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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174화 (175/326)

174화. 일단 궁 써, 킬 들어간다

“뭔가 흐름이 달라졌어요.”

“이거. 차니 선수가 굉장히.. 뭐라고 해야 할까요. 한 경기에서도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나요?”

해설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형편없이 밀리던 탑이.

제 자리를 찾고 라인을 똑바로 유지하며 CS에 집중한다.

아예 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말은, 트릭스터 탑 이상하의 공격에 이유찬이 맞대응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고.

결국 피해내며 상대의 스킬을 뺀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거, 이러면.. 소거법에 의해 지금 FWX에게 남은 건..”

모두가 무언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분명히, 어떤 것이 다가오고 있다.

“원딜이 킬을..”

“오브젝트를..”

“전투가..”

약속의 시간.

“곧 있을 전령까지 킨드가 챙기게 되면.. 아!”

하지만, 그 순간.

집중하고 있던 이슈와 다른 일이 벌어진다.

“지금 오드 선수의 아트 쪽에 표식 찍혔거든요! 정글을 찍지 않았어요?!”

“이게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으로만 표식이 보이겠지만.

탑 이상하의 귓가에 선명하게 챔피언의 목소리가 들렸다.

킨드리드의 표식이.. 너를 쫓을 것이다.

“이야. 이거 이렇게 섬뜩했나.”

음산한 대사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권건이 나를 죽이겠다고 지목했다.

“얘들아. 나 권건한테 찍혔다. 타겟 나야.”

“오. 조심. 절대 주지 마.”

바로 온다는 뜻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무슨 좀도둑도 아니고.

하지만 이미 지목한 지 몇 초가 지났을 거고,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권건이라 조금 더 생각이 길어진다.

어차피 전령 싸움을 앞두고 있으니 여기로 몸이 쏠리긴 할 테고..

뭐, 그래서.

그때 나를 잡아먹어 보겠다는 뜻인가?

“이거 살인 예고 타겟 찍은 거 언제 바꿀 수 있지?”

“오래 걸려.”

“지금 찍은 거 별 의미 없어.”

“그럼 일단 내가 안 죽으면 되겠네.”

“좋지.”

제아무리 권건이 잡았다곤 해도 덜 큰 킨드가 무섭지는 않지만.

어쨌든 권건이 살인 예고를 하는 것을 듣고 싶어 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정글러 김은검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냥 탑 견제 심하게 하지 말라는 경고..”

팀전은, 보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목소리를 공유한 상태에서 치른다.

여러 사람이 대화를 동시에 할 수는 있지만 그럼 다른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원활한 대화를 위한 콜 순서도 배운다.

“근데 상대 정글 혹..”

하지만 순간적으로 트릭스터 탑에서 전달한 ‘주요’ 정보에 의해, 다른 정보를 토의하는 타이밍을 찰나 간 놓친 바텀에서.

“바텀, 바텀, 바텀, 바터어어어어어어어어엄!”

“권건이 아슬아슬하게 시야 사이로 침투해서! 이거, 킨드가 벽을 넘을 수가 있거든요!”

“칼! 끝! 에서! 승부하던 바텀! 양측 모두 정글러를 부를 생각이었을 텐데! 지금! 지금! 뒤쪽 벽 너머에서 갑자기 권건이 나왔어요!”

“아니! 킨드가 왜 거기서 나와! 거긴 우리 정글이 나올 위치인데! 괴도 루팡이세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사고가 터진다.

“아니, 아니이이이이이이! 권건! 럭스 속박을 정면에서 점멸로 뛰어넘어서 피하면서!”

- 이게 무슨

- 손 싸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담력 테스트라는 “이 행동”

- 실패하면 전국민 놀림거리

- “면상 점멸”

“오우, 싸 엘라 싸아아 티리비! 클래스으으으으으으으! 지독하게 붙습니다! 이건 진짜! 떼어낼 수가 없는..!”

“럭스가.. 케틀을 살려 보려고 비눗방울을 던졌는데요. 아무 쓸모가 없었군요.”

“지니 님, 이거 비눗방울이 아니라 프리즘이긴 해요! 트릭스터 바텀에 굉장히 시니컬하시군요?”

“제가 FWX라..”

“좋습니다. 다음 세트에는 트릭스터 객원 해설 님도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균형의 추가 유지될 겁니다. 어쨌든 저는 지니 님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빛은 사실 아무것도 막아낼 수가 없거든요! 킨드가 들고 있는 건 실물 무기입니다! 물리라구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수진 해설님께서 잘 아시는군요.. 그래서 원딜이 세다고 볼 수 있겠죠.”

- 아니 지니ㅋㅋㅋ 지 원딜 출신이라고ㅋㅋㅋ 가차없네ㅋㅋ

- 중요한 경기에서 드러나는 그의 본색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콘텐츠에서 권건 좋다고 하던 때는 언제고ㅋㅋㅋㅋㅋㅋㅋ

- 1세트 FWX가 졌으니까 그렇지ㅋㅋㅋ 시니컬 해질 수 밖에ㅋㅋㅋㅋ

- 그게 권건 탓이냐? 차니 저 ㅄ때문이지

“그런가요? 지금 LOS 스킬 대부분이 부정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는데..”

- 지니(원딜 출신, 은퇴)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논란..

- 킨드는 그렇다 치고 그럼 지금 때리는 이즈 Q는 대체 뭐냐?

- 몰라? 에너지 화살인가 뭔가 아니냐?

- 그래도 네이밍이 화살이면 실물인 거 아니야? 수정 화살처럼

- 아니 그럼 비전 이동은 뭐임

- 대충 많고 많은 마법사 중 이즈가 제일 잘났기 때문..

- ??? : 일단 앞 비전 하고 나니 럭스가 제 여친이더라구요

- ??? : 그래서 대신 케틀을 팼습니다

- ??? : 킨드와 칼마요? 둘 다 제 소중한 동료일 뿐이에요

- 존나 나쁜 남자네 이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원딜에 과몰입하지말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블!”

“바텀에서 권건이 퍼블을 챙겨갑니다! 이러면 바텀 균형 굉장히 많이 무너져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글이 킬을 가져가는 건 일단 아쉽지만.. 일단은 허락입니다. 킬 먹고 캐리해주면 되죠. 하지만 역시 원딜이 욕심이 부족하다는 그런 느낌이..”

- 그러니까 정글이 잘해주면 좋긴 한데 원딜 중심으로 해달라?

- 권건은 최고의 선수가 맞지만 알아서 원딜 좀 챙겨라?

- 세자는 좀 더 권건에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맞다

“사실! 안 그런 라인이 없긴 해요. 먹고 제값만 해주면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흠흠, 어쨌든 고구미 선수의 공격성이 화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게, 결과론적이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이거, 케틀 럭스는 분명 위험한 픽이었거든요! 그리고 그걸 해낼 수 있는 게 트릭스터구요!”

“그렇습니다. 여태까지 압박을 시원하게 했었거든요. 세자 선수의 CS가 상대적으로 불리했는데, 지금 이렇게 되고 나면..”

방심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찰나였다.

말 몇 마디를 할 정도의 정보 전달 지연.

이것도 예측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우연이겠지?

“아.. 진짜 좆됐다.. 아, 내 라인.. 피똥싸면서 가져간 건데..”

탑 이상하는.

강하지만 리스크가 있었던 만큼, 죽어서는 안 됐던 원딜이 깊은 한숨을 내쉬는 꼴을 보며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전령?”

그저 초심으로 돌아가서 간결한 정보 요청을 하고.

“치는 중.”

돌아오는 정글러의 대답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구나.

예고장 보내서 경비 인력이 그쪽으로 쏠렸을 때 다른 걸 훔치는 게 더 좋겠구나.

LOS에는 마법 소녀가 변신할 때 공격 안하는 룰 따위는 없었지..

그럼 우리도 정정당당할 필요는 없겠네.

트릭스터 탑 이상하가 결심하는 순간, 잠시 잊혀진 사실도 있었다.

챔피언을 키우는 것은 표식만이 아니라 돈과 레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

날이 바짝 선 우리 미드의 시간 끌기로.

우리는 전령까지 가져갔다.

시청자 눈에는 여러 위기가 있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계획의 굵직한 것은 모두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유찬이 정신을 차렸고, 미드나 바텀도 준수하다.

아, 원활하다.

강한 타이밍이 강한 챔피언도.

이니시가 좋은 챔피언도.

탱킹이 좋은 챔피언도, 서포팅형 챔피언도 다 매력이 있지만.

성장형 챔피언의 짜릿함은 이런 데서 오는 게 아닐까.

“지금 권건 몸이 두 개인 것 같아요!”

“전령 바로 풀고! 쿨하게 돌아섭니다! 용 쪽 바로 장악 들어가요!”

- 전령$골드$ 즉시 지급@고수익@꿀전령$$

- 정글$$특권$$타워$$골드$$

- 77ㅓ억 잘 먹고 갑니다~

“이거 전 세트와 완전히 다른 양상! 그브가 계속해서 조금씩 늦어요! FWX가 우르르! 우르르 움직이면서 지금 기동성을 중심으로 마구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클래스 발 완전히 풀렸습니다, 이즈야 혼자 있을 수 있지? 쟤네 다 뚜벅이잖아! 너는 잘난 마법사니까!”

“이러면 트릭스터도 어쩔 수 없어요. 인원 배분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시야가 차이 나기 시작하고! 시야가 차이 나기 시작하면! 기동성 좋은 쪽에서 게릴라 작전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트릭스터에는 아트, 그브를 포함해서 벽을 넘을 수 있는 챔피언들이 많습니다만! FWX도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 숨이 막히네

- 왔다 내 야동

- 드릉드릉 항암 치료 ON

“용 유리하게 돌아갑니다, 이거 지금 용 스택 쌓이는 게 너무 빨라요! 아직 럭스 서폿템도 완성되지 않은 타이밍! 용, 전령, 용! FWX가 돈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이게 뭘 뜻하는 거죠?”

“큰 거 온다!”

“지금 안 싸웠을 뿐, 사실 화력을 뿜어내기에는 괜찮은 타이밍이거든요? 이즈를 잘 키웠어요. 트릭스터의 바텀이 사건 이후 쭉 밀려나면서 세자 선수가 행복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원딜 입장에선 호재죠.”

다만.

나는 몰라도 지금 우리 팀원들에게 트릭스터는 절대 만만치 않은 게 사실.

좀 더 섬세하게 움직인다.

패배는 한 입만 떠먹어도 떫은맛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승리라는 건 많이 먹을수록 그 달콤한 맛에 중독되는 거니까.

“지금 권건 선수의 플레이를 보시면, 자기가 해야 할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아쉬운 라인에 절대 투자를 해주지 않고 있거든요. 원래 이렇게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에요. 적에게만 이기적이고, 아군에겐 한없이 자애로운 타입이다? 그렇게 보셔도 좋아요.”

- 그게 갭모에지

- 존나 짜게 식은 얼굴로 차니를 바라보는 거니형..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찬혐ㅋㅋㅋㅋㅋㅋ

- 근데 또 탑 존나 잘 돌봐줌

- 욕은 존나 박지만 캐리해주는 사람 vs 말은 예쁘게 하는데 트롤하는 사람

- 닥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꼭 권건 같은 사람은 상대팀에만 있더라

- 아 ㅅㅂ 나 트릭스터였지 아

“어쨌든 오늘 권건, 정말 냉철한 총사령관의 모습입니다. 솔직히 차니 선수가 좀 흔들려서 탑을 봐줄 만도 했어요. 근데, 그럼 킨드는 거기서 끝나는 거예요.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자기가 크는 거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정글 양보도 얄짤없습니다.”

“원딜로서는.. 좀.. 사실 정글이 원딜 챔피언이라니. 이것도 좀..”

- 지니 형님 킨드 원딜 안하셨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지니 : FWX 편파 해설 (X) 원딜 편파 해설 (O)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자 대변인

- 우리 세자가 그렇게 생각할 리 없어!!!

뭐, 어쨌든.

이제 때가 왔다.

“그리고 힘의 강약 조절이 훌륭합니다. 힘을 줘야 할 곳에 세게 줬다가, 또 빠져야 할 타이밍이 아주 정확해요.”

“킨드리드. 이 챔피언이 자주 나오는 챔피언은 아닌데 장인챔으로도 유명한 챔피언이거든요. 굉장히 예쁘기도 하고요. 잠깐, 그 눈빛 뭐죠? 취향 존중 바랍니다.”

원한은 두 배로 돌려주고.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쓸 수 있는 사람과 쓸 수 없는 사람이 확연히 나뉘는 챔피언이에요. 원딜은 아니지만, 원딜에 가깝긴 해요. 심지어 퓨처스 리그에서 원딜로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가까운 챔피언으로 보자면 오히려 루시언이라던가..”

목숨을 걸고 시선을 끌어주고, 퍼블도 양보한 은혜는 세 배로 돌려줄 때가.

“지운이 형. 이따 제가 말할 때 저한테 궁.”

“니가 있는 방향?”

“저한테. 제 위치.”

“일단 알겠어.”

곽지운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유찬. 미드 방향 교전 가능성. 천천히 합류?”

“이따 텔 콜 줘. 텔로 갈게.”

“좋아.”

“유찬이가 먼저 콜해달란 말은 처음 듣는 것 같네.”

“우리 탑도 그럴 때가 됐나 보지..”

흐뭇한 목소리의 김예성이 자신의 위치로 이동한다.

“나 집 갔다 올게. 이따가 싸워!”

곽지운과 상대 원딜이 사라지고.

“그래서 이 챔피언이 난이도가 높은 이유이자, 장인 픽인 이유는..”

바로 지금이, 내가 생각한 ‘때’.

“어어어어어어어어어, 지금, 지금 앞으로!”

“이거어어어어어어! 이거라구요! 이니시를 하는 순간 몸이 앞으로 나가는 것! 그게! 킨드! 난이도가! 높은 이유입니다!”

뛰어들어서.

“이거, 이거, 이거! 이거! 한꺼번에 어그로! 이게 웬 떡이야? 어?”

“어.. 권건 선수의 계산 실수인가요? 템이 잘 나왔다곤 하지만 사정거리는 짧거든요!”

- 오?

- 저 새끼 미끄러졌다!!!!!!!!!!!!!

- 마우스 놓쳤나보다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건.. 기회야..

단박에 시선을 끈다.

나는 신인, 꺼내지 않던 챔피언,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

제아무리 노련한 트릭스터라도.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지금 미드 교전! 트릭스터 아트, 그브, 럭스!”

“FWX 아자르, 킨드, 칼마!”

“각 원딜은 지금 정비하러 둘 다 빠져있어요!”

“럭스의 속박, 피해요! 피했습니다! 또 한 번 미친 고개 돌리기! 빨아들여요!”

나는 나를 상대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내가 들어가는 챔피언을 했을 경우.

적들은 나와 조우했을 때 망설이기 마련이고.

반대로 피해 다닐수록, 나를 잡을 수 있는 찬스가 왔을 때.

이 함정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

“FWX, 차니, 텔! 그라 곧 도착합니다!”

“트릭스터, 퓨처, 텔! 아라도 곧!”

“싸움 커집니다!”

“날카로운 전투! 킨드 위기의 순간, 아자르가 황제의 진영! 쭉 밀려나지만! 다시 접근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접근 조합입니다!”

“혼전 양상, 어, 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어어어어어!”

엉킨다.

내 체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아군도, 적군도 안다.

“지운이 형.”

“이따가 싸우라니까!”

“지금.”

“일단 건이한테 궁 썼어!”

킨드리드는 두 번 산다는 것을.

“권건, 넘어가기 직전..! 쭉 빠지면서 양의 안식처어어어어어어어!”

나는 재빠르게 이동해 수비 시프트를 재구성한다.

아주 오래전.

친구와 책상에 금을 긋고 넘어오지 말라고 다투던 기억이 있다.

이건 의미 없는 싸움이다.

그럴수록 더 넘어가고 싶어지니까.

“모두 안식처에서 엉킵니다! 서로 팔이 짧아요!”

“합류한 차니! 배치기! 술통! 모두 빗나갑니다!”

“라온이 매혹 피하고..! 찌릅니다만 안식처 혜택은 아군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 뭐야 잘 안 보여

- 차니 쟨 맞추는 스킬이 없냐?

- 킨드 딸피 킨드 딸피

- 다 딸피인데?

- 일단 권건 좀 죽여! 저 새끼 죽여! 젠부샤쓰! 맬모샤쓰!

이 땅에서는, 그 누구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딱 숨을 붙여놓는 것까지.

모든 이가 서로 눈치를 보며 자리를 잡지만.

이건 책상 자리 씨름이 아니다.

축복의 시간이 끝나자면 주저 없이 상대를 끝장내려는, 일시적 휴전선.

“이게 서로 팔이 짧지 딜이 약한 건 절대 아닙니다! 가치라는 건 서로 맞바꾸는..”

“빨려 들어갑니다! 이거 안식처 곧, 곧! 끝나는 순간, 끝나는 순간!”

아니.

끝나기 전에.

나는 마지막 순간 반대편으로 발돋움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내게 살인 예고를 들었던 상대 탑.

중요한 먹거리를 빼앗겨 흐름을 끊고 싶은 상대 정글.

그리고 눈앞에서 원딜을 잃었던 서포터의 시선은.

여태 특별한 것을 보여주지 못한 우리 탑도 아니고.

이미 궁극기가 빠진 우리 미드도 아닌.

특별한 탈출기 없는 나에게 꽂혀있다.

응, 그렇게 쳐다봐도 죽어줄 생각 없어.

들어간 거 다 연기야.

“유찬.”

그들이 홀린 듯, 나에게 한 걸음 거리를 허락하는 순간.

내 늑대가 움직이고.

“여기.”

뻐엉.

정해놓은 위치로.

시원하게 터지는 소리와 함께 적들이 허공으로 떠올라 밀쳐진다.

“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온, 찌릅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시원하게.

“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트으으으으으으으라이크으으으으!”

번쩍.

장거리에서 날아온 곽지운의 궁극기가 스치며 적들의 발목을 일순간에 베어낸다.

“세에에에에에에자! 세에에에에에에자!”

“세자의! 미친! 초특급 장거리 슈퍼 울트라 마제스티 트리프으으으으을 킬!”

“세자의 완벽한.. 트리플킬! 아니, 이게! 이게에에에에에에! 이게 뭐예요!! 이거.. 완벽하게 계획된 각이었나요? 이즈 궁은 진작에 발사했거든요?! 이거 완전히 미쳤어요, FWX!”

- 아니..

- 않이..

- 않히..

- 우물킬이.. 우물에서 궁 쏴서 죽이면 우물킬이었어?

- 여기까지 바람이 느껴졌다 누가 선풍기 켰냐?

“오! 오! 미.. 미친 씨바 지저스 뻐킹 홀리쓋.. 은혜갚은 정글..”

“여기 지니 님 마이크 좀 꺼주세요!”

“이걸! 이걸 대체 어떻게..! 가둬놓고 정글만 돌게 해야..! 저런 정글..! 나도..! 나도 가질 거야..! 너 나랑 계약할래? 독점 계약! 나 은퇴 취소할게! 내가 다시 원딜 할래! 지운아아아악! 형한테 양보해라아아아악!”

- 미친 원딜놈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독점 계약 뀨베 ㅅㅂㅋㅋㅋㅋ

- 미저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군만두는 주는거지 형?

- 세자가 지니 직속 후배라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대선배로서의 가오가.. 아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아! 너 죽는 줄 알았어!”

괜찮아, 나 안 죽어.

이 정도면 살인 예고도 꽤 성공적이지?

내가 죽인다고는 안 했잖아.

- 어? 잠깐만 예고장 받은 아트 죽었어?

- 야 그럼 지금.. 우리 형..

- 진화. 해버렸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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