은호 그만 좀 울..라고!”

결국 대부분 엉망진창 못난 얼굴이 되어있었다.

“이 자리에 익숙한 척해, 빨리..”

이전만큼 펑펑 울지는 않지만.

다른 고비를 넘긴 것 같은 감각이 있었다.

두 번째 우승이라고 해서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다르지 않다.

이 어지러운 기분은 똑같다.

그리고 놓치지 않고 싶은 기분은 더 커진다.

“너나.. 제대로.. 해..”

한 방향으로 걷는다.

모두가 아는 그 자리.

여섯명의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이제는 익숙해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전보다 이 컵이 훨씬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높게, 더 높게.

더 높은 곳을 향해 들어 올린다.

선수들은 권건을 바라봤다.

권건은 고개를 들어 턱 끝으로 객석을 가리킨다.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그가 가리킨 곳을 볼 때.

정글러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다음 시즌에는 더 잘해라.”

권건이 이런 말을 한 의미를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겠지만.

“당연하지.”

“죽도록 하자. 다 같이.”

항상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던 선수들의 눈은.

이제 바로 앞에 앉아있는 팬들을 향해 있었다.

“아직 안 끝났다.”

“그래. 준비됐어, 권?”

그리고 이 광경을 잃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이지, 곽.”

불꽃이 터진다.

#

“우리는..”

불꽃의 그림자 아래에서 퇴장하던 스톰의 김 감독은 경기장을 올려다본다.

“우리가 도전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건 아닐까.”

FWX는 한 명의 리더를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다만 리더와 팔로워들의 온도 차이에서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 틀렸다.

전에 엿봤던 저 정글러의 눈은 틀림없이 두려움, 무거움에 짓눌린 광기였는데.

“챔피언.”

바로잡아줄 사람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권건이 스스로를 제어한 걸까.

어느 쪽이건 인제 와서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먼 과거, 한 명에게 과한 권한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고지식한 팀 스톰의 감독은.

이제야 자기가 꿈꿨던 게 저기에 있음을 알았다.

“이제 우리가 FWX를 따라가야 할 때인 거야.”

하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따라가면 될 일이다.

“이 코치.”

감독과 코치는 선수들보다 한 박자 빠르다.

“네?”

“올해, 시즌 오프는 없다.”

스톰은 성격 더러운 챔피언의 왕조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고.

가장 먼저 역모를 꾀하기 시작했다.

#

“와..”

여기에 고민하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

“내조나 좀 해보려고 했더니.”

기삿거리가 될 만큼 예쁘게 차려입고 온 김예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LOS를 모르던 시절에 봤던 것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본 경기는 아예 딴판이었다.

“우리 오빠..”

일에 온 정신을 쏟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눈빛.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짓는 저 표정.

“쉽지 않네?”

김예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날은 말끔히 개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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