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38화 (39/326)

038화. 최강 아웃풋

- [FWX] 신인 부검 들어갑니다

- [FWX] 희망의 불씨가 보이십니까? 그게 바로 얩니다

ㄴ 시즌 중인데 방송 켬?

ㄴㄴ (링크)

ㄴㄴ 주전 아니어서 그런듯?

ㄴㄴ 방송 안봐도 되니까 그냥 바로 주전으로 나오면 좋겠다

ㄴㄴ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하는거 아님?

ㄴㄴ 솔랭 점수도 얘가 폴리보다 높음

ㄴㄴ ;; 시즌 중에는 프로들 원래 솔랭 많이 안함

ㄴㄴ 그래도 폴리보단 낫지 않을까?

ㄴㄴ 요즘 꼴리 하는거 보면 윌스미스 마렵다

ㄴㄴ 그건 인정할 수 바께

ㄴ 얘가 마지막 남은 우리의 희망임? 확인하러 간다

- [FWX] 프로 방송 X 남캠 방송 O

ㄴ 개잘생김 얘 보니까 막 슬퍼짐

ㄴㄴ 그럼 나 보면 울겠네ㅋ

ㄴㄴ 말을 하기 전에 거울을 한번 더 보시는게 어떨까요?

- [STM] 불쌍하다 불쌍해ㅋㅋㅋ

- [UVS] 걸 데가 없어서 아직 증명도 안된 신인한테 목을 매네ㅋㅋㅋ

ㄴ 그것이 ‘약팀’이니까

#

권건의 방송은 생각보다는 제법 화제가 됐다.

일차적으로는 시즌 중의 프로 방송이 귀했기 때문이었고.

이차적으로는 준수한 외모의 사진이 퍼져나가면서 캠 화면을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팬들이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죽어버린 FWX 커뮤니티에 혜성처럼 등장한 지세현.

그가 권건을 마지막 희망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버린 탓이었다.

- 형 말 좀 해봐!

- 여기 침묵 방송인가요?

- (이모티콘)(이모티콘)(이모티콘)

- 도네해야 말을 하시나요8ㅅ8

- 겜방송 보러 왔으면 겜을 봐라

- 목소리도 잘생겼을듯

하지만 흥미를 가지고 몰려온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권건은 딱히 말을 재밌게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오히려 말이 없었다.

- 퓨릭스터 트처 : ㅎㅇㅎㅇ

- 퓨릭스터 트처 : 우리 구면이죠

- 퓨릭스터 트처 : 이번 판두 캐리 부탁해요^^7

- MRG Hexa : 나?

- MRG Hexa : 나 그럼 딩거 서폿

- 퓨릭스터 트처 : 너 말고

- 퓨릭스터 트처 : 넌 제발 정상적인 서폿 좀

- 정글맘에안드네 : 왜 이런 애들이랑 같은 팀 됐지;

- 퓨릭스터 트처 : 정인이형이 나 저격한 거 아니야?

- 정글맘에안드네 : 내가 왜 널 저격해

- TRT Gogumi : 진짜 딩거 서폿 하세요?

- 퓨릭스터 트처 : 지우야 우리 원딜 괴롭히지 마라

대신 흥미로운 큐가 걸렸다.

5인 모두 프로가 걸렸기에 채팅방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보이스보다 채팅에 기

울었다.

- 미드 퓨처 아님?

- 이번 판 프로 많이 걸린듯

- 적에도 프로 많아ㅋㅋㅋ 혜자 매치업 미리보는 올스타전

- 지금 큐 어디임?

- 탑 유니버스 써머 / 정글 방장 / 미드 트릭스터 퓨처 / 원딜 트릭스터 구미

/ 서폿 미라쥬 헥사

- 얘네 다 친하지 않음? 동창회네 친목 오졌다ㅋㅋ

그 때.

“재밌겠다.”

선수들의 대화에 끼지는 않았지만 입 밖으로 흘린 권건의 한 마디에 채팅방은

불이 났다.

- 마이크 이제 켠거임??

- 말을 안한거

- 목소리 개좋다

- 형 한마디만 더 해봐

- [범패]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말을 더 해달라고!!

탑은 강한 라인전의 대표 주자.

미드는 다재다능한 미드필더형.

원딜은 생존력이 떨어지더라도 확실한 화력형 챔피언을 선호.

서폿은 특이한 챔피언들을 즐기는 편인데 시즌 중 솔랭에서는 정상적인 서포

터와 클래식한 스타일.

권건은 각 선수들의 특징을 익히 알고있었기에 입 안의 혀처럼 플레이를 해줄

수 있다.

그 선수들이 권건과 같은 팀을 거쳐간 적이 있거나 분석할만 했던 상위권 팀

의 선수들이라면 더욱더.

- 퓨릭스터 트처(르블란) : 역시 우정권

- TRT Gogumi(코구모) : 그거 내껀데ㅡㅡ

- 정글맘에안드네(트리스타) : 그게 뭔데 십덕들아;

- 퓨릭스터 트처(르블란) : 탑 트타같은 꼴픽 하는 사람한테 말해줄순 없지

- 정글맘에안드네(트리스타)님이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 정글맘에안드네(트리스타) : 이거 우리 엄마가 귀엽다고 해보라고 했는데;

- 퓨릭스터 트처(르블란) : 다시보니 탑 트타 좋은듯

틈틈이 이어지는 채팅이 꽤 괜찮은 콘텐츠가 되어 줬기에 권건은 그저 게임을

침착하게 이어나갔다.

굳이 채팅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 정보 전달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 지금의 티

어다.

미드라이너가 와드를 적 칼날부리에 꽂고 가볍게 핑을 찍어 표시한다.

칼부가 살아있다.

권건은 동선을 바꿨다.

- MRG Hexa(쓰리쉬)님이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 MRG Hexa(쓰리쉬)님이 적이 사라졌다고 알림

바텀에서 진짜 미아핑을 올린다.

권건이 간단하게 용 쪽에 넣은 지원 핑에 서포터가 시야를 확보한다.

싸움이 커질 것을 대비한 각 진영의 미드라이너들의 몸이 쏠린다.

가벼운 교전에서 이득을 가져간 것은 권건 쪽이었다.

- 되게 날래다

- 잘하네ㄷㄷ

- 내가 했던 탈리아는 저렇지 않았는데

- 바텀 빠졌을 때 라인 몸 대주는거 치이네;

상대적으로 몸이 약한 정글러를 선택한 권건은 반대급부로 주어진 빠른 정글

링과 이동 속도를 이용하는 데에 능숙했다.

첫번째 교전에서 이득을 본 뒤 천천히 갉아먹는 정글링.

권건의 정글 침투를 방해하기 위해 상대 서포터까지 합류했지만 움직임을 비

틀어 위협적인 군중 제어기만 피해내며 도망쳤다.

상대의 인원 투자가 조금씩 낭비되기 시작한다.

- 드리블 좋았다

- 얘 잘하는데??

- 괜찮은 것 같은데?

- 오더만 할 줄 알면 될 거같음

짧은 시간의 드리블이라도 쌓이면 한 턴이다.

권건을 견제하기 위해 둘 이상이 투자되었을 때.

다른 라이너들을 자유로워지면서 각자의 라인전에서 최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LOS의 재미있는 점은 꼭 뭉쳐서 교전을 이루어내지 않더라도 도리어 연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한참이나 시간을 쏟게만드는 권건의 드리블이었다.

그렇다고 사고가 없는 건 아니다.

솔랭이다보니 더욱 그렇다.

- 엄마가 골라준 픽으로 0/3/0하기 vs 엄마한테 전화 한번 드리기

- 탑에 괴물이 살아요!

- 적이 보이면 혼자 1:1 꼬라박는 트타ㄷㄷ 광기잇

권건은 탑에 있는 최정인이 라인전을 이른 타이밍에 끝내기보다도 복수를 원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소한 솔랭에서만큼은 그런 성격이다.

제압킬을 먹여주고 그대로 놔두는 쪽이 좀 더 만족스러운 결과일거다.

- 제압 되었습니다!

- 정글맘에안드네(트리스타) : 정글 잘하네

초반에 대책없이 밀리다가 든든하게 제압골드를 챙겨먹고 재기한 탑 라이너의

칭찬에 시청자들이 대신 신을 냈다.

- 야! 써머의 “특급 칭찬”

- “잘하네”

- 탑이 지는 건 정글 탓이라고 말하던 사람ㅋㅋ

- 여기가 채팅 맛집이네 ㅋㅋ

- 혹시 캠은 정지화면인가요?

- 사실 고양이가 게임하고 있는 것

-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흔들리는 잘생김이 느껴짐

- 너는 알콜프리 근데 난 취해

- 클립 땄다

게임은 자연스럽게 풀렸다.

- 정글맘에안드네(트리스타) : 캐리

탑 라이너의 말을 마지막으로, 화면에 승리 메시지가 뜬다.

꽤 많은 선수들이 모여있었던 방송이었기 때문인지 늦은 밤 시간이었지만 500

명 가까운 인원들이 들어와있었다.

- 뭔데ㅋㅋㅋ 써머가 지금 친추 건거임? 안받아주심?

- 지금 큐 어디임?

- 챌 900점대

- 권건님 오늘 10층 돌파 가시나요?

- 낼 새로고침되면 랭킹 꽤 높을 것 같은데

- 얘 그냥 주전 한번만 시켜줘라! 눈 딱감고! 박진혀이! 제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챌린저들의 커트라인과 최고 점수 기록은 상향된 면이 있다.

하지만 매년 인게임 시즌이 끝나고 초기화되기 때문에 1월에는 평균 리그 포

인트는 그리 높지 않다.

점수가 오고가며 시즌 마감이 다가올 수록 점점 더 기준이 높아지고, 최종적

으로 매년 연말 즈음에나 최고 점수 1500점에서 2000점 사이에서 마감되곤했다.

지금의 권건은 랭킹 50위 내의 유저였다.

“글쎄요..”

게임을 끝내고 다음 큐를 돌리기 시작하고나서야 드디어 권건이 입을 열기 시

작했다.

“목표는 1위입니다.”

#

팬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그 주에 권건의 출전은 없었고, FWX는 또 다시 패배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꽤 강팀으로 알려진 대구 유니버스를 상대로 한 세트는 얻

어 냈다는 것.

하지만 대구 유니버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져 얻어낸 세트 승이었다.

그리고 유니버스는 첫번째 세트가 거짓말이라는 듯이 나머지 세트를 가져가며

승리를 챙겼다.

그렇게 FWX는 4주차를 8패로 마무리했다.

마법같은 전패였다.

#

- 신도님들. 보셨습니까? 영롱한 빛을?

ㄴ 찌세님 오늘도 오셨군요

ㄴㄴ 거니거니

ㄴㄴ 거멘

ㄴ 영광을 찾을 그 날이 옵니다..

ㄴㄴ 영광이 있었던 적이 있기나 함?

ㄴㄴ 코이츠www드디어 악당이 된다www

ㄴ 솔랭 점수 1위 했네

ㄴㄴ 솔랭도르?

ㄴㄴ 너네가 8989들의 맘을 암?

ㄴㄴ 그건 미안;

- 1시간 전에 권건이 랭킹 1위 달성한거 봄?

ㄴ 자신이 한 말을 [증명]하는 남자;

ㄴㄴ FWX 최강 아웃풋;

ㄴㄴ FWX가 키운건 아닌듯

ㄴ 설 연휴라 다들 자리 비워서 가로챈거지ㅋㅋㅋ

ㄴㄴ 넌 연휴에 게임 안함?

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달성해? 어뷰 아님?

ㄴㄴ 공식 계정 달고 그러겠냐?

ㄴㄴ 그건 모르는거지ㅇㅇ

ㄴㄴ 방송 안봄? 헛소리 자제좀; 솔랭에 프로 많이 없어서 그럼 시즌 중이라서

ㄴㄴ 잘 몰라서 그러는데 1등 점수 원래 1700점 막 이렇지 않아요?

ㄴㄴ 시즌 초라서 그럼 지금은 그냥 현재 1등이 보이는 거

ㄴㄴ 이걸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가 문제임. 그냥 빈집털이 실력인건지

ㄴ 다른 사람 관전하려고 해도 눈이 안돌아간다; 관전방 말고 방송도 자주해

줬으면

ㄴㄴ 빨리 나와라 LKL에서 터질때까지 존버

#

설 연휴를 맞아 휴가를 받은 선수단 중 몇몇은 고향으로 내려가고 몇몇은 사

옥에 남았다.

선수들은 이례적인 연패에 눈치를 봤다.

하지만 박진현 감독은 쉬는 것도 중요하다며 여러번 다독여서 집으로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지 않은 멤버는 권건과 미드 라이너 김예성, 그리

고 근처에 살고 있는 감코진들이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감코진은 습관처럼 회의실에 모였다.

“방송도 영상도 반응이 너무 좋던데요.”

“방송 내내 한 말이라고는 ‘안녕하세요’랑 ‘목표는 1위입니다’ 밖에 없다면서.”

“‘재밌겠다’랑 ‘방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도 있을걸요.”

“도네도.. 은근히 많이 받았어요. 대답을 안하는데도.. 그걸 쑥쓰러워하는 이

미지로 받아들이는 건지 아님 냉미남으로 받아들이는건지.”

“원래 팬덤이 있는 친구였어?”

“2군에 있을 때 갑작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이례적인 일인데..”

“우리의 최근 희소식이 건이 방송 시청자 수 500명 돌파랑 랭킹 1위 밖에 없

어. 믿을 수 있겠어? 우리 팀에, 단 하루라도 1위였던 선수가 있었냐고. 난

내가 현역일 때도 없었어.”

“...”

“한빛이랑 수철이, 좀 지켜봤어? 어때.”

박진현 감독이 진지하게 코치진들에게 물었다.

“일단 도형이에 대한 여론의 긍적적인 변화는 없고..”

“대신 건이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어요. 그래서 도리어 기존 이슈에 대

한 말은 안좋아지는 중입니다. 기강을 잡고있는거 아니냐느니.”

“절대 그런 게 아닌데.. 팬들 마음이.. 그럴 수 있죠. 성적이.. 개판이니까.

더 오래 묵혀둔다고 좋을 것도 없을 것 같아요. 도형이가 조금만 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더라도.. 여론이 이렇게까지 기울진 않았을텐데.”

“그건 모를 일이지. 건이의 LOS 파크 적응은?”

“처음부터 자기 집처럼 잘 알고 잘 적응하던데요.”

“가 본 적이 있었나?”

“글쎄요.. 견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

제 없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나는 적응에 한 달은 걸릴 줄 알았어. 다들 떨잖아.

근데 지금 보니 건이는..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 같아.”

“네. 코치로서 이런 갑작스러운 말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빛이 형님도? 저 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습니다.”

“나도 최코치, 김코치와 같은 생각이야. 이렇게만 둘 인재가 아닌 것 같다. 1

라운드 마지막 경기. 데뷔 시키자.”

세 사람은 불안과 기대가 섞인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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