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화. 너의 황제가 돌아왔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바로 이 일격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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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 시작은 전령 앞 바위게였다.
“헤크림, 헤크림! 헤크림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돌격합니다!”
“릴리야가 먹던 바위게를 뺏었어요! 순간 헤크림의 궁극기가! 각 팀 상체가
모두 합류합니다!”
방심한 상대의 바위게를 가져간 헤크림이 6레벨을 달성하고.
아주 잠시의 틈도 없이 바로 그림자 맹습이 릴리야를 집어삼킨다.
이미 권건의 지원 요청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문봉구와 김예성이 같
은 방향을 바라본다.
“기다렸다는 듯이 합류하는 쪽은, FWX의 냐르와 아자르입니다!”
그렇다고해서 피닉스가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챔피언의 이점을 이용해 라인을 정리하며 상황을 주시하던 녹턴 역시 빠르게
반응했다.
“하지만 바로 피닉스의 미드 녹턴도 궁극기로 아자르 쪽으로! 불이 꺼집니다!
파고들면서 도리어 빠른 합류!”
“아자르! 황제의 진영! 으라차차아!”
“녹턴은 막아냈지만 순식간에 릴리야가 녹았습니다! 선취점은 FWX가!”
피닉스의 람블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대적으로 긴 사거리와 편파적인 시야를 이용하여 충분히 유리한 구도를 가
져갈 수 있다.
“불이 다시 켜졌는데요, 정글러가 없는 상황! 아, 람블 궁극기 끝자락에!”
김예성의 아자르가 몸을 틀어 피해보려하지만.
“유성까지! 유성 막타! 아자르가 전사합니다!”
FWX가 아쉽게 킬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제대로 선공을 맞은 릴리야가 이미 사라진 상황.
“오우! 헤크림 컨디션 괜찮습니다! 녹턴을 추격합니다!”
“람블과의 교전에서 얻어맞은 냐르는 뒤로 빠지는 중! 분노가 많이 부족한 상
태라서 뺄 수 밖에 없어요!”
탑에서의 합류 싸움에서는 냐르가 밀려났지만 람블 역시 헤크림을 추격하기는
어렵다.
“녹턴까지! 잡아내면서! 헤크림이 더블킬을 달성합니다!”
“다행히 피닉스의 람블이 아슬아슬하게 유성 딜로 아자르를 마무리지었죠. 그
래도 2 대 1의 킬 교환입니다. FWX가 조금 앞서 나갑니다!”
그 사이 스킬이 모두 빠진 녹턴을 처치한 헤크림이 상대 진영의 칼날부리 쪽
으로 들어가 정글링을 한다.
썩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더 이상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서야 막 메가 냐르로 변신한 문봉구에게 떨어진 콜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봉구형. 람블 잡아둬요. 지금 형이 라인 밀어놔서 받아먹고 가고 싶을 테니
까, 곧 냐르 변신 풀리는 거 모르는 사람인 것 처럼. 할 수 있겠어?”
“바보 연기? 오케. 나 탑붕연기 권위자여.”
“죽지만 말고. 쟤들 이 쪽에 시야 없어요. 람블 플 있어. 마지막까지 집중해
요. 나 귀환한 줄 알거야. 10초 뒤 다이브 가요.”
캠프를 챙기며 동시에 꾸준하게 속도를 유지한 권건의 헤크림이 다시 탑으로
향한다.
“냐르가 지금 너무 얻어 맞고 있어요! 람블의 귀환을 끊으려고 한 건가요! 이
대로는.. 아! 뒤에서 헤크림이 나타납니다! 유체화를 남겨뒀었나요!”
“빨라요! 람블이..! 아!”
람블의 판단은 빨랐다.
헤크림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여태까지 때려놓은 냐르를 마무리 하기 위해 과
감하게 점멸을 사용한다.
“앞 플래시로 어떻게든 냐르를 데려가려고 해보지만! 맞 점멸 사용해서 피합
니다! 팬시! 아주 훌륭한 낚시였어요! 또 다시 킬이 헤크림에게 들어갑니다!”
하지만 문봉구도 예상하고 있는 상대의 움직임에 당할 정도로 모자란 탑은 아
니었다.
“냐르도 무사히 귀환합니다! 아까 말렸던 정글이 맞나요? 권건! 3킬을 먹으면
서 회복합니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권건을 응원하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열광한다.
- 뭐야 바보연기한거야 아님 진짜 바보였던거야?
- 팬시 냐붕이 물아일체의 경지
- 이걸 따네;;
- 람블 괜히 앞플해서 개손해봄;
- 앞에 한타 다시 보고싶다
“리플레이로 다시 보실까요? 방금 전 전투에서의 이니시가 정말 번개같았죠!”
“바위게를 빼앗아 먹으면서 6레벨을 달성한 헤크림이 바로 전투를 시작했고,
바로 아래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온 선수의 아자르가 순식간에 합류하면서
궁극기 연계로 릴리야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녹아버렸어요!”
“녹턴의 빠른 합류는 큰 장점입니다만, 합류하자마자 릴리야가 녹아버린 탓에
바로 불리한 구도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죠. 미리 설계한 건가요?”
“그렇다고밖에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여기서 권건 선수의 헤크림이 정글링
을 돌면서 살짝 턴을 빼고 바로 람블까지 잡아내는 건 정말 똑똑한 플레이였
어요.”
“훌륭합니다! 아까까지 정글 압박을 수행하던 릴리야가 이제는 헤크림을 만나
서 고개를 들기가 어렵겠네요.”
“아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FWX. 초반에 굴려야하는 피닉스의
조합이 불리하게 시작하고 있어요.”
“경기가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피닉스는 계속해서 빈 틈을 잘 노려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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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이야아아앗!”
박진현 감독은 김예성의 아자르가 궁극기를 사용할 때 주먹을 꽉 쥐고 같이
흔들어댔다.
“나이스!”
아자르가 죽은 것은 아쉬웠지만 이후에 녹턴, 람블까지 잡아내면서 3:1 교환
이다.
“이게 진짜 이득이지! 달다! 수철아, 너무 달아!”
얼마 전 경기에서 퍼블을 따고 바로 다음 킬을 내주고도 이득이라고 말하던
자신의 모습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조마조마했던 정글 압박이 끝까지 이어질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권건은 자기가 말한대로 자생에 성공했다.
바위게를 뺏으러 돌입할 때까지만 해도 순간적으로 손에 땀이 났다.
권건의 콜로 김예성이 근처에서 봐주기는 했지만 뺏지 못했다면 순간적인 레
벨 차이에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풀렸어요!”
박 감독은 2군 경기를 직관했을 때를 떠올렸다.
권건의 리싱이 죠이와 울라프를 드리블하며 바위게를 먹던 모습.
우리 팀이 아닐 때는 위험한 플레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팀에서 하는 걸 보니 이것만큼 최고가 없다.
위험한 거 최고야, 짜릿해!
“이제 정글은 다 해결했다. 와, 진짜 숨막혔는데.”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그래도 우리 애 데뷔 날인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기강 잡는다는 거겠지. 우리라고 뭐 그렇게 안할까? 피닉스, 너네 신인 데뷔
하면 나중에 두고 보자고.”
“이렇게 되어버리면 저쪽 조합 망했죠? 오히려 좋죠?”
감코진은 싱글벙글하며 가벼운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눴다.
권건의 선택은 전령보다는 용이었다.
상대의 조합은 기울어진 조합.
후반부의 안정감과 강제 한타를 강요할만한 선택이었다.
FWX가 침착하게 용을 쌓아가자 교전에서 손해를 본 피닉스는 별수없이 전령을
챙겼다.
“굿 초이스.”
“네. 탑 쪽 사리면서 바텀 쪽 오브젝트로 힘을 실어주네요.”
“와..”
윤도형은 자기도 모르게 화면 가까이로 당겨 앉아있었다.
“아, 도형아.”
“얘. 진짜 잘하네요. 콜도 섬세하고. 미스도 없고. 과감하다.”
“...”
작게 헛기침한 박 감독이 윤도형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하지만 이 친구가 모르는 부분을 네가 채워 줄 수도 있을거야. 계속 지켜보자.”
“그런 게 있을까요?”
윤도형이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모두들 대답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쨌든 아직 이르다.
게임이 끝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들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디테일한 권건의 콜 덕분인지 이 경기의 결과를 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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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뭐야?”
“어떻게 왔지?”
- 블루 팀이 전령을 빼앗았습니다!
두 번째 전령 싸움은 용을 챙기던 FWX가 별동대를 운용해 스틸해냈다.
피닉스는 나눠먹기한다는 생각에 다소 안일하게 상체 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갑자기 자신 쪽의 진영에서 나타난 헤크림과 뒤 쪽에서 나타난 레오니
에게 대책없이 스틸 당했다.
분명히 시야 체크를 했던 것 같은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헤크림은 눈까지 주워먹고 허공에 창을 붕붕 휘두르며 유유히 사라진다.
“야. 강타 싸움 이걸 지네. 이것도 뺏기면 어떡해.”
“아니. 설마 정글이 여길 올 줄 몰랐지. 용 쪽 시야 하나 남겨두지 그랬어.”
“그만. 그만. 괜찮아. 침착하게 가자. 약간 말렸는데 아직 괜찮아.”
피닉스의 원딜러 왕준군이 투덜대는 탑 도장훈을 말렸다.
사실 상황은 이미 심각했다.
조금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FWX는 지금 전패 팀이었고 오늘은 신인의 데뷔날이었으니까.
일단 밴픽을 통해 신인 정글러의 멘탈을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릴리야가 빠른 초반 정글링으로 차이를 벌려 6레벨 이후에는 정글에서
만날 때 마다 혼쭐을 내 줄 생각이었다.
탑 쪽에서 싸운다면 람블 궁으로.
바텀 쪽에서 싸운다면 진의 속박기와 연계할 수 있다.
그리고 미드 녹턴이 어디로든 합류해 마무리 할 수 있다는 상상이었다.
“탑은 또 왜 저래. 오늘따라 다른 사람인 것 처럼 플레이하네, 저 형.”
수동적이던 탑의 변화 역시 변수였다.
아무리 정글러가 바뀌었다고 해도 전체 스타일이 바뀌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
했는데.
평소 상대의 시야가 바텀 방향으로 쏠렸던 것에 비해 지금은 훨씬 광범위하게
느껴졌다.
게임은 피닉스의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신인 쟤 생각보다 잘하는데. 스크림 별로 안하지 않았나?”
“내 말이. 그냥 이 판이 인생 게임인가? 아까 존나 위험하게 들어오는거 봤잖
아.”
“실전 감각이 있는 편인가봐. 킨드 대신 헤크림 밴 할걸 그랬나. 침착하게 원
래 계획대로 하자.”
하지만 릴리야를 게릴라전의 선봉장으로 내세울 계획은 정글 구도가 뒤집히기
시작하면서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걸 피해?”
“헤크림 너무 빠른데.”
“녹턴 실업자 신세인데. 괜히 꺼냄.”
라인에 묶여 마음이 급해진 녹턴의 움직임이 패턴을 띄기 시작했다.
자기도 모르게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방향으로 몸이 기울었다.
이것은 FWX에게 힌트가 되었지만 피닉스에서는 이것을 지적해 줄 사람은 없었다.
밀리는 상황에서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집중해보자. 쟤네 지금 오더 없는거나 마찬가지잖아.”
여기저기서 패전했지만 아직까지 피닉스의 바텀은 건재했다.
애당초 진 세츠 바텀은 따로 맡은 역할이 있는 픽이었다.
FWX의 졔리와 레오니를 상대로 라인 솔로킬을 챙기는 것을 상정하지 않았다.
상대 역시 굳이 싸움을 걸지 않았기에 말그대로 반반.
다만 이것 말고는 반가운 소식이 없을 정도로 패색이 짙었지만 선수들은 애써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집중하자, 집중.”
“오케이! 피닉스, 피닉스, 파이팅!”
“파이팅!”
“이번 용은 뺏기면 안돼. 헤크림에 집중!”
스틸을 여러 번 당한 피닉스가 용을 앞두고 권건을 견제했다.
만만하게 봤던 상대와의 강타 싸움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오늘 저 신인의 컨디션이 좋은건지, 자꾸만 뺏긴다.
어떻게든 헤크림을 먼저 끊을 수 있다면 좀 더 편한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
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 시야 밖으로 벗어났던 아자르의 궁극기가 몰아쳤다.
“라아아아아아온! 아자르가 적들을 화끈하게 퍼올립니다!”
“슈우우퍼토스! 그 때 그 감동을 그대로!”
“그 위로, 그 위로오오! 헤크림의 그림자 맹습이 예쁘게 들어갔어요!”
“졔리! 졔리! 졔리가 따라 들어와서, 궁극기 방출! 짜릿함 하나면 충분해!”
“히이이이이!”
- 성대모사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한타 매드무비 잡았네ㅋㅋㅋ
- 남동현 왜 돌고래 소리내ㅋㅋㅋㅋㅋㅋㅋ
- 무친
- 와
- 오
- FWX! FWX! FWX!
- 아 왜 저딴 꼴픽을 하지 감독 ^^발
- 릴리야 할거면 헤크림을 밴하던가
- 정글 저격 아님? 밴하면 티나니까ㅋㅋㅋ 좃대보라고 했다가 좆댄것
- 물리쳤죠?
- 근 3년 최고 한타.. ●▅▇█▇▆▅▄▇
- 개쳐발리네 진짜ㅋㅋㅋㅋㅋ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