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140화 (141/326)

140화. 예언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

- (FWX) 우리 팀은 대체 부족한 게 뭐냐?

이제 전담 성직자도 생겼네! 풀 파티 레이드 출발합니다

ㄴ 예언자 클래스가 힐러임?

ㄴㄴ 성녀 최은호 ㅆㅂ

ㄴㄴ 성직자들한테 사과해;

ㄴㄴ 버퍼 정도는 될 듯?

ㄴ 탑 극딜 정글 딜탱 미드 딜러 원딜 딜러 서폿 딜러(????)

ㄴㄴ ㅋㅋㅋㅋㅋ폴리 갈아 끼우면 됨 클래스로

ㄴㄴ 걔 이제 괜찮은 거 맞음?

ㄴㄴ 예언도 할 정도니까 뇌지컬 향상된 거 아님?

ㄴㄴ ㄹㅇ 그거 소름이었음 어캐함?

ㄴㄴ 바람용이랑 백투백, 노데스 맞춘 건 용하더라

ㄴㄴ 표정도 괜찮아 보이던데? 빨리 경기 보고 싶다

ㄴㄴ 그거 조작임 그걸 믿네

ㄴㄴ 응 수정 내역 없어~ 첩자 들어가고

ㄴ 클래스가 다른 팀 결과도 예측해주면 좋겠다

ㄴㄴ 팀 어딘데

ㄴㄴ 해머스ㅎ

ㄴㄴ 너네 F.L.E한테 짐

ㄴㄴ ?????

ㄴㄴ 너넨 FWX랑 미팅을 못 했잖아

ㄴㄴ 존나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라;; 근데 왤캐 불안하지

ㄴㄴ “FWX와 접점이 생기면 게임이 잘 풀린다”

ㄴㄴ 무슨 덕담이라도 해줌? 호넷이랑 F.L.E 왜 잘나감? 해머스는 왜 안 만나줌 ㅠㅠ

ㄴㄴ “FWX를 건드리면 게임이 망한다”

ㄴㄴ 무슨 미신 팀임?

ㄴㄴ “FWX는 미래를 읽는다”

ㄴㄴ 얘네랑 딜교 하는 거 손해임 걍 FWX 팬들이랑은 말을 하지 마셈

ㄴㄴ 샘내기는 ㅎ

#

최은호는 휴게실 매트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맞은편 소파에는 올망졸망 선수들이 모여있다.

박 감독부터 최수철 코치까지도.

“이제 말씀해주시죠, 시간의 수호자님.”

“목이 마르오.”

“커피를 드리겠습니다.”

“카페인은 몸에 좋지 않소. 차가 좋겠소.”

“여기에 블랙 티라는 게 있군요. 이걸 드리겠습니다.”

윤도형이 예의 바른 몸짓으로 움직인다.

“홍차는 카페인이 들어있으니 누룽지 차로 부탁드리오. 시간이 허비되고 있소.”

“시발 그런 게 어딨어.”

“어허. 냉장고를 들여다보시오.”

“뭐야? 이왜진? 역시.. 오라클?”

윤도형은 황당해하면서도 공손한 자세로 누룽지 음료를 건넨다.

“근데 형님, 블랙 티가 왜 홍차임? 블랙은 검정인데.”

“여기에 미욱한 자가. 티백을 자세히 들여다보시오.”

“진짜다! 진짜야! 홍차네! 드디어 영약을 빠셨군요!”

“탑, 너..”

김예성은 넙죽 엎드린 이유찬을 측은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목을 축인 최은호가 입을 열고 있었다.

“사실 별거 없어.”

어깨를 으쓱하고 떨어뜨려 팔의 긴장을 풀고.

“짚어 보자고.”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첫 번째 예언.

세 번째 바람용을 스틸.

“호넷 대 FWX의 구도는 지난번 경기에서 봤다시피. FWX가 유리해.”

“응.”

“용의 중요도가 올라가면서 건이는 빠르게 용을 쌓는 것을 선호하고 있지. 상대가 강팀이면 용을 내주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도형이 니가 보여준 플레이 때문에 대부분의 적은 바텀에서 2대2 스펠 교환을 하기보다는 갱을 선호하고 있고.”

“그랬어? 내가 무서워서?”

“그럴 리가 있겠냐? 널 던져주고 건이가 나머지를 가져가서 이득으로 굴리면 더 위험하니까 그렇지.”

“아.”

최은호는 왼쪽 옆구리를 스트레칭했다.

“특히 호넷은 그래. 아주 공격적인 팀이라서 오브젝트에 소홀한 경향이 있어. 주도권을 잡는 데에 집중하지. 그러면 첫 번째, 두 번째 용을 우리가 가져갈 가능성이 아주 높아.”

“정글이 건이니까.”

“거니.”

“건이.”

“그리고 세 번째 용이 나올 때쯤 상대는 어떻게든 먹으려고 하겠지. 두 번째까지는 양보한다 쳐도 세 번째까지 주는 건 좀 그렇잖아.”

이번에는 오른쪽 옆구리 스트레칭.

“근데 우리 정글이 그걸 두고 볼 것 같아?”

“그.. 렇긴 하지. 보통은 뺏어버리지.”

“그리할 줄 알고 있었소.”

일시에 여러 쌍의 눈동자가 나에게 몰린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서 시선을 흘려보냈다.

어느새 다가온 김한빛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최은호의 등을 밀어준다.

유연성이 부족한 편인 최은호는 끙, 하고 짧은소리를 낸다.

“그럼 바람용은?”

“그건 그냥 통계.”

사실 통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용 영혼의 결정은 랜덤이니까.

특정 용이 더 많이 나오게끔 설정되어 있지 않으니, 무량대수로 간다면 결국 같은 비율로 수렴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한 대로 용이 나와주면, 모든 팀이 다 용을 예측하게?

내가 턱을 괸 채 보고 있자니, 다시 몸을 일으킨 최은호는 빙긋 웃었다.

“당연히 틀릴 수 있어. 스틸도 결국 반반이고. 그래서 작은 글씨로 적었고, SNS에도 처음에는 예언이 아니라 ‘추측’이라고 했지. 결국 큰 주제는 승리였으니까.”

“근데 맞췄잖아.”

“그래서 두 번째 ‘예언’이 올라간 거지. 두 번째 게시글은 버전이 두 가지였어. 밑에 예언이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 바람용이 아니었다면 평범하게 갔을 거야.”

사람은 최신 정보를 이전의 정보에 덮어씌우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글에서 추측 대신 예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순간.

여태까지 한 모든 것은 예언이 된다.

“왜?”

“깍지. 잘 들어봐. 사실 경기 공지는 안 보는 팬이 더 많아. 이 글에 대해 관심도가 올라간 시점이 언제부터인 줄 알아?”

“첫 번째 세트 끝나고 나서?”

“아니. 두 번째 예언에서 솔로용이 맞아떨어진 다음부터야. 그때부터 사람들은 진짜 뭐가 있나? 라고 생각해.”

두 번째 예언은.

솔로용, 백투백 킬, 바텀 완봉승.

“그럼?”

“말했듯이 용 가치는 올랐어. 우리 바텀이 주도권은 잡아도 자리를 비울 정도는 아니고. 미드는 바젤 챔프 폭으로 볼 때 라인전 픽.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때는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 세트. 아무래도 우리가 됐건 상대가 됐건 솔용 트라이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FWX가 하는지 호넷이 하는지는 말 안 했으니까.”

“그럴듯한데?”

선수들은 홀린 듯 최은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곽지운이나 윤도형 모두 평소와 달리 최은호의 말에 딴지를 걸지 않고.

몸이 점점 앞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백투백 킬은?”

“LOS에서 백투백이 뭔데?”

“LOS에서?”

두 사람은 잠시 머리를 기울였다.

“니 야구도 좋아한다며. 만능 스포츠맨이라며.”

“야. 이건 야구가 아니잖아.”

“바로 그거야.”

“어?”

“LOS는 야구가 아니잖아. 좋을 대로 해석하겠지. 완봉도 그렇고. 결국 몇 가지만 맞추면, 다 끼워 넣어주게 되어있어. 그게 애매한 사실이더라도. 결과적으로 내가 예측한 건 용과 우리 팀의 승리뿐이야.”

“어..”

“탑, 미드 쟤네는 1세트 이기고 나면 보답한다고 솔로킬 따고 싶어서 날뛸 테고. 아니면 뭐 연속 킬이나 더블 킬은 꽤 흔한 일이고. 그치? 그럼 뭐가 됐든 백투백 소리를 들을 순 있는 거지. 하나가 맞으면, 두 번째도 맞았다고 생각하고 싶어지는 게 점을 보는 사람의 심리니까.”

최은호는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대단한 모양이다.

확실히 재밌는 일이긴 하지.

경기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고려한 거니까.

FWX의 SNS를 팔로우해놓고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FWX 팬이다.

팬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승리다.

해설진이 호넷과의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게 하기 위해서 라이벌 구도를 만든 상황.

이로 인해 팬은 약간의 불안을 가지게 되고.

이건 그날의 경기를 시청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최은호가 말한 것들은 상당히 교묘하게 구성되어있지만.

결국 ‘FWX의 승리’를 말하고 있다.

그럼 팬들은 자신과 생각이 일치하는 정보를 보며 불안을 잠재운다.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형태.

LKL에서 제공하는 ‘승부 예측’ 역시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갖은 정보를 바탕으로 승패를 예측하고, 이를 통해 팬들은 자기 생각이 전문가와 일치하는 것을 보고 안심한다.

여기에 더 붙인 요소는 최은호가 자주 보던 운세나 점의 형태.

분석한 정보와 보편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확증 편향을 이용하는 것.

만약 ‘그랜드 슬램’이라는 단어를 썼다면?

이 단어는 카드 게임에서는 압승을.

야구에서는 만루 홈런을.

시상식에서는 상을 휩쓰는 것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팬들은 이 중에서 원하는 정보를 빼서 믿었을 것이다.

최은호는 첫 도박수를 로우 리스크로 시도해 믿음을 만들었고.

그다음 단계에서 몇 가지 장치를 통해 신비를 더했다.

LKL은 언뜻 게임으로만 승부를 가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리그는 영상, 음악, 팀 색깔, 홍보, 선수 개인 등 다양한 것이 어우러진다.

때로는 애매한 3위 팀보다 7, 8위 팀이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세상.

이건 상당히 넓은 시야이며 깊은 계략이다.

이제 이유찬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호 형님 만날 운세 보고 사주 보더니 진짜가 됐네.”

“칭찬이지? 고맙다.”

“야, 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안 죽을 건 어떻게 알았냐? 나 다음에도 노데스 하냐?”

윤도형이 다리를 달달 떨며 말했다.

소파 끝에서 거의 떨어질 것 같다.

“바텀은 둘을 말하기도 하지만 원딜만 말할 때도 있지. 아무튼 넌 미안해서라도 그만 뒤질 때 됐어.”

“그래. 형님도 그럴 때 됐지.”

“미친 이유찬 넌 좀 꺼져.”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윤도형을 보며 최은호는 얇게 웃었다.

“그건, 최소한 우리 원딜은 안 죽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곽지운의 최고 장점은 안정적인 플레이.

한동안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던 곽지운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야. 우리가 지기라도 했으면. 괜히..”

“지겠냐?”

모두 곽지운이 걱정하는 바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최은호가 워낙 자신 있게 대답해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순서까지 맞췄어?”

“만만한 순서대로 적었지. 어차피 다 맞았다면, 순서 따위는 상관없어. 만약 하나가 틀렸어도 적중률 75% 이상, 뭐 이런 말이 나왔겠지.”

“진짜 오라클 맞네.”

“오라클래스.”

그리고 최은호는 팔에 무리가 되지 않는 각도로 쭉 들어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유명한 마술사가 그랬는데. 남성은 마술을 보면 비밀을 밝혀내고 싶어 하지만, 여성은 신기해한다고 하더라.”

“마술 같긴 했어.”

“나도 존나 깜짝 놀람.”

“사람들 다 이 이야기밖에 안 해.”

“호넷은 여성 팬분들이 아주 많으니까. 한번 해봤어. 쟤네가 SNS로 장난쳤던 거 기억 안 나?”

“모르겠는데?”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 쪽으로 팬의 관심이 쏠리면 좋은 거지.”

“와. 너 그냥 마케팅팀 가도 될 것 같은데. 내가 서포터 할게.”

윤도형의 말에.

“안돼.”

곽지운이 성급하게 말을 잘랐다.

“농담인데. 존나 섭섭하고.”

“어쩌라고.”

“저쩔.”

두 사람이 서포터를 사이에 두고 다투는 모습을 최은호가 흐뭇하게 감상할 때.

“형, 개인 SNS에 올리지. 예약되잖아.”

김예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이제 개인 SNS 안해.”

“어?”

“이런 말장난 같은 예언도 안 할 거고. 점도 운세도 안 볼 거야.”

“왜?”

“더 중요한 게 있는 것 같아서.”

최은호의 시선을 좇은 김예성은 그 끝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점을 보고 매일 운세를 확인하던 최은호.

최은호는 역으로 이런 구조를 만들어보면서.

자신이 왜 그런 것들에 의지했었는지를 깨닫고, 이제는 다른 부분을 믿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

‘팀’의 승리를.

김예성은 잠시 목뒤를 만지다가 묵묵히 최은호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건아.”

그리고 슬쩍 내 옆으로 와서.

“이런 건강한 조작이라면 봐줄게.”

목소리를 죽이고 말했다.

눈치챘구나, 불여우?

나는 팀에게 이미 이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모르는 일이다.

최은호 앞에서는 그렇다.

익명의 스탭은 그저, 클래스 선수가 비밀이라고 했는데.. 라고 하면서 두 장의 사진이 담긴 태블릿을 우연히 내 앞에 두고 갔을 뿐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평소처럼 용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미드와 탑이 킬을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불안정한 임시 서포터 윤도형이 죽지 않도록 원 포인트 오더를 내리는 것과.

호넷 전에서 승리하는 것.

그래서 결국, 내가 대단히 뭘 한 건 아니다.

최은호는 손을 덜 사용하는 시간만큼 열심히 연구하고 있고.

팀 역시 열심히 해서 만들어낸 결과일 뿐.

“야, 최은호. 근데.”

“어.”

“그렇게 심리를 잘 아는 놈이 여친은 왜 없어?”

“..나아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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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WX) 권건 SNS 알아 왔다 (링크)

ㄴ 구라잖아 개새야

ㄴㄴ ㅋㅋㅎㅎㅈㅅ

ㄴ 아.. 혈중권건농도 떨어져

ㄴㄴ 방송 좀 했으면 좋겠다 얘네 약속 시간 없음?

ㄴㄴ 얘네 없음ㅠㅠ 그냥 팬서비스로 하는 거

ㄴㄴ 그렇다면 필수 방송 계약이 있는 유니버스로 이적하면 어떨까요?

ㄴㄴ 유니버스 정인이 형 왔어? 이제 꺼져

ㄴㄴ 나 최정인 아니야

ㄴ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 어제 방송 잘 봤어ㅋㅋ 하루종일 권건 얘기만 하더라?

ㄴㄴ 제가요? 어제 방송 안 했는데

ㄴㄴ 형.. 그하니까 추만해..

ㄴ 방송 재개 공지는 떳음

ㄴㄴ 그러니까 언제 하냐고

ㄴㄴ 오피셜 떴다

ㄴㄴ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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