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나는 뺏는 걸 더 좋아해
- (FWX) 우리.. 강팀 맞는 것 같지?
ㄴ 진짜로 이겨버렸다?
ㄴㄴ 군면제급 플레이였다..
ㄴㄴ ㄹㅇ 국거유공자
ㄴㄴ 니가 뭔데 국거ㅋㅋㅋㅋ
ㄴㄴ 내 이름 국거
ㄴㄴ 아
ㄴ 아 강팀충들 꼬이면 어카지ㅎㅎ
ㄴㄴ 아ㅋㅋ 지금도 굿즈 못 산다고ㅋㅋㅋ
ㄴㄴ 야레야레ㅋㅋㅋㅋㅋㅋ
ㄴㄴ 이 또한 서부 명문 대 FWX의 팬이라면 감수할 부분입니다
- (FWX) 근데 탑 존나 웃기네ㅋㅋㅋㅋ
ㄴ 서로 존나 죽여ㅋㅋㅋㅋㅋ
ㄴㄴ 신인 패기 지린다ㅋㅋㅋㅋ 쉰인이냐
ㄴㄴ FWX가 일대일 존나 잘 만들어줌
ㄴㄴ 안 불안한가? 신뢰 무쳤네
ㄴㄴ 종신 가자;;
ㄴ 서로 몇 번 죽였냐?
ㄴㄴ 3번씩 아님?
ㄴㄴ ㅋㅋㅋ솔로킬 스택 교환합시다 님 선ㅋㅋㅋ
ㄴㄴ 근데 탑 타워 차니가 먼저 밀었으니까 판정승
ㄴㄴ 그 때 써머는 바텀 밀었음 쌤쌤임
ㄴㄴ 그래서 결국 이긴 팀 ㅇㄷ?
ㄴㄴ 근데 탑들끼리 무슨 내기함? 왜 둘 다 보이스 뜰 때마다 멍멍거리고 있어?
- 권건 지금 몇 킬째임?
ㄴ 100킬 다되어갈걸?
ㄴㄴ 신인이 시발
ㄴㄴ 정글이 시발
ㄴㄴ 신인 정글이 시발
ㄴㄴ 킬 값 존나 잘해주니까 걱정 노^^
ㄴㄴ 부러우면 부럽다고 좀 해
ㄴ 세자는? 왜 세자는 아무도 이야기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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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충분히 이길만한 경기였는데 아쉽게 됐죠.”
“정말 로맨틱한 경기였어요.”
“왜죠?”
“낭만이니까요. 그리고 미포의 사랑의 총알, 너무 매력적이지 않았나요? 빵! 전부 빨려 들어가 버렸잖아요. 그리고 오늘의 킬샷 선수는 미포에게 매혹당한 것 같았죠.”
“하하. 너무 과몰입하시는 건 아닌지.”
“그러는 이승수 분석가님이야말로.”
1 세트 후, 분석 데스크에서는 약간의 기싸움이 있었다.
대구 유니버스 출신의 이승수 분석가가 유니버스의 실수에 대해서 자꾸만 감싸는 듯한 뉘앙스로 말을 하자.
문시환 분석가는 반대로 FWX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렇군요. 자, 그럼 두 팀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래도 유니버스가 픽에서 실수한 부분이 좀 컸던 것 같아요. FWX는 상대의 픽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데에서 좋은 출발을 했다고 볼 수 있죠.”
“FWX는 사실 팀적으로 완벽하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냈죠. 한타에서 보면 그윈이 훨씬 좋은데도, 차니 선수가 어그로를 끄는 역할을 잘 해줬고. 잘 성장한 코르기와 미포는 압도적인 포킹 능력을 보여줬으니까요.”
그렇다고 큰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어서.
아나운서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코너를 넘겼다.
아직 경력이 길지 않은 분석 데스크 분석가들이고, 이 정도는 재미다.
현업에서 은퇴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둘은 승부 예측에서 서로 완전히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당연히 이승수가 유니버스 승, 문시환이 FWX 승이다.
“권건 선수와 세자 선수가 표를 나눠가졌지만 결국 권건 선수가 1 세트 POM을 가져갑니다. 활약이 정말 멋졌죠?”
“그건.. 맞습니다.”
“압도적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이 부분에서는 이견이 있을 리가 없었다.
“바텀도 잘 풀어줬고, 어딜가나 길을 열어줬죠. 일등 항해사였습니다.”
“클래스 선수가 짐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왔어요. 뽀비, 미포 둘 다 상당한 기동성을 이용해서 이곳저곳 합류해주면서 뚜벅이의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두 사람의 협곡 데이트였죠.”
“그럼, 이제 다음 세트 만나보실까요?”
“좋습니다. 다음 세트는 만만치않은 경기가 될 것 같네요.”
문시환은 이승수를 향해 눈치를 줬지만.
이승수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어차피, 경기를 보고 나면 알게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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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승리 후 코치 박스로 들어갈 때, 곽지운이 나에게 붙었다.
“건아.”
내가 곽지운을 바라보자 곽지운은 예의 그 태연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사실 키가 꽤 차이가 나서.
약간 등에 가깝긴 했다.
“고마워. 진짜.”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제 이 사람의 말을 좀 알아들을 것 같다.
곽지운은 리그가 진행되는 ‘경기장’에 온 순간.
FWX 그 자체가 된다.
고맙다는 건, 팀적으로 고맙다는 것이고.
기쁘다는 건, 팀적으로 기쁘다는 것이다.
개인의 욕망이 결여된 것처럼.
코치 박스 안에서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우리를 반겼다.
“지운이, 오늘 연기 정말 미쳤다.”
“진짜 과감하더라.”
사실 이번 경기 최고의 어그로꾼은 곽지운이었다.
키치한 발걸음으로 통통 뛰듯이 활보하고 다닌 곽지운 덕분에 여러번의 교전을 유도할 수 있었다.
원딜이 어그로를 끄는 것은 쉽지 않은 플레이다.
치명적인 외줄타기.
곽지운의 옛 모습은 나도 다시보기를 통해 알고 있다.
혼자서도 멱살을 잡고 팀을 캐리하던 모습.
신인이 입스를 겪는 등의 오만가지 사건이 일어나던 FWX.
그 정도의 불운과 악재로 엉망진창인 팀이 완벽한 10등이 아닌 8989라도 할 수 있었던 건.
그 힘들다는 ‘팀원들은 트롤하는데 원딜 홀로 캐리해서’ 얻어냈던 결과인거다.
그래도 시간이 지난만큼, 이제 그런 폭발력까지는 없다.
다만 그만큼 곽지운이 얻어낸 것은.
매우 뛰어난 포지셔닝.
그리고 심리전.
원숙한 원딜러가 됐다.
“유찬이도 정말 수고했다.”
“멍멍. 츄츄 멍멍.”
“얘는 왜 이래?”
“그냥 두세요. 시츄 짖는 소리래요.”
우리 원딜.
첫째는 팀의 승리.
둘째는 팀의 팬들.
셋째는 팀원들의 즐거움인 사람.
진도, 셰나도, 미포도.
원딜이라면 가지고 있다는 캐리 욕구보다 ‘팀의 완성’이 가장 중요한 사람.
“다음 세트는..”
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인다.
“쟤네, 반드시 바텀 부수기 조합을 다시 들고 올거예요.”
최 코치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는 왕자님으로 가죠.”
옆에서 곽지운이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왕자님.”
나는 우리의 어린 왕자를 보고 웃었다.
팀을 사랑하는 왕자.
너의 욕망은 어디로 갔는가.
이제, 그림 속의 상자에서 양을 꺼내 안겨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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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는 반대로 유니버스에서 뽀비를 빼앗아갔습니다.”
“오늘은 승리의 여신이 뽀비에게 웃어준다,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았거든요?”
“네! 아, FWX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그윈 선픽! 거기에 이어 바로 탐 진치를 가져갑니다!”
“이거 벌써 냄새가 나는데요?”
“유니버스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아펠 뺏나요? 아니면..”
“그렇죠! 루시언 냐미 바로 가져갑니다! 이거 이번 세트에서는 완전 나눠먹자는 느낌이었거든요!”
서로 컨셉이 어느정도 정해진 상태에서의 밴픽은 꽤 빠르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럼 FWX는 당연히 아펠이죠. 나왔어요, 세자 선수의 아펠. 오랜만입니다. 이번 시즌 처음이고, 지난 시즌에도 자주 꺼내들지 않던 픽이에요.”
“모든 시즌 항상 사랑받는 픽이죠.”
“그럼 FWX 탑 쪽 밴 들어가나요? 아, 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아자르 자르면서. 원딜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네요.”
“이번에는 FWX가 반대로 요공을 가져갑니다! 권건 선수의 요공, 나온 적 있나요?”
“없습니다! LKL 첫 픽입니다! 이 선수, 상대한테 니픽쩔 정말 잘하는 선수인데요! 1 세트와 서로 바뀐 픽!”
서로의 정글이 뒤바뀌고, 이제 유니버스의 조합이 완성될 차례.
“이제 유니버스가 탑과 미드를 뽑아야겠죠? 이 팀 탑 구도도 꿀잼이에요. 자! 차니 선수가 그윈을 뺏어갔는데! 이번에는 써머 선수, 뭘로 화답하나요?”
- 써머!!! 빨리 역피요라!!
- 골때리는거 해줘 제발
- 보여줘 무력 보여줘! 신인 뿌셔!
많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아니, 저 쟤랑 약속했는데!”
“정인아. 니가 누구랑 약속을 했는데.”
“상대 탑이요. 처..니?”
“너네가 언제 대화를 했는데.”
“이렇게 기파를 쏴서 전음으로.”
“요른 하자. 은찬아. 요른 픽해.”
이미 강은찬은 요른에 마우스를 올려놓고 있었다.
“안돼!”
이미 완료된 픽.
유니버스는 분명히 밴픽 자유도가 높은 팀이었으나 상벌 기준도 명확했다.
1 세트에 맡았던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도리어 상대 탑과 싸우는 데에 정신이 팔렸던 최정인은 요른형에 처해졌다.
탑 캐리 성향이 강한 최정인은 표정이 불퉁해졌다.
요른으로도 탑 캐리가 가능하니까 상관은 없다.
하지만 요른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싸움을 피한 것 같은 이미지가 싫어서다.
- 써머 쿤..?
- 아ㅋㅋㅋㅋ 차니 판정승ㅋㅋㅋ
- 비겁하게 남자가 요른을 하다니ㅋㅋㅋㅋ
- 야 ㅁㅂㄱ해라..
- ㅂㅁㄱ?
- 문?봉?구?
- 최정인 게 섯거라 슈퍼루키 이유찬이 간다
반응도 다르지 않았지만.
밴픽은 이어진다.
“혹시 미드 요른 할래, 시환아?”
“왜 개가 사람 말을 하지?”
“하씨.. 멍멍.”
“유니버스가 아라로 마지막 픽까지 마무리하고, 이어서 FWX가 세라핌을 가져가면서! 밴픽이 완료됐습니다!!”
대구 유니버스에서 요른과 뽀비를 앞세워 강력한 오브젝트 영향력을 행사하고.
아라로 메이킹, 냐미의 지원으로 루시언을 완벽한 느와르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있다면.
대전 FWX는 그윈과 요공을 앞세워 길을 뚫으면서.
미드 세라핌과 서폿 탐치로 아펠을 최고의 왕자님으로 만들 생각이다.
두 팀의 생각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경기는, 또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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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곽지운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기억이라도 더듬는 듯, 무기를 여러번 바꿔가며 발걸음을 옮긴다.
아펠이라는 챔피언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골랐던 챔피언이니까.
내가 온 뒤, FWX의 리그전에서 이렇게 원딜에게 많이 쏠린 조합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미드 픽까지 세라핌으로 투자했으니까.
“형, 걱정마. 자전거를 한 번 타 본 사람은 잊지 않는다고 했어.”
김예성이 다정한 말투로 곽지운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나도 그거 알아, 멍멍. 마라탕을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하멍.”
“비슷..한가?”
“다른 것 같은데..”
곽지운은 소리죽여 웃고있었다.
어쨌든 마라탕 맛도 마음에 든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완성되는거다.
자, 다시 경기는 시작됐다.
리그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이런 게 있다.
상대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픽을 왜 밴하지 않는가.
물론 그 픽이 시즌 OP에 해당한다면 여지없이 밴을 하거나 선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당 팀의 판단에 그 픽이 OP 수준은 아니라면?
혹은 코치 박스 안의 인원이 해당 챔피언에게 패배한 이유가 어떤 포인트에 원인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우리가 실수만 줄이면 된다고 판단한다면?
더 좋은 픽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면 밴을 하지 않는다.
밴 카드에는 숫자의 제한이 있기도 하니까.
상대가 가용한 픽이 많을수록, 밴해야 하는 것이 많을수록 이런 부분에서의 고민은 두드러진다.
OP가 많은 시즌의 경우 약팀이 괴로워지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그럼, 밴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져가면 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 픽의 숙련도가 높아야겠지.
POM을 받았던 1 세트의 내 뽀비를 가져간 건 상대 정글, 론도다.
론도.
스스로가 불규칙적인 정글러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원래의 패턴으로 귀결하는 특성을 가진 정글.
내 픽을 가져가고 나에게 요공을 준 선택?
나쁘지 않다.
근데, 그거 알아?
난 이겼던 걸 다시 하는 것보다.
뺏는 걸 더 좋아해.
어차피 너도 내 손바닥 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