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149화 (150/326)

149화. 눈을 왜 그렇게 떠?

우리는 빠르고 짧은 피드백을 마쳤다.

“졌어.”

“이겼어.”

“졌어.”

“이겼어.”

“탑이 지면 진 거야.”

하지만 이유찬은 울적해 보였다.

워낙 감정이 널뛰는 선수이긴 한데.

오늘 좀 많이 죽었던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유찬은 끝까지 킬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나도 인정한다.

실제 경기가 어떻고, 어떤 역할을 했건 간에.

데스는 있지만 킬 스코어가 0인 건 뭐랄까.. 좀, 무임승차같잖아.

벌금 50배 내야 할 것 같고.

그래도 이유찬 개인이 어떻건 플레이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신입이지만 경력직 느낌이 있다.

다룰 때 요령은 좀 필요하지만.

한 번 해본 건 잘 잊지 않는 야무진 후임 같은 느낌?

폐급 경력직보다는 훨씬 낫다.

어떻게 알았냐고?

이건 모두가 살다 보면 겪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

군대에 가면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다던데?

그러고 보면 항상 회귀 구간이 짧은 것에 대해서 불만이었는데 군대를 생각하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미루기는 하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내가 어깨를 으쓱했지만.

“봉구 형한테 이긴다고 했는데. 싸우르스 죽여버린다고 했는데.”

아.

그런 사연이?

그건 그럴 수도 있겠다.

진작 말하지.

“어떻게 이기고 싶은데?”

이유찬이 작은 소리로 귀띔했다.

나쁘지 않은 이야기.

근데 사우전드 선수는 이제 싸우르스로 고정된건가?

나도 이쪽이 잘 붙는 것 같긴 하다.

“유찬아, 얘기 좀 하자. 0킬 5데스는 진 게 아니야. 5성 장군이야. 명예 군인이라는 게 있거든..”

“그게 무슨?”

김한빛 코치님이 빠르게 이유찬을 당긴다.

뭐, 어쨌든 이겼으니 습득은 했겠지.

그럼 해볼 만 할지도 모르겠다.

“봤냐? 고양이 강타쑈. 다음에는 내가 강타 든다. 알았지?”

“응. 고양이 밴이야.”

“진짜 그러면 배신이다. 진짜. 미라쥬 진짜 쫄보 인증하는 거다. 고양이가 무서워?”

“아니, 내가 밴 한다고.”

“그럼 니가 밴 하기 전에 내가 1페이즈에서 골라버리기.”

“너 밴도 픽도 순서 마지막인데.”

“이거 서폿 차별 아니냐?”

“그건 네가 했었지. 안 그러냐, 구 정글?”

“내가 언제.. 그랬어..”

윤도형과 곽지운이 쓸데없는 말씨름을 하자 최은호가 끼어든다.

최은호에게 집중 서폿 강의를 듣는 윤도형은 묘한 위계라도 생겼는지.

입도 벙긋하지 못한다.

“근데 도형이 너는 왜 그렇게 귀여운 챔을 좋아해? 정글 어떻게 했어?”

“내가 뭘.”

“루루 엄청 좋아하잖아. 너 책상 뒤에 피규어 세 개나 있더라?”

“루루? 미친 새끼 아니야, 이거? 너 미성년자 뭐로 잡혀간다.”

“아니?”

윤도형은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표정이 진지해진다.

“그거 루루 아니야. 하, 답답한 놈들. 이걸 모르네.”

“그럼 뭔데?”

“티니퐁! 그중에서 보라색의 라라!”

그 목소리가 너무 커서 잠시 황당한 표정이 모두를 스친다.

“목소리 좀 낮춰봐. 무슨 버튼이라도 눌렸어? 그래서 티니풍이 뭔데?”

“티니퐁! 티니퐁 몰라? 루루가 반짝반짝 라라퐁을 닮았잖아! 우리 어릴 때 보던 거! 나만 이상한 사람 만들지 마라. 솔직히 알잖아!”

“아니? 진짜 모르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어릴 때 언제.. 윤도형 너 아직도 초등학생이야?”

결국 김 코치님이 이미지를 몇 개 보여주고 나서야 다시 분위기가 조금 침착해졌다.

“감독님, 이거 우리 조카가 좋아하는 건데..”

“최 코치 조카가 몇 살인데?”

“8살 여자아이인데..”

“혹시 옛날에 유행하던 무지개색 유니콘 같은 거니?”

“아니요, 그냥, 그.. 모르겠어요. 저는. 취향은 다양한 거니까..”

“은호는 너무 올드하고 도형이는 너무.. 영..하네.”

처음 알게 된 동료의 취향에 묵념.

“좋아. 얘들아. 그럼 2세트. 이번에는 은호가 나간다.”

박 감독님은 손뼉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취향 때문에 차별하시는 거 아니죠?”

“절대.”

“그럼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하겠습니다.”

“그래. 집에 가서 루핑퐁도 잘 챙기고.”

윤도형은 일어나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라라퐁이요.”

어쨌든.

“진짜 서포터가 뭔지 보여줄게.”

“상어잡이 가자!”

이제 루라퐁을 코칭 박스에 남겨놓고, 다시 나갈 시간이다.

#

“클래스! 클래스! 클래스!”

환호가 쏟아진다.

미라쥬 역시 최은호를 향해 습관적으로 따가운 시선을 보내며 자기들끼리 무언가를 속삭인다.

“쟤 많이 늘었던데.”

“우리 긴장해야겠다. 그래도 감은 떨어졌을 수 있음.”

별 뜻 없는 대화였지만.

멀리서 그 모습을 본 권건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세트에는 클래스 선수가 교체 출전합니다!”

“이거 이번에는 좀 더 강타 싸움이 편해지겠는데요? 아까는 정글이 둘이었거든요!”

팬들이 반가워하는 만큼이나 해설진도 유쾌한 말투로 최은호를 반겼다.

해설진 역시 선수 출신이 많다.

그런 만큼, 최은호의 상태를 짐작하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FWX의 대응을 칭찬하기 바빴다.

그들 역시 선수였던 만큼.

고통을 느꼈을 때 그것을 감추려고 해본 경험이나 혹사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좀 더 윗세대의 프로게이머일수록 더욱 그렇다.

“지금 벌써 재밌어요. 이거, 상당히 흥미로운 전개입니다!”

“미라쥬가 화가 많이 났거든요! 너네! 감히! 졔리 유마를 풀어?”

“예전만큼 이 둘이 정말 시간만 주어지면 무적이 되는 사기 듀오라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전 세트에 유마에게 당한 것을 뺏어와서 톡톡히 갚아주겠다는 심산이죠!”

“고양이의 전령 스틸이요! 야, 그거 진짜 좀 열받을 수 있죠! 그때가 승부의 분기점이었거든요!”

“근데, 그것보다도!”

미라쥬는 다른 포지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챔피언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이언, 트런둘, 죠이, 그리고 졔리와 유마.

“저 또 이 팀이 어떻게 섞을지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하지만 FWX는.

“정상 포지션으로 가네요!”

시바나, 뱌이, 사일, 미포와 질리얀 조합.

- 이게 “정상”이야?

- 존나 과하네 시발ㅋㅋㅋ

- 우리를 ㅈ으로 보는 것도 어느 정도지 아ㅋㅋㅋ

- 질리얀 ㅆ1발 진짜ㅇㅇ 몸 불편한 서폿 새끼 뭔데?

그리고 첫 번째 경기에서 의문의 패배를 당한 미라쥬의 팬들은 화가 많이 났다.

“예측하셨어요?”

“아뇨, 그럴 리가요. 오늘도. 졌습니다. FWX! 유, 윈!”

“이런 걸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FWX의 올 시즌 바-바-리안 조합?”

“아, 그거 괜찮은데요. 어떤 시나리오를 짜 온 건가요, FWX!”

- 괜찮긴 뭐가 괜찮아

- 존나 편파 해설하네?

- 얘네 왜 이렇게 발광이냐? 아까 미라쥬 얘기도 했잖아 단단한 구성에 좋은 지원사격 재원이라고

- 다이오드세요?

“좋습니다! 지금부터 경기 시작합니다!”

- 이번 판도 지면 수영해서 와라

- 어딜? 한강을?ㅋㅋㅋㅋㅋ

- 헥사 저 새끼가 갑자기 들어가서 진 거 아님?

- 테러도 존나 절었음

- 쓰레기 같은 놈들ㅇㅇ

- 너네를 응원하느니 게이트볼을 보겠다 개새들아

미라쥬 팬의 분노는 아군과 적을 가리지 않는다.

“하나, 둘, 셋!”

“미라쥬! 화이팅!”

“미라쥬! 죽여라!”

쉰 듯 내질러지는 목소리.

현장 분위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 여기 분위기 존나 흉흉함ㅋㅋㅋ

- 현장에 갔으면 현장 경기를 봐ㅋㅋ

#

최은호의 질리얀은 꽤 오랜 시간 준비한 카드다.

사실, 밴픽 싸움에서도 혼란을 주기 좋았다.

작년 김예성의 플레이 데이터에 질리얀이 있었기 때문이다.

탑에서 고른 시바나 역시 마찬가지다.

단점이 명확하지만 리그에서도 탑, 정글로 사용된 적이 있다.

그리고 결국 내가 가져간 뱌이 역시 마찬가지.

어떻게 보면 우리 조합은 꽤 정직하다.

만약 상대가 좀 더 날랜 챔피언 조합을 구성했다면 결국 이렇게 완성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탱커.”

이유찬은 탱커 챔피언에 약하다.

원래도 꽤 공격적인 이 선수의 숨겨진 카드는, 대부분 불균형 챔피언이다.

배인이나 칼리같은 것들.

“싸우르스는 공룡. 공룡은 용. 하지만 내가 진짜 용.”

“탑, 사우르스는 용이 아니라 도마뱀을 뜻해. 전 세트의 너같은 거지. 공룡은 다이노소어고. 그리고 시바나는..”

“나는 곧 내 적수의 공포이니라.”

하지만 그런 이유찬이 나름 준비한 픽.

감독님과 코치님은 앞선 트릭스터 전을 넘기면서 뒷 경기들에 전력을 기울였다.

선수들의 니즈, 취향, 그리고 조합.

그리고 상대가 자신감 있어 하는 하드 탱커를 꺼내자.

거기에 맞서 우리 역시 탑 탱커로 안정감을 더한다.

탱커 폭이 좁은 이유찬에게 새롭게 주어진 챔피언.

“내가. 봉구 형을. 계승한다.”

결이 다른 탱커.

“쟤는 변신하는 챔피언 좋아하는 게 꼭 어린애 같지 않아?”

“그래. 나는 지금 니가 무슨 말을 해도 편하다. 넌 참 소중한 존재야, 서포터.”

“깍지.. 역시 사람이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바텀 듀오는 안정적인 라인전을 시작했다.

초반 주도권을 꽉 잡아줄 수 있도록 구성해왔다.

최은호가 오랜만에 잡은 질리얀은 난이도가 높은 챔피언.

그 이유는 이 챔피언 특유의 리듬감에 있다.

“원. 투.”

“슬, 슬, 슬로우.”

“지금 FWX의 바텀이 압박 수행력이 굉장히 뛰어나거든요! 이거 클래스 선수의 질리얀 숙련도가 심상치 않은데요?”

“이 상황에서 고양이가 뭘 해주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납작 엎드려야 해요. 숨을 죽이고, 두고 보자! 이거 상대가 너무 날랩니다! 발 빠른 애 옆에 빨리 감기 해주는 애! 이거 세자가 벨튀 전문가거든요! 이제 분야의 권위자!”

“결국에 미라쥬가 졔리 유마를 골랐다는 건 꽤 먼 미래를 본다는 이야긴데, 이거 이렇게 너무 오래 괴롭힘당하면 상당히 힘들어져요. 테러 선수의 동선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이거 풀어줘야 해요?”

“나이스.”

곽지운은 한결 편해 보인다.

윤도형과 함께 했을 때의 습관처럼 내리는 짧은 콜을, 최은호는 코칭 박스에서 충분히 습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바텀 꽉 잡아둘게.”

“트런둘 조심하세요.”

나는 조금 성장한 둘의 모습에 배부른 기분을 느낀다.

“미드는 주도권 조금 내줄 마음으로 편하게 해도 괜찮아.”

“고마워.”

사실 이 탑 탱커, 미드 AP, 바텀 지원 스타일은 미라쥬의 공식이다.

꽤 자신 있는 조합인 셈.

그런데, 우리도 지금 최대 전력이거든.

시간의 수호자 최은호.

서포터라는 게 별거 아닌 것 같을지 몰라도.

꽤 큰 차이다.

“지금, 바텀의 체급이 올라간 만큼 권건 선수 성장 속도가 빨라 보이는데요?”

“신경 쓸 부분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투자금이 남는다는 뜻이거든요!”

촘촘하게.

“반대로! 테러 선수는 바텀을 안 볼 수가 없어요! 이거, 또! 이거! 또! 그냥 가잖아요! 세자 선수가 게임 할 때 진! 짜! 사람 열받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진짜! 극찬이! 안 나올 수가 없어요! 거기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위기를 무사히 넘깁니다!”

“어후!”

좀 더 빡빡하게.

“아직 탑은 조용합니다. 이게 시바나도 이동 속도가 꽤 빠르거든요. 불자동차 같은 개념인데, 지금 차니 선수가 평소와 달리 대단히 조용히 라인을 지우면서 성장하고 있죠!”

“이 선수, 전 세트에서 뭔가 느꼈나요?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생각을 더듬으며, 상대의 것이었던 필드를 지배한다.

“어어어? 지금 아슬아슬하게 권건 못 봤어요? 한 걸음 차이였던 것 같은데? 이게, 뱌이가 생각보다 기동성이 좋거든요? 벽을 막 넘어 다녀요! 마치 괴도처럼!”

“괴도라고 하기에는 몸이 좀 많이 무겁죠?”

- 그럼 벽 잘 넘는 아뭄무를 해 시발

- 응ㅋㅋㅋ 너네 정글은 벽 못넘어ㅋㅋㅋ

- 대신 벽을 만들 수 있지 근데 시발 찾질 못하니 벽이 무슨 소용이야

- 또 없네? 이럴 거면 그냥 /따라가기 GwonGun 켜 니가 펫이냐?

- 바텀이 ㅈ박아서 그런 거잖아

- 어쩌라고 니네 정글 뭐함?

- 빡라쥬 새기들 오늘 지면 내가 더는 안 참는다ㅇㅇ

- 안 참으면 어쩔건데ㅋㅋ

미라쥬.

미라쥬에 대해서 떠올린다.

1세트, 갑작스럽게 넘어진 뒤.

미라쥬는 코칭 박스에서 어떤 대화를 했을까.

“FWX가 지금 탑에서도 그렇고 라인 주도권에서 밀리지 않고 있거든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숨 막히는 경기!”

“꽤 자신 있는 조합인데 이거 이런 식으로 차니 선수가 탱커 챔피언, 아니 탱커로 갈 수 있는 챔피언이요? 물론 저게 탑 라이너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챔피언은 아니긴 한데! 어쨌든 탱커를 했다는 거 자체가! 이게 허를 찌른 거거든요!”

"그렇습니다. 차니 선수가 칼이 아니라 부싯돌을 산다뇨. 이거 상점 주인 뒤로 넘어갑니다. 손님 정말 맞아요 이거? 거기 나가시면 환불 안 됩니다?"

화를 냈을 것이다.

뭐, 단순하게 욕을 하고 싸운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람이 다혈질이란 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승부욕이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는 거잖아?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똘똘 뭉친 팀이 미라쥬다.

몇 가지 단점을 빼면 꽤.. 나쁘지는 않은 팀이다.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이죠? 트런둘이 뭘 만들어내기에 지금 아주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미라쥬는 대부분의 선수에게 선배다.

나이가 있는 만큼 이 바닥에서 많이 구른 사람들이니까.

“뭔가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차니가 이렇게까지 온순할 수도 있는 선수였나요? 결국 손해 본 사우전드가 다시 귀환을 선택합니다!”

“이거 탑에서 1점 추가한 거거든요! 흐름 좋아요?”

“그렇죠, 탑 마인드로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이 허리 숙여 인사하면 손이나 들어주며 지나가고.

눈빛으로 기를 죽이려고 하는, 꼰대다.

그러니까 방송도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하는 거고.

서포터가 나에게 뭐, 서폿 챔으로는 자기가 이긴다고?

그 팬들이 얼마나 우리 팬들에게 분탕을 쳤는지 모르겠다.

나는 상관 없지만 우리 순하고 고운 팬분들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셨을까?

- ㅋㅋㅋ미라쥬 ㅈㅂ

- 숨도 못 쉬죠?ㅋㅋㅋㅋ

- 응 우정권이야ㅋㅋㅋ

- 목소리만 크지 별거 아니네ㅋㅋ 늙은이들ㅋㅋ

- 진심 펀치 맛이 어때? 우리는 “완전체”다

- "BFG"

- 그게 뭐임? 베스트 프렌드 권건?

- Big Fu*king G(a)un(tlet)

- 이봐! 존나게 크고 아름다운 내 건을 봐..

- ㄷㄷㄷ 매니저! 홀 관리 좀 해!

“어어, 이거, 이거? 이거어어어? 사우전드 사이언이?”

그래 놓고 정작 몰가를 밴해?

이걸 팀 심리전으로 써보려고 했던 건지 뭔지.

왜, 아이반도 밴하지 그랬어.

“바텀 갑니다.”

유통 기한이 얼마 안 남으셔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그런가?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 전략인가요? 초반 올인? 이거, 이런 식으로? 반드시 풀어버리겠다?”

그리고 애들 기 좀 죽여보겠다고 들어올 때마다 야려?

아, 이건 못 참지.

나는 손에 낀 건틀렛을 천천히 한 손가락씩 구부린다.

복싱 선수들이 글러브를 끼는 이유가 뭔지 알아?

“유찬.”

“거니퐁?”

자신의 주먹과 상대를 보호하기 위해서.

“바텀. 당장.”

근데 건틀릿은 아니잖아.

“나 6인데? 라인.. 아니, 간다퐁. 출동퐁.”

적이 어설픈 꼰대 짓을 그만둘 때까지 패기 위한 거지.

나는.

진짜 ‘젊은 꼰대’가 뭔지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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