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FWX 주가 조작단
내가 느낀 건데.
이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모르고 있다.
체급이 올라갔냐고?
음.
탑은 더할 나위 없이 올라갔다.
이유찬은 가족 선언을 하고 나서부터, 가장 플레이에 있어 큰 변화가 있었던 건 탑이 맞다.
그전까지 이유찬은 자신을 ‘가장’으로 생각해서 과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나 같은 형님을 두고 무슨 가장?
뭐, 그건 본인이 덤덤하게 설명하는 꼴을 들어보니.
제법 사연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일도가 은퇴 선언을 했을 때 가족이 떠나는 것처럼 충격을 받았던 거고.
어쨌건, 그 짐을 완전히 내려놓은 지금.
“형, 형! 진짜 탑 로밍 안 오면 호적에서 파버린다.”
“서포터가 탑까지 어떻게 가?”
“왜 못 와? 왜 못 와? 왜 못 와? 왜 못 오지? 걸어서 오면 되잖아. 아니면 텔 들던가. 텔 들던가?”
좀 더 마이웨이 탑 꼬라지가 된 건 틀림 없다.
“미친 새끼 아니야, 저거? 꼭 이럴 땐 반말로 지랄이야.”
그다음은 최은호다.
솔직히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인데.
사실 이전까지 ‘나는 숨만 붙어있으면 된다’던가.
‘선수 계약 연장만 하면 된다’ 정도의 태도를 종종 보였던 이 선수는 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내가 가서 너 이득 못 보면?”
“그럼 형이 실수?한 거겠지?”
“와. 내가 저런 말을 듣고도 가야 하는 게 맞냐?”
“안 올 거면서.”
“들켰네.”
그전까지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 싶어 전전긍긍하던 이 서포터는.
서브 서포터인 유상준을 자신이 직접 추천했다.
예전 명상 클래스에서 우연히 만난 제주 F.L.E의 오지현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다나.
물론 오 감독님이 영입 추천 따위를 한 건 아니었지만.
최은호는 이제 자신이 뉴메타 서포터, 그러니까 서포터의 틀을 벗어나는 챔피언에 큰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바도는 특이한 챔피언이긴 해도 결국 서폿챔이 맞으니까.
대신 클래식한 서포터를 더 열심히 파서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 맵 리딩과 뇌지컬 방향으로의 성장을 선택했고, 부족한 의외성을 메워줄 선수로 그를 언급한 것이다.
사실 5인 체제를 선택하려고 했던 우리 팀에 새로운 선수가 들어온 것은 우연한 인연 덕인 셈이다.
아예 부담감을 내려놓은 듯 편한 플레이를 하는 그는 전보다 집중력이 훨씬 올라갔다.
그리고 내가 최은호의 토템이 된 것 같기도 한데.
“내가 건이를 봐서 참는다.”
뭐, 이 선수가 나를 의지해서 강해졌건.
아니면 스스로 일어났건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형. 두 번째 귀환할 때 탑 찔러. 알았지?”
“인디언식 기우제냐? 니가 뭔데 그걸 정해. 시간 없어. 라인 복귀 해야 해.”
“거니처럼 시간 배분을 잘 해봐. 그럼 없던 시간도 생겨. 인정?”
“인정.”
“김예성 넌 또 뭔데 그걸 니가 대답을 해.”
“나? FWX 미드 라이너.”
예민했던 미드는 이제 좀 우리가 편해진 것 같다.
이유찬이 불같다면 김예성은 얼음같이 갈구는 스타일이긴 한데.
두 사람의 스타일은 굉장히 다르지만 결국 닮아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사실 김예성은 원래부터 꽤 괜찮은 선수였다.
문제가 있다면 너무 기복이 없다는 점.
좋은 거 아니냐고?
“내가 지금 못 움직이니까 은호 형이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 얘네 뭔가 너무 잘못됐어..”
위기의 순간에 괴력을 일으키는 사람.
그리고 죽을 위험을 넘기면서 각성하는 플롯.
이런 건 꽤 흔한 이야기잖아.
근데 김예성은 남들보다 이 폭이 좁다.
잘하기도 하고, 가끔은 사람다운 실수도 하고.
항상 반복이다.
결국 항상 좋은 미드로 평가받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번뜩이는 재치가 필요한 순간도 있는 법.
“꼭 두 번째 귀환 때 갈 필요는 없어.”
그나마 그 조각은 빅스와의 결전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예성이 조곤조곤 엿 맥이네. 말이 되냐? 내가 지금 뭐 바도야? 아무튼 나 못가. 난 말했다.”
“섭섭하려고 한다. 나 막 눈물이 날 것 같아.”
“꺼져, 막내.”
“거니야, 프로불참러가 너한테 꺼지래.”
“너라고.. 너.. 이유찬.. 제발.. 이제 입 좀 닥쳐..”
“하하하! 하하하하! 둘 다 너무.. 하하하하하! 진짜 멍텅구리 같다!”
뭐..
점점 더 쟤도 이성을 잃어가는 것 같으니까.
이것까지 완벽해지면 굉장한 스타 미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야. 깍지 닌 왜 말을 안 해. 니 서폿이 이렇게 처맞고 있는데.”
“쉿. 조용히.”
그리고 팬이 많아질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타입의 원딜.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곽지운은 내게 주장을 넘기겠다고 말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건아.”
사실 여기서 주장이란 건 명예직이지, LOS 팀에서 그리 도움 되는 부분은 없다.
그냥 공인된 중간 관리자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 귀찮은 걸 내가 왜 맡아?
하지만 곽지운은 FWX의 무해한 솜털, 가장 많은 별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상주의자.
그에게 ‘주장을 넘긴다’는 게 꽤 많은 의미를 담은 제안이었을 거다.
솔직히 말해 곽지운은.
내가 정신적인 리더까지 맡지 않아도 되게 해준, 이 팀을 다시 선택하는 데에 꽤 큰 역할을 한 사람이다.
“네.”
“어둠에 빠진 자들을..”
어쨌든.
“사냥해볼까?”
이 병아리들은 이제 제법 닭과 비슷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게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진짜! 나 진짜 미쳐!”
“이거 진짜 FWX가 예능감으로 충만해져서 돌아왔는데요!”
“튜토리얼 돌고 왔나요? 다양한 챔피언을 사용해보세요! 네! 그럴게요!”
해설진이 소리 지르는 사이.
“아씨..”
“야.. 이거 뭐야! 아, 진짜 미친 새끼들 아니냐고! 우리가 만만해?!”
“와. 진짜 개열받아.”
스톰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핫픽스 되지 않았어? 배인 한물갔잖아.”
“지금 이거 두 번째 조정된 버전.”
실제 서버와 게임 적용 버전은 다소 차이가 있다.
분명 FWX에게 예리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사미레 대신 코구모 할 걸 그랬나?”
“탑 배인인 줄 알았지!”
본격적인 FWX의 흔들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배인 미드로도 나온 적 있잖아.”
“그건 유럽 깡깡이들 픽이고.”
“근데 그 새끼들보다 더 선 넘는 게 저 새끼들이잖아. 스크림 기억 안 나?”
“아..”
“이래서 저 미친놈들한테 제일 먼저 맞기 싫었는데..”
혼돈, 파괴, 망각.
“세상에 나쁜 챔피언은 없다! F-W-X!”
“이걸 어떻게 반응을 안 할 수가 있어요! 스톰에서 무난한 티어의 챔피언들을 가져간 사이, FWX가 통통 튀는 조합을 가져갑니다!”
스톰의 조합은 케낸, 비예고, 리산, 그리고 사미레와 렐.
“그리고 FWX는 그냥, 이거, 밴픽 내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나 뭐에다가 비명 질러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래 놓고 전부 다 지르셨잖아요!”
“뭐가 어디로 갈지 확률은 높지만 예측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거든요!”
FWX가 완성한 것은 말파, 볼베, 베이거, 그리고 배인과 쟌나.
- 오늘 컨셉 도태챔 모음ㄷㄷㄷ
- 야,, 그래도 다 시대를 호령했던 챔,,들이야!
- 할아버지? 엄마가 밥 먹으래
- 추억은 방울방울..
- (말파) 타 라인이 탑 걸렸을 때 모스트 픽, (볼베) 특 존나 느림, (베이거) 스턴 셔틀 막타충, (배인) X발 니네가 딜 각을 만들어 달라고~, (쟌나) ‘해줘’
- 십트롤 조합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게 바로 [낭만]이다
LKL에서 하나씩 보기도 힘든 픽들이.
대거 등장했다.
- 이번 시즌 리그는 이게 대세인거야?
- 아니 솔랭에서도 아닌데?
- 우리 티어에서는 하는데?
- 그님티;
- 묵비권. 행사.
“저라면 소랴카같은 방향으로 안정성을 도모했을 것.. 아니, 그냥 말이 안 돼요!”
“어떤 부분이 말이죠?”
“그냥, 다! 이게 솔직히 안 쓰이는 픽은 아니에요. 근데, 리그에서 뭉쳐서 쓰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몇몇 챔피언들은 그냥 웃음벨이기도 하고..”
“일단 챔피언에 대한 평가를 제쳐놓고 전체적인 것만 보자면! FWX는 받아치면서 난전에 능한 조합입니다. 다만, FWX는 포킹할 생각이 아예 없다는 거!”
“이게 스톰에서 완벽한 한타 조합을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건드리면..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잖아요?”
“꽝한타로만 보자면 난이도 자체는 스톰이 더 낮습니다. 케낸이나 렐이 먼저 들어가고, 사미레가 휘젓고 리산이 보조하면서 비예고가 마무리하는 그림이 충분히 그려져요.”
“하지만 FWX도.. 어? 그러고보니 구색이 제법 맞춰져 있어요? 이니시 있고, 앞라인 있고, 하드 CC있고. 환경이 쉽지 않다는 걸 빼면.. 미드 베이거는 성장하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아니, 그러니까 딱 지금 꺼내 들 수 있는..!”
“그 베이거의 지평선이 스톰 바텀 듀오를 완벽하게 카운터 치거든요. 난도는 더 높을 수 있지만, 스톰이 일방적으로 막 걸 수 있는 건 아니다, 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쓰는 놈들이 있긴 함?
- 장인병자들이 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 ㅅㅂ 서폿인줄아란내
- 난 말파 서폿인줄아랏다ㅋㅋㅋㅋ
- 쟌나가 드디어 나오내
- 쟌탑일줄ㅋㅋㅋㅋ
- 우리 눈나 나올 때마다 성적 처참한데..
“솔랭에서 살짝.. 살짝 티어가 오른 챔피언들이긴 한데. 너무 CC에 신경을 많이 쓴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이게.. 이게, 리그 메인 스트림이 될 수 있는 픽이.. 맞을까요?”
미심쩍은 시선은 있었지만.
“그러니까. 지금, 이게 팀명을 가리고 보면 좀 그런데. FWX라고 붙으니까 이거 왠지..”
“스톰에겐, 타임 리미트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일단 진단이 떨어졌다.
#
모든 챔피언이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건 아니다.
음, 아니.
생각해보면 반대다.
처음 출시될 때는 대부분의 챔피언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다.
하지만 패치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챔피언은 빛이 바래는 면이 있다.
익숙해지고, 뻔해지니까.
그중 우리가 고른 건 고대 픽 중에서도 고대 픽.
출시된 지 10년은 훌쩍 넘어간, 원년 멤버들에 가까운 챔피언 구성.
“이거 말파가 굉장히 딴딴해요!”
“원래 딴딴해요! 맞지만 않으면! 맞으니까 문제지!”
“근데 지금 스킬은 안 맞잖아요!”
“케낸이 패시브를 갉아낼 수가 없어요! 왜?”
“차니가 피하니까!”
- 말파의 고속 이동
- 존나 굴렁쇠가 더 아파
- 야 굴렁쇠 크기 왤캐 크냐 케낸보다 더 큰 것 같은데ㅋㅋㅋㅋ
- 케낸 뼈 부러져유
근데 금수저를 새롭게 물리는 방법이 있다.
꽤 유명한 스트리머나 실력 방송에서 해당 챔피언의 ‘사기성’, ‘재발견’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경우.
꿀빌드를 찾아내 전파하는 경우 등이 그렇다.
“베이거가 스택을 또 쌓았어요! 근데 이거 계속 몰리면 리산의 발이 더 빨리 풀리거든요? 라온, 집중력은 좋습니다만..”
“앗! 대포도 먹었어요!”
- 야 칭찬할 게 그렇게 없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드 중계를 포기하겠읍니다
- 아직 갱을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잖앜ㅋㅋㅋ
- 미드의 농사꾼~
- 데메테르님.. 올해는.. 풍년일까요?
- 몰러~ 얼음갈퀴 길 때문에 농사 다 망하것어~ㅋㅋㅋㅋ
- 뒤뚱거리는 거 웃음벨 맞네ㅋㅋㅋㅋ
“바텀은 서로 굉장히 단단하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쟌나라는 서포터가 활용 방법은 무궁하지만, 결국 몸이 약하고. 눈앞에서 울부짖는 돌풍을 맞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근데 여기서 또 재밌는 게, 스톰의 서포터 렐은 이런 구도에서 또 불편해져요. 울부짖는 돌풍이 있으니까요. 여기서는 렐보다 사미레가 먼저 돌진하면서 들어가 줘야 하는데, 또 상대 원딜은 배인이죠. 이게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지는 싸움이 되는 거거든요. 해볼 수는 있긴 하지만, 올인 싸움을 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유저 사이에서 유행한 것들이 리그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리그에서 나온 픽이 솔랭에서 급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건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가지만.
“탑 갈게.”
“너무 늦었잖아!”
“곧 다이브 당할 텐데.”
“당신의 노고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스크림에서 조금씩 흘리던 픽으로 실전에서 정말 이겨버리면?
“차니와 권건이 성공적으로 돌입을 막아냅니다!”
- 아~ 또 읽혀버렸죠ㅋㅋㅋ
- 전보다 뻔해ㅋㅋㅋㅋ
- 미스터 비예고 뭐하냐 진짜? 허공에 뭐 있어?
- 몰라 시바 쟌나 올라온 줄 알았나 보지
그러니까 오늘은 솔랭을 하면 안 되는 날이 될 거다.
흠.
그래도 내가 마이를 선택하지 않은 게 다행이 아닐까?
만약 리산만 없었다면..
강준윤.
운 좋은 줄 알아라.
- 킹 쟨 왜 저렇게 떨어
- 추운갑지
- 하긴 아직 날이 쌀쌀하네
- [킹]은 몸을 떨었다!
“야, 탱.”
“왜, 정.”
내 말에 대답한 이유찬이 씩 웃는다.
“이거 참을 수 있어?”
“나는 참지. 근데 말파는 못 참겠대.”
“가자.”
“콜.”
“잘한다. 우리 돌대가리.”
“뭐라고 했냐, 미드 붙박이?”
“바위처럼.”
“단단하게!”
단순하긴.
“응?”
“이거 권건 선수, 아이템 원래 저랬어요?”
“어?”
“어.”
“아.”
“보험인 줄 알았는데.”
“아니야. 템 뽑고 알았어. 나 다른 챔피언들에 눈을 너무 뺏겼어. 볼베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나 봐..”
“사실 제일 정상 아닌 게 쟤 아니야?”
- 앗 시발
- 앗 권건 게이밍인 줄 알았는데
- 사실 그것이 진짜였고
- 존나 배인이 눈속임인 게 말이 되냐?
- 미친 새끼들인가? 그럼 시바 설마 배인은 코어 뽑고 바로 탱템 가냐?
- 그런 개소리 좀 하지 마라 진짜
“여러분, 죄송한데 이거 라이브인데요.”
그거 알아?
곰은 사람을 찢어.
“극딜 곰이 갑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