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273화 (274/326)

273_한여름 밤의 꿈

FWX의 속사정이 어떻든 게임 자체는 아름다운 구성으로 움직였다.

메타를 거스르고 타 라인을 완벽하게 버리는 이 전략은 분명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지만.

“탑이 왜! 여기에! 있어요! 탑이! 차아아아아아아아아니이이이이이이이!”

“프레디는 어딨어? 죽었어! 살아있는데? 아니, 저거 사이언 시체야!”

과거의 이런 유물을 철폐하기 위해 진행됐던 타워 강화 패치도.

“사이다에게 로밍을 배워왔나요, 클래스! 아직도! 레벨이! 6입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질 않아요! 이거 와드는 있어? 아님 본인이 와드야?”

“후자가 설득력 만점!”

라인전 개념을 안착시키고 그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기 위해 했던 노력도.

“대신 어느 정도 키워놓은 세자의 아펠이 바텀에서 쑥쑥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쪽에서 레벨 격차를 벌렸어요!”

“이 선수 진짜 안정적으로 잘하는 선수거든요! 몇 년 전부터 버티기로는 정말 세계 최고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 선수입니다!”

라인 체급 차이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G3의 바텀은 지원 없이 아펠을 끄집어내서 공략하기 어려운 상황!”

“다른 곳에서 눈을 뗄 수가 없으니까요!”

“문제는, 이 아펠이 결국에! 마지막에 미드로 합류를 할 건데! 그럼 어떻게 막을 건가요, G3! 어떻게 막을 건가요!”

“끌려갑니다, 끌려갑니다, 끌려갑니다아아아아아아아악!”

무엇보다 G3가 다른 곳에서 이득을 내는 게 아니라.

미드에서 응수하며 FWX를 따라가기 시작한 것부터가 패착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데이터가 부족한 신인 미드, 예상할 수 없는 플레이.

그걸 현장에서 바로 대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진짜 이거 거의 다 온 것 같은데요!”

원래의 조합대로라면, 혹은 다음에 다시 한다면 백 번 해서 한 번이나 성공할 지 모를 전략.

“이제 고작 16분!”

국제 대회의 최장 게임 시간은 100분에 육박했던 적도, 최단 시간은 20분 이하였던 적도 있다.

게임 시간은 선수의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메타나 아이템 가격 등락, 오브젝트 젠 타이밍의 영향도 크다.

그런 면에서 평균 36분가량의 경기 시간 세팅이 목표였던 이번 메타.

“아펠이! 미드로! 합류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악!”

“이거 진짜 옛날 스타일! 백 투 더 2011!”

그 절반 이하의 시간.

“영혼도 필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하나, 전령뿐!”

“권건 선수가 지금 뭘 들고 있죠? 지금 미드가 뭘 들고 있냐고요!”

“블루? 레드?”

“그거 말고!”

“전령!”

- 아ㅋㅋㅋ 포지션 바꿔도 전령은 절대 양보 못하지ㅋㅋㅋㅋㅋㅋ

- 욕심꾸러기같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이 정글이야? 응 정글이야ㅋㅋㅋ

- 라인 보내놨더니 진짜 다 가져가네ㅋㅋㅋㅋㅋ

- 순조로운 파멸 간다ㅋㅋㅋㅋㅋ

FWX가 쭉 밀고 나간다.

“지금부터! 이제부터! 미드에서!”

“불꽃놀이! 시작할! 거거드으으으으으으은!”

그 끝을 예감한 사람들이 들뜨기 시작한다.

“수습할 길이 없습니다! 지금 본진 너덜! 너덜! 해요!”

“남은 건 진격뿐!”

“너무 당겨도 안 되고, 너무 앞으로 나가도 안 됩니다!”

그때쯤이었다.

“진! 퉤에엣! 양! 난!”

한참을 끌려다니던 G3의 윤도형이 야무진 결단을 내린 게.

“가자! 쇼맨십에 미친 오랑캐 녀석들아! 마지막 싸움은 멋있게 가보자고!”

경기는 지고 있었지만 제법 신뢰를 얻은 윤도형은 다른 선수들이 알 수 없을 한국어를 외쳤지만.

“Gabozago!”

뜻 모를 말에는 엄청난 박력이 있었다.

FWX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혹시 도형이가 길을 열어주는 미친 짓을 하지는 않을까?”

“그럴 리가 있겠어? 상대는 윤도형이야.”

“역시 때려죽이는 수밖에 없겠다.”

성큼, 성큼.

송곳처럼 한 점으로 모인 FWX와 산개한 G3가 본진에서 만난다.

물론 남서쪽 G3의 본진이다.

“폴리!”

반가운 마음을 담아 두 팀은 돌격한다.

협곡 깊은 곳에서부터 바람이 분다.

어디선가 들리는 사이언의 엔진소리.

바람이 굽이치지만 불이 켜진다.

“양 팀의 MSL 결승 무대 마지막 격돌!”

불이 하나.

“G3! G3! G3!”

불이 둘.

“FWX! FWX! FWX!”

불이 셋.

라스트 댄스.

마지막 기력을 뽑아내 달려오는 사이언.

그 뒤를 요공이 그림자처럼 따라 들어오며 너울너울 흔들린다.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렇게 특수한 경우가 흔히 나오지도 않고.

이런 플레이를 FWX가 다시 보여주기도 어렵다는 것을.

이게 단지 한여름 밤의 꿈일 뿐이라는 것도.

그리고 현장의 뜨거운 함성 속.

송곳 끝에 서 있는 트타가 발을 구른다.

“FWX! FWX! Fire-works! Fire-works!”

함성은 변한다.

점점 응원은 물결을 타고 춤을 춘다.

한국인도, 외국인도, 팬이었던 사람도, 팬이 아니었던 사람도 상관없다.

“Fire-works! Fire-works! Fire-works!”

그냥 LOS 최초의 17 챔피언.

그 중 트타의 옛 모습을 보여준 FWX에게 바치는 답례.

해외 캐스터는 소리 높여 오늘 미드의 대사를 외친다.

“Wanna see the Fireworks?”

“불꽃놀이 보고 싶어요?”

그건 FWX의 팀명이었고, 미드가 된 정글러의 챔피언 대사였다.

“Yes! Yes! Fire-works! Yes! Yes! Fire-works!”

아차, 하는 순간 선형의 G3 스킬들이 허공을 가른다.

돌풍처럼 날렵하게 그것들을 피한 작은 몸이 하늘을 향해 한 줄기 로켓으로 치솟아 오른다.

“Yes! Yes! Fire-works!”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지나.

서로는 서로의 역할을 이해한다.

“Ready, aim..!”

“준비, 조준!”

해외 캐스터와 국내 캐스터의 외침은 다르지만 또 같았다.

함성을 타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포병이 공중에서 적을 노린다.

가장 후방의 상대?

아니, 가장 예쁜 각으로.

“Fire!”

“발사!”

총구가 불을 뿜는다.

커다란 대포알이 날아간다.

“BOOOOOOOOOOOOOOOOOOM!”

밀려난다.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리지널 미드와 탑이 적들을 하늘 높이 띄워 올린다.

다시, 떴다.

‘포병’이 빛처럼 다가간다.

미니언을 먹는 것처럼, 포탑을 때리는 것처럼.

포신이 터질 듯이 욱여넣은 딜에 폭발 화약이 달아오른다.

“FㅡWㅡX!”

날랜 돌풍같이 나타난 원딜이, 이제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모션으로 하늘 높게 뜬다.

그 순간 모두가 직감한다.

거대한 불꽃놀이가 벌어지리라는 것을.

달이 뜬다.

과거의 불꽃놀이 끝에 새로운 불꽃놀이가 터진다.

“폭ㅡ 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붉은빛의 폭발 화약이 터져나간다.

“ㅡㅡㅡㅡㅡ!”

그 위로 또 다른 불꽃이 터진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월광포화.

“뻐버버버버버버버버버어어어엉!”

푸른 빛의 화염포다.

화면이 푸르고 붉은빛으로 가득하게 터진다.

여름 밤의 화려한 불꽃놀이였다.

“근 5ㅡ 경기ㅡ 최단ㅡ! 19ㅡ 19분!”

불꽃이 일으킨 매캐한 연기가 시야를 가렸다가 밝아질 때.

“Fire-works! Fire-works! Fire-works!”

아지랑이 같은 함성이 피어오른다.

“Fire-works! Fire-works! Fire-works! FWX! FWX!”

자리를 바꿔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돌아온 지난 여름밤의 꿈.

하지만 달이 뜨고 졌으니 이 밤은 곧 지날 것이다.

“2ㅡ0ㅡ2ㅡ6! MㅡSㅡL 결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응!”

5월 말, 후덥지근한 곳.

계절이 일찍 찾아오는 곳.

“여기는 여르으으으으으으으음! 여름의, 대만입니다!”

전령이 춤춘다.

#

축제는 짧았고, 귀국은 빨랐다.

최근 가장 고점을 기록했던 국가가 불참했던 리그였음에도 불구하고 MSL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마지막 세트는 오랜만에 국제전 최단 경기 기록 TOP 5안에 갱신되는 경기.

특히 이 경기에서 누군가 크게 미끄러져서 일어난 일이었다기보다는 새로운 전략에 의한 것이었고.

4대 리그 중에서도 1시드로 올라온 팀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짧은 경기가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하이라이트 편집의 길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거의 풀로 올라온 결승 마지막 세트 영상 댓글에는 불이 붙었다.

- 뇌피셜. 권건 전략 알 것 같음

이번 결승 때 사용했던 고대 유물 챔피언들과 전략..

사실은 그게 시공의 열쇠였던거임..

글로벌 무대에서 보여줘서 앞으로 못하게 패치 시킴

그렇게 챔피언들 하나하나 너프 타락시켜서 영혼석 모은 담에 결국 자기만 최강 됨

ㄴ이 새1끼 미래에서 왔네ㅋㅋㅋ

ㄴㄴ 아ㅋㅋ 형 때문에 이제 못 하는 픽 많아졌다고ㅋㅋ

ㄴㄴ 초고교급 절망ㅋㅋㅋ

농담으로 말이 오갔지만 본사 밸런스 팀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 우리 팀 서브 낭낭하네

권건 미드로 돌려도 되고 하는 거 보니까 탑 가도 문제없을 것 같고 원딜 서폿 다 될 것 같은데?

ㄴ 시켜줘요 명예 탑

ㄴ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 탑으로..

ㄴ 서폿은 어캐 가냐

ㄴㄴ 리싱 서폿 어때?

ㄴㄴ 오

ㄴㄴ 그거 서폿 아니잖아.. 그냥 서폿 포지션에 간 권건이잖아ㅋㅋㅋ

그리고 ‘미드’로서의 권건의 플레이에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나치게 위험해 보이고 자극적인 그의 플레이는 쉽게 따라 할 수도, 같은 팀으로 만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ㄴ 권건 형이 정글 하는 이유 : 정글 돌 사람이 없어서

ㄴㄴ 다른 사람이 하면 자판기 됨

ㄴㄴ 라온이 미드 붙어있는 거 봤지ㅋㅋ 넘버원 충신이다ㅋㅋㅋ

ㄴㄴ 근데 형이 그냥 정글 돌아줬으면 좋겠어ㅎ

ㄴㄴ 제발 솔랭 영향력도 생각하고 해줘..

다만 전체적인 평가는 ‘권건식’ 플레이를 했다는 것.

이제야 FWX의 본색을 목도한 해외 포럼에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 LKL에서 나타난 ‘새로운 주류’ ]

다소 소극적이었던 한국 스타일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으며.

[ FWX, 글로벌 무대에서도 Gun’d. ]

새로운 전략에 대한 명명도 있었고.

[ ‘보여준’ FWX와 ‘불참한’ SHG. 어느 쪽이 위? ]

누가 진짜 세계 최강인지 빨리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FWX 권건(GwonGun), “(G3라는 팀과) 신나게 놀았다, 이번 리그 진행에도 만족” ]

[ FWX 김예성(RAON), “정글 포지션? 나보다는 정글러님이 정글을 돌아주시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 ]

[ FWX 권건(GwonGun), “다른 포지션? 아무래도 나보다는 라이너들이 라인전을 더 잘하지 않을까 싶다. 정글러보다는 라이너가 잘하는 게 당연히 맞지 않..” ]

[ FWX 곽지운(SeZa), “1, 2 세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

하지만 그중에서도 꽤 장시간 이어졌던 권건에 대한 인터뷰는 반응이 뜨거웠다.

[ G3 폴리(Poly), “이 선수와 세계 무대에서 만날 수 있어서 영광.” ]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 G3 아우로라(Aurora), “반년에 한 번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

경기가 끝나자마자 후련한 얼굴을 했던 선수도 있었다.

[ (공식) G3에서 RT, “Wanna see the Fireworks? (thumbs up) No, No, Yes!” ]

[ “We Only Live Once”, 욜로(YOLO)를 대신하는 WOLO ]

그리고 유쾌하지만 오만한 G3의 공식 채널 역시 FWX를 인정하면서 ‘반성문’을 써 올렸다.

@G3

GGun OP (X) FWX OP(O) :D

Our Mid-Mate GGun, PLZ DM! :Left Pointing Backhand: @G3

#He-Who-Must-Not-Be-Named #GG

ㄴ 뭐래?

ㄴㄴ 다음 월챔은 G3가 기권한대

ㄴㄴ 진짜???

ㄴㄴ 구라지; 너 그렇게 순진해서 세상 어캐사냐

ㄴㄴ 밖에 나갈 때 풀 플레이트 아머라도 입고 다녀라;

ㄴㄴ 걍 FWX OP라고ㅋㅋㅋ 다이렉트 메시지로 친하게 지내자고 ㅋㅋㅋ

ㄴ 얘네 뭔데 권건이 아니고 G건이라고 적냐?

ㄴㄴ 저주걸렸자너ㅋㅋ 작년부터ㅋㅋ 권건 못 부르는 걸로ㅋㅋㅋ

ㄴㄴ 그랬었음?

ㄴㄴ ㅋㅋㅋㅋ 맞아보니 권건이 아니라 지건이더라

ㄴㄴ 사실 G3은 Gwon Gun Great 가 아닐까?

ㄴㄴ OK :) Thx bro!

ㄴㄴ 아니;; 고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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