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72화 (73/326)

72화. 리벤지

- 빅스는 반드시 이겨야만합니다

스톰과 트릭스터에게 지더라도 빅스만큼은 꼭 잡아야합니다

ㅇㄱㄹㅇ ㅂㅂㅂㄱ

ㄴ 근데 이미 트릭스톰 이겨버린www

ㄴㄴ 아~ㅋㅋㅋㅋ 이런이런~~~ㅋㅋㅋㅋㅋ

ㄴㄴ 기분 째지고ㅋㅋㅋㅋㅋㅋ

ㄴㄴ 서부 다 거품이었고ㅋㅋㅋㅋ FWX의 시대가 열렸다ㅋㅋㅋ

ㄴ 찌세님 ㅎㅇ

ㄴㄴ 친목 하지 말라고

ㄴㄴ 할건데??? 형 왜 전화 안받아

ㄴㄴ 아 형 디코 들어오라고~

ㄴㄴ 쟈기 왜 여기 글 쓰고 있어 톡좀봐조

ㄴ 권건이 팀에 들어오고 나의 성공시대 시작됐다

ㄴㄴ 우릴 찾는 타팀 많아졌다~

ㄴㄴ ㄲㅈ 예티 뽀록새기들

ㄴㄴ ㅋㅋㅋ응 타격감 없어ㅋㅋㅋ

#

“시즌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8주차! 금주의 첫번째 경기! 대전 FWX 대 서울 빅스입니다!”

“이제 8위, 하지만 이 팀을 8위라고 생각하는 팀은 아아아아무도 없을겁니다!”

“그렇습니다! 연달아 상위권 팀들을 잡아내면서 최고의 경기력, 최고의 한타력을 보여주고 있는 대전 FWX!”

“하지만 비이익스, 서울 빅스! 한타는 우리에게 맡겨둬라! 한타력으로는 절대 지지 않는 팀입니다!”

“전통의 한타 강자 빅스와 최근 치고 올라온 FWX까지! 진짜 한타 팀을 가립니다!”

벌써 5승.

처음에는 신인의 재치.

두 번째, 세 번째에는 대단한 신인.

네다섯 번째 경기를 거치면서 ‘신인’ 한 명이 아니라 한타의 팀이 된 FWX.

게다가 오늘 경기에는 드라마가 있다.

경기에 앞서 짧게 나온 선수 인터뷰 영상에서.

“라온 선수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제가 최고의 플레이로 증명하겠습니다.”

리벤지는 짧게나마 FWX로 이적한 라온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라온은 그냥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인터뷰를 종결지으면서 이 관심은 더 증폭됐다.

“라온 빅스에서 적응 못 했었던 것 같아.”

“왜?”

“빅스 애들 유쾌한 컨셉 영상 되게 자주 올렸잖아. 근데 올라온 거 보면 은근히 얘만 분량이 적었어. 케미도 거의 없고.”

“빅스 다 비글로 유명하잖아. 그냥 아싸인거 아니야?”

“근데 또 개인 방송 가면 꽤 말 잘하긴 해.”

빅스 팬들은 자신의 팀이었던 라온을 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유쾌한 분위기의 팀과는 정 반대였던 선수.

“근데 이적하고 나서 성적 안 나온 거 보면 사실 준우승하는 데에 라온이가 한 거 별거 없는 거 아냐? 우리는 지금도 성적 좋잖아.”

하지만 결국 프로는 성적이다.

작년에 잘했던 선수라도 한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잊혀지고 만다.

“그건 맞지. 솔직히 처음 걱정한 거 보다 리벤지가 훨씬 잘해줘서 큰 걱정은 안 되는 듯?”

“어쨌든 쟤도 저기 가서 잘 살면 좋겠다. 근데 오늘 경기는 일단 지고.”

“완전.”

팬들은 가볍게 웃으며 피켓을 흔들었다.

- 지금 가장 완벽한 팀 #빅스 #BGSWIN

- 한타 케미 빅둥이들 토이/미스터/리벤지/빈스/플랜

식스맨이 주전 선수를 타 팀으로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는 일.

그리고 밀려난 선수가 옛 친정팀에게 하는 복수.

토사구팽 당한 선수가 점을 찍고 돌아왔니, 계승 중이라느니.

이것들은 리그 고전 드라마이자 팬 입장에서는 하나의 재미이기도 하다.

“와, 빅스의 첫 번째 밴이 요른이에요.”

“인정 받았죠?”

“아무래도 첫 번째 세트에서는 안전하게 가는 게 최고니까요.”

그리고 서서히 경기의 막이 오르고.

“진짜 오랜만에 풀린 아칼린입니다. 나올 때 마다 함정픽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메타 최고의 OP 소리를 들으면서 거의 필밴이었는데요!”

“FWX가 가져가지 않는데요. 빅스가 가져가나요? 가져갔습니다!”

밴픽이 이어졌다.

“FWX에서는 미드 르블란에 이어 정글 리싱까지 확정 짓습니다! 정통의 커플이죠. 두 챔피언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이거 진짜 라온 선수가 꽤 오랜만에 보여주는 르블란이네요. 기대됩니다.”

“어어, 그런데 잠깐만요?”

빅스는 루시언과 아칼린을 뽑아놓고 심리전을 걸었다.

“루시언 원딜..은 아닐 것 같고, 돌릴 가능성이 꽤 있어보입니다.”

그러나 FWX는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밴픽을 진행했다.

“밴픽 완료됐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FWX는 탑에서 팬시 선수의 새로운 친구, 냐르가 또 다시 등장을 했구요. 미드 정글은 리싱과 르블란으로 꽤 좋은 주도권을 가져갈 것 같습니다. 바텀에서는 칼리 로칸 조합으로 라인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 한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네요.”

“반면 빅스는 탑 루시언! 잘 뚫리지 않는 팬시 선수를 뚫기 위해 아주 공격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볼베 정글로 앞라인을 만들어주면서도 다이브같은 부분을 신경써서 작은 교전들을 챙기고, 바텀에서 진 쓰리쉬로 안정감을 줬죠.”

“그리고 핵심인 아칼린. 이렇게되면 아칼린이 상당히 킬을 먹기 괜찮은 구도를 만들어줄 수 있거든요. 일단 킬을 먹기 시작하면..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FWX가 블루 진영, 빅스가 레드 진영에서 경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처음부터 꽤 잘났던 것 같긴 하다.

2군이긴 했지만 스톰이었고, 첫 생에도 월챔 예선까지 갔던 나다.

이후의 이적들은 다 필요에 의해서 행해졌다.

처음에는 좀 더 잘하는 선수들과.

그 다음에는 좀 더 유연한 선수들과.

그 뒤에는..

아무튼 요는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잘나가는 팀에서도.

팀의 실력보다 자기와 얼마나 잘맞는가를 가늠하는 선수들이 있더라.

“지금 양쪽 정글러가 모두 정상 풀캠 동선이 아니거든요! 서로의 라이너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나는 그런 생각을 가진 선수들에게 별 생각은 없었다.

“아! 자연스러운 딜갱! 미드에서 권건이 몸을 노출하면서! 아칼린을 건드리고 갑니다! 아칼린, 계속 받아먹어야 하는 상황!”

어차피 이기면 다 아닌가?

내가 삶을 거듭해 뛰어난 선수가 될수록 그들은 나와 같은 팀에 오래 머물고 싶어했으니까.

“땡큐.”

김예성은 뻣뻣하게 인사했다.

밴픽때부터 그랬다.

사실 우리가 아칼린을 밴하지 않은 건.

밴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먼저 가져오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예성이 마음을 바꿨다.

상대에게 주는 게 더 낫겠다고.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외부에서 볼 때 저 픽을 굳이 넘긴다고? 싶은 상황.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어쨌든.

“FWX! 바텀, 밀립니다!”

“지금 약간 실수가 나왔죠. 좀 더 밀어붙이려다가 풀 스펠이 빠져버렸습니다. 위험한데요.”

“쏘리, 쏘리.”

“아. 각 보이는 것 같았는데..”

곽지운과 최은호는 아쉬워했다.

요즘들어 부쩍 자신감이 붙었고 스크림에서도 성과를 꽤 내긴 했지만 실수가 나온 모양이다.

나는 방향을 틀었다.

“미드 조심해.”

“응.”

“아! 볼라베어의 깜짝 점멸 필살 미드 갱킹!”

“아직 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르블란을 한 턴에 잡기는 어렵죠! 하지만 대신 점멸 교환을 해주고 갑니다. 이러면 한동안은 아칼린이 숨통이 좀 트이겠죠?”

“그렇습니다! 압박 플레이를 수행하다가 살짝 아쉬운 부분이 드러났는데요, 라온? 몰랐던걸까요? 아쉽게 점멸이 빠졌습니다.”

“아.. 이런. 쏘리. 볼베 플 없어.”

김예성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 자기와 얼마나 팀이 잘 맞는가가 중요한가?

선수들은 천차만별이다.

합숙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별별 사람을 다 만나봤다.

정말로 자기들끼리 주먹질을 하고 싸우거나, 답답하다고 런을 한다거나, 정말 꼰대거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난 좀 무디다.

정확히는, 무뎌졌다.

처음에는 괴로웠지만 나에게 주어진 찬스를 잡기 위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끼워입고 괜찮은 척 했다.

하지만 삶을 여러번 반복하면서.

옷 자체를 신경 쓰지 않고 살게 된 거다.

어차피 다음에 또 다른 옷을 입으면 되니까.

“이런..”

생각보다 미드 압박이 잘 되지 않고 있다.

“르블란이 생각보다 많이 맞았죠?”

“딜 교환 아주 좋았습니다, 리벤지!”

“훌륭한 플레이였어요! 이거 아칼린 이렇게 무탈하게 커도 되나요? 괜히 풀어줬나, 이런 마음 슬슬 올라 올 수 있습니다, FWX?”

“빅스! 주도권 이용해서 전령 가봅니다! 사실 지금 전라인이 조금씩 밀리고 있어요. 바텀은 어차피 올라오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르블란은 집에 다녀와야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되면 사실상 전령은 빅스 거라고 봐도 무방하죠. 아주 산뜻한 출발입니다, 빅스!”

상대 정글이 전령을 치기 시작하는 게 보인다.

“지금 루시언 살짝 내려간다잉. 조심.”

“네.”

주도권을 잡은 상대 탑.

전령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 전령.. 어렵겠는데.. 미드, 미드 잠깐 봐줄래? 나 집 다녀오게.”

내가 아무 말 않자 김예성이 확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완벽주의자 김예성은 이 상황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에 스펠이 빠진 것 때문에, 그 다음에는 딜 교환에서 실수가 나온 것 때문에.

이런 모습들이 아주 옛날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어쩌면.

빅스에서 뭉개려면 뭉갤 수 있었던 이 프로가.

고작해야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 둥지를 박차고 나온 바보같은 용기만큼은 꽤 대단하게 느껴져서.

그래서.

좀 응원하고 싶어졌다.

“아니, 지금은 안돼.”

“어?”

나는 살짝 숨을 죽인다.

“어어어어어?”

평소보다 좀 더 진지하게.

숨을 들이쉬고.

“어어! 궈어어어언건! 권건! 권건 선수가 전령을 뺏었습니다! 스틸!”

내쉰다.

“아니, 이게.. 아, 뭐죠? 눈, 눈 먹을 수 있나요?”

“눈까지 획득하고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 와우 시발ㅈ된다

- 정체분명의 도둑ㅋㅋㅋㅋ

- 똑똑히 말한다. FWX는 뒷골목 출신이라 스틸에 능하다.

- 무혈전령 FLEX

- 아니 왜 저걸 뺏기지???

- 권건 그는 강타의 신인가? 권건 그는 강타의 신인가?

“아니, 다시 보니 체력이 9까지 내려갔었는데요?”

“상황이 너무 유리하니까 살짝, 살짝 확신했죠. 루시언도 빨리 탑에 가서 냐르를 괴롭힐 생각에 몸이 위로 쏠렸었고. 어차피 르블란 못 온다. 그래서 방심했던 것 같아요, 빅스!”

“그래도 이거 완전 바늘구멍이잖아요. 세상에. 이걸 어떻게 뺏었죠?”

“그래서 더 대단한겁니다. 이걸 어떻게 했냐구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예! 근데 그냥, 담이 너무 커요! 저라도 뺏겼을 것 같아요. 왜냐구요? 아니, 우리가 탑 미드 다 밀고 있으니까!”

“이거, 빅스 바짝 긴장해야겠는데요. 초반에 벌어둔 것들 대부분이 첫 전령을 위한 근거, 밑작업이 되고 있었는데. 눈 뜨고 빼앗겼습니다. 좀 더 확실하게 하는 쪽이 좋았겠죠! 게임을 그대로 굳힐 수도 있었는데!”

아무리 강팀이라도.

단 한 경기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는 없다.

정의로운 도둑은 내 전문 분야다.

“어..”

“나이스! 권건!”

“요를레이! 요를레이히!”

“아따. 맞는 보람 있네잉.”

희소식에 팀원들이 신나게 소리를 지른다.

사기가 오른다.

“그..”

옆에서 이제서야 귀환한 김예성의 곁눈짓이 느껴졌다.

“밥차 필요한 사람.”

“나, 나나나나나!”

곽지운은 일단 소리를 지르고 봤지만 나는 김예성을 보고 씩 웃었다.

“...”

김예성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

결국 웃으며 대답했다.

밥차, 밥차.

미드로 출발합니다.

사실 블루는 내가 먹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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