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Time On Target
FWX에 들어온 새로운 서포터, 유상준은 전 팀에서 자신의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야 관리.
시야 관리는 서포터 혼자 하는 게 아니긴 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원딜과 함께 하더라도.
원딜이 싸움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만큼은 서포터가 원딜이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을 꾸준히 신경 써 줘야 한다.
그래서 약점이라고 했다.
그는 아예 다른 장소에서 다른 플레이를 하고 있으니까.
시야가 어쨌건 구도가 어쨌건 여기서 원딜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유상준은 원소속팀이었던 제주 F.L.E 감코진과 함께 자신의 솔랭 동선을 면밀히 체크했다.
바텀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가 눈에 띄게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경우는 다른 라이너들이 자원을 나눠주면서 어느 정도 성장 지원을 해줬을 때다.
유사 정글.
고대 로머.
하지만 이 결과를 스크림에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실제 경기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를 위해 잘 맞는 원딜을 찾아 줄 수도 없었고, 다른 라이너 역시 바텀의 일은 바텀이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태도였다.
제주 F.L.E는 언제나 인게임 자원이 부족한 팀이었으니까.
시야 관리가 약점이란 말도 같은 식이다.
그도 프로 선수인 이상 시야 관리에 서투를 리 없다.
다만 전 팀에서 요구했던 것이 좀 더 클래식한 스타일의 서포터일 뿐.
관점의 차이.
결국 유상준은 야구로 치면 너클볼 투수와 같아서.
신조차 예측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깜짝 상자 플레이어임과 동시에 타격이 뛰어난 전담 포수까지 요구하는 가성비 나쁜 선수인 셈이다.
F.L.E에서는 그가 가진 센스나 반응 속도, 다양한 챔피언 숙련도를 높게 샀다.
2군으로 샌드다운 되겠지만 탑으로의 포지션 변경도 제안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유상준은 감독과 코치진을 찾아가 깊이 인사하고 작별을 결정했다.
그것이 그가 지정선수 특별협상 제도에 올라가게 된 계기.
인연이란 건 참 신기한 일이어서.
F.L.E 감독과 명상 수업 인연이 있었던 FWX의 최은호가 포함된 협상단이 사전 미팅을 진행했다.
믿을 수 없지만 FWX에서 콜이 오고.
유상준은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사실 ‘나의 게임’은 포기했다.
야구에서의 투수처럼 팀의 에이스 포지션인 것도 아니다.
고작해야 서포터.
아무리 인식이 개선된들 여전히 상대적 중요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포지션.
유상준이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눈치까지 없는 건 아니다.
몇 년 전, 같이 연습하던 친구들이 데뷔하는 걸 지켜보던 때 우연히 만나 여태 자신을 붙들고 있어 준 F.L.E가 고마울 뿐.
유상준은 자기 객관화가 빨랐다.
난 그 정도의 투자를 받을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나의 게임’은 포기하더라도.
‘게임’은 하고 싶다.
FWX 서포터가 건강상의 이유로 몸이 안 좋았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팽배했다.
그걸 위한 저렴한 보험.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돈 생각하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하지만 정작 권건을 봤을 때.
재밌지만 F.L.E에서 들었던 말과 똑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 탑이나 미드로 포지션 변경을 하지 않는 거지?
충분히 캐리할 수 있을 텐데.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높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궁금증을 권건에게 던졌을 때.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그의 대답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마치 자신이 아주 오랜 기간 고민했던 논제의 결론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
감독도 신기했고.
“그래. 상준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옆에 있는 원딜도 신기했다.
“가능?”
“당연하지. 넌 FWX니까.”
여기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팀.
그리고 해내는 팀.
“건. 내가. 세주.”
“그래.”
말주변이 없는 그가 AP니 AD니, 할만하니 마니 근거를 다 말하지 않아도.
“정글, 람블.”
“그래. 너니까 할 수 있는 생각이네.”
그래도 되는 팀.
“그게. 가능?”
“안될 것 같으면 왜 물어봤어?”
그렇게 쉽게 된다고 해주는 정글러가 없으니까.
평소에는 말이 없는 이 팀의 정글러는 항상 왼쪽 입꼬리를 올려 여유롭게 웃곤 했다.
“왜. 내가.”
“알지. 닐랴 옆에서 라인전 해보려고 하는 자세 좋아. 스왑은 네 장점이고.”
읽힌다.
“그럼. 너. 정글링.”
“괜찮아. 할만해.”
다 읽힌다.
“시야. 나. 부족.”
“시야 관리 잘하던데. 어차피 내가 다 가지고 있으니까 괜찮아.”
NO라는 대답이 없는 팀원에게.
난생처음으로 투정한다.
“게임. 말고는. 나. 할 줄..”
“게임만 할 줄 알면 됐지.”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게 다야?”
“어.”
“그럼."
"어?"
"이제 니가 잘하는 거 해.”
마지막에 권건이 웃었던가?
아니면 내가 웃었던 건가.
지나갔던 과거의 기억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곳은 협곡.
믿을 수 없지만 코끝에서 재의 냄새가 난다.
신문지 따위에 불이 붙었을 때의 매캐하고 따가운 냄새.
장작 위로 하얗게 풀풀 날아오르는 재를 들이켰을 때의 기분.
그가 태어나서 본 가장 큰불은 시골에 놀러 갔을 때 본 아궁이 속의 불이었지만.
어쩐지 지금은 정말로 협곡이 불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크아아아앙! 어쨌든 최강의 화염용이 울부짖어따!!!”
“트릭스터, 선진입!”
“카뮐의 마법 공학 최후 통처어어어어어어업!”
“진영 갈립니다!”
“어어어어어!”
“흐으으음!”
“흐으으으으응!”
개전.
- 적벽대전! 적벽대전! 적벽대전!
- 트릭스터! 트릭스터! 트릭스터!
- 3개 팀 삼분지계 가보자고! 가보자고! 가보자고!
불이란 건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면이 있어서.
새빨갛게 타오르는 그것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더 가까이 가고 싶어진다.
권건은 전장의 중앙에서 존야로 빈 시간을 만들어낸다.
유상준은 마우스를 꽉 움켜쥐었다.
여태까지 봤던 게임 중에 가장 구성이 아름다운 게임이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이 들어와 있다.
반 호흡.
느려터진 세주의 몸뚱이를 움직이는 가장 빠른 방법.
점멸.
“세주, 앞으로!”
순간적으로 궁극기를 의식한 나머지 적들이 측면 무빙.
하지만 진짜 목표는 그게 아니다.
슬쩍 같이 머리를 돌려주는 그 순간.
상대는 역방향으로 틀 수밖에 없고.
“나이스.”
그 틈.
자기 몸을 도움닫기 삼아 멀리 도약하는 당돌한 전사.
“닐랴, 닐랴, 닐랴 진입! 진입!”
타게팅과 의식이 갈리는 순간.
돌풍과 함께 원딜이 가벼운 몸을 날린다.
“세자의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희! 궁극의! 기쁨이여어어어어어어!”
“궁극기! 들어가면서! 질리얀 빨려 들어갑니다!”
“빅터르, 아펠 점멸 탈출! 빅터르는 아예 안쪽으로 돌파!”
“이거 권건 점멸 없거든요!”
상대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오우!”
다시 터치해서 앞으로 나아가면서 교대.
“쟈크, 날아요! 날아 들어갑니다!”
“진영 서로 교차합니다!”
이 조합의 메이킹 요원은 둘.
원딜과 나.
“정확한 타이밍, 빅터르 진입합니다! 람블 쪽 중력장!”
“지금 빅터르 광선이 우물 레이저는 아니어도 포탑 급은 되거든요!”
“스모오오올- 이퀄라이저!”
무거운 공이 구르듯.
관성처럼 정면을 보면서 달려 나가다가.
아군 정글러가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순간.
오늘의 역할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닐랴가 드리블!”
바텀이 메이킹을 담당한다는 것.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퇴색되는 특이한 원딜의 힘.
기형적 구조와 정상적인 게임.
“정글 지켜!”
얼마나 이상한 말인가?
원딜도 아니고, 미드도 아니고, 정글을 지키라니.
아, 알겠다.
내가 로머라고 평가받은 이유는.
게임이 답답해서 돌아다니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챔피언 폭과 정교한 스킬샷의 재능, 포지션에 대한 고집이 엉켜 남들에겐 마치 항상 서포터 주제에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것처럼 꼴사나운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란 것도.
하지만 이 팀.
이 팀의 비밀은 언제든지 누구나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
고지식한 원딜조차 자기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든지 선진입 포지션을 선택하는 팀.
다르다.
항상 약점 먼저 보이던 나도 여기서는 장점이 먼저 보인다.
그리고 오늘.
오늘 이 팀에서의 자신의 역할은.
밴픽에서는 특정할 수 없는 챔피언 폭과 유연한 스왑으로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는 ‘교란’.
“아펠 내가! 건이 지켜!”
게임 내적으로는 그 핵심 연결 고리가 무너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 ‘지원’.
주력 딜러 하나를 무력화한 원딜의 외침을 뒤로 하고 홱 돌아선다.
움직임은 빠르게.
팔은 느릿하게.
손에 들었던 얼어붙은 철구가 회전한다.
트릭스터의 주인공인 상대 미드를 향해.
빙글빙글.
비어있는 두 진영 사이.
적 질리얀의 뺨을 스쳐.
완벽한 최대 거리로.
- 파앙!
지원 사격.
“빙하 감오오오오오오오오옥!”
커버링 파이어.
“적주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스트라아아아아이크!”
순간적으로 깔리는 필드.
불의 대지를 순간 새하얗게 얼어붙게 만든 서리로 사방이 고요하다.
- 이게 닿아?
- 존나 신기하네 저거 되게 짧던데
- 세주 좀 치나?
- 정글인 줄 아란네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상대의 기계 팔이 냉각된다.
이곳에 있는 모든 적은 느려진다.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이명.
- 끼이이
이때 트릭스터가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일렬.
일렬을 의식해야 하는 건, 이퀄라이저 미사일 뿐만이 아니라.
“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
양손에 검을 든 탑 탓이었기도 하다는 것을.
모든 적을 베어낼 기세로 몸을 웅크린 검사가 돌격을 준비한다.
타오르는 것처럼 붉은 예상 궤적이 바닥에 드리운다.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권건을 타게팅 하던 모든 적이.
이 짧고 긴 시간 판단한다.
죽이자.
이퀄을 쓰기 전에 죽이자.
하지만 미처 어떤 행동을 하기도 전.
“굿..”
칼이 우는 소리.
그리고 강렬한 바람이 불어온다.
용 둥지 아래에서 위로 짓쳐 오르는 남동 방향의 바람.
“샷.”
“요내의 운며어어어어어어엉 봉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인!”
적들은 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한 번에 쓸려 하늘로 떠오른다.
검은 적을 한 자리로 몰아세운다.
마치 서로 연결이라도 되어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위로.
“슛!”
포격을 요청하는 외침이 터져나가고.
후욱,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신호와 함께.
“개문.”
진영 가운데에 있던 대장이.
“타임 온 타겟.”
왼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포격을 알린다.
“투하.”
- 쿠웅
“이이이이이이이이이퀄라이저어어어어어어어어!”
순식간에 표적지를 초토화하는 미사일이 하늘을 수놓는다.
다다닥, 포물선을 그리며 연달아 떨어지는 별의 낙하.
유상준은 이 끔찍한 광경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아군 오사 개념이 없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얼어붙었던 강은.
다시 한번 불바다가 된다.
“미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일! 동시이이이이! 착탄 사격!”
- 카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붐!
- 힛 댐! 핫 댐! 힛 댐! 핫 댐! 힛! 댐! 핫! 댐!
- 라ㅏㅏㅏ잇 댐 업ㅂㅂㅂㅂㅂ 프로토콜 뒤졌따
- 시벌 적벽대전인 줄 알았더니 왜 니들만 차세대 화기 쓰는데
- 일단 화공이긴 해
- 내가 천하를 배신할지언정 천하가 날 배신할 수 없솤ㅋ
- 아아 이것이 [역사개변]
- 손나w 지상 무기체계로는 세레브한 공중 폭격을 막을 수 없다뎃스우w
- 뭐? 삼분지계? 까고 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시대가 어느땐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UN가자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대장은 우리가 할게ㅋㅋㅋㅋㅋ
- 어어 본사는 FWX로 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x밥들아 우리가 캡틴 FWX다~~~
- “필연적 존재”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화력.
물 위에서도 꺼지지 않는 지옥 불.
그 위에서 연환계에 당한 적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
유상준은 활활 타오르는 전장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밴픽 중.
권건에게 긴급 요청을 해서 챔피언을 스왑하는 그 순간.
그가 바라던 그림이 바로 이것이라는 걸.
“호응, 호응 문제가 아니었어요! 호응 문제가 아니라!”
“이거 완전히 카뮐이 들어오는 각을 내준 다음에 반대로 치고 들어가면서!”
“그냥 FWX의 모든 선수가, 모든 선수의 스킬샷이 그냥 너무 깔끔했어요!”
“스킬을 피하고 받아내고 그런 부분이 아니라, 그냥 쓰질 못하게 만드니까!”
“이 전투! 처음부터 끝까지! 트릭스터는 원하는 진영을 만들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 남동풍은 없어
- 오나라도 없어
-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 카뮐 날아들어 갈 때부터 결과 얼리엑세스 당했어
- 세상이 트릭스터를 배반했어
- 얘 세상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단다?
아니, 이건 어쩌면 그가 그리던 그림보다 훨씬 화끈하고 시원한 그림이라는 걸.
“하하핫.”
간신히 다시 살아났거나.
“하하하하하핫!”
존야 상태로 굳어있거나.
“하핫, 으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핫!”
혹은 온몸이 산산조각이 나 있는 패잔병을 처치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가속 엔진을 달고 날아가는 최신 무기가 앞장서고 있으니까.
“뭐야. 왜? 상준이 왜? 얘 왜 웃어?”
“그만큼 좋으시다는 거지.”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
새로운 세상.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으하, 으하하하하하핫!”
올해 LKL 공식 표어, From the New World.
신세계로부터.
“무서운데. 형. 쟤 원래 저런 스타일이었어?”
“예성이 너도 저래.”
“내가?”
“어. ”
“내가 언제?”
“너 암살할 때 저렇게 웃어.”
“...”
“친구 만나서 좋겠다.”
그리고 연달아 칼춤을 추던 탑은 또 한 번 2025 트릭스터 마크를 띄워 올린다.
“별거 아니네, 트릭스터.”
그리고 그 마크는 이내 FWX로 바뀐다.
선수들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임 없이.
S를 눌러 멈춘 그 모습 그대로.
“게임.. 재밌다.”
“어.”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투가 모두 종료되어 환경음만 울리는 헤드폰 너머.
느닷없는 소리의 진동이 온몸을 감싼다.
“FㅡWㅡXㅡ!”
온몸에 갑자기 피가 돌며 허리가 똑바로 서는 느낌.
“FWX가! 에이스를! 띄워내면서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머리카락이 솟아오른다.
오늘 이긴 상대는 FWX가 과거에 패배했던 트릭스터.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유상준이 그토록 원했던 트릭스터.
하지만 지금 옛날 감정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거, 경기 종료 찬스!”
단순한 밴픽도.
한명의 화력도.
한명의 이니시도.
한명의 끝내주는 슈퍼 플레이만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었던.
그리고 누구도 쓸모없는 역할이나 희생만 하는 역할이 아니었던.
“FWX, 완벽한 경기력으로! 드디어!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끝내러! 갑니다아아아아아아아악!”
처음부터 끝까지 연환의 핑퐁.
교란과 지원, 이거야말로 자신이 생각하던 이 포지션의 핵심.
“나. FWX 서포터. 할래.”
유상준은 드디어 희열이라는 감정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