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새로운 계절
[ LKL 주요 FA 선수에 대해 알아보자 ]
[ 총성 없는 전쟁 시작 ]
[ 올해 ‘최대어’는 누구?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아는 ‘그’ ]
[ (단독) LKL 트릭스터 ‘우승 멤버’ 찢어지나.. SNS에서 암시하는 내용은 무엇? ]
[ 미라쥬의 “재계약 관련 난항 예보” ]
LKL 결승과 월챔 시즌의 끝.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행사, 스토브 리그.
수많은 기사와 찌라시, 그리고 영상 콘텐츠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시즌 종결 후 더는 즐길 거리가 없어진 팬들을 위해 FWX 공식 채널에서는 천천히 영상들을 풀기 시작했다.
[ 찬란한 내일을 위하여 | Life will change EP.8 ]
[ FWX 먹방 특선, 디저트를 구해라! ]
작년 이맘때 간신히 1.5만을 넘기던 영상들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짧은 기간에 뷰 수 30만을 넘겼고.
기존의 팬뿐만 아니라 이런 ‘기적’과도 같은 FWX의 런에 새로운 팬들의 유입도 많아졌다.
하위권에서 랭커가 된다는 사실이 모든 게이머의 마음을 설레게 했기 때문이다.
게이머가 아닌 이들에게도 그랬다.
FWX에서는 공식적으로 윤도형과 최은호, 그리고 권건이 FA 시장에 나왔다.
윤도형의 경우 모두가 계약이 종료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팀은 지정 선수 특별 협상 제도를 활용해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에 윤도형의 발을 먼저 풀어줬다.
정해진 일정 후, 윤도형은 완전히 종적을 감췄고.
개인적인 연락 역시 받지 않았다.
선수들은 이 점을 못내 섭섭해했지만 놀라운 성적을 이끌어낸 FWX 선수단의 행보에는 지나치게 관심이 쏠려 있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선수들은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특히 권건의 주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다.
FWX의 프론트부터 선수들, 그리고 LKL 모든 팀과 해외의 모든 팀까지.
이 건에 관심 없는 사람은 없었다.
개인 랭킹, 매드 무비, 심지어 오더에서까지 맹활약하는 최대어.
계약 규정이 꾸준히 구단보다는 선수에게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처음에 권건이 FWX FL로 이적하던 당시 맺은 1년 계약은 처음에는 ‘선수에게 불리한 조항’에 가까웠지만.
지금 와서는 대단히 재조명받는 선택이 되고 있었다.
[ 모 중국 게임단에서 권건에게 300억 이상의 연봉 제의.. ]
ㄴ 싯팔 말이 되냐 유치한 언플 ㅅㅂ
ㄴㄴ 얘넨 샐러리캡도 없냐?ㅋㅋㅋㅋㅋㅋ 아주 지랄을 해라
ㄴㄴ 설마 우리 건이형이 한국을 버리겠어?ㅠㅜ
ㄴㄴ 라기엔 너무나 큰돈이었습니다
ㄴㄴ 여기 언플에 속는 애들 있잖어..
ㄴㄴ 예전에 200억 누구 썰도 있지 않았음? 계약금인가?
ㄴㄴ 에이.. 그런 리빙 레전드가 어딨어.. 다른 스포츠 얘기겠지..
ㄴㄴ 그게 더 소설같은데ㅎ
ㄴ 중국 애들 권건 선수명이 중국 오는 예고라던데
ㄴㄴ 그게 뭔 상관임?
ㄴㄴ 중국 애들 자기 본명 많이 쓰잖아 선수명으로
ㄴㄴ 가문을 드높이고 뭐 그딴 마인드임?
ㄴㄴ 하 갖다 붙이는 것도 가지가지네;;;;
[ LEC, LCS에서도 러브콜 쇄도 ]
ㄴ 찌라시 미쳐
ㄴㄴ 근데 리얼일 듯;;
ㄴㄴ 야 우리 팀은 뭐하냐고!!!!!!!!!!!!!!!!!!!!!!!!
[ 이번 스토브 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 1위, “권건” ]
[ FWX는 로스터를 유지할 수 있을까. ]
[ FWX 재정 악화설? 김수연 단장, “말씀드리기 어려운 이야기” ]
- (LOS) 현재 이적 시장 찌라시 및 팩트 정리 *정확도 높은 썰쟁이들 이야기들만 모음
1. 인천 트릭스터 : 미드, 원딜 FA / 고구미(원딜)와의 재계약 난항 가능성
2. 대전 FWX : 주가 급등한 권건과의 재계약을 통해 완전체 완성 목표, 감코진 계약이 종료되었으나 경질 가능성 매우 낮음, 뜻밖의 오퍼 소식이 있다는데?
3. 서울 빅스 : 대거 계약 종료 예정, 해외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데려올 가능성이 높음, 감독 경질 가능성
4. 광주 미라쥬 : 사우전드(탑) 은퇴, 페퍼(원딜) 계약 종료로 호구 급행 열차 탔음
5. 대구 유니버스 : 언제나처럼 그들은 도감을 채워나갈 예정으로 보임
6. 부산 호넷 : 코치진 변경 소식 낙낙
7. 성남 스톰 : 프랜차이즈 스타인 킹을 중심으로 “정글러” 매물 급구, 찌라시가 아니더라도 권건에게 강력한 러브콜과 복귀 패키지를 지급하고 싶어서 안달 났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음
8. 제주 F.L.E : 특이 사항 없으며 지정 선수 특별 협상 제도로 사이다(서포터) 올림, 2군 선수 콜업 가능성 높음 (유망주 다수), 투자 난항
9. 수원 해머스 : 시저(미드), 고구미(원딜)을 영입한다는 세간의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님, 베테랑 영입을 최우선시
10. 울산 피닉스 : 전력 보강을 위한 새 계약 제시, 하지만 불투명함
번외) 중국 삼촌들이 끈질기게 언플 시도 중
번외 2) 중국에서 트릭스터에게 2:1 트레이드를 제안하고 있음
번외 3) 해외에서 뛰던 한국 국적 선수들이 대량으로 풀림, 하지만 외국인 선수 인원 제한으로 권건의 행보가 중요함 (엔트리 넘버 원이 권건으로 비어 있음)
ㄴ 이러면..
ㄴㄴ 결국 권건이 진짜 FA 시장에 제대로 뛰어드느냐가..
ㄴㄴ 와 어디 끼워맞춰도 쏙 들어가네;;
ㄴㄴ 혼자서 스토브 리그를 쩐의 전쟁으로 만들어버리고;
ㄴㄴ 얘 진짜 자기가 잘하는 거 알고 1년 계약 했던거냐?
ㄴㄴ 미친.. 존나 모든 팀의 라스트 피스 ㅅㅂ
ㄴㄴ 비건실세 ㄷㄷㄷㄷㄷㄷ
이적 시장에 관해 팬들은 수많은 찌라시에 개인의 의견을 덧붙이곤 했다.
하지만 권건은 FWX의 프랜차이즈 스타도 아니었고.
팀 바깥의 눈으로 봤을 때는 함께한 시간도 짧았으며.
시즌 중에는 팀원들이 무너질 때마다 달려가서 힘을 보태주느라 제 실력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좀 더 강팀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썰이 나돌기 시작했다.
권건 측의 에이전시가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기에 더 그랬다.
물론 당연한 일이었다.
왕은 코끼리처럼 큰 귀로 멀리 듣고.
작은 눈으로 주변을 내려다보는 태도가 걸맞기에.
- 권건이 미라쥬로 올 예정인 EU : 미라쥬와는 칼 앞에서 “생사”를 나눈 사이임. 정글 중심 팀원들이 구성되어있음
ㄴ 응 너네 팀 이제 해체야~ 탑이나 사라~ 탑 은퇴해서 어쩌누?
ㄴㄴ 팬시 문봉구 형님한테 싹싹 빌어보던가ㅎ
ㄴㄴ 오 그거 괜찮을지도ㅎ
ㄴㄴ 2군으로 데려와서 괜찮을 때 올려볼 수도 있잖아?
- 스톰으로 컴백홈할 것,, 우리 총알 장전 완료
ㄴ 노스탤지어 들어가고~
ㄴㄴ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데려가서 벤치 앉히시게요?
ㄴㄴ 그럼 진짜 인정이다ㅋㅋㅋ
- 유니버스에 올 것임
ㄴ 형.. 형.. 이런 글 쓰면 안 되는 거 아니야..?
ㄴㄴ ? 저 아세요?
ㄴㄴ 형 탑이잖아;
ㄴㄴ 나 최정인 아니다
ㄴㄴ 난 왤캐 얘가 웃음벨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의 국제전 성적이 시들해지면서 점차 투자도 내리막길을 걷던 LKL.
기존 LKL은 불안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연고제와 각종 지역 투자 유치, 자율 로스터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하려고 했지만, 순위의 고착화와 연봉 인플레 문제로 시장이 얼어붙어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월챔 유치를 비롯해 ‘한국 없는 한국 월챔’만큼은 비켜 나가게 해준 FWX라는 염가팀의 기행으로 새로운 불씨가 달아올랐다.
특히 이 시장에 돌을 던진 것이 권건이라는 선수.
기사나 찌라시, 팬들이 언급하는 것보다.
각 구단과 시장의 변화는 훨씬 더 컸다.
긍정적인 변화였다.
“올해는 각 구단에서 돈을 많이 쓰는 추세입니다.”
김수연 단장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서류첩을 정리했다.
특히 감코진이나 선수들에게 그랬다.
“불이 붙었다고 하더라구요.”
박진현 감독은 단단한 돌처럼 앉아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권건의 낙수효과.
결국 모든 팀의 목표는 ‘강한 선수’를 중심으로 로스터를 엮어 내는 것.
특정 선수를 잡기 위해 잔뜩 모인 자본은, 해당 선수를 잡지 못하면 2안과 3안의 엔트리로 돌아가게 되고 다른 선수들의 몸값도 오른다.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응 방안이 필요하니까.
“1군뿐만 아니라, 2군 선수들 입장에서도 호재입니다.”
이번 시즌 종료 후 가장 큰 변화는 1군과 2군, LKL과 퓨처스 리그의 로스터 재통합이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강화된 샐러리 캡(팀 연봉 총액 상한선)으로 인해 상위권 팀들에게는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다만 ‘육성’을 중심으로 하는 하위권 팀들에게는 희소식.
권건을 잡을만한 능력이 되지 않거나 예산이 부족한 팀들은 그가 ‘FL 출신 신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FA 시장보다는 2군 선수들에게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제 훨씬 더 자유롭게 FL 선수들의 기용이 가능해졌으니까.
결국 권건이 하위 팀을 세계권으로 올려놓으면서.
이전에 그가 강팀에 있었던 시절과 달리 시장 자체가 변했다.
구단의 편에서 선수의 편으로.
모든 선수의 몸값이 오르고 중요도가 올라간 것이다.
이것이 단 한명의 선수.
권건의 영향력이라는 것을 모르는 관계자는 없었다.
“한동안 세계 경제도 불황이었지만, 3세대 유망주들의 졸업 시즌이 성큼 다가왔거든요.”
단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급스러운 볼펜을 앞주머니에서 꺼냈다.
“오히려 외국 자본이 국내 쪽으로 시선을 많이 돌려서. 저희도 역시 자금 싸움을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오퍼를 여럿 받으셨겠지만..”
단장은 박 감독을 향해 흘긋, 눈길을 마주하고.
“여기만 한 곳이 없죠. 팀원 피드백에서도 박 감독님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더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깎아내리면서 몸값 흥정하는 건 멋이 없잖아요.”
“실례지만 모기업 재정 악화설은.”
“그걸 믿으세요, 박 감독님?”
건강한 웃음과 함께 서류를 내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싸움은 감독님들이 하시는 게 아니니까.”
친절한 설명이 따라붙는다.
“가계약서입니다. 기다렸던 순간이에요.”
항상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던 단장도 지금만큼은 꽤 밝은 표정이었다.
박진현 감독은 썩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FWX를 사랑했다.
이 사실을 단장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감독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태도와 애정 역시 절대 가벼운 게 아니니까.
하지만 현실은 냉정해서.
그에게 ‘육성’을 핑계로 줄 수 있었던 시간은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그에게 내민 계약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LOS에 인생을 바치다 보니 여전히 계약할 때만큼은 긴장을 풀지 못하던 박 감독도 오늘은 활짝 웃었다.
여러 해 바닥을 기었던 FWX의 성적.
줄어든 지원.
울고불고 사정하다시피 하고, 예산을 쪼개고 쪼개 얻어낸 선수가 김예성.
그리고 그 투자가 실패로 돌아갔던 순간, 주저앉고 싶었던 박 감독에게 찾아온 동아줄이 권건이다.
어쩌면 그가 직접 2군 경기를 보러 가지 않았더라면.
몰래 FL 경기장까지 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권건의 콜업 시기가 늦춰졌더라면.
그는 이번에 재계약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떨리는 손으로 가계약서를 훑어보던 박 감독은.
“저, 단장님.”
유독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단장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 제 연봉 좀 빼서 건이한테..”
감독의 말을 들은 단장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요? 그럼 좀 뺄까요? 그럼 감독님 올해 연봉 10만원 어떠세요.”
“상관 없습니다. 모든 엔트리의 완성은 건이니까.”
못 말리는 감독의 태도에 김 단장은 어깨를 으쓱이며 손사래를 쳤다.
“맞는 말씀 마시고. 그쪽 전쟁은.. 따로 준비하는 게 있으니까.”
정말 황당한 팀이다.
다 같이 짰나?
하나같이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저도 LOS 좋아하거든요.”
김수연 단장은 판단을 수정했다.
올해의 이적 시장은 팀의 편도, 선수의 편도 아니었고.
권건의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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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이랑 많이 다르네? ]
릴리가 가늘게 눈을 뜨고 빙글빙글 돌았다.
뜻밖의 일이다.
제도 변화는 전과 같았지만.
내 1군 데뷔 시기는 전보다 빨랐고.
‘최하위권’ 팀의 급상승 스토리의 인기는 제법 대단했으며.
나를 잡기 위한 노력은 전과 비슷했지만, 낙수 효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시장의 변화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공격적이었으니까.
“...”
그전까지 나는 내가 우승을 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왔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화가 없다.
내가 우승을 하는 게 최고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옮아버린 걸까?
리그 자체가 성장하기 위해 들썩거리고 있는 이 변화도.
썩 나쁜 기분은 아니다.
[ 지금 이적을 하면 전보다 훨씬 편할 수도 있겠는데? ]
악마가 귓가에서 속삭인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그저 게임을 잘하는 것 말고도.
시장을 굴려 몸값을 폭등시키고, 내 자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는 걸 이제 확실히 느낀다.
그때.
“건아?”
똑똑, 부드러운 노크 소리가 들린다.
처음 회귀했던 때와 똑같이 겨울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안.
“친구 온 것 같네?”
엄마의 목소리.
이제는 엄마라고 부르기에도 쑥스러운 젊은 어머니께 영원한 아들일 뿐인 나,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교우 관계처럼 느껴지는 친구라는 말.
그런데도.
우습게 방 안에 훈풍이 부는 것 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