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_특별한 사람들
당신은 프로게이머 중 서포터를 몇 명이나 기억하는가?
팀명이나 원딜 이름과 짝짓지 않고도 기억나는 서포터가 한 세대에 세 명 이상 되는가?
서포터는 게임 내적으로도 그렇지만.
밖에서도 조금 다른 세상에 있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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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살고 싶었던 최은호가 처음 권건을 봤을 때는 괜찮은 유망주라고 생각했다.
먼저 말도 걸어주고, 제 시종으로 삼아 데리고 다니면 꽤 괜찮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었다.
그다음에는 반드시 내가 모셔야 할 주군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었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니가 뭐.. 감독님이냐..? 이런 걸 나한테 물어보고..”
최은호는 웅얼웅얼 말을 늘어놨다.
“잠은 내가 알아서 하긴 하는데 그래도 신경 써줘서 고맙긴 하고.. 이게 다 도움이 됐고..”
이번 티타임은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LKL 결승부터 MSL 해외 출장까지.
일정이 바빠지면서 한동안 티타임을 쉬었다가 돌아오고 나니 그 전과는 아예 느낌이 달랐다.
뭐가 다르냐고?
그때는 ‘올해 최고로 기대되는 팀’이었고.
지금은 벌써 우승컵을 두 개나 거머쥔 ‘초 슈퍼 울트라 월챔 우승 유력 팀’이니까.
대단하고 좋을 것 같지?
무겁다.
최은호는 이 기대감이 너무 무겁다.
최은호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유찬은 오로지 탑 또라이였고.
김예성은 제 자리도 내줄 만큼 심각한 정글 충신이었으며.
곽지운은 FWX라면 눈 돌아가는 팀 바라기, 유상준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이자 싸이코패스다.
공통점은 정신 차리고 보니 다들 잠재력이 폭발했다는 거다.
뭘 해도 될놈될이다.
그리고 명예에 목숨을 내놓은 것처럼 달렸다.
그 속에서는 최은호가 가장 평범했다.
한번 단단해졌지만 여전히 그랬다.
답답하고 병신같겠지만 그랬다.
그리고 재능도 티가 덜 나지만 노력도 티가 덜 나는 포지션까지 겹쳐서 더 그랬다.
“니가 그런 거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냐?”
한때 사람들은 그가 오만하다고 평가했지만 사실 그건 가짜 모습.
센 척해야 남들이 무시하지 않으니까.
그래야만 친구들 사이에서 밀려나지 않고 섞일 수 있으니까.
“잠은 내가.. 알아서 자면.. 되는데.. 내가.. 선배긴.. 하니까.. 나도..”
아직도 자존심이 남은 최은호가 쭈뼛거리며 반박하려고 했지만 권건은 그런 게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역시 선배.”
“아.. 아이씨..”
말로도 못 이기겠고.
“우승하니까 잠도 잘 오고 그래요?”
“...”
“마음도 편하고, 말도 많이 하게 되고?”
저 꿰뚫는 눈빛도 못 이기겠다.
나이도 분명히 제가 더 많은데도 그렇다.
최은호는 이 어색한 일대일 자리의 분위기를 떨치려고 몸을 툴툴 털었다.
벽에 장식된 MSL 포스터에 누군가 크게 X표를 그려놨다.
우승했다는 표시다.
게임 말고는 다른 부분에서 자신감이라곤 하나도 없었던 운 좋은 청년.
그리고 그가 꿈꿔보지도 않았던 자리와 대우.
그래서 최은호는 선뜻 인정하기로 했다.
“야! 권건!”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내가 말이 많은 건 이런 자리가 어려워서 그래!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너 눈이 너무 무서워! 그렇게 보지 마! 다 읽히는 것 같으니까!”
한번 쏟아내기로 마음먹은 말은 마구 쏟아져나왔다.
“너 진짜 중요하지! 너 때문에 우승한 거고 너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가 아니라 네 덕분에.”
친절한 정글러가 표현을 정정해줬지만 최은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원딜 탓, 정글 탓하던 때도! 윤도형 탓만 하던 때도!”
권건이 오기 전의 최은호는 오더를 두고 윤도형과 다퉜었다.
팀 분위기 주도권을 갖고 싶어서.
하지만 자연스럽게 오더를 권건에게 넘겨주고 경기를 승승장구하는 시기에도.
사람이 가장 센치해지는 시간에는 종종 자기가 왜 있어야 하는지 의심할 때가 있었다.
“이 빌어먹을 손! 이 거지발싸개 같은 손목이 병신이 됐을 때도! 폐만 끼칠 때도!”
그건 부상을 겪었던 때 가장 커졌다.
모두가 날 버리고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니라는 걸 이제 확실히 아는데도 그렇다.
이제 ‘FWX가 아닌 나’를 찾을 사람이 있을까?
1군 쪽에 오퍼가 들어오지 않았느냐고 물은 것도 그런 뜻이다.
진짜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누가 날 필요로 하지 않을까 확인만 받고 싶어서.
은퇴하고 스트리머로 잘 풀린 문봉구를 봤을 때도 그랬는데.
윤도형처럼 선수로 잘 풀린 케이스까지 보고 나니 더 복잡한 마음이다.
“사실 윤도형이 아니라! 내가 나갔어야 하는 게, 아니면 나도 그냥 유상준한테 완전히 자리를 비켜줬어야 하는 게! 그게 양보의 미덕이! 마, 맞지.. 않았을까..”
말을 쏟아내던 최은호는 제 입을 손으로 텁 막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 말은 좀 그렇다.
“씨이..바알..”
최은호는 욕을 잘 못 한다.
그냥 거칠어 보이고 싶어서 하는 것뿐이다.
“이건.. 취소..”
찌질한 모습에도 권건은 가만히 최은호를 보고 있었다.
어쩌면 조금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 열심히 하잖아요.”
“열심히? 열심히가 뭔데.. 열심히가 뭔데? 맨날 게임하는 거? 그건 남들도 다 하잖아..”
최은호는 고꾸라지듯이 자리에 앉았다.
남들이 들으면 황당한 얘기겠지만 그는 차라리 우승을 못 했던 때가 나았다.
부담감이 적었으니까.
칭송받을 때는 좋았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인생을 생각하면 겁이 났다.
산을 오를 때는 정상만 보면 됐는데 정상에 오르고 나니 고소공포증이 생겼다.
1년 사이 일어난 빠른 성공이라 더 그렇다.
그는 온라인과 가까운 만큼 하늘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전에는 몰랐는데 우승하고 나니까 우승이 무섭죠?”
“어. 무서워..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서.. 존나 무서워.. 너네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봐.. 개같아.. 남한테 내 인생을 거는 게 두렵고 끔찍해..”
서포터가 내뱉는 서포터 같지 않은 말에 권건이 웃었다.
“왜.. 왜 웃냐? 너는 내가 하는 말이 웃겨? 내가.. 내가.. 아.. 이 좆같은 열등감..”
평범한 청년은 얼굴을 가렸다.
“재능충 새끼들.. 너무.. 부러워.. 너넨 우승이.. 당연해?”
그도 잘 프로지만.
프로들이 서로를 평가할 때 재능을 9할로 두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다른 FWX 선수들에게 밀린다.
“나도.. 알고 있어.. 아나가 나한테 관심을 주는 것도 내가 FWX라서 그런 거라는 걸.”
영원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벽.
“FWX 맞잖아요.”
“근데 나는.. 그러니까 나는.. 내가.. 언제까지.. 여기 여기 있을 수 있을지를 모르잖아..”
최은호가 모르는 게 있다.
화려함에 열광하는 팬들 사이에서 인기는 없을지언정, 냉정한 선수 시장에서 그의 평가는 충분히 상승했다는 것.
스타성있는 픽을 보여준 유상준보다 최은호의 시장 가치가 높다.
서포터에게 필요한 건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기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마음.
그래서 멘탈 적성이 필요한 포지션이기도 하고, 의외로 정서적 불안이 많은 포지션이기도 하다.
앞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뒤에서 많은 걸 책임지는 포지션이니까.
서포터가 스트레스를 받아주는 역할이라는 뜻이다.
그런 면을 잘 아는 권건은 지금의 최은호를 괜찮은 선수로 평가했다.
“계약했잖아요.”
“계약 끝나면 어떡해?”
하지만 오늘의 최은호는 그저 할머니가 보고 싶은 손자였다.
“다시 계약하면 되죠.”
최은호의 눈이 흔들렸다.
“나는 못하면? 나 때문에 이번 서머랑 월챔, 우승 못하면 어떡해? 내가 진짜 혹시 갑자기 미쳐서 실수라도 하면.. 기껏해야 서폿 주제에..”
최은호가 느끼는 중압감이 느껴졌다.
잠시 권건의 눈빛도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승. 하면 되죠.”
깊은숨을 내쉰 정글러가 단호하게 말했다.
“미안해. 너한테도 예민한 부분인데.”
최은호는 고개를 털었다.
자기도 모르게 마구 쏘아붙였지만 이런 모습에 권건이 실망할까 봐 또 무섭다.
“내가.. 나약해. 너무 추하지.. 나는 순수하게 우승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내 과시욕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
이게 진짜 ‘우승팀 서포터’?
우승팀의 서포터란 좀 더 멋진 사람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순수하게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뭔데요.”
“...”
“그럼 유상준은 왜 데려왔어요.”
하지만 권건은 예, 아니오 대신 질문을 던졌다.
“그건..”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
그리고 침묵을 깬 건 말 많은 최은호가 아니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숭고한 직업 정신을 가지고 직업을 선택할까요?”
사회에서도 그렇다.
학벌이나 성적이 다양한 사람이 한 조로 섞여있을 때 그 중에서 한명이 열등감을 느끼는 건 충분히 있는 일이다.
다만.
그건 그 사람이 버스를 타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잘하고 싶어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과시욕으로 시작했으면 뭐 어때? 남들과 목표가 다르면 뭐 어때? 저라고 뭐 다를 것 같아요?”
권건은 알았다.
최은호가 실수를 두려워하는 것도, 유상준을 데려온 이유도, 부담감을 가지는 것도 전부 이 일과 팀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팀이 우승 좀 했다고 자기 혼자 최강인 줄 아는 쓰레기들보다는 훨씬 낫다.
“왜 그렇게 걱정이 많아요?”
권건은 정말 보기 드물게 다정한 말투로 다시 물었다.
그렇지만 네가 필요하다는 둥, FWX는 너를 버리지 않는다는 둥 듣고 싶은 말은 하나도 해주지 않았다.
인생을 책임져 줄 사람은 없다.
“괜찮아요.”
하지만 최은호는 오히려 이런 그의 태도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고개를 쳐들었다.
"으.."
사실 노력했다.
잠자는 시간도 줄이면서 챔피언 폭을 늘렸고 권건이 가르쳐주는 대로 운동부터 수면 시간, 공부.
더 늘어나지 않는 피지컬 대신 남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상대의 마인드나 심리적인 부분을 더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알아요. 잘하고 있어요.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잘 될 거예요.”
“...”
그는 열심히 산다.
자존감이 낮을 뿐.
“자기 삶을 잘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으니까.”
“...”
“제가 클래스라는 선수를, 압니다.”
최은호는 생각했다.
어쩌면 단지 이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짐을 들어주겠다는 말이 아니라.
잘하고 있다는, 노력을 알고 있다는 말.
서포터는 뜨겁게 울컥하는 마음을 말로 뱉었다.
“몰라.. 몰라, 아, 어엉, 씨발, 나도 몰라. 개같아.”
입에서 나온 건 한 번도 밖으로 꺼내 본 적 없는 소름 끼치게 평범한 욕심이다.
“나도 계속 우승하고 싶어. 아니, 계속 잘나가고 싶어. 존나 잘나가는 프로게이머 되고 돈 많이 벌어서 집 사고 땅 사. 은퇴하면 인기 스트리머 된 다음에 영상 하나 올릴 때마다 건물 하나씩 사고 싶다. 못 해본 거 다 해보고 하고 싶었던 거 다 하면서 살고 싶어. 그리고 돈 남으면 우리 형 다리 멀쩡해질 수 있게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싶다. 엄마, 아빠, 할머니 다 행복하게..”
정글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친구는요?”
넋이라도 나간 것처럼 말이 계속해서 쏟아져나온다.
“고운 여친 만나서 1년 연애한 뒤에 청담 팰리스에서 결혼식 올릴 거야. 아무 날도 아닌데 장미꽃을 사 들고 집에 가서 깜짝 놀라게 해줄 거야. 싸우고 화해했다면 그날을 기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맛있는 음식을 먹을 거야. 처음엔 많이 싸워도 나중에는 1년이 매일매일 기념일이 되어서 절대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살 거야.”
“로맨티스트의 삶이네요.”
권건이 웃었다.
“쩔지?”
“줄을 서겠는데요.”
“근데 왜 안 생길까?”
“글쎄요.. 몰라서 그렇겠죠. 공고라도 해볼까요?”
“그럴까? 근데 여기에 우승 스펙 더 붙으면 좋은 분들이 많이 지원해주시겠지?”
“좋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는 건 당연한 일이죠.”
“응. 맞아. 그럼 난 쩌는 사람이 될거야.”
최은호도 간신히 웃었다.
"완성됐네요. 좋은 인생 계획입니다. 완벽한 목표."
우승은 순수해야 한다고 반론할 줄 알았던 권건이 확인 도장을 찍어줬다.
알았다.
스스로가 명예에 대한 욕심보다, 자기 욕심이 많다는걸.
그게 썩 틀린 것도 아니라는 걸.
최은호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넌.. 안 무서워?”
권건은 잠시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숨을 골랐다.
그는 회귀를 거쳤지만 그렇다고 30대, 40대의 삶으로 건너가 본 건 아니다.
그러니까 좀 더 ‘일찍’ 알았을 뿐 ‘많이’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이 나이대의 청년이 두려워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
그리고 게임 속에서 그렇듯이.
반의반 호흡을 두고 대답한다.
“무섭죠.”
이어서 말이 나온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후회니까.”
최은호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시간이 묻어나오는 대답이었지만.
“후회..”
그는 게임 실력만 믿고 날뛰던 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미래에 대한 아무 생각도 없던 그때.
가장 즐거웠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
“중꺾마 기억나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턱을 괸 정글러가 고개를 저었다.
“형의 경우에는 좀 다르죠.”
“왜 나만 달라?”
최은호의 질문을 무시한 권건이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꺾여도 계속하는 마음.”
“...”
마음이 꺾였던 최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계약도 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돌아갈 길은 없다.
"뭘 해야 할지 알고 계시죠?"
명예롭게 우승하고 싶은 것도 열망이지만 열심히, 멋지게 살고 싶은 것도 열망이다.
“..후회 없이 살고 싶은 대로 살려면 우승해야지. 더 열심히 살아야지.”
“역시 선배.”
권건이 어깨를 으쓱였다.
“구라치지 마. 내가 뭐가 선배냐? 땅굴 파는 병신이지. 근데 나한테 동아줄을 내려줘? 새파랗게 어린 후배가 감히?"
최은호는 벽에 몸을 기댔다.
"절대 안 놓쳐.”
“곤란하네.”
권건의 대답에 최은호는 평소처럼 낄낄대며 웃었다.
“줄 잘 타는 것도 능력이야. 맞지? 원래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 평범한 사람이 꼭 있어야 하는 거거든. 안 그러면 천재 놈들이 세상을 뒤틀리게 봐요. 맞냐?”
“와. 너무 맞는 말씀.”
“내가 너무 찐따라서 미안해.”
“미안하면 더 열심히 사세요. 운동도 매일 나오시고.”
“매일..? 지금도 월화수목 나가잖아.”
최은호가 희게 질렸다.
“금, 토, 일은 날이 아닌가?”
“..아니, 아니, 아니.. 근데 내가 땅굴 찐따인 건 부정 안 하는 부분?”
권건이 왼쪽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린다.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줄 거지?”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제발. 너 지금 완전 큰형 같았다.”
"형이라고 부르실래요?"
"그건 절대 안 돼. 내가 너보다 빠른 게 데뷔 날짜랑 나이밖에 없단 말이야."
"그럼 그건 양보하겠습니다."
두 청년이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
"별말씀을."
"나도 너네처럼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권건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누구나 특별해요.”
“나도 그런 말 들어는 봤지.”
"그걸 누가 인증해주는 시스템은 없지만."
똑똑, 방 밖에서 짧은 티타임의 종료를 알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FWX는 더 특별한 편이죠.”
“맞지.”
두 사람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났다.
“근데.”
권건이 먼저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잡아주던 최은호는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중에서 제가 가장 특별할 뿐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누군가의 평범한 삶을 특별하게 만든 남자가 어깨를 쭉 편 채 당당하게 복도를 걸어간다.
“뭐..”
대답할 타이밍을 놓친 그는 얼이 빠졌다.
“역시 재수 없는 새끼..”
평범했던 최은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습게도 인제야 그의 곁에 선 것 같아서, 녹아내린 걱정이 흐를 것 같다.
결전을 앞둔 마지막 시즌이 코앞이었고.
우승으로 가는 길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