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294화 (295/326)

294_유통 기한?

펜타.

홀인원이나 3연타석 홈런과 비슷한 이야기일까.

그건 말이 쉽지 절대 뚝딱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말한 대로 실력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리고 결국 FWX는.

- UVS Summer (TOP) : 하와와! 시츄, 즐겜?

- FWX Chani (TOP) : 헤이! 치와와, 탑겜!

- ㄷㄷㄷㄷ 강아지 탑 듀오 친구 먹엇나

- 기어코 닿아버린 인연;

- 우주 최강자들의 싸움이다 채소 랭킹 쿵야 1, 2위를 다툰다;

드디어 팬들이 기대하던 유니버스를 만났다.

기대 경기였던 만큼 트래시 토크도 든든하게 준비되어있었다.

- UVS Rondo (JUG) : 좋은 경기..

- /애도

- zoe를 표합니다

다만 FWX의 입장이 많이 달라졌기에 전만큼의 임팩트는 없다.

- UVS Future (MID) : (상대 라온은) 좋은 선수죠. 근데, 글쎄요. 조금 묻혀가는 느낌이 있지 않아요? 미드는..

- FWX RAON (MID) : 배? 아프신 건? 알겠는데 복통을 느낀다면 병원 먼저 가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 UVS Future (MID) : 그래도 저희 유니버스는 팬 여러분의 끊임없는 사랑과 응원으로 점점 더 강해지고..

- FWX RAON (MID) : 저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언제쯤 강해지나요?

- UVS Future (MID) : ···

- 트래시 토크 담당일진 라온ㄷㄷㄷ;

- 캐스팅 잘했네;;

- 얘가 말을 이렇게 잘했나;;

FWX 선수들의 인터뷰 실력도 많이 늘었고.

- UVS Killshot (AD) : 형 얼마 전에 뒤주 들어갔던 거 아니었어? 언제 다시 나왔어?

선수들을 대하는 다른 팀의 태도 역시 많이 달라졌다.

- FWX seZa (AD) : 그 뒤에 더 큰 똥이 하나 와서 괜찮아. 걱정 고맙고~

- UVS Killshot (AD) : 글로벌 왕자님 꺾어버리고 내가 최강 원딜 되겠다 이 말이야~

- FWX seZa (AD) : 응원합니다. 5년 뒤에는 그 꿈을 이루시면 좋겠네요.

- UVS Killshot (AD) : 저 형(seZa)이 이래서 싫어요. 들었죠? 진짜 재수 없어.

- 당당하게 FWX 보험 드립치던 킬샷이 맞나? 가슴이 웅장해진다

- 쟤 왜 저렇게 세자한테 친하게 말함? 뭔 일 있었음??

- 몰라 세자가 LKL판의 은영누님이라는 말이 있던데

- 존나 미스터리네;; 킬쪽이 샛기;;

다양한 이유가 있다.

어쩌면 이 팀의 위상 때문일 수도, 개인의 인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 FWX GwonGun (JUG) :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유는.

- UVS Eprang (SUP) : 아.. 이거 왠지 불길한데.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유니버스가 그렇게 만만한 팀은 아니다.

1, 2위 정도의 최상위권에 있던 팀은 아니지만 상위권을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팀.

그리고 가장 많은 분석 팀원들을 거느린 능력있는 팀.

어쨌든 우리는 팀적으로 유니버스와 꽤 가까웠고.

선수들끼리도 친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일까.

“얘들아, 우리 오늘 경기에 내기도 걸려있다더라.”

경기 시작 직전, 감독님이 말했다.

“내기요? 갑자기?”

“이번 경기 지면 춤추는 영상 올리기로 했대.”

이것처럼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춤?”

“춤이요?”

“누가요?”

“개인 방송에서.”

“?”

“그런 거 처음 듣는데?”

“이거 유찬이냐?”

“그런 말 할 사람 유찬이밖에 없는데?”

“해명. 요구.”

근데 따질 건 따져야 한다.

“또유찬?”

이유찬이 몸을 꿈틀댄다.

내게도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처음 프로게이머가 되면 다들 땅땅땅빵이나 축구 선수 세레머니 같은 거 한 번씩 하잖아.

철없을 때는 그게 멋있는 건 줄 알고 하고 그러잖아.

그리고.. 그게 없던 일이 되더라도 내 마음속에는 평생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는 거잖아.

“정말이야?”

내 물음에 이유찬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나 아닌데?”

그럴 줄 알았다.

어?

“그거 저쪽 원딜이 걸고, 지운이가 받아줬다더라.”

“예?”

“쏘리.”

곽지운이 털털하게 웃었다.

“스스로 한 말은 책임져야 하는 거니까 오늘은 지운이가 무거운 짐 좀 짊어지는 걸로 할까?”

“아, 감독님까지 왜 그래요!”

“당연히 그럴 생각으로 한 말 아니었어?”

“그건 당연히 그렇.. 에이. 콜!”

“좋은 자세다.”

감독님 말이 맞다.

이기면 그만이지.

근데.

“형이 갑자기 왜요?”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뭐 이런 걸까.

“그게.”

곽지운이 살짝 목소리를 낮춘다.

“방송에서 하면 안 되는 말이 너무 많아서.”

오.

맞는 말이긴 해.

방송 금지어가 많긴 하지.

사생활 노출 안 돼, 비속어 안돼, 실수로라도 프로모션 선공개하면 경고.

누구한테는 쉬운 일이지만 어떤 사람한테는 꽤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요?”

잠깐 곽지운을 이해해보려고 했을 때.

“아무것도 못 하다 보니 좀 우울?해져서..”

순식간에 말에서 구라의 향기가 짙게 풍겨온다.

곽지운은 히죽 웃고 있었다.

“은찬이가 우리 팀 유통 기한 왔다잖아. 그리고 또.. 뭐.. 나도 건이 너 춤추는 거 한 번도 못 봤다는 생각이..”

역시 이유찬 짭이었음.

“주장 압수.”

“아 제발! 절대로 이긴다고!”

“감독님 말대로 책임져요.”

“오브 콜스! 와이 낫?”

그만큼 가벼운 분위기에서 시작된 게임이었다.

#

“행복한 토요일! 일흔 여덟번 째 경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네, 벌써 이렇게 시즌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데요.”

텐션 높은 해설진이 소리를 높인다.

“많은 분이 꽤 기다려왔던, 이제는 거의 2위가 확정된 대구 유니버스!”

“그리고 1위 확정의 대전 FWX의 경기입니다!”

“이 경기는 FWX에게는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기록, 유니버스에게는 정말 알박기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날입니다!”

“각각 밴픽의 성향을 보자면..”

첫 번째 세트의 밴픽은 끝났다.

“네, 먼저 블루 진영의 FWX의 경우에 제이슨, 세주, 리산, 바류스, 그리고 탐진치. 레드 진영의 유니버스는 요른, 자르반, 르블란, 아펠 쓰리쉬 조합이죠.”

“그리고 탐진치를 잡은 사람은 FWX의 사이다 선수입니다.”

두 팀은 쾌속 밴픽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무난하게 진행된 전초전이었지만 미드에서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다는 점이 달랐다.

“FWX가 상당히 단단합니다.”

“하지만 유니버스에도 탱커왕 요른이 있죠.”

“오늘 경기의 컨셉은 전체적으로 단단한 느낌이에요.”

“그렇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극후반까지 갔을 때 FWX가 뚫어내기 어려울 수가 있어요.”

“대신 중반부까지는 반대로 유니버스가 FWX를 뚫어내기 어려울 수 있겠죠?”

해설진은 빠른 말을 내뱉었다.

“밴픽에서도 서로 카운터를 시도하는 굉장히 촘촘한 진행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문제점이 발견되어 들어갔던 울라프의 글로벌 밴이 풀린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면 써머 선수가 울라프를 탑에서 보여주지 않을까 했던 생각도..”

“하지만 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보자면..”

“서로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가 될 것 같아요!”

화면이 바뀐다.

“지금부터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여전히 객석은 만석.

원래도 상위권 팀이기도 했지만 은근히 인기가 많은 팀인 유니버스 팬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 (UVS) 선생님이 좋아하는 사람을 물어볼 때면

친구들은 모두 아빠, 이순신, 세종 대왕을 말하곤 했다.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ㅡ

[ 유니버스 써머 ]

“얘야, 그건 누구니? 위인이니?”

아아ㅡ 모르는 건가

모두 되다만 인간들 뿐이다..

ㄴ 너 어디 가서 유니버스 팬이라고 말하지 마라

ㄴㄴ 일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 아ㅋㅋㅋ 우리 써머 무시하지 말라고ㅋㅋㅋ

ㄴ 사실 FWX랑 비벼볼 만한 거 이번 시즌에 유니버스밖에 없다 ㅇㅈ?

ㄴㄴ 1라 스윕 당한 팀이 ㄴㄱ?

ㄴㄴ 너네 본진으로 돌아가

ㄴㄴ ㅋㅋㅋㅋ 어이어이 [킬샷]도 잊지 말라고?www

ㄴㄴ 그치ㅋㅋㅋ 어떻게 뚫을 건데? 요른을 바류스로 어떻게 뚫을 건데ㅋㅋㅋ

ㄴ 오늘 밴픽 잘됐음 초반만 넘기면 그냥 바로 그냥 통곡의 벽 세운다

ㄴㄴ 또주아리? 어림없지 건신 딱 대ㅋㅋ

ㄴㄴ 딱 봐라 우리가 왜 전설인지 바로 보여줌ㅋㅋㅋ

FWX에서 휘두르는 무기 중 가장 큰 것은 밴픽 싸움이었지만 이제 슬슬 다른 팀들도 집중 연구를 마쳐가는 때가 왔다.

처음을 선점한 사람이 끝까지 손쉬운 승리를 차지하는 것을 가만두지 않는 게임.

그게 이 게임이 사랑받는 이유니까.

유니버스는 이 사실을 잘 아는 팀이다.

“어어어어?”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아슬아슬한 위기로 다가왔다.

“바텀, 바텀, 바텀에서어어어어어어!”

“밀어붙이던 사이다, 밀어붙이던 사이다가! 그랩 당하면서!”

“점화 마지막 한틱! 한틱! 한티이이이익!”

- ??? : 뿌린 대로 거둔다

- (그랩신) 잡았죠ㅋㅋㅋㅋ

- 탐치 지방 너무 잘 타죠ㅋㅋㅋㅋ

“잡아아아아아아 냅니다! 에프랑!”

“퍼블!”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한 유상준의 플레이를 역으로 이용한 좋은 플레이가 터지면서 바텀에서 주도권을 잃었고.

“첫 번째 용, 유니버스가 가져갑니다!”

“탑 써머의 요른이 지금 유성, 유성 요른인가요?”

“이러면 라인전에서도 좋은 플레이 펼칠 수 있습니다! 차니의 제이슨, 약점 노리는 게 쉽지 않아요! 노련하게 체력 교환하면서 귀환 강요하는 방식으로 시간 끌기 들어갑니다!”

“이 선수가 괜히 늙은 호랑이가 아니거든요! 써머!”

유니버스 탑에서는 시간 끌기를.

“리산과 르블란, 르블란과 리산! 이 구도가 리산이 카운터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정확히는 리산은 르블란의 안티 캐리 역할이고, 라인전에서 죽지 않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리산이 강점을 가질 뿐! 라인전 선공권을 가지는 쪽은 르블란입니다!”

“한타 페이즈로 바꿔나가면서 빛을 보는 게 리산인데, 그러다보니 라온이 어디로 가주기는 쉽지 않아요!”

“이게 유니버스의 노림수였나요?”

미드에서는 촘촘한 접전을 펼친다.

“지금 뜨거운 감자는 바텀이죠, 양 정글러 모두 바텀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득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는 동선이 강제되기 마련이다.

“어어어, 어어어어어어, 양 정글러 오고 있는데!”

“오고 있는데, 오고 있는데, 이거어어어어어어어!”

“바텀에서, 바텀 교전!”

“서로 잡아두려고 판단했나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아니, 아니, 아니, 일러요!”

“론도의 자르반이 권건 동선 방해하면서어어어어어어어어억!”

늘 그렇듯이 스노우볼이 구르기 시작한다.

“6, 6, 6레벨 기가 막히게에에에에에엑!”

“킬샤아아아아앗! 아펠, 아펠, 아펠 월과아아앙포화!”

“뻐어어어어어어어엉!”

“킬친놈 모드! 킬샷의 킬에 미친놈 모드 나왔어요!”

“공격적인 포지셔닝의 사이다 탐치! 또 한 번 쓰러지면서, 이러면, 바텀 주도권!”

“정말 완전히! 유니버스에게 넘어갑니다!”

공은 한 바퀴를 더 굴러 커지고.

“바텀 영향력 강화되면서, 정글러들도 최대한 해줄 거 해주고 빠졌지만! 이러면 용 쪽 주도권은 넘겨줄 수밖에 없죠!”

“아직 타이밍 안 왔어요, FWX!”

“이러면 두 번째 용까지 넘겨줄 수밖에 없겠는데요, 이거 상당히 타이밍 빠릅니다!”

“어려워집니다, 어려워져요! 절대 잊으시면 안 되는 게 유니버스에는 요른이 있어요. 이거? 계속 굴러간다? 그러면 뭐, LOS 할아버지가 와도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세 번째로 구르고 있다.

처음에는 괜찮지만 두 번째는 괜찮기 어려운 법이다.

두 번째가 세 번째를, 세 번째는 네 번째를 불러오니까.

가속이 붙기 시작한 공은 멈출 사람이 필요하다.

“뭔가 해법이 필요합니다, FWX!”

- 어? 왜 이렇게 어색하냐 이 상황?

- 나 분명 유붕이인데 이거 맞냐?

- 멍청이들ㅋㅋㅋㅋㅋ 너네가 이기고 있다고ㅋㅋㅋ

- 나 FWX 팬인데.. 팀 이름을 가리고 다시 봐봐 너넨 2위 팀이야..

- 오?

- 편 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하냐고ㅋㅋㅋ

그래도 의외로 FWX의 보이스는 침착했다.

“어떻게. 알았.지.”

“괜찮아.”

당황스러워하는 유상준을 곽지운이 달래고 있었다.

“그냥 관성 때문에 읽힌 거야. 연구 좀 했나 본데.”

“음. 오케이. 패턴. 바꿔.보겠음.”

다행히 유상준은 감정 변화가 크지 않은 편이었고.

“정말 춤추는 광대가 될 생각은 없어.”

농담을 던졌던 곽지운은 게임으로는 절대 장난치지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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