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화. 억까 좀 하지 마요!
[ LKL FL, 1주차 마감. 9위였던 FWX ‘약진’ ]
대전 FWX가 1주차를 3승 1패, 2위로 마감했다.
첫 주 FWX는 제주 F.L.E(3승 1패), 인천 트릭스터(2승 2패), 서울 빅스(0승 4
패)를 상대로 승리를 챙겼으며, 대구 유니버스(4승 0패)에게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이 중 F.L.E는 FL(퓨처스 리그)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이었으나 해당 경기에서
FWX는 놀라운 경기력으로 게임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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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올해는 2군에서라도 1등 함 해보나ㅎ
ㄴ 이제 막 1주차 끝났음 꼴레발아재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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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밴픽이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그래, 그게 오늘이다.
“아무래도 쓰리쉬 가져가겠죠?”
가져갔다.
“그럼 나는 요른할게.”
뺏겼다.
“저는 신드리..”
밴 당했다.
정말 당황스럽지만, 우리는 밴픽 싸움에서 이상할 정도로 말렸다.
심지어 상대가 킨드리드, 헤크림, 니델리 정글 3밴을 했는데도 나머지 포지션
에서 턱없이 말렸다.
밴 카드는 총 5장이지만 밴을 할 수 없다면 뺏어버리면 된다.
결국 우리 팀이 열심히 짜본 전략과 달리 손에 남은거라곤 선픽한 아펠라이오
스 뿐이었다.
어디 감코진만의 탓이겠는가.
우리 챔피언 폭이 상대보다 좁은 것도 한 몫한다.
“창민이랑 건이, 뭐 할래?”
나는 어차피 밴을 많이 당했기에 마지막까지 순서를 양보했다.
결국 사시사철 정글러들의 친구, 리 싱이 내 손에 들어온다.
“하.. 죠이 뺏겼네..”
“오리안느는?”
“그것보다.. 백스 할래요.”
감독님은 썩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백스는 약간 신뢰가 필요한 픽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팀은 탑 트린, 정글 리싱, 미드 백스, 아펠 레오니 조합이다.
밴픽으로 우리를 흔든 스톰은 탑 요른, 정글 울라프, 미드 죠이, 바텀 징크쓰
리쉬 조합.
그냥 놓고봐도 스톰이 쉽고 편한 조합인데, 자세히 보면 더 그렇다.
탑은 ‘느낌이 오는 픽’을 했고 미드는 ‘죠이를 뺏겨서’ 평소에 잘 하지 않던
픽을 했다.
내 리신이야.. 작년 리그 성적으로는 별로였다.
나에겐 그게 작년이 아니지만 말이지.
어쨌든 모니터링실에서 데이터를 다시 마주하면 불안해지는 밴픽일거다.
“얘들아, 집중해서. 힘내자. 이번 판은 오브젝트에 집중하는거 잊지 마라.”
예상과 달리 휙휙 바뀌어버린 결과에도 코치님은 침착하게 모두를 독려했다.
그리고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다.
이제 우리들이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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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완전 망한 것 같은데.”
모자를 눌러 쓰고 관객석에 편히 앉아 있는 것은 1군 감독 박진현이었다.
월요일인 오늘은 LKL 경기가 없는 날.
할 일은 있었지만 그는 머리도 식힐 겸 잠깐 시간을 냈다.
권건을 눈여겨 보겠다고 말한 박감독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2군 감독 양태진도 이를 알고 있었기에 어제 권건에게 언급을 해줄까 하다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직접 온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이구구. 쟤네 저거 할 줄은 아나..”
살짝 엉덩이를 뗐던 박감독은 털썩 주저앉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뱉었다.
언제나 어린 선수들을 보는 것은 즐겁지만 동시에 마음 아픈 일이기도 했다.
그가 겪어왔던 세상이 꽤 험했기 때문이었다.
1세대 현역으로 뛸 때 미드 라이너로 2년, 서포터로 3년을 간신히 버텨냈던
박진현이다.
그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풋풋한 리그의 분위기에 묘한 기분이었다.
사람이 꽉 차지 않은 경기장.
그나마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사람이 좀 있지만 1군 리그가 진행되는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사실상 빈 상태로 경기가 진행된다고 한다.
예전처럼 온라인 경기로 돌리자는 말도 있었으나, 운영 측에서는 두 리그 모
두의 부흥을 원했기에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권건이라. 권건. 리신 데이터는 별로던데.’
모니터링룸에 들어가서 함께 지켜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지만 같은 팀 소속이라고 해서 LKL과 LKL FL의 구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무릎에 손가락을 얹고 톡톡 두들기며 경기를 보고 있었다.
‘불안한데.’
이왕이면 1군이건 2군이건 우리 팀이니까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1군과 2군이 맞붙을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응원하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잠깐 훑어본 데이터는 미드 백스나 정글 리싱, 레오니 서폿를 그리 좋
게 표현하지 않고 있었다.
챔피언이 아니라 이 팀의 성적이 그렇다.
그도 솔직히 2군 경기에서 대단한 합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호흡을 맞춘지도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다.
개인기라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
박감독의 불안감과는 달리 경기는 속절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FWX죠?”
“맞습니다! 오늘은 처음 보여주는 픽이 많네요. 권건 선수같은 경우에 지난
경기부터 연달아 정글 3밴을 당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리싱을 준비해 온걸까요?”
“그렇습니다. 리-싱은 정말 클래식한 정글러죠. 잠깐씩 다른 라인에서 보이긴
했어도 결국 정글을 돌 때 가장 돋보이는 챔피언이 아닐까요?”
“그런 말씀은 우리 가족 여러분들의 상상력을 저하시킵니다. 여러분, 괜찮아
요. 우리같이 원딜 리싱을 합시다!”
으레 FL 특유의 친근감있는 해설과 함께 경기가 진행됐다.
‘안정감있는데. 바로바로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게 보여.’
권건의 움직임은 지난 번 패배했을 때와 달랐다.
상대는 울라프의 초중반 전투력을 이용해 정글을 압박하고자 했지만, 리싱은
그 경로를 알고있기라도 한 것 처럼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미드에서 백스가 딜 교환을 실수한 것 같네요. 조금 밀립니다. 백스는 귀환
타이밍을 잡지 않으면 위험하겠죠?”
“전령 앞쪽 바위게를 두고 두 정글러가 만났습니다! 아, 죠이가 백스를 추격
하기보다 울라프를 지원하러 빠르게 합류하는 중! 백스는 귀환을 해야합니다!”
극초반부터 벌어진 바위게 싸움에서 스톰의 미드라이너가 빠르게 아군 정글러
를 지원했다.
성남 스톰이 누구를 키 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어? 아, 오!”
“무빙이 정말 좋았어요, 권건 선수! 울라프의 도끼와 죠이의 스킬을 모두 피
해냈죠!”
“바위게까지 가져갑니다. 스스로 잘 풀어나가고 있네요. 이건 이득봤죠?”
박감독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
꽤 침착한 플레이였다.
하지만 냉정한 마음도 들었다.
피지컬로 스킬을 피할수 있다는 자신감은 좋지만 항상 상대의 수를 봐가면서
해야한다.
‘저런 플레이는 좀 위험한데.’
맞는다, 혹은 피한다.
쉬울 수도 있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실력을 가지지 못했다면 확률은 반반이라
고 봐도 된다.
이곳은 리그.
최고들 중 최고가 되고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
압도는 쉽지 않다.
울라프의 도끼를 맞아서 이동 속도 저하가 된 상태에서 죠이의 수면을 맞았다면?
아니면 죠이의 수면을 맞고 시작해서 울라프의 접근을 허용했다면?
어느 쪽이든 위험하다.
과감함과 좋은 결과로 1점, 퍼블을 내 줄 위험으로 -1점.
그래도 이런 움직임은 상대의 기를 죽여놓을 수 있으니 1점을 더 매긴다.
“울라프가 초반 이득을 많이 챙기지 못한 것 같은데요. 이대로 시간이 계속
흘러가면 유통기한이 와버립니다!”
“그렇죠, 스톰 입장에서는 오브젝트를 챙기고 싶을겁니다! 그걸 예상이라도
한 것같은 FWX의 움직임! 용 앞에서 대치가 시작됩니다!”
첫번째 킬이 나지 않은 상태로 조금 빠른 타이밍에 용 싸움.
박감독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
바텀은 반반, 미드는 밀리고 있다.
정글은 스코어가 거의 비슷하지만 상대가 팀적으로 노리려던 것은 이 방향은
아니었을 것이다.
울라프를 뽑아서 어떻게든 리싱과의 초반 교전을 기대했겠지.
“아, 첫번째 용은 FWX가 밀리네요. 울라프가 용을 챙깁니다!”
“나쁘지 않은데요.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요, 스톰!”
“그런데 지금 울라프가 귀환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리싱이.. 바로 움직
이는 것 같은데요?”
“아, 위험합니다! 반 타이밍 빠르게 꼬아서 찌르는 리싱의 미드 갱!”
직전의 교전으로 리싱 역시 체력이 온전하지 못했다.
다만 권건은 용 교전 직전에 상대 죠이가 급한 합류를 위해 라인을 애매하게
걸쳐놓고 왔다는 사실을 포착했고, 여전한 라이너들의 사망 원인 1위가 무엇
인지 잘 인지하고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군요! 스킬샷이 완벽하게 들어갑니다!”
“죠이가 아주, 아주 살짝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라인 정리에 스킬을 사용했는
데요. 그 순간 자연스럽게 리싱이 솔로킬을 따냅니다!”
“나이스!”
박감독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며 박수를 쳤다.
꽤 능숙해보이는 모습이 돋보인다.
화면은 이제 바텀 라인전을 비추고 있다.
FWX의 바텀 듀오는 아펠과 레오니로 스톰의 징크시와 쓰리쉬를 적당히 막아내
고 있었다.
다만 스톰의 바텀은 원래 약간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었고, FWX의
서포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처럼 보여서 약간 손발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박감독은 경기를 보면서 그저 리싱이 화면에 잡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 사건 없더라도, 그냥 정글을 도는 모습이라도 보고싶다.
진흙 두꺼비와 블루를 잡는 모습이 깔끔하던데.
이 남자.. 작은 돌 골렘에선 어떨까?
하지만 평등한 옵저버는 그의 의지에 따라주지 않았다.
“울라프가 바텀 쪽 땅굴을 파고 있습니다. 드디어 스톰에서 바텀 쪽 공략을
시도하기 시작하나요?”
“해서 나쁠 게 없는 갱이죠. 하지만 이미 FWX에서도 리싱이 뒤를 봐주고 있습
니다.”
“스톰에서는 지금이 싸움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울라프가
아직 대기하고 있습니다. 조심해야해요, FWX!”
박감독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알고 있을까?
상대 레드 쪽에 와드 작업이 되어있다.
동선상 충분히 예측 할 만은 하다.
하지만 경기를 하다보면 당연하던 사실들도 헷갈릴 수 있다.
2군 경기는 특히 그렇다.
그래도.. 알고 있겠지?
박감독은 이미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FWX 레오니가 먼저 궁극기를 사용해버립니다! 아, 울라프가 숨어있는 걸 몰
랐나요?”
“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