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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192화 (192/326)

192화. 폭풍을 부르는 자

FWX가 스톰을 박살 내면서 경기는 꽤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진짜 꼭 알아두세요.”

“뭐를요?”

“이거 진짜. 절대 메타 픽 아니야.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FWX 선수들이 오늘 살짝. 오늘 사아알짝 많이! 과감한 거야. 경고합니다! 예!”

“대충 솔랭에서 하지 말란 뜻이죠. 실섭과 경기는 버전이 다릅니다!”

해설진은 엄중하게 경고하며 다양한 분석을 시작했다.

“FWX는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베이거도 그렇고, 배인도 그런 편이에요. 말파도 좀 그렇습니다. 극초반부터 존재감 있는 챔피언은 절대 아니죠?”

“그렇습니다.”

“근데 보통의 볼베는 초중반에 강점이 있어요. 시팅을 많이 받지 않아도 되는 정글이고, 생각보다 딜도 좋아요. 대신 후반으로 가면? 존재감 줄어듭니다.”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권건 선수가 안정적인 정글링을 바탕으로 적당히 주도권을 잡아주고! 라인별로 버티면서 각자 도생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 흠

- 그래서 올타임 챔피언들이 존나 지겨움 존나 몇 개는 타노스했으면

- 속보) 이즈 제일 먼저 삭제 예정ㅋㅋㅋㅋ

- ㅈ됐네ㅋㅋㅋㅋㅋㅋㅋ 원딜 올삭

- 그렇게 차근차근 삭제해서 그브와 퀸이 바텀에서 붙는 날이 원딜 종말의 날이다

- 그것참 매우 두렵읍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 육각형이 사랑받는 게 당연하긴 함

일반적인 볼베라고 생각하면 나오지 않았을 구도.

탑이 이유찬이라고 한들 어지간한 상황에서 말파와 볼베 둘이서 킬을 딸 수는 없는 노릇이고.

베이거, 배인과 쟌나.

각 라인에서도 적이 나를 죽이라며 몸을 내밀고 다 맞아주는 게 아니라면 킬을 내기에는 만성적 딜 부족에 시달릴 수 있는 초중반.

“근데 완전히 뒤집었어요.”

“네. 맞습니다. 권건 선수가 딜러였습니다. 나머지는 초반 CC 셔틀이었고요. 정확히는 첫 갱, 그 후 첫 궁을 통해서 자기가 커버렸어요.”

그래서 생겨나는 단점도 있다.

“이건요, 위험한 행동입니다. 추천하기가 어려운 행동이에요. 돌아다녀야 하는 정글러 특성상 고립되기가 쉽습니다!”

“잘 컸다고 해도, 잘 클 수 있었던 이유는 극딜 트리 때문이니까요.”

“이러면 곰이 적들이랑 엎치락뒤치락 해줄 수가 없어요. 볼베가 말 그대로 돌아다니면서 적당히 살살 곰처럼 처맞다가 앞발로 뻥! 하고 갈겨주는 게 올바른 마인드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근데, 이건 꼭. 그러니까..”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이거 어디서 많이 봤죠.”

“예에. 보통 챌린저 부캐들이 내려와서 저희 티어에서 저런 거 보여주고 가요. 왜냐. 상대 움직임을 충분히 읽을 수 있으니까. 문제는 이러고 나서 그런 픽들이 광풍이 불거든요?”

“네. 틸론 정글 같은 건데요..”

“아,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하다.”

- 그래서 형 티어가 어딘데

- 응 너보단 높아

- 아니 내가 어딘 줄 알고 그래?

- 혹시 정인이 형이야?

- 아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인정이지ㅋㅋㅋㅋ

- 최정인이 이걸 어캐 봐 ㅄ들아ㅋㅋㅋ 유니버스 경기 곧 하는데ㅋㅋㅋㅋ

- 혹시 밈을 이해 못하시는?

물론 혼자서 캐리를 하거나 누비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FWX에서 권건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플레이.

솔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레벨의 협력이었기에 해설진은 이를 악물었다.

오늘 밤의 취미 시간을 모두 망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더 특이해요. 보통 ‘특이한 픽’이면서 자주 나오지 않는 챔피언들. 지금 메타에는 잘 맞지 않는 챔피언들을 보면, 극초반 이득을 보지 못하면 완전히 망하거나 아예 극후반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그런 것들이 프로씬에서는 치명적이죠. 예를 들어 극초반의 섀코, 극후반의 나서쓰.”

“그래서 망하거나 흥하거나인데. 이번 플레이는.. 이거, 진짜 코끝이 시큰시큰하게 저리지 않아요? 약간 지독하게 숙성된 것 같은.. 유럽산 치즈같은.. 냄새가..”

“국제전에서 황당하게 지는 경우가 이럴 때가 있어요! 평소에 생각하는 속도. 평소에 인지하는 챔피언의 딜. 그걸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도, 익숙하지 않은 건 다르니까요.”

“연습량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그냥! 시험 범위 바깥에서 시험 문제가 나왔다는 거예요!”

- 오

- 권 교수님.. 평가 빵점.. 빵점이오..

- 제발 괴롭힘을 그만둬주세요.. 이렇게 빕니다..

뉴메타에 대한 의심.

그래서 스톰이 안심한 면도 있었다.

중반 이후 적극적인 활동을 예상했었으니까.

순간순간 아이템을 확인했다고 해도, 바로 그것이 행동 요령이 될 수는 없는 법.

- FWX도 작년엔 거의 그런 픽만 했잖아

- 근데 재미가 없잖아ㅋㅋㅋ

- 재미라니 프로 게임인데 안정성 있게 해야지

- 아 넹. 넹. 꼰대님. 네넵!

“근데 항상 챔피언이 힘이 강한 것이 초반이냐, 후반이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프로씬에서 배인이 자주 얼굴을 보이지 않는 이유가. 뭐 초반에는 아무 힘도 없다, 그래서는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건 사실이에요.”

“배인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상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과.. 네, 여기까지는 어떤 팀이건 충분히 가능해요. 그런데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합니다!”

FWX 코칭 박스에서도 분석이 한창이다.

“라인 클리어 능력.”

최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신입인 문 코치에게 눈짓하자, 그는 빠른 속도로 이것저것 그려 나간다.

따로 꼬리표를 달지 않았을 뿐.

후임이 생긴 최수철 코치는 이제 선임으로서 좀 더 전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경기에 임한다.

탑 전담 코치라고 했지만 탑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했고.

“아. 그래서 지금..”

FWX는 ‘옛날 챔피언’의 발굴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한쪽이 눌리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권건의 주도하에 다양하게 진행되는 연구 중 하나는 곽지운의 시그니처 픽이 된 시비루의 카운터, 배인이다.

좋은 무기를 쓰기 위해서는 상대의 무기에도 조예가 깊어야 한다.

“배인이 자주 못 나오는 게 한타 기여도와 난이도 때문인 줄 알았는데.”

“음, 오히려 시비루 쪽이 압도적인 라인 클리어 능력을 가지니까. 장점의 승리지. 프로씬에서는 연속 솔로킬이라도 터뜨린 게 아니라면 라인전으로 게임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 근데. 오늘 우리 배인의 ‘용도’는, 다르잖아. 알지?”

“예!”

“야, 수철이 선배 포스 좀 나는데. 근데 문 코치, 그것도 알아?”

김한빛 코치가 놀렸지만 최 코치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경청하겠습니다?”

“배인이 못 나오는 이유는 더 있어. 유저들 사이의 인식 문제도 있거든. 원딜 선수들이 배인을 했을 때, 활약하고 이기면 ‘팀원들이 각을 잘 만들어줬다’. 활약하지 못하고 이기면 ‘배인 아니었어도 결과는 같았다’.”

“그럼 지면..”

“배인을 대체 왜 시킴? 감독 문제 있음?”

“어휴. 감코진 정말 힘들겠어요.”

“너도 이제 코친데.”

“이번 세트 제발 이겨라.”

스톰 역시 이런 점들을 모르지 않았다.

FWX가 킬을 따가더라도 살아있는 자연재해라고 불릴 수 있는 건 아직 권건 뿐.

이미 당한 이상, 당장 무력으로 대응하는 건 물 건너갔다.

그럼 권건을 태풍의 눈으로.

그러니까 그 주변을 무풍지대로 만들어버린다면?

“케낸, 리산. 최대한 라인 푸쉬 빡빡하게 하고 날래게 도망가.”

“한타는 바론 타이밍. 시야 관리 부탁해.”

스톰 선수들은 빠르게 상의를 마쳤다.

“위험하다 싶으면 텔 아끼지 마. 계속해서 안쪽으로 집어넣어.”

배인의 두 번째 단점, 라인 클리어가 느리다는 점을 노린다.

적에게 CC가 많다곤 하지만 스톰도 절대 적지 않다.

이리저리 빼서 돌리다 보면 반드시 약점이 드러날 것이다.

라인전은 강해도 운영에 서투른 팀의 경우, 자신들이 이겨놓고도 적들이 똑바로 대응하면 당황해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안 넘어가지.”

이제 FWX는 흔들리는 팀이 아니다.

“예성. 빠져. 라인 계속 받아먹어. 내가 백업.”

“오케이. 계속 무빙 칠게.”

후반.

권건은 오히려 타워링에 유용한 신규 아이템을 섞어 정글과 라인 백업을 서고.

“이거 완전히..? 자유자재로 역할 변동이 일어나면서?”

이제는 라인전 뿐만 아니라 다른 롤을 소화하기 시작한 탑은, 마치 정글러처럼 최소한의 템만 갖춘 뒤 돌아다니며 서포터가 시야를 잡는 데에 손을 보탠다.

서서히 성장한 미드는 이제 충분히 매서워졌고.

그 중심에는 탱템 대신 순간 폭딜과 기동성에 힘을 실은 뉴메타 권건이 파괴 전차처럼 움직인다.

오히려 탱템을 뽑아낸 건 원딜 쪽이다.

딜각이 나와야만 딜을 할 수 있다고 불리는 원딜은 오직 한타만을 보겠다는 듯.

어지간해서는 끊기지 않게 보험을 들었다.

몸이 약한 서포터의 단점은 강력한 주도권 하에 사라졌다.

“진짜.. 연구.. 해온 거였어? 저러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적이 끊어먹기라도 하기 위해 다시 라인을 밀어붙이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풀피리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정글에서는 미친 곰이 튀어나온다.

“또오오오오오오오오!”

- ㅈ나 요우무 이속 볼베 십

- 존나 저게 볼베야 틸론이야..! 제발 빌드 NTR을 멈춰주세요..!

- 아ㅋㅋ 이 빌드 좋다고 진짜ㅋㅋㅋ 함 무봐라ㅋㅋㅋ

- 약 팔지 마세요 아저씨 제발제발제바아아아아앙아아라

“찢어어어어어어요!”

“지금 곰이, 이게 운영이 아니라.. 그냥 사람을 찢는 식이잖아요! 절대, 절대 도망칠 수 없습니다! 지금 곰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챔피언이 없어요!”

“이거 방금 치명타죠? 크리티컬! 예상치 못하는 방향에서 폭딜이 다시 한번 터집니다!”

“콤보가 왜 저렇게 빨라요, 예?! 왜 이렇게 빠르냐구요! 저는 보지도 못했어요!”

데스 없이 점점 더 올라가는 챔피언 밸류.

전보다 훨씬 더 칼날 위에서 춤추는 것 같은 플레이.

지난 시즌까지 권건이 보여줬던 플레이가 팀원들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각을 만들어주는 스타일이었다면.

“근데 좀 권건식 볼베의 장점들이.. 보이는 것 같긴 해요? 전혀 튼튼하지 않아요, 근데 너무 날랩니다!”

이번 시즌은 달랐다.

알아서 백업하라는 듯이 혼자 달려 나가면.

나머지 팀원들이 어깨를 맞추며 달려온다.

“이동 속도가 충분히 확보되니까.. 이거, 고립이 아니라.. 곰이.. 워낙 빨라서..”

시간을 끌면 가능성이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빛이 보이지 않는다.

스톰 선수들은 갑자기 무언가 깨달았다.

“야.”

“그래.”

이렇게 체력만 소모하다 허무하게 무너질 거면 차라리.

“FWX..”

“그래. 쟤네 FWX잖아.”

우리가 선택하는 게 낫다는 것을.

한 단어가 그 전과 전혀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지만.

첫 세트부터 두 시간 가까이 그 압박에 시달려온 스톰의 선수들에겐 자연스러웠다.

식인 곰과의 숨 막히는 게릴라전을 이어가는 스트레스를 끝내 이기지 못한 스톰에게 남은 길은 하나.

“쟤네 바론 치기 시작하는 순간 바로 들어간다.”

승부수.

끝내 한타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스톰, 한타할 생각이죠?”

“진짜, 진짜 어쩔 수 없어요! 이미 게임 터졌단 말이에요! 지금 곰이 사람을 가지고 놀고 있어요! 이렇게 잔인하게 게임 하는 게 어딨나요, FWX!”

“옵니다.”

각 교전 속에서 몇번의 교환은 있었지만.

스톰이 권건에게는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 상황 속.

드디어 FWX가 바론을 친다.

“갑니다, 갑니다, 갑니다! FWX, 바론 칩니다! 이거 스톰에게 유일한 기회!”

“그럼 스톰은 누가 딜해요? 이거 바론이? 딜을? 바론이? 바론이 딜 해주면 이길 수도 있어요! 리산 패시브 터지기 시작하면 또 모르거든요? 에라! 모르겠다! 바론 형 믿는다!”

-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 제발.. 제발.. 칼부야.. 두꺼비야.. 전부 부탁해..

- 자연의 힘이여.. 우리에게 힘을 줘..

- ㅈ까고 있네

- 야.. 약자 멸시 그만해라..^^

- 시발시발 약팀 새끼들

- ?약팀?어느 팀 말씀하시는 건지?

- ‘약’한 팀 스톰 ‘약’ 파는 팀 FWX

- 이게 맞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돕니다, 케낸 돌아요!”

패색이 완연한 경기, 스톰의 집중력은 예전 같지 않다.

넥서스 앞에서 병신같이 죽는 것보다는 장렬하게 싸우고 죽는 게 낫다.

그게 스톰의 생각.

하지만 FWX는 그런 띄엄띄엄한 생각을 가지고 싸워도 될 팀이 아니었다.

최소한 이번 시즌부터는.

“죽어도 싸워야 한다! 죽어도! 죽어도! 싸워야 합니다! 잘 긁히면 이거 또 몰라요! 쳐라! 쳐라아아아아아아아!”

전투를 알리는 거대한 소리가 들리고.

이미 여기서 빠지는 순간 경기가 끝나리라는 것을 아는 스톰 선수들이 일제히 돌격한다.

그나마 득점을 올린 케낸과 리산을 선봉장으로 스펠을 아끼지 않는 최고의 전투.

“바론 딜이 중요합니다! 바론 형! 도와줘!”

간절한 외침.

“찌직! 찌직! 찌직! 찌지지지직! 죽어라! 죽어라 권건! 제발! 죽어라! 한 번만! 제발!”

그리고 과몰입.

하지만 서로 알고 있었던 것만큼이나.

반응 역시 빠르다.

“차아아아아아아아아아니이이이이익!”

마치 날카로운 소용돌이의 첫 틱.

전류 폭풍이 생성되는 그 순간을 노린 것처럼.

“크로오오오오오오스!”

무력화된 적을 기대하며 진입하는 스톰을 정면으로 들이박으면서 난기류가 생성된다.

“뜹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베이거의 가두리 양식.

“라아아아아아아온!”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사뭇 끔찍했다.

“이거, 빗나갔..?”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까지.

아주 찰나.

사건의 지평선을 피해 몸을 옮길 준비하는 선수들의 사이로.

번쩍, 점멸.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던 바람의 정령이.

기어코 몸을 밀어 넣고 부드러운 훈풍을 불러낸다.

“크으으으으으으을래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 쟌나, 더 매드 무비!”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오오오오! 걸려듭니다!”

침묵.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사이에도 농사꾼 미드 김예성이 소환해낸 별똥별이 전의를 꺾고 있다.

케낸, 너는 왜 여기에 있어? 우리를 구하러 온 거야?

아니? 배인이 밀었어.

배인이 어디에 있었는데?

권건 뒤에.

아! 참으로 좆됐구나.

모두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질 걸 알고 들어간 한타만큼 비참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

“미쳤어요! 미쳤어요!”

“배인, 프리딜, 배인 프리딜!”

- 탱배인 딜 왜 저래? 왜 잘 나옴?

- “배인이니까”

- 템트리 십..

하지만 여기 진짜가 있다.

부웅.

잠깐 발목을 잡혔던 곰이.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다음 바람이 또다시 폭풍의 팀 스톰을 띄워 올리는 그 순간.

“스토오오오오오오오오옴!”

꽈르릉.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내리면서 거대한 포효가 헤드폰을 터뜨릴 듯 울려 퍼진다.

“브링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폭풍을 부르는 자.

남의 팀명을 궁극기 이름으로 가진.

못돼쳐먹은 곰새끼가.

“앨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웁!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바로 옆에 앉아있는 동료를.

그 팀원을, 터뜨리는 모습을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진짜 최악인 것은.

이 장면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이이이이쳤어어어어어어어어요!”

“궈어어어어어어어언거어어어어어어어언!”

“페에에에에에엔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키이이이이이이이일!”

“펜타! 펜타킬! 정글 펜타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일! 이게! 결국! 터져나오고! 맙니다아아아악!”

“서포터 다음으로 어렵다는 정글 펜타키이이이일!”

“F-W-X!”

“FWX가! 2026 스프링 최초! 펜타킬을! 기록합니다아아아아악!”

영원히.

아주 영원히 박제되리라는 것까지.

“들어가지 말 걸.. 그냥 쌍둥이에서 항전할걸..”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속이.. 후련했냐..!”

스톰의 미드 강준윤은 조금 전까지 반쯤 경기를 포기했던 자신을 책망하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뜨렸지만.

“권건 선수가! LKL 리그 역사상! 다섯번째애애애애! 5년만에에에에에! 정글러! 펜타킬을! 달성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경기장은 정말 내열 설계가 필요할 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FWX! FWX! FWX!”

“권건! 권건! 권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즌 첫 경기.

올해 써 내려갈 신화의 첫 장을 보여주는 것처럼 폭발한 FWX에게 쏟아지는 환호로 지축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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