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102화 (103/326)

102화. 더블로 가

[ LKL, ‘진짜’가 나타났다! FWX의 선승 ]

[ ‘아펠 엔딩’ FWX, 돌아온 ‘왕이 될 상’ 세자(곽지운). 1,000킬 축포 ]

[ 트래쉬 토크와 달리 순해진 ‘유니버스’, FWX의 2승 제물 됐다 ]

[ 최고의 정글러 권건의 FWX. 이제 무력의 탑, 팔방미인 미드, 노련한 원딜까지? ]

[ FWX의 ‘유행어’? 라온에 이어 세자, “건이가 주문했어요” ]

[ 그가 말하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질지니. “건이의 비밀 주문”, 승리의 비결 ]

[ 차니(이유찬), “건이가 아니라 거니” ]

[ 라온(김예성) “이유찬 선수가 말장난을 좋아할 뿐이다. 거니가 아니라 건이” ]

[ 권건, “‘건이’나 ‘거니’나.” ]

유니버스를 상대한 후.

권건이 빅스에 한 선전포고는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인싸 팀 빅스.

선수단뿐만 아니라 스탭들까지 모두 활발한 이 팀은, 드디어 리그에 자신들과 어울려 줄 팀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 빅스, FWX전 “FWX의 내기 신청? 받고 더블로 가!” 호화로운 이벤트 마련 ]

식품 전문 기업 빅스(BGS)가 LKL 서머 스플릿 2주차 첫 번째로 맞붙는 FWX 경기에서 강력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FWX의 ‘권건(GwonGun)’의 선전 포고로 시작된 이 내기는..(중략)

경기 당일 중립석에서 빅스의 유니폼을 착용하거나 빅스 응원석에서 응원하는 팬 전원에게 ‘빅스 키트’를 지급한다. 이 키트에는 특별히 제작된 종이 가방, 선수별 포토 카드, 부채, 야광 응원봉 등이 들어있다.

더불어 경기 결과에 따라 빅스가 승리할 경우 ‘빅스 선물 상자’를 추첨을 통해 배포한다. 추첨 경품으로는 빅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정판 마스코트 인형, 빅스 식품 패키지 및 사인 유니폼 등이 준비되어 있다.

담당자는 “지난 스프링 시즌의 FWX전에서는 아쉬운 결과가 있었지만, 이번 시즌 오프 동안 빅스 선수단이 준비를 많이 했다.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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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작은 축제.

- 와ㅋㅋㅋ 권건이 승터뷰에서 언급한 게 이렇게 커져 버리네

- 낙수효과 꿀 ㄷㄷㄷ 건신 감사..

- 이거 진짜 좋다 이런 라이벌 구도 개조와

- 어마맛! 라온을 두고 싸우는 두 팀ㄷㄷㄷ

- 이벤트 자주 해서 리그 흥미도도 더 올라가면 좋겠다

- 빅스 식품 패키지 너무 기대되고ㅋㅋㅋ

- 그럼 FWX는 뭐함??

사실 더 당황한 것은 FWX였다.

상대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오니 FWX의 홍보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일단 야근하죠. 권건 선수가 말한 건데 허투루 넘길 수는 없잖아요.”

“맞습니다. 뭘 준비하죠? 우리도 대응해야 할 텐데.”

“상품.. 음.”

“솔루션 할인이나 아파트 할인을 할 수는 없잖아요. 다른 쪽도 갑자기는 어렵고..”

“그건 맞죠.”

홍보팀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업무에도 기분 나쁜 기색이 없었다.

매일 이런다면 싫긴 하겠지만.

이게 다 FWX가 너무 잘 나가버릴 줄 몰랐던 우리의 탓인걸?

이런이런, 이것이 ‘독존’의 말 못 할 괴로움인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계열사 상품 교환권, 스폰서 측 게이밍 기어, 사인 유니폼, 이번에 생산한 굿즈. 그리고 가능하면 디자인 팀에 최우선 순위 요청으로 앱에 새로운 응원 스킨도 풀어요. 아, 스티커도.”

“우리도 인형 만들까요?”

“음.. 일단 이번 이벤트 때는 불가능하겠지만. 이 기세로 봐서는. 네, 또 야근할 수는 없으니까요.”

“수량도 넉넉하게. 이해했습니다.”

두 사람의 얼굴에 웃음이 서렸다.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 종이 가방 너무 지루한데 이것도..”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겨오는데.

고작 이벤트에서 밀릴 수는 없다.

[ FWX, “정면 승부. 빅스는 우리에게 조공을 바치게 될 것” ]

[ FWX, “아이스크림 중에 비비빅스가 있었던 것 같다, 그거면 충분” ]

[ FWX, 빅스전 사상 최강의 팬 이벤트! 팀 승리 시 상품 교환권부터 게이밍 기어까지 ]

- 헤으응 숨겨진 부자팀

- 고작 식료품? 비켜 우리는 현금 박치기다

- 반응 속도 실화냐? 무슨 결승전 경품이냐?

- 작년에는 패배를 이번 시즌에는 상품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좌;;

- 이 경기 무조건 직관행

- 경기를 보러 가는 거냐 아니면 돈을 벌러 가는 거냐ㄷㄷㄷ

- FWX랑! 빅스가! 제일! 좋아! 상품을 걸고 모래 언덕을 지나네!

- 나 빅스 팬이긴 한데 어느 쪽 올인?

- FWX 쪽이 안전주 아님?

- 그러다가 빅스가 이기면 상품 독점행?

[ 뜨거운 LKL 여름 대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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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야, 유니버스 경기 끝나고 강은찬 걔 울던데.”

“응. 봤어. 내가 달래줬어.”

“그걸 니가 왜 달래줘? 언제부터 니가 그렇게 스윗했는데.”

“걔 되게 마음 여린 애야.”

“그게 무슨 방귀 뀌다가 똥 나오는 소리야? 엎어놓고 볼기짝을 쳐도 모자랄 판에.”

최은호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이야기 좀 했어. 미안하대.”

곽지운은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뭘 어떻게 이야기하면 걔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잘.”

“니 진짜 이상한 애야. 왜 저런 애가 인기가 많지?”

“너는 그래서 인기가 없음.”

둘은 또 한바탕 푸닥거리했다.

지난 경기 후, 곽지운은 확실히 편안해 보였다.

그렇다고 그전까지 불편해 보였다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음.

이런 표현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를 완전히 가족처럼 대했다.

“여기 양말 벗어둔 거 깍지 너냐?”

“와, 내 고양이 양말. 잃어버렸었는데! 드디어 찾았다.”

“미친. 냄새나.”

“야. 그거 새 양말이거든?”

“새 양말을 왜 뜯어서 굴려?”

“신으려다가 깜빡했지! 너는 안 그래?”

“형님들, 제가 한 번 맡아 봅니까? 감별 가능.”

“유찬이는 제발 저리 가줄래?”

“쟤 아직도 개 변이 안 풀렸어?”

약간 어리광쟁이 동생이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긴 한데.

어쨌든 그것도 가족은 가족이니까.

“은호 형. 오늘도 손에 테이핑 할 거지?”

“아, 응. 부탁 좀 할게.”

김예성은 스포츠 테이프를 들고 있었다.

스포츠 테이프는 근육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온종일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고 비슷한 자세로 게임을 하는 우리에게는 가까운 친구다.

“지운이 형은?”

“나는 괜찮아.”

곽지운은 이거면 된다는 듯이 사탕 틴케이스를 절그럭거리며 흔들고 있었다.

곽지운은 손목을 아끼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원딜이다.

습관을 잘 들였다고 해야 할까.

탭키 강박증같은 것도 없고, 오버 클릭을 하지 않는 무빙도 굉장히 깔끔하다.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지금의 LKL에는 유리몸 원딜들이 꽤 많은 편인데 곽지운은 이런 면에서는 금강불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2년 뒤를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내년까지 이 원딜의 부상 이슈를 들은 바도 없다.

“건이 너도 할래? 도움이 좀 돼. 내가 이거 잘 붙이거든..”

우리가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사실 이틀 정도 붙이고 있어도 상관은 없지만, 테이프는 샤워나 손 씻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김예성은 운동도 하는 데다 매우 깔끔한 편이라서 매일같이 테이핑을 하곤 한다.

“나도 괜찮아.”

뭐, 선택이다.

테이핑이 도리어 불편한 선수도 있으니까.

“뭐야. 뭔데. 미드. 너 뭔데. 그런 걸로 거니가 넘어갈 것 같아? 어?”

“청탁 아니거든? 이거 하면 좀 더 편해지니까 그런 거야.”

김예성이 그렇게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이 아닌데.

이상하게 이유찬과 대화하면 자주 울컥하는 것 같다.

무슨 키워드라도 있나.

“색깔도 어? 완전 똥색인데. 그걸 누구 손에 붙여?”

이유찬, 완전 유치하다.

“그럼 넌 파란색 테이프 붙이던가.”

“싫은데.”

“그럼 하지 마!”

김예성은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타이밍인가?

“생각해보니 오늘은 연습을 좀 오래 할 거니까 테이핑도 괜찮겠네.”

나는 잠자코 손을 내밀었다.

김예성이 의기양양하게 내 손에 테이핑을 해준다.

꽤 능숙하다.

보통은 코치님들이 해주는데.

역시 자기 관리의 왕.

“나도 할래.”

“안 한다며?”

“거니가 하는 거 보니까 좋아 보여. 나도 해줘.”

“니가 직접 해.”

김예성은 심술이라도 난 것처럼 파란색 테이프를 건넸다.

“어어.”

이유찬은 테이프와 한참을 씨름하면서.

“도와줘. 미드, 도와줘! 도움!”

손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나서야 결국 김예성을 불렀다.

“어휴.”

최은호까지 테이핑해 준 김예성은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다시 가서 도와준다.

근데, 나는 봤다.

필요 없는 X자 테이핑이 추가된 것을.

“흑염룡.”

하지만 우리 탑은 그런 걸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강력해진 기분. 쏘 파워풀. 아이 엠 차니 스타크.”

너 그거 필요 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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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zise_332 : 정말요?

우연히 2군 경기에서 권건을 보고.

상승세를 예감해 관전방을 꾸준히 운영하던 지세현.

언더독들의 반란과 그중 가장 폭등해버린 팀 FWX의 주가를 타고 날아오른 지세현은 이제 유쾌한 하이라이트 편집이나 직캠 등을 통해 개인 채널에서도 제법 인지도를 얻고 있었다.

그만큼 학업은 뒷전이 됐지만, 이제 갓 대학생이 된 지세현은 여기에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게임 실력은 여전히 브론즈.

하지만 이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다른 스포츠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는 LOS.

플레이를 하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승부의 세계.

지세현은 아직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까지는 몰랐다.

구단 스태프로 입사하고 싶은 것도, 인기 스트리머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지만.

자기의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세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장 시간을 불태우기에는 충분했다.

- zzise_332 : 그럼, 이번 반응 콘텐츠 제작에 저를 초대해주신다는 건가요?

그리고 지금, 프라이빗 채팅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에서 뭔가를 찾아낼 것 같은 기분도 든다.

- FWX_Genie : 네네. (웃는 이모티콘) 얼굴 공개 괜찮으세요?

- zzise_332 : 저 이미 몇번이나 치어풀 들고 잡혀서 괜찮아요

- FWX_Genie : 오

- FWX_Genie :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그럼 다음 주 목요일 5시 경기니까.. 4시에 만나서 저녁 함께하시고 같이 응원하다가, 경기 종료 후 바로 촬영 어떠세요.

- zzise_332 : 너무 영광입니다

사실 지세현은 지금 대화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잘 몰랐다.

FWX의 팬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급하게 뒤져본 위키에도 내용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선수명 지니.

본명 강동흔.

은퇴한 FWX 출신 원딜, 과거의 주장, 이십대 후반.

그리고 지금은 FWX 전속 스트리머이자 LKL 파트너 크리에이터.

하지만 동시 중계는 불가능한 레벨.

이 말은.

경기 종료 후 LKL의 영상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에 자신이 출연할 기회라는 말.

- FWX_Genie : 단, 발언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설명해 드리긴 복잡한데, 일단은 대충 기준은 아시죠?

눈치 빠른 지세현은 이 행사를 강동흔 혼자 결정한 일이 아니라.

FWX에서도 자신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뜻임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양지로 자신을 끌어올리려고 할 리가 없으니까.

FWX는 스트리머 농사도 망했다.

강동흔은 선출이긴 하나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방송 감각이 뛰어나지 않기도 했고, FWX의 LOS 파트에는 인재가 없다.

설마, 이거.

인생에 몇 번만 찾아온다는 기회인가?

- zzise_332 : 아, 근데 제 친구 중에 빅스 팬이었던 놈이 하나 있는데. 빅스전이잖아요?

지세현은 오늘도 권건이 있을 FWX 사옥 방향으로 콜라를 바치며 오체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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