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145화 (146/326)

145화. 안부

[ 2025 LOS 월드 챔피언십 개최지 및 일정 확정! 이번 월챔은 한국에서 즐긴다! ]

월드 챔피언십은 이번 msl 성적까지 합산 후 시드권을 배분했으며 한국(LKL)에서는 총 4개 팀이 ‘LOS 월챔’에 진출한다. 중국, 유럽에서도 4개 팀이 출전하며 북미에서는 3개 팀, 동남아시아와 일본에서는 2개 팀 등···

ㄴ 아직.. 아직 숨은 붙어있다 한국

ㄴㄴ 이번엔 진짜 시드권 넘어가는 줄 아란네;

ㄴㄴ 아무리 그래도 북미에 밀리겠냐고요? (쑻)

ㄴ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새드,,머미의,,전설이,, 세계를.,,

ㄴㄴ 미드,,,에서,, 빙닭이 날아다니던 그,, 때를,, 기억하심니까,,

ㄴㄴ 암요암요,,,

ㄴㄴ 할아버지들.. 또 이러신다 제발 들어가서 주무세요

[ (오늘의 테크 체크) 성남 스톰 vs 광주 미라쥬 2세트 퍼즈, 1시간 45분. 이번 시즌 최장 기록 ]

[ “이변”, 추락하던 성남 스톰의 미라쥬 전 기적적인 매치 승 ]

[ 장시간 퍼즈의 영향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퍼즈 동안 선수들은 자리도 비울 수 없고 경기 관련 대화도 할 수 없다. 퍼즈가 길어질수록 집중력은 떨어져” ]

[ 게임사의 문제인가, 현장 문제인가.. 화살은 어디로.]

[ 또 하나의 승리 포인트! 성남 스톰, 정글러 교체 단행.. 구 스톰 정글러 이태윤(Ittae), 콜업. 허진수(BoomBoi)는 또다시 ‘지겨운 염문’.. ]

[ LKL 판에 등장한 ‘미신’. FWX와 접점이 있는 팀은 경기가 잘 풀린다? ]

[ 호넷 차규정 감독, “그 팀(FWX)에는 무언가 있다. 경기에서 만나보면 안다. 마치 챔피언이 실제로 살아 숨쉬는 것처럼..” ]

#

7월 중순, FWX의 남은 매치는 7번.

월챔 개최지가 한국으로 결정이 나면서.

FWX는 이번 시기가 월챔 무대를 밟아볼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FWX는 월챔 진출 이력이 없는 팀이다.

먼 과거, 선발전에 간 적은 있지만 월드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감코진 중에서는 최수철 코치가.

선수 중에서는 김예성이 타 팀에서 경험한 정도.

이 경험은 꽤 큰 차이를 불러온다.

동네 피시방에서 연습실.

연습실에서 퓨처스 리그가 개최되는 소규모 극장 사이즈의 X-스페이스.

X-스페이스에서 LOS 파크, 그리고 월챔은 글로벌 홀과 스타디움.

공간이 넓어지는 것만으로도 온습도와 공기는 달라진다.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미국에서 월챔이 진행되면 한국은 새벽.

시차뿐 아니라 문화가 다른 장소와 낯선 숙소, 초면의 스탭들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고.

평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집중되는 인터뷰, 기자단에 시달린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가 사방에서 오가는 것 역시 부담이다.

상당히 많은 프로게이머가 내향형이라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본래의 역량을 감퇴시키기 마련이다.

그래도 한국에서 경기가 진행된다는 것은 호재다.

개최국의 이점이 있으니까.

당장 월챔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없었지만, 미래의 FWX에게 좋은 예방 주사가 될 것이다.

한 번이라도 더 큰 무대를 밟아본 선수와 아닌 선수는 다르다.

물론.

FWX가 당장 걱정할 것은 월챔 무대에서의 활약상보다는 이번 시즌의 순위와 선발전 출전 여부.

앞선 스프링에 포인트를 얻지 못했기에 이번 시즌 P.O에서 2위 이상을 하지 못하면 선발전 진출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앞으로 남은 대진은 트릭스터, F.L.E, 미라쥬, 해머스, 유니버스, 스톰, 그리고 빅스.”

박진현 감독은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미 P.O 진출이 확정된 트릭스터가 시즌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

그리고 아마 미라쥬가 누적 포인트로 2번 시드를 차지할 것이다.

다소 불안한 현재 팀의 사정상 1, 2번 시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정확히는, 시즌 1위를 노리는 것이 후일 더 큰 불편함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노려야 하는 것은 3, 4번 시드.

“이 중에 상위권 대진은 트릭스터, 미라쥬, 유니버스, 빅스.”

박 감독 앞에는 권건이 앉아있었다.

정기 면담 시간이다.

박 감독은 자기도 모르게 이 신인 선수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떻게 생각하니.”

“될 겁니다.”

시원한 대답이 나온다.

그래, 이래서 권건과 이야기하면 마음이 풀린다.

누가 이 선수를 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인 신인?

이게 맞다.

권건이 들어온 후, 트릭스터와 미라쥬의 매치 전적은 1승 1패.

유니버스와 빅스에게는 2승이다.

그전까지 매치 승은커녕 세트조차 챙기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경천동지할 변화.

“그래. 호흡 고르기를 할까 하는데.”

“좋습니다.”

또 한 번 즉답.

박 감독은 신기한 기분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니까요.”

운만 띄웠을 뿐인데 권건은 마치 베테랑 선수, 아니면 코치 경험이라도 있는 것처럼 빠르게 알아듣는다.

박 감독이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권건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말을 더했다.

“어차피 P.O에 쓸 무기를 정규 시즌에 다 보여 줄 필요는 없겠죠.”

플레이오프와 선발전이야말로 총력전.

월챔과 선발전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기 때문에 메타가 바뀐다.

그래서 팀이 스프링, 서머 시즌에 축적해 온 모든 것들을 쏟아내는 시기.

그전까지 발톱을 숨기는 것이 필요하다.

“팀 분석도 필요하고, 은호 형이 회복할 시간도 벌어야 하고. 적당히, 하지만 최선을 다하면서 말이죠.”

권건이 말을 마무리 지었다.

박 감독이 조용히 박수를 쳤다.

“맞아. 맞다. 그래. 맞아..”

소름이 돋는다.

오늘 하고싶었던 말이 딱 저 말이다.

2라운드 들어서 급격하게 이유찬의 폼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원인 파악이 다 되지 않았다.

우리 탑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마냥 손뼉만 치면서 기뻐할 수 없는 일이니까.

우연히 이 메타에 잘 맞는 건지, 아니면 개인의 성장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최은호는 스크림에 참여하고 있다.

간헐적 통증은 남아있었지만 나이가 어린 만큼 회복도 빨랐다.

다행히 가장 걱정했던 반사 반응에 대한 후유증은 없어 보였다.

의사의 지시를 철저히 따랐다는 것도 한몫했다.

정식 서포터 최은호가 합류한 상태에서의 FWX의 무력은 명실상부 탑독.

다만 이 카드를 자주 내밀 경우, 눈앞의 승리는 따낼 수 있을지 몰라도 최은호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FWX는 선수를 혹사시키는 팀이 아니었고.

팀의 도덕심이 아니더라도 선수 갈아 넣기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건아. 너는 대체, 어떻게..”

박 감독은 양손을 비벼 따뜻하게 만들며 눈에 가져다 댔다.

감독의 ‘페이스 조절’ 요구.

이것을 패배하라는 지시로 알아듣거나 패배해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있다.

몸으로 뛰는 스포츠가 아닌데 어떻게 체력 비축을 하라는 것이냐며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고.

슬쩍 본 권건은 왼쪽 입꼬리를 말고 웃고 있었다.

“이런 걸 요즘 애들이 뭐라고 하더라. 너 정말 알딱깔잘센이다?”

“요즘.. 네, 거의 비슷했어요.”

이번에는 고개를 젖히고 웃는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유쾌함에 박 감독도 같이 웃었다.

“그럼 어디까지 보고 있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

“월챔 경험이죠.”

“홈 어드밴티지. 그렇지.”

박 감독은 권건과 눈을 마주하며 벙긋 웃었다.

이제 노트와 펜은 모두 내려놨다.

왜 만난 사람마다 이 선수를 신이라고 말하는지 알겠다.

나는 그냥, 이 선수를 믿고 가면 되는 거다.

마음이 둥둥 뜬다.

“그렇지? 다음 해에는 우승을 해야 하니까?”

박 감독은 긴급 콜업으로 짧은 계약을 한 권건을 바라보며 되지도 않을 떠보기를 던졌지만.

권건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내년에 권건과 박진현 감독이 함께하는 FWX가 월챔 우승을 해야 하니까?”

2절까지.

“이제 예성이 부를까요?”

“우리는 깐부.. 건부..니까..?”

뇌절로 애걸복걸하는 박 감독에 권건은 의자에서 슬쩍 엉덩이를 뗐다.

“아니, 아니! 선생님, 아니, 그, 건이야. 잠깐만.”

“네.”

박 감독이 좀 더 자세히 봤다면 상대가 웃음을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그럼 내 아들 할래?”

“예?”

급해진 마음은 척수 반사로 말을 뱉어냈다.

“내가 권씨로 바꿀게. 족보 사면 되겠니? 요즘 그런 거 구하려면 어떻게 하지? 새벽 배송되나?”

“저희 부모님 잘 계시는데요.”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감독이 있다?

“이런 미친. 내가 실수를. 그런 뜻이 아니라..”

“예성이 불러올게요.”

“잠깐만! 건아! 사과할 기회를 줘! 제발!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권건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피드백 룸을 나섰다.

왠지 이번 시즌은 FWX 창단 역사상 가장 긴 시즌이 될 것 같았다.

#

지난 토요일 경기에서 인천 트릭스터는 이를 갈고 나왔다.

월챔 진출을 선언한 내 발언과 겹쳐,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득실 차에서 손해를 많이 본 트릭스터는 반드시 우리 팀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우리에게 맞춘 듯한 옷을 입고 철두철미하게 플레이했다.

최은호가 출전한 두 번째 세트에서 우리가 매치 승을 챙기기는 했지만, 다시 윤도형을 내보내며 접전 끝에 마지막 세트에서 패배.

이 경기에서 트릭스터는 특별히 준비해온 비장의 픽까지 공개했다.

트릭스터 전에 많은 것들을 걸고 있었다면 처절한 경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전략적으로 근육을 이완시켰기에 트릭스터의 무기 하나를 뺀 셈.

그 뒤 바로 이어진 제주 F.L.E와의 경기는 가볍게 우리가 스윕승을 챙기며 2위를 유지했다.

“얘네 아쉽겠네.”

F.L.E는 지난주 연달아 2승을 뽑아내며 좋은 분위기를 자랑했지만 우리 손에 그 기세가 꺾이며 풀이 죽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게 다 나의 클래-스 덕분 아니겠냐.”

최은호는 기세등등했다.

“너 이제 괜찮아?”

“글쎄..”

곽지운의 물음에 최은호는 말을 아꼈다.

좋은 자세다.

곽지운은 최은호가 나올 때마다 눈에 띄게 편안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최은호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이전보다 곽지운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모양.

아무래도 윤도형에게 바텀 라인전을 지시하면서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씩 우리 바텀이 단단해지는 것이 보인다.

나는 팔짱을 끼고 흐뭇하게 웃었다.

“거니. 너 왜 그렇게 웃음?”

“아니야.”

“무슨 생각하는데. 형님들 보면서 웃는 게 심상치 않은데.”

“아니야.”

“아니, 왜 대답을 안 해? 근데.”

“?”

이유찬은 아주 진지한 얼굴이었다.

“나 너 이길 수 있는 거 찾아냄.”

“뭔데. 고립 데스?”

“아니? 그건 명예로운 희생이지.”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그건 바로.. 아직 말 안 해줌.”

뭔데.

왜 대답을 안 해?

사람을 열받게 하는 방법이라도 연구해온 건가?

“탑, 너 또 뭐 하고 있어. 이상한 말 하고 있지?”

김예성이 다가온다.

“쟤도 이길 수 있음.”

그러니까 대체 뭘?

일단 LOS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대단한 스승님을 만났거든? 우리 사부가 너 이길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딱 기다려. 다 닦아버린다.”

“얘 뭐래?”

김예성이 코웃음을 치며 들고 있던 흑마늘 즙을 내민다.

“건아, 이거 마실래? 아주 특별한 건데.”

따뜻한 목소리이긴 한데.

이건 내 취향 아닌 거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질 수 없음!”

내가 잠시 망설이는 사이, 이유찬이 흑마늘 즙을 뺏어가 단숨에 마신다.

“그오오오오옥!”

짜릿한 맛에 이유찬이 괴성을 지르자 김예성이 씩 웃어 보였다.

“처치 완료.”

멀리서 건강파 수장 최은호가 김예성에게 따봉을 날린다.

이게.. 계획이었나?

“나는 괜찮아.”

나는 황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마늘 냄새는 안 난다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시꺼먼 용암이 컵에서 출렁인다.

농도와 색이 사람이 마시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잖아.

“그래. 여기 두고 갈게. 이거 우리 엄마가 신경 써서 보내주신 거거든.. 팀원들이랑 나누어 먹으라고.”

“...”

이건 반칙인데.

진짜 맞아?

“건강은 미리 챙겨야 한다고 하시더라고. 은호 형도 꾸준히 먹고 있어. 알지? 건강 중요한 거. 참고해.”

참고하라는 거야, 아니면 참고 마시라는 거야?

“지운이 형은 초콜렛인줄 알고 마셨어. 근데 그거 알아? 초콜릿에 든 마그네슘보다 흑마늘에..”

곽지운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니 알만하다.

김예성..

너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팀원들끼리는 이러는 거 아니잖아.

“우리 다 마셨다? 혹시 너.. 쓴 건 잘 못 먹어?”

다, 마셨다고, 이걸?

내가 한번 져 준다.

절대 도발에 넘어간 게 아니다.

#

- (FWX) 미라쥬와의 경기가 숙명적 일기토인 EU

1. 미라쥬 탑은 지난 시즌 방송에서 FWX 탑을 욕함

2. 미라쥬 서폿은 이번 시즌 방송에서 자기가 권건을 이긴다고 함

3. (별로 중요한 건 아님) 이번 경기에서 지면 순위 하락 가능성 있음

삼대 조심) 개조심, 불조심, 말조심

ㄴ ‘개’같은 탑 조심, ‘불’여우같은 미드 조심, ‘말’만하면 죽이는 정글 조심

ㄴㄴ 세체상 조합이네 ㅆㅂ

ㄴ 뭔ㅋㅋ 고작 서폿이ㅋㅋㅋ 그냥 애교로 봐줘라ㅋㅋㅋ

ㄴㄴ 애교? 우린 그런 거 몰라. 눈앞의 분노가 중요해.

ㄴㄴ 목표를 포착했다

ㄴㄴ 자폭 시퀀스 가동ㅋㅋㅋㅋㅋㅋ

ㄴㄴ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

ㄴㄴ 아곤 빠가돈

ㄴ 왜 굳이 긁고 그래요? 이거 혹시 미라쥬 정글도 동의한 사항이냐?

ㄴㄴ 내가 봤을 때 절대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 ㄹㅇFWX랑 마주칠 때 정글들은 다 경거망동 안함ㅋㅋㅋ 다른 라인이 문제임ㅋㅋㅋ

ㄴㄴ 붐보이 밀려났자너ㅋㅋㅋㅋㅋㅋ

ㄴㄴ 정글 교육 전문가(실업형)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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