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173화 (174/326)

173화. 커밍

경기 시작 직전.

1세트와 2세트 사이.

잠시 광고 시간에 이어 분석 데스크로 화면이 돌아갔을 때.

이 시간은 해설진에게도 꿀 같은 휴식 시간이다.

“아까 좀 더 먹을걸.”

“그러니까. 남기지 말래도? 왜 그렇게 입이 짧아. 늙을수록 챙겨 먹어야지. 이제 눈 깜빡하면 삼십 대 후반이야..”

큰 경기가 으레 그렇듯, 대기 시간이 길었던 두 해설자는 꽤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한 구석에 마련된 다과를 입으로 욱여넣었다.

해설이 진행하는 것은 밴픽을 포함해 경기까지 약 한 시간.

1세트의 경우 경기 오프닝까지 포함되어있기에 꽤 길었다.

“그래도.. 하, 내가 설레서 앉을 수가 있어야지. 근데 오늘 봤어? 선수들..”

“확실히 FWX가 좀 긴장한 것 같더라.”

대기실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쳤지만 이렇게 집중도가 높은 경기는 하나만 진행해도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난 오늘 칼퇴근 안 했으면 좋겠다.”

“맞지.”

사석에서는 편하게 말을 놓는 두 해설자.

현수진과 강기수.

“근데 1세트는 좀. 이게 진짜 티가 나긴 하네.. 객원 해설 지니 님도 많이 힘들어하시더라. 안타까웠어. 왠지 바텀에 시선이 좀 꽂히신 것 같긴 하지만..”

“뭐. 신인이 여기까지 올라 온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근데 나 막 이거 진짜 좋다.”

“하긴. 너무 고인물 경기가 계속되면 이게..”

강기수가 살짝 목소리를 낮춘다.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은 볼 게 없으니까.. 이게 또 LOS는 약팀이 강팀 만나면 티가 너무 나.. 아니, 분명 따로따로 보면 정말 잘하는 선수들인데 진짜 강팀만 만나면 그렇게 트롤같아 보일 수가 없어요. 아무리 운영을 잘해도 피지컬이 부족하면 개판 나고.. 운영이 또 너무 부족하면 피지컬도 못 보여주고..”

“그래서 중심이 항상 중요하더라. 그래도 FWX는..”

두 사람은 잠시 현황에 대해서 낮은 목소리로 수다를 떨다가.

“이거 시트는 봤어? 얘네 데이터.”

“어. 진짜 미쳤더라? 근데 오늘은 차니랑 라온 선수가 유독 좀 불안해. 라인 집중력도 평소 데이터보다 확실히 떨어지는 기미가..”

또 선수들 정보로 넘어간다.

끊임없이 예습과 복습을 하는 해설진 역시 이 리그에 항상 진심이다.

이제 거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곧 다시 방송을 준비해야 할 때.

“아니, 여기서 뭐 해요. 나만 쏙 빼고 둘이서 맛있는 거 먹은 거야?”

“선배님.”

“선배님, 과자 드실래요?”

안은우 캐스터가 다가오자 두 사람은 동시에 다과를 내밀었다.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말래도? 아나운서 후배도 아닌데. 그리고 난 괜찮아요. 일단 2세트 끝나고 나서 그때 먹는 게 밸런스가 맞아.”

“넵.”

오랜 시간 캐스터를 맡아 온 그는 자기 관리의 화신.

“그리고 난 무대에 서야 하잖아. 배 나와 보이면 어떡해. 이제 한 모금씩만 더 들고, 자리에서 만나요. 나는 먼저 가서 지니 님 말동무라도 해드릴게요.”

눈을 찡긋 해 보이며 두 사람이 민망하지 않게 다독인 캐스터가 생수병만 집어 들고 자리를 뜬다.

“와. 진짜 안 캐스터님도 진짜..”

“아직도 가슴이 떨리네, 오프닝 무대.”

“이런 무대만 되면 난 진짜.. 해설이라 다행이다 싶어.”

“맞아.”

안은우의 말대로 마시던 음료를 정리한 두 사람은 자리를 떴다.

“근데. 여기서 FWX가 바로 무너질 것 같지가 않다.”

“그건 인정.”

“솔직히. FWX가 그런 팀이기도 하고.. 보고 싶잖아.”

“나도.”

“이제 무적 병기 하나 나올 때 됐지.”

“근데 이번 세트에서 왠지 세자 선수가 트리플킬 낼 것 같지 않아?”

“세자 선수 다중 킬 데이터 별로 없는데? 이거 샤머니즘 아니야?”

“그럼 뭐 어때.”

두 사람은 다시 관중들이 기다리는 무대로 발을 옮긴다.

“레전드 경기 나올 때도 됐지.”

#

어떤 사람들은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완벽한 오더와 동선 예측으로도 질 수 있냐고.

글쎄, 이건 서로의 체급과 픽이 완벽하게 동일했을 때는 확연하게 드러날 수 있겠으나.

각 라인에서 쓸 수 있는 챔피언의 종류는 최소 스무개 이상.

패치와 메타에 따라 이 폭은 라인별로 달라지고.

라이너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역량은 서로 제각각.

이것들을 조합하며 상대와 맞춰가면서, 동시에 우리가 더 유리한 조합으로 가려다 보면.

상대가 실수해 주지 않는 한 하나씩은 양보할 수밖에 없다.

탑을 더 강한 픽으로 가져갔다면 미드를 더 약한 픽으로.

또, 전체적인 구성이 강하다면 시간상으로 더 오래 걸리는 조합으로.

약점이 적을 수는 있지만 없을 수는 없다는 게 LOS라는 스포츠.

하지만 이걸 뛰어넘을 수 있는 게 팀의 체급이다.

다 죽어가는 게임도 살리는 게 솔로킬이라고 하잖아?

트릭스터를 가장 완벽하게 부쉈을 때, 우리 탑은 문봉구였고.

나의 드리블과 문봉구의 방어력을 통해 시간을 끌어 그 체급을 성장형 챔피언으로 메꿨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스톰의 왕조가 끝난 틈을 타 자신들이 이 리그를 통일하고자 하는 트릭스터는.

더욱 꼼꼼하게 우리를 짓밟아놓을 계획을 세워왔다.

“트릭스터는 마지막 픽을 그브로 완성시켰는데요!”

“킨드가 그브의 카운터라는 말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건 정말 특별한 몇몇 이야기일 뿐이에요. 일반적으로는 그브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FWX는 틀림없이 트릭스터에게 그브를 강요했어요. 뭔가 생각이 있다는 뜻이죠!”

“예. 지금 이렇게 되면, 트릭스터는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폭딜을 뿜어낼 수 있고..”

- 존나 치사한 조합이야

- 대신 줄타기 오짐

- 근데 상대가 세자 클래스라면?

- 흠 괜찮은 듯ㅋㅋㅋ

- 와ㅋㅋ 트릭스터 잘난 척 오지네ㅋㅋㅋ

- ? 우린 잘났으니까

- 트) 이것이 1.황.이.다

- 제발 이겨서 너희의 드라마를 완성해줘 FWXㅠㅠ

“상상해보면 바텀이 원거리 요격이 충분히 가능한 조합이에요. 한번 럭스의 속박에 걸리게 되면 케틀, 그브 궁, 아라의 드리블까지! 이거 빠져나갈 수가 없거든요. 저는 이 타겟이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캐리하기 힘든 조합으로.

이건 각 라인에서 지지 않고, 상성상 뛰어난 부분까지 있기에.

트릭스터가 이번 싸움을 제대로 준비해온 결과다.

바텀에서 버티는 조합을 꿈도 못 꾸게 만드는 것.

“네! 지금 메타에서는 쓰기가 좀 어려운 키이사를 대신해서, 케틀이 등장했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위험하지만 정말, 고구미 선수가 이런 챔피언 전문가예요! 사실 시그니처인 코구모를 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쪽은 뭐, 또 성격이 좀 다르니까!”

하지만.

“기억해. 퓨처 선수는 레드 진영에서 아라나 사일을 플레이할 때, 궁극기나 사슬을 마지막 텀에 왼쪽으로 뻗는 경향이 있어.”

“건아.. 대체 어떻게.. 그런 건 김 코치님 자료에 없었던.. 아냐, 기억해둘게.”

빅스 전에서 보여줬던 탑과 미드, 두 키스톤 콤비의 플레이.

그리고 언제나 단단한 곽지운과 많이 성장한 최은호의 배터리.

내가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아도.

“팀.”

나는 천천히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쉰다.

이제는 앞이 보이지 않아도, 맵이 선연하게 눈앞으로 보인다.

“버티면.”

적들의 생각이 느껴진다.

“반드시 갈 테니까.”

팀원들의 성장을 틀어막고 싶어 한다고?

“가자, 불꽃 구단.”

그럼 반대로 내가 크는 전략은 어떨까.

“불꽃 구단이라니.”

“너무 촌스러워.”

“파이어웍스잖아.”

“불꽃놀이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가자! 불꽃 구단!”

“불꽃 불꽃! 화이팅!”

이건 처음일 거다, 트릭스터.

#

“미드, 미드 방향!”

맞는다.

“라온 선수가 아라의 매혹은 피해냈지만! 무사 선수의 그브, 체력 갱이 아주 매서워요!”

“아자르가 탈출의 귀재이니만큼, 꼭 잡으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거거든요!”

“그래도 잡히는 건 최악이죠. 잘 흘렸습니다, 라온. 이러면 어쨌든 그브가 살짝 턴을 쓰긴 썼어요.”

하지만 터지지 않는다.

“지금, 와, 와, 와아아아아왁! 이거! FWX에서 먼저 바텀 싸움을 겁니다! 클래스의 앞 점멸!”

“이거 위치 상당히 위험한데요! 무사 선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때린다.

“세자 선수가 아슬아슬하게 속박 피해냅니다!”

“지금 거의 목숨 걸고 싸워요, 바텀! 서로 체력 많이 적은 상황! 어어? 이거 등을 보여도 되나요, 클래스? 이거 위험하지 않나요!”

“어차피 빠져야 해요! FWX! 그브가 와요!”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악! 케틀, 케틀 궁! 조주우우우우운!”

“막아줘! 막아줘! 두 사람! 정확한 호흡! 총성이 울리지만! 칼마가 대신 실드와 함께 막아내면서! 이거야!”

“간신히! 살았습니다!”

“데마아앗씨아 한 발이었으면! 그거 한 발이었으면 각도기 조절이 가능했을 텐데! 이거, 아직 서포터는 6레벨이 되지 못했죠! 근데 칼마는 벌써 궁을 찍었거든요! 궁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하죠?”

- 뭐야 칼마 벌써 궁 돌았네 이거 사기네? 역시 사기챔 전문가 클래스

- ㅈㄹ 이게 말이야 글이야

- 글인데요?

- 그건 맞네

그리고 줄타기를 하며 시간을 번다.

“바텀에서! 목숨을 내놓다시피 하면서 시간을 번 사이! 권건이! 권건이! 솔로용을 하고 있었어요!”

“아슬아슬한 체력으로.. 그브, 플! 하지만 스틸 실패! FWX가 용을 차지합니다!”

“이거 진짜 타이밍 미쳤는데요!”

“아니.. 귀한.. 원딜이.. 저렇게까지.. 해준다구요?”

“다시 한번 스택을.. 쌓아 올립니다, 권건!”

- 지니 화났냐고ㅋㅋㅋㅋ 귀한 원딜 ㅇㅈㄹㅋㅋㅋ

- 서폿 죽을 뻔한 건 신경도 안 쓰죠?ㅋㅋㅋㅋㅋ

- 건이 저축 잘하네 부자되겠어^^

- 정글 먹기 쇼 1열 직관

- ??? : 용은 이렇게 먹을 수도 있는 거야. 알겠어?

- 뭐해 실버쏘드형? 닭 잡던 칼 지붕 쳐다본다고

- 그거 맞아?

- 근데 바텀 안갈 수도 없었잖아

- FWX 저 새끼들 끝까지 싸울 생각이 없었네;;

- 아 이러면 좀 불안한데ㅋ;

“우와아아아아아아! 이거 진짜 노련한 플레이였어요. 너무 위험 부담이 컸는데, FWX 정글과 바텀이 처음부터 노렸던 게 이겁니다. 그브는 화가 납니다!”

“방금 리플레이에서 무사 선수가 고개를 갸웃했죠? 와, 이걸 먹네.”

“사실 이거 완전 트릭스터거였거든요! 도둑이야! 도둑! 오브젝트 도둑이야!”

- 권건이 도둑이긴 해.. 내 심장 도둑

- 내 인생 도둑

- 내 팬티 도둑

- 아ㅋㅋㅋㅋㅋㅋ 지쟈쓰ㅋㅋ

“지금 권건의 킨드 포트폴리오 살벌합니다! 아주 살벌해요! 지금 핵심 경력으로 가득가득! 채우고 있어요! 표식 챙깁니다! 라온이 시선 끄는 사이 칼부 머리만 쏙 빼먹었어요! 응! 지나갈게!”

“저 포폴이 원딜 포폴이었으면 지금쯤..”

“이거 이대로 놔두면 안 돼요!”

“정글링 스코어 자체만 보면 무사 선수도 그렇게 불편할 게 없는 상황이에요. 근데 지금 FWX 미드가 힘을 꽉 주면서, 절대 주도권 안 내주려고 하고 있고. 아직은 영향력이 약한 바텀에서도 목숨을 건 묘기를 보여주면서 거의 한계치까지 정글을 받쳐주고 있거든요?! 이거 길어지면 또.. 이게.”

“권건이.. 픽에 비해 정말 무난하게 성장하고 있어요, 이거! 이거 진짜 혹시라도 킬이라도 먹게 되면..!”

“그래도 킬은 원딜 먼저 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렇게 바텀에서 잘해주는데..”

- 아니 지니형ㅋㅋㅋㅋㅋㅋ

- FWX 편파 해설을 하라고ㅋㅋㅋ 원딜 편파 해설 말고ㅋㅋㅋㅋ

-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너무 심하게 굽으셨네 존나 웰던이신 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둘이 활동 기간 겹치잖아ㅋㅋㅋ 세자랑 지니랑 찐으로 아는 사이ㅋㅋㅋ

- ㅇㅇ FWX 원딜 직속 후배

“킬로 표식을 모으기 시작하면 한 대 맞은 게 아니라 열 대 맞은 효과가 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전과는 다른 방향성.

팀원들은 권건에게 시간을 벌어준다.

완벽하게 주도권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상대 역시 강자들이니까.

하지만, 최소한 밀리지 않기 위해.

동선 예측과 정글링 그 자체가 뛰어난 우리 정글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FWX는 한마음 한뜻으로 열정을 불사른다.

단지.

아직 부족한 곳이 있다.

“탑, 탑에서.. 그라가!”

“이게 지금 오드 선수의 아트가 대검을 자기 맘대로 휘둘러요! 이거, 너무 뒤로 가서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면 라인 싹 잡아먹힙니다. 그대로 처박혀요!”

지금, 이 경기가 시작된 후.

모든 선수는 잡담하지 않고 있었다.

함성도, 수용 인원도 적은 LOS 파크와 달리 이곳은 다양한 소리가 난다.

사백여명과 수만 명의 차이니 당연하다.

관중들이 움직이는 소리.

아쉬운 모습에서 나오는 안타까움의 탄식.

좋은 플레이, 오브젝트를 차지했을 때 터져 나오는 함성.

선수들의 귀에 장착된 헤드폰은 그 소리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공기로 전해져오는 거대한 진동과 공간감을 막을 수는 없다.

첫 번째 세트에 패배한 뒤 FWX는 오늘 경기의 무게 중심을 바텀으로 옮겼다.

그래서 이유찬에게 주어진 짐은 좀 더 가벼웠지만 플레이가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이유찬.”

권건이 입을 연다.

“어.”

FWX의 탑은 떨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서워?”

“아니, 아니. 절대.”

자신의 성장에도 바쁠 정글은.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 탑 근처에서 압박한 뒤 사라진다.

“그럼 소리가 무서워?”

“..난 무서운 게 없어.”

“귀를 닫아.”

“귀를?”

권건은 사람을 위로하는 데에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모든 감각을 손끝으로 집중해. 바깥에 할애하지 마.”

자신의 경험은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라인만 봐.”

“...”

“네가 맡은 역할이 뭐지?”

“탱커.”

“탱커는 어떻게 하는 거야?”

“대신 맞아주는 거..”

“아니. 앞에서 피하기만 해.”

“피한다고? 일부러 맞아주는 게 아니라?”

“딜러는 때리기만 하면 되는 거고. 탱커는 피하기만 하면 돼. 어때. 쉽지?”

“...”

이유찬은 상상도 못 한 시각에 대답할 말을 잃었다.

“나머지는 우리, 그리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팀이잖아.”

그의 동굴 같은 목소리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내가, 때리고, 맞고, 피하고, 전부 다 하는 최고가 아니어도?”

“니가 최고일 필요가 뭐가 있어.”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

어느새 이유찬은 외부 환경보다는 주변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탑! 팀과 역할이란 게 그런 거야. 여기서 너는,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진 가장이 아니니까.”

다소 높은 목소리의 김예성이 뾰족하지만 둥근 말을 한다.

형편없이 밀리던 탑으로 화려한 텔이 쏟아진다.

어떻게든 자신의 시간을 할애한 미드 라이너가 탑의 균형을 잡아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할게.”

“그래.”

대화는 짧았고.

준비는 끝났다.

FWX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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