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해머 가져와
“쟤는 또 뭐야..”
“아니..”
FWX 코치 박스 안이 술렁였다.
최수철 코치가 이유찬에게 모데를 권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첫째, 시즌 전략 숨기기와 숙련도.
둘째, 데뷔 부담감을 덜어줄 노 코스트 챔피언.
셋째, 혹 위기에 처하더라도 궁으로 팀 합류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물론, 권건부터 시작해서.
모든 라인이 보수적이었던 예상치를 뛰어넘긴했지만.
이건 훨씬 더 좋은 결과다.
이제 아이템을 완두콩과 교환하지 않는 이상 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얘네 보니까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뛴다.”
“저도요. 부정맥 있나봐요.”
“도형이 너는 벌써 그러면 안돼.”
“왔다, 왔어.. 와..”
“우리.. 와..”
한동안 다같이 입을 다물지 못하던 그들은.
그대로 방송을 탔다.
“이거 감코진도 전혀 예상 못했던 게 맞죠!”
“하하하. 연달아 터진 솔로킬에 감독, 코치님들도 깜짝 놀란 표정이죠!”
- ㅇ0ㅇ 시발 내가 방송에 나온 줄 알았네ㅋㅋㅋㅋ
- ㅇ0ㅇ! ㄹㅇ 난줄ㅋㅋㅋㅋ
- 미쳤습니까 FWX?
- 뭐야 권건 원툴 팀이 아니었어???
솔로킬을 딴 이유찬의 보이스도 흘러나온다.
“아, 너무..너무.. 재밌어..! 게임 너무 재밌어..!”
- 야 우리 탑 미쳤냐?
- 얘 프로필 사진부터 미친놈이긴 했음
- 뭔데?
- 팔 엑스자로 교차하고 브이 하는 거
- 탑신봉자의 냄새가 난다..
- 아아 오마에 문봉구보다 3배 더 강한 녀석이냐고? 호라
- CAN’T WIN.. HMS CAN’T WIN.. PLZ Quicksilver..
“사이드에서 모범생 라온이 그림같은 아자르 콤보로 먼저 솔로킬을 낸 것도 인상적이죠! 비둘기 사기단, 데미지 미쳤어요. 사일런트와의 심리전에서도 완전히 퍼펙트.”
“탑에서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솔로킬! 거의 동시에! 뻥! 뻥! 터져나왔습니다, FWX!”
“아까부터.. 보자보자하니까 차니 이 선수도 보통이 아니에요. 이게, 솔로킬을 낼만 하더라도 머뭇거릴 수가 있거든요. 자꾸 신인, 신인 하게 되는데 진짜 오늘만큼은 어쩔 수 없어요! 오늘은 데뷔전이잖아요! 대담한데요!”
“처음부터 완벽한 정글 격차로 각 라이너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권건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죠.”
#
“두 번째 전령도 가져갑니다! 전령 가져갈 때 해머스는 다른 방향에서 이득을 봐야 할 텐데요!”
결국, 솔로킬 내기는 김예성이 이겼지만.
“내가 이겼어.”
“종이 한 장 차이였어.”
“풋내기.”
“나를 풋내기라고 부르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모데를 풋내기라고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만들 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상황이라서 탑도, 바텀도, 전부 다 뚫리고 있어요! 해머스 완전히 갇혔습니다. 그야말로 파놉티콘! 인원수에서 차이가 나도 쉽게 고개를 들 수가 없어요!”
“요공은 봉 한번 못 돌려봤어요! 지금 돌리면 자기가 먼저 녹거든요! 믹서기는 믹서기인데 내가 녹는 믹서기가 있다?! 개막 첫날부터 FWX가 무섭게 밀어붙입니다!”
전 라인에서 동시에 굴리면서 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상황.
“완벽하게 미드 철거하면서! 전령 2꿍, 3꿍 가나요! 바텀은 아자르가 거세게 밀고 있습니다!”
“이거 전령이 필요가 없어요! 민간 전령! 아자르 타워 철거가 너무 빨라요!”
존재하지 않는 후반을 바라보던 해머스가.
어디에서부터인가, 멘탈이 무너진 듯 전선을 안으로 당길수록.
“으아아아아아! 트롤왕이 쫓아와요! 너무 빨라요! 깨물! 깨물! 미처 콘서트장에서 벗어나지 못 한 이즈를 물어 뜯어버립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습니다!”
그 안으로 권건이 앞장서서 파고들고.
한 세트만에 리그 적응을 마쳐버린 것 같은 탑과.
훨씬 팀원들과 호흡이 맞기 시작한 미드.
수비력이 높고 호응 좋은 바텀.
상성 상 바텀 솔로킬은 없었지만.
FWX는 그 외 모든 라인에서 솔로킬을 만들어내며.
제대로된 한타도 없이.
거의 퍼펙트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FWX가 이번 시즌, 첫 경기! 개막전 첫 세트를 최고의 경기력으로!”
“예! 신인 선수마저 솔로킬을 보여주면서! FWX가!”
- 이 팀.. 한타는 어떨까?
- 일단 나 화장실 좀..
- 나도..
“이렇게.. 첫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합니다! GG!”
스프링 시즌, 한타 원툴이었던 FWX에게도.
이제는 새로운 승리 플랜이 생겼다.
#
“개막전에.. 너무 큰 의미 두지 마라, 얘들아.”
해머스 감독 한동규는 서둘러 선수들을 토닥였다.
코치 박스 안에서 지켜본 결과.
정글러 백태준의 상태가 심상치않았다.
“일단 트런둘 밴하고 가자. 힘들었지?”
“밴이.. 소용이.. 있을까요?”
“태준아, 태준아. 괜찮아! 일단 빅스나, 그, 미라쥬한테 맞았다고 생각해!”
“걔네가.. 나아요. 권건..은.. 너무.. 독해요..”
생각보다 더 안좋다.
한 감독은 코치와 재빨리 눈짓을 교환했다.
“그래? 그럼.. 그.. 어떻게, 우리가 최대한 노력해볼테니까. 권건 아이반 시킬까? 그래, 그렇게 가볼까?”
불가능한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봤지만.
“아이반..”
백태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권건, 저 놈이라면 아이반 정글도 쓰려나.
아니?
흉측한 상상이다.
가뜩이나 심리전에 강한 선수다.
아이반을 무서워해본 적이 없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수많은 정글몹들이 일시에 ‘휴거’할지도 모른다.
“그 날이 정글의 종말의 날이다.. 신은 존재했어..”
제발 강림의 날이 우리 팀 경기가 아니길.
“태준아! 정신 좀 차려!”
해머스는 전라인의 터져버린 멘탈을 수습하기에 바빴다.
그렇다면 그 멘탈은 어디로 갔을까.
FWX의 박진현 감독과 코치진은 웃음꽃이 피었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다.
훈련 기간동안 권건이 귀띔해준 대로.
이유찬은 권건의 말이라면 계시라도 들은 것처럼 충실하게 이행했다.
“둘이 따로 훈련 많이 했나보네.”
이건 하루아침에 나올 만 한 것이 아니다.
“방학동안..”
이유찬이 씩 웃으며 김예성을 힐끗거린다.
“휴가겠지. 휴가인데 건이 시간이나 뺏고.”
김예성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말은 저렇게 해도 둘이서 잘 맞던데. 마지막 전투에서..”
“그래, 유찬이. 느낌은 괜찮고?”
“오히려 좋아요.”
“어떤 점이?”
“여기 리그는 다전제잖아요. 퓨처스 리그는 단판이라서 행복을 오래 느낄 수 없거든요.”
“아..”
“그랬구나..”
“얘 강철이네..”
조금 이상한 부분은 있어도 권건에 이어 찾은 두번째 보물이다.
해머스는 완벽한 스파링 상대.
상대 탑, 리모는 1군 경력은 이유찬에 비해 조금 더 길었으나 베테랑급이 아니다.
우리가 해머스를 이런 취급 하는 날이 올 줄이나 알았을까.
하지만 이제 익숙해져야한다.
#
- 얘네 “강팀”이냐?
ㄴ 아니 시발 해머스 귀신같네 강팀 판독기;
ㄴㄴ ㄹㅇ AI도 피가 그만큼 빠지면 뒤로 빠지겠다
ㄴㄴ 학습 능력이 없냐고ㅡㅡ
ㄴㄴ 저 새기들 휴가 때 놀기만 했냐?
ㄴㄴ 아니야.. 이번 세트는 다르다.. 분명 FWX는 럭키 호넷이다..
ㄴ FWX가 잘한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해머스^^
ㄴㄴ 어이 헤임달 너는 정리해고다
ㄴㄴ FWX한테도 밀리고ㅋㅋㅋ
ㄴ F급이었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X급?
ㄴㄴ 이제 두려워할 이유가 없노라
ㄴㄴ 와 신님 고마워요!
- (FWX) 전에 알던 내가 아냐 Brand new Game
ㄴ 새로워진 나와 함께 One more round
ㄴㄴ 노래가 나오냐? 노래가 나와???
#
“해머스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사실 1세트의 경기력이 조금 많이 아쉬웠죠. 첫 날부터 FWX를 만난 것은 쓰나미 급 재난영화같은 거였어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번 세트에서는 뭔가 보여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죠?”
글쎄.
수원 해머스는 단 한 번도 나에게 ‘벽’이었던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 팀원들에겐 벽이었나보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오기 전의 FWX는 최은호와 윤도형의 오더를 듣고 게임을 했었다고 한다.
근데 그건 오더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근황 공유와 안부 인사정도?
명확한 판단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언제든지 책임지겠다는 태도로 임하는 것.
그것이 좋은 오더다.
이런 의미에서 오더의 부재란.
멀쩡하던 팀을 모래알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번 밴픽은 양쪽 모두 평이하게, 할 말 있는 조합이죠. 왜일까요. 아쉬운 기분이 듭니다.”
“자꾸만 생각나는 FWX의 맛..”
“경기 시작됐습니다!”
근데.
이제 여기에는 내가 있거든.
정글링에 벽을 느낀 정글.
포식자 미드 갈레오.
1레벨 CC기가 좋은 바텀.
뭘하고 싶은지 투명하다.
“어어어어어! 1렙, 1렙 인베 싸움!”
“바텀, 바텀, 바텀 방향!”
“어어어어?! 해머스, 해머스 터집니다! 터져요!”
“3 대 1 교환! 세자 선수가 더블 킬, 권건이 1킬을 가져가면서 시작합니다!”
“이거.. 큰일 났는데요? 진짜 큰일 났습니다. 분명히 포식자를 켜고 먼저 들어간 건 해머스인데, 정작 상대가 전부 부쉬 안에 있으니까 꼭 놀라서 도망치는 것 같았어요!”
“각오가 부족했던걸까요?”
- 각오는 ^^발 존나 혼비백산하네
- 허붕아 그 와중에 쌩정화는 왜 썼냐 씨발 힐인줄 알았냐
- 텄다 텄어.. 졌어.. 아.. 존나 이득보고 시작해도 못이길 판에..
- 아 달아ㅋㅋㅋ
- 싱글벙글 해머스 전
- 와! LKL 존나 재밌다!ㅋㅋㅋ
- 그래~ 약팀 상대로 이정도 시작은 해야 우승을 하지ㅋㅋㅋㅋ
- 그만 때려! 이미 저 녀석들의 HP는 0이라고 www
수원 해머스.
꽤 오랫동안 동부와 서부를 갈랐던 벽.
대전 FWX를 ‘약팀’ 으로 취급할 수 있었던 팀.
밴픽 싸움에서 지지 않기 시작하면서 이 벽을 어느정도 넘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아, 차니 선수! 만나자마자 반갑다고 바로 인사! 하이그나이트!”
“텔도 안들었어요. 쿨합니다. 생일이니까, 인정?”
“인정! 네! 빡센 딜교, 기선 제압 좋았습니다!”
나는 벽을 넘어가는 정도로 만족하는 성미가 아니다.
“아, 이거, 이거! 아자부 선수! 바위게 먹고싶어요! 아직도 못먹었어요!”
“이번 시즌에 아자부 선수가 먹은 바위게 숫자를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거야 개막이..”
“근데 이거, 함정이거든요! 아! 조심해야합니다! 벌써부터 점멸이 빠집니다, 아자부!”
“이거 첫번째 세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나요, 해머스!”
“어쩔 수 없습니다. 한타라도 잘해봐야겠죠. 이미 게임은 완전히 갔어요.”
벽은.
부숴버려야만 완전히 그 의미를 잃는 법이다.
지난 시즌에 나와 함께 한 번 넘어봤던 벽이니까.
이번에는 부수면 되는거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황! 첫번째 세트보다도 경기가 술술 굴러가요! 이거 이렇게 쉽게 내줘도 되나요, 해머스?”
“쟤네 정글 우리 바텀 온 거 맞겠지?”
“네. 마굿간 혹은 중간 부쉬.”
“여기 맞나보다.”
“야, 야, 자부야. 우린 안 당해준다. 다른 라인 알아봐라!”
“또 시간 낭비만 했어요! 아자부! 이거, 지금 피눈물 납니다! 똑같아요! 아까랑 또 똑같아졌어요! 지금 너무 못컸습니다! 근데 도와줄 친구가 하나도 없어요!”
이 정도 얇아진 벽이라면.
망치로 깰 수도 있겠다.
오함마 갖고 와.
-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돼?!
- 그렇게 피를 봐야겠어?!
쫄리면 뒈지시던지.
“권-건! 권건이 또 미쳐 날뛰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이득, 저기서 이득! 양쪽 오브젝트 모두 다 챙기면서! 킬까지! 경기 너무너무 일방적입니다. 저희가 뭘 더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여기서도 한 방.
“한타, 한타도 무너집니다! 해머스! 해머스! 어지럽습니다! 망치로! 망치로! 뒤통수 한 대 맞은 듯이 머릿속이 띵하고 어지러워!”
저기서도 한 방.
“차라리 어택땅으로 싸웠으면 이것보다는 나았을 수 있어요! 아, 여기까지인가요! 해머스가 결국 무너지고 맙니다!”
“타워, 타워, 타워까지!”
“이미 인베에서 다 터져나가는 순간!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너무 강합니다, 너무 강해요! FWX!”
해머에 얻어맞아 쓰러진 해머스.
깔끔한 철거.
“나이스!”
“그냥 끝내!”
“이지.”
“이게.. 1군..?”
“아니야, 아니야, 유찬이, 릴렉스, 여기 아직 동쪽이야.”
해머스.
돌아가서 알려라.
“으아아아아아! FWX! 이 팀, 이번 시즌 최고주! 지금 바로 투자하세요!”
“탑까지 강력해지면서, 이제 FWX가 북벌에 나섭니다!”
“이제 지난 시즌 1라운드의 그 FWX가 아니거든요! 노스탤지어를 꿈꾸기에는 늦었습니다! FWX가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시즌의 개막을 알립니다!”
우리는 동부와 서부의 벽을 넘은 것이 아니라.
벽을 부수고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고.
이제, 시작이다.
#
- (FWX) 수원 해머스 팬분들 힘내세요! ^^ : LKL을 사랑하는 FWX 팬 일동
ㄴ 이 말 하려고 얼마나 기다린거냐 너네들..
ㄴㄴ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ㄴㄴ 진짜 근 십련이네ㅡㅡ
ㄴㄴ 잠깐 이겼던 적도 있긴..함..ㅋㅋ..
ㄴㄴ 언제?
ㄴㄴ 4년 전쯤..?
ㄴㄴ 당당해져라 FWX
ㄴ 이왜진?
ㄴ 하필이면 개막전을.. 하필이면 개막전을.. 왜 개막전을? 왜 나는 너를 만나서 왜 개막전부터? 어째서?
ㄴㄴ 시즌 똥 맞았다ㅠㅠ
ㄴㄴ 요시 그란도 시즌
ㄴㄴ 나쁜련들 너무해..
ㄴㄴ 뚝 하자 해붕이들아 늦지 않았어 갈아타지 않을래?
ㄴ 자 이제 시작이야
ㄴㄴ 내 꿈을~
ㄴㄴ 내 꿈을 위한 여행
ㄴㄴ 신난다! 야생의 탑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