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화. 퓨체탑
- FWX Class : 건이 안녕^^
- FWX GwonGun : 안녕하세요.
- FWX Class : 오늘은 한번도 못만났내^^ㅎ
- FWX Class : 겜 잘 하고있지?
- FWX Class : 컨디션 관리 잘 해야됀다^^
- FWX Class : 낼 경기도 이겨서
- FWX Class : 우리 체면도 세워주라ㅎㅎ
- FWX Class : 화이팅이다ㅎㅎ
- FWX GwonGun : 네 감사합니다
- FWX Class : 형두 응원할게ㅎ
친구 추가를 한 최은호는 내가 보이기만하면 말을 건다.
방송을 하고 있는건지 원래 말투가 저런지는 모르겠지만 부담스러운 부분이
좀 있다.
우리는 어느새 다음 경기를 앞두고 있다.
내일의 대진 상대는 지난 시즌 퓨처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제주 F.L.E.
F.L.E의 1군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2군은 완숙한 경기력으로 좋은 모
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1군과 2군의 경기력이 수렴해서 누구를 콜업하고 샌드다
운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
그래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올해 상당히 많은 로스터 변경을 할 것이다.
어쨌거나 F.L.E는 1군 하위권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있는 팀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내일 경기는 조금 다를 수도 있어. 조금 더 긴장하는 게 좋을거다.”
감독님은 엄중하게 정신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2승을 챙기면서 1등을 달리고 있긴 하나 시즌 극초반이라 큰 의미는
없다.
“제주 F.L.E는 체급이 높아. 눕는 픽을 하는게 큰 의미가 없었던거, 기억나지?”
우리 팀은 스크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주도권을 꽉 쥐면서 스노
우볼을 굴리는 방향의 밴픽을 짜기로했다.
하지만 초반에 이득을 보지 못하면 무력하게 질 수도 있다.
나는 기반을 다질 시간만 벌어준다면 이길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으니 꽤 괜
찮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팀 게임은 한명의 집중력만으로도 게임이 기울어지곤한다.
상대가 대부분의 라인에서 더 강한 무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만큼 집중력이
중요하겠지.
FL에서만큼은 퓨체탑이라고 불리는 유찬이는 긴장하기보다는 어서 내일이 왔
으면 좋겠다고 신이 나있었다.
상대 탑 선수가 싸움을 피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나?
“내일도 이기고, 모레도 꼭 이기면 좋겠다.”
창민이는 화요일에 있을 대구 유니버스와의 경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했다.
대구 유니버스 역시 지난 시즌 상위권을 기록한 팀이자 창민이의 출신 팀이다.
친정 팀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딜가나 똑같다.
“자, 내일 식사 목록은 다들 신청했지? 마무리 잘하고, 컨디션 관리 잘하자.”
코치님이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시나요?”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F.L.E와 FWX죠! 사실 두 팀은 앞글자가 같습니다
만, 성적은 크게 차이가 났었는데요. 1등과 9등. First와 그냥 F의 차이라는
말이 있었죠.”
“하지만! 이번 시즌의 FWX의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네, 맞습니다! 스크림에서도 화제가 됐었고, 지금도 뜨거운 경기력을 보여주
면서 전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지난 시즌 하위권 팀들을 상
대했기에 이번 대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F고사다, 이런 말이 나오고 있
어요.”
“FWX가 정말로 작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F.L.E가 1위를 차지했던 팀인만큼, 2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치어풀을 들고 왔다.
F.L.E는 2군 선수들이 1군 선수들 보다 더 낫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팬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뭐.
“밴픽 시작합니다!”
우리는 원했던 대로 대부분의 라인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강한 픽들을
가져왔다.
이런 픽들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건 상대가 우리를 상대로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상대의 픽은 성장력이 큰 챔프들.
냐르, 오리안느, 자이야, 로칸으로 어느 정도 성장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타를
바라보는 픽.
그리고 울라프를 뽑아 정글의 자생력을 꾀했다.
우리는 제이슨, 죠이, 키이사, 알리스티.
제이슨과 죠이로 초반 주도권을 쥐면서도 바텀은 같이 성장한다.
나에게는 정글 킨드리드가 주어졌다.
이건 스크림에서 상대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카드다.
우리는 포킹을 잘 해놓지 않으면 정면 한타에서 박살 날 수도 있는 조합.
그래서 킨드로 보험 역할을 더했다.
“놀라운데요, 반가운 얼굴 킨드리드가 등장했습니다.”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잘 사용하지 않는 카드인데요. 권건 선수가 과연 킨
드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글쎄요, 울라프를 상대로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죠.”
이건 감독님과 코치님 입장에서도 약간의 모험이다.
하지만 내가 해낼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 이길 자신 있어? ]
‘당연하지.’
[ 너, 이거 요새 연습할 때 안한거 다 아는데? ]
릴리가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 내가 다 지켜봤거든? 내가 해보라고 할 때는 안하더니. 트롤되겠네. 쌤통이
다. ]
그건 할 상황이 아닌데 아무거나 해보라고 하니까 그렇지.
트롤이란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요게 쪼끄만게.
진짜 보여줘?
#
“차니 선수가 상당히 압박을 잘 하는데요?”
“냐르를 숨도 못쉬게 압박하고 있어요. 정글러! 정글러!”
이유찬은 게임에 완전히 몰입해있었다.
탑 라인에 함께 서있는 상대방 냐르의 숨소리가 현실에서도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들리는 것은 정글러, 권건의 목소리다.
“지금 울라프 못 가. 늑대 먹으러 아래쪽으로 가는 중.”
권건은 와드가 없음에도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훤히 알고 있는 듯 했다.
정말로 상대 정글이 오지 못하는지 바로 확인해 볼 수는 없었지만 권건은 믿
을 수 있다.
못 온다는데 딜교환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
이유찬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상대를 압박했다.
조금만 더.
상대방의 패시브 게이지가 차기 전에 단 한번의 기회.
냐르가 레벨업을 위해 마지막 한마리의 미니언을 탐내는 지금, 부메랑을 피하
면서 점멸을 이용해 옆으로 파고들고.
손은 물흐르듯이 제이슨의 스킬 콤보를 쏟아낸다.
“차-니! 차니가 솔킬! 솔로킬로 퍼블을 가져갑니다!”
“상대의 모든 스킬을 피하고, 나는 모두 맞추면 된다! 그런거죠!”
이유찬은 탑에서 솔로킬을 냈다.
상성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상대의 스킬을 모두 파악했다는 점에서 해
설진을 흥분케하기에 충분했다.
그것이 솔로킬의 맛이니까.
“굉장한데요! 방금은 정말 서로 예측에 예측을 거듭했지만, 차니 선수가 한
수 위인 느낌이었죠!”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이런 선수가 저희 퓨처스 리그에 있다는 것이 자랑
스러워요!”
“차니형 나이스!”
“굿굿!”
상당히 빠른 타이밍에 터져나온 솔로킬에 팀원들이 모두 환호를 질렀지만 이
유찬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만큼 집중해있었기 때문이다.
“울라프 올라간다. 냐르 바로 텔 타면서 역 킬 각 볼 수 있으니까 뒤로 빠져.”
들리는 것은 권건의 목소리 뿐.
먹지 못한 CS가 아까웠지만 지시에 따랐다.
“아, 내 미니언.”
“한 라인 더 먹었으면 죽었을거야.”
실제로 그랬을지, 아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유찬은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상대보다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큰 자신감을 얻은 이유찬은 금세 불만을 지우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드 한 번 찌를게.”
“오케이, 쿨쿨 방울 준비 완료.”
권건이 미드로의 갱을 제안하자 김창민이 반색했다.
김창민은 미드 죠이로 상대 오리안느를 압박하고는 있었으나 그 과정 중 자신
의 CS 역시 많이 흘려 특별히 소득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의미 없어질 뻔 한 압박을 권건이 카운터 정글로 풀어나가 착실하게
패시브 표식을 쌓으며 어느정도 효과를 보고 있었다.
“앗.”
김창민이 갱 호응을 위해 상대에게 CC기를 맞추고자 했으나 상대는 무빙으로
스킬을 피했다.
“괜찮아. 반박자 쉬고 다시 돌아서 들어갈게.”
권건이 미드 라인에 몸을 노출했다가 바텀 방향으로 사라지는 페이크 무빙 후
다시 뒤로 돌아 빠르게 상대를 노렸다.
“스펠까지만.”
뒤로 돌아 오른쪽에서 다시 튀어나온 킨드리드의 움직임과 죠이의 스킬이 좌
우에서 압박하자 상대 미드는 스펠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안심하는 순간 오리안느의 점멸이 빠졌습니다!”
“의표를 찔린 것 같은데요? 이러면 이제 조금 부담스럽죠. 오리안느는 이제
조금 더 타워 안쪽으로 몸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울라프가 미드를 봐주러 올 수 밖에 없네요! 자연스럽게 F.L.E의 바텀도 위
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킬 하나 먹지 않았는데 킨드리드의 성장세가 너무 빠릅니다!”
FWX의 바텀 듀오는 상대의 체급에 부담을 느끼다가 이제서야 숨통이 트였다.
F.L.E는 자이야와 로칸으로 오랜 시간동안 호흡을 맞춘 듯 라인전에 능숙했다.
힘있는 상대 듀오의 플레이로 인해 FWX는 원딜 CS가 밀리고 있었지만 상체 쪽
에서 내려오는 정보를 통해 점점 플레이 부담감이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용 먹을게. 묶어둘 수 있어?”
“어..형! 얘네 바텀 듀오 계속 묶어둘 수 있어.”
“그거면 돼, 잘하고 있어. 유찬아, 탑 조심해. 거기 있다. 라인 뒤로 빼.”
평소같았으면 상대를 이기고 있지 못한 것을 민망해할 이지호였으나, 상대가
합류할 수 없게 잡아두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정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점점 팀 게임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FWX 바텀에서 끈질기게 상대의 발목을 붙잡으면서 첫 용을 차지합니다! 아슬
아슬하게 살아나가네요!”
“정말 자연스럽네요! 울라프는 탑에서 계속해서 기다립니다! 아직도 기다리나
요?”
“아! 차니 선수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계속 기다리는 건 무의미할 텐데!”
“결국 아무 소득 없이 귀환하고 맙니다! 정글은 벌써 텅 비어버렸는데요!”
“이거, 첫 솔로킬 외에는 킬이 한번도 나오지 않았는데 경기가 자연스럽게 기
울고 있어요.”
“깔끔한 첫 용 이후 FWX가 전령으로 향합니다!”
“두 팀 모두 양보할 생각이 없어보이는 상황! 급한 쪽은 F.L.E 쪽입니다!”