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52화 (53/326)

052화. A코스 주문이요

권건은 이미 주목받는 선수였다.

솔로 랭크 때문만이 아니었다.

솔랭 점수가 항상 프로의 성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시선이 모이는 이유는 최근 FWX의 밴픽과 경기력 때문이었다.

FWX는 이번 시즌 화끈하게 8연패라는 성적을 달성한 바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2승 9패.

FWX의 2승은 모두 권건을 기용했을 때 일어난 일이었으며, 이 어린 선수는 세

트 패조차 없이 승리를 거머쥐며 POM을 휩쓸었다.

권건이 리그에서 보여준 챔피언 풀은 아직 다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음지에 퍼져나가는 스크림 소문은 흉흉했다.

“얘네랑 스크림 잡는 게 이렇게 힘들어질 줄이야.”

“상위권 팀들이랑은 몰래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해외팀이랑 주로 하고.”

“설마. 루머겠지. 해외라고 해봤자 대륙 쪽은 아닐거 아냐.”

“그건 모르죠.”

“이건 또 고민이네..”

수원 해머스의 감독 한동규는 머리가 아파왔다.

당장 다가오는 토요일에 FWX와 경기를 해야한다.

반드시 잡고 가야할 경기.

그런데 패배라도 해버린다면?

지금 FWX는 동부 리그 최고의 빌런이다.

1라운드를 거진 패배로 마무리 해서 시즌 리타이어한 줄 알았더니.

끈질기게 경쟁권에 있는 팀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해머스는 아직까지 6위.

호넷이 턱 밑까지 쫓아왔다.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슬슬 중요해질 시점이다.

어차피 FWX가 전승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닐텐데.

호넷을 이겨준 건 고맙지만 좀 살살 해주면 안되려나?

간신히 굳혀놓은 순위를 FWX가 흔들까 걱정이다.

“권건 얘가 주전으로 나오겠지? 정보 어디서 더 구할 데 없나?”

“FWX도 생각이 있다면 그렇겠죠. 근데 그 선수를 워낙 싸고돌아서.. 아!”

“뭐 생각난 거 있어?”

“얘 성남 스톰 2군 출신이잖아요. 작년까지.”

“스톰은 뭐하는 놈들이야? 얘를 그냥 보냈어?”

“모르겠어요. FWX가 로비같은 거 했나. 하긴, 얘네 1군은 지금 중국갔던 정글

러 영입했잖아요. 붐보이.”

“유명했지. 그럼 2군에 뒀어도 붐보이 빼고 권건 1군 올리긴 힘들긴 했겠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솔랭 1위 찍은 애를 꼭 FWX로 보냈어야했나? 이거 완전

생태계 교란 아니야?”

“솔랭은 최근에 찍었더라구요. 어쨌든 제가 2군 감독 석준이형이랑 알거든요?

한번 물어볼게요.”

“친해?”

“아뇨? 전혀. 비즈니스 관계죠.”

한 감독은 최윤기 코치의 싸늘한 표정에 더 묻지 않고 통화가 끝날 때까지 가

만히 기다렸다.

“뭐래? 뭐래? 뭐 쓸만한 정보 좀 얻었어?”

“하.. 미친 새끼.”

“왜, 뭔데!”

“또 지랄이네. 그냥 뭐. 헛소리만 하네요.”

“욕해?”

“네. 권건 선수 내보낸 것 때문에 좀 까인 모양이에요. 스톰, 문화만 경직되

어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런 사람을 쓰고 있다니.“

“스톰이 좀.. 선수 관리랑 통제에서 엇나갈 때가 있지. 뭐, 그래서 가끔 스톰

이 흘린 선수들도 주울 수 있고 그런 거 아니겠어. 우리 바슈 여기 와서 행복

해하는 거 봤지.”

“근데 FWX랑 박진현 감독님은 좀.. 그.. 실력보다 인성보고 뽑는 느낌이잖아요.”

“흠. 그러게. 어쨌든 석준인가 뭔가는 도움 안되는 사람이네. 경기는 기존 데

이터 중심으로 가고, 그 선수는 한번 직접 살펴보자고.”

“뭐 인성 문제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 하시는 거 아니죠?”

“아니, 진짜, 그냥! 그래도 그런 건 알아두긴 해야하지 않겠냐.”

해머스의 감독과 코치는 다시 경기 준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권건에 대한 대비책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

- [FWX] 현 9위, 7위. 처치 완료..

ㄴ 하나씩 스택 쌓는 중..

ㄴ 보물사냥꾼 빌드업 지린다ㅋㅋㅋ

ㄴㄴ 골고루 하나씩 먹으면 되겟네 77ㅓ억ㅋㅋㅋ

ㄴㄴ 망상 오졌고ㅋㅋㅋㅋ

- [FWX] 시발 얘들아 해머스가 문제가 아니다

해머스 지나가고나서 얘들 대진표가 심상치 않다 3월 일정 불지옥 대진이야

[ 7주차 ]

→ (20:00~) 인천 트릭스터 (전 시즌 3위)

→ (20:00~) 성남 스톰 (전 시즌 1위)

[ 8주차 ]

→ (17:00~) 서울 빅스 (전 시즌 2위)

→ (20:00~) 제주 F.L.E (전 시즌 9위)

얶덯계 전 시즌 1, 2, 3위를 연속으로??

ㄴ 대진표 ㅇㄷ

ㄴ 존나 우리한테 억하심정있나ㅋㅋㅋ

ㄴㄴ 그럴게 머가잇음 누굴 붙여줘도 어차피 꼴등인데

ㄴㄴ 팩트) FWX의 지난 시즌 성적은 8위로, 프레와 피닉스보다는 높다

ㄴㄴ 그럼 올해도 8위나 해ㅋㅋㅋ

ㄴㄴ ? 우리가 어떻게 올라온 8위인데

ㄴㄴ 프레 팬임?

ㄴㄴ ㅇㅇ

ㄴㄴ 그럼 가위바위보해서 8등 뽑던가

ㄴㄴ 저 새끼 빅트릭스톰 셋 중 한 팀인듯

ㄴ 이거 되겟냐? 권건이 잘해줘도 애들 라인전 실력이..

ㄴㄴ 포기하면 편해

ㄴ 일단 수원 해머스부터 잡고 가자

ㄴㄴ 난죽택;

#

밤이 늦었지만 우리는 연습 게임을 계속 돌리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한 시를 훌쩍 넘었다.

밤 열두 시부터 새벽 세 시까지.

이 시간대야말로 가장 연습하기 좋은, 게이머들의 시간이다.

그리고 오후가 다가올 때 일어난다.

대부분의 팀이 이런 패턴을 갖고 있어서 오후 한 시쯤부터 스크림을 잡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심지어는 이걸 오전 스크림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의외로 이런 이유로 프로게이머 생활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팀에서도 아예 조절을 해주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단체 생활이라는 게 그런 법

이거든.

어지간하면 적응을 하게 되어있다.

세상에는 밤에 일하는 직업이 많다.

우리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프로게이머는 드무니까.

“오늘따라 큐가 너무 안잡히네?”

서포터 최은호가 투덜거리면서 내 옆에 붙어 앉아있다.

“건아, 근데 그거 들었어?”

나는 오늘도 연습 중이다.

혹시 이 사람은 연습을 안하나?

아까 칼바람 돌리는 걸 본 것 같은데.

“이번 주에 우리 2군 팀에서 쿼드라 킬 두 번 나왔다더라. 누구더라? 그..”

“일도요?”

“아니, 아. 걔. 차니.”

“이유찬이요?”

이건 좀 흥미로운 이야기다.

“어어. 요즘 걔 되게 핫해. 탈 퓨처스 급이라고. 탑에서 별별 걸 다 꺼낸대.”

“그래요? 어떤거요?”

“탑 마오차이?”

설마 마오차이 쿼드라는 아니겠지.

가만보면 드라마보다 LOS판이 더 막장이라니까.

“아무튼 엄청 유명해. 걔랑 친하지? 혹시 괜찮으면 내 친추 좀 받아달라고 말

좀 해줘.”

어쩌면 최은호는 스카우터가 적성에 더 잘 맞을지도.

“말해볼게요.”

어디선가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가습기에 물 갈러 가야겠다.”

최은호는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 자리를 떴다.

최근에 우리 팀은 내가 솔로 랭크 순위를 유지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달성한 건 난데 팀원들은 은근히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다.

이제 나를 만나서 지더라도 전보다는 훨씬 괜찮은 것 같다.

어차피 우리 정글이라나.

그리고 여기는 게임 실력이 벼슬이다.

솔로 랭크 점수로 계급이 정해진다.

“은호야! 나 몽쉘통통!”

“깍지 넌 손이 잘렸어?”

“고작해야 마스터가.. 말대꾸?”

“너도 건이 만나면 나락 간다.”

“빨리 갖다줘. 나 현기증 난단 말이야.”

결국 곽지운은 바라던 몽쉘을 먹게 됐다.

억지로, 열 개나.

#

- [인터뷰] 해머스 백태준(Azabu), 솔랭 1위 찍은 권건과의 대결 기대

- [SHORTS] “우리의 시즌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복병 FWX, 승리의 다짐

ㄴ 우시시 ㅇㅈㄹ

ㄴㄴ 오늘에야말로 명예 동부 수문장 타이틀을 얻어낼 것

ㄴㄴ ㅋㅋㅋㅋㅋㅋㅋㅋ지들 미래도 못보는 우매한것덜,,

ㄴㄴ 너는 미래가 보여?

ㄴㄴ ㅇㅇ FWX 앞으로 4연패하고 F.L.E랑 놀듯

ㄴㄴ 근데 왜 해머스 응원하니ㅎ 스톰이나 빅스가지

ㄴㄴ 앗아아;;

ㄴ 감코진 정신 좀 차림?

ㄴㄴ 제발ㅋㅋㅋ

- [HNT] 우리는 최고의 정글러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이름은 권건, “권 더 정글 갓 건”

ㄴ ㅁㅊㅋㅋㅋㅋ 호넷새기들 지들이 좀 쳐맞았다고 더 정글 ㅇㅈㄹ

ㄴㄴ 지표가 말해주지 않음?

ㄴㄴ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ㅋㅋㅋㅋ

ㄴㄴ 솔랭도 아직 1위임 이렇게 오래 유지 ㄱㄴ?

ㄴㄴ 지표도르ㅋㅋㅋㅋ

ㄴ 피닉스) 근데 그렇게 만만하게 볼 건 아닌 것 같은데

ㄴㄴ ㅋㅋㅋㅋㅋ 야 피닉스ㅋㅋㅋ얘들도 처맞았자너ㅋㅋㅋ

ㄴㄴ 하위권끼리 잘들 논다 진짜ㅋㅋㅋ

ㄴㄴ 정글 캐리 메타 돌아오면 볼만할듯?

ㄴㄴ 게임을 정글 혼자함?ㅋㅋㅋㅋ

ㄴㄴ 해머스, “약자멸시” ON

ㄴㄴ 곧 꺼진다 거품ㅋㅋㅋㅋ

온라인 상에서는 때아닌 논쟁이 붙었다.

그 주체는 LKL 최고의 정글러 반열에 권건을 올려놓고자하는 호넷과 피닉스

팬들이었다.

- 이런 의미없는걸로 불타지 마라고ㅋㅋㅋ

- 저 정도 매드무비는 우리도 많아ㅋㅋㅋㅋ

- 얘들아 리그는 팀 게임이다^^ㅋㅋㅋ

고요한 FWX 팬들과 달리.

왜인지 호넷과 피닉스 팬들은 권건 갓정글설을 밀어붙였지만, 두 팀을 제외한

대부분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해머스 고사’를 치러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LOS는 팀 게임이니까.

#

수원 해머스와의 경기 날은 훌쩍 다가왔다.

토요일 오후 8시 경기.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관중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대였다.

“쟤네 또 정식 메뉴겠죠?”

“그렇겠지. A코스 아니면 B코스. 그리고 오늘도 미드 픽 뒤로 빼려고 할테고.”

수원 해머스의 A코스 정식과 B코스 정식은 유명했다.

A코스는 공격적인 정글 챔피언을 중심으로 득점을 올리는 것.

B코스는 수비적인 정글 챔피언을 중심으로 수비를 하는 것.

심플하다.

하지만 괜히 동부의 수문장이 아니다.

A코스, B코스라고는 하나 그건 전체적인 컨셉일 뿐이다.

해머스는 두 컨셉 안에서 가용한 픽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특히 A코스에서 정글러의 힘이 터져나왔을 때 밀어붙이는 힘은 대단했다.

이 말은 베테랑인 정글러를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팀이라는 뜻이다.

그럼 정글러들의 밸류 차이로 이 게임을 풀어야하는가?

아니다.

이 경우에는 밴픽 싸움이 더 크다.

코스가 뚜렷하게 갈린다면, 좋은 밴픽으로 팀 색깔이 통일되지 못하게 막아버

릴 수 있으니까.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 달린 게 많다는 뜻이다.

나는 콜업 후.

더 정확히는 첫 승리를 얻고 나서부터 매일 김한빛 코치님과 집중 분석 시간

을 가졌다.

내 챔피언 풀, 숙련도, 그리고 기존 팀원들의 풀과의 적합도.

러프한 부분은 솔랭 분석으로.

디테일한 부분은 스크림으로 가다듬었다.

팀마다 훈련해온 방향이 있기때문에 이건 한두 번의 연습이나 경기로 완벽해

질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내가 정글에서 진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으면 좋다.

“오늘 경기는 동부의 호랑이 수원 해머스와 떠오르는 다크호스, 대전 FWX의

경기입니다.”

“최근 패치 이후 특히 미드 라인의 밴픽이 정형화되지 않은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해머스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미드 라이너 바슈의 경험치가 아직 부족하는 것.

그래서 미드 후픽을 선호한다.

해머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해머스와의 경기를 묘수풀이 승부라고 불렀다.

그만큼 밴픽으로 정해지는 것들이 많다.

“특히 아칼린이 그래요. FWX 외에 성공한 팀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OP라는 평가와 함께 함정픽이 아니냐는 소문이 퍼지고 있죠.”

결국 밴픽을 이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보다 넓은 챔프폭과 높은 숙련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밴률이 높거든요. 정답이란 건 없는 것 같

아요.”

그래서 수원 해머스가 수문장이라고 불리는거다.

서부의 강팀이라면 밴픽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동부의 약팀이라면 적의 핵심 전략에 당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그리고 오늘.

감코진이 연구해온 결과를 보여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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