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또 다른 팀전
리그 승리란 무엇일까.
사실 선수에게는 우승만이 유일한 답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혀보면 어떨까.
왜 스폰서들은 구단에 투자하는가?
구단주나 투자자가 해당 스포츠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문화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기 위함도 있을 것이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
뭐, 각종 세금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미래를 보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거다.
이 스포츠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규모가 작을지언정.
접근성이 좋고 향유층이 어리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금융권 등에서 리그에 투자하는 것도 멀리 내다보는 개념.
그러니까.
우리가 긍정적인 인기를 얻는 것 또한 꽤 중요하다는 이야기.
뭐, 게임으로 따지면 진 엔딩 조건쯤 될까?
팀원들은 사이가 안 좋고, 방송에서는 욕을 먹으며.
기자단은 돌아서고, 매일같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팀이 우승인 것 보다는 어쨌든 보기 좋잖아?
사실 나라고 처음부터 이런 것들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게임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졌던 순간, 주변을 둘러보고 알게 된 것들일 뿐.
선수에게 책임감을 짊어지우기 위해 이런 내용을 교육하는 팀도 있고.
글쎄.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경기에만 집중해도 힘들 테니까.
근데, 지금은 좀 상황이 다르다.
나는 여유가 있고.
이 팀에 대해서 꽤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선수들이.
“후원 감사합니다. 월챔이요? 꼭 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굳이 이런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도록.
“우리 미드 화이팅.. 맞아요. 저 FWX 미드예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툭, 툭.
판 위에서 흰 돌을 옮기면 될 일이다.
이제 진짜가 올 때가 됐는데.
- 희종형 머함ㅡㅡ
왔다.
- 나 외로워 배신자네
안희종에게 딸려온 본진.
미라쥬의 헥사, 왕지우.
- 와ㅋㅋ 서폿 헥사ㅋㅋㅋ
- 미라쥬 다 오네ㅋㅋㅋ
- 오늘 라온 선수 방 풍성하네요^^
- 누가?? 누가 헥사임??
“미라쥬 선수분 오셨구나. 안녕하세요. 헥사 선수.”
김예성의 목소리는 썩 차분한 편이다.
목소리가 툭툭 튀는 왕지우와는 다소 다른 색깔.
이미 왕지우가 이 방에 들어온 순간.
새로운 채널로의 노출이 일어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ㅎㅇㅎㅇ 여기 그렇게 좋은 정보가 있다던데
반말?
왕지우는 쿨한 척 말해보지만, 아마 시청자 수에 눈이 고정되어 있을 거다.
아직은 나를 빼면 미라쥬에게 전체적으로 숫자가 밀린다.
시청자 수는 전투력 측정기다.
전투력 측정기가 터져 나갈 정도의 강적도 주인공에게 결국 얻어터지긴 하지만.
어쨌든 의미는 있는, 그런 숫자.
“반갑습니다.”
김예성이 침착하게 대답한다.
다른 방송인이 방에 들어온다는 것은 꽤 위협적인 일이다.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그쪽으로 시선을 빼앗길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노잼 강의 방송의 최고 장점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그리고 이 방장의 특징은 말을 아주 예쁘게 한다는 것.
“질문 한 가지만 더 받고 다시 게임 돌릴게요.”
김예성이 설명 위주의 방송을 한다고 한들,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게임이 주 콘텐츠니까.
“방금 연구한 내용을 쓸 수 있는 챔피언으로 해볼래?”
나도 마이크를 통해 슬쩍 한마디를 거든다.
“알겠어. 고맙습니다, 슈퍼거북님.”
- 와ㅋㅋㅋ 신개념 시참;;
- 처음에 질문한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고???
- 이게 ㄹㅇ 대리지ㅋㅋㅋㅋㅋ
- 초-하이-랭커-시뮬레이터 라-온 (feat. 건신)
은근슬쩍 니즈를 반영시키면서.
시청자들이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한두 단계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이 방송의 컨셉은 강화된다.
김예성의 시청자 수가 조금씩 오름세를 밟는다.
- 아ㅋㅋ 희종형 방송 안하냐고ㅋㅋ
- 혹시 오리 해주시나요 라온 선수?
- ㅋㅋㅋ 희종이 형 정신 차려! 여긴 적진이야ㅋㅋㅋ
- 우리는 미라쥬라고~~
- 가자고 어서!
미라쥬의 채팅.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이고, 슬그머니 왕지우가 채팅 주도권을 빼앗아 가려고 작업을 친다.
“안녕하세요, 헥사 선수. 놀러 오신 건가?”
반말에는 반말로.
어차피 왕지우는 자기보다 랭크가 높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겠다고 말하고 다니는 선수.
- 아; 1위님; 계신 줄 몰랐어요;
- ㅈㅅㅈㅅㅎㅎ 저한테 말을 걸어주시ㄴ다닝;
그냥 껌뻑 죽지.
솔직히 꽤 다루기 쉽다.
이 세계에는 암묵적인 티어 계급제가 있는데, 특히 미라쥬는 유독 이 체제를 확고하게 선택한 팀이다.
그럼 나만큼 저 사람을 다루기 쉬운 사람이 어딨겠어.
안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한 시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정중한 내 축객령에.
- 라온 선수 화이팅! FWX 화이팅!
“감사합니다. 미라쥬 화이팅.”
왕지우는 재빨리 방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이미 김예성은 이삭줍기를 끝냈다.
시청자를 대하는 것이 거친 편인 왕지우.
시청자 중 절반 이상은 팀의 팬이지만 의외로 그냥 LOS 방송을 보려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는 경기장이 아니라 방송 플랫폼이니까.
필요한 것은 필요한 곳에.
왕지우가 개미 털기를 하는 타이밍에 맞춰 김예성이 그것을 소중히 받아 챙긴다.
서로 윈윈이지?
물론 왕지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아무렴 어때.
어차피 넌 질문하는 사람들 싫어하잖아.
왕지우와 김예성의 차이는.
돈을 보고 있는가, 팬을 보고 있는가.
이 작은 차이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이것은 다음을 위한 작은 적금.
“예성이. 그리고.”
나는 김예성의 지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를 다진다.
“은호 형이 우리 팀 연구의 핵심이죠.”
윤도형과 반대로 김예성 방에서는 칭찬을 얹는다.
누가 뭐래도 ‘1위의 권위자’인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것만으로도 진실.
- ㅇㅎㅇㅎ
- 어쩐지 똑똑이더라
- 역시 라온 역시 라온 역시 라온
- 괜히 잘하는 게 아니네
- 너네 진짜 친하구나? 8_8
- 아예 합방하면 안 되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WX 특유의 부드러운 생태계의 구축.
천천히 큰 그림을 그려 나가자.
FWX의 6명의 선수.
그리고 각각의 컨셉에 맞는 방송 이미지.
시청자들을 ‘혐오’라는 독약으로 단합시킨 미라쥬와.
바보 같을 정도로 우직한 팬 서비스를 제공하는 FWX.
언젠가 이 착실한 이미지 강화가 꽤 재밌는 역할을 할 날이 올 것이다.
아직 미라쥬는 모르고 있겠지만, 방송도 팀전이거든.
#
“아하.. 그런거구나.”
김예성은 최은호에게 여러 가지 요령을 전해 들었다.
SNS에 이어서 방송까지?
시청자로서의 짬이 대단해 보인다.
최은호는 딱히 지적할 내용이 없을 정도로 시장 파악을 잘하고 있었기에, 나도 가만히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원이라.”
결국 김예성이 오리안느로 게임을 시작하는 것을 본 안희종은 꽤 큰 금액의 후원까지 터뜨리고 나갔다.
아마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을 거다.
타 팀에 대한 경계보다 AP 메이지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가득한 선수니까.
어쩌면 김예성과 꽤 성격이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후원을 통한 부가 수익 창출을 좋아하지 말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거기에 먹히면 잃어버리는 게 많더라.”
옆에서 함께 듣던 박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방송이 거의 없던 세대긴 하지만.. 그래도 방송 경험이 아예 없는 프로 출신은 없을 거야. 가끔 길을 잃어버릴 것 같을 때는, 수많은 실패 사례들을 떠올려봐. 방송이 무섭다는 걸 알아야 해.”
지금 FWX의 상태는 급성장.
팀 순위가 갑자기 오르면서 수많은 사람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고.
최근에 방송을 꽤 쉬었다가 다시 개시하면서 그 수는 더 커졌다.
“결국.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경기 결과뿐이다.”
모든 팀의 감코진이 성숙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팀의 감독은 느리지만 꽤 괜찮은 사람이다.
박 감독님은 다시 한번 전했다.
“프로니까.”
나에게 했던 말과 맥락은 비슷하지만 좀 더 경계를 곤두세울만한 이야기.
“근데 저는 왜 방송 못하게 해요.”
오늘 방송을 켜지 않은 이유찬은 조금 아쉬워 보였다.
이유찬은 아직 팀에서 방송은 이르다고 판단했고.
곽지운은 일정상 쉬어갔다.
“너는..”
박 감독님이 슬쩍 김한빛 코치님을 돌아보자.
김 코치님이 얼른 나섰다.
“우리가 방송 시작하기 전에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이 있거든. 아직 네가 그걸 수료하지 않아서 그래.”
사실 그런 건 없다.
“그런 말 없었잖아요. 그리고 그런 게 어딨어요. 그냥 방송 켜면 되지.”
이유찬도 바보는 아닌지 고개를 기울인다.
“그게 석 달에 한 번 있는 거거든. 수료증도 줘.”
“그래요?”
“마침 이번 월말에 심사가 있어.”
“심사요? 떨어질 수도 있어요?”
수료증, 심사.
그럴듯한 단어들이 나열되자 순식간에 커리큘럼 하나가 완성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방송 전 유의 사항을 전달하는 시간이 있긴 하거든.
어쨌든 팀에서 방송을 삼가게 할 수도 있고.
그냥 뒀다가 지난번처럼 팬들한테 또 ‘장수하세요’ 같은 소리나 하면 어떡해.
이거 뉘앙스를 잘못 조절하면 ‘만수무강하세요’, 그게 조금만 더 가서 범위가 가족적으로 확대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부모님 안부를 물어봐 주는 프로가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뱃지도 달아줄게.”
“금색이에요?”
무슨 스카우트 단체야?
“금색은 아니지만 특별한 거야. 건이도 없을걸?”
“오.”
이유찬은 홀랑 넘어가기 직전.
“근데 건이가 없는데 좋은 거 맞아요? 건이는 안 들은 거 아니에요?”
“나는 급하게 콜업되는 바람에 수료를 못 했어.”
내가 슬쩍 거들자.
“와우. 그럼 저 그거 꼭 들을래요. 배지 달고 다녀야지.”
“그래.”
김 코치님이 나를 보고 싱긋 웃는다.
참나.
유치하긴.
근데, 진짜로 그런 배지가 있나?
나는 왜 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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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WX) 우리 건이 달라졌어요
ㄴ 역대급으로 말 많이 함ㅋㅋㅋㅋㅋㅋㅋ
ㄴㄴ 화면은 너무 다른 선수들이라 아쉽긴 했음
ㄴㄴ 그게 문제야? 애가 말이 트이기 시작했는데
ㄴㄴ 좀 친구 같더라? 장난도 치고.. 오더 말고 다른 말도 하고..
ㄴㄴ 건드로이드인줄 알았는데 인간이었고
ㄴ 그래도 시참이나 공포겜 해줬으면 좋았을걸
ㄴ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ㄴㄴ 방종 직전에 시즌 끝나면 시참 하기로 약속했음! 시즌 중에는 최대한 팀에 집중하고 싶대
ㄴㄴ 존나 감동이네; 그게 참된 프로지
ㄴㄴ 나도 권건 손에 찢겨보고 싶다
ㄴㄴ 시참하면 마우스 가보로 간직해야지ㅎ
ㄴㄴ 진짜 TTS 나오냐?
ㄴㄴ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님ㅋㅋㅋ
ㄴㄴ 그냥 FWX에서 공식으로 내줬으면 좋겠다
ㄴㄴ ㅅㅂㅋㅋㅋㅋㅋ 하다 하다 공식 언어 팩을 우리가 사야 해? 근데 일단 난 살듯
ㄴㄴ 나도ㅋㅋㅋ 개이득인부분ㅋㅋㅋㅋㅋㅋㅋㅋ
- (MRG) 헥사 방송 신남 모먼트
ㄴ 권건이 인사해줬다고 그라데이션으로 기뻐하네ㅋㅋㅋㅋ
ㄴㄴ 왕지우ㅋㅋㅋ 우리 돈미새에게 이런 면모가^오^
ㄴㄴ 하 이걸로 또 종일 우려먹었겠네ㅋㅋㅋㅋ 티백 펄프 맛 난다 ㅆ
ㄴ 난 얘 방송 못 보겠던데
ㄴㄴ 보지 마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봐달라고 BF 들고 협박함?
ㄴㄴ 어 갈아탈게
ㄴ 근데 헥사가 서폿챔으로는 자기가 권건 이긴다던데ㅋㅋㅋ
ㄴㄴ 또 허언증 도짐?ㅋㅋㅋㅋ 권건 유마 하는 거 못 봄?
ㄴㄴ 몰?루? 걍 어그로 아님? ㅋ 얘 티 좀 남
ㄴㄴ ㄹㅇ 자기만 모름ㅋㅋ 지가 방송 잘하는 줄 아는 듯ㅋ
ㄴㄴ 알바임? ㅋㅋㅋㅋ
ㄴㄴ 어차피 서폿으로 나올 수는 없음ㅋ 그건 너무 손해임
ㄴㄴ 그거 믿고 그런 거일 듯 ㅋㅋ 그 발언 클립 따뒀냐?
- (MRG) 서폿챔으로는 내가 권건 이긴다.링크
ㄴ 진짜네ㅋㅋㅋㅋ
ㄴㄴ 근데 이거 올리면 어떻게 서폿 대전 한번 성사되지 않겠냐?
ㄴㄴ 어캐 한번 미드 캐삭빵 뜨냐?ㅋㅋㅋ
ㄴ ㅈ꿀잼인데ㅋㅋ 돈미새 새기 빅엿?
ㄴㄴ 야 우리 헥사한테 너무 그러지 마라ㅋㅋ
ㄴㄴ 난 친구비 냈으니까 ㄱㅊㅋㅋㅋㅋㅋ
ㄴㄴ 나도ㅋ
ㄴㄴ 일단 올려라
ㄴㄴ 영
ㄴㄴ 차
ㄴㄴ 영
ㄴㄴ 차
ㄴㄴ 폭탄 받아라!
ㄴ 시벌럼들아 FWX한테는 말조심하라고!!! *이 댓글은 스웨덴과 포르투갈을 경유하여 쓰였음을 알립니다 저는 미라쥬의 팬이지만 FWX에게 감정이 없음을 읍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