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체크 포인트
- (FWX) 클래스 ㅈ같은 새기 잘라야 함
시팔 어쩐지 1세트에 좀 한다 싶더니 개같이 꼬라박네
2, 3세트 다 개같이 플레이하던데 대체 왜 그러는거임? 승부조작임?
배당 당일 지급받기로 함?
존나 망신이다 ㄹㅇ FWX의 적은 밖이 아니라 내부에 있음
ㄴ ㄹㅇ 갑자기 멈칫거리는 거 뭔데 권건 스톱 무빙 흉내라도 내냐고
ㄴㄴ 상대 도발하는거임? 존나 꼴 보기 싫어 진짜
ㄴㄴ 눈에 띄고 싶어서 지랄하는 거 아님?ㅋㅋㅋ 관심병자
ㄴㄴ 아ㅋㅋㅋ 절대 1위였는데 클래스가 다 망침
ㄴㄴ 올타임 넘버원 “클래스”
ㄴ 너무 그러지 마라 그래도 아직 성적 괜찮아
ㄴㄴ 아니 밑천 드러났다니까????
ㄴㄴ 쉬발 괜히 갈아탔네 역시 우승은 트릭스터
ㄴㄴ 하수들이나 FWX 응원하지ㅋㅋㅋ
ㄴ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았겠지 1세트는 완벽했잖아
ㄴㄴ “주사위”
ㄴㄴ 그것도 선수의 실력이다
ㄴㄴ 존나 정글빨이잖아 FWXㅋㅋㅋㅋ
- (FWX) 도구 새1끼가 가만히 버스만 타면 되지 뭘 해보겠다고 존나 던지니까 게임이 터지지
ㄴ 진짜 강팀 앞에서는 FWX도 ㅈㅂ일 뿐임ㅋ
ㄴ 전문가가 진지하게 지켜본 결과 : 클래스만 존나 급떨어짐 똥통임
ㄴㄴ 방구석 ㅈ문가 납셨네
ㄴㄴ ㅇㅇ ㄹㅇ 클래스는 진짜 폐급인듯
ㄴㄴ 서포터의 추잡한 민낯 ㅋ;
ㄴㄴ 팬시처럼 자리라도 비켜주지ㅋㅋㅋ 탱킹 개오지네
ㄴㄴ ㄹㅇ 2군 애 갖다놔도 저거보단 나았을 듯
ㄴㄴ ㅋㅋ 그래도 걘 사람일 테니까
ㄴ 그만들 좀 싸워
ㄴㄴ ㄹㅇ 말넘심;;;; 고소당한다;;;
ㄴㄴ 나는 FWX 믿어
ㄴㄴ 시발 존나 무능한 프런트에 쓰레기 같은 감코진이 잘도 믿어지겠다
ㄴㄴ 한 경기 만에 평가 떡락
ㄴ 아;; 첩자 새기들 너무 많이 들어오네..
ㄴㄴ 너무 물 더러워짐;;
ㄴㄴ 이럴 때는 작년이 나은 것 같기도 해
ㄴㄴ 그건.. 아님
ㄴㄴ ㅈㅅ
#
“은호 형. 여기서 뭐 하는데?”
늦은 시간.
카페테리아를 지나가던 퓨처스 리그 소속 문봉구와 이지호.
“아, 형. 그 억양 아이라니까. 하, 진짜로. 가짜 사투리 이거 못 쓰겠네.”
“미안타.”
“그거 아이라고!”
가짜 사투리를 사용하는 문봉구와 진짜 사투리를 사용하는 이지호.
이지호는 쭉 표준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지만 문봉구가 퓨처스 리그에 내려오면서 오히려 사투리가 늘었다.
“왜 혼자 있나. 깍지 형은? 어디로 가고?”
“아..”
“이쪽 얼굴 알어? 얘 내 사투리 스승. 퓨처스 서포터 이지호.”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지호가 어색하게 인사한다.
어두컴컴한 카페테리아.
다른 선수들을 피해 도망치듯 혼자 있을 곳을 선택했던 최은호.
두 사람, 특히 문봉구가 썩 달갑지 않았다.
특히 이 타이밍에는.
최은호는 조용히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휴대폰을 뒤집었다.
“와. 이 형 자기 찾아보고 있었는가배. 야, 지호야. 안 되겠다. 코치님한테 찌르자.”
“에헤이, 그거는 좀. 하하.”
이지호는 친해지면 까불거리는 타입이었지만,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잘 아는 형들 사이에서는 한없이 기어오르지만.
최은호는 이지호와 같은 서포터 포지션.
나이 차이도 좀 난다.
왜인지 ‘직계’ 같아서 최은호 앞에서는 청학동 소년이 된다.
“뭐 한다고 여기서 이렇게 혼자 청승 떨고 있는데?”
문봉구는 의자를 빼서 최은호의 맞은편에 앉았다.
“왜. 뭐. 누가 쿠사리 줬나.”
“그거 맞다. 억양 좋고. 합격.”
“얼쑤.”
쏟아지는 사투리 억양의 두 사람에 최은호는 숨을 얕게 쉬었다.
“야, 좀 가.”
“잉? 뭔데. 왜. 왜 또 이렇게 날이 섰지?”
“...”
이지호는 정일도를 대하듯 장난을 치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이렇게 센치할 때는 격렬하게 놀려줘야 하는데.
정말 표정이 안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형, 내 먼저 간다?”
“응. 가서 가습기 물도 좀 채우고 그래라. 알았지?”
“싫은데.”
“제발.”
“형 부탁이니까 함 해 준다.”
“확인. 지호, 어여 가라. 울 한울이 비타민 좀 챙겨 주고.”
“나는 서포터니끄아.”
“나는 대 FWX 쀼쳐스 탑이니끄아.”
“키키킥.”
가볍게 웃은 이지호와 문봉구가 하이 파이브를 하고.
이지호가 멀어진다.
“그래.”
뒷모습을 바라보던 문봉구는 최은호를 향해 돌아앉았다.
“은호 형. 경기 때문에 그러나.”
“...”
최은호는 쉽게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양손을 크게 쥐었다 폈다 할 뿐이었다.
“말을 해야 알지. 말하기 싫어? 진짜로 갈까?”
문봉구는 일어나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문봉구는 최은호를 제법 잘 안다.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고 싶어 하는 성격.
지난 경기에서 최은호가 뜻밖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권건과 같이 뛰어본 문봉구이기에, 이 사실이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진다.
어지간한 부분을 다 잡아주는 정글러다.
상대가 트릭스터였기에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서폿을 중심으로 우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쟤는 좋겠네.”
“누구? 지호?”
“...”
최은호는 다시 입을 꾹 닫았다.
“뭔 개똥 같은 소리를 할라고. 왜, 뭐.”
갑자기 확 닿은 불편한 기분에 문봉구는 인상을 썼다.
“은호 형, 뭔 말 하고 싶은데?”
“너는.. 너는..”
최은호는 손목을 펴려다 엄습하는 불안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도 이랬다.
갑자기 손이 안 움직였다.
칼로 쑤신 것처럼 격통이 있었다.
항상 있었던 통증이었지만 그날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파서 마우스를 놓아버렸다.
아무리 아프다고 한들 경기 중에 마우스를 놓치다니.
차라리 서렌을 치지.
“코피도 두 번이나 났잖여. 괜찮어?”
문봉구는 재차 다정한 말투로 물었지만 최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 같이 욕을 먹던 것과는 또 다르다.
나만 다른 세상.
모두가 서폿이 쓰레기라고.. 쓸모없다고 욕하고 있다.
바닥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보다.
하늘에 있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게 훨씬 아프다.
‘이번 주의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라는 점괘가 이런 뜻이었을까.
사실 일부 팬들이 하는 비난었지만 최은호에게는 모두처럼 느껴졌다.
좀 더 잘하고 싶어서 연습량을 늘렸을 뿐인데.
여태까지 해왔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믿어왔던 이 일의 앞날이 불투명하게 느껴진다.
김 코치가 열심히 위로했지만.
단 한마디, '반드시 너를 기용하겠다, 재계약을 하겠다'라는 말은 해줄 수 없다.
당연한 일이다.
최은호도 안다.
가볍게 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저런 말을 했다가 지키지 못하는 일이 더욱 최악일 테니까.
“너, 너. 문봉구, 너는 대체 왜.. 니 자리를.. 그런 식으로..”
그래서.
팀을 위해 자기 자리를 선뜻 비켜준 문봉구.
불안 속의 최은호는 문봉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개인의 명예, 욕망보다 대의를 위할 수가 있지?
이 팀에 있는 게 욕심나지 않는 걸까.
권건이라는 확실한 배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한데.
소시민인 최은호로서는 영웅의 행동이 도리어 두렵게 느껴졌다.
나도 그래야만 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이기적인 걸까 봐.
“너는.. 진짜.. 이상한..”
그래서,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참혹한 마음이 고개를 내밀고 만다.
#
“태풍이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상륙,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태풍의 강도는..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휴게실 구석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기권을 관통할 것으로 보이며..”
하지만 뉴스를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창밖의 하늘은 강한 바람과 비를 뿌리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태풍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몇 번이나 마주했던 태풍이다.
일찍 온 만큼, 역사 속에 남을 만큼 대단한 태풍은 아니었다.
다만 이 시기는 첫 번째 마일스톤이다.
나의 2년.
아니, 2년보다 조금 짧을 반복 속.
체크 포인트 정도는 된다는 이야기다.
회귀 후 팀을 고르고.
첫 스프링 시즌은 콜업되는데에 사용한다.
내가 솔랭에서 1위를 한다 한들 1군에 즉시 투입하는 팀은 없으니까.
기존 팀이 맞춰둔 합 때문이다.
의외로 여기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FWX가 많이 빨랐다.
그리고 스프링 시즌이 끝나고 입지가 어느 정도 잡히면.
서머 시즌 시작 전에 한 달여 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때를 ‘진짜 선수가 되는 시간’이라고 부른다.
휴식기에는 시즌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약을 달여내듯 천천히 팀을 완성한다.
그리고 서머에 그 결과를 측정할 수 있다.
그래, 지금은 서머 시즌.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FWX의 결과를 알 수 없다.
문봉구 대신 올라온 탑은 이제 막 데뷔한 수준이지만 상당한 잠재력이 느껴지고.
미드는 대체 왜 여기에 묻혀있었는지 모르겠다.
원딜은 노련미를 가진 안정적인 타입.
그러나 서포터는.
서포터는 사실, 잘 모르겠다.
실력으로만 보면 더 나은 대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이었다면 대구 유니버스의 에프랑이나 광주 미라쥬의 헥사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제법 괜찮은 서포터들이니까.
하지만 바텀이 ‘듀오’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냥 둘이 서 있어서가 아니다.
듀오는 콤비네이션과 같은 말이다.
같은 생각, 같은 판단이 중요한 파트너적 포지션.
그래서 이 대처는 쉽게 꺼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리고.. 또 다른 대안도 있긴 하다.
나는 FWX와 짧은 계약을 했으니까.
하지만.
“거니.”
이유찬이 조심조심 다가온다.
이 철부지 탑 라이너도 무언가 무거운 분위기를 느낀 것 같다.
“이러면 뭐 어떻게 되는 거야? 많이 아픈 거야?”
물론 불안한 눈빛과 달리 목청이 좋긴 하다.
“음.”
나는 살짝 고개를 틀어 천장을 바라본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다.
“흔한 이야기지.”
그래, 정말 흔한 이야기다.
선수 중에 손목의 통증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더 적을 것이다.
다만 바깥에 알려지지 않을 뿐.
‘건강 이슈 언급’은 어지간해서는 금기다.
“기지개 켜다가 담 온 적 있어?”
“아니? 없는데.”
“그게 불시에 찾아오는 느낌이야.”
“선생님, 없다니까요?”
어차피 부상의 정도 자체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확실한 건.
다른 삶에서 최은호가 올해 은퇴를 했던 적은 없었다는 점.
물론.
좀 미안한 얘기지만 과거의 FWX에 관심을 크게 둬본 적이 없어서 최은호가 이런 부상을 겪었었는지, 아니면 원래 수준이 그랬는지까지는 알기가 어렵다.
어쩌면 내가 온 것 때문에 나비효과처럼 부상이 빨리 왔을 수도 있고.
“괜찮을 거야. 쉬면서 관리하면 돼.”
하지만 트릭스터 전에서 급통이 터진 거고, 놀랐을 뿐일 테고, 어지간해서는 충분히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일 거다.
휴식과 꾸준한 관리로 나아질 수 있으니까.
마우스 형태의 교체나 수술도 있긴 하지만 그건 시간적으로 곤란하다.
그렇게 믿고 있고.
그럴 것이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나는 그냥 연습해야겠다. 아. 스트레칭 하자, 스트레칭. 은호 형님이 가르쳐준 거 내가 다 배워놨다. 왼손을 오른손 위에 놓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돌리면? 어? 이게 아닌데?”
나는 말없이 이유찬이 하려고 했던 자세를 보여준다.
두 손바닥을 꼬아 맞대고 안쪽으로 한 바퀴 돌려 바깥으로 쭉 밀어낸다.
아프다는 느낌은 없다.
시원하다.
하지만 근육이 짧아지기 시작하면 통점이 생겨나고.
당장은 큰 무리가 없을지언정, 이 고통이 습관이 되면 사람은 주춤거리기 시작한다.
몸이 기억하는 불편함.
뇌의 판단과 신체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순간.
그건 폼 하락으로 이어진다.
“근데 은호 형님이 좀 놀란 것 같더라고.”
유일한 답은 휴식.
몸이 젊은 만큼 회복은 빠르지만.. 폼 하락에 따라오는 불안감.
사실 이게 제일 크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이게 정말 일시적인 걸까.
혹시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 은호 형님한테 에너지를 좀 주면.. 험험, 흠, 크험.”
이유찬은 퓨처스 리그에서 김창민 사건이 터졌을 때 나를 바라보던 정일도와 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
“내가 최강의 탑? 이긴? 한데.. 이런 건 좀 어렵달까..?”
이유찬은 몸을 좌우로 진자운동 하며 슬금슬금 멀어진다.
“...”
창밖에는 궂은 바람과 비가 내린다.
빠져나갈 수 없는 시간에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태풍 속에 갇힌 기분과 비슷하다.
나보다 훨씬 더 거대한 무언가에 짓눌려 저항할 수 없는 면에서 그렇다.
- 덜컹!
강한 바람이 창문을 흔들고 지나간다.
하지만 오히려.
항상 시간 속에 갇혀있는 나이기에.
이 태풍 속에서 좀 더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왜인지, 김예성이 내 방 문을 두드리던 날 봄비가 내리던 모습이 겹친다.
그래.
그래서 나는 생각을 정리한다.
이런 거대한 태풍 안에서.
최은호가 들고 다니던 작은 우산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년까지.
멀리서 릴리의 시선이 느껴진다.
내 결정의 이유를 다 안다는 듯 고요하게 웃고 있는 아이.
어쩐지 악재에 악재가 항상 따라다니던 팀이더라니.
이게 ‘불운의 FWX’인가.
한번 붙어 보자.
불운은 더 큰 행운 앞에서 한없이 사소하게 느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