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305화 (306/326)

305_예고

다음 날 이어진 두 팀의 경기.

결과는 FWX의 예상대로였다.

유니버스는 정규 시즌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톰의 벽을 넘지 못했다.

[ (LKL) 플레이오프 2라운드 대구 유니버스 vs 성남 스톰 ]

[ 다섯 세트 끝에 유니버스 ‘석패’.. ]

ㄴ 끼익!! 끼익!! 써머!! 써머형!!!

ㄴㄴ 끼이이이익! 아몰랑 르블란!!

ㄴㄴ 여름을 기대하라던 써머형은 어디로!!!

ㄴㄴ 써머는 잘했다.. 하지만 여름을 끝낸 것은 에프랑..

ㄴㄴ 아직 안 끝났어!!!!!!

스톰이 유니버스전을 맞아 주목한 점은 탑.

으라차차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유니버스 탑, 써머 최정인은 말 그대로 탑친놈이었지만.

스톰의 탑, 글로리 최영광 역시 폭풍 1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무력 타입으로 칼 대 칼의 싸움을 보여줬다.

하지만 1 대 1로 두 번의 세트를 거친 뒤 스톰의 대응이 더 빨랐던 게 승리 요인이었다.

몇 부딪혀 본 뒤 나머지 세트를 하체 싸움으로 돌린 것.

유니버스의 원딜은 킬샷 강은찬.

곽지운에게 지기 싫어서 땡깡으로 주장 호칭을 따낸 전직 트래시 토커.

서포터는 원딜에서 포변한 에프랑 이주원.

지금은 미라쥬의 왕지우, FWX의 유상준과 함께 사파 서폿의 선두 주자로 불리는 선수.

이 둘로 이루어진 유니버스의 바텀 조합은.

보살 멘탈로 유명한 원딜 강수달과 쓰러지는 배에서 탈출한 빅스 출신 서포터, 진주호의 단단한 조합 앞에 힘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2라운드가 끝났고.

“그래서 어떻게 될 거라고?”

“말해 뭐해요, 스톰이 이길 거라니까요?”

“유니버스가 이번에는 이기지 않을까요?”

또다시 똑같은 유스 논쟁, 스유 논쟁이 반복된다.

“아니, 맞아봤으면 상식적으로~”

“아니죠! 때려본 사람이 준비 더 잘 할 수 있죠.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 이유는.

“유니버스가 3라에서 미라쥬 패고 올라온 거 봤잖아요. 3 대 뻥. 조기 퇴근!”

“근데 미라쥬는 이미 탈진 상태였잖아.”

“왜요?”

FWX가 바로 이어진 3라운드까지 탈 없이 통과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FWX한테 개처맞아서.”

“오.”

그리고 스톰에게 진 유니버스 역시 3라운드에서 미라쥬를 이기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오늘 있을 경기에서 4라운드 패자 결승.

결국 스톰과 유니버스가 한 번 더 붙는다.

이제 FWX에게 남은 건 결승 대진뿐.

“그것도 진짜 멋졌는데!”

“우리 썩다리 형님.. 진짜 재수없다.”

마이크가 맞물린다.

이 방은 [(FWX) 지니의 게스트 밟?고 편파 예측 쇼].

FWX 소속 스트리머로 호화로운 게스트를 구성한 지니 강동흔이 이 방의 방장.

그가 대단한 성적을 남긴 건 아니었지만 곽지운이 인터뷰에서 롤 모델로 언급해준 게 유명세에 한몫했다.

“FWX 빔이 아프긴 해요.. 헤헤..”

“얜.. 진짜 왜 웃냐? 마조야?”

“건이한테 스틸당하고 나서 복권이라도 당첨됐나 보죠, 뭐.”

“근데 혹시 현직 선수가 당첨되면 팀이랑 나누나요?”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너네 혹시 방송 후원도 나누니?”

“아~”

“누가 얘한테 게임 말고 다른 것도 좀 가르쳐 줘라.”

“원래 애들이 현역 때는 애들이 좀 맑고 깨끗해.”

은퇴한 강동흔이 어깨를 으쓱였다.

“안 나눠요? 그럼 저는 건이 형님한테 좀 드리려고요. 제 행운의 수호신..”

개소리를 하는 첫 번째 게스트는 수원 해머스의 정글러 김흥민.

시즌 중간에 각성한 해머스 선수들은 모두 머리를 박박 밀고 남은 경기를 뛰었지만 플옵은 무리였다.

지금은 긴 휴가.

이렇게 선수가 타 팀의 전속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붐보이 건에서 빚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해머스 감독이 강하게 찬성해 만남이 성사됐다.

“형님이 받아주시겠죠?”

물론 개인의 팬심이 가장 컸다.

지금 권건을 만나는 건 요원한 일이니까.

“꿈도 꾸지 마. 걔는 그런 코 묻은 돈 안 받으니까. 나나 줘. 이 형이 받을게.”

“당첨부터.”

말을 딱 자르는 것은 부산 호넷의 원딜러 안우진이다.

안우진도 인연이 깊다.

강동흔이 선수로 뛰던 당시 곽지운과 함께 FWX에서 연습생 시절을 보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오히려 일찍 시즌을 마감한 호넷에서 꽂았기 때문이다.

팀 호넷은 콜라보라면 무조건 오케이.

모든 프로게이머가 경기력으로만 잘나가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모든 게이머가 실력으로 주목받을 수는 없다.

그들도 먼 미래를 생각하며 다양한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셈이다.

- (후원) 쟤들 누구임?

“아, 지금 막 오셨구나.”

강동흔이 시원시원하게 두 사람을 손가락질했다.

“쟤는 안우진. 믿을 게 얼굴밖에 없었는데 건이한테 밀려서 나락 갔고.”

“형!”

탈모가 걱정인 얼굴마담은 큰소리를 내면서도 카메라를 향해 잘생긴 표정을 지었고.

“쟤는 손흥.. 아니 김흥민. 스틸에 모든 스탯을 쏟아부은 해머스 공고 출신.”

“공고? 공고가 무슨 뜻이에요?”

빡빡머리는 맑고 깨끗한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동흔은 깔끔하게 소개를 마치고 손뼉을 쳐 편집점을 잡는다.

“자! 그래서 다시 돌아온 스유~ 대전!”

“잠깐!”

김흥민이다.

“유-스 대전이 훨씬 어감이 좋지 않아요? 여러분은 2위의 유니버스를 두려워합니까?”

- ?

- 뭔 쌉소리여?

- 아 쟤 유니버세리A 출신이잖아

- 첨 보는데?

- 벤치에만 있다가 갔으니까..

“넌 왜 그렇게 유니버스 편을 들어?”

“유니버스에 뭐 붙어있냐? 애들 충성심이 왜 이렇게 높아? 그.. 해설하시는 분 중에 한 분도 좀 그렇지 않아?”

- 유니버스는 자기 팀 진짜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임

- 그 이유는..ㅎ

- 써머형 혹시 여기도 봐? 나 김이삭인데 형 응원한다

- 보겠냐? 난 김웅기인데 솔직히 형 비호감이야

- 그럼 얜..

“유니버스, 좋은 팀이잖아요? 2위!”

- 레드넥이었구연

- 말넘심ㅋㅋㅋ

“저는 스톰.”

안우진이 피식 웃는다.

“강팀이 괜히 강팀인 줄 알아? 스톰이 얼마나 유서 깊은 팀인데.”

“그래서 너 팀 어디? 호..”

“뒤질래?요? 이번 시즌은 진짜 아칼린이 관짝 가서 그런 거라니까?”

한참 말씨름하던 세 사람은 결국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왔다.

“어쨌든.”

“네. 좋아요.”

안우진은 다시 집중했다.

시간이 참 빠르다.

곽지운과 동갑인 그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 예정이다.

대외적으로는 비밀이었지만 짐작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잘생긴 프로게이머 짤로 돌아다니면서 꽤 인기를 얻었지만 이것도 한철이었다는 걸 느낀다.

그러니까 남은 건 말발.

이런 자리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이쪽 업계에 비벼볼 자리라도 만들 수 있다.

“근데요~ 저는 정말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그러니까 일단 탄다.

“일단 우리가 뭐 유스, 스유 얘긴 난 잘 몰라. 어차피 우리 팀 아니잖아요. 난 호넷, 얜 해머스. 흥민이 너 유니버스에 미련 남았어?”

FWX 코인, 탄다.

“그건 아니죠! 저는 절대 해머스! 수원 해머스!”

“거봐요, 나도 그렇거든.”

안우진은 씩 웃었다.

“포인트 조건도 만족 됐는데 차라리 월챔 이야기를 해보면 어때요? 우리가 제일 먼저 이 이야기를 해보자고.”

“와. 그러니까 한국에는 FWX의 적이 없다?”

FWX 출신 방장이 기분 좋게 이야기를 받았다.

성공적이다.

“뭐.. 그렇다기보다는.. 아니 여러분, 솔직히 맞아 본 사람이 더 잘 알 거예요. 뭐 결과적으로 보자면 저희가 플옵도 못가고 그런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도 응? 프로게이머고. 보는 눈은 있잖아요?”

“그래서 형 몇 점인데요?”

“야. 김몬스 너 이번 시즌 POM 몇 점이야?”

“자자, 생계형 게이머들~ 지방 방송 끄시고~”

은퇴한 프로는 예리하게 칼을 들어 잡담을 도려낸다.

“하여간 유니버스 출신은 다 이상해..”

투덜거린 안우진이 바스락거리며 종이를 펼친다.

“중국은 4파전. 아마 이 네 팀이 올라오겠죠.”

“뭐 준비했어?”

“상하이의 SHG, 베이징의 BJE, 충칭의 CQG, 항저우의 HZ.”

“와. 진짜네. 프로게이머의 깜지? 이건 귀하군요..”

“썰 좀 풀어도 돼요?”

“해.”

방장 강동흔은 선뜻 히치하이킹을 승낙했다.

이 정도면 아마 호넷에서 준비시켜서 내보냈을 거다.

입 털고 오라고.

사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중국을 잘 모른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큰 만큼 리그 규모도 크고 팀이 많은데다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시차가 적은 편이어서 스크림에서 자주 만날 수 있긴 했지만, 정말 손꼽히는 강팀들은 만나기 어려웠다.

“사실 쟤네가 우리나라로 치면 사천왕 같은 느낌이긴 한데.. 최근 순위로 따지면 SHG랑 HZ가 제일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물론 인성.. 아니 음, 까칠한 것도 순위에 따라 다르고.”

물론 약속을 잡아놓고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노쇼도 비일비재했고.

천룡인 서버가 따로 있다는 사실 역시 선수들을 열받게 하는 점이다.

중국과 한국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깝고도 먼 사이다.

“최근에 CQG, 그러니까 LPL 정규 시즌 4위죠? 거기 탑 라이너가 인터뷰했는데.”

안우진은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거 봐요.”

“오. 잠깐만, 나 컴으로 좀. 기사네?”

[ CQG 탑 MingZ, “우리 미드(Bandit)에 탄식을 금치 못하겠다. 가능하면 그를 밴(Ban)할 것.” ]

해외 기사의 자극인 제목이다.

“센데?”

하지만 끝이 아니다.

“내용은 더 가관이에요. 보이시죠? ‘내가 저런 KDA였으면 자발적으로 일본 팀에 이적했을 것이다’.”

- 뭐야?

- ㄹㅇ 인터뷰? 동영상이네?;;;;

- 오피셜이라고? 이게?;; 대륙의 기상임?

- 존1나 안하무인;;

“이거 가짜 아니야. LJL에서 공식 항의했어요. 일본 무시하는 거냐고.”

“완전.. 몰랐네.”

해외 사정까지는 큰 관심이 없었던 두 사람이 얼빠진 표정으로 기사를 읽었다.

“‘우리 미드는 수치다.’, ‘ 너는 중국의 출산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 진짜 오피셜.”

“미친.”

“근데 진짜 웃긴 건 뭔지 알아요? 이슈 후 대응.”

“뭔데.”

“CQG 오피셜, 서로 친해서. 장난이었다.”

“?”

“장난이라고? 이게?”

실제 게시글을 보여주던 안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다음날에 서브 미드 기용함. 밴딧 선수한테 너 오늘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했대. 이건 당사자 SNS발. 10분 뒤 삭제됨. 실제로 경기장 안 옴.”

“와우?”

말이 되나?

감독, 코치, 단장, 다 뭐 해?

내가 CQG 버스 기사라도 말리겠다.

“근데 그날 질 뻔하고 다시 원래 미드로 되돌렸어요. 경고였던 거죠. 너 말고도 사람 많다 이거야.”

이 말을 듣던 사람들은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대륙.. 그곳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곳이다.

“그.. 예쁨받고 그런 사람들도 있잖아?”

“있죠. 딱 보이잖아. CQG 탑. 미쯔인지 밍쯔인지.”

안우진은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따거 잘 붙으면 좋죠. 거, 뭐야. 원래 저 CQG 미드 자리에 누가 있었어. 트릭스터 미드 그.. 리뉴, 채지한 선수가 있었던 자리잖아. 이 선수가 올해 운은 좀 안 좋았어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어요? 없지?”

- 아 우리 귀환자~

- 언럭키 미드라이너야.. 하필 트릭스터로 가서..

- 솔직히 잘하긴 해

- 진자 걔 중국에서 인기 많았지

“나 여기서부터는 뇌피셜이야. 알았죠?”

뒤가 없는 은퇴 예정의 선수는 책상에 턱을 괴고 말했다.

“스포하자면.. FWX는 진짜로 정말 많이 조심해야 할 거야..”

“구라핑 자제 좀.”

강동흔이 지적했지만.

“자! 여러분!”

안우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뼉을 치며 시선을 끌었다.

“지금부터, 전직 CQG 미드 채지한 선수가 한국으로 넘어 온 일이.. 자본주의의 한랭전선을 만나면서 어떤 태풍을 만들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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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X의 공식 채널에 다큐 시리즈가 올라왔다.

[ . | Wake Up, Get Up, Get Out There ]

그리고 그 아래에는 올 시즌 마무리에 접어 들어간 LKL발 구인 광고가 있다.

긴 여정, 끝없는 등반,

완전한 위험, 좁은 길,

기약 불가, 불확실.

성공 시 명예와 영광.

- 월드 챔피언십 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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